본문/ 막 7:1-8 * 제목/ 신앙과 전통 (The Faith and Tradition) I

작년 중국 남부에 갔을 때입니다. 어느 식당에 인도자와 함께 갔었습니다. 자리에 앉았는데 여느 식당과 다름없이 물주전자와 식기 컵등이 나왔습니다. 제가 주전자에서 물을 컵에 따라 먹으려고 하는데 인도했던 한 분이 제게 말했습니다. 이곳의 전통은 음식을 먹기 전에 모든 도구, 수저, 물컵, 식기등을 찻물에 씻어야 한다고 가르쳐 주었습니다. 재미있는 습관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렇듯 모든 문화에는 습관이 있고 전해 내려오는 관습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 관습과 정통은 한 사회나 국가의 특징을 잘 나타내 주고 있으며 이것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통을 고수하는 것이 사회와 국가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방식이라고 강조합니다. 예를 들면 어른을 공경한다든지, 조상을 섬기며 때가 되면 이들을 위한 제사를 드린다던지 하는 풍습을 말합니다.

예수님 당시 유대인의 사회에도 이러한 전통이 있었습니다. 이를 장로들의 전통이라고 말하는데, 그 전통은 여러 분야에서 형식을 정형화하여 가르쳤고 또한 강요하였습니다. 본문의 말씀은 그 가운데서 일상생활 가운데서 자연스럽게 생활화된 한 관습에 얽힌 사건입니다.

1. 전통 고수의 필요성

예루살렘에서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이 내려와 예수와 함께 있었습니다. 이들은 예수님이 활동한 곳인 갈릴리 지역의 사람들이 아닙니다. 멀리 수도 예루살렘에서 일부러 내려온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내려온 까닭은 예수의 명성을 듣고 무언가 문제점을 찾기 위함입니다. 우리는 어렵지 않게 예수님의 명성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 분은 오병이어의 이적을 비롯한 숫한 이적과 기사를 일으키신 분이기에 그에 대한 소문이 널리 퍼져 수도 예루살렘에까지 전달되었을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이미 막 3장에서 이러한 일단의 무리들이 있었음을 살펴보았습니다.

* 막 3:22 예루살렘에서 내려온 서기관들은 저가 바알세불을 지폈다 하며 또 귀신의 왕을 입어 귀신을 쫓아낸다.

그때는 서기관들이 내려왔지만, 이제는 바리새인들이 내려왔습니다. 이들은 모두 당시 유대인 사회에서 사회 지도층에 해당하는 종교지도자들이었습니다.

본문은 이들이 와서 예수님과 그 제자들의 생활을 유심히 살폈습니다. 그러다가 한 가지를 지적하였습니다. 왜 음식을 먹지 전에 손을 씻지 않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 막 7:1-5 바리새인들과 또 서기관 중 몇이 예루살렘에서 와서 예수께 모였다가 그의 제자 중 몇 사람의 부정한 손 곧 씻지 아니한 손으로 떡 먹는 것을 보았더라. (바리새인들과 모든 유대인들이 장로들의 유전을 지키어 손을 부지런히 씻지 않으면 먹지 아니하며 또 시장에서 돌아와서는 물을 뿌리지 않으면 먹지 아니하며 그 외에도 여러 가지를 지키어 오는 것이 있으니 잔과 주발과 놋그릇을 씻음이러라) 이에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이 예수께 묻되 어찌하여 당신의 제자들은 장로들의 유전을 준행치 아니하고 부정한 손으로 떡을 먹나이까?

유대인들에게는 음식을 먹기 전에 손을 씻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이 정결례 풍습은 당시 유대인 사회에 있어서 이방인들과 구별되는 독특한 의식입니다.

성경학자들은 원래 이 의식은 제사장들이 의무적으로 제자를 집전하기 전에 시행하여야할 의식이었음에 주목합니다.

* 출 30:17-21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일러 가라사대 너는 물두멍을 놋으로 만들고 그 받침도 놋으로 만들어 씻게 하되 그것을 회막과 단 사이에 두고 그 속에 물을 담으라 아론과 그 아들들이 그 두멍에서 수족을 씻되 그들이 회막에 들어갈 때에 물로 씻어 죽기를 면할 것이요 단에 가까이 가서 그 직분을 행하여 화제를 여호와 앞에 사를 때에도 그리할지니라 이와 같이 그들이 그 수족을 씻어 죽기를 면할지니 이는 그와 그 자손이 대대로 영원히 지킬 규례니라

그런데 이러한 레위 제사장들이 제사를 드릴 때 지켜야 할 Ritual Purity(제사 의식)이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 전반에 펴졌습니다. 즉 손을 씻는 의식을 율법으로 부정한 것을 만졌다든지, 몸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든지, 음식을 먹기 전에는 반드시 손을 씻게 했습니다. 말씀 드린 대로 레위제사장들이 시행하였던 의식을 각 가정에서 그리고 모임에서 어느 누구나 시행하도록 한 것입니다. 사실 위생상 얼마나 좋은 습관입니까! 문제는 이런 습관을 정형화 하여 형식적으로 실시하는 데 있었습니다.

바라새인들은 제자들 중 몇 사람이 부정한 손 즉 씻지않은 손으로 음식을 먹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여기서 보듯이 유대인들은 음식 먹기 전에 손을 ‘부지런히’ 씻어야만 했습니다. 본문에서 이 행위을 표현한 단어가 pugme 라는 말로 표현되어있는 데, 이는 적절한 방식(proper way)로 씻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이 말을 Robert Gundry라는 학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물이 귀한 곳에서 부지런히 씻어야 할 물이 넉넉지 않았기에 그들을 극히 형식적인 방식을 정형화 했습니다. 즉 밖에서 돌아오면 손을 컵 모양을 만들어 물을 손 안에 조금 담을 수에 버리고 수건으로 물기를 제거한 다음 음식을 먹었습니다. 이것을 의식화한 것입니다.

바리새인들은 예수님이 율법선생으로서 당연히 이러한 전통을 알고 제자들에게도 시행하도록 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제자들이 그러한 의식을 시행하지 않고 음식을 먹는 광경을 목격하고는 지적하였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전통(paradosis)라고 하는 이 말이 갖고 있는 깊은 의미를 생각해야만 합니다. 우리 한 민족의 전통은 어떤 것입니까? 예를 들어 추석이 다가오는 데 조상님들을 섬기는 제사를 행하는 것을 생각해 봅시다. 이와 관련하여 절기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즉 절기가 되면 가정 주부들은 이 제사를 준비하고 가족들이 먹을 음식을 준비하느라 신경을 너무 쓰는 나머지 어떤 정신적, 육체적인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상황에 까지 이르게 되는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즉 조상들을 추억하고 그 분께서 가르치시고 보여주신 깊은 사랑을 생각하는 것이 우선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제사에만 관심이 있는 것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독교에서는 제사를 금하고 부모님들께서 살아계실 때 잘 공경할 것을 가르치지 않습니까?

즉 전통은 그 의미와 내용을 살피지 않고 그저 생각 없이 형식만을 나타내게 마련입니다. 주님은 이러한 전통의 맹점을 잘 알고 계셨습니다. 살펴본 대로 음식을 먹기 전에 손을 씻는 의식(행위)는 하나님 앞에서 정결하게 나아오도록 하기 위한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는 종교의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유대인들은 그러한 신성한 의미가 담겨있는 의식을 그저 형식적인 절차로만 생각하고 그 절차를 지켰는가 안 지켰는가 만을 문제 삼았습니다. 주님께서는 이러한 바리새인들의 지적에 대하여 이사야 선지자의 말씀을 인용하여 반박하셨습니다.

2. 전통 고수의 맹점

* 막 7:6-7 가라사대 이사야가 너희 외식하는 자에 대하여 잘 예언하였도다 기록하였으되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존경하되 마음은 내게서 멀도다 사람의 계명으로 교훈을 삼아 가르치니 나를 헛되이 경배하는도다 하였느니라

주님이 인용하신 이사야 선지자의 말씀은 이사야 29장의 말씀입니다.

* 사 29:13 주께서 가라사대 이 백성이 입으로는 나를 가까이하며 입술로는 나를 존경하나 그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났나니 그들이 나를 경외함은 사람의 계명으로 가르침을 받았을 뿐이라

주님은 바리새인들에게 그들의 형식적 종교생활의 맹점의 정곡을 찌르셨습니다. 즉 입술로 즉 말로만 하나님을 섬기지 마음으로 섬기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이들의 종교생활은 사람들이 가르쳐 주는 대로 그 형식만을 따라함으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외식적인 신앙의 맹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여기서 외식이라는 말은 어떤 의미입니까? 외식의 헬라어 휘포크리돈(Whupokriton)이라는 말은 무대에서 연기하는 사람 즉 연기자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배우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연기자들의 말이 악역을 잘 한 사람이 거리에 나가면 사람들로부터 미움을 받는대요. 그 이유는 그 배우가 너무도 연기를 잘해서 진짜 그렇게 나쁜 사람으로 착각하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행동하는 것을 외식, 위선이라고 합니다.

본문에서 주님께서는 바리새인들을 향하여 외식하는 사람이라고 신랄하게 지적한 것은 바리새인들이 갖고 있는 형식적이고 위선적인 생활 태도였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눈에는 바리새인들의 종교생활이 거짓이요, 위선적이요 외식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주님은 이러한 종교적인 사람과 교제하지 말 것을 가르치셨습니다.

* 막 12:38-40 예수께서 가르치실 때에 가라사대 긴 옷을 입고 다니는 것과 시장에서 문안받는 것과 회당의 상좌와 잔치의 상석을 원하는 서기관들을 삼가라 저희는 과부의 가산을 삼키며 외식으로 길게 기도하는 자니 그 받는 판결이 더욱 중하리라 하시니라

오늘날도 우리 주변에 형식적이고 외식적인 종교인들이 얼마나 많이 있습니까? 형식과 외식 그리고 위선으로 그저 세상적인 인기와 성공만을 꿈꾸며 종교적인 삶을 살아가는 자들이 얼마나 많이 있습니까? 주님은 이러한 형식적이고 외식적인 종교생활을 청산할 것을 강력하게 교훈하셨습니다.

3. 바른 신앙의 핵심

그러면 바른 신앙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주님께서는 확실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 막 7:15-16 무엇이든지 밖에서 사람에게로 들어가는 것은 능히 사람을 더럽게 하지 못하되 사람 안에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니라

사람 안에 들어가는 교훈들은 항상 깨끗합니다. 문제는 그 지식과 정보를 활용하는 가운데 하나님을 중심하여 그 앞에서 활용하기 보다는 사람 중심하여 자기를 위해 행동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생활에 대하여 에스겔 선지자도 동일한 말씀으로 지적하였습니다.

* 겔 33:31 백성이 모이는 것같이 네게 나아오며 내 백성처럼 네 앞에 앉아서 네 말을 들으나 그대로 행치 아니하니 이는 그 입으로는 사랑을 나타내어도 마음은 이욕을 좇음이라

주님은 우선권에 대하여 말씀하신 것이지 손을 씻는 행위를 문제 삼은 것이 아님에 주목하셔야 할 줄 압니다. 즉 무엇이 우선이고 핵심인가 하는 사실입니다. 8절에서 주님은 이 사실을 분명히 가르치셨습니다.

* 막 7:8 너희가 하나님의 계명은 버리고 사람의 유전을 지키느니라

이 말씀에서 몇 가지 대조적인 단어를 통하여 확실한 교훈을 생각하고자 합니다.

1) 선택/ 버림, 지킴

주님께서 지적하시는 바는 사람들이 버리고 택하는 것이 있다는 것입니다. 즉 사람들이 취사선택을 할 때 무엇을 택하고 무엇을 버리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때 선호도와 기준, 그리고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2) 내용/ 계명, 유전

사람들이 버리는 것은 계명이며, 선택하는 것이 유전 즉 전통이라는 것입니다. 주님은 말씀의 핵심은 생각지 못하고, 형식만을 택하며 그 형식만을 문제 삼는 종교적 행위를 지적하신 것입니다. 그래서 전통이라면 편하고 무조건 괜찮다고 생각하여 본질적인 의미가 무엇인지를 전혀 생각지 않게 되는 맹점을 지적하신 것입니다. 그것은 오늘날 관행, 관습, 나아가 풍습이라는 이라는 말로서 미화되고 용납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관행과 습관 그리고 형식적인 생각을 버리고 말씀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를 생각하여 하나님 앞에 나오는 바르고 성숙된 성도가 되도록 힘써야 합니다. 그래서 개혁신앙은 항상 개혁하는 신앙을 나타내게 마련입니다. 즉 성경말씀이 무엇이라고 하는 지에 관심이 있지 형식이 우선은 아님을 알고 하나님의 말씀의 의미와 그 뜻을 알려고 힘써야 하는 것입니다.

3) 주체/ 하나님, 사람

예수님께서 지적하신 것이 하나님을 버리고 사람을 따라갔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르치는 자의 말만 믿고 그대로 따라갔던 것입니다.

예수님 당시 사람들은 하나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들이 가르쳐 주는 교훈만을 따라 신앙 생활하였습니다. 이를 주님께서는 타파하시고 진정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갈 것을 교훈하신 것입니다.

우리의 신앙은 어떻습니까?

믿음과 행동이 바른 신앙을 따르려고 합니까? 아니면 전통과 형식을 중요시하는 종교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까? 우리 하나님께서는 이사야 선지자를 통하여 자신의 중심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우리들에게 나타내셨습니다.

＊ 사 1:11-17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되 너희의 무수한 제물이 내게 무엇이 유익하뇨 나는 숫양의 번제와 살진 짐승의 기름에 배불렀고 나는 수송아지나 어린 양이나 숫염소의 피를 기뻐하지 아니하노라 너희가 내 앞에 보이러 오니 그것을 누가 너희에게 요구하였느뇨 내 마당만 밟을 뿐이니라. 헛된 제물을 다시 가져오지 말라 분향은 나의 가증히 여기는 바요 월삭과 안식일과 대회로 모이는 것도 그러하니 성회와 아울러 악을 행하는 것을 내가 견디지 못하겠노라 내 마음이 너희의 월삭과 정한 절기를 싫어하나니 그것이 내게 무거운 짐이라 내가 지기에 곤비하였느니라 너희가 손을 펼 때에 내가 눈을 가리우고 너희가 많이 기도할지라도 내가 듣지 아니하리니 이는 너희의 손에 피가 가득함이니라 너희는 스스로 씻으며 스스로 깨끗케 하여 내 목전에서 너희 악업을 버리며 악행을 그치고 선행을 배우며 공의를 구하며 학대받는 자를 도와 주며 고아를 위하여 신원하며 과부를 위하여 변호하라 하셨느니라

다윗도 하나님께서 자기에게 요구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알았습니다. 그것은 마음이지 형식과 규모가 아니었습니다.

* 시 51:16-17 주는 제사를 즐겨 아니하시나니 그렇지 않으면 내가 드렸을 것이라 주는 번제를 기뻐 아니하시나이다 하나님의 구하시는 제사는 상한 심령이라 하나님이여 상하고 통회하는 마음을 주께서 멸시치 아니하시리이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주일을 지키고 안 지키고가 문제가 아닙니다. 십일조를 드리고 안 드리고가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우리의 마음이 참으로 하나님을 행하고 있고, 온전히 드리고자 하는 중심이 있는가에 달려있습니다. 구속의 은혜의 중요성을 알고 고백하는 사람은 자신의 삶의 중심이 온전히 주님께로 향할 것입니다. 형식이 아니라, 진정으로 말씀을 사모하고, 예배를 온전히 드리고 싶고, 가진 것 모두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입니다.

바라기는 여러분들의 신앙의 양태를 진지하게 분석하시며 자신을 살피시기를 원합니다. 과연 나는 주님이 원하시는 바른 신앙을 견지하고 있는가? 아니면 전통과 관습과 의식에만 얽매어 있는 차원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고 여기고 있지는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