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는 젊은 사자로다

창세기 49장 8-12절
8 유다야 너는 네 형제의 찬송이 될지라 네 손이 네 원수의 목을 잡을 것이요 네 아비의 아들들이 네 앞에 절하리로다 9 유다는 사자 새끼로다 내 아들아 너는 움킨 것을 찢고 올라갔도다 그의 엎드리고 웅크림이 수사자 같고 암사자 같으니 누가 그를 범할 수 있으랴 10 홀이 유다를 떠나지 아니하며 치리자의 지팡이가 그 발 사이에서 떠나지 아니하시기를 실로가 오시기까지 미치리니 그에게 모든 백성이 복종하리로다 11 그의 나귀를 포도나무에 매며 그 암나귀 새끼를 아름다운 포도나무에 맬 것이며 또 그 옷을 포도주에 빨며 그 복장을 포도즙에 빨리로다 12 그 눈은 포도주로 인하여 붉겠고 그 이는 우유로 인하여 희리로다

하나님이 유다에게 가장 큰 복을 주시다

야곱은 임종 직전 열두 명의 아들들을 앞에 놓고 축복합니다. 이중 가장 큰 축복을 받은 아들들은 유다와 요셉입니다. 가장 길고도 좋은 복들을 받았습니다. 유다는 특히 장자권을 이어받았고 형제 중 으뜸이 되는 복을 받았습니다. 이스라엘 최고의 왕으로 꼽히는 다윗이 유다 지파 출신입니다. 이스라엘의 정통성은 유다 지파가 중심이 된 유다 왕국에게 있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도 유다 지파로부터 탄생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유다는 열두지파 중 가장 큰 축복을 받았다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유다가 이렇게 축복을 받은 이유가 무엇입니까? 사람들은 흔히 이런 질문을 하며 이런 복을 받게 된 데는 유다에게 어떤 인간적인 매력이나 신앙적으로 우월한 것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먼저 들 수 있는 것은 유다가 7년 기근이 들었을 때 집안을 책임지며 주도적인 행동을 취했다는 점일 것입니다. 특히 동생 베냐민이 애굽의 볼모로 잡혔을 때 유다 자신을 대신 내어주고 동생을 구하려는 희생적인 행동을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유다가 받은 축복은 이 정도 행동에 대한 보상치고는 너무 큰 것이 아닙니까? 소극적으로는 유다의 형들인 르우벤, 시므온, 레위가 실패했기에 넷째인 유다가 장자가 받는 축복을 누리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장자의 축복치곤 다른 형제들에 비해 너무 크지 않습니까?

사실 유다의 인격이나 능력이 성경에서 그렇게 훌륭하게 묘사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창세기 38장에는 유다의 두 아들이 죽고 대신 유다가 며느리 다말과 동침하여 자손을 얻는다는 불미스러운 일이 한 장에 걸쳐 묘사되고 있을 뿐입니다. 유다가 야곱의 특별한 사랑을 받은 것 또한 아닙니다. 야곱은 오히려 요셉이나 베냐민을 더 사랑하였습니다. 요셉은 그렇다 치더라도 베냐민에 대한 축복은 인색할 정도로 단 한 줄에 그치고 있습니다.

성서학자들이 이런 구절을 분석할 때 흔히 사용하는 수법은 사후예언 식으로 나중에 덧붙여졌다는 설명입니다. 유다가 최고 지파가 된 후 성서 기자들이 마치 야곱이 그렇게 예언을 한 것처럼 처리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도 설명이 되지 않는 것은 결국 유다가 다른 지파보다 월등한 복을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무엇 때문에 유다 지파는 흥하고, 스블론이나 잇사갈 지파는 존재감도 없을 정도로 미약해져야 했습니까?

우리는 또 한 번 여기서 하나님의 주권과 마주치게 됩니다. 유다가 복을 받은 이유는 단순합니다. 하나님이 유다에게 큰 복을 주시기로 뜻하셨기 때문입니다. 사도 바울은 로마서에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내가 긍휼히 여길 자를 긍휼히 여기고 불쌍히 여길 자를 불쌍히 여기리라”(롬9:15) “토기장이가 진흙 한 덩이로 하나는 귀히 쓸 그릇을, 하나는 천히 쓸 그릇을 만드는 권이 없느냐”(롬9:21) 하나님의 주권입니다. 이 하나님의 주권이 이스마엘보다는 이삭을, 에서보다는 야곱을, 바로보다는 모세를, 애굽보다는 이스라엘을 택하게 만들었습니다.

49장 28절에서는 좀 더 완곡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라 이와 같이 그들의 아버지가 그들에게 말하고 그들에게 축복하였으니 곧 그들 각 사람의 분량대로 축복하였더라” 여기 ‘분량대로’는 히브리 원어로는 ‘그가 받을 축복대로’라는 뜻입니다. 그 분량이나 그가 받을 축복을 결정하는 것은 누구입니까? 하나님입니다. 하나님이 각 사람에게 맞도록 적당하게 주셨다는 뜻입니다. 영어 성경 NRSV는 ‘suitable blessing 적합한 복’이라 번역하고 있습니다. 유다에게는 유다에게 맞는 복을, 베냐민에게는 베냐민에게 맞는 복을 주셨다는 뜻입니다.

우리에게도 적당한 복을 주셨습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복을 감사함으로 받아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의 달란트 비유에서처럼 사람들에게는 그 능력에 따라 다섯 달란트와 두 달란트와 한 달란트가 주어졌습니다. 각 사람에게 맞는 적당한 복입니다. 한 달란트 인생이 다섯 달란트를 받으면 감당할 수 없습니다. 다섯 달란트 받은 사람이 한 달란트로 만족하면 너무 적게 일한 것입니다. 모두가 자기 분수를 아는 것이 필요합니다. 과도해서도 안 되고 게을러서도 안 될 것입니다. 자기 받은 것에 감사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문제는 한 달란트 받은 인생의 ‘불만’과 다섯 달란트 받은 인생의 ‘교만’입니다. 한 달란트 인생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작다고 탄식하며 받은 달란트마저 땅에 파묻어두려 합니다. 그렇지만 한 달란트도 결코 작은 것은 아닙니다. 한 사람의 인생이란 것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압니다. 하나의 가치가 무한대라면 하나의 무한대나 다섯 개의 무한대나 다 무겁습니다. 한 달란트도 충분히 감사할 조건이 됩니다. 하나나 다섯이라는 것은 사람들의 구분일 뿐입니다. 테레사 수녀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 세상에 위대한 행동이란 없다. 위대한 사랑으로 행한 작은 행동들이 있을 뿐이다” 한 달란트에 충실하다 보면 그것이 쌓여 더 많은 달란트가 되어 갈 것입니다.

다섯 달란트 인생은 교만해서는 안 됩니다. 마치 자기 능력으로 그렇게 된 것처럼 착각하고 자기만 배불리려 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께서 좋은 달란트를 주시고, 좋은 환경을 주시고, 좋은 부모님을 주셔서 내가 그 자리에 앉게 된 것입니다. 요즘 TV에 재벌 2세, 3세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때마다 드는 생각은 ‘저들이 감사를 알까?’ 하는 것입니다. 자기들의 노력이 아니라 주어진 것임을 알까 하는 생각입니다. 받은 것이 많으면 하나님은 그만큼 더 큰 책임을 요구하십니다. 달란트는 사명입니다. 더 많은 일을 하라는 것입니다. 유다를 복 주신 까닭은 유다가 이스라엘 민족을 향하여 더 많은 일을 하라는 사명입니다. 이스라엘을 복 주신 까닭은 다른 이방 민족을 더 복되게 하라는 사명입니다.

유다를 향한 야곱의 축복은 다윗과 솔로몬 시대에 최고도로 성취됩니다. 그때의 모습을 성경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솔로몬이 하수 이편을 딥사에서부터 가사까지 모두 다스리므로 하수 이편의 모든 왕이 다 관할한 바 되매 저가 사방에 둘린 민족과 평화가 있었으니 솔로몬의 사는 동안에 유다와 이스라엘이 단에서부터 브엘세바에 이르기까지 각기 포도나무 아래와 무화과나무 아래서 안연히 살았더라”(왕상4:24-25) 유다 자손인 다윗과 솔로몬의 치세로 말미암아 사방 민족 간에 평화가 있었고, 백성들은 풍요롭고 평화로운 삶을 살았습니다. 하나님은 이런 일을 하라고 유다를 복 주신 것입니다.

유다라는 뿌리

또 한 가지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야곱의 축복은 유다 한 사람만을 향한 것이 아니라 유다의 자손들이 속한 유다 지파를 향한 것이었습니다. 야곱이 유다에게 준 축복은 유다 한 사람을 통해서 이루어야 할 것이 아니라 그 이후 자손들이 대대에 걸쳐서 이루어야 할 복이었습니다. 실제 야곱의 축복을 받을 당시에 유다는 볼품없는 한 사람에 불과했습니다. 유다는 단지 약속만 받은 것입니다. 유다 이후 그 시아버지와 동침을 감행한 다말이라는 이방 여인의 대담한 행위가 이 복을 이어가게 만들었습니다. 다말에게서 나온 세라와 베레스의 경쟁과 수고가 유다 지파 번성의 단초를 이루었습니다. 사사 시대에는 보아스와 이방 여인 룻의 결단이 있었습니다. 결국 다윗이라는 걸출한 인물이 나와서 유다 지파를 가장 빛나게 만들었습니다. 다윗 이후 유다 왕들의 삶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북왕국 이스라엘은 사라졌지만 유다 왕들의 헌신에 의해서 이스라엘의 정통성은 유다 지파에게 돌아갔습니다. 결국 그 거룩한 계보를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한 가문이나 한 나라의 역사는 한 사람의 수고에 의해서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연단과 수고와 희생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알렉스 헤일리가 쓴『뿌리』라는 소설은 그런 점을 잘 보여줍니다.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되어 큰 사랑을 받았던 이 소설은 작가가 자신의 집안의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헤일리 집안의 미국사는 그 7대조 조상 쿤타킨테로부터 시작됩니다. 쿤타킨테는 아프리카의 흑인이었지만 소년 시절에 노예사냥꾼들에 의해서 미국 땅에 노예로 끌려오게 되었습니다. 미국 땅에 와서 갖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가며 미국 땅에 뿌리를 내려갔습니다. 쿤타킨테는 억압에서 벗어나려고 탈출을 감행하지만 실패하고 결국 주인이 그의 발목을 도끼로 잘라버리고 난 후에야 자유를 향한 꿈을 접습니다. 같은 흑인과 결혼을 하고 딸을 낳았지만 딸도 노예로 팔리고 주인에게 겁탈을 당하고 임신까지 하게 됩니다. 이런 상상할 수 없는 억압과 불평등, 분노와 투쟁 속에 지켜온 그 끈이 결국 작가 헤일리에게까지 이르게 된 것입니다.

우리 문학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박경리의 『토지』도 그렇습니다. 평사리란 마을을 중심으로 구한말에서 해방에 이르기까지의 최 참판댁 5대손에 걸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런 글들을 읽다보면 한 인간이라는 존재가 점이 아니고 선 위에 있음을 깨닫습니다. 아버지와 그 아버지의 아버지라는 수십 수백 대로부터 흘러흘러 오늘의 나란 존재가 탄생했습니다. 오늘은 어버이 주일입니다. 어버이의 은혜에 감사하되 우리는 무엇보다 나란 한 점이 어버이를 통해서 이 선의 역사의 일부를 이루게 된 것에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그 선이 아름답고 영화로운 것이 아니라는 점에 불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분은 그 선의 쇠락기에 태어난 분도 있고, 상승기에 태어난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나로 하여금 어버이의 몸을 통해서 그 선의 일부로서 태어나게 하셨습니다. 결국 그 선이 나를 만든 것입니다. 이제 그 선의 운명은 나에게 달려 있습니다. 내 대에서 멈출 수도 있고 더 번성할 수도 있습니다. 내 대에서 그 선의 방향이 아름답게 상승할 수도 있고, 더 추락할 수도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핏줄과 신앙을 통한 이런 연대의식이 강합니다. 하나님에게 주어진 축복은 자신의 대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자기 자손의 대에서 이루어져도 무방합니다. 하나님에게서 자기 지파에게 주어진 축복이나 저주는 그 자손들에게도 동일한 효력을 발생합니다. 모세 시대에 주어졌던 하나님의 명령을 이스라엘 백성들은 마치 자신들이 그 현장에 있었던 것처럼 그 말씀들을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회개할 때도 자신의 죄뿐만 아니라 자기와 자기 열조가 죄를 범했다고 고백합니다. “나와 나의 아비 집이 범죄하여”(느1:6) 자기 인생을 한 점으로서만 보지 말고, 우리 열조라는 뿌리까지 생각한다면 우리 인생이 달리 보일 것입니다. 『뿌리』에 나온 한 구절입니다. “자기가 어디서 왔는지를 잊어버리면 어디로 가야할 지도 모르게 된다.”

우리의 뿌리는 어디에 있습니까? 우리의 뿌리에는 아름답고 좋은 것도 많지만 추하고 더러운 것도 있을 것입니다. 이것을 다 끓어 안고 가는 것이 성숙한 인간의 모습이며 조상을 공경하는 태도일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뿌리에 접붙인 바 되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축복된 자녀들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에서 흘러나오는 은혜의 물줄기로 조상으로부터 이어온 우리 가문을 더 빛내고 아름답게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입니다.  

유다는 젊은 사자로다.

유다가 받은 복은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지도자의 축복이었습니다. 유다에게는 “네 아비의 아들들이 네 앞에 절하리로다”(8)라 하여 모든 지파 중 으뜸이 될 것을 예고합니다. 이스라엘의 지도자가 될 것에 대한 예언은 10절에 나와 있습니다. “홀이 유다를 떠나지 아니하며 치리자의 지팡이가 그 발 사이에서 떠나지 아니하시기를 실로가 오시기까지 미치리니 그에게 모든 백성이 복종하리로다” 홀이나 지팡이는 모두 왕이나 통치자가 가지고 있는 지휘봉과 같은 것을 말합니다. ‘실로가 오시기까지’라는 구절은 해석이 어려운데 흔히 실로는 통치자를 가리킵니다. 유다 민족이 끊임없이 꿈꾸었던 비전은 온 민족이 이스라엘 왕의 통치를 받는 비전입니다. 이 비전은 메시야의 비전으로 확대되었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성취되었습니다. 메시야의 통치 이전까지 유다가 이스라엘 모든 백성을 다스릴 것이고 이 약속은 다윗과 유다 왕국을 통해서 실현이 되었습니다.

두 번째 축복은 평화와 물질의 축복입니다. 11절과 12절입니다. “그의 나귀를 포도나무에 매며 그 암나귀 새끼를 아름다운 포도나무에 맬 것이며 또 그 옷을 포도주에 빨며 그 복장을 포도즙에 빨리로다 그 눈은 포도주로 인하여 붉겠고 그 이는 우유로 인하여 희리로다” 나귀를 포도나무에 매면 안 되지요. 나귀가 다 먹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축복이 부어지니까 포도나무가 지천으로 자랍니다. 그래서 나귀를 그 귀한 포도나무에 매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그 옷을 포도주에 빨 정도로 포도가 많습니다. 포도를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눈이 포도주처럼 붉습니다. 우유를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이가 하얄 정도입니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의 축복입니다.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한 것은 유다 안에 젊은 사자의 본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9절입니다. “유다는 사자 새끼로다 내 아들아 너는 움킨 것을 찢고 올라갔도다 그의 엎드리고 웅크림이 수사자 같고 암사자 같으니 누가 그를 범할 수 있으랴” 저는 무엇보다 유다를 향한 이 사자와 같은 복이 우리에게 있기를 소망합니다. 유다는 젊은 사자입니다. 그 안에 사자와 같은 용맹함과 위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도 그를 범할 수 없습니다. 사자의 본성은 본래 유다 안에 있었을 수도 있지만 야곱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유다는 아버지 야곱이 사자라고 하는 순간 사자가 된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젊은 사자와 같은 존재로 부르셨습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말씀합니다.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요1:12) 그리스도를 그 안에 품고 있는 자는 하나님의 자녀의 권세가 그 안에 있습니다. 영어로는 Power입니다. 우리 안에는 파워가 있습니다. 그것이 곧 사자의 용맹함입니다. 우리가 누구인지 분명히 아는 데서부터 우리는 우리 자신의 권세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 안에는 사자와 같은 본성을 가지고 있는데 내 안에 무엇이 있는지를 모른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들입니다. 니체는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인간의 삶을 낙타와 사자로 비유한 적이 있습니다. 낙타는 인내심으로 상징됩니다. 물도 없고 뜨거운 사막을 무거운 짐을 지고 걸어갑니다. 낙타는 “너는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가치관이 지배합니다. 낙타의 등에 있는 두 개의 봉은 의무와 희생입니다. 낙타는 헌신하며 열심히 일하지만 즐거움은 없고 남을 위해 사는 고단한 존재입니다. 그러다 사막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습니다.

두 번째 유형은 사자입니다. 사자는 자유와 도전을 상징합니다. 공격적입니다. 사자는 자신이 주인입니다. 남의 말이나 명령도 듣지 않고 자기 욕망과 자기실현에 충실합니다.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인생을 즐깁니다. “나는 하고 싶은 대로 한다”가 사자의 삶의 양식입니다. 니체는 우리를 향하여 낙타의 삶에서 사자의 삶으로 존재를 바꿀 것을 요구합니다. 우리의 모습은 어떠합니까? 낙타처럼 살고 있지 않습니까? 야곱의 예지적인 눈이 유다 안에 있는 사자의 본성을 발견하듯이 우리 안에 있는 이 사자성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성서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존재들입니다. 하나님은 사자처럼 우리가 용맹하게 삶의 한계에 맞서 도전하기를 원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향하여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라”(행1:8)는 말씀은 우리에게 더 이상 한계가 없음을 보여줍니다. 우리의 한계는 어디 입니까? “땅 끝”입니다.

21세기는 이처럼 사자처럼 도전하는 사람들이 성공합니다. 기회는 여전히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페이스북 창시자 주커버그는 2003년에 하버드 대학의 기숙사에서 연구를 시작하여 지금은 전세계 6억 명이 이용하며 기업가치 80조원이라는 엄청난 일을 이루었습니다. 전세계 검색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구글도 1997년 9월 허름한 창고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빌 게이츠나 애플 사의 스티브 잡스, 한국의 안철수 등은 모두 최근 2, 30년 사이에 등장한 뉴프론티어들입니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자기 안에 사자와 같은 본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낙타처럼 길들여지는 것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젊은 사자들을 동물원에만 가두려 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입니다. 안철수 씨는 우리나라를 삼성동물원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상층에 삼성이라는 대기업이 있으면서 그 밑으로 먹이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이익은 대기업이 가져가고 중소기업이 근근이 떡고물을 먹으며 살고 있습니다. 조금 좋은 제품을 개발하거나 좋은 사람이 생기면 대기업이 다 가져가 버립니다. 이 동물원 안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이 최상층에 올라가지 못해 안달입니다. 그들의 꿈은 좋은 직장을 갖고 신분상승을 이루는 것입니다. 그래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좋은 스펙을 쌓으려고 합니다. 모험과 도전은 하지 않습니다. 검증된 안정된 길만 가려고 합니다. 한 번 실패자는 용서하지 않는 가혹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런 시스템이 한국 사회를 2만 불 수준에 묶어두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경제는 잘 모방하면서 선진국을 따라 잡았습니다. 남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경쟁과 빠른 속도가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창조하고 끊임없이 자기 안에서 도전하고 무엇인가를 만들어내야 도약할 수 있습니다. 마치 한국 사회는 고등학교까지는 그 실력이 세계에서 선두권을 형성하지만 대학에 들어가서는 100위권 밖으로 처지는 것과 같다 할 것입니다. 더 앞서가기 위해서는 낙타처럼 순종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사자처럼 도전하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실패도 할 수 있습니다. 그 실패를 용납하고 격려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또다시 도전할 수 있습니다.

순응적인 사람이 되지 말고 좋은 일을 위하여 욕심을 내는 사람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손 안에 주어진 것은 “견고한 진을 파하는 강력”(고후10:4)입니다. ‘강력’을 영어로는 divine power라 합니다. 신적인 능력이 우리 안에 있습니다. 바로 사자의 힘입니다.

공정무역 운동을 일으킨 커피 판매업체 ‘푸라 비다(Pura Vida)’를 그 한 예로 들고 싶습니다. 공정무역이라는 것은 제3세계에서 싼 값에 원료를 사들여 비싸게 파는 방식을 지양하고 가난한 제3세계 사람들에게 제 값을 받게 하자는 운동입니다. 일반 기업들은 예컨대 에디오피아의 커피를 1kg에 100원에 사들여 서구에서는 근 200배가 넘는 값에 팝니다. 그러니 이들 나라는 여전히 기근에 시달리고, 그 인근 나라인 소말리아는 해적질을 하고 살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됩니다. 크리스 던리와 존 세이지라는 사람은 1980년대 말에 신앙적 소명의식에서 공정무역 커피판매 업체 ‘푸라비다’를 세웁니다. 이들이 공정무역 운동을 시작하면서 세운 사명선언문이 매우 감동적입니다.

“첫째, 우리는 다른 사업방식이 있음을 믿는다. 탐욕이 아닌 선으로 움직이는 사업방식. 자본주의를 연민의 통로로, 믿음을 행동을 위한 엔진으로 보는 사업방식이 있음을 믿는다.
둘째, 우리는 이 땅 자체가 우리의 최대 생산라인이며 우리가 잘 돌볼수록 이 땅은 더 많은 소산을 내놓는다는 것을 믿는다.
셋째, 우리는 모든 사업은 무엇보다 인간들로 구성되며 우리가 공정하게 대할수록 인간들의 삶은 더 의욕이 넘치고 생산적이 된다는 것을 믿는다.
넷째, 우리는 가장 만족스러운 형태의 기업 이윤은 이윤창출을 가능하게 해준 사람들과 공동체에 돌려주는 이윤임을 믿는다.
다섯째, 우리는 푸라 비다가 이 철학으로 성공할 수 있다면 세상의 다른 모든 기업도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신념을 가지고 그들은 자본주의의 일반적인 생산양식과 가치에 도전을 했습니다. 공정한 가격을 지불했고, 그 수익금을 커피생산국의 가난한 아동과 가족들을 돕는 데 사용했습니다. 비록 그 수입 규모는 스타벅스의 3천분의 1 수준이지만 그들의 이런 도전이 아름답습니다.

하나님은 우리 안에 이처럼 사자와 같은 본성을 심어 놓으셨습니다. 우리는 견고한 진에 막히고 운명 앞에 맥없이 사라지는 그런 존재들이 아닙니다. 유다에게 주셨던 이 말씀을 새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유다는 사자 새끼로다 내 아들아 너는 움킨 것을 찢고 올라갔도다 그의 엎드리고 웅크림이 수사자 같고 암사자 같으니 누가 그를 범할 수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