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약한 내면을 가졌던 사울의 비극”

(사무엘상 18:5-16)

[들어가는 말]

오늘 본문의 사울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자기가 일하는 곳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었는데, 아주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었습니다. 박사 학위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기 부하 직원들 중에 일을 아주 잘하는 사람이 있었고, 시키는 일마다 잘하니까 사람들에게 칭찬을 듣게 되었습니다. 사람들도 그 사람 앞에서 그 부하 직원을 칭찬하며 그런 부하를 둔 것을 부러워하며 참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는 그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굉장히 씁쓸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잘한 것도 많지만 제대로 못한 부분도 있다며 오히려 짜증을 부렸습니다. 그러면서 그 부하 직원에게 맡겼던 일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주거나 자기가 가져와서 하고, 그 부하 직원에게는 다른 일들을 시켰습니다. 원래 그가 할 일이 아닌 하찮은 일도 시키고, 전혀 엉뚱한 일을 시켰습니다. 그래도 그 부하 직원이 무엇이든 잘해내니까 더 기분이 안 좋아졌습니다.

그가 건강한 내면을 가진 사람이었다면, 그런 부하직원을 둔 자신에 대해 뿌듯해 하면서 더 많은 일들을 함께 감당하도록 했을 것입니다. 그는 아주 허약한 내면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는 이스라엘의 첫 번째 왕이었던 사울의 내면의 상태가 잘 드러나 있습니다. 사울의 내면의 상태와 수준이 그가 왕이 될 때까지는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또 사울 자신도 그것을 스스로 잘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사소할 수도 있었던, 그냥 넘길 수도 있었던 한 사건을 통해 그의 허약한 내면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맙니다.

블레셋의 장수인 거인 골리앗과의 전투에서 승리하고 돌아올 때 이스라엘 여인들은 환영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춥니다. 이 노래를 들은 사울은 허약한 자신의 내면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사울의 비극은 결국 허약한 내면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금도 허약한 내면을 가진 사람들은 불행한 삶을 살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오늘 사울의 예를 통해 그것을 살펴보고, 우리 삶을 위한 도움을 얻기 원합니다.

1.   비교에서 온 분노

다윗이 골리앗과의 싸움에서 승리함으로 이스라엘은 블레셋 군대를 치고 큰 승리를 거두어 돌아오게 됩니다. 그때 이스라엘의 여인들이 노래하고 춤추며 사울을 환영합니다.

“무리가 돌아올 때 곧 다윗이 블레셋 사람을 죽이고 돌아올 때에 여인들이 이스라엘 모든 성에서 나와서 노래하며 춤추며 소고와 경쇠를 가지고 왕 사울을 환영하는데, 여인들이 뛰놀며 창화하여 가로되 사울의 죽인 자는 천천이요 다윗은 만만이로다 한지라” (6-7절)

그런데 이때 여인들의 노래를 들은 사울은 매우 분노합니다.

“사울이 이 말에 불쾌하여 심히 노하여 가로되 다윗에게는 만만을 돌리고 내게는 천천만 돌리니 그의 더 얻을 것이 나라 밖에 무엇이냐 하고” (8절)

사울은 여인들의 노래를 듣고 분노합니다. 하지만 사울의 분노는 결코 정당한 분노가 아닙니다. 그의 분노는 건강한 자존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평소에 낮은 자존감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됩니다.

그런데 사울이 이때 왜 분노합니까? 자기가 다윗과 비교되는 것이 불쾌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무엇입니까? 사울은 지금의 문제가 외부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자기는 가만히 있는데, 자기는 괜찮은데, 다윗에게 문제가 있고, 또 다윗과 자기를 비교하며 잘못된 평가를 하는 여인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분노하는 것입니다.

사울이 이 순간 불쾌해하면서 심히 노했다는 사실을 통해, 우리는 크게 사울에 대한 네 가지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1)  사울은 자신의 위치에 대해 위협을 느꼈기 때문에 분노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여인들이 “사울의 죽인 자는 천천이요 다윗은 만만이로다”(7)라고 노래하는 것을 들었을 때, 사울은 그 노랫말이 자신의 왕위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해석을 했습니다.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전혀 사실이 아닌데도 사울은 그렇게 확대 해석을 한 것입니다. 그래서 분노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경우 분노는 위협에 대한 자기방어적인 생존 방법입니다. 뭔가 밖에서 위협이 올 때 분노를 하여 자기를 방어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사울이 느낀 위협감은 진짜가 아니라 가짜였습니다. 위협을 한 것이 아닌데도 그렇게 생각을 한 것입니다. 그렇게 비현실적인 생각을 했다는 것은, 사울이 내면적으로 허약하고 미성숙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증상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군가 무슨 말을 했을 때, 남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사실도 아닌데 자기는 사실이라 생각하며 화를 냅니다. 허약한 내면을 가져서 그렇습니다.

2)  사울의 분노는 환경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보다는 부정적으로 평가함으로써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없었습니다. 사실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아니 정상인 사람이라면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다윗이라는 위대한 영웅을 자기 밑에 둘 수가 있고, 자기가 원하기만 하면 다윗을 사위로 삼아서 아주 든든한 충신으로 삼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고 하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사울은 그것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사울은 조울증적인 증상도 보입니다. 특히 우울한 상태에서는 자신과 환경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에서, 그의 우울증적인 성격도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분이 갑자기 좋아졌다가 갑자기 나빠졌다가 하는 식으로 변하는 모습들을 보면, 그가 아주 허약한 자존감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누구나 기분이 좋았다 나빴다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사울의 경우는 너무 변화가 심하고 비정상적입니다. 내면이 허약한 것입니다.

3)  사울의 분노는 ‘경계선 성격장애(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를 가진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극심한 분노를 보여줍니다.

사람은 누구나 장점이 있고 단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함께 예배를 드리고 교제를 하며 서로 어우러져 살 수 있는 것은, 서로의 약한 부분을 용납하고 수용하며 함께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관계가 나빠지는 주요 원인은 바로 상대방을 전체적으로 보지 않고 부분적인 것, 그것도 나쁜 점에만 집중하여 기분이 나빠지기 때문입니다.

‘경계선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의 특징이 바로 그것입니다. 상대방을 볼 때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이 약하고 나쁜 이미지만을 집중적으로 보게 되어, 그것으로 인해 심한 분노를 느끼고 폭발시키는 것입니다. 전체를 균형 있게 볼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며 정서적인 불안정과 낮은 자존감에서 오는 불안정을 느끼는 것이 ‘경계선 성격장애’의 특징입니다.

그런데 경계선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습니다. 부분만을 봅니다. 그러한 증상이 사울의 행동에서 분명하게 나타납니다. 다윗을 죽이려고 추격하던 사울을 다윗이 두 번이나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살려주었을 때, 사울은 금방 후회하면서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다시는 너를 추격하지 않겠다.”고 맹세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서 다시 다윗을 추격하며 죽이려 하는 그의 행동은 경계선 성격장애의 증상과 일치합니다.

경계선 성격장애의 증상을 보인다는 것은 자신의 내면이 허약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존감이 낮은 것입니다. 사울은 낮은 자존감과 허약한 내면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어느 정도는 이러한 ‘경계선 성격장애’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순간적으로 상대방의 나쁜 점이나 약점만을 보고 화가 나는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며 나아가야 아름다운 관계 속에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순간적으로 상대방의 나쁜 점 때문에 화가 날 수는 있지만, 곧 그 사람의 좋은 점도 보면서 괜찮다고 넘어가 주게 됩니다. 사실 사람은 누구나 100% 악한 사람도 없고 100% 선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상대방의 장점은 부각시키고 약점은 용납하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네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는 주님의 명령에 순종할 수가 없습니다.

4)  경계선 성격장애 증상과 연결되는 ‘자기애성 성격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의 증상이 사울의 분노에서 함께 드러납니다.

누구나 ‘자기가 아는 자기’가 있고, ‘남들이 보는 자기’가 있습니다. 두 가지가 일치하는 부분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아는 제가 있고, 여러분이 보시는 제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모르시는 저 자신의 모습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 어떻습니까? 여기 앞의 스크린에 지금 자기 마음에 들어 있는 것을 한 사람씩 차례로 죽 비춘다면 자신 있으십니까? 갑자기 집에 들이닥쳐서 여기저기 뒤진다면, 자신 있으십니까? 자신이 없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그렇게 진짜 자기가 있고, 남들이 모르는 자기가 있고, 또 남들이 잘못 알고 있는 자기도 있습니다. 남들이 모르는 자신의 모습은 누구나 있지만, 그 부분을 하나님 앞에서 바르게 하기 위해 애쓰며 나아가는 한 그것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남들이 잘못 알고 있는 자기를 진짜 자기로 착각하면 문제입니다.

사울이 그런 케이스입니다. 사울은 남들이 볼 때 외모도 뛰어나고 풍채도 좋아서 완전히 임금 감이라고 여겨졌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진짜 자기 모습은, 이스라엘의 왕으로 뽑혔을 때 겁을 먹고 짐들 사이에 숨어서 두려워하던 모습입니다(삼상 10:22).

그럼에도 사울은 그러한 자신의 진짜 모습을 하나님 앞에서 바르게 고치고 새롭게 하려고 하지 않고, 사람들의 칭찬에 도취되어 그것이 진짜 자기인 줄 알고 살았습니다. 남들이 인정해주니까 남들이 잘못 아는 자기 모습이 진짜 자기인 줄 알고 살았습니다. 허약한 내면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저 남들이 왕으로 받들어주니까 진짜 문제를 살짝 덮어둔 채 살았습니다. 그럴 때 오히려 자존감이 더 낮아집니다. 그것이 속에 쌓여 오다가 다윗의 등장과 여인들의 노래로 인해 폭발하며 드러난 것입니다.

거짓 자기를 진짜 자기인 줄 아는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의 주된 특징 중 하나가, 모든 관심이 자신에게 집중되어야 안심한다는 점입니다.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이 남들의 관심의 초점이 되지 못할 때, 관심을 받지 못했다는 수치심(shame)을 느끼게 되고, 자기 대신에 관심을 받는 대상에 대해 강한 질투심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수치심과 질투심이 분노로 표출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럴 때 다른 사람들은 왜 저 사람이 화를 내는지 잘 모를 수가 있습니다. 갑자기 화를 냅니다. 하지만 그 분노의 원인은 수치심과 질투심이고, 더 근본적으로는 자기애성 성격장애입니다. 사울이 그랬습니다. 여인들의 노래를 통해 사람들의 관심이 다윗에게 집중되는 것을 보게 되니까 수치심을 느꼈고, 더불어 다윗에 대해 강한 질투심을 느낀 것입니다.

“그 날 후로 사울이 다윗을 주목하였더라” (9절)

이 9절이 <새번역>에는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그 날부터 사울은 다윗을 시기하고 의심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니까 사울은 수치심과 질투심을 느끼며 분노한 것입니다.

조금 전 말씀을 시작하면서 언급했던 상사를 기억하십니까? 그는 허약한 내면을 가진 사람이었고,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자기애성 성경장애’를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부하 직원에게 집중되니까, 자기는 그렇지 못하다는 수치심을 느꼈고, 더 나아가 부하에 대한 질투심을 느끼게 되어 분노한 것입니다. 사울이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2.   사울의 핵심감정

사람에게는 누구나 ‘핵심감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핵심감정이란 삶의 초기에 생기는 감정들로, 한 사람의 삶을 이끌어가는 가장 핵심적인 감정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핵심감정이 기쁨입니다. 늘 기쁘고 즐겁습니다. 반면 다른 어떤 사람은 핵심감정이 우울입니다. 좋은 일이 있어도 시큰둥하고, 나쁜 일이 있으면 더 우울합니다.

8절을 다시 보면, 사울은 속으로 “다윗에게는 만만을 돌리고 내게는 청천만 돌리니 그의 더 얻을 것이 나라 밖에 무엇이냐?” 하고 생각했습니다. 이전에 다윗에 대해 말씀을 나눌 때 사울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살펴보았지만, 사울의 삶 전체를 보게 되면 그의 핵심감정은 크게 두 가지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  불안

사울의 첫 번째 핵심감정은 ‘불안’이었습니다. 적당한 불안은 미리 그것을 알고 잘 처리하면 성숙해지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사울이 경험한 불안은 실제로 느껴야 할 불안보다 더 지나친 수준이었습니다.

사무엘상 13장을 보면, 사울과 이스라엘 군대가 블레셋 사람들과 전쟁을 하는데 전세가 불리했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군인들 다수가 도망가서 숨었고, 사울과 함께 남아 있는 군인들도 모두 떨고 있었습니다. 그 전에 사무엘은 사울에게 7일을 기다리라고 했는데 시간이 되어도 사무엘이 오지 않으니까 군인들이 더욱 흩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사울은 불안한 마음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성급하게 자기가 함부로 제사를 드리는 죄를 범하고 말았습니다(13:8-9). 사울이 막 번제를 올리자마자 사무엘이 도착을 하여 사울은 야단을 맞습니다. 그리고 그의 불순종 때문에 그의 왕위가 계속되지 못할 것을 선언합니다.

그 후 17장에서 블레셋의 거인 장수 골리앗이 나와 위협을 가할 때도 사울은 불안했고 두려움에 떨었습니다(17:11). 오늘 본문의 상황에서도 사울은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강한 불안감을 느꼈습니다. 자신의 왕위가 위협을 받는다고 생각했을 때 그는 강한 불안을 느꼈고, 왕위를 위협한다고 생각되는 다윗을 죽이려 합니다.

“그가 스스로 이르기를 내가 다윗을 벽에 박으리라 하고 그 창을 던졌으나 다윗이 그 앞에서 두 번 피하였더라” (11절)

불안해지면 사람의 뇌는 평상시 작용하던 수준보다 기능을 못한다고 합니다. 특히 핵심감정이 불안이거나 낮은 자존감을 갖고 있는 사람의 뇌는 합리적이고 바른 사고를 할 수가 없습니다. 사울의 불안과 거기서 비롯된 열등의식과 질투심은 피해망상적인 ‘생각 장애(thought disorder)’ 수준까지 발전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그의 생각하는 능력은 충신과 적을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손상되었습니다. 누가 충신인지 누가 적인지를 구별하지 못합니다.

2)  수치심

사울의 또 다른 핵심감정은 바로 ‘수치심’입니다. 온 백성과 군사들이 보는 앞에서 골리앗에게 무력하게 수치를 당했던 사울은, 여인들의 노래에서도 수치심을 느꼈습니다. 백성들이 실제로 말한 것은 아니지만, 마치 그들이 자신에게 ‘사울이 왕이면서 골리앗 앞에서는 너무나 무능력하다.’라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또 ‘사울은 왕이지만 무기력한 왕이다. 우리의 실제 왕은 다윗이다.’라고 수군거리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그러자 그때 수치심을 느낀 것입니다.

사울의 수치심은 그가 건강한 내면을 가지지 못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증상입니다. 사실 그에게 적절한 수준의 수치심은 필요했습니다. 골리앗 앞에서 믿음으로 전투를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적절한 수치심을 느낌으로써 하나님 앞에 나아가 자신의 모습을 바르게 보고 새롭게 세울 수 있는 기회로 삼았더라면, 그는 신앙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사실 그러한 상태에 이르는 사람이 마음을 돌이킨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결국 수치심이나 열등감이 자기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파괴하는 공격성 에너지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사울에게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가끔 의처증이나 의부증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배우자를 의심하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두드러진 것이 바로 수치심입니다.

3.  허약한 내면의 비참한 결과

우리 크리스천의 삶에서 시선을 잘 고정하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우리의 눈을 상황에 고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뛰어넘어 역사하시는 하나님께 시선을 고정할 때 마음이 크게 요동하지 않고 믿음을 지킬 수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이 사실을 잘 표현했습니다.

“우리는 보이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봅니다. 보이는 것은 잠깐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하기 때문입니다.” (고후 4:18)

믿는 사람이 주목해야 할 대상은 힘 있어 보이는 사람이나 돈이나 환경이나 어떤 다른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하나님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사울은 시선을 잘못 고정시키고 말았습니다. 여인들의 노래에 귀가 고정된 것입니다. 음악을 반복해서 틀듯이 “사울은 천천, 다윗은 만만”이라는 노래가 계속해서 그의 귓가에 맴돌았던 것입니다.

사실 이전에 자기가 이스라엘의 첫 번째 왕이 될 것이라고 꿈이라도 꾸었습니까?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그에게 기름을 부으시고 왕으로 세우신 하나님, 그토록 자신에게 은혜를 베푸신 하나님께 자신의 시선을 고정시켰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에 귀를 고정시키지 못했습니다.

어디에 시선을 고정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이것에 대해 좋은 예가 베드로입니다. 예수님이 바다 위를 걸어오실 때 뱃속에 있는 제자들이 다 놀랐는데 베드로는 “주님이시라면 저에게 오라고 하십시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오라”고 하셨고, 베드로는 인류 역사상 유일하게(예수님 빼고) 물 위를 걸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성경을 보면 베드로가 바람이 부는 것을 보고 물에 빠졌다고 되어 있습니다. 시선을 주님께 고정시키고 나아갔을 때는 물 위를 걸었는데, 바람이 불고 풍랑이 이니까 그것을 보고 두려워하게 되자 물에 빠졌습니다.

우리는 주님께 시선을 고정시켜야 합니다. 부정적인 시선, 피해망상적인 시선, 질투심을 드러내는 시선은 결국 자기를 파멸로 몰아가는 자기 파괴적인 행동입니다. 사울이 다윗에게 질투심을 느끼는 시선을 계속 보냈다는 것은(9), 그가 자신의 내면을 볼 수 있는 눈이 없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이것은 방어기제의 하나인 ‘투사(projection)’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흔한 투사의 예는, 실패를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경쟁심과 승부욕이 강한 두 사람이 탁구를 칠 때 한 사람이 게임에서 지고 나서 패배를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말합니다. “오늘은 내가 컨디션이 안 좋아서 졌어.” 패배의 원인을 컨디션이 나쁜 탓으로 돌림으로써 자기가 실력이 없어서 졌다는 사실을 살짝 가리려 합니다.

또 두 어린이가 방에서 놀다가 할머니가 애지중지하시던 도자기를 깨뜨립니다. 그때 할머니 앞에서 서로 책임을 회피합니다. “너 때문이야.” “형 때문이야.” 자기 잘못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동생에게 또는 형에게 책임을 투사하는 겁니다. 미숙한 인격의 사람일수록 투사를 많이 사용합니다. 미성숙하고 허약한 내면을 가진 사람일수록 남의 탓을 많이 합니다.

“너는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를 보지 못하면서, 어떻게 남에게 ‘친구야, 내가 네 눈 속에 있는 티를 빼내 줄 테니 가만히 있어라’ 하고 말할 수 있겠느냐?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그리해야 그 때에 네가 똑똑히 보게 되어서, 남의 눈 속에 있는 티를 빼 줄 수 있을 것이다.” (눅 6:42)

이 예수님의 가르침은 인간의 투사 심리를 지적하신 말씀입니다. 자기 눈 속의 들보를 인정하지 못하고 부정하기 위해 남의 눈의 티를 과장해서 비난한다는 것입니다. 사울도 똑같았습니다. 자신의 눈 속에 있는 엄청나게 큰 들보는 보지 못하고 형제의 눈 속에 있는 작은 티만 발견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실제로 사울 자신의 내면에는 두려움과 분노와 시기심이 있는데, 그것의 진짜 원인을 발견하지 못한 채 외부대상인 다윗이 자신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는 다윗이 자신의 왕위를 시기하며 자신을 위협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을 두렵게 했던 골리앗을 향한 두려움이, 골리앗을 물리친 다윗에게로 연결되었습니다.

결국 사울의 증상은 점점 더 심각해지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순종하지 않는 죄를 계속해서 짓고 말았습니다. 그는 결국 길보아 산 전투에서 아들들과 같이 전사하고 맙니다. 성경은 그의 죽음에 대해 이렇게 말씀합니다.

“사울이 죽은 것은 여호와께 범죄하였기 때문이라”(대상 10:13)

사울이 약해서도 아니고 다른 이유도 아니고, 하나님께 범죄했기 때문에 죽었다고 성경은 평가합니다. 사울은 자신의 낮은 자존감을 인정하고 하나님께 자신의 약점을 고백하며 하나님께 도움을 요청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현실을 보는 그의 눈은 갈수록 더 약해졌고 점점 더 사람이 이상해졌습니다. 반면 다윗은 하나님과 동행하므로 승승장구하게 됩니다. 다윗은 점점 더 성숙해지고 강해져 갑니다.

“그 모든 일을 지혜롭게 행하니라 여호와께서 그와 함께 계시니라. 사울이 다윗의 크게 지혜롭게 행함을 보고 그를 두려워하였으나, 온 이스라엘과 유다는 다윗을 사랑하였으니 그가 자기들 앞에 출입함을 인함이었더라” (14-16절)

사울에게는 온 백성과 신하들이 좋게 여기는 다윗을 좋게 볼 수 있는 능력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다윗을 좋게 보는 사람들의 선의를 악의로 해석합니다. 나중에는 자신의 아들 요나단까지 믿지 못하고 죽이려고 듭니다. 아들인 요나단에게 아주 독설을 퍼붓습니다.

“패역무도한 계집의 소생아 네가 이새의 아들을 택한 것이 네 수치와 네 어미의 벌거벗은 수치 됨을 내가 어찌 알지 못하랴” (삼상 20:30)

이게 어떻게 아버지가 아들에게 할 말입니까? 이게 어떻게 왕이 왕자에게 할 말입니까? 그것을 넘어 심지어 아들 요나단에게도 단창을 던져 죽이려고 합니다(삼상 20:33).

[나가는 말]

우리가 허약한 내면이 아니라 건강한 내면을 가꾸고 건강한 자존감을 갖기 위해서는 기 비결이 다른 데 있지 않습니다. 시선을 하나님께 고정시켜야 가능합니다. 다른 것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시선을 고정시키고 나아갈 때 내면이 강해지고 바른 믿음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찬양 곡 중에 “시선”이라는 곡이 있습니다. 이 곡의 가사를 말씀드리며 마칠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