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있는 원수를 사랑하라”

(마태복음 5:43-48)

[들어가는 말]

어떤 목사님이 목회를 하면서 교회 지도자들이 자기에 대해 너무 이해를 못해주고 진심을 알아주지 않아서 속이 많이 상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울분과 서운함과 억울함을 느끼며 눈물로 기도하면서 하나님께 항의했습니다. “하나님, 사람들이 왜 이렇게 내 마음을 몰라주나요? 저들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한참을 울부짖으며 기도하는데, 갑자기 하나님께서 이런 마음을 주셨다고 합니다. ‘너 정말 네 속마음을 다른 사람들이 다 알기 원하니?’ 그래서 잠시 멈추고 생각해보니까, 사람들이 자기 속마음을 전부 다 알게 되면 그건 진짜로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기도를 멈췄다고 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알아주고 인정해주고 칭찬해주기를 원합니다. 특히 내 진심을 몰라줄 때 야속해하고 서운해 하며 더 나아가서는 분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직하게 자기 마음속을 들여다보면, 다른 사람들이 내 마음을 다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오히려 감사해야 할 정도입니다. 다른 사람이 알아주기를 원하는 것보다, 들통 나선 안 되는 것들이 마음속에 더 많기 때문입니다. 욕심, 이기심, 미움, 시기, 질투, 음욕.... 얼마나 많습니까. 그러니 내 마음을 사람들이 몰라준다고 너무 억울해하며 섭섭해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인간이 문명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것은 절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산다면 이 사회가 정말 혼란스러워질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것을 다 표현하지 않고 절제하면서 살아갑니다. 성경도 ‘절제(self control)’를 강조합니다.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 중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자기는 절제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속으로 꾹꾹 누르는 ‘억압(repression)’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긍정적인 감정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누구를 미워하거나 질투하거나 수치스러운 감정은 속으로 눌러서 억압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인생에서 여러 종류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남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보이기 위해 여러 가면들을 만들어 쓰고 다니면서, 가면 뒤에 숨어 있는 추하고, 못나고, 혐오스럽고, 음탕하고, 열등하고, 수치스럽고, 어두운 모습은 마치 자기에게 없는 것처럼 가리고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1.   잘못된 억압과 투사

조금 전에 어떤 목사님의 경우와 같이, 나의 속마음을 사람들이 다 알게 되면 큰일입니다. 그래서 그런 더럽고 추한 모습을 성령의 능력으로 해결하려 하면서 늘 주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려고 애쓴다면 그것은 절제의 삶이 됩니다. 하지만 그런 더럽고 추한 모습을 꾹꾹 눌러서 안에다 숨기고 그러지 않은 척하며 살아간다면, 그것이 억압입니다. 그러한 억압은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인도합니다.

내가 절제를 하고 있는지 억압을 하고 있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그것은 ‘투사(projection)’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다른 사람 탓, 환경 탓을 하며 산다면, 그것은 내 안에 있는 어두운 그림자, 즉 더럽고 추한 모습을 억압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예수님도 바로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보라 네 눈 속에 들보가 있는데 어찌하여 형제에게 말하기를 나로 네 눈 속에 있는 티를 빼게 하라 하겠느냐” (7:3-4)

예수님께서 활동하시던 그 당시 사람들은 예수님이 자라신 나사렛을 촌 동네라고 하며, 아주 형편없는 동네라고 깔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나사렛에서 메시야(구원자)가 나왔습니다. 온 우주의 주인이신 예수님은 화려하고 찬란한 예루살렘이 아니라, 베들레헴의 더러운 마구간에서 태어나셨고, 촌 동네인 나사렛에서 자라나셨습니다. 더러운 짐승들의 여물통에서 태어났다는 사실, 아주 작고 별 볼 일 없는 나사렛에서 자라났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나 숨기고 싶을 만한 수치스러운 배경입니다.

요한복음 1장에 보면, 빌립이 예수님을 만나고 나서 나다나엘에게 “모세가 율법책에 기록하였고 또 예언자들이 기록한 그분(메시야)을 우리가 만났다!”고 하며 “그분은 나사렛 출신으로, 요셉의 아들 예수다.”라고 말합니다. 그때 나다나엘이 곧장 이렇게 대답합니다.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날 수 있느냐?” 그런 곳에서는 메시야가 나올 수 없다고 굳게 믿을 정도로 나사렛은 아주 형편없는 곳이었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런 곳에서 자랐다는 사실은 남들에게 숨기고 싶은 어두운 그림자입니다. 그런 사실을 공개적으로 만천하에 드러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그런 출신 배경 때문에 자기를 쓰레기처럼 취급하고 무시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것을 개의치 않으셨습니다. 다 드러내셨습니다. 이것만 보아도, 예수님의 내면이 얼마나 건강하고 온전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의 강함이 아니라 약함을 사용하셔서 놀라운 역사를 이루시는 주님이십니다.

다른 사람에게 쓰레기 취급을 받거나 무시당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슬픈 현실은, 우리 인격에 그런 쓰레기 같은 면들이 많이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그런 더럽고 추한 것들을 안 보이게 꼭꼭 안에다 숨기고, 겉으로 남들 앞에 괜찮아 보이는 가면을 쓴 채 살아갑니다. 남들에게 무시당하고 상처를 받는 것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교회 안에든 밖이든, 가끔 보면 자기 이야기를 철저히 숨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특히 대도시에 가보면 자기를 소개할 때 통성명을 하면서 영어 이름을 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본명이 뭐냐고 물어보면 그냥 그걸로 알고 있으라고 하며 숨깁니다. 그런 식으로 너무 쉬쉬 하고, 비밀이 많습니다.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고 애쓰는데 안쓰러울 정도입니다. 기도제목도 솔직하게 내놓지 않고 피상적으로만 하며, 진지한 나눔을 되도록 피하려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할수록 자기 속에 더러운 쓰레기가 숨어 있다는 증거 밖에는 안 됩니다. 그래서 더욱 답답하고 안타깝습니다. 내놓아야 해결이 되는데 쓰레기를 안에다 쌓아 놓으니 그것이 나중에 썩어서 악취가 나고 아주 심각한 상황이 되고 맙니다.

그렇게 자신의 진짜 모습을 혹시라도 들킬까봐서 안에다 꼭꼭 숨겨놓는 것이 억압입니다. 억압은 더럽고 추한 자신의 어두운 그림자에 대한 소극적 반응입니다. 반면,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반응이 바로 투사입니다. 끊임없이 남의 탓, 환경 탓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자기 눈의 들보가 발각될까봐 누르고 숨기는 억압을 넘어서서, 아예 ‘너의 눈 속에 있는 티가 문제’라고 미리 선수 치면서 과장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인류의 역사는 바로 그런 어두운 그림자, 추한 쓰레기가 투사된 역사입니다. 남자는 여자에게, 크리스천은 무슬림에게, 백인은 흑인에게, 나치는 유대인에게 그렇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너무나 비극적이고 참혹했다는 것을 역사는 알려줍니다.

자신의 잘못된 모습, 어두운 그림자를 남에게 또 환경에게 투사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고 비극을 불러올 뿐입니다. 그래서 주님은 그렇게 속으로 억압하거나 남에게 투사하지 말고 자신을 돌아보라고 하십니다. 바로 그것이 오늘 말씀입니다.

“너희가 너희를 사랑하는 자를 사랑하면 무슨 상이 있으리요 세리도 이같이 아니하느냐. 또 너희가 너희 형제에게만 문안하면 남보다 더하는 것이 무엇이냐 이방인들도 이같이 아니하느냐” (46-47절)

나를 사랑하는 사람만 사랑하는 것은 세리도 하는 일입니다. 세리는 당시 죄인을 대표하는 직업입니다. 그러니까 이것은 누구나 하는 일이라는 겁니다. 또 자기 형제자매들에게만 인사를 하며 지내는 것은 이방인들도 한다고 하십니다. 즉 그런 것은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도 다 하는 일이라는 말입니다. 이것을 다른 측면으로 보면 무엇입니까?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배척하고, 나와 친한 사람이 아니면 인사도 안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은 ‘저 사람이 나를 미워하기 때문에 사랑하기가 불가능하다’라고 투사(남의 탓)를 하고, ‘저 사람이 내게 못되게 구니까 인사를 할 수 없다’고 투사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만 사랑하고, 친한 사람에게만 인사를 합니다. 여러분, 이것이 남의 이야기입니까? 바로 우리 자신의 이야기는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어두운 그림자가 많은 사람일수록 부정적 에너지를 밖으로 투사합니다. 쓰레기 같은 것들을 숨기고 사는 사람일수록 남의 탓, 환경 탓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적이 많고, 미운 사람이 많고, 원수가 많습니다. 관계가 순탄하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관계가 어려운 것은 그 사람 탓이고 환경 탓이라고 합니다.

2.   성령 충만을 통한 긍휼의 회복

오늘 본문 말씀은 유명한 말씀인 동시에, 지키기가 어려운 말씀이기도 합니다.

“또 네 이웃을 사랑하고 네 원수를 미워하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43-44절)

여기서 사용된 “사랑”이라는 단어의 헬라어 원어는 ‘아가페’입니다. 아가페는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에 사용되는 단어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그 사랑으로 사랑할 수 있을지, 그것도 어떻게 원수를 그렇게 사랑할 수 있을지, 한숨부터 나옵니다. 사소한 손해를 끼친 사람이나 조금만 서운하게 만든 사람도 미워하고 다시는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 우리 인간의 속성인데, 어떻게 이웃도 아니고 친한 사람도 아니고 원수를 하나님의 사랑으로 사랑할 수가 있습니까?

이것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먼저 성령 충만을 위하여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해야 합니다. 성령 충만이란, 무슨 뜨거운 능력을 받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성령 충만은 성령님의 온전한 지배를 받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한마디로, 주님의 명령에 따라 순종하며 사는 상태를 말합니다. 성령 충만할 때 원수도 사랑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우리는 성령 충만을 구해야 합니다.

그런데 원수도 사랑하기 위해서는, 그보다 먼저 이루어져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내면에 있는 어두운 그림자, 마음속의 더러운 쓰레기들을 정리하는 일입니다. 이것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기 자신을 바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성령 충만할 때 우리는 자신을 바로 이해하게 되고, 그럴 때 우리 내면의 더럽고 추한 쓰레기들이 정리되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렇게 될 때 놀랍게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만 아니라, 심지어 원수도 사랑할 수 있는 역사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원수를 사랑하라고 할 때의 그 사랑이 하나님의 사랑인 ‘아가페’인데, 그 아가페 사랑의 핵심이 뭔지 아십니까? 그것은 바로 ‘긍휼(compassion)’ 즉 ‘불쌍히 여기는 마음’입니다. 자기 자신을 긍휼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그런 눈으로 바라볼 수가 있게 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긍휼입니다. 자기를 긍휼의 눈으로,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하나님의 눈으로 자기를 바라본다는 말입니다.

내가 긍휼히 여기는 사람을 미워하며 해칠 수가 있습니까? 내가 불쌍히 여기는 사람에게 욕을 하거나 뒤에서 험담하거나 고소를 할 수가 있습니까? 지금 우리 사회가 겪는 수많은 고통의 원인은 바로 ‘긍휼의 부재’입니다. 긍휼이 너무 없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을 긍휼의 마음으로 보려면 자기 자신부터 긍휼의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어릴 때 읽었던 책에 “크리스마스의 선물”이라는 유명한 예화가 있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던 어느 해 크리스마스에 소수의 독일군과 영국군이 서로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날이 채 밝지도 않은 새벽 4시쯤 영국군 병사 하나가 고향을 생각하며 눈이 내리는 추운 참호 안에서 작은 소리로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노래를 불렀습니다. 조용한 새벽인데다 독일군 참호와 얼마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 노래 소리가 독일 군인들의 귀에도 들렸습니다. 그 찬송 소리를 들은 독일군 병사 하나도 그것을 따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서로 싸우며 대치하던 적군들이 크리스마스 캐럴을 함께 불렀습니다. 얼마 후 독일군과 영국군 소대장에게 같은 시간에 각각 본부에서 무전 연락이 왔습니다. “여기는 본부다. 적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보고하라!” 그러자 양쪽에 있는 독일군과 영국군 소대장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이렇게 외쳤습니다. “이곳에 적은 없다! 이곳에 적은 없다!”

그렇습니다. 적은 없습니다. 원수는 없습니다. 원수는 내가 만들어놓은 것입니다. 지금 나에게 원수가 있습니까? 내가 껄끄러워 하는 사람, 미워하는 사람, 꼴 보기 싫은 사람이 있습니까? 그쪽에서 뭔가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관계가 나빠졌을 수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은 내 안의 어두운 그림자, 내 마음속의 더러운 쓰레기들이 작용해서 그렇게 반응하게 된 것이 거의 틀림없습니다. 내 안에 어두운 그림자가 해결되었더라면, 내 마음속의 추한 쓰레기들이 깨끗하게 치워졌더라면, 그래도 내가 그렇게 반응을 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원래부터 내게 원수는 없습니다. 원수는 내가 만들어낸 것입니다. “목사님, 그런 소리 마세요. 전부 다 그 사람 잘못 때문이라고요!”라고 하시겠습니까?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럴 때 모든 사람이 그렇게 반응하지는 않습니다. 모든 사람이 최악의 상황에서 최악의 선택을 하지는 않습니다. 최선의 상황에서 최악의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고,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무슨 말입니까?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쓰레기가 그렇게 반응하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문제는 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내 안에 있는 어두운 그림자와 더러운 쓰레기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정리해야 합니다. 그럴 때 해결될 수 있습니다.

3.   우리를 치유하는 하나님의 사랑

사람이 마음에 상처를 가장 쉽게 받는 때가 언제라고 생각하십니까? 많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사람은 거절을 당할 때 가장 쉽게 마음에 상처를 입습니다. 밥을 잘못 먹어 속이 체할 때가 있는데, 거절을 당하면 마음이 체하고, 그것이 상처입니다. 그렇게 체한 마음을 뚫지 못하면 화병이 되고, 우울증이 되고, 심한 경우에는 나중에 심장병까지 되고, 심지어 암이 되기도 합니다. 마음이 그렇게 중요합니다.

그러한 상처를 치유하는 길은 무엇입니까? 사랑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받아주는 것, 무조건적으로 수용해주는 것입니다. 잘못을 저질러도 무조건 받아주라는 말이 아니라, 상처를 입었을 때 받아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우리 마음의 모든 상처를 치유하고 모든 더러운 쓰레기들을 정리할 수 있는 길은, 어떤 말재주나 인간의 상담 기술이 아니라 무조건 안아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그러한 하나님의 사랑이 분명하게 드러난 곳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입니다.

내면에 어두운 그림자가 없는 사람이나, 상처가 없는 사람이나, 두려움과 수치와 분노와 미움과 질투와 열등의식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는 각자 어두운 그림자가 있고, 더러운 쓰레기가 있고, 상처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상처받고 아픈 자들에게 주신 은혜의 선물이 바로 십자가입니다. 그래서 기도하며 십자가 밑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바로 그것이 참된 예배가 아니겠습니까.

어두운 그림자와 더러운 쓰레기와 상처들을 속에 숨기며 억압하지 말고, 다른 사람 탓, 환경 탓을 하며 투사하지도 말고, 모든 것을 다 가지고서 주님의 십자가 아래로 나아와야 합니다. 십자가 밑에 나아와 긍휼을 구하고, 은혜를 체험하며, 성령 충만을 받아야 합니다. 그럴 때 내면에 숨어 있는 은밀한 어두운 그림자를 가진 나의 모습을, 추하고 더러운 쓰레기를 가진 나 자신을, 긍휼히 여기면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품을 수 있게 되어 치유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어두운 그림자와 더러운 쓰레기를 가진 원수가 바로 내 안에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억압하거나 투사하며 살아가는 내 모습이 바로 내 안에 있는 원수입니다. 내 안에 있는 그 원수를 불쌍히 여기며 사랑하십시오. 그러면 밖에 있는 원수는 사라집니다. 왜 미워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사실은 쓰레기를 가지고 있는 자기를 미워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신을 자꾸 미워하지 말고 불쌍히 여기며 이해해주십시오. 그리고 자신을 속여서는 안 됩니다. 모든 마음의 병은 자신을 속이는 데서 시작됩니다. 자기 자신을 하나님의 눈으로 바라봐 주십시오. 그것이 긍휼이고 그것이 아가페 사랑입니다.

[나가는 말]

우리가 서로를 향해, 특히 자녀들을 향해 사용할 필요가 있는 세 마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을 잘 배워서 매일 실천하며 살게 되면 정말 놀라운 일들이 일어날 것입니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오죽했으면.”

그런데 우리는 보통 어떤 말들을 많이 합니까? “뭐가 그 따위야?” “뭐 하자는 거야?” “계속 그렇게 할 거야?” 하지만 그런 말이 아니라 이 세 가지를 사용해보십시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오죽했으면.”

그런데 잘 생각해보십시오. 이게 원래 누가 한 말입니까? 온갖 상처와 더러운 것들을 가지고 살던 우리 인생에게 주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배우자가 실수했을 때 한 번 써보십시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오죽했으면.” 그 말을 듣고 갑자기 눈물을 흘릴 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충격을 받아 얼어붙을 수도 있고, 심한 경우 쓰러질 수도 있습니다.

특히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자녀에게 이 세 가지 말들을 기억하시고 매일 실습해 보십시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오죽했으면.” 그 효과가 대단할 겁니다. 아이들이 잘못할 때 “으이그. 내가 그럴 줄 알았어. 계속 그래봐.”라고 하기보다, 저들을 믿어 주시고, 속아 주시고, 기다려 주십시오. 그러면 아이들은 돌아옵니다.

바로 이것이 하나님께서 우리들을 대해주시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하나님께서 바로 저와 여러분을 그렇게 믿어주시고, 다 알면서도 우리에게 속아주시고, 탕자의 아버지처럼 오래 기다려주셨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닙니까?

영어의 heal(치유하다), holy(거룩한), health(건강), whole(온전한)이라는 단어들은 같은 어원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치유된 사람은 거룩한 사람이고, 거룩한 사람은 전인적으로 건강한 사람이고, 전인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온전한 사람입니다. 바로 그것이 주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온전하심과 같이 너희도 온전하라” (48절)

하나님은 우리가 착한 사람이 되길 원하시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사람이 되길 원하십니다. 여기서 온전함이라는 것은 완벽한 것을 말하지 않습니다. 그럼 무엇입니까?

“이같이 한즉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아들이 되리니 이는 하나님이 그 해를 악인과 선인에게 비추시며 비를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에게 내려주심이라” (45절)

하나님께서 햇빛을 악인이든 선인이든 다 비추시고 비도 모두에게 내려주시는 것처럼, 나를 사랑하는 사람뿐 아니라 못되게 구는 사람도 똑같이 대하는 것입니다. 온전하다는 것은 편파적으로 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만 사랑하지 않고 누구든지 사랑하는 사람이 되는 것을 말합니다. 자신의 잘난 모습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못나고 추한 모습을 가진 자신을 긍휼히 여기며 주님의 눈과 마음으로 바라봐주는 사람이 온전한 사람입니다.

하나님의 긍휼과 사랑을 깨달을 때 내 안의 어두운 그림자와 온갖 더럽고 추한 쓰레기들은 더 이상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원수가 사라진 마음에는 원수가 생겨날 수가 없습니다. 그 평안한 마음에 복음의 씨, 사랑의 씨가 뿌려질 때 30배, 60배, 100배의 열매를 맺게 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씨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밭이 문제였던 것입니다.

내 안에 아직도 원수가 있습니까? 원수를 사랑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밖에 있는 원수들은 모두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내가 그들을 사랑하게 되기 때문에 원수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그런 놀라운 사랑의 역사가 우리 모두의 삶에 넘치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