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열가지 핵심 가르침> (4)
“숨어계신 아버지께 기도하라”
마태 Matthew 6:5-8
1. 어릴 적에 배운 기도
오늘은 기도에 대해 말씀을 나누려고 합니다. 저는 모태 신앙이지만 중학교 2학년때 교회에서 열린 부흥회에 참석했다 소위 ‘은혜 체험’이라는 것을 하고 본격적으로 신앙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신앙 생활을 했다’고 말하는 이유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제가 ‘기도생활’을 했기 때문입니다. 중학교 2 학년 학생이 기도생활을 해봐야 얼마나 했겠습니까? 하지만 나름 진지하게 기도하며 살려고 무진 애를 썼습니다.
우선 밥먹을 때 꼭 기도하기로 결심했지요. 그런데 집에서 식사기도 하는 것은 괜찮은데, 문제는 학교에서 점심을 먹을 때였습니다. 친구들 보기에 창피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게 식사기도하는 법을 개발했습니다. 4교시가 끝나는 종이 울리면 곧바로 피곤한척 책상에 엎드리는 겁니다. 그리고 그 순간에 잽싸게 ‘하나님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그것도 길게 느껴지만, ‘하.감.잘’하고 도시락을 꺼냅니다. 그래두 어린 것이 기도하려고 애쓰는게 어딥니까?
저녁때 자기 전에도 기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문제는 형이었습니다. 형이랑 한방을 썼는데, 제가 이불 위에서 무릎을 끓고 기도를 하려고 하면, “하나님도 주무시게 좀 나둬라” 그러질 않나,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큰 소리로 노래를 부릅니다. 그러면 저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간절히 기도합니다. “형의 죄를 용서해 주세요. 지금 저의 형은 자기가 무슨 죄를 저지르는지 모릅니다.” 사실 귀엽고 기특한 노력들이었지요.
제 생활 속에서는 기도를 이렇게 나약하게 했지만, 교회에서는 아주 쎼게 기도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때는 어른들이 모이는 금요 기도회가 있었고, 학생부가 토요일에 모여서 또 뜨겁게 기도하는 모임을 가졌습니다. 이런 모임에 열심히 참석하면서 제가 배운 기도의 세가지 자세가 있었습니다. 첫째는 목청껏 큰 소리로 기도하기, 둘째는 가능한 많이 길게 하기, 세째는 응답받을 때까지 끈질기게 기도하기입니다.
‘큰 소리로 기도하기’는 주여삼창으로 대표됩니다. 큰 소리로 ‘주여! 주여! 주여!’ 세번 부르짖고 간절히 기도합니다. 큰 목소리들이 뒤섞여서 예배당은 난리가 나지요. ‘많이 길게’ 기도해야 하는 이유는 ‘기도의 분량을 채워야하기 때문’이라고 배웠습니다. 기도의 일정한 양을 채워야 하나님이 응답해 주신다는 겁니다. ‘응답받을 때까지 끈질기게’ 기도해야 하는 이유는 야곱이 얍복 강가에서 환도뼈가 부러질때까지 기도해서 응답받았기 때문입니다.
2. 바리새인과 이방인들의 기도
그런데 제가 다니던 교회만 이렇게 가르친게 아닙니다. 그 당시 한국교회는 어디가나 이렇게 가르쳤습니다. 그러나 ‘큰소리로, 길게, 끈질기게’로 요약할 수 있는 이같은 기도의 태도는 나중에 한국 교회에 심각한 후유증을 낳게 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큰 소리로, 길게, 끈질기게’ 기도하면 반드시 응답받을 수 있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기도가 자기의 바램이나 욕심을 성취하는 수단처럼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저는 이 세 가지 기도 자세에 대해 예수님이 언급하셨다는 것을 알고 깜짝놀랐습니다. 오늘 본문이 바로 그 부분입니다. 예수님은 바리새인들이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회당과 큰 길 모퉁이에 서서 큰 소리로 기도하길 좋아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본래 바리새인들은 회당에서 하루에 세번 규칙적으로 기도했는데, 나중에는 큰 길가까지 나와서 가능한 큰 목소리로 기도했습니다. 예수님은 그렇게 기도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예수님은 이방인들의 기도 습관을 예로 들면서, 그들은 빈말을 되풀이 해서 기도하는 버릇이 있고, 또 말을 길게 많이 해야만 하나님이 들어주시는 줄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사실 기도를 많이 한다는 말은 좀 이상한 말입니다. 기도는 ‘양’(quantity)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짧게 해도 좋은 기도가 될 수 있고, 길게 해도 헛 기도가 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기도를 많이 하거나 길게 해야만 들어주시는 분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그렇게 기도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또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은 너희가 구하기 전에 이미 너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계신다.” 응답받을 때까지 끈질기게 부르짖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을 민망하게 만드는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끈질기게 욕심껏 기도하는 사람들을 실로 허탈하게 만드는 말씀입니다. 여기서 질문이 생깁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무 것도 구할 필요가 없을까요? 무언가 해결해 달라고 기도해선 안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의 필요를 다 아신다고 해도 우리는 주님께 구하는 기도를 드려야 합니다. 삶의 자잘한 바램이나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기도하는 것은 잘못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지으신 아버지시고, 우리는 살면서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주님께 도움을 청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것은 작고 연약한 자녀가 크신 아버지를 겸손하게 의지하는 방식이며, 또 우리는 이렇게 자잘은 소원을 아뢰는 방식으로 하나님과 연결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큰 소리로, 길게, 끈질기게’ 기도하는 습관은 자칫 겸손하기보다 욕심에 찬 기도가 될 수 있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관심보다 내 바램에만 포커스가 맞춰지기 때문이죠. 우린 좀더 건강하고 성숙하게 하나님과 연결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런 기도 없을까요? 예수님에게서 배웁시다.
3. 예수님의 기도
예수님은 오늘 본문 6절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기도할 때에,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서, 숨어서 계시는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이 말씀은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이지만 예수님 스스로 공생애 기간동안 변함없이 지키셨던 기도의 원칙이었습니다. 공생애가 시작되는 광야에서 40일간 기도하실 때 그렇게 하셨고, 공생애 사역 중에 수시로 조용한 곳을 찾아 홀로 기도하셨습니다. 그리고 공생애를 마무리하는 결정적인 순간, 겟세마네에서도 주님은 이 원칙을 따라 기도하셨습니다. 이 과정을 잠간 살펴 봅시다.
1) 공생애의 시작, 광야에서
예수께서 세례를 받으시고 성령에 사로잡혀서 광야로 가셨을 때 공생애는 시작되었습니다. 주님은 기도하러 광야로 가셨습니다. 광야는 사람이 살지 않는 곳입니다. 텅빈 곳입니다. 왜 예수님은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셔서 기도했을까요? 아무도 없는 곳에만 존재하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벌거벗은 나’, 그리고 ‘피할 수 없는 하나님’입니다. ‘피할 수 없는 하나님 앞에 벌거벗은 채로 서야만 하는 곳’, 광야는 바로 그런 곳입니다.
예수님은 광야에서 벌거벗은 채 하나님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독대하는 시간을 가지셨습니다. 여기서 예수님은 인간 내면에 숨겨져 있는 가장 근본적이고 내밀한 ‘욕망/유혹’과 마주하셨고, 결국 그것을 극복하셨습니다. 자기 자신을 완전히 비우고 하나님과 더 깊은 일치를 이루셨습니다. 이 광야에서 예수님은 자신이 누구이고, 세상에서 해야할 일이 무엇이며,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분명히 깨달았습니다.
2) 공생애 동안, 한적한 곳에서
예수님은 공생애 기간 동안 끊임없이 몰려드는 사람들을 만나서 고쳐주고, 위로하고, 대화하고 가르치는 쉴틈 없는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이렇게 분주한 중애도 예수님은 꾸준히 ‘한적한 곳’을 찾으셨습니다. 늘 함께 다니는 제자들조차 따로 머물게 하시고, 홀로 있는 시간을 가지셨습니다. 이 시간이 예수님에게는 대단히 중요했습니다. 이때 주님은 바쁘게 보내는 동안 놓칠 수도 있는 하나님과의 연결의 끈을 다시 찾았습니다. 거기서 다시 본래의 마음을 회복하고 가다듬었습니다.
기적을 일으키고 나면 무수한 사람들이 예수님을 만나려고 했습니다. 병든 사람을 고쳐주면 동네 사람들, 친인척을 전부 앞세워 예수님을 만나러 왔습니다. 나중에는 사람들이 예수님을 왕으로 추대하려고 할 정도로 엄청난 반응을 일으켰습니다. 그때마다 어김없이 예수님은 거기서 벗어나서 조용한 곳으로 가셔서 기도하셨습니다. ‘한적한 곳’은 사람들의 환호와 갈채를 물리치고, 자신의 욕망을 씻어내는 장소였습니다. 거기서 주님은 다시 하나님을 조용히 마주하셨습니다.
3) 공생애의 끝, 겟세마네에서
예수님은 공생애의 마지막 순간, 정말 십자가의 길을 가야 하는지, 죽음의 잔을 꼭 마셔야 하는지 선택해야 하는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 의논하지 않았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을 찾아가 묻지 않았습니다. 하나님 외에는 아무도 없는 곳, 그래서 자기 속에 숨겨져 있는 모든 것을 다 드러내고, 하나님의 뜻이 어디 있는지 진지하게 물어볼 수 있는 곳으로 가셨습니다. 바로 겟세마네 동산입니다. 땀방울이 피방울이 되도록 간절함으로 하나님 앞에 앉아 계셨습니다.
겟세마네는 어떤 곳입니까? 할수만 있다면 이 잔을 제게서 치워 달라고 인간적인 바램을 거짓 없이 쏟아 놓던 곳입니다. 그러나 내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 뜻대로 하시라고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던 곳입니다. 솔직하게 자신의 깊은 곳에 있는 마음을 하나님께 보여 드리되, 끝내 하나님의 뜻을 따를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달라고 기도하던 곳입니다. 그래서 결국 십자가의 길, 그 거룩한 죽음의 길을 걸어갈 수 있는 놀라운 힘을 얻었던 곳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지금 예수님의 공생애를 가능하게 했던 시작과 중간과 끝을 전부 살펴보았는데, 그것은 결국 ‘광야에서의 기도, 한적한 곳에서의 기도, 겟세마네의 기도’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도들 속에 뚜렷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언제나 홀로 조용한 곳으로 가셔서, 자신을 내려놓고 완전히 벌거벗은 채, 하나님을 정면으로 마주하셨다는 점입니다. 예수님에게 광야, 한적한 곳, 겟세마네는 ‘문을 닫고 들어가 숨어 계신 아버지께 기도하는 골방’이었습니다.
왜 예수님이 우리에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숨어계신 아버지께 기도하라”고 말씀하셨는지 알것 같지 않습니까? 이것이 예수님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기도의 자세입니다. ‘골방에 들어간다’는 것은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공간을 찾는 것입니다. ‘문을 닫는다’는 것은 복잡한 일상, 근심과 걱정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숨어 계신 아버지께 기도한다’는 것은 은밀하고 신비한 하나님 앞에 무장을 해제하고 가만히 머무는 것입니다. 이런 기도 해보신 적 있으십니까? 이것을 가장 잘 담아낸 기도가 바로 ‘관상기도’입니다.
4. 관상 기도에 대하여
말로하는 기도는 내가 원하는 바를 하나님께 아뢸 수는 있지만, 하나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바를 알기는 어렵습니다. 말로하는 기도는 내 생각과 말을 하나님께 일방적으로 쏟아내지만, 하나님의 생각과 하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일 수가 없습니다. ‘큰 소리로, 많이 길게, 끈질기게’ 쏟아내는 기도는 하나님의 뜻보다는 ‘내 뜻, 내 바램, 내 욕망’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기도의 핵심은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내게 원하시는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기도의 핵심은 내 생각을 일방적으로 아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생각에 귀기울이는 것입니다. 기도의 핵심은 ‘내뜻, 내 바램, 내 욕망’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바램, 하나님의 갈망’을 깨닫는 것입니다. 기도의 핵심은 내가 내 뜻대로 하나님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나를 조정하시도록, 당신의 뜻대로 하시도록 내어 맡기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을 그치고 침묵 속에서 하나님께 귀기울이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내 생각과 의지를 내려놓고 조용히 하나님 안에 머무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내가 하나님을 변화시키려 말고 하나님이 나를 변화시키도록 내어 맡기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입을 닫고 가슴을 열어야 합니다. 말을 그치고 영혼을 움직여야 합니다. 습관적인 생각을 멈추고 진실한 마음을 끌어 올려야 합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관상기도 훈련’입니다. 저는 여러분과 함께 이 기도를 제대로 배워보고 싶습니다. 부활절 지나서 5월 초에 관상기도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여러분 모두 참석하셔서 좋은 배움과 훈련의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따라서 오늘 저는 관상기도에 대해 더 이상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숨어 계신 아버지께 기도하는 가장 좋은 기도의 방식이 바로 ‘관상기도’라고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하겠습니다.
<예수님의 열가지 핵심 가르침> 네번째 시간, 우리는 오늘 기도에 대한 예수님의 가르침을 배웠습니다. 연약한 인간 존재로서, 우리는 전능하신 하나님 앞에 무엇이든 구하고 도움을 청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기도가 때로는 너무나 이기적이고, 내 관심사에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어서 우리의 영적 성장을 가로막을뿐 아니라, 심지어 하나님과의 관계까지 망치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보다 더 건강하고 성숙한 기도를 배워야 합니다.
그것은 골방에 들어가서 문을 닫고 숨어 계신 아버지께 드리는 기도입니다. 조용한 곳으로 가십시오. 근심과 걱정, 분주한 생각들을 멈추십시오. 입을 닫고 말을 그치십시오. 거기서 무장을 해제하고 벌거벗은 채 하나님 앞에 서십시오. 하나님의 정면을 바라보고 가만히 계십시오. 하나님을 깊이 신뢰하면서 거기 잠시 머무십시오. 더이상 우리가 할 일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냥 그 품안에서 쉬는 것입니다. 잠시후 그 골방에서 나올 때 우리는 말로할 수 없는 평화와 놀라운 자신감을 얻게 될 것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알게 될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