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열가지 핵심 가르침> (2)

“그들보다 의로워야 한다”

마태 Matthew 5:17-20

오늘 본문의 마지막절은 이와 같습니다. “너희의 의가 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의 의보다 낫지 않으면, 너희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이 문장을 살짝 달리 표현해서 오늘 설교 제목을 ‘그들보다 의로워야 한다’라고 정했습니다. 여기서 그들은 누구입니까? 서기관과 바리새파 사람들이지요. 왜 예수님은 그들보다 의로워야 한다고 말씀하셨을까요? 그들보다 의로워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먼저 짚어보는 것으로 오늘 말씀을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살펴보겠습니다. 로마 제국 이전에 헬라 제국이 유대인들을 다스렸습니다. 헬라 제국의 안티오커스 황제는 강력한 헬라화 정책을 펼치기 위해서 유대교에 무자비한 탄압을 가합니다. 성전을 더럽히기 위해서 지성소에 돼지 피를 뿌리고 제우스 신상을 세웠습니다. 이같은 탄압이 지속되자 기원전 167년에 마카비 가문을 중심으로 팔레스틴 전역에서 무장 봉기가 일어났고, 3년만에 헬라 제국은 유대인들의 통치를 포기하게 됩니다.

이 사건을 ‘마카비 혁명’이라고 부르는데, 이스라엘은 바벨론, 페르시아, 헬라와 같은 제국의 연이은 지배 하에 살다가 약 500년만에 독립을 맞은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독립을 누린 기간은 길지 않습니다. 로마제국이 등장할 때까지 약 100년 정도 지속되는데, 이 기간동안 유대인들은 먼저 유대교를 전면적으로 쇄신합니다. 지난 500년간 제국의 기나긴 통치를 받은 이유가 하나님 앞에 의롭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믿은 까닭입니다.

이 유대교 쇄신 운동의 주역이 바로 ‘바리새파 사람들’입니다. ‘바리새(Pharisees)’라는 단어는 ‘분리되다, 구별되다’라는 뜻입니다. 헬라제국에 의해 성전이 더럽혀진 후에 그들은 유대교 신앙의 본질을 지키고, 마카비 전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람들로서 정통성을 이어왔다는 자부심과 구별된 자라는 의식을 가졌습니다. 이들은 성경을 폭넓게 연구하면서, 기존의 토라(오경)에다가 지혜서와 예언서, 역사서를 통합한 오늘날의 히브리 성경(구약 성경)을 편집합니다.

유대 사회에서 제사장과 사두개파가 엘리트적인 최고의 종교 귀족이었던데 반해서, 바리새파는 평민들이 어떻게 신앙생활을 잘 하도록 도울지에 많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이 목적을 위해 두 가지 일을 했는데, 첫째는 히브리 성경을 평민들도 읽을 수 있도록 부지런히 성경 필사하는 일을 했고, 둘째는 말씀을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가이드 라인’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여기서 성경을 필사하고, 말씀을 실천할 가이드 라인을 만드는 사람이 바로 ‘서기관’(율법 학자)입니다.

그래서 서기관과 바리새파 사람들은 우리가 아는 것과는 달리 당시 많은 백성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았고, 유대 백성들의 종교적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습니다. 신실한 신앙인들은 모두 바리새인처럼 살기를 원했습니다. 니고데모도 바울도 바리새파 출신이었습니다. 나중에 로마에 의해서 예루살렘 성전이 무너진 이후로 유대교 안에는 바리새파 외에 모든 종파가 사라집니다. 따라서 그들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세련된 형태의 유대교의 틀을 만든 주인공들입니다.

그렇다면 왜 예수님은 그들을 비판하셨을까요? 문제는 말씀을 삶 속에서 실천하도록 만든 그 가이드 라인에 있었습니다. 그 가이드 라인을 ‘규례와 정결례’라고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말씀을 거룩하게 지키고 하나님 앞에서 정결한 일인지 규정해 놓은 일종의 법조문인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세세한 규정들을 만들어 갔고, 이것이 예수님 당시에는 거의 삶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시하고 억압하는 족쇄처럼 변질되어 버렸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외출했다가 들어오면 손을 반드시 씻어야 합니다. 피 묻은 음식을 먹거나 만져서는 절대 안됩니다. 따라서 월경 중의 여인은 가족을 피해 있어야 합니다. 피부병, 혈관 질환, 문둥병, 소경, 앉은뱅이, 신체 장애를 가진 사람은 무조건 부정한 사람이어서 접촉해서는 안되고,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다가오면 자신들과 접촉 못하도록 멀리서 ‘부정하다. 부정하다’고 외쳐야 합니다. 세리, 산파, 장례사, 창녀도 부정한 사람입니다. 이들과 함께 밥을 먹어선 안됩니다.

또 안식일을 지키는 기준도 규정해 놓았습니다. 금요일 저녁 해질 때 노을이 불그스름 할 때까지 일하는건 괜찮지만, 회색 빛으로 변할때 까지 일하면 위반입니다. 해놓은 음식을 먹는건 괜찮은데 음식을 데피려고 불을 지피면 위반입니다. 몇파운드 이하를 드는 것은 괜찮지만 그 이상을 들어 옮기면 위반입니다. 안식일에 벽이 무너져 가축이 깔리면 구조할 수 없습니다. 만약 사람이 깔렸으면, 생명이 위독할때만 구조할 수 있고, 바로 죽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을 구조하면 안됩니다.

이처럼 세세하게 규정해 놓은 ‘규례와 정결례’를 위반하면 부정한 사람이 되고, 그와 접촉한 사람도 부정해집니다. 그러면 일정기간 성전 제사를 드리지 못하게 되는데, 그것은 공동체에서 제외된다는 의미였고, 유대 사회에서 고립되는 것이기 때문에, 규례와 정결례를 지키는 일은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규례와 정결례’의 내용을 결정하는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은 ‘거룩함과 의의 상징’이 되었고 새로운 종교 권력으로 변질되어 버렸습니다.

예수님 당시 이런 행태는 절정에 달해 있었고, 예수님은 공생애 기간 내내 서기관과 바리새파가 규정해 놓은 규례와 정결례를 의도적으로 끊임없이 위반합니다. 그 허위 의식을 고발하기 위한 행동이었습니다. 예수께서 ‘그들보다 더 의로워야 한다’고 말씀하신 이유는 서기관과 바리새파의 의가 ‘껍데기 의’였기 때문입니다. 더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의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보다 의로워야 한다’는 예수님의 말씀은 정확히 말하면 그들보다 의의 수준이 더 높아야 한다거나, 더 완벽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껍데기 의, 그들이 의로워지기 위해 취하는 위선적인 방식을 따라서는 안되며, ‘진정으로, 제대로’ 의로워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진정으로, 제대로 의로워질 수 있을까요? 그 길을 찾기 위해서는 오늘 본문에 이어서 뒷부분에 전개되는 말씀을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5장 21-48절까지 긴 말씀이 이어지지만, 사실 이 부분은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과 떼어 읽으면 안되는 깊은 연관성을 가진 말씀입니다. 이 부분을 흔히 예수님의 ‘대립 명제’라고 부릅니다. 우선 율법의 대표적인 규정을 제시한 후에 ‘그러나 나는 말한다’라는 말로 반대되는 입장에서 그것과 대립되는 말씀을 던지는 패턴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율법은 살인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말한다. 형제자매에게 성내는 사람은 심판을 받을 것이다. 율법은 간음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말한다. 음욕을 품는 사람은 이미 그 여자를 범한 것이다. 율법은 거짓 맹세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말한다. 도무지 맹세하지 말라. 율법은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으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말한다. 오른 빰을 치거든 왼 뺨도 돌려대라. 율법은 이웃을 사랑하고 원수를 미워하라고 했지만 나는 말한다. 원수를 사랑하라.’

이것을 ‘철저 윤리’라고도 합니다. 여러분 가운데 예수님의 이 ‘철저 윤리’를 지킬 수 있는 분 계십니까? 차라리 바리새인들의 까다로운 율법을 지키는게 더 쉬워 보입니다. 이것은 우리더러 완벽해지라는 것이고, 성인이 되라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사실상 가능하지 않은 윤리입니다. 그렇다면 대체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왜 주님은 하라고 하셨을까요? 바로 이것이 포인트입니다. 내 힘과 내 의지로는 한터럭도 의로워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내 힘과 내 의지, 내 지혜와 내 경험, 내 생각과 내 판단은 어느 정도 도움이 됩니다. 어쩌면 꽤 많은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인생을 바르게 살아가기 위해서, 인생을 하나님이 원하시는 방식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그리고 인생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이것만으로는 도무지 가능하지 않습니다. ‘나의 힘’이 아닌 ‘나를 지으신 분의 힘’이 필요합니다. 나를 지으신 분의 힘을 우리는 다른 말로 ‘은혜’라고 부릅니다. 은혜!

수다쟁이가 변화되기를 원한다고 합시다.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면 될까요? 마음 속에 생각의 수다가 그치지 않는한 소용없는 짓입니다. 툭하면 소리지르고 성을 내는 사람이 변화를 원한다고 합시다. 화날때마다 들판으로 나가 소리지르면 도움이 될까요?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으로 마음이 다스려지지 않는 한 소용이 없습니다. 억지로 외적인 행위를 다스려봐야 아무 소용없습니다. 내면이 다스려져야 합니다. 제가 아는 한 사람의 내면을 만지고 변화시키는 힘은 은혜 뿐입니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일어날 때 내 힘으로 어떻게 화를 참을 수 있습니까? 음란한 마음에 사로잡힌 성 중독자가 어떻게 자기 힘으로 성 충동을 억제합니까? 내 뺨을 때리고 모욕을 주고 고소해서 속옷까지 빼앗으려는 사람을 어떻게 내 힘으로 용서할 수 있습니까? 끝없이 나를 괴롭히는 원수를 어떻게 내 힘으로 사랑할 수 있습니까? 이걸 어떻게 하라는 말입니까? 내 힘으로 하지 말라는 겁니다. 내가 아니라 내 안에 있는 하나님의 힘, 은혜의 힘으로 하라는 것입니다.

결국 ‘그들보다 의로워야 한다’는 예수님의 말씀은 ‘은혜 안에서 살아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내가 아니라 내 안에 있는 은혜만이 분노를 이길 수 있습니다. 내가 아니라 내 안에 있는 은혜만이 음욕을 물리칠 수 있습니다. 내가 아니라 나를 사로잡은 은혜가 원수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내 힘, 내 지혜, 내 경험, 내 생각이 내 인생을 끌고가지 못하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은혜가 여러분의 삶을 끌고 가게 하시기 바랍니다. 왜냐하면 은혜 아니면 우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은혜 안에서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눈을 뜰 필요가 있습니다. 내 부족함에 눈을 뜨고, 내 힘과 지혜가 모자라다는 사실에 눈을 뜨고, 내 능력이 부끄러운 것이라는 사실에 눈을 뜨고, 내가 걸어온 길이 잘못된 길이었음에 눈을 뜨는 것입니다. 다른 한편 내 인생이 내 힘 만으로 살아온게 아니라는 사실에 눈을 뜨고, 내가 살아온 삶이 우연히 여기까지 온게 아니라는 것에 눈을 뜨고, 나를 살게 하신 분의 은혜 없이는 온전히 살 수 없었음에 눈을 뜨는 것입니다.

예수믿는 사람을 핍박했던 사울은 다메섹 도상에서 주님을 만나고 눈이 멀어 버립니다. 그리고 얼마 후에 눈에서 비늘에 떨어지면서 다시 눈을 뜹니다. 이제 이전에 보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이전에는 바리새파 최고의 엘리트 답게 자기 힘과 의지로 의로워질 수 있다고 믿었었지만, 이제 눈을 뜨고 새 사람이 되어 새롭게 고백합니다. 나의 나됨은 오직 주님의 은혜라! 오늘 찬양대가 불러준 찬양의 곡 제목이 <은혜 아니면>입니다. 가사를 잠간 소개하겠습니다.

은혜 아니면, 나 아무 것도 아니요. 캄캄한 내 마음을 환희 밝혀 주소서. 나의 연약함 주 앞에 내려 놓길 원하네. 오, 나의 주여 나를 받아 주소서. 은혜 아니면 나 서지 못하네. 내 연약함 아시는 주님 바라봅니다. 은혜 아니면 나 아무 것도 아닌 것을 나는 확실히, 나는 확실히 아네.

여러분, 우리 목적은 단지 그들보다 의로워지는데 있지 않습니다. 그들보다 의로워지는 유일한 길은 주님의 은혜에 내 삶을 맡기는 길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내 안에 있는 하나님의 힘이 내 힘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었던 일들을 하게 하실 것입니다. 내 힘으론 결코 견딜 수 없는 어려움을 견디게 하실 것입니다. 내 힘으로는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하게 하실 것입니다. 여기 ‘내 힘’과 ‘나를 지으신 분의 힘’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힘을 가지고 여러분의 인생을 살아가시겠습니습니까? 나를 지으신 분의 힘, 하나님의 은혜에 우리 인생을 맡깁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