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나보다 옳도다

창세기38:1-30
1 그 후에 유다가 자기 형제에게서 내려가서 아둘람 사람 히라에게로 나아가니라 2 유다가 거기서 가나안 사람 수아라 하는 자의 딸을 보고 그를 취하여 동침하니 3 그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매 유다가 그 이름을 엘이라 하니라 4 그가 다시 잉태하여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오난이라 하고 5 그가 또 다시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셀라라 하니라 그가 셀라를 낳을 때에 유다는 거십에 있었더라 6 유다가 장자 엘을 위하여 아내를 취하니 그 이름은 다말이더라 7 유다의 장자 엘이 여호와 목전에 악하므로 여호와께서 그를 죽이신지라 8 유다가 오난에게 이르되 네 형수에게로 들어가서 남편의 아우의 본분을 행하여 네 형을 위하여 씨가 있게 하라 9 오난이 그 씨가 자기 것이 되지 않을 줄 알므로 형수에게 들어갔을 때에 형에게 아들을 얻게 아니하려고 땅에 설정하매 10 그 일이 여호와 목전에 악하므로 여호와께서 그도 죽이시니 11 유다가 그 며느리 다말에게 이르되 수절하고 네 아비 집에 있어서 내 아들 셀라가 장성하기를 기다리라 하니 셀라도 그 형들같이 죽을까 염려함이라 다말이 가서 그 아비 집에 있으니라 12 얼마 후에 유다의 아내 수아의 딸이 죽은지라 유다가 위로를 받은 후에 그 친구 아둘람 사람 히라와 함께 딤나로 올라가서 자기 양털 깎는 자에게 이르렀더니 13 혹이 다말에게 고하되 네 시부가 자기 양털을 깎으려고 딤나에 올라왔다 한지라 14 그가 그 과부의 의복을 벗고 면박으로 얼굴을 가리고 몸을 휩싸고 딤나 길 곁 에나임 문에 앉으니 이는 셀라가 장성함을 보았어도 자기를 그의 아내로 주지 않음을 인함이라 15 그가 얼굴을 가리웠으므로 유다가 그를 보고 창녀로 여겨 16 길 곁으로 그에게 나아가 가로되 청컨대 나로 네게 들어가게 하라 하니 그 자부인 줄 알지 못하였음이라 그가 가로되 당신이 무엇을 주고 내게 들어오려느냐 17 유다가 가로되 내가 내 떼에서 염소 새끼를 주리라 그가 가로되 당신이 그것을 줄 때까지 약조물을 주겠느냐 18 유다가 가로되 무슨 약조물을 네게 주랴 그가 가로되 당신의 도장과 그 끈과 당신의 손에 있는 지팡이로 하라 유다가 그것들을 그에게 주고 그에게로 들어갔더니 그가 유다로 말미암아 잉태하였더라 19 그가 일어나 떠나가서 그 면박을 벗고 과부의 의복을 도로 입으니라 20 유다가 그 친구 아둘람 사람의 손에 부탁하여 염소 새끼를 보내고 그 여인의 손에서 약조물을 찾으려 하였으나 그가 그 여인을 찾지 못한지라 21 그가 그 곳 사람에게 물어 가로되 길 곁 에나임에 있던 창녀가 어디 있느냐 그들이 가로되 여기는 창녀가 없느니라 22 그가 유다에게로 돌아와 가로되 내가 그를 찾지 못하고 그 곳 사람도 이르기를 여기는 창녀가 없다 하더라 23 유다가 가로되 그로 그것을 가지게 두라 우리가 부끄러움을 당할까 하노라 내가 이 염소 새끼를 보내었으나 그대가 그를 찾지 못하였느니라 24 석 달쯤 후에 혹이 유다에게 고하여 가로되 네 며느리 다말이 행음하였고 그 행음함을 인하여 잉태하였느니라 유다가 가로되 그를 끌어내어 불사르라 25 여인이 끌려나갈 때에 보내어 시부에게 이르되 이 물건 임자로 말미암아 잉태하였나이다 청컨대 보소서 이 도장과 그 끈과 지팡이가 뉘 것이니이까 한지라 26 유다가 그것들을 알아보고 가로되 그는 나보다 옳도다 내가 그를 내 아들 셀라에게 주지 아니하였음이로다 하고 다시는 그를 가까이 하지 아니하였더라 27 임산하여 보니 쌍태라 28 해산할 때에 손이 나오는지라 산파가 가로되 이는 먼저 나온 자라 하고 홍사를 가져 그 손에 매었더니 29 그 손을 도로 들이며 그 형제가 나오는지라 산파가 가로되 네가 어찌하여 터치고 나오느냐 한 고로 그 이름을 베레스라 불렀고 30 그 형제 곧 손에 홍사 있는 자가 뒤에 나오니 그 이름을 세라라 불렀더라

마태복음은 예수님의 족보로 시작합니다. 누구는 누구를 낳고 하며 죽 이어집니다. 흔히 족보는 남자들의 이름만 언급됩니다. 예수님의 족보가 특이한 것은 네 명의 여자가 언급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의 주인공인 다말, 여리고성을 정복할 때 도움을 주었던 기생 라합, 이방 여인이었던 룻, 그리고 다윗과 불륜을 행했던 우리야의 아내입니다. 우리야의 아내는 밧세바인데 밧세바라는 이름을 언급하지 않고 그 남편의 이름인 우리야를 언급합니다. 네 명 모두 이방 여인들로 그 출신이 변변하지 않습니다. 영웅적인 행동에 의해서 믿음의 조상의 반열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좀 수치스런 과거를 가진 여인들이었습니다.

거룩한 예수님의 족보에 이런 여인들이 언급된다는 것이 참 당황스럽습니다. 아마 이를 통해서 성경은 혈통과 신앙의 순수성을 주장하는 유대인들을 비웃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다윗의 혈통에도 소위 더러운 피가 함께 흐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방인이 있고 부끄러운 과거가 있습니다. 인간의 역사는 실수와 오점 투성이입니다. 성경은 또한 이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가 의롭기 때문에 주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실수와  허물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은혜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네 명의 여인들의 기록 중에서 오늘 읽은 다말의 이야기가 우리들의 눈에 보기에는 가장 낯 뜨겁습니다.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동침이라는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 처음 기독교가 전래되었을 때 어떤 양반이 우연이 이 구절을 읽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양반이 “순 상놈의 이야기구만1” 하며 성경책을 집어 던져버렸고 다시는 자기 딸들과 며느리들이 교회에 얼씬도 못하게 했다고 합니다. 마틴 루터는 이 구절을 주석하며 “어떻게 성령 하나님께서 이런 수치스러운 일을 기록하게 하셨을까?” 묻고는 스스로 대답하기를 “그것은 아무도 자신의 의로움과 지혜를 자랑치 못하게 하고 또 자신의 죄로 인하여 절망치 않게 함이라”고 하였다 합니다.

이야기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야곱의 열두 아들 중 하나인 유다가 가나안 여인을 아내로 맞았습니다. 그런데 그 여자의 이름은 단지 수아의 딸이라 불릴 뿐입니다(1, 12). 그의 친구인 아둘람 사람 히라의 이름도 언급되는데 아내의 이름이 없습니다. 그 결혼이 문제가 있고 또 그 아내의 불안한 위치를 보여줍니다. 어쨌든 그 여인을 통하여 세 아들을 낳았습니다. 엘과 오난과 셀라입니다. 장자 엘이 장성하자 유다는 다말이라는 여인을 며느리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엘이 하나님 앞에 악을 행함으로 하나님이 그를 죽였는데 그는 자식도 낳지 못한 채 죽고 말았습니다. 유다는 둘째 오난으로 하여금 형의 씨를 잇도록 합니다. 이는 당시 중근동의 법이며 성서의 법이었습니다. 신명기 25장 5, 6절에서는 이렇게 말씀합니다. “형제가 동거하는데 그 중 하나가 죽고 아들이 없거든 그 죽은 자의 아내는 나가서 타인에게 시집가지 말 것이요 그 남편의 형제가 그에게로 들어가서 그를 취하여 아내를 삼아 그의 남편의 형제 된 의무를 그에게 다 행할 것이요 그 여인의 낳은 첫 아들로 그 죽은 형제의 후사를 잇게 하여 그 이름을 이스라엘 중에서 끊어지지 않게 할 것이니라” 이 법을 동생이 취한다고 하여 라틴어 어원의 레비레이트 법(형사취수법)이라고 합니다. 형이 후사가 없이 죽으면 그 동생이나 가까운 친척이 대를 잇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형제나 친척 중 하나가 대가 끊기는 저주를 받지 않도록 합니다. 또 집안의 재산이 다른 곳으로 넘어가지 않고 그대로 그 집안에 보호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런데 동생 오난은 형의 씨를 낳도록 하는 것을 기뻐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아들을 낳아보았자 자기 아들이 되지 못합니다. 또 아버지의 재산 중 일부가 그 아들에게 넘어갈 것을 싫어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여호와께서 그 동생 오난도 죽음에 이르도록 합니다. 이런 식으로 두 아들이 죽자 유다는 셋째 아들 셀라도 죽을까봐 염려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직 어리다는 핑계로 다말에게 주지 않았고 다말의 그의 친정으로 쫓아버렸습니다.

유다의 입장에서는 다말이 자기 두 아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재수 없는 여자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말에 ‘박복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복이 없다 팔자가 사납다 라는 말입니다. 주로 여자들에게 사용됩니다. 다말 스스로도 이렇게 판단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성서는 두 아들이 죽은 이유가 다말의 팔자가 사나워서가 아니라 그들이 여호와 앞에 죄를 범했기 때문이라고 명백히 밝히고 있습니다. 7절입니다. “유다의 장자 엘이 여호와 목전에 악하므로 여호와께서 그를 죽이신지라” 10절입니다. “그 일이 여호와 목전에 악하므로 여호와께서 그도 죽이시니” 다말의 잘못이 아닙니다. 우리 또한 그러기 쉽습니다.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우환이 겹치면 마치 자신 때문에 그런 것 마냥 자책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가 일부러 잘못을 행해서는 안 되겠지만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자신의 책임으로 자책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그냥 하나님이 정해주신 그들의 운명이었을 뿐입니다. 나 때문에 그들이 또 우리 집안에 고난이 임한 것이 아닙니다. 과도한 책임감에서 벗어나기를 바랍니다.

시간이 흐른 후에 유다의 아내도 죽었습니다. 이제 유다도 홀아비가 된 것입니다. 어느 날 유다는 양털을 깎기 위해 딤나라는 곳에 가게 되었습니다. 이 소식이 다말에게 들렸습니다. 다말은 셋째 셀라가 성장하였기에 그를 줄까하여 기다리고 있었는데 유다는 줄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자 다말이 꾀를 내었습니다. 유다가 지나는 근처에 너울로 가리고 창녀인 척 하였습니다. 이 창녀는 단순히 직업적인 그런 창녀가 아닙니다. 성전 창녀를 말합니다. 당시 가나안 땅에서는 바알신앙과 관련하여 헌신의 표현으로 이런 성적인 행위들을 여자들이 종종 행하였습니다. 유다는 그 여자가 자신의 며느리인 줄 알지 못하고 동침을 합니다. 다말은 동침한 값으로 유다의 도장과 끈과 지팡이를 담보물로 잡았습니다. 옛날에는 도장에 자기 이름을 새기고 그것을 점토판에 굴려서 새기곤 하였습니다. 그 사람이 유다임을 증명하는 증표입니다. 유다는 친구를 통하여 그 값을 치르고 담보물을 찾으려 하였지만 다말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부끄러움을 당할까 염려한 유다는 이 일을 덮어두려하였습니다.

이 동침으로 말미암아 다말은 임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자기 며느리가 임신을 하였다는 소식이 유다에게 전해집니다. 아마 다말이 소문을 퍼뜨렸을 것입니다. 이 소식을 들은 유다는 며느리가 간음을 행했다고 판단하고 다말을 불살라 죽이려 합니다. 보통은 간음죄에 대해서 돌로 쳐 죽입니다. 그런데 불사르라 한 것을 보니 유다의 분노가 극에 달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 ‘내 두 아들까지 죽이더니 이제는 간음까지 행해’ 하는 태도였을 것입니다. 다말은 끌려가는 순간에 자신이 이 물건 임자로 말미암아 임신케 되었다며 담보물로 잡았던 도장과 끈과 지팡이 등 유다의 물건을 보여줍니다. 이 물건들을 보고 유다는 그 때 그 여인이 자신의 며느리 다말이었음을 깨닫습니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유다는 26절에 “그는 나보다 옳도다 내가 그를 내 아들 셀라에게 주지 아니하였음이로다”고 최종판결을 내립니다. ‘그가 나보다 옳도다’가 아니고 ‘그녀가 나보다 옳도다’가 맞습니다. 3인칭 여성형 동사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어성경들은 모두 ‘She’라고 번역하고 있는데 우리 성경은 모호하게 ‘그는’이라 번역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옳다’는 동사는 ‘체다카’입니다. 체다카는 하나님 앞에서 ‘의롭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정의롭다’ 할 때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유다의 판단이지만 이는 곧 성경의 판단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해서 성경은 다말에 대해서 의롭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을까요?

첫째, 그녀는 운명에 주저앉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남편 둘이 죽고 과부 신세가 되었습니다. 시아버지로부터도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다른 여성들 같으면 박복한 자신의 운명을 탓하며, 시아버지 유다가 부를 날만 수동적으로 기다리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말은 아들을 얻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행동했습니다. 이미 홀아비가 되어버린 유다 앞에 창녀처럼 가장하고 나타나서 원하던 아들을 얻었습니다.

예수님의 족보에 올라갔던 네 명의 여인들은 이처럼 모두 운명에 굴복하지 않았던 사람들입니다. 라합은 기생이었고 여리고 사람이었지만 여리고 성을 정탐하러 온 두 정탐꾼을 숨겨주고 그들이 원하는 정보를 주었습니다. 그래서 여리고 성 사람들은 다 죽임을 당했지만 라합과 그의 가족은 살아남았습니다. 모압 여인 룻은 가난한 과부 시어머니 나오미를 따라 유대 땅으로 넘어 온 여인이었습니다. 고생할까봐 떠나라는 시어머니의 말에 룻이 했던 말은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룻이 가로되 나로 어머니를 떠나며 어머니를 따르지 말고 돌아가라 강권하지 마옵소서 어머니께서 가시는 곳에 나도 가고 어머니께서 유숙하시는 곳에서 나도 유숙하겠나이다 어머니의 백성이 나의 백성이 되고 어머니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시리니 어머니께서 죽으시는 곳에서 나도 죽어 거기 장사될 것이라 만일 내가 죽는 일 외에 어머니와 떠나면 여호와께서 내게 벌을 내리시고 더 내리시기를 원하나이다”(룻1:16-17) 룻은 의리의 여인이었고 그 의리 때문에 복을 받았습니다. 우리야의 아내 밧세바 또한 비록 불륜을 저질렀지만 그 이후 왕비의 자리에 올랐고 자기 아들 솔로몬을 왕으로 세우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민수기에 보면 슬로브핫의 딸들이 나옵니다. 슬로브핫은 아들이 없고 딸 다섯만 남긴 채 죽었습니다. 이 때문에 그 아버지의 이름이 사라지고 기업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당시에는 모든 것이 남성 위주로 진행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때 그들은 분연히 일어나 “어찌하여 아들이 없다고 우리 아버지의 이름이 그 가족 중에서 삭제되리이까 우리 아버지의 형제 중에서 우리에게 기업을 주소서”(민27:4) 하며 모세에게 강청을 하였습니다. 이 강청이 받아들여져 슬로브핫의 딸들은 아버지의 이름도 그 땅도 지킬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를 계기로 딸들도 기업을 차지할 수 있는 법도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들은 운명에 굴하지 않고 분연히 자기 권리를 위해 싸운 사람들이었습니다. 운명에 주저앉지 마십시오. 예수님의 비유에서 불의한 재판관 앞에 섰던 과부는 돈도 없고 빽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과부는 이 때문에 굴하지 않았습니다. 매일같이 그 재판관을 찾아가 “내 원수에 대한 나의 원한을 풀어 주소서”(눅18:3) 하고 부르짖었습니다. 결국 그 괴로움을 이기지 못한 재판관은 두 손을 들고 말았습니다.

둘째, 다말의 행동은 유다 가문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자신이 살기 위한 이기적인 동기만이 아니라 보다 더 큰 목표 때문에 다말은 이런 위험한 행동을 했던 것입니다. 유다 가문은 셀라라는 어린 자녀 하나만 남았습니다. 그 운명은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또한 지금 유다 가문은 수치를 당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말한 레비레이트 법을 시행하지 않으면 그 가문은 수치스런 가문이 됩니다. 신명기 25장 7절 이하의 말씀입니다. “그러나 그 사람이 만일 그 형제의 아내 취하기를 즐겨하지 아니하거든 그 형제의 아내는 그 성문 장로들에게로 나아가서 말하기를 내 남편의 형제가 그 형제의 이름을 이스라엘 중에 잇기를 싫어하여 남편의 형제 된 의무를 내게 행치 아니하나이다 할 것이요  그 성읍 장로들은 그를 불러다가 이를 것이며 그가 이미 정한 뜻대로 말하기를 내가 그 여자 취하기를 즐겨 아니하노라 하거든 그 형제의 아내가 장로들 앞에서 그에게 나아가서 그의 발에서 신을 벗기고 그 얼굴에 침을 뱉으며 이르기를 그 형제의 집 세우기를 즐겨 아니하는 자에게는 이같이 할 것이라 할 것이며 이스라엘 중에서 그의 이름을 신 벗기운 자의 집이라 칭할 것이니라” 유다는 이 레비레이트 법을 시행하지 않음으로써 침 뱉음을 당하며 신 벗기운 자의 집이라는 수치스런 이름을 얻고 있습니다. 중동 지방에서는 명예가 매우 소중합니다.

그런 점에서 다말의 행동은 유다 가문의 명맥을 잇고 명예를 세운 행동이라 할 것입니다. 아무도 유다 집안의 미래에 대해서 책임있는 행동을 하지 않을 때 이방 여인 다말이 유다 가문을 살렸던 것입니다. 다말은 쌍둥이를 낳아서 대를 잇게 했으며, 레비레이트 법 또한 성취하였습니다. 이 유다 가문으로부터 보아스라는 인물이 나오는데 앞에서 언급한 과부 룻과 결혼하여 그 대를 잇게 해주었던 인물입니다. 룻에게 대를 잇게 해준 보아스의 행위를 칭찬하여 그 마을 장로들이 보아스에게 이런 축복을 합니다. “여호와께서 이 소년 여자로 네게 후사를 주사 네 집으로 다말이 유다에게 낳아준 베레스의 집과 같게 하시기를 원하노라”(룻4:12) 다말은 이미 유다 가문을 구한 위대한 조상으로 칭송을 받고 있습니다.

다말로 말미암아 유다의 가문은 그 씨가 번성하게 됩니다. 다말에게서 베레스와 세라라는 쌍둥이가 나옵니다. 베레스 가문을 통하여 다윗 왕이 나왔고 이 가문으로부터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하였습니다. 만약 다말의 이런 용기 있는 행동이 없었다면 그 이하의 후손들은 역사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윗도 없고 예수 그리스도도 없었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 눈앞에서 벌이고 있는 투쟁은 정말 작은 것입니다. 하나를 얻느냐 마느냐의 투쟁입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처럼 생각됩니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우리 이후 몇 천 년 후의 세계를 내어다 볼 수 있다면 우리가 취하고 있는 행동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내가 오른쪽으로 가느냐 왼쪽으로 가느냐, 여기서 멈추느냐 조금 더 가느냐에 따라 천년 후의 역사는 엄청나게 바뀔 것입니다. 아마 하나님의 눈이 그럴 것입니다. 하나님은 과거와 미래를 함께 보는 전지하신 눈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현재 행하고 있는 행동들을 결코 작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다말의 삶을 위한 투쟁을 결코 작은 것으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이스라엘의 미래를 위한 투쟁이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가 행하고 있는 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은 결코 작거나 가벼운 것들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 다말은 생명이라는 보다 큰 윤리를 추구했습니다.

오늘 말씀을 읽으며 우리가 내내 부담스러운 것은 오늘날 우리들의 윤리로 다말의 행동을 평가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요즘 막장드라마라는 것이 유행인데 유다와 다말의 관계가 그런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성서도 가족 간에 이처럼 반윤리적인 행위에 대해서 금하고 있고(레위기 18장) 사형에 처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윤리에도 우선순위라는 것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생명을 살리고 보전하고자 하는 생명권입니다. 이 생명권보다 작은 윤리나 법이 충돌할 때는 하위의 것은 무시될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장발장은 누이 동생과 배고픈 일곱 조카들 때문에 빵을 훔치다가 5년형을 선고 받았습니다.감옥에서도 계속 탈출을 시도하다 실패하여 총 형량이 19년으로 늘어났습니다. 사회법적으로 죄인이지만 하나님도 장발장을 죄인이라고 할까요? 아닙니다. 생명의 보전이라는 가장 높은 윤리의 측면에서 볼 때 인간적인 풍습이나 법은 무시될 수도 있습니다.

피오렐로 라과디아(Fiorello La Guardia)는 뉴욕 시장을 세 번이나 연임했던 사람입니다. 지금도 그의 이름을 딴 라과디아 공항이 뉴욕시의 퀸즈에 있습니다. 그는 시장이 되기 직전 법원 판사로 일을 했었습니다. 1930년 어느 날, 상점에서 빵 한 덩어리를 훔치고 절도혐의로 기소된 노인을 재판할 때의 일입니다.
“전에도 빵을 훔친 적이 있습니까?”
“아닙니다. 처음 훔쳤습니다.”
“왜 훔쳤습니까?”
“예, 저는 선량한 시민으로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일자리를 얻을 수 없었습니다. 사흘을 굶었습니다. 배는 고픈데 수중에 돈은 다 떨어지고 눈에는 보이는 게 없었습니다. 배고픔을 참지 못해 저도 모르게 빵 한 덩어리를 훔쳤습니다.”

라과디아 판사는 노인의 딱한 사정을 듣고 난 뒤에 곧 판결을 내렸습니다. “아무리 사정이 딱하다 할지라도 남의 것을 훔치는 것은 잘못입니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고 예외가 없습니다. 그래서 법대로 당신을 판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에게 10달러의 벌금형을 선고합니다.” 방청석에서는 판사가 노인의 딱한 사정을 감안해 관대하게 선처할 줄 알았는데, 뜻밖의 단호한 판결에 여기저기서 술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라과디아 판사는 논고를 계속했습니다. “이 노인이 빵 한 덩어리를 훔친 것은 오로지 이 노인의 책임만은 아닙니다. 이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도, 이 노인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고 방치한 책임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에게도 10달러의 벌금형을 내리고, 동시에 이 법정에 앉아 있는 여러분 모두에게 각각 50센트의 벌금형을 선고합니다.”

라과디아 판사는 먼저 자기 지갑에서 10달러를 꺼내어 모자에 담았다. 그리고 옆에 있는 경무관에게 그 모자를 주면서 모든 방청객들에게서 벌금을 거두라고 명령하였습니다. 아무도 판사의 선고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거두어진 돈이 모두 57달러 50센트였다. 노인은 그 돈을 받아서 10달러를 벌금으로 내고, 남은 47달러 50센트는 손에 쥐고 감격의 눈물을 지으며 법정을 떠났습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마음이고 하나님의 눈입니다. 한 사람의 행동에 대해서 우리는 그 사람의 사정을 헤아리는 시선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우리 판단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을 때가 많은지 모릅니다. 하루살이는 걸러내면서 낙타는 삼킵니다. 박하와 회향과 근채라는 아주 작은 것의 십일조까지 계산하면서 보다 중요한 정의와 긍휼과 믿음은 보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정치나 사회 법정이 그렇습니다. 아주 큰 도둑들은 잡지 못하고 작은 도둑들은 그 먼지까지 털어내어 잡습니다. 보다 크고 중요한 것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생명과 그 생명의 보전이라는 큰 윤리 앞에서 어떤 때는 작은 윤리들은 숨을 죽여야 할 때가 있습니다. 다말의 행위가 썩 아름다운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그런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행할 수밖에 없었던 다말의 선택을 이해합니다. 하나님은 우리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이십니다. 사람들은 겉으로 드러난 실수로 우리를 판단하시지만 하나님은 우리가 왜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하시는 분입니다. 우리도 하나님의 이런 넓고 깊은 마음을 본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또한 자기 스스로를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범한 행동에 대해서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의 판단은 공정합니다. 그 판단이 공정한 까닭은 그 중심을 보시며 헤아리시는 판단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