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돔 족속과 형제 공동체

창세기35:23-36:8
35:23 레아의 소생은 야곱의 장자 르우벤과 그 다음 시므온과 레위와 유다와 잇사갈과 스불론이요 24 라헬의 소생은 요셉과 베냐민이며 25 라헬의 여종 빌하의 소생은 단과 납달리요 26 레아의 여종 실바의 소생은 갓과 아셀이니 이들은 야곱의 아들들이요 밧단아람에서 그에게 낳은 자더라 27 야곱이 기럇아르바의 마므레로 가서 그 아비 이삭에게 이르렀으니 기럇아르바는 곧 아브라함과 이삭의 우거하던 헤브론이더라 28 이삭의 나이 일백팔십 세라 29 이삭이 나이 많고 늙어 기운이 진하매 죽어 자기 열조에게로 돌아가니 그 아들 에서와 야곱이 그를 장사하였더라 36:1 에서 곧 에돔의 대략이 이러하니라 2 에서가 가나안 여인 중 헷 족속 중 엘론의 딸 아다와 히위 족속 중 시브온의 딸 아나의 소생 오홀리바마를 자기 아내로 취하고 3 또 이스마엘의 딸 느바욧의 누이 바스맛을 취하였더니 4 아다는 엘리바스를 에서에게 낳았고 바스맛은 르우엘을 낳았고 5 오홀리바마는 여우스와 얄람과 고라를 낳았으니 이들은 에서의 아들이요 가나안 땅에서 그에게 낳은 자더라 6 에서가 자기 아내들과 자기 자녀들과 자기 집의 모든 사람과 자기의 가축과 자기 모든 짐승과 자기가 가나안 땅에서 얻은 모든 재물을 이끌고 그 동생 야곱을 떠나 타처로 갔으니 7 두 사람의 소유가 풍부하여 함께 거할 수 없음이러라 그들의 우거한 땅이 그들의 가축으로 인하여 그들을 용납할 수 없었더라 8 이에 에서 곧 에돔이 세일 산에 거하니라

야곱의 퇴장

야곱의 생애도 마무리되어 갑니다. 인생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게 마련입니다. 창세기 말씀을 묵상하다 보면 인생의 매듭들이 눈에 명확히 들어옵니다. 믿음의 사람 아브라함도 죽고 그 뒤를 이삭이 이었습니다. 오늘 말씀에서는 이삭이 180세로 그 생을 마무리 합니다. 야곱이 사랑했던 라헬도 막내 베냐민을 낳다 죽습니다. 야곱 또한 창세기 50장에서 장례를 치르며 최종 그 인생을 마감합니다만 오늘 말씀으로서 야곱의 이야기는 끝이 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이후는 그 아들들의 역사입니다.

이미 디나 사건에서 야곱은 그 힘을 잃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야곱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아들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결국 시므온과 레위가 보복하는 일을 주도했습니다. 오늘 말씀에서 이스라엘의 12명의 아들들이 언급되고 있는데 이제는 그 아들들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할 것입니다. 읽지는 않았지만 이 말씀 바로 전 35장 22절에 야곱의 장자 르우벤이 아버지의 첩 빌하와 동침했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르우벤이 가서 그 서모 빌하와 통간하매 이스라엘이 이를 들었더라” 이 때문에 무척 화가 났던 야곱은 창세기 49장에서 마지막 유언을 하며 르우벤을 다음과 같이 저주합니다. “르우벤아 너는 내 장자요 내 능력이요 내 기력의 시작이라 위풍이 월등하고 권능이 탁월하다마는 물의 끓음 같았은즉 너는 탁월하지 못하리니 네가 아버지의 침상에 올라 더럽혔음이로다 그가 내 침상에 올랐었도다”(창49:3-4)

성경에는 이처럼 낯 뜨거운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성경은 우리 인생의 모습을 가식 없이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성적인 문란함을 지적하기 전에 이 사실이 의미하는 바가 있습니다. 그것은 야곱이 힘을 잃었다는 것입니다. 다윗의 아들 압살롬이 아버지에 대항하여 반란을 일으키고 예루살렘을 정복한 적이 있습니다. 이 때 아들 압살롬이 했던 조치중 하나는 아버지 다윗의 후궁들과 공개적으로 동침한 일이었습니다. 이를 통해서 아버지의 권력을 자신이 접수했음을 세상에 알린 것입니다. 현대인들의 눈으로 보면 매우 볼썽사나운 모습이지만 동물의 왕국을 보면 실제 이런 일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힘을 잃게 되었습니다. 장강의 앞 물결은 뒷 물결에 의해서 밀리게 마련입니다. 그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도 지혜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나이에 맞추어 살 줄 알아야 합니다. 부모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야 할 때가 있고, 독립하여 자신의 기반을 쌓아야 할 때가 있고, 세상에 나아가 자신을 드러내며 일을 해야 할 때가 있고, 물러나 후진들에게 길을 내주고 조용히 자신의 인생을 정리해야 될 때가 있습니다. 자신의 때를 모르면 ‘철이 없다’ 거나 ‘노욕이 있다’는 말을 듣습니다. 한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세대교체가 순조로이 이루어지면 그 사회는 건강하고 늘 활기에 찹니다. 그러나 앞의 세대가 물러가지 않고 오랜 동안 권력을 잡고 있으면 갈등이 심하고 사회는 정체됩니다. 야곱은 이제 서서히 퇴장하고 아들들의 시대가 동터오고 있습니다. 퇴장할 때 야곱처럼 험한 꼴을 당하지 않고 아름다운 퇴장을 하는 것이 복입니다. 그러려면 제 때 물러날 줄도 알아야 합니다. 또 힘이 있을 때 후진들에게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주어야 합니다. 야곱은 일생을 권력을 좇아 살고 속고 속이며 살아왔습니다. 그러기에 그 모습을 큰아들이 닮은 것 아니겠습니까?

에돔의 족보

35장 말씀으로 야곱의 중요한 생애는 마감합니다. 37장은 요셉의 일대기가 시작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36장입니다. 오늘 다 읽지는 않았지만 36장 전체는 야곱의 형 에서로부터 나온 에돔 족속들의 족보입니다. 그들의 여러 부족들과 그 왕들에 대해서 무려 43절에 걸쳐 나열하고 있습니다. 성경 말씀이 얼마나 소중한데 에서의 후손들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많은 구절을 할애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에서는 약속에서 벗어난 아들입니다. 6-8절에 보면 에서는 약속의 땅 가나안을 떠나 세일 산으로 이주합니다. 출애굽 때에는 이스라엘 백성들과 갈등을 빚었습니다. 아무런 해도 입히지 않고 에돔 땅만 통과하겠다고 했는데 에돔이 거부하여 이스라엘은 멀리 돌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민20:14-21). 이스라엘이 나그네 생활할 때 물 한 모금 주지 않은 민족입니다. 더군다나 이스라엘이 바벨론에 망할 때에는 바벨론과 결탁하여 예루살렘을 멸망시켰습니다. 이 때문에 오바댜 선지자는 에돔을 이렇게 저주하고 있습니다. “네가 네 형제 야곱에게 행한 포학을 인하여 수욕을 입고 영원히 멸절되리라 네가 멀리 섰던 날 곧 이방인이 그의 재물을 늑탈하며 외국인이 그의 성문에 들어가서 예루살렘을 얻기 위하여 제비뽑던 날에 너도 그들 중 한 사람 같았었느니라”(옵1:10-11) 오바댜서는 1장뿐인데 전체가 에돔에 대한 저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원수의 공격보다 더 견딜 수 없는 것은 형제라 생각했던 사람으로부터 배신을 당할 때입니다.

선민사상이 강하고 또 이스라엘을 적대시했던 에돔의 역사에 대해서 성경은 왜 이처럼 지대한 관심을 표하고 있을까요? 실은 이것이 하나님의 본심입니다. 하나님의 관심은 전세계를 향하고 있습니다. 아브라함을 부르신 이유도 아브라함 혼자만이 복을 받는 것이 아니라 천하만민이 복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은 강대한 나라가 되고 천하 만민은 그를 인하여 복을 받게 될 것이 아니냐”(창18:18). 이삭에게 주셨던 축복도 마찬가지입니다. “네 자손을 하늘의 별과 같이 번성케 하며 이 모든 땅을 네 자손에게 주리니 네 자손을 인하여 천하 만민이 복을 받으리라”(창26:4) 하나님의 관심은 끊임없이 세계를 향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온 인류를 만드신 창조주 하나님입니다. 이스라엘만이 하나님의 자녀가 아니요, 모든 만민이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예수님의 사역이 그러했습니다. 바리새인을 비롯한 정통 유대인들은 유대 민족만이, 그중에서도 율법을 지키는 사람들만이 하나님의 백성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죄인과 세리와 이방인들을 하나님의 사랑받는 자녀들로 받아들였습니다. 유대교는 자신의 민족만이 구원을 받을 것이라 하였지만 교회 안에서는 예수를 주로 시인하는 모든 민족들이 하나님의 백성이 되었습니다. 누가복음에 예수님의 족보가 있습니다. 그 이상은 누구요, 그 이상은 누구요 하며 예수님의 근원을 좇아 올라가는데 아브라함에서 끝나지 않고 아담에까지 이르고 결국은 하나님에게까지 이릅니다. 이를 통해 온 인류가 하나님의 자녀이며, 온 인류는 한 형제임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눈을 넓게 열어야 합니다.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 그들이 신앙이 있든지 없든지 다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하나님의 복을 받아야 할 사람들입니다. 이것이 43절에 걸쳐서 성경이 에돔의 족보를 기록해 놓은 이유입니다. 그들도 하나님의 축복을 받아야 될 하나님의 자녀들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어디까지인가 하는 문제는 성경의 주요한 관심사였습니다. 이스라엘이 선민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민족에 대해서 배타적이 되려고 할 때마다 주님은 선지자를 보내어 이를 고치셨습니다. 요나서가 대표적입니다. 요나서는 이스라엘 민족이 가졌던 선민사상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말씀입니다. 하나님이 니느웨에 가서 외치라고 하지만 요나는 이 말씀을 듣지 않았습니다. 니느웨는 이스라엘과 원수 된 나라 앗수르의 수도였습니다. 행여 이들이 요나의 말을 듣고 회개하여 심판을 면할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요나는 배를 타고 니느웨와 정반대편인 다시스로 달아나려 하였습니다. 그러자 하나님께서는 풍랑을 일으켜 요나를 바다에 빠지게 하고 준비한 물고기 뱃속에서 삼일 동안 가두어 놓습니다. 결국 요나는 회개하고 니느웨 성에 가서 40일 후면 이 성이 무너진다며 심판을 외칩니다. 이들이 회개하는 것이 싫었던 요나는 말씀을 건성으로 외쳤습니다. 니느웨 성은 삼일 길인데 단 하룻 동안만 외친 것입니다. 대충했던지 아니면 달려가면서 건성건성 외쳤을 것입니다.

그런데 웬 일입니까? 니느웨 백성이 다 베옷을 입고 금식하며 회개를 하였습니다. 이 모습을 보자 하나님이 정말 니느웨에 대한 심판을 미루실 것같아 불안해진 요나는 니느웨 성이 잘 보이는 곳에 앉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요나의 머리 위에 박넝쿨이 드리워져 있었는데 이 때문에 요나는 심히 기뻐합니다. 중동에서 그늘 밑은 정말 시원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날 밤 하나님께서 벌레와 뜨거운 동풍이 일으켜 이 박넝쿨 그늘이 사라지게 만들었습니다. 뜨거운 태양 볕에 지친 요나가 하나님께 차라리 자신을 죽여 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때 하나님께서 요나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여호와께서 가라사대 네가 수고도 아니하였고 배양도 아니하였고 하룻밤에 났다가 하룻밤에 망한 이 박넝쿨을 네가 아꼈거든 하물며 이 큰 성읍, 니느웨에는 좌우를 분변치 못하는 자가 십이만여 명이요 육축도 많이 있나니 내가 아끼는 것이 어찌 합당치 아니하냐”(욘4:10-11)

하나님은 모든 사람, 모든 생물을 사랑하십니다. 그들이 복을 받기를 원합니다. 이런 하나님의 마음을 이해한다면 우리는 주변에 있는 모든 이웃, 집단, 민족, 심지어 생물까지도 적대적인 눈으로 보지 않고 하나님의 사랑으로 품을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우리 기독교가 회복해야 할 것이 모든 인류를 향해서 이 형제애의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자기를 사랑하고 자기 뜻대로 움직이는 사람만 사랑할 것이 아니라 원수마저도 형제로 끌어안을 수 있는 사랑이 필요합니다. 주님은 말씀합니다. “너희가 너희를 사랑하는 자를 사랑하면 무슨 상이 있으리요 세리도 이같이 아니하느냐 또 너희가 너희 형제에게만 문안하면 남보다 더하는 것이 무엇이냐 이방인들도 이같이 아니하느냐”(마5:46-47) 우리가 사랑해야 할 사람은 나와는 다른 생각을 하고 나와는 다른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아버지라 부르는 하나님은 악인과 선인에게 공평하게 빛을 주시고, 그 비를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에게 모두 내리우시는 분이입니다. 예수님은 “그러므로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온전하심과 같이 너희도 온전하라”(마5:48)고 명령합니다.

평화의 공동체

하나님은 에돔이 적이 아니라 형제라 말씀합니다. 우리에게는 형제애의 회복이 필요합니다. 특히 타종교를 향하여 이 형제애적 사랑을 실천해야 합니다. 지난 번에 기독교인들이 봉은사에 가서 땅 밟기를 하며 그 절이 무너지도록 기도하는 장면이 동영상으로 유포되어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불상에 십자가를 새겨놓는 일도 빈번하고, 몇 년 전에는 거리에서 염불을 외고 있는 스님의 머리에 기독교인이 안수를 하는 사진이 논란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요즘은 또 고속전철 이름에 통도사라는 절 이름을 붙인다고 하여 기독교가 반대하고, 템플 스테이에 국가예산 배정한 것을 놓고 기독교계의 반발도 있었습니다. 기독교가 타종교와 대립각을 세운 것은 불교만이 아닙니다. 요즘 교회나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이슬람 포교 활동에 대해 경계하는 글들이 얼마나 많이 떠돌고 있는지 모릅니다. 이슬람교의 숫자는 국내에서 3-4만 명, 이주 노동자들을 합하면 10만 명 정도 예상합니다. 세계화의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현상입니다. 아직은 통일교나 타 종교보다 미미한 수준입니다. 조심하는 것은 괜찮지만 과도한 경계심과 적대감 이면에 숨겨진 우리들의 독선과 배타성은 문제입니다. 사실 우리 기독교인들은 중동 회교 지역에서 복음을 침투시키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는 되고 그들은 안 된다는 것입니까? 회교권의 라마단 금식 기도 주간에는 역라마단 기도라 하여 반대 기도운동들을 벌이기도 합니다. 다른 때 기도하면 안 됩니까? 왜 다른 종교의 예민한 시기에 이처럼 노골적인 기도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선교도 아닙니다. 그런 십자군적 태도가 사실 이슬람교에 대한 선교를 더 막고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 기독교인들은 총만 들지 않았지 탈레반과 같은 과격분파처럼 생각할 것입니다.

평화가 먼저냐 선교가 먼저냐 할 때는 저는 평화가 먼저라 생각합니다. 평화가 되면 선교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평화가 깨지고 나서는 선교도 어렵습니다. 평화라는 것은 선교 이전에 하나님의 자녀 된 우리가 먼저 추구해야 될 본질적 가치입니다. 평화의 마음은 그들도 하나님의 축복받은 자녀라 생각할 때 생깁니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서로를 인정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과 주권을 믿습니다. 그렇다면 함께 공존하는 것을 두려워 마십시오. 참된 진리가 승리하게 되어 있습니다.

평화의 사도로 알려진 성 프란치스코의 예를 모범으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프란치스코는 청빈의 삶으로도 유명하지만 그는 또 중세시대에 이슬람 지역에 선교를 했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성 프란치스코는 1219년 5월 제5차 십자군 전쟁 때 십자군의 배를 타고 예루살렘을 향한 성지 순례를 떠났습니다. 이 여행은 단순한 순례가 아니라 무슬림에게 선교할 목적으로 떠난 여정이었습니다. 그때 무슬림의 지도자는 이집트의 술탄 멜렉 엘 카멜이었습니다. 순교의 위험을 무릅쓰고 프란치스코는 술탄을 만났습니다. 기록에 의하면 프란치스코는 그가 종교가 다르고, 적군의 지도자라는 점을 상관치 않고 오직 술탄을 하나의 인간으로 대했다고 합니다. 이 대화에 술탄은 매우 감동을 받았던 모양입니다. 술탄은 프란치스코에게 정중하게 작별인사를 하면서 “하느님께서 당신의 마음에 드시는 법과 신앙을 계시해 주시도록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하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술탄은 또한 프란치스코에게 통행증까지 끊어 주었기에 프란치스코는 1년 간 회교도 지역을 여행합니다.

이 선교 여행 후 돌아온 자신의 경험을 기초로 프란치스코는 선교 회칙을 만들었습니다. “선교사 형제들은 말로써 논쟁을 벌이거나 다툼하거나 판단하거나 하지 말고, 오히려 온유하고 화목하며 겸양하고 양순하며 겸허해야 합니다. 그리고 적합한 시기가 오면, 다시 말해서 하느님이 허락하시면, 하느님을 믿도록, 세례를 받도록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고 가르치는 것입니다.” 선교는 무조건 하나님을 외치고 떠든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선교는 삶이 먼저라는 것, 말은 나중이라는 것입니다. 선교는 먼저 삶으로써 증거 하는 것이고, 말은 나중에 기회가 되었을 때 쓴다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는 무슬림 문화를 존중했으며, 술탄의 종교를 모욕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슬람 종교가 그리스도교와 마찬가지로 같은 하나님을 숭배하므로 존경심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전능한 신을 찬미하기 위해 모슬렘들이 엎드려 기도하는 관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술탄이 제의한 보물들을 모두 거절하였지만, 한 가지 선물만은 받아들였는데, 그것은 상아로 된 뿔나팔이었습니다. 뿔나팔은 무슬림들이 기도시간을 알리는 도구였습니다. 프란치스코는 나중에 자신이 사람들을 기도에 초대할 때 이 뿔나팔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선교보다 앞서는 것은 평화입니다. 프란치스코의 평화의 기도는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줍니다. 평화를 잃고 있는 이 시대에 신앙인들이 실천해야 될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 할 것입니다.

“주여 나를 당신의 도구로 써 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혹이 있는 곳에 신앙을
그릇됨이 있는 곳에 진리를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두움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가져오는 자 되게 하소서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고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며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여 주소서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36장의 긴 족보를 나열함으로써 에돔이 적대적 세력이 아닌 함께 하나님의 복을 누려야 할 형제임을 깨닫게 해주십니다. 평화를 추구하는 일이 단지 종교인들에게만 국한된 일은 아닙니다. 이스라엘과 에돔이 형제이듯 우리 이웃이 형제임을 깨닫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는 바로 이 공동체성의 회복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야 평화가 있고 발전이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 한 몸입니다. 상대방을 죽이면 자기도 죽습니다.

이번 주에 논란이 되었던 문제 중에 하나가 롯데마트 치킨이었습니다. 대형 유통업체가 치킨을 싸게 파니 인근 소규모 치킨 집이 죽겠다고 아우성입니다. 저번에는 이마트에서 피자를 팔아 문제가 된 적이 있고, 기업형 슈퍼마켓이 동네 상권을 위협해서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경제란 것도 먹이 피라미드와 같습니다. 소규모 상인들이 많고 튼튼해야 큰 것도 살 수 있습니다. 큰 것이 다 먹어 치우면 작은 것은 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큰 놈도 위험해집니다. 마찬가지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고용창출과 경제 기여도는 중소기업이 더 큰데(전체고용의 88%) 수출 대기업만 날로 커가고 중소기업을 죽어가고 있습니다. 대기업들은 이익이 되는 것은 무엇이든지 문어발 식으로 뻗어서 먹어치우려 합니다. 그러니 경제는 성장하는데 국민들 살림살이는 갈수록 힘들어집니다.

지금 울산에서는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비정규직과 회사 측의 갈등이 있습니다. 법원은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판결했는데 회사가 이를 거부했습니다. 엄청난 자동차 수출로 수조원의 이익을 남기면서도 정작 비정규직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기업주와 노동자가 함께 살아야 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이미 비정규직은 50%가 넘은 855만 명 수준입니다.  임금은 정규직의 46% 정도인 123만원입니다. 고용 불안이 삶의 불안으로 나타나고 이것이 사회불안으로 이어집니다. 재벌이 탐욕에만 눈이 먼 어리석은 부자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인도에 비노바 바베란 분이 있습니다. 이 분은 간디 이후에 인도에서 추앙을 받는 정신적 지도자입니다. 이 분은 인도의 최상층 계급인 브라만에 속해 있었지만 평생을 가난하게 살며 인도에서 가장 천하게 여기는 오물을 치우는 일을 하였습니다. 그가 행했던 일 중에 ‘토지헌납운동’이 있습니다. 가난한 농민들에게 부유한 지주들이 땅을 나누어주자는 운동입니다. 비노바 바베는 2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인도 전역을 걸어 다니며 지주들을 만났고, 그 결과 400만 에이커 곧, 스코틀랜드 크기만한 거대한 토지를 헌납 받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비노바 바베는 이렇게 외치고 다녔습니다. “도둑질은 범죄이지만 많은 돈을 쌓아놓는 것은 도둑을 만들어내는 더 큰 도둑질이다. 돈이 많다는 사실로만 존경받아서는 안 된다. 만약 당신이 다섯 명의 자녀를 두었다면 땅 없는 가난한 이들을 여섯째 아들로 생각하고 그를 위해 소유한 땅의 6분의 1을 바치라. 모든 인간이 공기와 물과 햇빛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듯이, 모든 인간이 땅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땅을 가지지 못한 사람이 존재하는 한, 한 개인이 필요한 것 이상으로 땅을 차지하는 것은 잘못이다. ...... 당신이 부자라면 베풀어라. 설사 당신이 가난한 사람일지라도 더 베풀어라. 못가진 자는 없다. 재산, 육체적인 노동, 능력, 사랑을 베풀어라. 시간을 베풀어라. 땅은 신의 것이다. 공기, 물, 햇빛 등을 우리는 선물로 받았다. 우리에게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은 환원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이제 비노바 바베 같은 사업가들이 필요합니다. 하나님이 주신 부로 이웃을 위해서 선하게 사용할 수 있는 그런 부자들이 필요합니다. 혼자만 잘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잘 살아야 합니다. 남북 간에도 평화가 필요합니다. 서로 상대방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상대방은 형제입니다. 서로 죽이겠다고 싸우면 서로 죽습니다. 자연과도 평화가 필요합니다. 4대강 개발을 통해서 자연을 다 죽여 놓으면 자연이 우리를 공격할 것입니다. 강물은 흐르게 내버려 두십시오. 함께 공존하는 법을 모르면 서로 죽습니다.

하나님은 에돔의 족속을 위하여 36장 한 장 전체를 할애함으로써 이스라엘로 함께 공존할 것을 요구하셨습니다. 에돔은 함께 축복을 누려야할 형제임을 깨닫게 해주십니다. 그래야 이스라엘도 행복합니다. 현재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 공존하지 못하니 항상 전쟁과 테러의 위협에 시달리는 것 아닙니까? 하나님의 지혜와 그 마음을 배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