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중요한 사람입니다(어린이주일)
에베소서 1:3~6
오늘은 어린이 주일입니다. 어린이 주일을 맞이하여 모든 세대가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립니다.
함께 예배드리는 교육부서의 친구들 모두에게 하나님이 큰 복을 내려주시고 도와주시기를 기도합니다. 교우들께서도 ‘자라나는 세대’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고, 한남교회가 신앙의 유산을 물려주는 귀한 일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 미셸 오바마 자서전 <비커밍>
어린이 주일을 맞이하면서 자라나는 세대와 청년들에게, 여전히 꿈을 꾸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어떤 말씀을 드릴까 생각이 많았습니다. 지난 주간에 저는 미국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인 미셸 오바마의 자서전<비커밍>이라는 책을 꼼꼼하게 밑줄 쳐가며 읽었습니다. 560쪽에 이르는 제법 두꺼운 책이었지만, 독서의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은 책이었습니다.
1964년생인 미셸 오바마가 저보다 두 살 어리지만, 그의 자서전을 통해서 많은 도전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책 제목은 여전히 ‘되어가고 있는 중’이라는 진행형 ‘Becoming’입니다. 그렇습니다. 삶은 ‘만들어진’이라는 ‘완료형’이거나 ‘과거형’ 아니라 ‘만들어지는 중’인 진행형입니다.
제가 받은 도전 중 하나는 이미 그녀가 일찍이 깨닫고 극복했던 문제였습니다. 소위 ‘냉소주의’라는 것입니다. 그녀는 흑인으로 살면서 수많은 좌절과 실망을 겪는 과정에서 냉소주의에 빠질 뻔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냉소주의에 빠지는 대신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보기로 작정하면서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자신을 만들어 갑니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도 여전히 자신을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 “너는 중요한 존재야!”
그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진학 상담사와 상담을 하면서, 프린스턴 대학에 가고 싶다고 합니다. 그러자 진학 상담사는 그간의 노력과 결과를 보지도 않고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단칼에 “네가 프린스턴에 갈 재목인지 잘 모르겠구나”라고 합니다. 그때를 회상하면서 그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만약 네가 그녀의 말을 믿었다면, 그 한 마디로 내 자신감은 거꾸러졌을 것이다.’ 그리고 자서전 말미에 ‘내가 고등학교 때 만났던 진학 상담사, 너는 프린스턴 재목이 못 된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졌던 그 사람과는 정반대의 존재가 되고 싶었다.’고 적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주변에 “너는 중요한 존재야!”라는 단순한 메시지를 꾸준하게 들려주는 부모님과 선생님과 멘토가 있었던 것을 인생의 가장 큰 행운이었다고 고백합니다.
“당신은 중요한 사람입니다!” 옆 사람에게 축복의 말을 전해봅시다. 자녀에게도 “너는 중요한 존재야!”하는 메시지를 선물로 주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고마움을 담아 “당신은 중요한 사람입니다!” 전하시기 바랍니다.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은 인식하고 살아가는 사람은 ‘정말 중요한 사람’이 됩니다.
■ “하나님을 찬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에베소서 1장의 말씀은, 제가 목사가 되어야 할지 말지 고민하던 시기에 저로 목사의 길로 결단하게 한 말씀입니다.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서원기도를 따라 목회자가 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신학교에 들어가서 ‘목사의 정체’를 알게 됩니다. 너무 힘든 길임을 알기에 저는 하나님과 타협을 하고 싶었습니다. “꼭 목사만 하나님의 일을 하는 건 아니잖아요. 저는 다른 일 하면서 하나님의 일을 할게요.” 그런 고민을 하면서 말씀을 읽다가 에베소서 1장 3절 “찬송하리로다!”에서 제 눈이 멈췄습니다. 공동번역성서는 이 부분을 “우리는 하나님을 찬양할 수밖에 없습니다!”로 해석했고, 저는 공동번역 성서로 이 말씀을 읽었습니다. 굉장히 생소한 해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말씀이 계속 반복됩니다. 그래서 왜 그런지 말씀을 꼼꼼하게 다시 읽었습니다.
■ 창세 전에
‘창세 전에’, 공동번역 성서로는 ‘천지 창조 이전에’라는 글자 하나하나가 야구공처럼 크게 보이고, 글자 하나하나가 눈으로 날아와 박히는 것 같은 체험을 했습니다. 지금은 없어진 수유리신학대학원 은행나무와 등나무 곁에 있던 벤치였습니다. 성경을 읽다 말고, 발밑을 보니 비가 오려는지 개미가 부지런히 제집을 드나들면서 구멍 주위를 담처럼 쌓습니다. 순간, 저는 제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저뿐만 아니라. 지금 부지런히 굴속에서 흙을 옮겨 제집 주변에 담을 쌓은 개미도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알았습니다. 내가 미워하던 사람도 얼마나 하나님께서는 얼마나 중요한 존재로 여기시는지 알았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을 찬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 세상을 만드시기 전부터 하나님은 우리에게 하늘의 온갖 영적인 축복을 베풀어주신 것입니다. 그 영적인 축복은 그리스도를 통해서 주신 것입니다. 그 복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창조 이전에 이미 우리를 선택하셨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를 거룩하고 흠 없는 자가 되게 하셨고, 우리를 하나님 앞에 설 수 있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이고 기뻐하시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여러분, 실패했습니까?
여전히 하나님은 여러분을 중요한 사람으로 여기십니다.
여러분,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십니까?
아니, 여러분은 창세 전부터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귀한 뜻을 품은 중요한 사람입니다.
여러분, 이제 나이가 들어 다 이루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 여전히 이뤄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비컴’이 아니라 ‘비커밍’이기 때문에 하나님은 이 땅의 삶을 허락하신 것입니다. 우리가 어떤 상황이든지, 그것이 설령 절망의 한가운데라도 여전히 ‘비컴’이 아니라 ‘비커밍’이므로 우리는 모두 아주 중요한 사람입니다.
“나는 중요한 사람이다. 나는 하나님이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는 창세 전에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계획을 품은 아주 중요한 사람이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 아주 중요한 사람입니다. 이것을 인식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자기 정체성’이 뚜렷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이런 분들 되시길 바랍니다.
■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우리나라의 입시제도는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입시감옥에 가두는 교육체계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아는 많은 이들이 지혜를 모아 입시제도를 바꿔보려 했지만, 제일 나은 방법이라는 것이 오늘날 우리 교육세대가 겪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런 현실을 냉소적으로만 바라보면, 학교를 뛰쳐나가야겠지요. 그리고 실제로 제도교육이 아닌 대안학교를 통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도 많습니다. 그런데 어떤 입시제도이든지 간에 ‘학업’ 즉 ‘공부하는 일’은 추구할 가치가 있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학업을 잘 완수하면, 제 세상으로 진출하게끔 돕는 도움닫기(디딤돌)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소위 입시지옥 대한민국에 살아가는 세대뿐 아니라 전 세계 공통적인 일입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서울대 나온 사람들이, 미국에서는 하버드 나온 사람들이, 영국에서는 옥스퍼드 나온 사람들이, 독일은 뮌헨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학사학위보다는 석사학위를 받은 사람들이 석사학위보다는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들이 세상으로 진출하는데 좀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학생들은 ‘학업’ 즉 ‘공부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 직업인입니다. 꼰대같은 소리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학생의 때에 학업에 전념하십시오, 여러분의 삶이 달라집니다. 충분히 게임이나 sns보다는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 학업입니다.
■ 기성세대에게
여러분의 자녀를 ‘대리인’으로 만들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이루지 못한 꿈을 대신 이루는 대상으로 아이들을 대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그들만을 위한 특별한 계획을 창세 전부터 가지고 계심을 믿으십시오. 단지, 여러분이 하실 일은 자녀에게 “넌 아주 중요한 사람이야!”라는 것을 심어주는 일입니다. 그게 가장 큰 선물입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강인하면서도 낙천적인 성격을 가지고 살아가길 원하신다면, “넌 아주 중요한 사람이야!” 이 선물을 마음 깊이 심어주십시오.
<비커밍>에서 읽은 감동적인 문장을 소개하면서 오늘의 말씀을 마치겠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 노력 속에 신념을 심고서 햇살과 비와 시간이 함께한다면 언젠가 그 흙을 뚫고 썩 괜찮은 것이 솟아나리라는 믿음을 품는 것 뿐이었다.”(42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