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과 에서의 화해

창세기33:1-20
1 야곱이 눈을 들어 보니 에서가 사백 인을 거느리고 오는지라 그 자식들을 나누어 레아와 라헬과 두 여종에게 맡기고 2 여종과 그 자식들은 앞에 두고 레아와 그 자식들은 다음에 두고 라헬과 요셉은 뒤에 두고 3 자기는 그들 앞에서 나아가되 몸을 일곱 번 땅에 굽히며 그 형 에서에게 가까이 하니 4 에서가 달려와서 그를 맞아서 안고 목을 어긋맞기고 그와 입맞추고 피차 우니라 5 에서가 눈을 들어 여인과 자식들을 보고 묻되 너와 함께한 이들은 누구냐 야곱이 가로되 하나님이 주의 종에게 은혜로 주신 자식이니이다 6 때에 여종들이 그 자식으로 더불어 나아와 절하고 7 레아도 그 자식으로 더불어 나아와 절하고 그 후에 요셉이 라헬로 더불어 나아와 절하니 8 에서가 또 가로되 나의 만난 바 이 모든 떼는 무슨 까닭이냐 야곱이 가로되 내 주께 은혜를 입으려 함이니이다 9 에서가 가로되 내 동생아 내게 있는 것이 족하니 네 소유는 네게 두라 10 야곱이 가로되 그렇지 아니하니이다 형님께 은혜를 얻었사오면 청컨대 내 손에서 이 예물을 받으소서 내가 형님의 얼굴을 뵈온즉 하나님의 얼굴을 본 것 같사오며 형님도 나를 기뻐하심이니이다 11 하나님이 내게 은혜를 베푸셨고 나의 소유도 족하오니 청컨대 내가 형님께 드리는 예물을 받으소서 하고 그에게 강권하매 받으니라 12 에서가 가로되 우리가 떠나가자 내가 너의 앞잡이가 되리라 13 야곱이 그에게 이르되 내 주도 아시거니와 자식들은 유약하고 내게 있는 양 떼와 소가 새끼를 데렸은즉 하루만 과히 몰면 모든 떼가 죽으리니 14 청컨대 내 주는 종보다 앞서 가소서 나는 앞에 가는 짐승과 자식의 행보대로 천천히 인도하여 세일로 가서 내 주께 나아가리이다 15 에서가 가로되 내가 내 종자 수인을 네게 머물리라 야곱이 가로되 어찌하여 그리하리이까 나로 내 주께 은혜를 얻게 하소서 하매 16 이 날에 에서는 세일로 회정하고 17 야곱은 숙곳에 이르러 자기를 위하여 집을 짓고 짐승을 위하여 우릿간을 지은 고로 그 땅 이름을 숙곳이라 부르더라 18 야곱이 밧단아람에서부터 평안히 가나안 땅 세겜 성에 이르러 성 앞에 그 장막을 치고 19 그 장막 친 밭을 세겜의 아비 하몰의 아들들의 손에서 은 일백 개로 사고 20 거기 단을 쌓고 그 이름을 엘엘로헤이스라엘이라 하였더라

일곱 번 땅에 굽히며

드디어 야곱이 형 에서를 만나는 장면입니다. 형 에서와의 만남은 야곱의 인생에서 꼭 한 번은 풀어야 할 숙제 같은 것이었습니다. 자기 욕심 때문에 형 에서에게 큰 상처를 주었습니다. 이것을 풀지 않고는 한이 되고 결코 편안할 수 없습니다. 우리 인생에서도 그런 일이나 그런 사람이 없습니까? 꼭 만나서 그때 정말 미안했었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이 없습니까? 있으면 풀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는 주로 청년시절에 범했던 잘못들이 있습니다. 그때는 신앙적인 열심히 있어서 그랬던지 제가 몸담고 있던 선교단체 간사님과 교회 목사님들을 괴롭게 하고 그렇게 많이 비판을 했습니다. 왜 설교를 그런 식으로 하느냐? 왜 부흥이 안 되느냐? 왜 사회의식이 그렇고 자율성을 보장해 주지 않느냐? 하며 괴롭혔습니다. 그때 그분들이 저의 이런 행동 때문에 매우 힘들어했고, 당시 다니던 교회가 해체되는 이유 중 하나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제 그 자리에 서게 되고 목회를 하게 되니 그분들의 마음과 행동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인생을 보는 시각이 좀 더 열리고 나니 그때 너무 철없이 굴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것이 오랜 동안 얹힌 것처럼 남아 있었는데 기회가 되어 그 당시 목사님을 찾아가 ‘그 때 너무 죄송했다’며 사죄의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 말씀을 드릴 때 그분의 표정이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릅니다. 그분도 그 게 오랜 동안 쌓였던 것 같습니다. 다른 한 분 간사님도 만나서 용서의 말씀을 드리려 했지만 그분은 미국으로 이민을 가셨고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만나면 첫마디가 역시 “그때 죄송했습니다.”는 말일 것 같습니다.

야곱이 형 에서를 만나며 취했던 행동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절에 야곱이 눈을 들어서 보니 형 에서가 4백인을 거느리고 옵니다. 여전히 그가 환영하기 위해서인지 자신을 치기 위해서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얍복 강에서 하나님을 체험한 이후 야곱의 마음은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순간에도 머리가 재빨리 돌아가는 것을 보니 역시 야곱답습니다. 야곱은 형 에서와의 만남을 앞두고 여러 번 그 진용을 바꾼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옆으로 두 떼를 벌여 놓아 피신 대형으로 만들었습니다. 다음에는 앞뒤로 세 떼로 나누어 선물공세 대형으로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빌하와 실바와 그 아들들을 앞세우고, 다음에 레아와 그 자녀들을 세우고, 맨 마지막에는 라헬과 요셉을 배치했습니다. 이 순서 또한 만약 에서가 공격하면 라헬과 요셉은 도망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야곱의 약삭빠른 행동이지만 그래도 이전보다 좀 나은 것은 자신이 가장 앞장을 서서 에서를 맞는다는 점입니다. 더 이상 형 에서를 피하지 않고 담담히 맞겠다는 의지가 보입니다.

형 에서를 맞는 야곱의 태도는 지나치다 할 정도 자신을 낮추고 있습니다. 3절입니다. “자기는 그들 앞에서 나아가되 몸을 일곱 번 땅에 굽히며 그 형 에서에게 가까이 하니” 절을 일곱 번씩이나 하는 것은 극도로 자신을 낮추고 용서를 구하고 있는 모습이라 할 것입니다. 병자호란 때 인조 왕이 청나라에 패한 후 남한산성에서 9번 머리를 조아리며 그 앞에 나갔다고 했는데 마치 그런 장면을 연상케 합니다. 자기만 절할 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도 모두 절하게 합니다. 6절입니다. “때에 여종들이 그 자식으로 더불어 나아와 절하고” 7절입니다. “레아도 그 자식으로 더불어 나아와 절하고” 7절 하반절입니다. “그 후에 요셉이 라헬로 더불어 나아와 절하니” 모두가 에서에게 무릎을 꿇고 있습니다. 성경은 연속해서 ‘절을 했다’는 표현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야곱은 형 에서를 철저히 ‘내 주여’라고 호칭합니다. 8절입니다. “내 주께 은혜를 입으려 함이니이다”(8, 10, 15), 14절 “내 주는 종보다 앞서 가소서”

형 에서에게 하염없이 절을 하고 형 에서를 ‘내 주’라고 표현하는 장면은 야곱이 받았던 축복과는 상반된 모습입니다. 야곱은 아버지로부터 속여서 장자권을 받았습니다. 그때 이삭은 야곱을 이렇게 축복했습니다. “만민이 너를 섬기고 열국이 네게 굴복하리니 네가 형제들의 주가 되고 네 어미의 아들들이 네게 굴복할 것이다”(창27:29) 에서에게는 “네 아우를 섬길 것”(창27:40)이라는 저주가 주어졌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정 반대가 되었습니다. 오히려 야곱이 에서에게 무릎을 꿇고 ‘내 주’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녕 큰 자는 누구인가? 제가 보니 야곱입니다. 먼저 화해를 청하는 자가 큰 자입니다. 먼저 자기를 낮추는 자가 큰 자입니다. 주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막10:43-44) 화해하기 위해서는 두 사람 중 누구 한 사람이 먼저 자신을 낮추고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실상은 큰 자가 무릎을 꿇어야 하고 그래야 화해가 이루어집니다. 가난한 자가 무릎을 꿇는 것은 굴종이고 자존심 상하는 일입니다. 누가 주인이고 누가 형님인가? 먼저 양보하고 자기가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 주인이요, 형님입니다. 자녀와 싸우는 부모는 없습니다. 자기의 손해보다 화목과 평화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후의 역사를 보아도 누가 진정 큰 자인가 드러났습니다. 가나안 땅에서 하나님의 복을 받으며 이스라엘이라는 영광스런 나라를 이루었던 것은 야곱의 후손들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얼굴을 본 것 같사오며

겸손한 야곱의 모습을 보며 형 에서가 야곱을 끌어안습니다. 4절입니다. “에서가 달려와서 그를 맞아서 안고 목을 어긋맞기고 그와 입 맞추고 피차 우니라” 정말 극적인 모습입니다. 갈등과 위기가 일시에 해소되면서 화해가 이루어졌습니다. 이처럼 에서의 마음을 녹였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에서가 4백 인을 이끌고 온 것은 분명 이해할 수 없는 행동입니다. 그는 정말 동생 야곱을 해하려는 목적이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환영한다면 적은 수의 무리로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동생 야곱에게 속은 후 에서는 “내가 내 아우 야곱을 죽이리라”(창27:41)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 때문에 야곱은 삼촌 집으로 피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평생 복수의 그날만 기다렸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마음이 갑자기 바뀌었습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무엇보다 야곱의 겸손한 태도를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일곱 번씩 절하고 자신을 종이라 칭하며 낮추는 모습에서 그 마음이 열렸을 것입니다. 겸비한 모습은 하나님도 감동시킵니다. 역대기서에는 “스스로 겸비하고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그 땅을 고쳐주신다고 말씀합니다. 유다에서 가장 악한 왕이었던 므낫세도 겸비하여 기도하니까 하나님께서 그의 기도를 들어주셨다고 합니다(대하33:12-13). 겸손할 때 사람의 마음을 얻습니다.

둘째는 야곱이 준 선물을 들 수 있습니다. 8절에 보면 “나의 만난 바 이 모든 떼는 무슨 까닭이냐”고 야곱에게 물었습니다. 야곱은 세 떼로 나누어 선물 공세를 폈고, 그때마다 앞선 종들에게 에서에게 말하기를 “자기 주 에서에게로 보내는 예물이오며 야곱도 우리 뒤에 있나이다”(창32:18)고 반복하도록 하였습니다. 에서는 처음엔 이 선물을 받지 않으려 하였지만 야곱이 계속 강권하매 받았다고 합니다. 11절입니다. “하나님이 내게 은혜를 베푸셨고 나의 소유도 족하오니 청컨대 내가 형님께 드리는 예물을 받으소서 하고 그에게 강권하매 받으니라” 선물은 마음을 녹입니다. 화해는 물질과 함께 할 때 더 큰 효력을 발생합니다.

그렇지만 결정적인 원인으로서 들 수 있는 것은 바로 하나님의 개입입니다. 얍복 강에서 했던 야곱의 기도를 하나님께서 들으셨습니다. 그때 야곱은 하나님의 얼굴을 보았다는 뜻에서 그 장소를 ‘브니엘’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그런데 이 하나님의 얼굴이라는 것이 형 에서와의 만남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10절입니다. “내가 형님의 얼굴을 뵈온즉 하나님의 얼굴을 본 것 같사오며” 야곱은 지금 형 에서의 얼굴에서 하나님의 얼굴을 보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아첨의 말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이미 형 에서의 마음에서 어떤 역사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지난 밤까지 형 에서의 마음에는 분노와 복수의 의지로 가득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갑자기 그의 마음을 바꾸셨습니다. 동생이 불쌍해 보였던 것입니다. 하나밖에 없는 동생인데, 이제는 먼 과거의 일인데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서 이루시는 역사입니다. 분노가 치미는데  원수를 용서하라면 용서하기가 힘이 듭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그 사람을 향하여 불쌍한 마음이 일어나게 하면 용서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처럼 에서의 마음을 돌이키셨던 것입니다. 야곱은 분노에서 사랑으로 바뀐 에서의 얼굴에서 하나님의 얼굴을 본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른 사람을 용서하거나 다른 사람의 용서를 받기 위해서 가장 먼저 힘써야 할 것은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입니다.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우리 마음을 바꾸시던지 상대방의 마음을 바꾸시던지 합니다. 우리의 의지로 용서하라면 힘이 들지만 그 사람이 불쌍해 보이면 측은한 마음에 용서할 수 있습니다. “저 사람도 먹고 살려고 하니 어쩔 수 없었구나.” 하면서 말입니다.

민족의 화해

이렇게 하여 야곱과 에서의 화해가 일어났습니다. 도무지 화해될 것 같지 않은 두 사람 간에 화해가 이루어졌습니다. 둘의 화해를 보며 가슴 아프게 생각난 것은 바로 남한과 북한이라는 우리 민족의 화해입니다. 야곱과 에서가 그랬듯이 으르렁대고 싸우고 있는 것이 바로 남한과 북한입니다. 서로 속이고 속임을 당했다고 하고 서로를 죽이지 못해서 안달입니다. 이 싸움의 결과 빚어진 가장 큰 아픔은 이산가족의 비애입니다. 최근에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이 있었습니다. 이산 가족 상봉 장면은 정말 눈물 없이는 볼 수 없습니다.. 이번에 보니까 60년 만에 만난 부부도 있었고 부모자식도 있었습니다. 신문에 보도된 상봉 장면과 이별할 때의 몇 부분을 그대로 전하겠습니다.

『......남측의 임봉국(89)씨는 1951년 1·4후퇴 피난 중 헤어진 북측 아내 안순회(92)씨를 3일 이산가족면회소에서 한눈에 알아보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임씨는 휠체어에 앉아 울고 있는 아내에게 “어째서 피난 때 집으로 돌아갔어. 맹추들, 잘 따라 다녀야 하는 거야”고 다그쳤다. 10여년 같이 살면서 말싸움 한번 하지 않았을 정도로 금실이 좋았던 부부였다. 임씨는 이어 “얼굴이 왜 이렇게 달라졌어. 호주머니에 넣고 다닐 만큼 예뻤는데”라면서도 “내가 큰 죄를 지었다”며 애통해 했다.....』(아시아투데이 기사 중에서)

『......이번 상봉 가족 가운데 남북한을 통틀어 최고령인 남측의 김례정(96)씨는 “이제 다시 못 볼 텐데 어떻게 해‥”라며 애통해하다 갑자기 심장 통증을 느꼈지만 1분이라도 딸을 더 보기 위해 의료진의 진찰조차 거부했다. 북측의 딸 우정혜(71)씨는 노환으로 바깥출입을 거의 못하다가 자신을 보려고 5년 만에 외출복을 입은 어머니에게 울먹이면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큰절을 올렸고, 오빠 우영식씨도 “잘살고 있다가 통일이 되면 다시 만나자”며 눈물을 훔쳤다. 우씨 가족은 북측 이산가족이 탄 버스가 면회소를 떠날 때 어머니 김례정씨를 자리에서 들어 올려 창문을 통해 두 모녀가 한 번 더 손을 맞잡기도 했다.

......북측의 아버지 고윤섭(81)씨를 만나러 미국에서 온 아들 고배일(62)씨는 큰절을 올리다 말고 엎드려 통곡했고,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고윤섭씨는 가족에게 업혀 상봉장을 나갔다...... 미국 시민권자인 고배일씨는 북한의 아버지 윤섭씨가 자신을 찾는다는 소식에 급히 귀국해 방북단에 합류했다. 아버지와 헤어질 때 세 살배기였던 배일씨가 “저승에서 영혼으로 만나면 아버님을 붙잡고 놓아드리지 않겠다”며 눈물을 멈추지 못하자 부친도 울먹이며 “꼭 그러자”고 답했다. 배일씨는 “아버님이 치아가 없어 음식을 잘 못 잡수시던데…미국에 가면 제가 치아를 다 해 드릴 수 있을 텐데”라며 아버지의 주름진 손을 꼭 쥐었다.

......극적으로 생존이 확인된 국군 출신 상봉자 4명도 만남의 기쁨을 맛봤다. 북측 최고령 상봉자인 리종렬(90)씨는 생후 100일 때 헤어진 아들 민관(61)씨를 만났다. 당시 이씨는 다급한 상황에서도 아들의 이름을 지어주고 입대했고, 민관씨는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한테 받은 이름으로 평생을 살았다. 이씨는 “민관아, 지난 60년간 하루도 너를 잊지 않았다”며 환갑 나이의 아들에게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아버지 리종렬씨와 다시 헤어지게 된 남측 아들 이민관씨는 “아버지, 아버지”라고 하염없이 부르며 목놓아 울었다. 민관씨는 아버지를 모시고 나온 이복동생 명국씨의 손을 꼭 잡고 “아버지 잘 부탁한다. 정말 잘 부탁한다”며 간절히 부탁하기도 했다.

......북측의 오빠 이희명(80)씨를 만난 이인숙(74)씨는 개별상봉 후 오빠가 버스에 오르자 그 옆에 서서 ‘오빠 생각’을 불렀다. “비단 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하는 부분에서 감정이 북받친 인숙씨가 울먹이자 희명씨는 버스 창문 밖으로 동생의 손을 잡고 “이제 난 울지 않겠다. 열심히 살아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달랬다......』(국민일보 기사 중에서)

참으로 기가 막힌 일입니다. 참으로 잔인한 한민족입니다. 부모형제와 부부가 생이별을 하고 60년 동안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아직도 수많은 이산가족이 서로 만날 날을 기다리다 죽어가고 있습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21세기 대명천지에 벌어질 수 있단 말입니까? 아무리 이념적 차이가 크다 할지라도 어찌 이럴 수 있는지? 정말 잔인한 한민족들입니다. 인간의 정을 생각한다면 순수한 인도적 견지에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데도 말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일차적으로 북한의 책임이 크다 할 것입니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순수한 인도주의적 입장보다 정치적, 경제적으로 이용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이 체제위기를 가속화 시킬 것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을 매개로 쌀과 비료 등 경제적 대가를 원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이런 모습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북한은 자신의 체제 위기를 가져오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이유도 강력한 군사대국 미국에 저항하기 위해서입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쥐의 반항처럼 보입니다. 30살도 되지 않은 청년을 후계자로 세운 그들의 세습정치도 현대 민주사회에서 말도 안 되는 현실이지만, 결국 자신들의 체제를 가장 안정적으로 지키기 위한 발버둥이라 할 것입니다. 북한은 늘상 그래 왔습니다.

그런데 저는 오히려 문제 삼고 싶은 것은 우리 정부와 국민들의 태도입니다. 북한은 이미 궁지에 몰린 쥐와 같습니다. 우리는 북한의 GDP의 38배나 앞서 있습니다. 1인당 GDP도 북한보다 18배나 많습니다. 인구도 우리가 두 배가 더 됩니다. 첨단 무기로 무장한 군사력이 있고 뒤에는 든든한 미국이 버티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힘도 있고 경제력도 있는데 북한 하나 요리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부자와 가난한 자가 싸우면서도 전혀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형국입니다. 저쪽은 가진 것이 없으니까 죽자 사자 달려들 것은 뻔합니다. 그런데 돈을 가진 부자가 자신이 가진 돈의 힘으로 싸우지 않고 똑같이 주먹으로 싸우고자 한다면 어리석습니다.

야곱에게서 지혜를 배워야 합니다. 야곱처럼 과감히 선물을 주십시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물질입니다. 쌀 100만 톤을 과감하게 지원하십시오. 군량미로 쓰인다고요? 예 군량미로 쓰라고 하십시오. 북한 군인도 먹고 살아야 할 우리 민족의 아들 딸 아닙니까? 그리고 또 요즘 군량미 가지고 싸우는 나라가 도대체 어디 있습니까? 최근 전쟁에서 쌀이 없어서 망한 군대 보았습니까? 찔끔 주면 효과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주어야 그 혜택이 조금이라도 더 북한 주민들에게 돌아갈 것 아닙니까? 쌀을 주면 북한 주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고 그것보다 더 무서운 무기는 없습니다. 김정일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 그들을 먹였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북한 주민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 같습니까? 동서독 통일이 어느 날 우연히 된 것이 아닙니다. 서독이 아낌없이 퍼주었기 때문에 동독 사람들의 마음을 얻었고 그 결과 손쉽게 통일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또 우리나라는 지금 쌀 재고가 남아돌아 쌀 이 떨어지고 재고비용으로만 2,500억 상당이 든다고 합니다.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있는데 정말 어렵게 가고 있습니다.

이제 남한은 큰 형님의 입장이 되어야 합니다.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남한이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넓은 마음으로 북한을 포용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낮아지고 겸손한 자가 승리합니다. 우리는 이미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흔히 언론이나 정부에서 북한의 어떤 행동을 보이면 그에 대해서 깎아내리거나 비아냥대는 경향이 많습니다. 저는 그런 태도가 설사 참되다 할지라도 지혜롭지는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통일이나 평화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물론 북한 인권 문제나 3대 세습 등 문제가 많습니다. 그러나 남북한은 마치 별거 상태의 부부와 같습니다. 아예 헤어져 살 거라면 문제없지만 다시 재결합의 희망을 가지고 있다면 말 한마디나 행동 하나도 조심해야 합니다. 진실이라도 다른 사람이 아니라 지금 갈등상태에 있는 상대 배우자가 지적한다면 그 갈등은 더 심해지고 그것이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습니다.

야곱이 고개를 숙였을 때 화해가 이루어졌습니다. 야곱이 고개를 숙였다고 하여 그가 작은 자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미 큰 자이고 힘이 있습니다. 저는 하나님이 우리나라에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축복을 주신 이유를 생각했으면 합니다. 그 힘으로 주도적으로 통일을 이루고 평화를 만들어내라는 사명입니다. 그런데 그 힘을 이용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바보요, 자기 유익만을 위해서 사용하고 권세를 부리는 데만 사용한다면 우리는 악한 종과 같다 할 것입니다. 주님은 마지막 심판의 때에 악한 종과 같이 판단을 받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경고하셨습니다. “만일 그 악한 종이 마음에 생각하기를 주인이 더디 오리라 하여 동무들을 때리며 술친구들로 더불어 먹고 마시게 되면 생각지 않은 날 알지 못하는 시간에 그 종의 주인이 이르러 엄히 때리고 외식하는 자의 받는 율에 처하리니 거기서 슬피 울며 이를 갊이 있으리라”(마24:48-51) 충성되고 지혜로운 종은 누구입니까? “충성되고 지혜 있는 종이 되어 주인에게 그 집 사람들을 맡아 때를 따라 양식을 나눠 줄 자가 누구뇨 주인이 올 때에 그 종의 이렇게 하는 것을 보면 그 종이 복이 있으리로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주인이 그 모든 소유를 저에게 맡기리라”(마24:45-47) 하나님이 맡기신 양식을 하나님의 뜻대로 사용하는 것이 충성되고 지혜로운 종이요, 그렇지 않은 것이 악한 종입니다. 우리나라는 충성되고 지혜로운 나라입니까? 아니면 자기 유익만을 알고 권세를 부리는 악한 나라입니다. 하나님의 이런 사명을 망각한다면 하나님은 그 주신 복을 거두어 가실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들에게 화목케 하는 직책을 맡기셨습니다. 고린도후서에서는 이렇게 말씀합니다. “저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를 자기와 화목하게 하시고 또 우리에게 화목하게 하는 직책을 주셨으니 이는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 계시사 세상을 자기와 화목하게 하시며 저희의 죄를 저희에게 돌리지 아니하시고 화목하게 하는 말씀을 우리에게 부탁하셨느니라”(고후5:18-19)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에서 희생하심으로써 하나님과 원수 된 인간들을 화목케 하는 일을 하셨습니다. 이제는 그 은혜를 받은 사람들을 향하여 화목케 하는 직책을 주셨다, 화목하게 하는 말씀을 부탁하셨다고 말씀합니다. 교회와 우리 신앙인들은 남한과 북한을 화목케 하는 일에 앞장서야 할 것이고, 둘의 화목을 위해서 계속해서 기도해야 합니다. 이것보다 더 큰 기도 제목도, 한국교회에 주어진 큰 사명도 없습니다. 우리가 간절히 기도하고, 우리가 희생하고 겸손함으로 섬길 때 하나님께서는 우리 민족의 얼굴에서 하나님의 얼굴을 보게 하시는 그런 은혜와 기쁨의 날을 허락하실 것입니다.

평안히 가나안 땅에 이르러

동생과 화해를 이룬 에서는 이제 적극적으로 야곱을 돕겠다고 합니다. 야곱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앞장서서 보호해주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제안에 대해서 야곱이 거절을 합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13절입니다. “내 주도 아시거니와 자식들은 유약하고 내게 있는 양 떼와 소가 새끼를 데렸은즉 하루만 과히 몰면 모든 떼가 죽으리니” 그러면서 천천히 가겠다고 합니다. 그러자 에서는 이번에는 종자 수 명을 붙여서 보호해주겠다고 합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에서는 화끈한 성격의 소유자 같습니다. 그러나 야곱은 이마저도 거부합니다. 그런 호의조차 받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는 야곱의 완곡한 거부입니다. 이후에 보면 야곱은 형 에서를 만나러 가지 않습니다. 세겜이란 곳에서 한참 머물다가 올라갑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역시 야곱은 생각이 빠른 사람 같습니다. 비록 형 에서와 화해를 하였다고 하나 사람이란 것이 그렇듯이 그 앙금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서로 성격차가 심한 사람들이 같이 있다 보면 어떤 갈등이 생길지 모르고 또 옛일이 다시 생각날지도 모릅니다. 서로 화해를 하였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오히려 서로 약간의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 것이 더 지혜롭다고 생각합니다. 맞지 않는 것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는 것도 어리석은 일입니다.

고향 근처 세겜에 머무른 야곱은 그 곳에 단을 쌓고 엘엘로헤이스라엘이라 부릅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이라는 뜻입니다. 성경은 “야곱이 밧단아람에서부터 평안히 가나안 땅 세겜 성에 이르러 성 앞에 그 장막을 쳤다”(18)고 전하고 있습니다. 고향 땅으로 무사히 돌아오게 하신 하나님, 자기 평생에 체증처럼 얹혔던 것을 해결해 주신 하나님에 대한 찬양입니다. 하나님은 약속을 지키셨습니다. 인간은 연약해서 지키지 못한다 할지라도 하나님은 끝까지 그 약속을 지키시는 성실하신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을 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