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32:21-32 21 그 예물은 그의 앞서 행하고 그는 무리 가운데서 경야하다가 22 밤에 일어나 두 아내와 두 여종과 열한 아들을 인도하여 얍복 나루를 건널새 23 그들을 인도하여 시내를 건네며 그 소유도 건네고 24 야곱은 홀로 남았더니 어떤 사람이 날이 새도록 야곱과 씨름하다가 25 그 사람이 자기가 야곱을 이기지 못함을 보고 야곱의 환도뼈를 치매 야곱의 환도뼈가 그 사람과 씨름할 때에 위골되었더라 26 그 사람이 가로되 날이 새려하니 나로 가게 하라 야곱이 가로되 당신이 내게 축복하지 아니하면 가게 하지 아니하겠나이다 27 그 사람이 그에게 이르되 네 이름이 무엇이냐 그가 가로되 야곱이니이다 28 그 사람이 가로되 네 이름을 다시는 야곱이라 부를 것이 아니요 이스라엘이라 부를 것이니 이는 네가 하나님과 사람으로 더불어 겨루어 이기었음이니라 29 야곱이 청하여 가로되 당신의 이름을 고하소서 그 사람이 가로되 어찌 내 이름을 묻느냐 하고 거기서 야곱에게 축복한지라 30 그러므로 야곱이 그 곳 이름을 브니엘이라 하였으니 그가 이르기를 내가 하나님과 대면하여 보았으나 내 생명이 보전되었다 함이더라 31 그가 브니엘을 지날 때에 해가 돋았고 그 환도뼈로 인하여 절었더라 32 그 사람이 야곱의 환도뼈 큰 힘줄을 친고로 이스라엘 사람들이 지금까지 환도뼈 큰 힘줄을 먹지 아니하더라 야곱은 홀로 남았더니 야곱은 홀로 남았습니다. 그동안 모았던 모든 재산을 강 건너 보냈습니다. 자기 아내들도 보냈고, 열한 명의 자기 아들들도 보내었습니다. 앞에는 형 에서가 4백 명을 이끌고 달려오고 있습니다. 환영하기 위해서인지 공격하기 위해서인지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수고가 다 물거품이 되려는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 야곱은 모든 것을 떠나보내고 얍복 강에 홀로 남았습니다. 야곱은 왜 홀로 남았을까요? 자기만 살기 위해서였을까요?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서였을까요? 아니면 어떤 하나님의 계시를 기다리기 위해서였을까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있습니다. 우리 인생에서 야곱처럼 혼자 외로이 남겨질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인생에서 정말 중요하고 궁극적인 문제는 자기 홀로 처리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은 곁에서 도와줄 수 있기는 하지만 육상선수 마냥 대신 뛰어줄 수는 없습니다. 오늘 야곱의 모습에서 연상되었던 장면은 예수님의 겟세마네 기도입니다. 십자가를 지고 가는 것은 예수님 홀로 감당해야 할 몫이었습니다. 곁에서 잠든 제자들을 향해 예수님이 “너희가 한시도 깨어 있을 수 없더냐?”하고 책망하셨지만, 설사 제자들이 깨어서 기도로 도왔다고한들 큰 도움은 안 되었을 것입니다. 그것은 예수님 홀로 해결하고 결단해야 할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우리 인생에서도 곁에 있는 남편이나 아내나 부모나 친구나 목회자나 그 어떤 사람도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그들이 무관심하고 무능력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은 전적으로 자기가 책임져야 할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야곱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시점입니다. 이 순간이 결정적이었다는 것은 야곱의 이름이 이스라엘로 바뀌고, 건강했던 사람이 절뚝발이로 바뀐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야곱이 얍복 강에 홀로 남았던 이유는 지금까지의 자기 인생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반성에서였습니다. 야곱의 인생은 지금까지는 자기 계획대로 되었습니다. 고향 땅에 있을 때는 자기 계획대로 형과 아버지를 속이고 장자권을 빼앗았습니다. 밧단아람에서는 라반의 속임수와 위협이 있었지만 강한 의지와 지혜로 이겨냈고, 오히려 가정과 큰 부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에서가 4백인을 이끌고 오는 지금의 상황은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입니다. 더욱이 형 에서라는 존재는 그 물리적인 위협도 힘들지만 결정적으로는 형 에서 앞에 자신이 아무런 변명도 할 수 없는, 도덕적으로 매우 무기력하게 만드는 존재라는 점입니다. 이처럼 위기 때문에 홀로 남겨지게 되었지만 사실 야곱의 인생에서 자기 삶에 대한 진지한 반성의 때가 적어도 한 번은 필요하기도 했습니다. 하나님도 우리를 이처럼 홀로 남겨놓으실 때가 있습니다. 우리를 광야로 몰아가실 때가 있습니다. 우리 인생에서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하나님의 부르심입니다. 어쩔 수 없이 코너에 몰렸지만 이런 시기는 우리에게 필요하고, 이 때에 인생의 깊은 곳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자기 인생의 전환을 이루어내면 우리 인생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됩니다. 종교개혁자 루터에게도 이런 체험의 시기가 있었습니다. 루터가 수도사가 되기를 결정했던 것은 그 곁에 떨어진 벼락 때문이었습니다. 루터에게 있어서 하나님은 의로 심판하시는 무자비한 하나님이었고, 자기는 그 하나님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는 두려움이었습니다. 루터는 자기 아버지에게 썼던 편지에서 이렇게 고백하고 있습니다. “자기가 수도사가 된 이유는 신앙에 대한 어떤 동경 같은 것도 아니며, 먹고 살기 위한 것도 아닌, 다만 죽음에 대한 공포와 염려에서 피할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수도사가 되겠다고 맹세했습니다” 루터는 수도사가 되어서도 죄와 그로 말미암은 두려움 가운데 지냈습니다. 자신을 책망하며 의롭지 못하다고 여겨질 때는 하루에도 몇 번식 고해성사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로마 교황청 앞의 스칼라상타 계단을 무릎으로 기어 올라가면서 그가 얻고자 했던 것은 죄의 짐으로부터 벗어나는 그런 자유함이었습니다. 그러던 루터에게 결정적인 계기가 찾아왔습니다. 그 시기는 논란이 있지만 학자들은 그것을 ‘탑의 체험’이라 부릅니다. 비텐베르크 성당의 한 고탑에서 하나님을 체험하는 결정적 만남이 있었습니다. 루터는 이곳에서 성서를 연구하다가 심판과 무자비의 하나님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모든 사람을 의인으로 받으시는 사랑의 하나님을 발견합니다. 그때의 체험을 루터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나는 생각을 가다듬고 ‘복음에는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서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게 하나니 기록된 바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함과 같으니라’(롬1:17)는 말씀에 집중하였다. 나는 하나님의 의가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은총, 즉 믿음으로 사는 의라는 것을 알았으며 긍휼이 풍성하신 하나님이 믿음으로 말미암아 우리를 의롭게 하신다는 그 의가 복음으로 나타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순간 천국으로 들어가는 듯한 새로운 느낌을 받았으며 성경 전체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성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나갔다. 바울이 전한 로마서 말씀은 내게 천국으로 통하는 문이 되었다.” 루터의 고민은 신앙적인 문제였지만 그 고민은 그에게서는 정말 죽느냐 사느냐 할 정도로심각한 것이었습니다. 루터는 비텐베르크의 외로운 고탑에서 홀로 남겨진 채 씨름하다 그 답을 찾았던 것입니다. 우리는 여러 모양으로, 여러 환경에서 홀로 남겨지지만 그 본질은 같습니다. 자신에게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고, 어떤 깨달음이 필요한 때라는 것입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야곱이 혼자 남았을 때 24절에 보면 어떤 사람이 야곱을 급습합니다. “야곱은 홀로 남았더니 어떤 사람이 날이 새도록 야곱과 씨름하다가” 성경 말씀은 그 사람이 인간인지 하나님인지 아니면 어떤 밤 도깨비인지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어떤 사람이라고만 말할 뿐입니다. 나중에 이분이 하나님이라고 야곱이 깨닫게 되지만 그전까지 야곱은 그가 누구인지 몰랐습니다. 야곱은 아마 얍복 강에 거하는 그 지역 신의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는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우리가 어떤 문제와 씨름하는 때는 그것인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그것이 나를 해하러 온 것인지 복을 주기 위해서 온 것인지 모릅니다. 우리는 갑작스럽게 우리를 급습한 불투명한 문제 앞에서 끙끙대며 씨름을 할 뿐입니다. 씨름은 곧 기도였습니다. 이 장면에 대해서 호세아는 다음과 같이 해석을 합니다. “야곱은 ...... 장년에 하나님과 힘을 겨루되 천사와 힘을 겨루어 이기고 울며 그에게 간구하였으며.......”(호12:3-4) 울며 그에게 간구하였다고 합니다. 국어사전에 보면 ‘씨름’에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서로 샅바를 붙잡고 싸우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다루기 힘든 문제나 대상을 풀거나 극복하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것이 기도입니다. 문제 앞에서 끙끙대다 한숨 쉬듯 “하나님 저 좀 도와주세요.” 하면 그것이 기도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보다 성숙한 사람이라면 주의 전에 와서 엎드려 기도하겠지요. 그러나 정말 힘든 문제 앞에서는 기도도 잘 되지 않습니다. 한숨만 나올 뿐입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자신이 하나님의 계획 안에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 이것이 믿음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며 믿음을 그 놓지 않는 것, 이것이 곧 기도이며 씨름입니다. 어떤 사람과 야곱이 씨름을 하는데 야곱의 힘이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그 사람이 야곱을 이기지 못하자 야곱의 환도뼈를 쳐서 부수어 버립니다. 25절입니다. “그 사람이 자기가 야곱을 이기지 못함을 보고 야곱의 환도뼈를 치매 야곱의 환도뼈가 그 사람과 씨름할 때에 위골되었더라” 환도뼈는 엉덩이 아래쪽의 뼈를 말합니다. 이 뼈는 다리에 힘을 쓰기 위해서 중요한 뼈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생식기를 보호하는 뼈입니다. 맹세할 때 이 환도뼈에 손을 넣고 맹세하도록 하는 것은 그것이 자녀의 생명을 낳게 하는 중요한 기관이고 이를 통해서 그 맹세의 위중함을 확인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야곱은 정체불명의 신에 의해서 그 환도뼈가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이제 야곱은 더 이상 도망갈 수도 없습니다. 다리가 부러졌는데 어떻게 도망가겠습니까? 그는 평생 다리를 절며 살아야 합니다. 야곱의 환도뼈가 부러진 것은 그 상징하는 바가 큽니다. 그것은 이제는 자기 힘을 의지해서는 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야곱은 자기 환도뼈로 살아온 사람입니다. 고향집에서도 삼촌 라반의 집에서도 이 힘으로 버텨왔습니다. 그런데 더 이상 그럴 수 없게 된 것입니다. 하나님은 야곱의 환도뼈를 치심으로써 이제는 자기 힘이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믿음으로 살도록 만드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신앙입니다. 그동안은 자기 힘으로 살아왔는데 이제는 예수 그리스도의 믿음으로 사는 것입니다. 나는 죽고 예수로 사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예수 믿는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사건인지 모릅니다. 그냥 입술만의 고백으로 구원받는다는 그런 차원이 아닙니다. 자기중심적인 존재인 한 인간이 이제 예수님 중심으로 사는 것입니다. 자기 의가 아니라 하나님의 의로 사는 사람들입니다. 자기 감정이나 욕망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대로 사는 사람입니다. 자기 생각이나 힘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과 하나님의 능력으로 사는 사람들입니다. 인생에서도 우리가 꺾일 때가 있습니다. 자기노력 자기판단 자기머리로 다 될 것 같았는데 그것이 심각한 좌절을 겪을 때입니다. 이런 과정을 경험하고 나면 기가 죽습니다. 그러나 때론 기가 죽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김장할 때 배추의 기가 죽어야 맛있는 김치가 됩니다. 뻣뻣하게 살아 있으면 도무지 양념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자기 힘을 놓을 때 사람이 부드러워지고 다른 사람을 포용할 수 있습니다. 유연해야 하나님께서 쓰실 수 있습니다. 자기 삶의 기준이 분명하고 또 자기 완전성을 목표로 살았던 사람은 그 헛된 희망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율법 중심적이었던 바울이 그가 살았을 때 한 일이라곤 다른 사람을 정죄하고 죽이는 일뿐이었습니다. 그러나 다메섹에서 그리스도를 만나 거꾸러진 후 바울은 자기를 희생하고 포용하는 사랑의 사람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결과 그는 자기도 행복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을 살렸습니다. 우리가 죽는다고 해서 완전히 죽는 것은 아닙니다. 배추도 완전히 풀이 죽어버리면 그 또한 김치 맛을 버리고 맙니다. 죽는 것 같은데 실상 우리 안에 있는 헛된 것만 죽고 우리 안에 있는 보배같은 것은 살려 정말 맛있고 열매 있는 인생으로 만드시는 것이 하나님의 역사입니다. 환도뼈가 부러진 야곱이 이제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께 매어달리는 것밖에 없습니다. 그 사람이 날이 새어 가려고 하자 야곱이 붙잡고 늘어집니다. 26절입니다. “당신이 내게 축복하지 아니하면 가게 하지 아니하겠나이다” 저는 이것이 그동안 야곱이 했던 기도 중에 가장 진실된 기도라 생각합니다. 그동안의 기도는 하나님께 드리긴 드렸지만 여전히 자기를 신뢰하는 가운데서 나온 기도였습니다. 들어주면 좋고 그렇지 않아도 무방한 기도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기도는 다릅니다. “당신이 도와주지 않으면 저 죽습니다.”는 식의 전적으로 하나님께 매어 달리는 기도입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께 상달되는 기도입니다. 만약 우리 기도에 하나님께서 속히 응답하지 않으신다면 여러분에게 아직도 버틸 힘이 있다는 사실로 감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만큼 절박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축복해달라는 간구에 하나님은 야곱에게 즉각 대답하지 않고 “네 이름이 무엇이냐”(27)고 묻습니다. 그러자 야곱이 “야곱입니다.”(27)하고 대답합니다. 이 질문과 대답은 진짜 그 이름을 몰라서 주고받는 물음이 아닙니다. 이름이란 것은 그 존재자체를 의미합니다. “네가 누구냐?”는 질문에 야곱이 “야곱입니다.”하고 대답합니다. 그런데 그 야곱이라는 뜻이 무엇입니까? 야곱이란 이름은 ‘잡다’, ‘쥐다’는 뜻으로, 태어날 때 형 에서의 발목을 잡고 태어났기에 그렇게 주어진 것입니다. 그 이름 그대로 야곱은 다른 사람을 발목을 잡는 인생이었습니다. 형 에서의 발목을 잡았고, 삼촌 라반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야곱의 인생은 끊임없이 사람과 싸워온 인생이었습니다. 경쟁에서 앞에 가는 사람을 붙잡고 자신이 앞으로 내달리는 재미로 살아왔던 것입니다. 이런 야곱을 향하여 하나님은 그 이름을 바꾸라고 합니다. 28절입니다. “네 이름을 다시는 야곱이라 부를 것이 아니요 이스라엘이라 부를 것이니 이는 네가 하나님과 사람으로 더불어 겨루어 이기었음이니라” 다시는 야곱같은 삶을 살지 말고 이스라엘의 삶을 살라는 존재전환의 명령입니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이 통치하신다’란 뜻도 있지만 여기에서는 ‘하나님과 겨루다’는 뜻으로 해석합니다. 이제는 사람과 겨루지 말고 하나님과 겨루라는 뜻입니다. 사람과 싸워 봤자 원망만 쌓입니다. 하나님과 싸우는 사람은 더 큰 것과 싸우는 사람입니다. 하나님이 모든 것의 주관자이기에 더 진정한 싸움이며, 더 확실한 승리를 가져다주는 싸움입니다. 우리 인생이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저 사람만 이기면 된다고 하며 승부욕에 불타기도 하고, 또 저 사람 때문에 힘들게 되었다고 하며 원망도 합니다. 그러나 좀 더 성숙한 사람은 단지 사람과의 싸움이 아니라 자기 운명과의 싸움이고, 자신과의 싸움임을 깨닫습니다. 그때부터는 더 이상 사람을 원망하지도 않고 다른 사람을 경쟁 대상으로 삼지도 않습니다. 하나님은 야곱에게 이제는 보다 성숙하고 보다 더 높은 차원의 싸움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할 것입니다. 브니엘의 하나님 야곱은 결국 하나님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29절입니다. “거기서 야곱에게 축복한지라” 이 축복은 외부로부터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자지 자신의 변화입니다. 인생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시각을 갖게 된 것이 축복입니다. 이는 단순히 깨달음에 지나지 않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기가 변화되니 형 에서도 변화됩니다. 33장에서 형 에서와 화해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는 얍복 강에서 변화의 체험을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마치 예수님이 골고다의 십자가에 오르는 일은 이미 겟세마네 기도에서 끝난 것과 마찬가지라 할 것입니다. 그런데 29절에 흥미 있는 장면이 있습니다. “야곱이 청하여 가로되 당신의 이름을 고하소서” 야곱은 자기와 싸움을 벌였던 존재가 누구인지 여전히 모르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하나님의 다른 이름을 물어보고 있는 것일까요? 이런 질문 앞에 여러분이 하나님이라면 어떻게 말하겠습니다. 그래 “나는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다” 하고 속 시원히 대답하시면 되지 않습니까? 그러나 하나님은 자기 정체를 밝혀주시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가로되 어찌 내 이름을 묻느냐” 하나님은 자기 정체를 밝히지 않고 날이 새자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러나 야곱은 알았습니다. 그분이 하나님이었음을. 그래서 30절과 같이 고백합니다. “야곱이 그 곳 이름을 브니엘이라 하였으니 그가 이르기를 내가 하나님과 대면하여 보았으나 내 생명이 보전되었다 함이더라” 브니엘은 ‘하나님의 얼굴’이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루터는 이 구절을 이렇게 주석했습니다. “당신이 그분이십니까? 아 하늘의 아버지시며 주님이시여! 나는 당신을 유령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므로 당신은 은혜로운 분입니다.” 우리 인생에서도 어떤 결정적인 체험이나 만남이 하나님과의 만남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도 있고, 어떤 때는 하나님과는 전혀 상관없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마치 자기 유령이 그랬던 것 같고, 아니면 자기 스스로의 깨달음으로 그렇게 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우리는 고백하게 될 것입니다. ‘아 그때 하나님께서 거기 계셨고, 저에게 그런 은혜를 주셨군요.’ 하고 말입니다. 우리는 그때 그곳에서 실상 하나님의 얼굴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눈이 어두워 못 알아보았을지 모릅니다. 31절의 야곱의 모습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습니다. “그가 브니엘을 지날 때에 해가 돋았고 그 환도뼈로 인하여 절었더라” 동쪽에 해가 떠오르고 그 아침 햇살을 맞으며 다리를 절룩거리며 걷고 있는 야곱을 상상해 보십시오. 이것은 패배가 아니라 승리입니다. 하룻밤을 지나며 야곱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괄목상대’(刮目相對)란 말이 있습니다. 선비는 3일만에 만나면 눈을 크게 뜨고 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사이에 어떤 깨달음을 얻고 사람이 변화되어 있을 줄 모르기 때문입니다. 얍복강에서의 하룻밤은 매우 길었습니다. 길었을 뿐만 아니라 고통의 시간이었습니다. 그 대가로 야곱은 다리를 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야곱에게 있어서 새로운 인생의 출발이었습니다. 시편 기자의 “그의 노여움은 잠깐이요 그의 은총은 평생이로다 저녁에는 울음이 깃들일지라도 아침에는 기쁨이 오리로다”(시30:5)는 고백처럼 브니엘의 아침은 따스함과 희망으로 가득했습니다. 나무에 나이테가 있고 모든 것에도 결이 있듯이 우리 인생에도 결이 있습니다. 성장의 흔적들입니다. 껍질을 깨고 또 한 꺼풀의 허물을 벗을 때마다 우리는 성장합니다. 아프지만 믿음으로 견딘다면 우리는 더 자유하고 더 아름다운 인생을 살게 될 것입니다. 나비가 애벌레에서 번데기가 되고, 번데기에서 나비로 되는 과정은 고통스럽습니다. 먼저는 자기 몸을 실로 동동 감아서 세상과 단절해야 합니다. 그 안에서 애벌레 시절의 내장기관마저도 완전히 녹여서 새로운 기관으로 만들어야 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순간을 견뎌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 누에껍질마저 허물어야 합니다. 그 결과 애벌레는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나비가 됩니다. 헤르만 헤세가 『데미안』이란 책에서 이렇게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신이 우리에게 절망과 고통을 보내는 것은 우리를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생명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다.” 야곱에게 시련을 허락하셨던 분도 하나님이셨습니다. 야곱을 막다른 벼랑으로 몰고 가셨던 분도, 야곱이 그곳에서 외로이 절망 가운데 있을 때 먼저 찾아오셨던 분도 하나님이셨습니다. 비고 가난하게 되어버린 야곱의 마음 가운데 하나님이 임하신 것입니다. 하나님은 반드시 계시다는 사실과 기다리는 자에게 가장 적합한 때에 찾아오심을 믿어 의심치 마시길 바랍니다. 그런 깊은 곳에서 하나님을 만날 때 우리는 진정 자유롭고 행복하며 열매 있는 인생이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