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군대와 야곱의 현실


창세기32:1-20
1 야곱이 길을 가는데 하나님의 사자들이 그를 만난지라 2 야곱이 그들을 볼 때에 이르기를 이는 하나님의 군대라 하고 그 땅 이름을 마하나임이라 하였더라 3 야곱이 세일 땅 에돔 들에 있는 형 에서에게로 자기보다 앞서 사자들을 보내며 4 그들에게 명령하여 이르되 너희는 내 주 에서에게 이같이 말하라 주의 종 야곱이 이같이 말하기를 내가 라반과 함께 거류하며 지금까지 머물러 있었사오며 5 내게 소와 나귀와 양 떼와 노비가 있으므로 사람을 보내어 내 주께 알리고 내 주께 은혜 받기를 원하나이다 하라 하였더니 6 사자들이 야곱에게 돌아와 이르되 우리가 주인의 형 에서에게 이른즉 그가 사백 명을 거느리고 주인을 만나려고 오더이다 7 야곱이 심히 두렵고 답답하여 자기와 함께 한 동행자와 양과 소와 낙타를 두 떼로 나누고 8 이르되 에서가 와서 한 떼를 치면 남은 한 떼는 피하리라 하고 9 야곱이 또 이르되 내 조부 아브라함의 하나님, 내 아버지 이삭의 하나님 여호와여 주께서 전에 내게 명하시기를 네 고향, 네 족속에게로 돌아가라 내가 네게 은혜를 베풀리라 하셨나이다 10 나는 주께서 주의 종에게 베푸신 모든 은총과 모든 진실하심을 조금도 감당할 수 없사오나 내가 내 지팡이만 가지고 이 요단을 건넜더니 지금은 두 떼나 이루었나이이다 11 내가 주께 간구하오니 내 형의 손에서, 에서의 손에서 나를 건져내시옵소서 내가 그를 두려워함은 그가 와서 나와 내 처자들을 칠까 겁이 나기 때문이니이다 12 주께서 말씀하시기를 내가 반드시 네게 은혜를 베풀어 네 씨로 바다의 셀 수 없는 모래와 같이 많게 하리라 하셨나이다 13 야곱이 거기서 밤을 지내고 그 소유 중에서 형 에서를 위하여 예물을 택하니 14 암염소가 이백이요 숫염소가 이십이요 암양이 이백이요 숫양이 이십이요 15 젖 나는 낙타 삼십과 그 새끼요 암소가 사십이요 황소가 열이요 암나귀가 이십이요 그 새끼 나귀가 열이라 16 그것을 각각 떼로 나누어 종들의 손에 맡기고 그의 종에게 이르되 나보다 앞서 건너가서 각 떼로 거리를 두게 하라 하고 17 그가 또 앞선 자에게 명령하여 이르되 내 형 에서가 너를 만나 묻기를 네가 누구의 사람이며 어디로 가느냐 네 앞의 것은 누구의 것이냐 하거든 18 대답하기를 주의 종 야곱의 것이요 자기 주 에서에게로 보내는 예물이오며 야곱도 우리 뒤에 있나이다 하라 하고 19 그 둘째와 셋째와 각 떼를 따라가는 자에게 명령하여 이르되 너희도 에서를 만나거든 곧 이같이 그에게 말하고 20 또 너희는 말하기를 주의 종 야곱이 우리 뒤에 있다 하라 하니 이는 야곱이 말하기를 내가 내 앞에 보내는 예물로 형의 감정을 푼 후에 대면하면 형이 혹시 나를 받아 주리라 함이었더라

하나님의 군대

야곱이 고향 땅에 가까이 오자 이상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하나님의 사자들이 야곱을 마중 나왔습니다. 하나님의 사자들은 군대의 진영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야곱은 이 모습을 보고는 하나님의 군대라 하고 그 땅을 마하나임이라 부릅니다. 하나님의 군대라 하였는데 정확히는 ‘하나님의 진’입니다. 하나님의 사자들이 마치 군대처럼 진영을 구축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하나님의 군대가 갑자기 등장한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야곱을 환영하기 위해서입니다. 하나님의 연단과 훈련을 마치고 약속의 땅으로 돌아온 야곱을 하나님의 사자들이 무리를 이루어 환영하러 나온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야곱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야곱 앞에는 형 에서의 위협이 있고, 약속의 땅은 아직 야곱의 소유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사자들이 이 일을 이루기까지 보호하고 함께 하겠다는 사인입니다. 한두 명이 아니고 하나님의 사자가 마치 군대 진영처럼 도열해 있습니다. 야곱은 얼마나 마음이 놓였겠습니까?

오늘은 493번째 맞는 종교개혁 주일입니다. 종교개혁은 루터가 비텐베르크 성당 문에 95개조 격문을 써 붙이며 시작이 되었습니다. 면죄부 판매에 항의하기 위해 붙였던 작은 격문이 유럽의 운명과 기독교의 역사를 바꾼 것입니다. 이 때문에 루터가 보름스 의회라는 곳으로 소환을 당하게 됩니다. 당시 종교재판은 목숨을 내어놓아야 할 정도로 매우 위험한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말리지만 루터는 가겠다고 합니다. 루터는 “보름스 지붕의 기왓장 수만큼의 마귀가 있을지라도 자기는 그곳에 가겠다.”고 합니다. 그는 그곳에서 자신의 주장을 당당히 발표합니다. 종교재판을 마치며 그가 했다는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나는 여기에 확고히 서 있다.” 이 재판에 임하던 루터의 마음이 바로 야곱의 마음과 같았을 것입니다. 그는 로마 사절단의 위협이나 마귀의 세력보다 하나님의 사자들이 자기를 둘러 진치고 있음을 확신했을 것입니다.

다윗도 동일한 고백을 하였습니다. 다윗은 사울에게 쫓기며 늘 생명의 위협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평안했습니다. 다윗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내가 누워 자고 깨었으니 여호와께서 나를 붙드심이로다 천만 인이 나를 둘러치려 하여도 나는 두려워 아니하리이다”(시3:5-6) 표준새번역으로 다시 번역하겠습니다. “나를 대적하여 사방에 진을 친 자들이, 천만 대군이라 하여도, 나는 두려워하지 않으렵니다.” 실상 다윗이 보았던 것은 천만 대군의 위협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자기를 둘러서 지키고 보호하시는 모습이었습니다.

무슨 일을 하려면 이런 하나님의 보호하심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인터넷의 댓글 하나의 공격에도 마음이 상하는 사람들입니다. 지난 번에 가수 타블로 씨에 대한 학력 논란이 있었을 때 그때 타진요라는 안티 타블로 모임에서 정말 벌떼 같이 달려들어 타블로 씨와 그 가족들을 공격하였습니다. 웬만한 사람이면 그것을 버틸 수 있겠습니까? 모든 의로운 길을 갔던 선지자들이 다 그런 곤경을 경험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예레미야입니다. 예레미야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내가 조롱거리가 되니 사람마다 종일토록 나를 조롱하나이다”(렘20:7) “대저 내가 말할 때마다 외치며 강포와 멸망을 부르짖으오니 여호와의 말씀으로 하여 내가 종일토록 치욕과 모욕거리가 됨이니이다”(8) “나는 무리의 비방과 사방의 두려움을 들었나이다 그들이 이르기를 고소하라 우리도 고소하리라 하오며 나의 친한 벗도 다 나의 타락하기를 기다리며 피차 이르기를 그가 혹시 유혹을 받으리니 우리가 그를 이기어 우리 원수를 갚자 하나이다”(10)

하나님은 이런 모든 비방과 위협에서 우리를 지키시는 분입니다. 우리의 눈을 열어서 하나님의 군대가 우리를 보호하고 계심을 보아야 합니다. 시편에서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여호와의 사자가 주를 경외하는 자를 둘러 진치고 저희를 건지시는도다”(시34:7) 여러분 주위에 여호와의 사자들이 둘러 진을 치고 있는 모습을 한 번 상상해 보십시오. 적들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자가 여러분을 둘러 싸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곳이 전쟁터이든, 살벌한 인생의 현실이든 결코 두렵지 않을 것입니다. 이 하나님의 군대와 함께 나아가십시오.

야곱의 두려움

그런데 우리들의 인생이 다 그렇듯이 그런 안도감은 단 두 절로 그치고 맙니다. 3절 이하에 야곱이 부딪혀야 할 현실은 매우 냉정하고 위험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야곱은 형 에서를 만나기 전에 미리 앞서서 사자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그 사자들이 돌아와서 하는 보고가 야곱을 두렵게 합니다. 6절입니다. “사자들이 야곱에게 돌아와 가로되 우리가 주인의 형 에서에게 이른즉 그가 사백 인을 거느리고 주인을 만나려고 오더이다” 이에 대한 반응이 7절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7절입니다. “야곱이 심히 두렵고 답답하여 자기와 함께한 종자와 양과 소와 약대를 두 떼로 나누고” 11절에서도 그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내가 주께 간구하오니 내 형의 손에서, 에서의 손에서 나를 건져내시옵소서 내가 그를 두려워하옴은 그가 와서 나와 내 처자들을 칠까 겁냄이니이다” 지금 형 에서가 4백인을 거느리고 오는데 환영하러 오는지 아니면 자기를 치러 오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성서가 참 재미있는 것이 그 이유에 대해서 밝혀주지 않고 다만 에서가 4백인을 끌고 오고 있다고만 기록할 뿐입니다. 적인지 아군인지 모릅니다. 환영인지 공격인지 모릅니다. 이게 복이 될지 저주가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불투명한 우리 인생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복이 저주가 될 때가 있고, 실패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성공으로 이끄는 발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야곱은 자신이 형 에서에게 했던 일을 생각하고, 또 20년 전 고향을 떠나온 이유가 형 에서가 자기 생명을 해하려 했기 때문이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자기를 치러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분명 얼마 전에는 하나님의 군대를 보았는데, 지금은 전혀 그런 적이 없다는 듯이, 전혀 그런 보호는 기대할 수 없다는 듯이 야곱은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군대가 둘러 진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두려움 없이 당당히 형 에서를 맞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야곱은 언제 하나님의 군대를 만났던 적이 있느냐는 듯이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것이 우리가 자주 경험하는 현실 아니던가요? 열심히 기도해서 하나님의 응답을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우리가 은혜 받았던 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주일 예배 시간에 하나님의 은혜를 받고 눈물 흘리며 기도했는데 막상 월요일이 되어 하루를 시작하려는 순간에는 현실은 너무나 다르게 흘러갑니다. 우리는 전혀 하나님이 없는 것과 같은 현실을 대면해야 합니다. 이 부조화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착각이었을까요? 아니면 환상이었을까요?

아닙니다. 다만 하나님께서 역사하시는 방식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님은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하여 우리를 도우십니다. 결과만 가지고 한 번 따져 봅시다. 야곱이 밧단아람이란 곳을 가기 전에 벧엘에서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만났지만 밧단아람에서의 현실은 혹독했습니다. 삼촌 라반이 매우 이기적이고 사기꾼 같은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야곱에서 그에게 약속하셨던 대로 그 생명을 지키셨습니다. 또한 그곳에서 아내와 자녀들을 얻고 많은 재물을 얻게 하셨습니다. 밧단아람을 떠날 때도 야곱은 분명히 하나님의 명령을 받고 고향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삼촌 라반의 추격이었고 그 때문에 큰 위기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야곱은 죽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께서 라반의 꿈속에 나타나셔서 라반의 마음을 누그러뜨리셨습니다. 오히려 라반과 화친의 계약을 맺고 해어졌습니다. 야곱이 지금은 두려워하고 있지만 33장에 보면 결국 형 에서에게 죽지 않고 오히려 화해를 이루고 무사히 고향 땅에 정착합니다. 하나님은 결국 야곱을 보호하셨습니다. 하나님은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해서 우리를 돕고 계십니다. 우리는 묵묵히 믿음으로 이 약속을 믿고 걸어갈 뿐입니다.

하나님의 수레바퀴는 더딜 정도로 천천히 돌아갑니다. 그러나 확실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순간순간에 일희일비 하지 말아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지키시고 복을 주시기로 약속하셨다면 흔들리지 마십시오. 그리고 현실을 마주 대하십시오. 야곱의 태도가 좋은 것 같습니다. 하나님의 약속은 약속이고 인간이 해야 할 일은 또 인간이 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약속은 하나님께서 이루실 것입니다. 여러분이 상관할 일도 아니고, 상관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약속에 대한 믿음은 가지고 있되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해 나가십시오. 그러다 보면 어느 새 우리는 안개 속을 벗어나 있을 것이요, 돌아보면서 하나님께서 나를 여기까지 인도하셨구나 하는 고백을 하게 될 것입니다.

두려움 앞에서 야곱이 취했던 방식은 절로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야곱이 다가오는 형 에서의 위기 앞에서 제일 먼저 했던 행동은 무엇입니까? 7절과 8절입니다. “야곱이 심히 두렵고 답답하여 자기와 함께한 종자와 양과 소와 약대를 두 떼로 나누고 가로되 에서가 와서 한 떼를 치면 남은 한 떼는 피하리라 하고” 야곱이 택한 방법은 재산을 두 떼로 나누는 방법입니다. 아마 아내와 자녀들도 나누었을 것입니다. 만약 에서가 한쪽을 치는 경우 그 시간에 나머지 한 떼는 달아나리라는 계산이었습니다. 머리 참 잘 돌아갑니다. 뭐 어쩌겠습니까? 이렇게 해서라도 살아날 수 있다면 살아나야지요? 우리 인생에서 위기의 순간에 우리가 취했던 태도들을 다 모아놓고 보면 우리가 보기에도 우스울 것입니다. 목회자들도 가끔 재정적인 어려움에 처하면 로또 복권에 대한 환상을 갖습니다. 하나님이 1등 당첨 되도록 도와주실 것 같은 착각을 합니다. 나중에 물질문제가 해결되고 난 후에 되돌아 보면 웃음이 날 것입니다. 왜 내가 그 때 그렇게 어리석은 생각을 했던가?

저는 이런 어리석음들을 믿음 없다고 판단하고 싶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간답다고 말하고싶습니다. 인간은 연약합니다. 또 인간은 위기의 순간에 정말 엉뚱한 상상력을 발휘할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성경 말씀에서도 야곱을 정죄하지 않습니다. 다만 잠잠히 미소 짓고 계신 하나님의 모습이 연상될 뿐입니다.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짓만 아니라면 그런 어리석음에 대해서 자신을 책망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하나님도 야곱을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야곱의 기도

그런데 야곱도 이런 방법으로는 아무래도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음으로 생각했던 것은 바로 기도였습니다. 궁지에 몰리니까 기도할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9절과 12절에는 창세기 말씀에서 보기 드물게 긴 기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 기도의 핵심은 11절입니다. “내가 주께 간구하오니 내 형의 손에서, 에서의 손에서 나를 건져내시옵소서 내가 그를 두려워하옴은 그가 와서 나와 내 처자들을 칠까 겁냄이니이다” 에서의 위협에서 살려달라는 기도입니다. 이 근거로 야곱은 9절에서 네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명령하신 분은 하나님 아니십니까? 하고 따지고 있습니다. 12절에서는 베델에서 주었던 ‘네 자손이 땅의 티끌 같이 되리라’는 약속을 상기시키면서 자기를 살려달라고 합니다. 야곱의 이런 기도는 일찍이 벧엘에서 처음 하나님을 만났을 때도 있었습니다. “야곱이 서원하여 가로되 하나님이 나와 함께 계시사 내가 가는 이 길에서 나를 지키시고 먹을 양식과 입을 옷을 주사 나로 평안히 아비 집으로 돌아가게 하시오면 여호와께서 나의 하나님이 되실 것이요 내가 기둥으로 세운 이 돌이 하나님의 전이 될 것이요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모든 것에서 십분 일을 내가 반드시 하나님께 드리겠나이다”(창28:20-22)

야곱은 기도는 얼마나 이기적인지 모릅니다. 야곱의 기도의 중심은 “I”입니다. 주님이 아닙닏. 그는 철저히 자기중심적으로 기도합니다. 하나님의 나라나 하나님의 약속보다는 자기 안전에 더 관심이 가 있습니다. 하나님의 약속이나 관심도 자기 안전을 위한 도구로 이용합니다. ‘네 자손이 땅의 티끌같이 되리라’는 약속은 주로 하나님의 입에서 나왔던 축복의 말씀입니다. 그런데 이 약속의 말씀을 무기로 야곱은 하나님을 협박하고 있습니다. ‘저와 제 자식들을 죽이시면 어떻게 이 약속을 이루실 수 있겠습니까’ 하는 태도입니다.

저는 이것이 야곱의 강점이라 생각합니다. 그가 이기적이지만 하나님과 씨름한다는 점입니다. 위기 앞에서 끝까지 하나님을 붙잡는다는 점입니다. 이 모습은 다음 시간에 묵상할 얍복강의 기도 장면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어려운 때일수록 하나님께 엎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이기적인 품성은 하나님께서 바꾸실 것입니다. 우리는 다만 그분 앞에 엎드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간은 실수도 합니다. 인간은 완전한 성인이 아니라서 먼저 그 나라와 그 의를 구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사랑하는 자녀는 부족해도 하나님을 찾는 사람들입니다. 다윗이 사랑받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고, 베드로가 예수님의 놀라운 은혜를 입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잘못했다 하여 하나님으로부터 벗어나지 말아야 합니다. 돌아온 탕자가 행했던 가장 지혜로운 결정은 위기의 순간에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한 것입니다. 거기서부터 우리는 다시 출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기도하다보면 하나님이 주시는 깨달음의 은혜가 있습니다. 야곱에게 새로운 깨달음이 임했습니다. 10절입니다. “나는 주께서 주의 종에게 베푸신 모든 은총과 모든 진리를 조금이라도 감당할 수 없사오나 내가 내 지팡이만 가지고 이 요단을 건넜더니 지금은 두 떼나 이루었나이다” 형 에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기도했는데 하나님은 야곱에게 얼마나 많은 은혜를 베푸셨는가를 깨닫게 하신 것입니다. 야곱이 고향을 떠날 때 그는 무일푼이었고 그의 손에 든 것은 지팡이 하나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짐승이 두 떼를 이를 정도로 번성했습니다. 13절 이하에 에서를 위한 선물의 리스트를 합산해보니 양과 염소, 낙타와 소, 모두 합쳐 550마리에 이릅니다. 엄청난 규모입니다. 하나님은 거지같은 야곱을 거부가 되게 하셨습니다.

야곱이 가졌던 두려움 가운데 하나가 단지 형 에서의 생명에 대한 위협뿐만 이었을까요? 자기가 힘써 모은 재산을 빼앗길 것 같은 두려움은 아니었을까요? 우리들은 재산을 잃느니 목숨을 잃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한 적은 없습니까? 어떤 은행원의 경험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이야 돈 거래가 전산망으로 간단히 처리되지만 옛날에는 은행원이 직접 돈 가방을 들고 거래처나 지점을 왕래했습니다. 어느 날 이 은행원이 지점에 현금을 수송하다가 잠깐 화장실에 들렸는데 이 돈가방을 노리고 두세 명의 강도들이 화장실로 짓쳐 들어왔습니다. 엄청난 폭력을 행사하며 돈가방을 빼앗으려 하였는데 이 은행원이 죽으면 죽었지 못 놓겠다 하며 그 가방을 끌어안고 있었답니다. 가까스로 돈가방을 지키고 그 덕분에 은행에서 표창장도 받았지만 몸은 망신창이가 되었습니다. 우리들이 그렇습니다. 재물이 목숨보다 더 소중할 때가 없지 않습니까?

야곱이 기도하다 보니 자기 과거가 어땠는지, 또 하나님께서 자기에게 베푸신 은혜가 어땠는지가 생각이 난 것입니다. 야곱은 재물을 포기하기로 결정합니다. 자기 목숨과 자기 가족이 소중하지 그깟 재물이 무슨 소용 있느냐는 결론에 이릅니다. 물질이야 원래 없었던 것이고, 또 하나님이 복을 주시면 다시 얻을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물질에 대한 욕심을 비운 야곱은 이것을 형 에서에게 선물로 주기로 결심합니다.

야곱의 선물

야곱은 형 에서를 향하여 자신을 철저히 낮춥니다. 4절과 5절을 보십시오. “너희는 이같이 내 주 에서에게 고하라 주의 종 야곱이 말하기를 내가 라반에게 붙여서 지금까지 있었사오며” “내 주께 고하고 내 주께 은혜 받기를 원하나이다 하더라 하라” 18절에 에서에게 선물을 보내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의 종 야곱의 것이요 자기 주 에서에게로 보내는 예물이오며” 철저히 에서를 주라고 고백하고 있고 자신을 종이라 고백합니다. 33장에서 에서를 직접 만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33장 3절입니다. “몸을 일곱 번 땅에 굽히며 그 형 에서에게 가까이 하니” 형과 화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으면 이 정도로 자신을 낮추어야 합니다. 목을 뻣뻣이 들고는 화해할 수 없는 것입니다.

야곱은 또한 에서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기 위하여 선물을 준비합니다. 선물을 준비하는 방식도 야곱답습니다. 550마리의 양과 염소와 소와 약대를 세 떼로 나누어 선물 공세를 펼칩니다. 처음 선물 떼를 몰고 가다가 에서가 이것이 무엇이냐고 묻거든 18절 “대답하기를 주의 종 야곱의 것이요 자기 주 에서에게로 보내는 예물이오며 야곱도 우리 뒤에 있나이다 하라”고 종들에게 시킵니다. 이런 일이 세 번 반복해서 벌어진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에서의 마음이 점점 누그러들지 않겠습니까? 20절에 야곱의 의도가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는 야곱의 생각에 내가 내 앞에 보내는 예물로 형의 감정을 푼 후에 대면하면 형이 혹시 나를 받으리라 함이었더라”

야곱의 이런 행위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너무 자기 꾀가 많고 인간적이라고 할 수 있나요? 성경은 여기에 대해서도 역시 어떤 판단도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단지 나름대로 짜낸 지혜라고 하는 것이 약간은 코믹할 뿐입니다. 저는 창세기 강해를 통해서 믿음의 조상들의 이런 모습에서 은혜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스스로 자기 인생을 너무 쫍니다. 조금만 인간적인 생각을 해도 믿음이 없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아닙니다. 그것이 우리 인생이고 하나님은 그대로 받아주십니다. 우리 인생에서 우리가 행하는 결정과 행동에는 그것이 성경이 금하는 죄가 아니라면 대부분 잘못이 없습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담대하게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야곱은 대단한 결단을 했습니다. 자신의 물질을 아낌없이 내어놓고 있는 것입니다. 이 선물 공세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입니까?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회개의 의미입니다. 자기가 형을 속이고 형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것에 대한 회개입니다. 회개나 화해는 말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 사람이 당한 아픔에 대해서 그에 상응하는 어떤 행동이나 물질적 보상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그 회개가 완전해집니다. 말로만의 용서나 화해는 부족합니다.

두 번째는 그야말로 선물입니다. 선물은 좋은 것입니다. 선물은 사람의 마음을 누그러뜨립니다. 잠언서 말씀입니다. “선물은 그 사람의 길을 너그럽게 하며 또 존귀한 자의 앞으로 그를 인도하느니라”(잠18:16) “너그러운 사람에게는 은혜를 구하는 자가 많고 선물을 주기를 좋아하는 자에게는 사람마다 친구가 되느니라”(잠19:6) “은밀한 선물은 노를 쉬게 하고 품안의 뇌물은 맹렬한 분을 그치게 하느니라”(잠21:14) 선물은 마음을 움직입니다. 물론 불의한 목적에서 주는 뇌물은 안 됩니다. 그러나 상대방에게 감사해서, 또 상대방을 사랑한다면 선물을 많이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길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행20:35)고 하셨습니다. 세계 최고의 부자였던 록펠러에게 유명한 행사가 있었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동전을 주는 것입니다. 많은 돈이 아니고 어른에게는 10센트를 주었고, 아이들에게는 5센트를 주었다고 합니다. 반짝반짝한 새 동전을 주면서 “주께서 당신을 축복하시기를” 하며 축복했다고 합니다. 여러분의 손도 이처럼 후한 손이 되기를 바랍니다.

예수님은 우리 생명을 구원하시기 위해 아낌없이 자기 목숨을 선물로 내어놓았습니다. 흔히 예수님을 구원자 또는 구속자라 고백합니다. 구속자는 히브리어 ‘고엘’에서 나왔습니다. 고엘은 대신 값을 치른다의 의미가 있습니다. 친척들이 가난한 다른 친척을 위해 대신 갚을 치러 그의 노예된 것이나 잃은 재산이나 권리를 되찾아 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상에서 하셨던 “다 이루었다”는 말은 헬라어로 ‘테텔레스타이’인데 이는 ‘완불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예수님께서 죄에 팔린 인간들을 위하여 자신의 목숨을 대신 지불하고 되찾아 오신 사건이 바로 십자가 사건입니다. 야곱은 자기 목숨을 살리기 위해 그 재물을 내어놓았지만 예수님은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하여 자기 목숨을 선물로 내어주셨습니다. 이 은혜에 감사하고 있습니까? 우리는 주님을 위하여 무엇을 내어놓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