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十字架, cross)
마태 27:32-50
오늘은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종려주일입니다. 4.19기념주일이자 씨뿖주일이기도 합니다. 또한 4.16 세월호 참사 5주기이자 장애인주일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번 주간은 주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수난 당하신 고난주간이며, 이번 주 금요일은 주께서 십자가에 달려 운명하셨기에 특별히 성금요일이라 합니다.
본문은 예수께서 십자가를 지고 형장으로 가는 길에 기진맥진 하자 구레네 사람 시몬이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지고 가는 장면으로부터 함께 십자가형에 사형이 집행되는 두 강도의 이야기,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소리 지르시고 운명하시는 극적인 장면이 나옵니다. 참 많이 설교한 본문입니다. 오늘은 ‘십자가’를 집중하여 살펴봄으로 함께 은혜를 나누려고 합니다.
사전에 보면 십자가는 고대 로마인들이 범죄자들을 처형할 때 사용하던 도구였는데, 예수 그리스도의 고통과 죽음을 나타내는 상징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는 형벌은 아시리아나 페르시아 등에서 백성의 불복종을 방지하고 패배한 적을 조롱하기 위해, 특히 흉악한 범죄자나 포로로 잡힌 적들의 시신을 말뚝에 걸거나 뾰족한 막대기에 몸을 꿰어 도시로 드나드는 통로에 세워 놓았던 데서 유래한 것으로 보입니다.
구약 시대에도 적이나 범법자, 하나님을 모독하거나 우상을 숭배한 자들을 처형한 후 나무에 매달아 두었던 것을 볼 수 있으며, 이는 하나님의 저주라고 할 만큼 치욕적인 것이었습니다. 모양은 처음에 일자 말뚝이었던 것이 후에 십자 형태가 되었습니다. 십자가에 매다는 형벌은 로마인들이 많이 사용했습니다. 로마는 이 형벌을 반역, 살인, 폭동, 정탐, 해적질이나 폭력적인 강도 행위 등을 처벌하기 위해 도입했습니다. 그 대상은 로마 시민을 제외하고 노예나 범죄자들, 로마 통치에 위협이 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십자가형은 로마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그리스도교로 개종한 후 337년경 폐지되었습니다. 한편 오늘날에는 다양한 형태로 변형된 십자가들을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을 십자가에 못 박는 것은 고대 세계에서 가장 고통스럽고 치욕적인 형태의 잔인한 형벌이었습니다. 십자가형에 처해질 사람은 자기가 달릴 형구를 지고 처형장을 향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대개는 처형장으로 가기 전에 먼저 금속이나 뼛조각이 박혀있는 가죽 채찍으로 매질을 당했습니다. 처형장으로 가서는 옷을 벗기고 지고 간 막대에 손이나 손목을 밧줄로 묶거나 못으로 박았습니다. 그런 후 그 막대를 땅에 이미 고정되어 똑바로 세워져 있는 말뚝에 가로로 붙인 다음, 발도 십자가에 묶거나 못 박았습니다. 죄목이나 이름을 적은 패를 범죄자의 목 근처나 십자가 위쪽에 부착하기도 했지요.
십자가에 달린 사람은 매질과 못질, 감당하기 힘들게 밑으로 처지는 몸무게, 햇빛에 오래 노출되는 것 등으로 인해 출혈, 질식, 탈진, 심장 이상, 고열, 경련, 갈증, 허기 따위로 서서히 죽어갔는데 며칠씩 걸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죽음을 재촉하기 위해 곤봉으로 다리뼈를 부러뜨리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엉덩이 근처에 받침대를 박아 그곳에 몸무게가 실리게 하여 고통을 연장시키기도 했습니다. 사망한 후에는 며칠 동안 썩게 방치하여 새들이 쪼아 먹게 만들기도 했지요. 이렇게 십자가에 못 박는 형벌은 공공장소에서 행해져 경고용으로 이용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당시의 법에 따라 로마 총독의 명령으로 십자가에 못 박히셨습니다. 그 이유는 ‘유대인들의 임금 나사렛 사람 예수’라는 명패에서 보듯이 그분이 로마 통치에 위협이 된다는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형은 대부분 당시의 로마식 절차에 따랐습니다. 하지만 일종의 마취제인 몰약을 탄 포도주를 주거나 해지기 전에 시신을 거두는 것은 유대인들의 풍습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십자가 죽음을 직접 예고하셨습니다. 그분의 죽음은 구약 성경의 예언이 이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 위에서 처형되고 난 이후 십자가는 그리스도교 신앙에서 신성하고 중요한 상징이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아드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굴욕적인 죽음을 당하셨다는 것이 의아하게 보였지만,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은 그것이 하나님의 뜻에 의한 것이고 죽음 후 그분에 의해 일으켜져 영광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수치스러운 죽음으로 끝난 것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예수님의 십자가 자체 안에는 이미 승리자로서의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에 관한 내용들을 보면 예수님께서 메시아임을 드러내신 표징들, 하나님의 아드님이시고 의로운 순교자이신 예수님, 그분의 죽음에 담겨 있는 희생적인 성격, 옥좌로 암시된 십자가 등에 관해 강조하고 있는데 이 모든 것들은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에 담긴 의미를 분명히 드러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 사건 이후 십자가는 무엇보다도 예수님께서 인간의 죄를 위해 기꺼이 당신 자신을 희생 제물로 내놓으심으로써 인간에게 속죄와 구원을 가져다주셨다는 의미를 상징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예수님을 따르는 참된 제자임을 나타내는 상징으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십자가는 예수님께서 당신에게 닥친 고통 앞에서도 하나님의 뜻을 끝까지 실천에 옮기셨음을 보여 주는 상징이 되었습니다.
초대 교회가 선포한 복음 안에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님과 죽음으로부터 다시 일으켜 세워지신 그리스도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십자가와 부활은 구원 역사의 핵심입니다. 속죄의 제물이 된 십자가는 인류 구원의 토대가 되었으며, 십자가의 복음을 선포하는 것은 교회의 핵심적인 사명입니다. 세상의 눈으로 볼 때, 십자가는 어리석은 것이었지만, 그 십자가를 통해 하나님께서는 패배처럼 보이는 것에서 승리를, 허약한 것처럼 보이는 것에서 활기 넘치는 힘을 드러내 보여 주셨습니다. 신약 성경의 서간들은 속량, 죄의 용서, 해방, 정화, 화해, 의로움 등의 말로 십자가가 가져온 효과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인류 구원을 위해 펼쳐 보이신 하나님의 권능을 드러내고 그분의 사랑을 표현해 줍니다. 그리하여 우리 신자들은 세례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에 동참함으로써 죄와 죽음에서 해방되어 세상에 대해서는 죽고 하나님을 위해서는 살게 됩니다. 십자가라는 가장 끔찍한 죽음의 도구는 이제 부활하시고 영광을 받으신 그리스도 안에서 영원한 생명에로 나아가는 상징이 되었습니다.
그럼 구체적으로 십자가를 소개합니다.
1. 십자가(十字架, cross) : 십자(十) 모양의 사형 집행의 형구
십자가 처형은 페르시아에서 기원된 것으로 후에 페니키아를 지나 로마에서 일반화된 사형방법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이 십자가 처형은 고통을 극대화시키도록 고안된 것이었습니다. 죄인이 못 박혀 지상에 세워지는 경우와 세운 후 죄인이 못 박히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 머리 위에는 죄인의 이름 또는 죄패가 붙여졌습니다(마 27:37). 예수 당시의 십자가형은 노예에 대한 형으로서 치욕과 혐오를 뜻했습니다.
십자가형의 집행(執行)
① 심하게 매질을 가한다(막 15:15-18)
② 사형장까지 십자가를 지고 가도록 한다(요 19:17)
③ 죄수의 겉옷을 벗긴다(요 19:23)
④ 십자가에 양팔을 묶거나 못을 박는다(막 14:25)
⑤ 십자가를 세운다(마 27:40)
⑥ 고통을 잊도록 몰약(마취제)을 탄 음료를 먹인다(요 19:29,30)
⑦ 숨을 거두었는가를 확인하기 위하여 다리를 꺾거나 옆구리를 창으로 찔렀다.
(요 19:31,32)
2. 십자가의 의미(意味)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심으로써 영예로 바뀌었습니다(갈６:14). 그것은 인류를 대신해 죄의 속량이 이루어진 때문입니다(롬 3:22-25).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서 인간의 죄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가르쳐주고, 동시에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사람들을 의인으로 만들기를 원하셨습니다(마 16:24; 갈 2:20).
1) 대속(Atonement) : 예수님은 인간의 죄를 대신하는 속죄물이 되셨습니다. 따라서 누구든지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의 죄를 용서해 죄인을 대신하여 형벌을 받으시고 또 용서해주십니다(마 20:28 막 10:45).
2) 화목(Reconciliation) : 인간이 죄를 범하였으므로 하나님과 원수가 되었으며 그러므로 예수님의 대속으로 화목하게 되었으며(롬 3:25), 양자의 자격을 얻게 되었습니다(롬 8:15).
3) 의인(Justification) : 인간은 죄로 사망에 이르게 되었으나,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보혈로 의롭게 인정되었습니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가 된다는 것은 자신의 낡은 죄의 몸을 십자가에 못박는 것을 의미했습니다(롬 6:6; 갈 2:20, 5:24).
3. 십자가 대속(代贖)
인류의 속죄. 예수는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하시면서 십자가 대속의 의미를 말씀하셨습니다.“가라사대 이것은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니라”(막 14:24). 즉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흘리는 피는 인류의 속죄를 상징하는 언약의 피라는 것입니다.
1) 십자가 대속의 범위 : 많은 사람.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운명하실 때 성소와 지성소 사이를 가리는 휘장이 찢어졌다는 것은(마 27:51;눅 23:45) 그리스도의 대속 안에서 선민과 이방인 사이의 구분이 철폐되었다는 언약을 의미합니다.(마 20:28 막10:45 고전15:22)
2) 십자가 대속의 수혜자 : 믿는 자. 복음은 모든 족속, 온 세상에게 열려 있습니다(롬 15:19 골 1:23). 그러나 우리가 유념하여야 할 것은 복음은 믿는 자에게만 그 능력이 나타난다는 사실입니다(롬 1:16). 즉,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돌아가신 것이 아니라, 예정에 의해 선택된 사람들만의 속죄를 위한 것입니다.
4. 십자가 관련 어구(語句)
1) 십자가 신학(theology of the cross) - 마르틴 루터가 바울 신학에 근거하여 주장한 신학입니다. 루터는 하나님의 은혜를 비천하고 '천대받은 사람' 나사렛 예수 안에서만 이해할 수 있다는 자기의 신앙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 마음을 위로하는 것이라고 그는 믿었습니다.
2) 십자가의 길(Via Dolorosa) -‘슬픔의 길’혹은‘고난의 길’로 불리기도 하며 빌라도 법정에서 골고다 언덕에 이르는 예수의 십자가 수난의 길을 말합니다. 이 길에는 각각의 의미를 지닌 14개의 지점이 있으며, 제10지점 에서 제14지점까지는 성묘교회 안에 위치합니다.
3) 십자가의 도(道, message of the cross) : 십자가의 교훈(고전 1:18). 십자가로 이루어진 구속의 역사.“십자가의 도가 멸망하는 자들에게는 미련한 것이요 구원을 얻는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이라”(고전 1:18).
떼제 십자가(족자)
예수님 좌우에는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와 예수께서 사랑하시던 제자 - 전통적으로 복음사가 요한이라고 말하는 그 제자입니다. 그래서 책 (복음서)을 들고 있지요. 위에는 예수님이 수난 받으실 때 힘을 더해 준 천사(눅 22:43)를 형상화한 것입니다.
이 십자가 성화를 보면 예수님이 두 팔을 벌려서 모든 이를 껴안으십니다. 또 갈라져서 서로 만나지 않는 양편(양 극단)을 모두 붙잡으십니다. 양쪽으로 끌어당겨져 몸이 찢겨지는 고통을 당하시는 예수님, 그런 고통을 통해서, 즉 예수님의 십자가를 통해 화해가 이루어집니다. (엡 2:16).
오늘은 주님이 수난당하는 종려주일이자 고난주간이 시작됩니다. 주님의 십자가를 묵상하며 그 의미를 되새기고 결단하는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십자가를 잃어버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십자가를 육적으로 생각할 때는 많은 고통과 아픔이 있습니다. 그러나 영적으로 생각하면 생명입니다. 구원입니다. 거기서 능력이 나타납니다. 거기서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집니다. 그리하여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십자가를 늘 생각하며 힘을 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