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강해 54
칠년을 수일같이 여긴 야곱

창세기29:1-30
1 야곱이 발행하여 동방 사람의 땅에 이르러 2 본즉 들에 우물이 있고 그 곁에 양 세 떼가 누웠으니 이는 목자들이 그 우물에서 물을 양 떼에게 먹임이라 큰 돌로 우물 아구를 덮었다가 3 모든 떼가 모이면 그들이 우물 아구에서 돌을 옮기고 양에게 물을 먹이고는 여전히 우물 아구 그 자리에 돌을 덮더라 4 야곱이 그들에게 이르되 나의 형제여 어디로서뇨 그들이 가로되 하란에서로라 5 야곱이 그들에게 이르되 너희가 나홀의 손자 라반을 아느냐 그들이 가로되 아노라 6 야곱이 그들에게 이르되 그가 평안하냐 가로되 평안하니라 그 딸 라헬이 지금 양을 몰고 오느니라 7 야곱이 가로되 해가 아직 높은즉 짐승 모일 때가 아니니 양에게 물을 먹이고 가서 뜯기라 8 그들이 가로되 우리가 그리하지 못하겠노라 떼가 다 모이고 목자들이 우물 아구에서 돌을 옮겨야 우리가 양에게 물을 먹이느리라 9 야곱이 그들과 말하는 중에 라헬이 그 아비의 양과 함께 오니 그가 그의 양들을 침이었더라 10 야곱이 그 외삼촌 라반의 딸 라헬과 그 외삼촌의 양을 보고 나아가서 우물 아구에서 돌을 옮기고 외삼촌 라반의 양 떼에게 물을 먹이고 11 그가 라헬에게 입맞추고 소리내어 울며 12 그에게 자기가 그의 아비의 생질이요 리브가의 아들됨을 고하였더니 라헬이 달려가서 그 아비에게 고하매 13 라반이 그 생질 야곱의 소식을 듣고 달려와서 그를 영접하여 안고 입맞추고 자기 집으로 인도하여 들이니 야곱이 자기의 모든 일을 라반에게 고하매 14 라반이 가로되 너는 참으로 나의 골육이로다 하였더라 야곱이 한 달을 그와 함께 거하더니 15 라반이 야곱에게 이르되 네가 비록 나의 생질이나 어찌 공으로 내 일만 하겠느냐 무엇이 네 보수겠느냐 내게 고하라 16 라반이 두 딸이 있으니 형의 이름은 레아요 아우의 이름은 라헬이라 17 레아는 안력이 부족하고 라헬은 곱고 아리따우니 18 야곱이 라헬을 연애하므로 대답하되 내가 외삼촌의 작은 딸 라헬을 위하여 외삼촌에게 칠 년을 봉사하리이다 19 라반이 가로되 그를 네게 주는 것이 타인에게 주는 것보다 나으니 나와 함께 있으라 20 야곱이 라헬을 위하여 칠 년 동안 라반을 봉사하였으나 그를 연애하는 까닭에 칠 년을 수일같이 여겼더라 21 야곱이 라반에게 이르되 내 기한이 찼으니 내 아내를 내게 주소서 내가 그에게 들어가겠나이다 22 라반이 그 곳 사람을 다 모아 잔치하고 23 저녁에 그 딸 레아를 야곱에게로 데려가매 야곱이 그에게로 들어가니라 24 라반이 또 그 여종 실바를 그 딸 레아에게 시녀로 주었더라 25 야곱이 아침에 보니 레아라 라반에게 이르되 외삼촌이 어찌하여 내게 이같이 행하셨나이까 내가 라헬을 위하여 외삼촌께 봉사하지 아니하였나이까 외삼촌이 나를 속이심은 어찜이니이까 26 라반이 가로되 형보다 아우를 먼저 주는 것은 우리 지방에서 하지 아니하는 바이라 27 이를 위하여 칠 일을 채우라 우리가 그도 네게 주리니 네가 그를 위하여 또 칠 년을 내게 봉사할지니라 28 야곱이 그대로 하여 그 칠 일을 채우매 라반이 딸 라헬도 그에게 아내로 주고 29 라반이 또 그 여종 빌하를 그 딸 라헬에게 주어 시녀가 되게 하매 30 야곱이 또한 라헬에게로 들어갔고 그가 레아보다 라헬을 더 사랑하고 다시 칠 년을 라반에게 봉사하였더라

야곱의 열정

야곱은 참 열정적인 사람입니다. 지금까지 보았듯이 야곱은 하나님의 축복에 대해서 열정적으로 집착하였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형 에서의 발목을 잡고 태어났습니다. 자기가 먼저 태어나고 싶은 욕심에서였습니다. 형 에서가 곤경에 처해 있을 때 팔 죽 한 그릇으로 장자권을 사기도 했습니다. 결국 아버지까지 속여서 축복을 받았습니다.

야곱은 하나님에 대해서도 열정적이었습니다. 야곱이 고향을 떠나다 벧엘에서 하나님을 만났는데 그 하나님을 그냥 보내지 않습니다. 자기를 고향으로 무사히 돌아오게 해준다는 것을 조건으로 서원하며 하나님과 거래를 합니다. 나중에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얍복강에서 하나님과 씨름을 벌이기도 합니다. 하나님께 축복을 달라고 떼를 쓰며 하나님마저 이기려고 하였습니다.

야곱의 악착같은 모습은 그가 가진 힘으로 표출됩니다. 그 힘은 하나님과 씨름하던 힘이었습니다. 벧엘에서는 자기가 베고 자던 바위를 기둥세워 하나님의 전으로 기념할 정도였습니다. 이 힘은 오늘 읽은 말씀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하란 지역에서는 우물 아구에 큰 돌을 올려놓습니다. 어느 특정 개인이 혼자 그 귀중한 물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입니다. 그러므로 여러 사람이 들어야 겨우 옮길 수 있을 정도의 큰 돌을 올려놓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야곱은 자기 친척 라헬의 양떼를 먹이기 위하여 10절에 보면 그 돌을 혼자서 거뜬히 옮겨놓습니다. 야곱은 힘이 셌을 뿐만 아니라 다른 목자를 기다릴 정도의 여유도 없는 매우 급한 성격의 사람이었습니다.  

야곱의 가장 열정적인 모습은 그 아내를 구할 때 드러나고 있습니다. 삼촌 라반의 딸 중에 야곱은 라헬에 마음이 갔습니다. 그 라헬을 얻기 위해 7년을 봉사하기로 삼촌과 계약을 맺습니다. 7년이라는 세월은 매우 긴 세월인데 20절에 “그를 연애하는 까닭에 칠 년을 수일같이 여겼더라”고 성경은 전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사랑을 얻기 위하여 모든 수고를 아끼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이런 사랑을 삼촌 라반이 교묘히 이용하여 라헬보다 레아를 먼저 주자 라헬을 얻기 위해서 또다시 7년을, 곧 두 아내를 위해서 14년을 무료봉사하였습니다.

이처럼 야곱은 생의 에너지와 욕구가 넘치는 사람이었습니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망설임 없이 도전했고 그것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저는 야곱의 이런 모습이 참 좋습니다. 그는 싱싱하게 살아 있습니다. 팔팔 뛰는 생선을 보면 우리 마음에 활력이 일어나는 것처럼 이런 사람 곁에 있으면 인생이 갑자기 신이 납니다. 우리들의 삶은 어떻습니까? 아침에 일어날 때 하나님이 만들어 가실 하루를 기대하며 흥분된 마음으로 일어납니까? 아니면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출근길에 짜증을 내고 회사가 가까울수록 감옥에 들어가는 듯 답답해합니까? 하나님이 주신 생이고 짧은 인생인데 열심히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의욕적으로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걸어가는 사람의 뒷모습만 보아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너털너털 힘없이 걸어가면 생에 별 의욕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춤추듯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린아이마냥 그의 앞에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들로 가득합니다. 사냥감을 노리고 쫓아가는 사냥꾼 마냥 목표가 분명하고 분주합니다. 사실 우리 인생이란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답습니까? 귀한 선물을 받았으면 귀한 선물을 받은 사람 티를 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을 만난 사람들은 생의 에너지로 넘칩니다. 성전 미문에서 구걸하던 앉은뱅이는 평생 그 자리에 앉아서 남의 도움이나 받던 인생이었습니다. 그러나 베드로와 요한이 “나사렛 예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행3:6)할 때 그는 일어나 걸었을 뿐만 아니라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며 하나님을 찬미하는 인생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앉은뱅이입니까? 아니면 걷고 뛰며 찬양으로 가득한 인생입니까? 무엇이 앉은뱅이를 이렇게 변화시켰습니까? 바로 예수의 이름입니다.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에게서 일어나는 역사가 그렇습니다. 예수님은 “길이요 진리요 생명”(요14:6)입니다. 그 안에 생명으로 가득하며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은 이 생명 에너지로 충만합니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이유는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요10:10) 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 안에 이 생명이 있습니까? 물론 이 ‘생명’은 구원을 의미하지만, 예수님을 만난 인생들은 마치 산삼을 먹은 사람마냥 삶에 대한 감사와 기쁨과 의욕으로 가득하게 됩니다.

‘열정적’을 뜻하는 영어 단어 ‘enthusiastic(엔쑤지애′스틱)’이 열정의 성격에 대해서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단어는 그리스어에서 파생되었는데 en(안에) + theos(신)의 합성어입니다. 내 안에 있는 신이란 뜻입니다. 열정은 신을 발견하거나 내 안에 모셨을 때 일어나는 반응입니다. 마음에 뜨거운 것을 담고 사는 것 그것이 바로 열정입니다. 예레미야는 하나님의 말씀이 임하니까 “내 중심이 불붙는 것 같다”고 하고 말씀을 전하지 않고는 “골수에 사무쳐 답답하여 견딜 수 없다”(렘20:9)고 고백합니다.

우리에게 임한 성령이 바로 이 생명 에너지 덩어리입니다. 성령충만이라는 말은 마치 빈 그릇에 어떤 액체가 가득 담기듯 그렇게 우리 영혼의 그릇에 담기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도행전 1장 8절에서 주님은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성령이 임하면 권능을 받게 되는데 권능은 ‘두나미스’입니다. 여기서 파생된 단어가 ‘다이나마이트’입니다. 성령이 임하면 그 안에 다이나마이트를 품은 폭발적인 사람이 됩니다. 물론 이 말씀의 근본 의도는 복음전파와 관련된 것이지만 겉으로 드러난 사람의 모습은 유사합니다. 처음 성령이 임했을 때 사람들은 새 술에 취하였다고 하였습니다. 술에 취한 사람마냥 그 안에 있는 열정으로 자신을 통제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성령이 임하자 나이의 한계를 돌파합니다. “자녀들은 예언할 것이요 젊은이들은 환상을 보고 늙은이들은 꿈을 꾸리라”(행2:17) 모두가 꿈을 꾸며 도전하는 인생이 됩니다. 사도 바울 또한 열정적인 사람이었습니다. 바울은 태장에 맞고 돌로 맞고 감옥에 갇히고 무수히 죽을 뻔한 위기에 빠지지만 그것이 그의 의욕을 꺾지 못합니다. “이 일이 다 된 후 바울이 마게도냐와 아가야로 다녀서 예루살렘에 가기를 경영하여 가로되 내가 거기 갔다가 후에 로마도 보아야 하리라”(행19:21)

야곱이 비록 거칠고 방법이 좀 잘못되었다 할지라도 그의 삶에 대한 이런 열정은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거친 거야 좀 다듬으면 됩니다. 하나님께서 야곱을 좀 다듬으시자 야곱은 열두 지파의 아버지라는 위대한 믿음의 조상이 되었습니다. 베드로나 사도 바울도 열정적인 사람들이었고 하나님이 좀 다듬으시자 교회사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들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 열정이 없다면 하나님께서 다듬으시더라도 작게 사용될 수밖에 없습니다.  

열정적인 사람에게는 시간이 매우 빠르게 흐릅니다. 20절에 보면 야곱은 “7년을 수일같이 여겼다”고 합니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습니까? 바로 앞에 있습니다. “연애하는 까닭에”  사랑하는 사람을 얻기 위한 수고였기에 7년을 위한 수고가 지루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이 시간의 상대성을 주장했는데 복잡한 물리적인 사실은 차치하고 우리 마음 상태가 어떠한가에 따라 시간이 흘러가는 속도도 다른 것 같습니다.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할 때, 마지못해 할 때 그 시간은 더디 갑니다. 남자들에게는 군대에서 보내는 시간이 그런 것 같습니다. 밖에 있는 사람들은 너 “벌써 제대했니?” 하지만 정작 군대에 있었던 사람은 그런 소리들으면 화가 납니다. 군대 시계는 정말 느리게 갑니다. 그렇지만 정말 시간이 언제 흘러가는지 모르게 흘러갈 때가 있습니다. 시간의 마법이라고 할까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입니다. 여러분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그렇게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하는 일이 되기를 바랍니다. 지루하게 퇴근 시간만 기다리는 인생이 아니길 바랍니다. 아무 일 없이 시간만 보내는 그런 무료한 인생이 아니길 바랍니다.

사실 야곱이 7년의 무료봉사는 매우 비싼 값입니다. 보통 결혼 지참금으로 신부의 아버지에게 주는 돈의 액수는 비싸야 은 50세겔입니다(신22:29). 은 50세겔은 200드라크마로 200일분의 노동량입니다. 대략 1년분 노동량이라 생각하면 되는데 야곱은 근 7배에 달하는 액수를 지불한 것입니다. 라반이 속인 것도 있었지만 야곱은 자신이 소중하다고 생각한 것을 위해서는 그 만큼 아니 그 이상의 대가를 치를 각오가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이 거래를 바라보고 있던 라헬의 마음은 어떠했을까요? 말하지 않아도 매우 기분이 좋았을 것입니다. 자신의 가치를 그렇게 소중히 여기는 장래 남편을 보며 흐뭇했을 것입니다. 소중하면 소중히 대우해야 하고, 소중히 대우한 만큼 상대방은 소중하게 됩니다.

어느 아프리카의 한 부족이 있었는데 이 부족에 큰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돌아온 추장의 젊은 아들 때문이었습니다. 부족민들의 관심은 추장 아들이 어느 처녀와 결혼할 것인지에 모아졌습니다. 이 부족의 결혼 풍속은 암소를 끌고 가 좋아하는 처녀의 집에 주고 청혼하는 것이었습니다. 대개는 암소 한 마리를 주는데 정말 훌륭한 신부감에게는 암소 세 마리를 줍니다. 이제껏 이 부족이 생겨난 이후로 암소 세 마리를 받은 처녀는 단 두 사람뿐이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 이 추장의 아들이 암소를 몰고 청혼하러 나섰는데 사람들이 모두 깜짝 놀랐습니다. 자그마치 암소 아홉 마리나 몰고 나섰기 때문이었습니다. 부족 사람들은 궁금했습니다. 얼마나 대단한 처녀이기에 아홉 마리씩이나 끌고 가나 하며 온 부족 사람들이 그 뒤를 좇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그 처녀를 보고 사람들은 경악을 하고 말았습니다. 집도 허름하고 가난한데다가 그 처녀는 말라깽이에다가 키가 너무 크고 병약한 외모에, 마음까지 심약해서 늘 고개를 숙이고 걷는 그런 여자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부족민들은 청년이 미쳤다고 수군댔지만 추장 아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 처녀에게 암소 아홉 마리를 바쳤고 결혼도 하였습니다.

이 이야기는 원래 이곳에 거주하던 의사가 전했던 것이었는데 이 의사는 본국으로 돌아와야 했기에 결혼식도 보지 못하고 그 이후의 이야기를 듣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한참 세월이 흐른 후에 이 부족을 방문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오랜 만에 이제 추장이 되어 있는 그 아들 집을 방문했다 이 의사는 그 아내를 보고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그 의사는 이처럼 아름답고 우아한 흑인 여인을 본 일이 없었고, 그 아내는 우아한 자태와 주인의 친절함에 더해 유창한 영어까지 구사하였습니다. 이렇게 완벽한 여자가 있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의사는 추장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저 여자가 누구요?” 그러자 그 추장 아들은 “저 사람이 그때 그 심약했던 처녀입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추장은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사실 제 아내는 한 마리의 암소면 충분히 혼인 승낙을 얻을 수 있었지만, 문제는 그 청혼의 순간에 몇 마리의 암소를 받았느냐가 평생의 자기 가치를 결정 할 수도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아내를 사랑했습니다. 저는 제 아내가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한 두 마리의 암소 값에 한정 하고 평생을 사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처음에 아내는 아홉 마리의 암소 때문에 무척 놀란 듯 했습니다. 아내는 그 후로 자신의 가치를 아홉 마리에 걸맞게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았습니다. 저는 아내에게 공부를 하거나 외모를 꾸미는 것을 권장하지 않았고 다만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사랑한다고 이야기 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점점 더 아름다워져 갔습니다.”

비싸게 대우를 받으면 그 사람은 그런 값어치의 사람으로 바뀌어져 갑니다. 예수님과 우리와의 관계가 그렇습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향해 너는 매우 소중한 존재라고 말씀합니다. 너는 내 목숨과 바꾼 소중한 사람이라 말씀합니다. 성경은 “자기 아들을 아끼지 아니하시고 우리 모든 사람을 위하여 내어 주셨다”(롬8:32)고 말씀합니다. 7년 정도가 아니라 하나님이신 예수님의 목숨을 버려 산 것이 바로 우리들입니다. 우리를 위해 얼마나 비싼 값이 지불되었는지 여러분은 깨닫고 있습니까?

야곱의 연단

야곱은 열정적인 사람이었지만 아직은 거칠어서 하나님께서 사용하실 수가 없습니다. 좀 갈고 닦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세워 놓으신 인생 채찍과 막대기가 바로 삼촌 라반이었습니다. 라반은 야곱보다 더 계산적이고 속임수에 능한 사람이었습니다. 라반은 자기 딸을 매우 비싼 값인 7년 품삯에 야곱에게 팔아넘깁니다. 사실 이 결혼지참금은 순전히 아버지의 차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딸이 나중에 과부가 되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하여 일종의 보험금처럼 지불되는 돈이었습니다. 라헬과 레아는 나중에 아버지 집을 떠나면서 “아버지가 우리를 팔고 우리의 돈을 다 먹었으니 아버지가 우리를 외인으로 여기는 것이 아닌가”(창31:15) 하고 비난했을 정도입니다. 팥죽 한 그릇에 장자권을 사려 했던 야곱 못지않은 사기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거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7년 후에 야곱이 사랑했던 라헬을 주지 않고 먼저 레아를 줍니다. 야곱은 속아서 하룻밤을 지나고 다음날 아침에 보니 그 언니 레아였습니다. 야곱도 참 둔한 사람입니다. 아침에 야곱이 라반에게 이렇게 따집니다. 25절입니다. “외삼촌이 어찌하여 내게 이같이 행하셨나이까 내가 라헬을 위하여 외삼촌께 봉사하지 아니하였나이까 외삼촌이 나를 속이심은 어찜이니이까” ‘어찌하여’ 란 말을 두 번이나 사용하면서 그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날만 바라보며 7년을 참아왔는데 속았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장면에서 우리는 야곱의 거짓에 속았던 형 에서나 그 아버지 이삭의 표정을 읽게 됩니다. 에서인 줄 알고 축복했는데 그것이 야곱임을 알게 되었을 때의 아버지 이삭의 분노와 허무가 연상되지 않습니까?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한만큼 자기도 당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 사정을 잘 아는 라반이 야곱의 아픈 곳을 찌릅니다. 26절입니다. “형보다 아우를 먼저 주는 것은 우리 지방에서 하지 아니하는 바이라” 이 말은 형이 먼저이고 아우가 다음이라는 것입니다. 야곱은 동생으로서 형 에서의 장자권을 가로챘던 패역한 사람입니다. 라반은 그 사실을 조롱하듯 ‘너희 집안은 그렇게 막 되어 먹었을지 모르지만 우리 집안은 전통과 질서가 있어’ 하며 아픈 곳을 건든 것입니다. 이어서 라반은 야곱에게 라헬마저 줄 터이니 7년을 더 봉사할 것을 요구합니다. 두 딸을 도합 14년의 품삯에 팔아넘긴 것입니다.

하나님은 사기꾼 야곱을 그보다 더한 사기꾼 라반을 통하여 연단시킵니다.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하는 것같이 사람이 그 친구의 얼굴을 빛나게 하느니라”(잠27:17)고 하였는데 라반은 야곱을 다듬고 연단하는 도구였습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향한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개대가 큰 만큼 그 기대에 합당하도록 연단시킵니다. 이사야 60장 21절 이하에서 하나님은 우리라는 존재에 대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네 백성이 다 의롭게 되어 영영히 땅을 차지하리니 그들은 나의 심은 가지요 나의 손으로 만든 것으로서 나의 영광을 나타낼 것인즉 그 작은 자가 천을 이루겠고 그 약한 자가 강국을 이룰 것이라 때가 되면 나 여호와가 속히 이루리라” 개역판 번역보다는 표준새번역이 그 의미를 보다 생생하게 드러내 주고 있습니다. “너의 백성이 모두 시민권을 얻고, 땅을 영원히 차지할 것이다. 그들은 주께서 심으신 나무다. 주의 영광을 나타내라고 만든 주의 작품이다. 그들 가운데서 가장 작은 이라도 한 족속의 조상이 될 것이며, 가장 약한 이가 강한 나라를 이룰 것이다. "때가 되면, 나 주가 이 일을 지체 없이 이루겠다.”

하나님 말씀은 우리가 하나님의 작품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위대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오랜 세월 동안 깎고 다듬어야 합니다. 망치로 치고 끌로 깎을 때는 아픕니다. 그러나 그 아픔을 통과해야 우리는 위대한 작품으로 빚어져 나옵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다듬어 우리가 더 행복하고 더 존귀하고 더 영향력 있는 축복의 사람들이 되기를 원하십니다. 야곱이 20년 동안을 불평 없이 삼촌 라반 밑에 있었던 것은 이런 하나님의 손길을 의식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라반을 통하여 자신을 연단하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요셉은 형들에게 미움을 받아 노예로 팔렸습니다. 노예지만 열심히 살아서 인생이 잘 풀리려는 순간 시위대장의 아내로 인하여 억울한 모함을 당해 감옥에 갇혔습니다. 그곳에서도 열심히 일을 하고 꿈 풀이도 해주는 친절도 베풀지만 사람들에게 잊히는 외로움을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그 때문에 불평했다는 말은 성경에 없습니다. 요셉이 그것이 하나님의 연단임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알 수 없지만 요셉은 그 연단을 거치고 나서야 애굽의 총리가 되었습니다. 애굽의 총리가 되어서는 기근의 때에 자기 가족들을 살렸고 그 가족들을 이주시켜 애굽에서 이스라엘 민족을 형성하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작은 자가 천을 이루고 약한 자가 강국을 이룬 것입니다.

우리 인생을 살면서 나를 아프게 하는 것들은 실상 고마운 것들입니다. 그 아픔을 통해 내가 연단을 받고 성숙해지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진주가 탄생하는 과정을 잘 알 것입니다. 조개의 몸 안에 모래와 같은 이물질이 들어오고 그것이 아프게 하니까 조개가 진주층이라는 딱딱한 물질을 분비합니다. 이 진주층으로 이물질을 싸고싸고 하다가 결국 아름다운 진주가 탄생한다고 합니다. 조개의 몸속 깊숙이, 그리고 더 큰 이물질이 들어올수록 크고 아름다운 원형의 진주가 생성된다고 합니다.

야곱에게 있어서 밧단아람의 20년은 하나님의 손에서 축복의 도구로 빚어져 나오는 연단의 세월이었습니다. 그 시간은 버린 시간들이 아니라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야곱은 위대한 믿음의 조상이 되었습니다. 우리 인생에서 아픔과 상처를 마주 대하고 있습니까? 우리 안에서 아름다운 진주를 만들어내고 있는 능숙한 주님의 손길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랑과 기대로 가득한 눈으로 우리 인생을 빚어 가시는 주님의 시선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