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무엇인가

(빌 4:11-13)

   일전에 성경을 연구하면서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한 일이 있습니다. 바로 성경에 돈이나 재물과 관련된 구절이 무려 16,000개 이상이 나온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비유 가운데 2/3나 되는 많은 부분이 돈이나 재물과 관련된 말씀이라는 점입니다.

   도대체 왜 성경은 이렇게 많은 부분에서 돈에 대해 말씀하고 있는 것일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신앙생활에서 돈이 무척이나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돈이 있어야 신앙생활을 잘 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 돈에 대해서 올바로 알아야 신앙생활을 잘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한 번은 마르틴 루터가 “진정한 회개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은 일이 있습니다. 루터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진정한 회개는 머리의 회개와 가슴의 회개 그리고 돈지갑의 회개입니다. 머리의 회개란 지적인 변화로 복음과 진리를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가슴의 회개란 사랑과 정의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돈지갑의 회개입니다. 돈을 어떻게 모으고, 또 돈을 어떻게 쓰느냐가 회개의 중요한 척도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되려면 돈에 대한 이해와 태도가 달라져야 합니다. 예수 믿기 이전에 돈에 대해 가졌던 관점이 달라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서 돈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일전에 우리나라 기독교계에 소위 ‘청빈론과 청부론 논쟁’이 주목을 받았던 일이 있었습니다.

   우선 청빈론이란 한 마디로 ‘자발적 가난’을 실천하며 살려고 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다시 말해서 그리스도인들은 깨끗하게 돈을 벌어서 나누는 삶을 살려고 해야 하고, 치부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초기 기독교시대에는 이 청빈론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왔습니다. 당시에는 가난한 것은 영적이고 부유한 것은 세속적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청부론이란 한 마디로 그리스도인들이 깨끗한 부자가 되려고 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다시 말해서 그리스도인들도 정직하게만 번다면 얼마든지 부자가 될 수 있고, 하나님의 뜻대로 번 돈을 쓴다면 부자로 사는 것 그 자체가 복이라는 주장입니다.

   현대 자본주의 시대에 와서는 청부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하나님의 사역에도 많은 돈이 필요하고 그리스도인들이 선한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팽배해 지면서, 그리스도인들도 일을 열심히 해서 돈을 버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기 때문입니다.

   과연 어떤 주장이 옳을까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둘 다 문제가 있습니다. 성경의 가르침을 균형 있게 올바로 담아내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청빈론은 한 두 달란트 받은 사람과 달리 다섯 달란트 받은 사람도 있다는 점을 간과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성경을 보면 하나님의 종들 가운데 큰 부자들이 여럿 나옵니다. 그리고 부자들이 하나님의 사역에 크게 쓰임 받는 예도 여럿 나옵니다.

   다음으로 청부론은 자칫 깨끗하게 돈을 버는 것이 복이라는 생각에 사람들이 돈을 버는 일에 주된 관심을 기울이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부자는 복을 받은 사람이고 가난한 사람은 복을 받지 못한 사람이라는 등식을 만들어낼 위험성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돈이란 무엇일까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돈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신앙생활해야 할까요?

돈, 하나님의 선물이다.

   우선 돈은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전 5:19를 보면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또한 어떤 사람에게든지 하나님이 재물과 부요를 그에게 주사 능히 누리게 하시며 제 몫을 받아 수고함으로 즐거워하게 하신 것은 하나님의 선물이라”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선물로 제 몫의 재산을 주셨고, 또 그 부를 누리도록 하셨다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말하면 돈이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것입니다.

   창 1:29를 보면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내가 온 지면의 씨 맺는 모든 채소와 씨가진 열매 맺는 모든 나무를 너희에게 주노니 너희의 먹을거리가 되리라” 그리고 창 2:9를 보면 또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여호와 하나님이 그 땅에서 보기에 아름답고 먹기에 좋은 나무가 나게 하시니 동산 가운데에는 생명나무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도 있더라.”

   한 마디로 하나님께서 창조 당시부터 사람들에게 먹을거리와 사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다 선물로 마련해 주셨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요구해서 주신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노력해서 얻은 것 아닙니다. 다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고 또 누리고 있는 재물은 다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다 하나님께서 베풀어주신 것입니다.

   신 28:2-6을 보면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네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을 청종하면 이 모든 복이 네게 임하며 네게 이르리니 성읍에서도 복을 받고 들에서도 복을 받을 것이며 네 몸의 자녀와 네 토지의 소산과 네 짐승의 새끼며 소와 양의 새끼가 복을 받을 것이며 네 광주리와 떡 반죽 그릇이 복을 받을 것이며 네가 들어와도 복을 받고 나가도 복을 받을 것이니라.”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백성들이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말씀대로 순종하며 살아갈 때 물질적으로도 풍성하게 복을 베풀어주실 것이라는 약속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기본적으로 하나님의 백성들이 이 세상에서 사는 동안 필요를 채워주실 뿐 아니라, 풍성하게 누리며 살 수 있게 해주실 마음을 가지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살면서 필요한 것 이상 풍성하게 누리며 살고 있는 것이 다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복입니다. 이것을 깨닫고 살아야 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깊이 생각해 볼 것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왜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자기가 쓰고도 남을 풍성한 재물을 선물로 주시는가 하는 점입니다.

   우선 주의 일을 위해 쓰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행 4:36-37을 보면 이렇게 기록되어있습니다. “구브로에서 난 레위족 사람이 있으니 이름은 요셉이라 사도들이 일컬어 바나바라 하니 그가 밭이 있으매 팔아 그 값을 가지고 사도들의 발 앞에 두니라”

   초대교회에 바나바라는 교인이 있었는데 그가 자기의 밭을 팔아 헌금했다는 것입니다. 초대교회가 크게 부흥하며 성장해 갈 때 많은 재정이 필요했는데, 이 때 바나바가 자기의 여유 재산을 팔아서 주님께 내어놓았다는 것입니다.

   이 일로 바나바는 초대교회에서 인정받게 되고 교인들에게 사랑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바나바는 더욱 주님께 가까이 나가게 되었고, 주를 위해 귀하게 쓰임을 받게 되었습니다.

   눅 19:8-9를 보면 이렇게 기록되어있습니다. “삭개오가 서서 주께 여짜오되 주여 보시옵소서 내 소유의 절반을 가난한 자들에게 주겠사오며 만일 누구의 것을 속여 빼앗은 일이 있으면 네 갑절이나 갚겠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오늘 구원이 이 집에 이르렀으니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임이로다”

     삭개오가 그동안 착복했던 것 다 갚고 자기 재산의 절반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겠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들은 후에 삭개오에게 구원을 선포하셨습니다. 그리고 삭개오도 참된 믿음의 사람이라고 칭찬하셨습니다.

   삭개오는 예수 믿은 후에 자기가 모은 그 큰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나누고 베풀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주님께 칭찬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두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돈을 잘 사용할 때 주님과의 관계가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돈을 잘 사용할 때 주를 위해 쓰임을 받게 되고 주님께 칭찬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돈은 정말 큰 선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돈, 위험한 것이다.

   다음으로 돈은 위험한 것입니다. 돈은 마치 칼과 같습니다. 칼이 유명한 셰프의 손에 들리면 멋진 요리를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그 칼이 강도의 손에 들리면 사람을 해하거나 죽이게 됩니다. 그래서 칼이 한편으로는 필요하고 좋은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위험한 것인 것처럼, 돈도 하나님의 선물이면서도 위험한 것입니다.

첫째로 돈이 위험한 이유는 욕심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입니다.

   눅 12장을 보면 예수님께서 말씀해 주신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 이야기가 나옵니다. 추수 때가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창고에 곡식이 가득한 데 또 풍년입니다. 그러자 이 부자는 창고를 헐고 더 크게 다시 짓습니다. 그리고 추수해서 그곳을 가득 채우며 이렇게 말합니다. “내 영혼아 여러 해 쓸 물건을 많이 쌓아 두었으니 평안히 쉬고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자”

   눅 12:20-21을 보면 이 부자를 보고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준비한 것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 하셨으니 자기를 위하여 재물을 쌓아두고 하나님께 대하여 부요하지 못한 자가 이와 같으니라”

   이 부자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이 부자는 결코 부정하게 돈을 벌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땀 흘려 일해서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 세상적 관점에서 볼 때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능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주님께서 문제를 삼으셨습니다. 바로 욕심 때문입니다. 자기가 가지고 싶은 욕심,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싶은 욕심, 다시 말해서 소유욕을 문제 삼으신 것입니다. 이 소유욕이 하나님을 위해서 쓰고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는 일을 하지 못하게 만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돈이 위험한 것은 일단 손에 쥐면 우리 마음에 욕심이 생기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움켜잡게만 만들지 손을 펴서 나누고 베풀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둘째로 돈이 위험한 이유는 우상성 때문입니다.

   눅 18장을 보면 예수님께서 말씀해 주신 ‘부자 관리의 비유’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사람은 아직 젊고, 사회적 지위나 학력도 남부럽지 않게 쌓았습니다. 게다가 이 사람은 큰 부자입니다. 그런데 영생까지 얻어 보겠다고 예수님을 찾아왔습니다.

   이 부자 관리가 이렇게 예수님께 물었습니다. “내가 무엇을 하여야 영생을 얻으리이까?” 예수님께서 계명을 지키라고 말씀하시자 그가 어려서부터 이 계명들을 잘 지켜왔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네게 아직도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으니 네게 있는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주라” 이 사람이 큰 부자였기 때문에 근심하며 떠나갔습니다.

   예수님께서 지적하신 한 가지 부족한 것이 무엇일까요? 바로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 부자 관리는 돈으로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돈을 의지해 왔습니다. 그래서 돈이 없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지만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그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돈을 우상으로 섬기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돈이 위험한 것은 일단 우리에게 찾아온 뒤 우리에게 자기를 의지하게 한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돈의 우상성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이 많으면 안심이 되고, 반대로 돈이 없으면 불안합니다. 바로 이 돈의 우상성 때문입니다.

   우리는 앞에서 돈은 하나님의 선물임과 동시에 위험한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면 돈을 제대로 알고 신앙생활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오늘 본문은 사도바울의 고백입니다. 이 고백이 돈을 제대로 알고 신앙생활하는 사람의 가장 대표적인 모범입니다.

   우선 자족하는 삶입니다. 11절을 보면 “나는 자족하기를 배웠노니”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것에 만족하는 법을 배웠다는 것입니다.

   바울은 돈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깨달았다는 것입니다. 한 번 가지면 더 가지고 싶게 만들고, 또 남보다 더 많이 가지고 싶게 만든다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욕심을 떨쳐버리는 방법을 배우고 익혔다는 것입니다.

  제가 신학공부를 하면서 책에 대한 욕심이 많았습니다. 각종 성경주석들, 신학의 고전들, 특히 제가 전공하는 분야의 책들을 사서 모으는 일에 열심이었습니다. 헌책방도 돌아다녔습니다. 그리고 미국에 갈 때마다 신학교 서점을 들려서 원서들을 사 모았습니다. 때로는 아마존으로 주문하여 배송을 받기도 했습니다. 돈도 많이 들었고, 시간도 많이 썼습니다. 그래서 제법 책들을 많이 모으게 됐습니다.

  어느 날 책장을 두루 살피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 많은 책들 중에 정말 내가 읽은 책들은 얼마나 될까? 따져보니 사실 많은 책들이 펴보지도 않은 채 책장에 꽂혀만 있었습니다. 따지고 보니 필요하지도 않은 책들을 그저 소장하고 싶은 욕심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필요한 책 이외에는 사지 않고, 필요치 않은 책은 버리거나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필요한 것 이상의 것을 가지고 싶은 욕심에 사로잡혀있습니다. 정말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필요한 것 이상의 것은 가지지 않으려 힘써야 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어렵습니다. 힘써 터득하고 실천해 가야 하겠습니다.

   다음으로 하나님만 의지하는 것입니다. 13절을 보면 이렇게 고백하고 있습니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 바울은 주 안에 있으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돈이 없어도 위축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기도하며 추진해왔는데 늘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돈을 의지하지 않고 주님만 의지한다는 고백입니다.

노숙인 사역을 하는 목사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 번은 노숙인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면서 찬 401장을 불렀답니다. “주의 곁에 있을 때 맘이 든든하오니 주여 내가 살 동안 인도하여 주소서” 찬송 뒤 설교시간에 물었답니다. “주의 곁에 있을 때 든든하십니까?” 어떤 분이 그렇게 말하더랍니다. “돈이 곁에 있을 때 든든합니다.”

   저는 솔직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돈 없는 노숙인들이 얼마나 위축되고 불안한 삶을 살고 있을까요?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힘든 이분들은 든든함이란 모르고 살고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사실 우리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돈이 있으면 든든하고 돈이 없으면 위축되지 않습니까? 돈에 속고 있는 것입니다. 돈을 의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심한 말로 하면 돈을 하나님처럼 섬기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찬송 가사 그대로 주의 곁에 있을 때 맘이 든든해야 합니다. 돈이 없더라도, 가진 것이 부족해 보이더라도 주 안에 있다면 든든해야 합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함께 하신다면 할 수 있다고 담대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가 돈을 올바로 알아야 합니다. 우선 돈은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래서 주신 것에 감사하고 자족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돈을 의지하려 하지 말고 하나님만 의지하며 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