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감리사회에서 북유럽을 여행하면서 덴마크를 간 적이 있습니다. 국회의사당을 갔습니다. 마침 회기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마당에는 자동차가 없습니다. 줄지어 세워놓은 자전거만 있을 뿐입니다. 얼마 전 어느 방송에서 ‘자전거 타는 국회의원’이라는 제목으로 덴마크 국회의원을 방송한 적이 있습니다. 그들의 말은 그렇습니다. 자동차는 장관들에게만 업무용으로 지급한답니다. 상의원의 방이라고 아주 협소해 보였습니다. 너무 작지 않느냐고 물으니, 그래도 그 방이 가장 큰 방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누군가 뇌물을 주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으니, 그냥 웃는답니다. 농담으로 여긴다는 겁니다. 작은 출입구가 있고, 그 위에는 네 개의 사람 얼굴상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국민의 소리를 잘 듣고, 국민을 위해 고민하고, 국민의 생활을 직접 보고, 국민의 아픔을 가슴으로 공감하라는 겁니다. 그들은 국민을 위한 국회, 국민을 위한 국회위원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부러웠습니다. 어쩌다 선진국가의 국회를 탐방한다고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다녀오곤 하던데, 도대체 무얼 보고 왔나 싶은 적도 있었습니다.
오래 전에, 몇 사람과의 만남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한 사람이 백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이지, 백 사람이 한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것은 목회자들을 두고 한 말이었습니다. 저는 목회자가 교인들을 위하여 있는 것이지, 교인들이 목회자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국가나 어느 단체든 해당되는 말입니다.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있는 것이지, 국민이 대통령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도지사는 도민을 위하여, 시장은 시민을 위하여, 군수는 군민을 위하여 있는 겁니다. 국회의원은 국민들을 위하여 있는 겁니다. 그것도 자기를 뽑아준 유권자만이 아닙니다. 온 나라의 국민을 위하여 있는 겁니다.
김형석교수가 쓴 <어떻게 믿을 것인가?> 하는 책을 읽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도 알고 있는 이야기,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해 우리 역시 안타까워하는 이야기입니다. 그 책을 읽으면서 나름 네 종류의 그리스도인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교회에서는 잘 하는데, 세상에는 잘 못하는 그리스도인. 교회에서도 잘 못하고, 세상에서도 잘 못하는 그리스도인. 교회에서는 잘 못하는 데, 세상에서는 잘 하는 그리스도인. 교회에서도 세상에서도 잘 하는 그리스도인. 여러분은 어느 그리스도인이 바람직한 그리스도인이라고 생각합니까? 예, 교회에서도, 세상에서도 잘 하는 그리스도입니다. 그런데 그런 그리스도인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겁니다.
교회는 세상을 위해 존재합니다. 그리스도인 역시 세상을 위해 존재합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교회를 그리고 그리스도인을, 세상의 빛, 세상의 소금이라고 하셨습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빛으로 세상을 밝히는 그리스도인, 녹아짐으로 세상의 맛을 내는 그리스도인이라는 말입니다. 늘 말씀드렸듯이,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신 목적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 구원을 받는 겁니다. 이것은 나에게서 이루어지길 바라시는 하나님의 목적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나를 통해서 이루고자 하시는 목적입니다. 이것은 나를 통해 세상이 구원을 받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내가 구원을 받는다는 것과, 다른 사람이 구원을 받는다는 것은 똑같은 하나님의 목적입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는 나의 구원에만 관심이 있고, 이것만이 목적이 되고 말았습니다. 우리의 문제는 내 구원에 멈추어 있다는 겁니다. 예수 믿으면 구원을 받는다. 예수 믿으면 복을 받는다. 예수 믿으면 병고침 받는다. 예수 믿으면... 예수 믿으면, 그리고는 모든 것이 나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여기에 멈추어 있는 겁니다.
예수 믿으면 구원을 받고 예수 믿지 않으면 멸망입니다. 예수 믿지 않으면 영원히 불타는 불바다에 던져집니다. 일 년, 이 년이 아닙니다. ‘영원히’입니다. 다시는 거기서 나오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생각해 보십시오. 내가 사랑하는 남편이, 아내가, 자식이, 형제와 자매가 그렇게 됩니다. 내가 그리도 좋아하는 친구가 그렇게 됩니다. 내 이웃이 그렇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 마음은 어떻습니까? 저들을 불쌍히 여긴 적이 있습니까? 진정으로 사랑하신 적이 있습니까? 그래서 얼마나 기도하셨습니까? 예수 믿으라고, 예수 믿어야 한다고 얼마나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까? 혹시 “그러거나 말거나”, “구원 받든지 말든” 그런 것은 아닙니까?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새 계명은 이렇습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이 말씀의 의미나 깊이, 그리고 그 넓이가 어느 정도일 것 같습니까? 이 사랑이 콩 한 쪽을 반으로 나누어 먹는 정도이겠습니까? 김치 한 포기 나누어 먹는 정도이겠습니까? 구걸하는 사람에 천 원 줄 것을 만 원 준 거 정도이겠습니까? 예수님의 사랑은 생명을 살리는 겁니다. 생명을 나누는 겁니다. 예수님은 섬김을 받지 않으시고, 오히려 섬김으로,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죽으심으로,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고 하신 겁니다. 그런데 그 사랑을 받았다고 하는 여러분, 그 사랑으로 살아가야 할 여러분, 가족을 사랑하나요? 형제자매를 사랑하나요?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을 사랑하나요? 같은 교회에서 함께 신앙생활을 하는 교우도 사랑하나요?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외식하는 사람이 누구입니까? 교회서는 잘 못 하면서, 나가면 잘 하는 사람. 교회에서는 잘 하는 것 같은데, 나가면 그렇지 못한 사람. 이들이 외식하는 사람입니다. 물론 여기, 잘 하고, 못하고는 옳으냐 그르냐로 기준하는 것 아닙니다. 이러면 바리새파 사람이 됩니다. 율법학자 같은 사람이 됩니다. 중요한 것은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에서 무엇을 하느냐는 하는 겁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직후에 하신 말씀입니다. 유월절 전에 예수께서는, 자기가 이 세상을 떠나서 아버지께로 가야할 때가 된 것을 아시고, 세상에 있는 자기의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셨습니다. 요한복음 13:1, “유월절 전에 예수께서는, 자기가 이 세상을 떠나서 아버지께로 가야 할 때가 된 것을 아시고, 세상에 있는 자기의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셨다.” 그리고 저녁 식사를 마치신 후에, 잡수시던 자리에서 일어나서, 겉옷을 벗고, 수건을 가져다가 허리에 두르셨습니다. 그리고 대야에 물을 담아다가,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고, 그 두른 수건으로 닦아 주셨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사랑하셨습니다.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셨습니다. 그들을 택하실 때부터, 이제 당신께서 아버지께로 가실 때까지 사랑하셨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제자들의 발을 씻음으로 나타내셨습니다. 이것은 순간의 감정에 의한 사랑이 아닙니다. 이것은 당신의 뜻, 당신의 의지로 사랑하신 겁니다. 감정으로 하는 사랑은 언제나 내 중심입니다. 내가 좋으면 좋은 겁니다. 내가 싫으면 싫은 겁니다. 천만의 사람들이 좋다고 해도 내 감정이 싫으면 싫은 겁니다. 이건 사랑이 아닙니다. 이건 욕심입니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발을 씻어주는 것은 남에게 보이기 위한 가식입니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는 죽어도 원수를 사랑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의 사랑은 그렇지 않습니다. 감정이 아닙니다. 의지입니다. 기분이 좋아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해야 하기 때문에 사랑합니다. 이유가 있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사랑하는 겁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기 때문입니다. 이러면 원수라도 사랑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발을 씻어주어야 그것은 사랑입니다.
지금은 사순절 때나, 무슨 교회행사에서 발을 씻겨주는 것을 봅니다만, 예수님 당시에는 상상도 못한 일입니다. 우선 신분의 차이입니다. 주인이 종의 발을 씻어줄 수 없습니다. 스승이 제자의 발을 씻어줄 수 없습니다. 상관이 부하의 발을 씻어줄 수 없습니다. 섬김을 받는 사람이 섬기는 사람의 발을 씻어줄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예수님께서 제자의 발을 씻어주셨다는 것은 이런 신분의 차이를 깨뜨리신 것입니다. 대제사장이나 율법학자나 바리새파 사람들이 예수님에 대해 불만을 품은 것은 바로 이런 겁니다. 왜 질서를 어지럽히느냐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백성들이 왕의 명령에 순종하겠습니까? 대제사장이나 율법학자 그런 종교지도자들의 말을 듣기나 하겠습니까? 노예들이 주인의 말을 듣겠습니까? 군대에서 부하들이 상관의 명령을 들르려고 하겠습니까? 그러면 사회질서가 깨지는 겁니다. 그래서 세상은 이렇게 되면 오히려 혼란이 온다고 여기는 겁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문제는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것과 우리가 사는 세상이 다르다는 겁니다.
이렇습니다. 창세기 1, 2장의 세계와 창세기 3장 이하의 세계가 다릅니다. 창세기 1, 2장의 세계는 하나님의 질서가 있는 세상입니다. 상하구조가 아닌 서로 배필이 되는 세상입니다. 그러나 창세기 3장 이하의 세상은 창조질서가 파괴된 세상입니다. 그야말로 엉망진창이 된 세상입니다. 그나마 엉망진탕의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소위 위계질서가 다스리는 세계입니다. 그래서 위아래가 분명해야 합니다. 이것이 안 되면 세상은 어떻게 해 볼 수 없게 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사는 세상은 다스리고 다스림을 받는 세상입니다. 섬기고 섬김을 받는 세상입니다. 그렇게 상하구조로 된 세상입니다. 그리고 언제나 상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하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부리고, 다스리는 세상입니다. 문제는, 모든 사람들이 이것을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세상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아닙니다. 하나님은 창조질서를 원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오심도 섬기고 섬김 받는 세상이 아니라, 서로 사랑하는 세상을 원해서 오셨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고 하셨습니다. 이것은 누가 누구를 섬기고, 섬김을 받고가 아닙니다. “이때까지 종들은 주인을 섬겼으니 이제부터는 주인이 종을 섬겨라”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모든 사람이 서로 섬기라는 겁니다.
교회는 창조질서가 실현되는 곳이어야 합니다. 섬김을 받으려고 하는 곳이 아니라 섬기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는 곳이어야 합니다. 높아지기보다 낮아지려는 곳이어야 합니다. 내 뜻보다는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곳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교회는, 세상을 섬겨야 합니다. 그것은 굴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섬김을 굴종이나 창피로 여긴다면 그 사람은 아직 그리스도의 사람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제자들의 발을 씻겼습니다. 예수님은 섬김의 삶을 사셨습니다. 그것은 세상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세상 안에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이렇게 세상 안에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부름을 받았고 또한 보냄을 받은 사람입니다.
오늘 교회가 세상 사람들에게 호감을 받지 못하는 것은 이것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사랑을 받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더 큰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는 잘하고 있다고 여긴다는 겁니다. 남들이 잘못하고 있다고 여긴다는 겁니다. 그래서 비판하고 정죄한다는 것입니다. 세상에, 죄도 이런 죄가 없습니다. 요한일서 1:8-9, “우리가 죄가 없다고 말하면, 우리는 자기를 속이는 것이요, 진리가 우리 속에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 죄를 자백하면, 하나님은 신실하시고 의로우신 분이셔서, 우리 죄를 용서하시고, 모든 불의에서 깨끗하게 해주실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비판하지 마십시오. 정죄하지도 마십시오. 오히려 사랑하십시오. 그래서 베드로전서 4:8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서로 뜨겁게 사랑하십시오.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어 줍니다.” 잠언 10:12, “미움은 다툼을 일으키지만, 사랑은 모든 허물을 덮어 준다.” 사랑하면 서로의 발을 씻어줄 수 있습니다. 사랑하면 원수의 발이라도 씻어줄 수 있습니다. 사랑하면 허다한 죄를 덮어주니까요. 주님께서는 우리가 그렇게 되기를 원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신 것은 그렇게 하라는 겁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신 뒤에, 옷을 입으시고 식탁에 다시 앉으셔서, 그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13-15절, “내가 너희에게 한 일을 알겠느냐? 너희가 나를 선생님 또는 주님이라고 부르는데, 그것은 옳은 말이다. 내가 사실로 그러하다. 주이며 선생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어주었으니, 너희도 서로 남의 발을 씻어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과 같이, 너희도 이렇게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 예수님도 아십니다. 16절, “내가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종이 주인보다 높지 않으며, 보냄을 받은 사람이 보낸 사람보다 높지 않다.” 당연히 제자가 스승의 발을 씻겨드려야 합니다. 종이 주인의 발을 씻겨드려야 합니다. 이것은 그 당시에 아주 당연하고도 흔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주인이 밖에 돌아다니다가 들어오면 종은 얼른 물을 떠나가 주인의 발을 씻겨드립니다. 그것을 뻔히 아시면서도 예수님은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었습니다. 당신이 스승인데 말입니다. 당신이 주님이신데 말입니다. 왜 그러셨겠습니까? “주이며 선생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어주었으니, 너희도 서로 남의 발을 씻어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과 같이, 너희도 이렇게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 이렇게게 하라고 하십니다. 당신께서 보여준 그대로 하라고 하십니다.
남의 섬김을 받는 것을 영광으로 여기는 세상입니다. 그러나 남을 섬기는 삶을 살라고 하십니다. 남보다 더 높아지는 것을 최고로 여기는 세상입니다. 그러나 오히려 낮아지라고 하십니다. 권력과 힘을 휘두르는 것, 그래서 남을 심복으로 만드는 것을 카리스마로 여기는 세상입니다. 그러나 진정한 하나님의 은총으로의 카리스마는, 서로 사랑하는 겁니다. 섬기는 겁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당신의 뜻대로 부리심으로 카리스마를 나타내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심으로 당신의 카리스마를 나타내셨습니다.
여기, “주이며 선생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어주었으니, 너희도 서로 남의 발을 씻어주어야 한다”라고 하셨습니다. 좋아하는 사람 둘이서 서로의 발을 씻어주는 거 아닙니다. 물론 내 식구, 내 사랑하는 사람들, 내 교우들의 발을 씻어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 범위를 더 넓혀야 합니다. 서로 남의 발을 씻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일러 때에 남이라는 것은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을 포함합니다. 심지어 원수도 포함합니다. 원수의 발조차도 씻어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순절이나 어떤 행사에서 하듯이 발을 씻겨주라는 거 아닙니다. 그렇게 발을 씻겨 주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주님의 말씀은, 그렇게 나보다 남의 발을 씻겨주는 마음으로 살라는 겁니다. 남을 섬기는 예수님의 정신으로 살라는 겁니다. 빌립보서 2:5-8, “여러분 안에 이 마음을 품으십시오. 그것은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그는 하나님의 모습을 지니셨으나, 하나님과 동등함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서 사람과 같이 되셨습니다. 그는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셔서,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순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기까지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이십니다. 그렇기에 당연히 사람들의 찬양과 경배를 받으실 분이십니다. 그런데 그분은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자기를 비워서 사람과 같이 되셨습니다. 아니, 사람보다 더 낮아지셨습니다. 그래서 십자가에 죽기까지 하셨습니다. 만약에 예수님께 이런 마음이 없으셨더라면 우리는 구원을 받지 못했을 겁니다. 이것이 예수님의 마음입니다. 그리고 우리더러 이 예수님의 마음을 닮으라고 하십니다. 이런 예수님의 마음으로 살라고 하십니다. 그래서 우리를 통하여 예수님의 마음, 예수님의 사랑이 나타나고 보여지게 하라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복을 받았다는 그리스도인이라면, 하나님의 사랑을 받았다는 그리스도인이라면, 그 복과 그 사랑으로 이웃에게 다가가야지요. 예수님께서 내 발을 씻기셨다면, 예수님께서 내 죄를 용서하셨다면, 우리 또한 다른 사람의 발을 씻기고, 다른 사람의 죄를 용서해야지요.
우리는 주님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주님의 말씀을 배웠습니다. 그러면 그 말씀대로 해야 합니다. 이럴 때에 그렇게 한다고 하는 것은 내 혼자만이 아닙니다. 이웃과의 관계에서 하는 것입니다. 이웃과의 관계에서 그 말씀이 보여지고 나타나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말씀의 역사, 말씀의 기적이 일어나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까지 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예수님께서 지셨던 십자가를 지겠습니까? 그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것이 발을 씻기는 겁니다. 이건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십자가 위에서 죽을 수는 없어도, 남의 발을 씻길 수는 있지 않겠습니까? 세상이 살아나는 것은 엄청난 큰 일로 말미암음이 아닙니다. 큰 권력을 쥐고 휘두른다고 해서 세상이 살아나는 것이 아닙니다. 엄청난 군사력을 가진다고 해서 세상이 살아나는 것도 아닙니다. 그것은 오히려 함께 망하는 지름길입니다. 보십시오. 큰 나라들이 엄청난 최첨단 무기들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힘자랑을 합니다. 그러다가 그 힘들이 부딪치는 날, 세상은 어떻게 될 거 같습니까? 그래서 야고보서 1:15은 이렇게 말합니다. “욕심이 잉태하여 죄를 낳고, 죄가 자라면 죽음을 낳습니다.” 우리는 힘이 힘을 이긴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힘이라는 것은 항상 균형을 갖춥니다. 그래서 누군가 힘을 가지면, 어디선가 거기에 대응하는 힘이 생깁니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힘이 되면 부딪치는 겁니다. 이것이 힘의 원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세상은 오히려 이 힘의 원리를 따라 산다는 겁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제자들에게 있어 예수님은 주님이십니다. 스승이십니다. 제자들에게 있어 예수님은 권력을 가지신 분이십니다. 섬김을 받으실 분이십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제자들의 발을 씻기셨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내가 너희에게 한 것과 같이, 너희도 서로 이렇게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냥 한 번 해보인 건 아닙니다. 이런 경우도 있다는 것 아닙니다. 보여주시면서, 알아서 해라도 아닙니다. “너희도 서로 이렇게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라고 하십니다. 그렇다면 우리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합니다. 이 말씀은 우리가 고민하고 어쩌고 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렇게 하라고 예수님께서 직접 본을 보이시기까지 하신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할 때에, 우리가 주님의 뜻대로 사는 겁니다. 그렇게 할 때에, 우리를 통하여 하나님의 영광이 나타납니다. 그렇게 할 때에, 우리를 통하여 세상에서 하나님의 나라가 실현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주님께서 우리의 발을 씻겨주셨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우리가 남의 발을 씻겨주어야 합니다. 이럴 때에 발을 씻겨 준다는 말이 무엇이겠습니까? 허물을 덮어주는 겁니다. 이해하는 것입니다. 용서하는 겁니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것입니다. 내가 남을 위하여 세상을 위하여 뭔가 희생하고 헌신한다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기 위하여 쓰임이 된다는 말입니다. 그렇기에 이걸 기억하십시오. 교회는 세상의 발을 씻어주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의 발을 씻어주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교회가 세상의 발을 씻길 때에, 세상도 살고 교회도 삽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이웃의, 다른 사람의 발을 씻길 때에 이웃도 살고 그리스도인으로서 나도 삽니다. 믿습니까? 그렇다면 그렇게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