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가운데 일하시는 하나님

본문 : 창세기 16:15~17:8

설교 : 홍문수 목사

현대는 인스턴트 시대입니다. 사람들이 점점 조급해져서 인스턴트를 좋아합니다. 특히 우리 한국인은 빠른 것을 유난히 좋아합니다. 그래서 ‘빨리빨리 문화’라는 말도 생겼습니다. 속도감 있게 일을 처리하는 장점이 있기는 합니다. 요즘 코로나19로 집콕 하다 보니까 택배기사 분들이 많이 수고합니다. 아마 배송은 한국이 세계최고일 겁니다. 저녁에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에 배송하는 업체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공장에서는 제품을 금세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외국인들이 가장 빨리 배우는 한국어 중 하나가 ‘빨리빨리’라고 합니다. 반면에 단점도 있습니다. 진득이 기다리지 못하는 조급증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을 빼먹을 때도 보면 많은 사람들이 동전을 넣자마자 이미 손으로 컵을 잡고 있습니다. 사탕을 먹을 때도 보면 많은 사람이 녹여서 먹지 않고 우두둑 씹어 먹습니다. 운전 중에 앞 차가 천천히 가면 나름대로 사정이 있을 텐데 잠시도 기다리지 못하고 빵빵거리며 클랙슨을 울립니다.

그런데 신앙생활에는 기다림이 중요합니다. 때로는 힘들고 답답하지만 그 시간을 통해 우리의 믿음이 성숙해집니다. 그러면서 하나님의 축복을 경험하고 더 나아가 하나님의 선한 도구로 쓰임 받아 존귀한 인생이 될 수 있습니다.

성경을 보면 믿음의 선진들은 하나같이 기다림의 시간을 통과했습니다. 요셉도 모세도 다윗도 그랬습니다. 본문에 나오는 아브라함 역시 그랬습니다. 하나님은 기다림의 시간을 통해 성숙한 믿음으로 연단하십니다.

요즘 코로나19로 우리 모두 답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빨리 종식시켜 달라고 기도도하지만 우리 맘대로 되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얼마만큼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뿐이 아니죠. 개인적으로 이런 저런 고난과 시련 가운데 힘든 시간을 보낼 때도 많습니다. 거기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데 내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면 심지어 이런 생각조차 듭니다. “도대체 하나님이 지금 뭐 하고 계시지? 바쁘신가? 70억 인구 다 챙기시려니 바쁘시긴 하겠군. 나는 미운 털이 박혔나? 나에겐 관심이 없으신가?” 그런 건 아니죠. 하나님은 전능하시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있어도 바쁘실 게 없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1대 1로 대해 주십니다. 적어도 내가 예수님의 십자가 보배 피로 구원받은 하나님의 자녀라면 차별하실 이유가 없습니다. 비록 내가 평범할지라도 하나님에겐 분명 사랑받는 자녀입니다.

우리 각자에게 아직 기다림의 시간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나를 향한 하나님의 선한 뜻이 있다는 증거입니다. 나를 성숙하게 변화시켜서 하나님이 예비하신 축복을 주시고, 더 나아가 나를 하나님의 선한 도구로 사용하시고 존귀케 하시려는 것입니다. 부디 이 사실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본문에 나오는 아브라함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기다림의 의미를 확인하고 아브라함처럼 믿음으로 승리하는 저와 여러분 되시기 바랍니다.

[1] 하나님의 침묵 : 하나님의 기다림 vs 아브라함의 기다림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처음 부르실 때 그의 나이는 75세였습니다. 이미 늙었는데 자식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창12:2~3에 보니까 그에게 놀라운 약속을 주셨습니다. 큰 민족을 이루어주시고, 이름이 창대한 사람을 만들어 주시고, 더 나아가 만민을 복되게 하는 축복의 통로로 사용해 주시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하나님이 말씀하셨으니까 그는 믿음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 약속이 성취되기 위해서는 급선무가 무엇이죠? 하나님이 속성으로 떡두꺼비 같은 아들 하나를 주시는 겁니다. 그는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시간은 잘도 가는데 감감무소식입니다. 갈수록 불안해집니다. 이젠 틀렸나 싶고 낙심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인간적인 생각을 슬슬 시작합니다. 집에 기르던 어린 종 엘리에셀이나 양자 삼아야 되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허락지 않고 아브라함에게 씨를 주시겠다고 재차 약속하십니다. 그래서 또 기다리다 보니까 10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이젠 진짜 틀렸나보다 싶었는데 어느 날 사라가 첩을 들이라고 권유합니다. 그 말을 들은 아브라함의 마음이 동했습니다. “그래, 더 늙기 전에 노력해 보자.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잖아.” 그래서 여종 하갈을 첩으로 들입니다. 놀랍게도 아들을 낳게 됩니다. 그게 바로 이스마엘이죠. 여러분, 아브라함이 잘 했나요? 잘못했나요? 당연히 잘못했죠. 시대를 막론하고 하나님은 축첩을 금하십니다. 구약시대에는 허용됐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인간적인 생각과 욕심으로 저지른 죄악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스마엘 때문에 가정불화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마음이 어떠셨을까요?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불신앙으로 행동한 것이 심히 못마땅했습니다. 그때 아브라함의 나이가 89세였습니다. 창16:16 “하갈이 아브람에게 이스마엘을 낳았을 때에 아브람이 팔십육 세였더라”

그런데 그 다음 절을 보면 어떻게 뭐라고 기록되어 있나요? 창17:1(상) “아브람이 구십구 세 때에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나타나서 ... ” 딱 한 절 차이인데, 그 시간의 간격이 얼마나 됩니까? 무려 13년입니다. 이 기간은 하나님의 침묵 기간 같았습니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나타나 말씀하시지 않고 적극적으로 은혜를 베푸셨다는 기록이 없습니다. 이 13년은 그의 생애에서 마치 빈칸(blank)과 같은 기간으로 보였습니다. 아브라함은 근신하며 13년을 또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을 하나님이 기다리신 겁니다. 하나님은 전능하신 분이므로 어느 때든지 당장이라도 약속을 성취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이 문제였습니다. 그에게 믿음이 있기는 하지만 하나님의 축복과 사명을 감당하기에는 아직 미성숙합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기다리셔야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나 우리에게나 약속하신 좋은 것을 빨리 주고 싶어 하십니다. 우리가 조급한 것 같지만 사실은 하나님이 더 조급해 하십니다. 사65:24 “그들이 부르기 전에 내가 응답하겠고 그들이 말을 마치기 전에 내가 들을 것이며”우리가 기도하기도 전에 빨리 주고 싶어서 미리 준비하고 계시다는 겁니다. 죄송한 표현이지만, 주고 싶어 안달이 난 쪽은 하나님입니다. 그러니까 엄밀하게 따져보면, 우리 쪽에서 기다리는 게 아니라 하나님 쪽에서 기다리시는 것입니다.

이런 예를 생각해 보시죠. 어떤 큰 부자에게 외아들이 있습니다. 그러면 그 아들에게 그 많은 재산을 물려주고 싶을까요? 물려주기 싫을까요?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겁니다. 하지만 당장은 안 됩니다. 아들이 너무 어리기 때문에 상당 기간 기다려야 합니다. 공부도 시키고 훈련도 시켜서 그 재산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 오를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아들이 기다리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아버지가 기다리는 겁니다.

하나님은 침묵 가운데 13년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침묵하신 것은 아닙니다. 침묵 가운데 아브라함의 믿음이 성숙해지도록 연단해 주셨습니다. 그를 잊어버린 것도 아니고 방치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 기간을 연단의 기회로 사용하신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가 꼭 기억할 게 있습니다. 당장이라도 하나님과 그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믿기만 하면 믿음으로 구원받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이 우리를 자녀 삼으신 후에 풍성한 축복을 주시고 또 선한 도구로 사용하심으로 존귀케 하시려면 그 믿음이 성숙해져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축복보다 믿음이 우선입니다. 선 믿음 후 축복입니다. 믿음이 없는 축복은 ‘변장된 저주’입니다. 반대로 믿음을 연단하기 위한 고난은 ‘변장된 축복’입니다. 예를 들어, 돈이 무조건 축복은 아닙니다. 믿음 없는 ‘돈’은 ‘독’이 됩니다. 감당할 믿음이 있을 때 비로소 축복이 됨을 알아야 합니다.

이런 원리 때문에 하나님은 미성숙한 믿음에 머물러 있는 아브라함에게 무작정 축복해주실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13년 동안 침묵 가운데 그의 믿음을 연단하셨습니다. 그 목적은 이미 약속하신 것을 성취하는 것입니다. 바울은 연단의 원리를 이렇게 증거합니다. 롬5:3~4

“3 다만 이뿐 아니라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이는 환난은 인내를 4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 고난 중에 인내하고 연단을 받으면 소망을 이룰 수 있게 된다고 했는데, 여기서 ‘소망’은 ‘우리의 소원’이기도 하지만 ‘하나님의 소원’입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약속이며 계획입니다.

[2] 하나님의 연단 : 성숙한 믿음으로 → 하나님 절대주권신앙 → 절대 신뢰, 절대 순종

하나님은 아브라함의 믿음을 성숙한 믿음으로 연단하셨습니다. 성숙한 신앙은 한 마디로 하나님절대주권신앙입니다. 하나님은 ‘전능하신 하나님’이시며 ‘나의 주인’이란 믿음입니다. 그러니까 하나님의 약속을 절대 신뢰할 수 있고 하나님의 명령에 절대 순종할 수 있게 됩니다.

아브라함은 자기편에서는 오래 기다렸다고 했지만 사실은 하나님이 오래 기다려 주셨음에도 그 믿음이 미성숙한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니까 하나님이 더 오래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13년 침묵 가운데 그의 믿음을 연단하십니다. 13년 후 하나님이 나타나 그의 믿음을 확인하십니다. 창17:1 “아브람이 구십구 세 때에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나타나서 그에게 이르시되 나는 전능한 하나님이라 너는 내 앞에서 행하여 완전하라” 먼저 하나님이 당신 자신을 소개합니다. 나는 전능한 하나님이라! 그러므로 너는 내 앞에서 완전하라! 여기서 완전하다는 말은 성숙하다는 말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하나님 외에 누가 완전할 수 있겠습니까!

성숙한 믿음은 하나님을 절대 신뢰하는 것인데 아브라함에겐 86세까지 그런 믿음이 없었습니다. 오래 기다렸는데도 하나님이 아들을 안 주신다고 오해했습니다. 이제는 처음보다 더 늙었으니까 아들을 낳을 수 없다고 단정해 버렸습니다. 그래서 양자를 들이려 했고 마침내 첩을 들였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하나님이 그에게 주시지 않은 이유를 알게 됩니다. 하나님이 제법 오래 기다려주셨는데도 절대 신뢰하지 못하니까 안 주신 겁니다. 만일 그때 미리 주셨다면 그는 아마 인간적인 자랑이나 늘어놓았을지도 모릅니다. “아, 내가 아직 정력이 넘치네. 내 아내 사라가 아직 젊은가봐.” 이런 식으로 착각했을지 모릅니다. 그의 믿음이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분명히 시간이 더 필요했습니다. 13년 동안 그가 더 낮아지고, 더 늙어지고, 인간적인 힘이 다 빠지고 나니까 하나님이 그에게 온전한 믿음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십니다. “너는 마치 죽은 몸과 방불하지만 나는 전능하신 하나님이니까 가능하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브라함이 그 믿음에 근접하기는 했지만 아직 2%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연단의 과정을 마무리해 주십니다. 어떻게요? 먼저 이름을 바꾸어 주십니다. 아브람을 아브라함으로(창17:5)! 아브람은 ‘큰 아버지’란 뜻으로 범위가 좁습니다. 한 가문의 우두머리에 불과합니다. 아브라함은 ‘만민의 아버지’란 뜻으로 범위가 넓습니다. 혈통적인 후손인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여러 민족의 조상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 이름에 하나님의 약속이 들어 있습니다. 사래의 이름도 사라로 바꾸어 주십니다(창17:15~16). 사래는 ‘공주’라는 뜻으로 범위가 좁습니다. 사라는 ‘만민의 어머니’란 뜻으로 범위가 넓습니다. 사라 역시 여러 민족의 조상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매일 확인했습니다. 큰 민족을 이루어 주시고 만민을 위한 축복의 통로로 삼아주신다는 하나님의 약속이 반드시 성취될 거야!

다음에는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그리고 할례를 받게 합니다. 할례는 남자의 포피를 베어내는 수술인데 하나님의 백성임을 몸에 표시하는 것입니다. 그는 그 표시를 보면서 매일 전능하신 하나님의 약속을 재확인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믿음이 온전해진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이렇게 계속해서 그의 믿음을 연단해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부족했습니다. 아브라함이 그에게 명년에 아들을 주시겠다고 말씀하시니까 피식 웃습니다(창17:17). 사라도 마찬가지 그 말씀을 엿듣고 피식 웃었습니다(창18:12). 그때 하나님에게 혼쭐이 나고 그제야 정신을 차립니다. 마침내 전능하신 하나님을 절대 신뢰하는 믿음으로 온전해집니다. 그러고 나서 비로소 아들을 낳게 됐습니다. 하나님은 바로 그때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셨던 것입니다.

이런 연단의 과정을 거친 아브라함과 사라의 믿음이 정말 온전해졌음을 롬4:19,21은 이렇게 증거합니다. “19 그가 백 세나 되어 자기 몸이 죽은 것 같고 사라의 태가 죽은 것 같음을 알고도 믿음이 약하여지지 아니하고 ... 21 약속하신 그것을 또한 능히 이루실 줄을 확신하였으니” 하나님의 전능하심을 절대 신뢰하는 믿음을 가리키는데 하나님이 바로 그 믿음을 확인하신 후 아들을 주셨던 것입니다.

그로부터 십수 년 후 하나님이 아브라함의 믿음을 다시 한 번 시험합니다. 창세기 22장에 보면, 하나님이 어느 날 그에게 독자 이삭을 번제로 바치라고 말씀하십니다. 기가 막힌 말씀인데도 그는 절대 순종합니다. 그는 정말 이삭을 제단에 묶어 놓고 칼로 내리칩니다. 그러자 하나님이 그를 제지합니다. 이제 그의 온전한 믿음을 확인하셨다는 겁니다. 미리 준비해 두신 숫양으로 대신 번제를 드리게 하셨는데 이삭을 번제로 드린 것과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의 믿음이 얼마나 놀라운 수준으로 성숙해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 하나님은 아브라함의 믿음이 그 수준까지 올라가는 것을 보기 위해 침묵 가운데서도 일하셨습니다. 이렇게 따져 보면 그 13년은 빈칸(blank)처럼 그냥 사라진 시간이 아닙니다. 아브라함에게는 답답하고 힘든 기다림의 시간이었을지 모르지만 실상은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의 생애 가운데 아주 중요한 노른자위 같은 시기였습니다.

그 후에 그의 생애가 얼마나 풍성한 축복으로 가득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 이 시점에서 보면 그가 믿음의 조상으로 유대인을 넘어 이방인까지 만민의 아버지가 된 게 분명합니다. 그의 육신의 후손으로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가 오셨고, 그의 십자가 대속과 부활을 믿는 자마다 아브라함의 영적 후손이 됐으니 말입니다.

[3] 나의 기다림 : 하나님의 때까지 순종과 기도로 인내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나에게도 기다림의 시간을 허락하신다는 사실입니다. 그 시간이 아브라함의 13년처럼 하나님이 침묵으로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답답하고 힘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에게 계획이 있습니다. 나를 성숙한 믿음의 사람으로 세우시려는 겁니다. 전능하신 하나님의 약속을 믿는 절대 신뢰, 그리고 그 하나님의 뜻이라면 절대 순종하는 그 믿음, 하나님이 나의 주인이라는 절대주권신앙으로 세우시려는 겁니다.

그러므로 나도 아브라함처럼, 그리고 믿음의 선진들처럼 기다림의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때가 언제인지 모르지만 그 때까지 순종과 기도로 인내해야 합니다. 각자에게 향한 하나님의 뜻에 따라 짧으면 짧은 대로 길면 긴 대로 인내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하나님의 때에 반드시 하나님의 역사를 경험하게 될 줄로 믿습니다. 욥은 고난 중에 하나님의 때를 바라보며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욥23:10 “그러나 내가 가는 길을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순금 같이 되어 나오리라”

한번은 잡지에서 현악기를 만드는 현악기장의 인터뷰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동양인 최초로 이탈리아 굽비오 악기제작학교를 졸업한 박경호 씨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바이올린 소리의 50%는 나무에 좌우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자신은 알프스나 발칸반도에서 자란 가문비나무, 전나무, 단풍나무 등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그 나무들 중에 10년 이상, 심지어 수십 년 동안 건조한 것을 사용해야 최상의 악기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바이올린 악기 한 개가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오랜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했는지 알면 절로 숙연해 집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다루시는 방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를 존귀한 자녀로 세우시려고 기다림의 시간을 요구하십니다. 때로는 하나님이 침묵하시는 것 같아 답답할 때도 있지만 그 가운데 분명히 우리를 연단하시고 아름다운 악기로 만들고 계십니다. 때에 따라 축복하시고 때에 따라 하나님의 선한 도구로 사용하시고 존귀한 인생으로 세워주십니다.

미국의 16대 대통령 A. 링컨(Abraham Lincoln, 1809~1865)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흑인노예해방의 대업을 이루고 오늘날까지 미국인과 세계인의 존경을 받고 있는 그리스도인입니다.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여의고 가난과 불행을 많이 겪은 흙수저 중의 흙수저 출신입니다. 불행한 개인사를 차치하고도 공식적인 실패를 27번이나 경험한 사람입니다. 22세 때 사업에 손을 댔다가 실패한 것을 시작으로 정계에 진출한 후 각종 선거에서 낙선에 낙선을 거듭했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51세에 극적으로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그에게 얼마나 기나긴 기다림의 시간이 있었을까! 마치 하나님이 침묵하는 것처럼 답답하고 힘든 때가 얼마나 많았을까! 그러나 하나님은 그 가운데 그를 연단하셨고 마침내 하나님의 위대한 과업에 사용해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의 때가 언제인지 모르나 그 때를 기다리며 하나님을 절대 신뢰하며 그분의 뜻에 절대 순종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기도하며 인내해야 합니다. 그러면 결국 하나님의 때를 만나게 될 줄로 믿습니다. 바울이 증거합니다. 갈6:9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

그런데 그때가 올 듯 올 듯 하면서 오지 않아 지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꼭 기억하십시오. 지금까지 혹시 고난을 많이 겪었어도 그것은 실패가 아닙니다. 승리를 위한 준비였을 뿐입니다. 조금 더 기다리며 인내하면 하나님이 침묵 가운데 무슨 일을 하셨는지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물을 끓이려고 가열할 때 90℃가 넘어도, 아니 99℃라도 아직은 끓지 않습니다. 민일 거기서 더 이상 기다라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가열한 것은 헛수고가 됩니다. 그러나 조금만 더 가열하면 100℃가 되어 결국 물은 끓게 됩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지친 나머지 99℃에서 멈추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얼마나 안타깝고 억울한 일인지 모릅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됐을 텐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 “짠!” 하고 하나님이 하신 일이 눈앞에 나타날 텐데 말입니다. 야고보는 이렇게 권면합니다. 약5:7~8 “7 그러므로 형제들아 주께서 강림하시기까지 길이 참으라 보라 농부가 땅에서 나는 귀한 열매를 바라고 길이 참아 이른 비와 늦은 비를 기다리나니 8 너희도 길이 참고 마음을 굳건하게 하라 주의 강림이 가까우니라” 고난 중에 예수님의 재림을 생각하고 인내하라는 말씀인데 우리의 삶에서 승리의 순간이 가까우니 끝까지 기다리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중국 극동 지방에서 자라는 모소 대나무(moso bamboo)가 있습니다. 씨앗이 뿌린 후 4년 동안에는 겨우 3cm밖에 자라지 않습니다. 거의 움직임이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5년차가 되면 매일 30cm씩 쑥쑥 자랍니다. 6주가 지나면 순식간에 우람한 대나무가 됩니다. 그 대나무들이 모여 빽빽하고 울창한 대나무 숲을 이룹니다. 그러면 모소대나무는 4년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았나? 그게 아니죠. 땅속에서 깊게 뿌리를 내리고 넓게 뿌리는 펼치고 있었습니다. 침묵 가운데 하나님이 일하고 계셨습니다. 사실은 모소대나무는 그 4년 동안 엄청나게 자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 인생에도 이런 일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음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19의 컴컴한 터널을 지나고 있습니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가운데 답답해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개인적으로 이런 저런 고난과 시련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분이 계실지 모릅니다. 그러나 모든 터널에는 출구가 있듯이 언젠가 끝날 때 있을 것입니다. 그 때가 언제인지 지금 모르고 있을 뿐입니다. 하나님이 침묵하는 것 같아도 우리를 지켜보고 계십니다. 우리의 믿음을 연단하시고 계십니다. 이 분명한 사실을 확신함으로 소망 가운데 순종과 기도로 인내하며 기다리시기 바랍니다. 이러나저러나 시간은 흘러갑니다. 답답하고 힘들다고 푸념하며 그냥 시간을 보낸다면 얼마나 안타깝고 억울한 일입니까! 그러면 정말 인생에 무의미한 빈칸(blank)을 남기는 것입니다. 아무쪼록 침묵 가운데 일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며 승리의 그 날을 향해 당당히 나아가는 저와 여러분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