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의 교훈

(마 9:9-13)

   마태는 예수님의 12사도 중의 한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누구나 그 이름을 잘 압니다. 그리고 신약성경의 첫 번째 책인 마태복음을 기록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 이름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너무도 익숙합니다.

   그러나 마태가 어떤 사람인지 자세히 아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가 않습니다. 성경에 마태에 대한 기록이 생각보다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성경에 예수님의 12제자 명단 외에 단 두 사건에만 그 이름이 나타납니다. 하나는 예수님께서 세관에서 세리로 일하던 그를 제자로 부르시는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마태가 예수님과 동료 세리들과 죄인들을 초대해서 잔치를 베푼 사건입니다. 그래서 마태라는 인물을 제대로 알려면 보다 깊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마태를 깊이 연구해 보면, 이 인물이 우리에게 주는 영적인 교훈이 참 귀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치 숨은 보석을 발견한 것 같은 기쁨을 얻게 됩니다. 오늘 저와 여러분이 마태에 대해 보다 깊이 알게 되면서 숨은 보석을 발견한 것과 같은 기쁨을 얻게 되기를 바랍니다.

레위에서 마태로

   마태의 원래 이름은 레위였습니다. 마가복음 2장을 보면, 예수님께서 이 사람을 부르실 때 그 이름을 레위라고 기록해 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뒤 3장을 보면, 예수님의 12제자의 이름에는 마태라고 기록해 놓고 있습니다. 누가복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은 레위가 예수님의 제자가 된 다음에 그 이름이 바뀌었다는 것을 말합니다. 아마도 예수님께서 그 이름을 바꾸어주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마태가 쓴 마태복음을 보면 레위라는 이름이 나오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자기를 부르실 때도 마태를 부르셨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마태복음을 쓸 때는 이미 사도로 사역한 지 30여년이 지난 뒤였습니다. 아마도 마태는 레위라는 옛 이름을 기억조차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면 레위시절 마태는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레위라는 이름을 봐서는 이 사람이 레위지파였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부모가 이름을 레위라고 이름을 지은 것을 봐서는 제사장이 되거나 아니면 적어도 하나님을 위해 일하는 경건한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기를 바랐을 것입니다.

   그리고 부모는 신앙훈련을 철저하게 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마태복음을 보면, 우선 구약성경을 다른 세 복음서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이 인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구약과 직접 연관된 내용을 무려 99번이나 인용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구약의 거의 모든 기록들, 율법서인 토라, 예언서인 느비임 그리고 성문서인 케투빔을 망라해서 인용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마태가 어려서부터 철저하게 율법교육을 받았고, 그래서 전문적인 수준으로 율법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렇게 신앙적 훈련을 받고 하나님을 위해 크게 쓰임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자란 사람이 세리가 된 것입니다. 하나님의 일꾼이 되어야 할 사람이 하나님 앞에 부끄럽고, 사람들에게 경멸의 대상인 세리가 된 것입니다.

   당시 세리는 로마 식민통치 시대에 생겨난 특수한 직업이었습니다. 로마가 식민지에서 세금을 거둬들이기 위해서 현지인들 가운데 고용해서 세운 사람들을 말합니다. 이들은 로마를 위해 과도하게 세금을 거두면서 동족들을 괴롭혔습니다. 게다가 사리사욕으로 착복까지 했기 때문에 이들을 보는 시선이 고울 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매국노라고 경멸당했고, 창녀나 죄인들처럼 천시 당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레위라는 이름은 마태에게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이름이었습니다. 레위시절 그가 살았던 삶이 하나님 앞에 얼굴을 들기 힘든 부끄러운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레위시절 그가 마음속에 겪었던 그 고통, 바라는 자신의 모습대로 살지 못하는 그 고통을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일전에 한 장로님을 만났습니다. 당시 제가 총회 다음세대위원장을 맡고 있었는데 제게 할 말이 있으시다는 것입니다. 이분이 제게 하신 말씀의 요지는 교회의 다음세대 신앙교육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제가 그렇게 말씀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시냐고 물었습니다. 이분은 오랜 세월 경찰로 봉직하셨답니다. 가끔 형사범 가운데 모태신앙인 사람들을 체포할 때가 있었다고 합니다. 한 번은 칼부림 폭력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조폭을 체포했는데 그 이름이 ‘이모세’더랍니다. 또 한 번은 성폭행범을 잡았는데 그 이름이 ‘김바울’이더랍니다.

  이분이 제게 두 가지를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는 기독교가정에서 자녀들을 믿음으로 잘 양육해야 되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리스도인들이 자녀들 이름을 신중하게 지어야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말씀을 듣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우선 부모들이 자녀를 믿음으로 양육하겠다고 마음먹는다고 그게 그렇게 쉽지 않구나 하는 점입니다. 다음으로 부모들 바람과 달리 자녀들이 신앙을 지켜가지 못할 때부모들의 마음의 고통이 크겠구나하는 점입니다. 그리고 부모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믿음대로 살지 못하는 자녀들의 마음은 또 얼마나 힘들까 하는 점입니다.

   실제로 요사이 들어 오늘 본문의 레위 같은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들이 자녀들 어려서부터 신앙양육에 더 힘을 쏟아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자녀들 이름 짓는 일은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이렇게 레위로 힘든 삶을 살고 있을 때 예수님께서 마태를 찾아오셨습니다. 그리고 그를 변화시켜주셨습니다. 부끄러운 과거를 청산하게 해 주셨습니다. 그가 진정 바라던 삶을 살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완전히 달라진 새로운 삶을 살게 해 주셨습니다. 과거의 자신 레위를 버리고, 새로운 자신 마태가 되게 해 주신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는 우리 스스로 우리가 바라는 삶을 살 수 없습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인생을 살아가려고 할 때 우리는 레위의 삶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주님을 만나고 주님께서 함께 하실 때 우리가 바라는 삶을 살 수 있게 됩니다. 바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 드리고, 우리의 삶에 참 기쁨과 평안 가득한 마태의 삶을 살 수 있게 됩니다.

   이 시간 아직도 레위의 삶을 살고 있는 분들은 주님을 만나서 그 삶을 청산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미 주님을 만나서 마태로 변화된 분들은 더욱 힘차게 마태의 삶을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잔치하는 기쁨

   마태는 레위였던 자기가 마태가 되는 과정을 아주 간단하게 기록해 놓았습니다. 본문 9-10을 보면, 자기가 세리로 세관에서 일하고 있을 때 주님께서 찾아오셔서 자기를 불러주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 집에서 주님과 그 제자들 그리고 자기 동료와 지인들과 함께 식사하며 교제했다고만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누가는 이 과정을 보다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눅 5:29를 보면 이렇게 기록되어있습니다. “레위가 예수를 위하여 자기 집에서 큰 잔치를 하니 세리와 다른 사람이 많이 함께 앉아있는지라” 마태가 예수님을 만나고 새사람이 되고 주님의 제자로까지 부르심을 받은 뒤, 예수님을 모시고 자기 집에서 큰 잔치를 열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마태가 예수님을 자기 집으로 초대해서 큰 잔치를 베풀었다는 점입니다. 마태는 왜 예수님을 초대해서 잔치를 베풀었을까요? 무엇보다도 기뻤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기가 레위의 삶을 청산하고, 마태의 삶을 살게 된 것이 너무도 기뻐서 크게 잔치를 벌이게 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레위에서 마태가 된 뒤 그는 상상했던 그 이상의 기쁨을 맛보게 되었을 것입니다. 레위시절 하나님 앞에 제대로 설 수 없었던 영적인 무거운 짐을 벗어버린 기쁨을 맛보게 되었을 것입니다.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며 살아오면서 그리고 세상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살아오면서 그를 짓누르던 마음의 짐을 벗어버린 기쁨을 맛보게 되었을 것입니다. 앞으로 주님을 위해 살게 됐다는 차원이 다른 기쁨을 맛보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잔치를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을 것입니다.

  20세기 최고의 기독교 사상가인 C. S. 루이스가 쓴 [예기치 못한 기쁨]이란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자신의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는 책입니다. 무신론자였고 회의론자였던 자신이 어떻게 회심하게 됐고, 기독교인이 됐는가를 자세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이 책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처음 만날 때 큰 기쁨을 맛보는데 그 기쁨은 경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 그리스도를 만날 때는 이것과 비교할 수 없는 큰 기쁨을 맛보게 되고, 그 기쁨은 설명하기 힘든 놀라움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이 기쁨은 예기치 못한 기쁨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자신이 노력해서 얻은 것이 아니고, 또 자기가 기대하다가 얻은 기쁨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전적으로 주님께서 자신을 찾아오셔서 만나주셔서 얻게 된 기쁨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분은 머리말에 재미있는 말을 써놓았습니다. “나는 오로지 나 혼자만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느낌에 대해 말할 경우에도 세상에! 당신도 그렇게 느꼈단 말이에요? 나만 그런 줄 알았더니 라고 말하는 사람이 적어도 한 명은 있다(그 이상일 때도 많다)는 사실에 용기를 얻어 이 책을 썼다.”

   본문에서 마태가 잔치를 벌인 이유가 바로 이 예기치 못한 기쁨을 맛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예기치 못한 기쁨은 루이스도 맛보았을 뿐 아니라 언제라도 그리고 또 누구라도 예수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난 사람이라면 다 맛보게 되는 기쁨입니다. 저도 맛보았습니다. 그리고 여러분 가운데 많은 분들도 맛보셨을 것입니다.

  여러 해 전에 미국의 목회자들이 단체로 한국교회 탐방을 왔을 때 잠시 교제를 나눈 일이 있습니다. 이분들이 한국교회를 탐방한 뒤 소감을 진솔하게 말하는 것을 들은 일이 있습니다. 그 중에 제 마음에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한국교회 교인들은 예배드릴 때 너무 엄숙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표정이 너무 굳어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배가 잔치가 아니라 장례식 같아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예기치 못한 기쁨, 이 세상사람들이 알 수도 없고 상상도할 수 없는 기쁨을 맛보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예배는 그 기쁨을 재현하고 더욱 풍성하게 누리는 자리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이미 이 기쁨을 맛보신 분들은 예배현장에서 그리고 삶의 자리에서 이 기쁨을 재현하시고 또 나누시기 바랍니다. 아직 이 기쁨을 모르는 분들은 속히 주님을 만나서 이 예기치 못한 기쁨을 맛보고 누리시기 바랍니다.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저는 공관복음(마, 막, 눅)의 마태에 대한 기록을 비교해서 살펴보다가 주목할 만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우선 눅 5:28을 보면 “그가 모든 것을 버리고 일어나 따르니라”라고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마태가 기록한 마 9:9을 보면 그냥 “일어나 따르니라”라고 되어있습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라는 부분을 생략한 것입니다. 자랑스러운 내용이어서 자기가 더 과장해서라도 쓸 수 있지만 아예 그 내용을 삭제한 것입니다.

   다음으로 12제자의 이름을 기록한 부분을 보면, 막이나 눅에는 그냥 마태라고만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마태가 기록한 마에는 세리마태라고 되어있습니다. 다른 사람들 이름은 그냥 이름만 기록하면서 구지 자기 이름에는 세리라는 말을 덧붙여놓은 것입니다. 부끄러운 내용이어서 누가 써놓아도 지우고 싶었을 텐데 구지 덧붙여 놓은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확인해 볼 수 있는 것은 마태는 레위에서 마태가 된 뒤 자신을 낮추고, 다른 사람들을 높이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마태는 나서려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마태는 12사도 중에 가장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이었습니다. 당시 세리는 전문직이었습니다. 공무원으로서 전문적 교육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로마를 위해 일하고 통행세를 받아야 했기 때문에 여러 언어도 능통하게 구사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다른 12사도들과 비교해 볼 때 학벌이나 지적수준 그리고 능력 면에서 남달랐습니다.

   그러나 마태는 나서지 않았습니다. 세리였었기에 재정문제는 전문가였지만 회계를 가룟 유다가 맡았습니다. 그리고 여러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이 나서서 말하고 행동할 때 말이 없었습니다. 그저 주님께서 정하신대로 따랐고, 남들이 앞서서 결정한 대로 조용히 협력했습니다.

   그리고 주님의 명을 받고 순교할 때까지 여러 곳에서 충성스럽게 사역을 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했던 사역에 대한 기록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거 어디서 무엇을 했고, 그 열매가 무엇인지 거의 기록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저는 이런 마태의 모습을 보면서 찬 323장 가사가 생각이 났습니다. 이 찬송은 이호운 목사님이 작사하시고 이유선 장로님이 작곡하신 [부름받아 나선 이 몸]입니다. 특히 3절 가사가 생각이 났습니다. “존귀영광 모든 권세 주님 홀로 받으소서 멸시천대 십자가는 제가지고 가오리다 이름 없이 빛도 없이 감사하며 섬기리다 이름 없이 빛도 없이 감사하며 섬기리다”

  특히 마태를 생각할 때 이 마지막 부분 “이름 없이 빛도 없이 감사하며 섬기리다”가 떠올랐습니다.

  저는 십여 년 전 중국 운남성 산골마을을 방문했다가 크게 감동을 받았던 일이 있었습니다. 마을 교회를 목회하던 묘족 목사님과 대화를 나누던 중 그들에게 문자가 있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결국 그 문자로 성경번역하기로 하고 지금은 완간되어, 이분들이 자기 민족 언어로 된 성경으로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문자를 가지게 됐는가를 물었습니다. 150여 년 전에 카나다의 한 선교사님이 자기 마을에 오셔서 거의 평생을 살면서 복음을 전하고 문자를 만들어 놓았다는 것입니다. 그분이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오래 돼서 이름도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그분이 남긴 흔적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저 문자만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처음에 너무 심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묘족 사람들과 중국교회가 이것은 잘못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 선교사님이 자기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했고, 이렇게 된 것이 그분의 뜻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오늘 모두가 자기를 알리려고 혈안이 되어있습니다. 인지도를 높이려고 기업은 마케팅을 하고, 정치인들은 언론노출에 힘씁니다. 유튜버들은 구독자수를 높이려고 애처로울 정도로 안간힘을 다합니다. 이런 와중에 그리스도인들도 자기를 드러내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시지 않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이 하지 말아야 할 일입니다.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주님을 섬기다 보면 저 천국에 상이 커가고 또 필요할 때 주님께서 높이십니다.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섬겨 가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마태는 우리에게 숨겨진 보석처럼 소중한 교훈을 전해줍니다. 변화된 삶, 기쁨을 누리며 사는 삶, 그리고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사는 삶 이런 삶을 본받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