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지내온 것 주의 크신 은혜라(고후1:10-11)
송년예배, 김상수목사(안흥교회)
오늘은 마지막 주일이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감사뿐이다. 흔히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기적을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성경은 기적이 먼저가 아니라, 감사가 먼저인 것을 말씀한다. 감사가 먼저다. 감사함으로 순종했을 때 기적이 일어났다. 오늘에 감사하지 못하는 사람은 내일에도 감사하지 못한다. 우리가 주 안에서 범사에 감사하며, 기도하고, 기뻐하면 어둠의 영이 견디지 못하고 떠나게 된다(살전5:16-18). 감사하는 마음이 이처럼 중요하다.
그렇다면 지난 한 해 동안 있었던 수많은 일들 중에 무엇을 먼저 감사해야 할까? 지난 한 해 동안의 모든 일이 다 감사하지만 그 모든 것보다 가장 첫 번째로 감사해야 할 것은 내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이 되었고, 하나님의 일군된 것을 감사해야 한다고 믿는다. 어떤 사람은 “나는 별로 감사할 것이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소유나 눈에 보이는 어떤 것들에만 가치를 둔다면 그렇게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세상의 것들은 솔로몬의 말처럼 결국 다 헛되고 헛된 것들이다(전도서 1장).
“내가 해 아래에서 행하는 모든 일을 보았노라 보라 모두 다 헛되어 바람을 잡으려는 것이로다”(전1:14)
예전에 극동방송에서 수도권에 있는 목회자들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찬송은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이었다고 한다. 목회자들이 이 곡을 선정한 이유는 대부분이 부족한 사람을 변화시키시고 일군으로 사용해주신 하나님의 은혜가 감사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본 설교자도 역시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서 지난 시간 동안 너무도 부족한 종과 함께 하시고, 좋은 장로님들을 동역자로 세워주시고, 장 겉사람도 핸섬하고 아름답지만 속사람은 더 아름답고 멋진 우리 성도님들을 만나게 하시고, 교회를 지켜주신 주의 은혜에 감사의 고백이 저절로 나왔다. 그러면서 지난 성탄절에 강대상 앞에 선 세례 대상자들과 성도님들을 보면서, 왜 사도 바울이 주님이 강림하실 때 그의 소망과 기쁨과 면류관이 “너희”라고 했는지 그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살전2:19).
“우리의 소망이나 기쁨이나 자랑의 면류관이 무엇이냐 그가 강림하실 때 우리 주 예수 앞에 너희가 아니냐”(살전 2:19)
그러므로 우리 모두가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리면서 감사고백을 올려드리자. 지난 한 해 동안 모든 예배시간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매일 묵상할 때 생명의 꼴을 먹여주신 주님의 은혜에 감사하고, 우리들이 어려운 이웃들과 이 지역과 열방을 섬기는데 미약하나마 힘을 보탤 수 있게 하심에 감사하고, 죽지 않고 살아서 이 시간 예배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지금 내 곁에 있음에 감사하고, 비록 큰 열매는 눈앞에 안보인다 해도 주님을 기쁘시게 하고자 했던 그 중심을 주님이 귀하게 보시니 감사하다. 만약 나를 통해서 구원받은 영혼이 있다면, 그 사람은 한 해 동안 세상 천하를 얻은 것보다 가장 큰 축복을 받은 사람이다. 우리가 진심으로 감사하면, 이 감사는 내년에 더 큰 축복되어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둘째로 하나님께서 앞으로도 더 큰 은혜와 보호하심으로 동행해 주실 것을 믿고 감사하자. 오늘 본문인 고린도후서 1장 10-11절에 보면, 사도 바울은 사형 선고를 받은 것 같은 극한 상황에서도 이렇게 말했다.
“10 그가 이같이 큰 사망에서 우리를 건지셨고 또 건지실 것이며 이 후에도 건지시기를 그에게 바라노라 11 너희도 우리를 위하여 간구함으로 도우라 이는 우리가 많은 사람의 기도로 얻은 은사로 말미암아 많은 사람이 우리를 위하여 감사하게 하려 함이라”(고후 1:10-11)
이 확신에 찬 믿음의 선포를 보라. 사도 바울은 하나님께서 그를 큰 사망에서 건지셨을 뿐만 아니라(과거), “또 건지실 것이며”(현재), “이후에도 건지시기를 그에게 바라노라”(미래)고 했다. 그런데 11절을 보면, 이렇게 건져주시는 은혜를 언제 주시는가 하면 기도할 때 주신다. 그러므로 우리들도 우리 앞에 펼쳐져 있는 앞일에 대해서도 주님이 건져주시고 예비해 주실 것을 믿고 감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항상 감사가 먼저다. 이처럼 감사함으로 기도할 때 기적이 일어난다.
이제 마지막 송년설교를 마치면서 우리들이 정말 본받고 배워야할 감사와 기도의 사람 한 분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 분은 한국교회 성도들이 가장 애창하는 찬송 중의 하나인 “지금까지 지내 온 것”을 작사하신 일본인 사사오 데쓰사부로(笹尾鐵三郞, 1868-1914)목사님이다
1. 지금까지 지내온 것 주의 크신 은혜라 한이 없는 주의 사랑 어찌 이루 말하랴 자나 깨나 주의 손이 항상 살펴주시고 모든 일을 주안에서 형통하게 하시네
2. 몸도 맘도 연약하나 새 힘 받아 살았네 물 붓듯이 부으시는 주의 은혜 족하다 사랑 없는 거리에나 험한 산길 헤맬 때 주의 손을 굳게 잡고 찬송하며 가리라
3. 주님 다시 뵈올 날이 날로 날로 다가와 무거운 짐 주께 맡겨 벗을 날도 멀잖네 나를 위해 예비하신 고향 집에 돌아가 아버지의 품 안에서 영원토록 살리라
어쩌면 훗날 우리들이 이 세상을 떠나게 될 때, 마지막으로 가장 부르고 싶은 찬양이 바로 이 찬양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이 곡이 초창기 성결교회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이 찬송은 일본 홀리네스 교단(Holiness, 일본성결교회)의 최초의 찬송가인「구원의 노래」(救いの歌, 1894)에서 수록되었고, 한국에서는 1919년 성결교회에서 발행한 《신증 복음가》에 처음 소개되어 별 수정 없이 오늘까지 애창되고 있다. 이곡의 작사한 사사오 데쓰사부로 목사님은 일본 동양선교회(OMS) 초창기 지도자였고, 동경성서학원의 교장을 역임했으며, 열정 있는 복음 전도자였다.
서울신학대학교 박명수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원래 사사오 목사님은 어렸을 때부터 독실한 불교신자인 어머니를 따라서 불교를 믿었었다. 그러던 그가 경제학을 공부하기 위해서 1887년 5월에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에 있는 산호세상업대학(San Jose Commercial College)에 유학을 갔다가, 하숙집 주인의 나이 많은 할머니의 간절한 기도와 전도에 감명을 받아 그리스도인이 되었다. 그때 당시에 그 할머니는 일본에서 온 젊은 청년이 구원받기를 위해서 매일 기도하며 전도했다고 한다. 그 후 그는 신학을 공부했고, 미국 서부지역에서 전도활동을 하다가, 동포들에게 복음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품고 일본으로 돌아왔다.
귀국 후에는 나까다주지(中田重治)목사님이 세운 동경성서학원의 교장이 되었다. 그 당시 동경성서학원에서 미국선교사들이 강의 때는 통역을 했다. 사사오 목사님은 양복을 입고 설교를 하시기보다는, 주로 일본 복장인 하오리하가마(羽織袴)를 입고 설교했고, 설교 중심점은 언제나 ‘성결의 완전’이었다고 전해진다. 이때 사사오 목사님과 나까다주지 목사님 밑에서 신학을 배운 김상준, 정빈 두 사람이 귀국해서 세운 것이 오늘날의 ‘한국성결교회’다. 그리고 사랑의 원자탄이라고 불리는 손양원목사님은 이 당시에 동경성서학원에서 주변에 있던 나까다주지 목사님의 교회에 출석하면서 나환자들을 돌보는 사역을 했었다.
사사오 데쓰사부로 목사님은 신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인생의 마지막을 뜨거운 복음의 열정을 안고 규슈(九州)에서 홋카이도(北海道)까지 일본 전국을 순회하면서 전도하면서 보냈다. 오늘날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 온갖 우상숭배로 가득한 일본의 문화풍토에서 기독교 복음을 전한다는 것은 너무도 힘든 일이었다. 현재 일본에는 약 12만개의 크고 작은 신사들이 있으며, 여기서 숭배되는 신은 약 800만 가지로 추정된다. 이는 그 당시에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보인다.
그러나 그는 늘 감사와 기도로 천로역정의 길을 갔다. 바로 이 당시에 순례자의 길을 가면서 눈물과 감사의 신앙고백으로 지었던 찬송이 바로 “지금까지 지내 온 것”으로 믿어진다. 그래서 2절 가사에 “사랑 없는 거리에나 험한 산길 헤맬 때 주의 손을 굳게 잡고 찬송하며 가리라”라고 적었다. 그렇게 온갖 고초를 당하면서 복음을 전하다가 47세 때 규슈(九州)에서 순회전도를 마친 후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다. 비록 47세의 짧은 생을 살았지만 주님을 위해 불꽃같은 삶을 살았던 사사오 데쓰사부로 목사님의 삶은 지금 우리들이 어떤 삶을 살아야할지를 잘 말해준다고 믿는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그리고 이 글을 사랑하는 지역 주민 여러분이여, 우리들의 인생은 길고 짧은 것은 것이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무엇을 위해서 인생을 살았느냐(또는 살고 있느냐)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지난 한 해 동안 지켜주신 하나님께 감사하자. 내 손에 움켜쥔 그 어떤 소유의 유무(有無) 때문에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구원하시고 나의 길을 예비하시는 하나님과의 관계(關係) 때문에 감사하자. 그래서 감사함으로 한 해를 마감하고, 감사함으로 새로운 해를 맞이하자. 지금의 감사가 내년에도 그리고 주님의 부름을 받는 그날까지 변함없이 우리의 삶에 기적을 일으킬 것이다. 주님이 우리와 함께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