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자가 어린 자를 섬기리라

창세기25:19-26
19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의 후예는 이러하니라 아브라함이 이삭을 낳았고 20 이삭은 사십 세에 리브가를 취하여 아내를 삼았으니 리브가는 밧단 아람의 아람 족속 중 브두엘의 딸이요 아람 족속 중 라반의 누이였더라 21 이삭이 그 아내가 잉태하지 못하므로 그를 위하여 여호와께 간구하매 여호와께서 그 간구를 들으셨으므로 그 아내 리브가가 잉태하였더니 22 아이들이 그의 태 속에서 서로 싸우는지라 그가 가로되 이같으면 내가 어찌할꼬 하고 가서 여호와께 묻자온대 23 여호와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두 국민이 네 태중에 있구나 두 민족이 네 복중에서부터 나누이리라 이 족속이 저 족속보다 강하겠고 큰 자는 어린 자를 섬기리라 하셨더라 24 그 해산 기한이 찬즉 태에 쌍동이가 있었는데 25 먼저 나온 자는 붉고 전신이 갖옷 같아서 이름을 에서라 하였고 26 후에 나온 아우는 손으로 에서의 발꿈치를 잡았으므로 그 이름을 야곱이라 하였으며 리브가가 그들을 낳을 때에 이삭이 육십 세이었더라

그 아내가 잉태하지 못하므로

아브라함의 시대가 끝나고 이삭의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삭의 첫출발도 그리 순탄하지 않습니다. 21절에 “이삭이 그 아내가 잉태하지 못하므로”라 하여 불임으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 불임의 기간은 그들이 40세에 결혼하여 26절에 60세에 에서와 야곱을 낳았다고 하니까 무려 20년이라는 긴 시간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의 첫출발 역시 불임에서 출발했고, 아들을 얻기 위해 25년이란 세월을 기다려야 했듯이 이삭과 리브가도 20년이라는 세월을 인내해야 했습니다.

이삭은 약속의 자녀였고, 주위의 관심과 사랑 가운데 태어났지만 그 또한 불임이라는 고통으로 시작했다는 것은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아브라함의 삶이 그러했듯이 이삭의 삶도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서만 살 수 있습니다.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하나님은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자녀문제를 통해 우리에게 교훈을 주십니다. 자녀를 쑥쑥 낳았다면 우리는 삶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인생에서 제동이 걸릴 때 우리는 겸손하게 되고 하나님께 기도하게 됩니다. 21절에 이삭이 “여호와께 간구했다”고 말씀합니다. 짧게 기록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삭이 한 번 기도했다고 오해해서는 안 됩니다. 아마 그는 결혼한 이후 줄곧 기도했을지도 모릅니다. 1년, 2년은 참겠는데 5년, 10년이 넘어가면서는 좌절했을는지도 모릅니다. 에서와 야곱은 그런 오랜 기다림과 기도 끝에 얻은 자식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의 종교풍습 중에 할례라는 것이 있습니다. 오늘날 포경수술과 같은 것으로 남자의 생식기의 표피를 제거하는 의식입니다. 하나님은 왜 하필 이 생식 부위에 이런 의식을 행하도록 했을까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마 하나님께서는 생명의 근원이 하나님께 있음을 알도록 하기 위해서 이런 의식을 제정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람들이 맹세할 때 환도뼈 곧 넓적다리뼈 밑에 넣고 맹세하도록 했던 의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생명의 근원 되신 하나님의 이름으로 맹세하는 것이요, 그 맹세를 지키지 않으면 곧 불임의 저주나 자기 자녀에게 저주가 미친다는 의미가 있었을 것입니다.

자녀는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그것은 곧 우리 생명이 하나님의 선물임을 의미합니다. 요한복음 1장 12-13절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합니다.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 이는 혈통으로나 육정으로나 사람의 뜻으로 나지 아니하고 오직 하나님께로서 난 자들이니라” 이 말씀은 예수 믿는 자들에게 일어나는 사건의 본질을 밝히고 있지만 우리 인생 모두를 향한 교훈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민족이나 가문이나 혈통을 따라 태어난 사람들이 아닙니다. 우리는 인간의 뜻이나 계획이나 욕망에 의해서 태어난 사람들이 아닙니다. 우리는 하나님께로부터 난 자들입니다. 비록 형식은 혈통이나 인간의 의지라는 것을 빌려 태어났지만 생명의 주관자는 하나님이십니다. 하늘이 우리를 낳은 것입니다.

우리는 우연하게 태어난 존재들이 아닙니다. 인간의 어리석은 계획으로 빚어진 존재가 아닙니다. 뱃속에서 나오기 전부터 하나님은 이미 야곱과 에서에 대해서 알고 계셨고 그들의 운명을 결정하였습니다. 그래서 구약의 예레미야 선지자는 자기에 대해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내가 너를 복중에 짓기 전에 너를 알았고 네가 태에서 나오기 전에 너를 구별하였고 너를 열방의 선지자로 세웠노라”(렘1:5) 사도 바울 또한 이렇게 고백합니다. “그러나 내 어머니의 태로부터 나를 택정하시고 은혜로 나를 부르신 이가”(갈1:5) 자기라는 생명 또한 이렇게 고백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우연히 태어난 존재들이 아닙니다.

태 속에서 서로 싸우는지라

그런데 리브가의 뱃속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리브가가 임신을 했는데 쌍둥이였습니다. 그런데 이 쌍둥이가 서로 싸웁니다. 왜 싸웠는가 하면 서로 먼저 태어나기 위해서입니다. 아마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출산할 때 에서가 먼저 나오고 야곱이 에서의 발꿈치를 잡고 나온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야곱이 먼저 나오려고 형 에서의 발목을 잡은 것입니다. 참 별스런 아이들도 있습니다. 뱃속에 있는 것들이 무엇을 안다고 싸우긴 그렇게 싸웁니까?

뱃속에서 벌어진 싸움은 어쩌면 야곱과 에서의 이후 인생의 모습을 미리 보여준 것일지도 모릅니다. 장자권을 두고 서로 속고 속이는 싸움이 계속됩니다. 나중에는 서로 죽이려고 하고 결국 야곱이 형 에서를 피해 달아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둘의 성격은 또 얼마나 다른지 모릅니다. 에서는 사냥꾼 기질이 있어 거칠고, 생각이 단순하고, 또 쉽게 화를 내었다 잊어버리는 타입입니다. 반면에 야곱은 조용한 사람으로 장막에 거했다고 합니다. 음모를 꾸미고, 또 남의 것을 빼앗는 데 익숙한 사람이었습니다. 에서와 야곱의 모습을 보면 우리 가정사를 보는 듯합니다. 같은 뱃속에서 나온 형제들인데 성격이 서로 상반된 경우가 많습니다. 또 형제요 자매들인데 마치 원수처럼 싸울 때도 있습니다.

에서와 야곱의 관계는 이후 민족적인 경쟁 관계로 발전합니다. 야곱으로부터 나온 민족이 이스라엘이고 에서의 후손들이 만든 민족은 에돔 족입니다. 이스라엘이 출애굽한 후 광야를 방황할 때 에돔 족은 이스라엘에 대해서 매우 불친절하게 행합니다. 에돔 땅을 통과하려는 이스라엘을 막아 멀리 돌아가게 만들었습니다. 이후 왕국시대에도 에돔은 이스라엘과 인접국가였기 때문에 서로 으르렁대며 싸웠습니다. 선지서 중 오바댜 서는 에돔을 저주하는 말씀입니다. 이스라엘이 바벨론에 의해서 망할 때 바벨론 편을 들고 예루살렘을 침탈하는 일을 도왔기 때문입니다.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형제 간에는 작은 일도 속이 상하고 미운 법입니다. 예수님 시대 헤롯 대왕은 이두매 출신인데 이두매가 바로 에돔입니다. 수천 년을 두고 서로 원수같이 대했던 것이 야곱과 에서였습니다.

야곱과 에서의 모습을 보면 꼭 남한과 북한이 싸우는 것 같습니다. 8.15 광복 이후 남북한으로 갈린 이후부터 싸우더니 지금까지 싸웁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기간에 잠깐 서로 화해한 듯하더니 지금은 마치 전쟁이라도 할 듯이 서로 으르렁 대고 있습니다. 천안함 침몰 사고를 두고도 서로 네가 그랬다느니 자기는 그러지 않았다느니 하며 싸웁니다. 공격했던지 아니면 공격이라고 덮어씌웠던지 둘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정치적 문제에서 진실을 찾기가 쉽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저들이 형제이면서도 서로 원수처럼 대하고 싸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런 점에서 이번 천안함 사고를 처리하는 우리나라의 자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형제 간에는 더 민감한 법입니다. 민감한 문제는 합리적이고 명확한 과정을 통해서 잘잘못을 따져야 합니다. 그런데 북한이 어뢰로 공격했다고 섣불리 발표했고, 그 근거도 너무 허술합니다. 누구도 믿을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국제 사회에서 인정을 받지 못했습니다. 국제 사회는 남한 편이냐 북한 편이냐에 따라 갈라져 있는 형국이고, 지금 동아시아는 중국과 북한을 한 편으로 또 미국과 일본과 한국을 한 편으로 갈라진 신냉전을 보는 듯합니다. 한편으로는 창피하기도 합니다. 서로 상대방을 죽이지 못하여 안달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입니다.

둘이 양보하지 않고 계속해서 싸운다면 결국 둘 다 파멸을 길을 갈 수밖에 없습니다. 한 쪽이 양보를 해야 합니다. 저는 우리 대한민국이 형님으로서의 너그러움을 보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나라의 경제력과 군사력은 이미 북한을 압도할 정도입니다. 국민정신과 능력 면에서도 이제 남한이 한국사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역사를 주도해 갔으면 합니다. 형님에게 필요한 것은 양보와 여유입니다. 이미 힘을 가졌기 때문에 구지 힘주지 않아도 이기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모습은 너무나 옹졸합니다. 북한에게 도움을 주지 않기 위해서 해외공관원들에게 북한 식당에서 평양냉면을 먹지 말라는 훈령을 내렸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옹졸합니다. 우리나라에 쌀이 지금 140만 톤가량 남아돈다고 합니다. 창고에 쌓을 곳도 없어 이번 가을 추수기에 쌀 값 폭락을 걱정합니다. 그러자 쌀을 가축 사료로 사용하자는 말도 나옵니다. 그런데 북한은 계속 해서 굶주리고 있고 최근에는 마취제 없이 맹장수술을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형편에서 쌀을 사료로 쓴다면 천벌 받습니다. 쌀이란 것은 우리 역사에서 생명과 같습니다. 그런데 가축사료로 쓰겠다고요. 형님답게 북한에 남는 쌀을 다 주었으면 합니다. 한쪽이 양보를 해야 싸움이 그칩니다. 누가 양보해야 합니까? 강한 자가 양보해야 하고, 또 스스로 장자라 생각하는 자가 양보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선택과 예정

아이들이 뱃속에서 싸우는 것도 이상하지만 더 괴이한 것은 하나님의 태도입니다. 아이들이 하도 싸우니까 리브가가 “내가 어찌할꼬” 하고는 여호와께 물었습니다. 23절에 하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두 국민이 네 태중에 있구나 두 민족이 네 복중에서부터 나누이리라 이 족속이 저 족속보다 강하겠고 큰 자는 어린 자를 섬기리라” 둘 중에 누가 더 강한지, 또  누가 착한지, 또 누가 경건한지 파악되기도 전에 하나님이 일방적으로 그들의 운명을 결정하십니다. 성경은 불합리해 보이는 이런 하나님의 태도에 대해서 설명하거나 정당화하려는 노력을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성경은 이를 통해 우리에게 교훈을 줍니다. 하나님의 주권과 그에 대한 인간의 순종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자신의 뜻대로 인간의 운명을 빚을 권리를 가지고 계십니다. 로마서에서 사도 바울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이 사람아 네가 뉘기에 감히 하나님을 힐문하느뇨 지음을 받은 물건이 지은 자에게 어찌 나를 이같이 만들었느냐 말하겠느뇨 토기장이가 진흙 한 덩이로 하나는 귀히 쓸 그릇을, 하나는 천히 쓸 그릇을 만드는 권이 없느냐”(롬9:20-21). 그렇지요. 토기장이는 자기 마음대로 쓸 그릇을 정할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릇이 토기장이를 탓할 수는 없습니다. 그릇은 자기 쓰임에 맞도록 행동하면 되는 것입니다. 동양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순천자(順天者)는 흥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한다. 곧 하늘의 뜻에 순종하는 자는 흥하고 하늘의 뜻에 거역하는 자는 망한다는 말씀입니다. 하늘의 뜻이란 것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단지 순종이 요구될 뿐입니다. 하늘의 뜻을 알기 위해서 여러 시도들을 하는 것은 괜찮으나 하늘의 뜻을 알고 난 연후에는 이에 순종해야 합니다.

이런 말을 들을 때 순종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에 매우 언짢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내 인생의 그릇을 누가 결정하는 것도 기분 나쁘고, 자기 그릇이 천하다고 생각하면 화가 납니다. 그러나 귀히 쓸 그릇 천히 쓸 그릇이라고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는 그릇으로 부르심을 받았다는 것이 축복입니다. 인생이 귀한 인생, 천한 인생이 어디 있습니까? 인생은 다 귀합니다. 귀한 그릇, 천한 그릇이라고 구분하지만 그 모든 일들이 결코 만만하지 않습니다. 대통령일이나 높은 지위만이 보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다 못해 건물 지키는 수위 일도 쉽지 않고 또 그 일을 할 때 얼마나 보람이 있는지 모릅니다. 귀하고 천한 인생은 없습니다. 모두가 자기 인생과 자기 일에 긍지를 가지고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가 런던 교외에 있는 유명한 레스토랑에 식사를 하러 갔을 때 이야기입니다. 그가 식당에 들어서자, 손님들이 모두 일어나 그에게 경의를 표했습니다. 이 모습을 보던 청소부가 빗자루를 내려놓으며 탄식을 했습니다. “세익스피어는 나와 같은 사람으로 태어났는데 저 분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나는 세익스피어가 걸어온 발자국을 쓸어야 하는 청소부에 불과하구나” 이 말을 들은 셰익스피어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당신은 지금 빗자루를 들고 하나님께서 만드신 우주의 한 부분을 아름답게 쓸고 있습니다.” 그냥 먹고 살기 위해서 거리를 청소하는 사람과 하나님께서 만드신 지구의 한 모퉁이를 쓸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인생관은 천양지차입니다. 하나님께서 이 일로 나를 보내셨다고 믿을 때 감사와 기쁨이 생기고 그래서 마음에 평화가 주어지는 것입니다.

동양 고전 『장자』에 나온 이야기입니다. 포정이라는 백정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문혜군이란 왕이 그 백정이 소를 잡는 모습을 보며 경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소 잡는 모습이 마치 춤을 추는 듯합니다. 소를 잡고 각을 뜨는데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으면서도 빠르고 정확합니다. 감탄한 문혜군이 “참으로 휼륭하다 기술이 어떻게 이런 경지에 들어설 수 있단 말인가?”

그러자 포정이 이렇게 대답합니다. “저는 소를 마음으로 잡습니다. 감각은 멈추고 마음이 가는대로 움직입니다. 천리에 의지하여 큰 틈새에 칼을 찔러 넣고 빈 결을 따라 칼을 움직입니다. 소의 몸 구조를 그대로 따라갈 뿐입니다...... 훌륭한 백정은 1년에 한 번 칼을 바꾸는데 그것은 살을 베기 때문이며 보통의 포정은 한 달에 한 번 칼을 바꾸는데 그것은 뼈에 칼을 부딪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저의 칼은 19년 동안 사용하였고 잡은 소가 수천 마리에 이릅니다만 칼날이 날카롭기가 방금 숫돌에 간 것 같습니다. 저 뼈에는 틈이 있고, 이 칼에는 두께가 없습니다. 두께가 없는 것으로 틈이 있는데다 넣으므로 넓고 넓어 칼날을 휘둘러도 반드시 여유가 있습니다. 그러기에 19년이나 사용했지만 방금 숫돌에 간 것 같습니다.”

세상에 작은 일은 없습니다. 작다 크다 귀하다 천하다는 다 인간이 만들어놓은 구분일 뿐입니다. 아무리 작은 일이나 천한 일을 통해서도 우리는 거기서 진리를 만나고 하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삶과 만남에는 무궁한 신비가 담겨 있기에 결코 사소한 일은 없습니다. 작은 일처럼 보이는 일에 전념할 때 거기서 우리는 큰 기쁨과 보람을 수확합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예정론과 인간의 자유 의지에 대한 부분은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예정론과 자유의지와는 서로 상반됩니다. 모든 것이 예정되어 있다면 인간의 자유의지는 아무 소용이 없고 인간이 선택하지 않은 결과에 대해서 심판을 받는 것은 억울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인간의 자유의지에 의해서 모든 것이 결정된다면 예정은 무의미합니다. 또한 하나님은 부족한 하나님이 됩니다. 인간의 미래를 알지 못하고 인간의 미래를 결정하지 못하는 하나님은 신의 속성상 부족한 하나님입니다.

저는 이 두 문제에 있어서 존 스토트의 견해가 좋은 것 같습니다. 존 스토트는 100% 예정 100% 자유의지를 주장하였습니다. 말이 합리적이지 않은 것 같지만 이렇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내가 의지하는 그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예정하신 것이다.” 좀 복잡하지요. 하나님의 신비를 우리는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나 야곱과 에서의 이후 인생을 한 번 보십시오. 하나님의 이런 예정하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의 역사는 인간의 자유의지에 의해서 흘러가는 듯이 보입니다. 28절에 보면 아버지 이삭은 에서를 사랑하고 리브가는 야곱을 사랑했다고 합니다. 하나님의 뜻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의지와 취향에 따르는 모습입니다. 또 야곱은 장자권에 대한 집착을 보인 반면에 에서는 장자권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에서는 팥죽 한 그릇에 장자권을 팔고 맙니다. 어떤 하나님의 예정이나 개입은 전혀 보이지 않고 순전히 인간의 의지에 따른 결정입니다. 나중에 야곱이 아버지를 속여서 축복을 받는 과정 또한 인간의 술수나 의지에 의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100% 자유의지란 말이 맞습니다. 그런데 결국은 하나님의 계획과 예정대로 일은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또한 100% 예정입니다.

이런 점에서 예정론은 하나님을 찬양과 감사의 목적으로만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예정론은 모든 것이 하나님의 주권과 계획 가운데 이루어진다는 확신입니다. 하나님의 뜻하심 대로 인류 역사는 진행이 됩니다. 예정론은 마치 인류역사를 향한 청사진과 같습니다. 하나님의 계획과 예정이 있고 그 예정대로 역사는 진행이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역사의 어둠이나 혼란스러움에도 절망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계획대로 이루어질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예정론은 하나님의 약속을 받은 자들에게는 큰 위로가 됩니다. 자신의 인생이 힘들고 잘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때 우리는 하나님의 이 약속을 붙잡고 현재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야곱을 조상으로 둔 이스라엘이 이 예정의 말씀을 붙잡은 것은 결코 편한 시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곤경 가운데서 이 하나님의 약속을 바라보며 반드시 그날은 오리라 믿으며 인내했던 것입니다. 우리 구원에 있어서도 예정은 구원의 확실성의 근거가 됩니다. 하나님께서 한 번 택하신 자녀는 결코 버리지 않고 끝까지 구원한다는 사랑의 확신입니다. 영화를 보면 그렇습니다. 예정된 자는 반드시 그 과업을 성취하고 승리합니다.

또한 예정론은 우리의 구원이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임을 드러내기 위한 도구입니다. 종교개혁자들이 주로 이런 의미에서 예정론을 사용하곤 했습니다. 칼빈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의 구원의 근거는 모든 점에서 오직 신에게만 있고 그 이외에 어디에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우리에게 오해없이 명심시킨다. 선택교리는 모든 인간의 종교적인 자아 주장을 없게 하는 효과적인 독약이다.” 예정론은 인간을 겸손하게 만듭니다. 오직 그리스도의 은혜만을 붙잡게 만듭니다.

큰 자가 어린 자를 섬김

하나님의 결정은 항상 인간의 상식을 파괴합니다. 23절입니다. “두 국민이 네 태중에 있구나 두 민족이 네 복중에서부터 나누이리라 이 족속이 저 족속보다 강하겠고 큰 자는 어린 자를 섬기리라” 장자인 에서가 차자인 야곱을 섬기게 될 것이라는 예언입니다. 이는 세상의 방식과는 전혀 다릅니다. 세상의 질서는 장자에게 권리를 줍니다. 신명기에서도 장자는 상속에서 두 배를 더 가져갑니다. 가문의 명예와 권리는 모두 장자에게 돌아갑니다. 장자가 큰 자요 장자가 강자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런 인간의 역사를 틀어버립니다. 차자요 약자인 야곱이 선택을 받습니다.

그 이유를 고린도전서에서 하나님은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하나님께서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하사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사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며 하나님께서 세상의 천한 것들과 멸시받는 것들과 없는 것들을 택하사 있는 것들을 폐하려 하시나니”(고전1:27-28) 지혜 있는 자, 강한 자, 있는 것들을 부끄럽게 하시고 폐하게 하시려 함이라 말씀합니다. 당연한 것은 없습니다. 강자나 장자는 모든 것이 당연하게 자기에게 주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일은 없습니다. 하나님은 자기가 주고 싶은 자에게 주십니다.

이런 하나님의 마음을 알았다면 스스로 강자의 위치에 있는 분들은 자신을 낮추어야 합니다. 조심해야 합니다. 또한 낮은 위치에 있다고 하여 절망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스스로 약하다고 천하다고 생각하는 겸손한 사람에게 주어집니다. 형 가인보다 동생 아벨의 제사를 받으시는 하나님, 이스마엘보다 뒤늦게 태어난 이삭에게 축복을 주신 하나님, 열 두 아들 중 11번 째 아들인 요셉을 높이신 하나님, 요셉의 맞아들 므낫세보다 에브라임을 더 크게 세우신 하나님, 창세기 곳곳에는 이처럼 약한 자를 더 높이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스스로 약하고 천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러면 그 어느 때 보다도 하나님의 사랑 가까이 있음을 깨달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