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대접한 아브라함 창세기 18:1-16 (1) 여호와께서 마므레 상수리 수풀 근처에서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시니라 오정 즈음에 그가 장막문에 앉았다가 (2) 눈을 들어 본즉 사람 셋이 맞은편에 섰는지라 그가 그들을 보자 곧 장막문에서 달려나가 영접하며 몸을 땅에 굽혀 (3) 가로되 내 주여 내가 주께 은혜를 입었사오면 원컨대 종을 떠나 지나가지 마옵시고 (4) 물을 조금 가져오게 하사 당신들의 발을 씻으시고 나무 아래서 쉬소서 (5) 내가 떡을 조금 가져오리니 당신들의 마음을 쾌활케 하신 후에 지나가소서 당신들이 종에게 오셨음이니이다 그들이 가로되 네 말대로 그리하라 (6) 아브라함이 급히 장막에 들어가 사라에게 이르러 이르되 속히 고운 가루 세 스아를 가져다가 반죽하여 떡을 만들라 하고 (7) 아브라함이 또 짐승 떼에 달려가서 기름지고 좋은 송아지를 취하여 하인에게 주니 그가 급히 요리한지라 (8) 아브라함이 버터와 우유와 하인이 요리한 송아지를 가져다가 그들의 앞에 진설하고 나무 아래 모셔 서매 그들이 먹으니라 (9) 그들이 아브라함에게 이르되 네 아내 사라가 어디 있느냐 대답하되 장막에 있나이다 (10) 그가 가라사대 기한이 이를 때에 내가 정녕 네게로 돌아오리니 네 아내 사라에게 아들이 있으리라 하시니 사라가 그 뒤 장막문에서 들었더라 (11) 아브라함과 사라가 나이 많아 늙었고 사라의 경수는 끊어졌는지라 (12) 사라가 속으로 웃고 이르되 내가 노쇠하였고 내 주인도 늙었으니 내게 어찌 낙이 있으리요 (13) 여호와께서 아브라함에게 이르시되 사라가 왜 웃으며 이르기를 내가 늙었거늘 어떻게 아들을 낳으리요 하느냐 (14) 여호와께 능치 못한 일이 있겠느냐 기한이 이를 때에 내가 네게로 돌아오리니 사라에게 아들이 있으리라 (15) 사라가 두려워서 승인치 아니하여 가로되 내가 웃지 아니하였나이다 가라사대 아니라 네가 웃었느니라 (16) 그 사람들이 거기서 일어나서 소돔으로 향하고 아브라함은 그들을 전송하러 함께 나가니라 도움을 요청하시는 하나님 하나님은 여러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나십니다. 시내 산에서는 구름과 불 가운데 나타나셨습니다. 어느 때는 천상 보좌에 높이 앉아계신 위엄스런 모습으로 계시되기도 합니다. 단지 말씀으로만 현현하여 소리의 형태로 나타나시기도 하고, 천사의 모습으로 나타나 하나님의 뜻을 전하기도 합니다. 오늘 말씀에서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만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계시된 하나님의 모습은 전 성경에서 묘사된 하나님의 모습 중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나셨습니다. 세 명이었는데 두 명은 천사고 그 중 한 명이 여호와 하나님이었던 것 같습니다. 18장 22절은 그 중 두 사람은 소돔과 고모라를 심판하러 떠나고 하나님만 남아 있는 것처럼 묘사합니다. 이 세 사람이 1절에 보면 아브라함이 거처하고 있는 마므레 상수리 나무 근처에 나타나셨는데 때는 오정쯤 되었다고 합니다. 개역개정판에서는 오정을 “날이 뜨거울 때”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중동 지방에서는 뜨거운 오정 즈음에는 일을 하거나 통행조차 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이 뜨거운 태양 아래 땀을 흘리며 걸어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오.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만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궁극적인 목적지는 소돔과 고모라였습니다. 그곳을 향하여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더위에 지쳐 있는 것을 알았던지 아브라함이 하나님 일행을 향하여 잠시 쉬었다 가라고 붙잡습니다. 4절과 5절을 보십시오. “물을 조금 가져오게 하사 당신들의 발을 씻으시고 나무 아래에서 쉬소서 내가 떡을 조금 가져오리니 당신들의 마음을 상쾌하게 하신 후에 지나가소서” 하나님이 발을 씻습니다. 더운 대낮에 시원한 물에 발을 씻으면 얼마나 상쾌하겠습니까? 아브라함은 떡뿐만 아니라 8절에 보면 엉긴 젖과 우유와 송아지를 대접했고 그들은 나무 아래에서 그것을 먹고 마셨습니다. 이어서 정한 기한에 아들이 있으리라는 말에 사라가 속으로 웃자 하나님과 사라가 서로 웃었다, 웃지 않았다 하며 주고받는 대화도 매우 인간적으로 보입니다. 우리 하나님이 그렇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발견된 하나님은 바로 인간의 모습을 한 하나님이셨습니다. 오늘 말씀과 유사한 장면이 신약 성경에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요한복음 4장에 보면 예수님이 사마리아 지역을 통과하실 때였습니다. 그때도 정오쯤 되어 햇빛이 강할 때였습니다. 성경은 예수님이 피곤하여 우물가에 그대로 앉아계셨다고 묘사하고 있습니다. 제자들은 먹을 것을 사러 동네로 들어갔습니다. 그 때 한 여인이 물동이를 이고 우물가로 왔습니다. 오늘 아브라함의 경우는 적극적으로 인간으로 나타나신 하나님을 붙잡고 대접을 하였지만, 사마리아 여인은 예수님에 대해 냉소적으로 대했고 오히려 예수님께서 나에게 물 좀 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아브라함의 경우나 사마리아 여인의 경우 모두 하나님은 도움을 요청하는 자로서 나타나셨습니다.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셨던 하나님은 뜨거운 햇볕을 맞으며 걸어가고 계셨고 자세히 묘사되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유추해 볼 때 시장하고 더위에 지친 모습이었을 것입니다. 아브라함이 발을 씻기고 시원한 데로 인도하는 것을 보면 그렇습니다. 중동 지방은 40도가 넘어 갈 정도로 매우 뜨겁지만 그늘은 매우 시원합니다. 인간적인 모습을 하고 우리 곁에 나타나시는 하나님은 누누이 말씀드렸지만 멀리 계신 하나님이 아니라 우리 고통을 알고, 우리 곁에 계신 친근하신 하나님이십니다. 그런데 오늘 말씀에서는 이보다 좀 더 깊은 하나님의 마음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은 어떤 때는 우리를 돕는 자가 아니라 우리의 도움을 요청하는 자로 서 계시다는 사실입니다. 대표적으로 마태복음 25장에서 최후심판의 비유가 그렇습니다. 하나님은 지극히 작은 소자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 계신다고 말씀합니다. 하나님은 최후심판 석상에서 의인들을 향하여 “내가 주릴 때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였고 벗었을 때에 옷을 입혔고 병들었을 때에 돌아보았고 옥에 갇혔을 때에 와서 보았느니라”(마25:35-36)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은 분명히 주린 자로, 목마른 자로, 나그네 된 자로, 헐벗은 자로, 병든 자로, 옥에 갇힌 자로 우리 인생 가운데 나타나셨다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대표적입니다. 십자가의 대속성을 따지기 이전에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목마름을 호소하고 있고,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하며 탄식하고 있는 무력한 자로서 나타나십니다. 여러분은 강한 자로서 나타나시는 하나님이 좋습니까? 아니면 약한 자의 모습으로 나타나시는 하나님이 좋습니까? 많은 분들은 강한 하나님을 좋아하실 것입니다.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주시고, 원수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고, 역사를 그의 뜻대로 움직여 가고 미래가 어떻게 될지를 미리 알고 보여주시는 하나님 말입니다. 성경에 나타난 대부분의 하나님 모습은 그렇지만 하나님은 가끔 연약한 자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나실 때가 있습니다. 오늘 모습도 그렇고 에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계시된 하나님의 모습이 그렇습니다. 하나님은 맞고 찔리고 상처받고 배신당하고 십자가에 달린 무력한 하나님의 모습으로 나타나십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약한 하나님의 모습이 우리를 더 강하고 주체적으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오늘 아브라함의 모습은 매우 주체적입니다. 그동안 하나님이나 상황에 끌려가던 모습과는 다릅니다. 하나님을 대접하기 위해 동분서주합니다. 18장 후반절에서는 소돔과 고모라를 어떻게든 구해보려고 하나님께 중보 기도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소돔과 고모라의 주인이 마치 아브라함 같습니다. 강한 것이 좋지만 사실 강자 앞에서는 우리가 오히려 비주체적이 됩니다. 의존하려 하고 스스로 결단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약한 자 앞에서는 우리가 강해지고 스스로 결단합니다. 주님은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고 말씀합니다. 받는 자가 강한 것이 아니라 주는 자가 강합니다. 대접받는 자가 주인이 아니라 대접하는 자가 주인입니다.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합니다. 자기보다 더 연약한 자녀들이 눈앞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악착같아져야 합니다. 하나님이 가끔 우리에게 연약한 자로서 나타나실 때가 있습니다. 내 기도에 응답하지 않고 내 인생에 전혀 침묵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일 때입니다. 하나님이 다스리신다는 세상이 너무 혼란스럽고 질서가 없어 마치 정의나 하나님은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 때입니다. 하나님은 마치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요, 손이 없는 무능력한 존재처럼 보입니다. 이런 막다른 상황에서 우리는 절망하고 있어야 하는가? 아니면 하나님 대신 나서야 하는가? 하나님은 우리가 주체적으로 나서시길 원하십니다. 하나님은 스스로 연약해짐으로써 우리를 강하게 만드십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십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정의를 세워야 하고, 우리가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주어야 합니다. 2차 세계 대전 때 독일의 어느 시골 성당이 파괴되면서 그 성당에 있던 예수님의 조각상도 그 두 손이 파괴되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어떤 조각가가 그 없어진 예수님의 손을 자기가 보수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그 성당 신자들은 이를 정중히 거절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성당 입구 게시판에 써 붙였다고 합니다. “손이 없는 예수님상은 우리에게 큰 감동을 줍니다. 예수님은 어려운 사람을 보살펴 주고, 배고픈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고, 가난한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손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손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손대신 우리들이 그 일을 할 것입니다.” 이제는 우리도 좀 성숙한 인간이 되어야 합니다. 언제까지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하고 응석부리고 대접만 받고 살려 합니까? 우리가 부모님을 대접해 드려야 할 때가 아닙니까? 하나님과 인간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본훼퍼는 이것을 성인화된 세계에서 신앙인이 살아야 하는 자세라 하였습니다. 하나님은 강한 자의 모습으로서가 아니라 오히려 무기력하고 연약한 자의 모습일 때만이 인간들 도울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언제까지 하늘만 바라보며 살겠습니까? 스스로 일어서야 되지 않겠습니까? 하나님께 달라고 하기보다는 하나님께 적극적으로 더 드리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까? 하나님에게 의존하기보다는 자기 스스로 인생을 만들어가고 하나님 도움 없이도 제 인생을 이렇게 멋있게 만들었습니다 하고 자랑할 수는 없습니까? 하나님은 십자가에 달려 계십니다. 매우 무기력한 모습으로 계십니다. 없어진 하나님의 자리를 우리가 대신하기를 바라는 것이 예수님의 마음입니다. 아브라함의 생애의 그 어떤 장면들에서보다 하나님을 대접하고 있는 아브라함의 모습이 성숙하고 아름다워 보입니다. 나그네를 대접한 아브라함 오늘 말씀에서 무엇보다 아브라함의 신앙에서 배워야 할 것은 나그네를 대접하는 모습입니다. 아브라함이 처음부터 하나님인 줄 알아보았는지 오늘 성경에서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이 발을 씻기고 음식을 대접하는 모습을 보면 처음에는 하나님으로 알지 못했던 것이 분명합니다. 3절에 아브라함 “내 주여 내가 주께 은혜를 입었사오면 원컨대 종을 떠나 지나가지 마옵시고” 라고 할 때 “내 주여”는 하나님을 부르는 호칭이 아닙니다. 아내가 남편을 부를 때도 ‘내 주여’라고 하고 종이 주인을 부를 때도 ‘내 주여’라고 합니다. 이 표현은 손님에 대해서 높여 부르는 호칭 청도로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처음에는 지나가는 나그네인 줄 알았는데 그분이 하나님이신 것을 서서히 깨달아 갔을 것입니다. 마치 엠마오 도상을 걸어가던 제자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이신 줄 모르고 있다가 저물어 여관에 머물면서 떡을 떼어줄 때 눈이 열려 예수님인 것을 알아보았던 것처럼 말입니다. 사실 손님을 극진히 대접하는 아브라함의 태도는 중동지방의 전통적인 손님접대 풍습입니다. 이들은 손님을 지극히 소중하게 대합니다. 19장에 보면 아브라함의 조차 롯 또한 손님을 자기 집에 모셔 들였는데 소돔 주민들이 그 손님들에게 몹쓸 짓을 하려 하자 대신 자기 딸을 내어주려 하였습니다. 손님을 융숭히 대접하고 그들의 목숨을 보호하여 주는 것이 중동의 풍습입니다. 손님에 대한 극진한 접대는 그 집을 벗어나서도 계속됩니다. 어떤 종족은 손님이 떠난 후 3일 동안 보호해 주기도 하고 또 어떤 종족은 그 손님이 먹은 소금이 위에서 다 소화될 때까지 보호해주었다고 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친절 행위를 넘어서서 이렇게 손님을 접대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종족과 안전을 위하는 것이라는 의식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손님을 접대하는 것은 가족의 영광이기에 손님이 오면 서로 자기들이 먼저 대접하려고 경쟁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아브라함은 정말 정성을 다하여 손님을 대접하였습니다. 먼지와 땀으로 찌들은 발을 씻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기름지고 좋은 송아지를 식사로 대접하였습니다. 아브라함의 이런 친절한 행위에 대하여 신약성경은 이렇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히브리서 13장 2절입니다. “형제 사랑하기를 계속하고 손님 대접하기를 잊지 말라 이로써 부지중에 천사들을 대접한 이들이 있었느니라” 아마 아브라함과 롯의 경우를 지칭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브라함은 사람에게 잘하였는데 실은 부지중에 천사를 대접하였다고 합니다. 천사나 하나님은 나그네와 가난한 자, 소자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나십니다. 나그네는 자기와 이해관계에 있는 자들이 아닙니다. 자기와 어떤 상관이 있는 자들이 아닙니다. 길을 떠난 나그네는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지극히 무력한 자들입니다. 나그네를 대접한다는 것은 곧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가난한 자에 대한 배려와 온정을 보여줍니다. 소돔과 고모라가 망한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이런 따뜻함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나그네로 나타난 천사를 대접한 것은 롯 한 사람뿐이었습니다. 그들은 나그네를 대접하기는커녕 자기들의 놀이감으로 사용하려고 나그네를 내어 놓으라고 오히려 롯을 협박합니다. 이를 말리는 사람 또한 없었습니다. 손님을 접대하는 그들의 태도를 보면 그 사회가 얼마나 불의하고 무정한 사회가 되었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천사들은 이런 모습에서 소돔과 고모라의 불의를 확인하고 그 사회를 심판하고 말았습니다. 성경이 주는 교훈은 사회가 몰인정하게 되면 그 사회는 결국 망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사회의 친절도는 어느 정도 입니까? 우리 사회의 어느 정도 따뜻한 사회입니까? 우리 사회는 약자들을 얼마나 배려하고 있습니까? 불행히도 우리 사회는 따뜻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대표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 자살률입니다. 최진실 씨와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유명인뿐만 아니라 무명한 많은 사람들도 앞 다투어 자살의 길로 가고 있습니다. 2008년도 한 해 동안만 12,858명이 자살을 했습니다. 매일 35명이 자살로 목숨을 끊고 있습니다. OECD 1위이고 미국보다 자살률이 2.5배나 높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두 배나 늘었습니다. 자살을 이제 개인의 책임으로만 물을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가 그만큼 각박해졌다는 증거입니다. 지나치게 빠른 성장과 경쟁의 문화는 우리 사회의 따뜻함을 잃게 만들었습니다. 옛날 시골은 인심도 좋고 얼마나 따뜻했습니까? 그러나 이제 그런 따뜻함은 사라졌고 이제는 서로가 경쟁 대상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경쟁에서 도태되면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에 옆 사람을 돌아볼 여유가 없습니다. 자기 스스로 서지 않으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습니다. 자녀들은 학교에서 지나친 성적 경쟁으로 인하여 친구 간의 우정이나 공감하고 배려하고 함께 사는 법을 배우지 못합니다. 승자나 부자는 약자나 가난한 자에 대해서 전혀 배려하지 않습니다. 사회 전체가 이렇게 향하여 가기 때문에 그 경쟁에서 탈락한 자는 설 곳이 없습니다. 경쟁에서 승리한 자도 극심한 긴장감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가 서로를 배려하고 가난한 자를 돌아보는 따뜻함을 회복하지 않으면 자살률은 결코 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냉정하게 된 원인 중에는 남북 분단과 대결 구조가 오래 지속되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전쟁 중에 한꺼번에 너무 많은 피를 흘리다 보니 이제 사소한 아픔에 대해서는 둔감해졌습니다. 어느 편이냐가 중요할 뿐이며 자기 편이 아닌 사람에게는 존중하거나 친절하지 않습니다. 이번 천안함 침몰 사건도 그렇습니다. 분명 46명의 젊은 생명이 사라진 비극적인 사고입니다. 이런 사고 앞에서 누구도 가슴 아파 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 생명의 죽음 앞에 다른 것들이 붙기 시작합니다. 애국주의나 북한에 대한 증오를 함께 쏟아 놓고 있습니다. 아직 그 원인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고 여러 의문점들이 증폭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천안함 영웅’이라는 명칭이 그렇습니다. 한 생명의 죽음을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삼는 것이 바로 이 ‘영웅’이라는 단어입니다. 한 생명의 죽음을 국가주의나 이념을 위한 도구로 이용합니다. 겉으로는 추모하는 것 같지만 그 안에는 반생명의 정신으로 얼마나 가득해 있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사람의 죽음을 이런 식으로 이용하려는 유혹들을 얼마나 많이 받고 있는지 모릅니다. 추모를 통해서 생명의 가치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우는 것이 아니라 복수를 위한 분노를 다짐하는 것이라면 그 추모는 옳지 못합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로 인하여 오히려 한국사회는 더 각박해져 갑니다. 또한 사회복지 분야에 대한 지출이 OECD 평균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한 사람에게 자기 생존을 스스로 책임질 것을 요구하는지 잘 보여줍니다. 대학생들은 공부에 전념하기보다는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틈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합니다. 취직에 목숨을 걸어야 하고 결혼도 포기하거나 한없이 연기해야 할 정도입니다. 이번에 지방자치 선거에서 교육감 선거도 함께 있는데 주요 이슈 중에 하나가 무상급식 문제입니다. 모든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시행하여 가난한 결식 아동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해 주자는 것입니다. 먹는 것과 관련된 작은 문제지만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연약하고 가난한 자들에 대한 집단적인 배려의 문화를 시작하자는 각성의 성격이 큽니다. 서로를 돌아보지 않으면 각자 외로이 싸우다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나그네를 대접하는 고대의 풍습은 척박한 환경에서 서로 돕는 길이 자기를 살리는 길임을 깨달았던 지혜에서 비롯되었다 할 것입니다. 사라에게 아들이 있으리라 나그네를 대접한 아브라함에게는 큰 복이 주어집니다. 10절의 사라에게 임한 잉태의 소식입니다. “기한이 이를 때에 내가 정녕 네게로 돌아오리니 네 아내 사라에게 아들이 있으리라” 이보다 더한 축복이 어디 있겠습니까? 물론 이 약속은 오래 전에 약속되고 기다려왔던 것이지만 아브라함에게 이런 기쁜 소식이 주어진 것은 직접적으로는 그가 나그네로 오신 하나님을 친절히 대접한 결과입니다. 복음서에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또 누구든지 제자의 이름으로 이 소자 중 하나에게 냉수 한 그릇이라도 주는 자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 사람이 결단코 상을 잃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마10:42) 주님은 냉수 한 그릇의 친절도 결코 잊지 않겠다고 합니다. 불교에서는 웃음 보시라는 것이 있습니다. 물질로 시주하지 않아도 상대방을 보고 웃고 따뜻한 마음을 보여주는 것도 큰 시주라는 것입니다. 남을 돕는 데 큰 돈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따뜻하게 공감하고 웃어주는 것도 큰 선물입니다. 무력한 자에게 따뜻한 표정을 보인 사람에게 하나님 또한 따뜻한 웃음을 보여주실 것입니다. 사람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은 곧 하나님께 친절을 베푸는 것과 같습니다.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은 곧 하나님을 배려하는 마음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 고마움을 결코 잊지 않으십니다. 가난한 자에 대한 배려가 있는 사회는 복을 받습니다. 그 결과는 번영과 안정과 행복입니다. 나그네나 가난한 사람에게 인심이 후한 사람은 복을 받습니다. 자기 혈육이나 친척에게 인색하지 않은 사람은 칭찬과 인정을 받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 인색하지 말고 아낌없이 베품으로써 사회를 따뜻하게 하고 하나님의 축복을 받는 저와 여러분 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