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주는 새 부대에

(막 2:18-22)

   본문에 나오는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라는 말씀은 예수님께서 친히 말씀하신 비유적인 표현입니다. 그런데 이 말씀은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로 마치 격언처럼 그리고 속담처럼 일반인들도 널리 사용합니다.

   어떤 분들이 술자리에서 건배사로 “새 술은 새 부대에!”라고 함께 외칩니다. 알고 보니 소주를 마시다가 맥주로 바꿔 마시려고 새 잔을 들고는 그렇게 외친 것입니다.

   이 말이 과연 그런 뜻일까요? “개그를 다큐로 받아 친다”는 말이 있더라구요. 웃자고 개그로 한 말을 다큐로 받아서 심각하게 대응하는 것을 말합니다. 개그와 다큐라는 코드를 혼동해서 생긴 일입니다. 마찬가지로 예수님께서는 비유로 말씀하셨는데 이 사람들은 사실로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역시 코드를 혼동해서 생긴 잘못입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을 한다면서 내거는 슬로건에 이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문구가 단골로 쓰입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 나물에 그 밥입니다. 새 부대를 만들어 보겠다고 정치개혁을 부르짖으며 야단법석을 떠는데, 정작 여러 차례 정권이 바뀌었지만 정치가 개혁되어 나아졌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어 보입니다.

   정치권에서도 이 말씀을 오해했기 때문입니다. 새 부대를 만들기 전에 새 술이 있어야 합니다. 술은 그대로면서 부대만 바꿔보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사람은 그대로면서 제도만 바꿔보겠다고 했던 것입니다. 결국 개혁의 대상과 주체를 혼동해서 생긴 잘못입니다.

   그렇습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라는 말씀은 사실상 많은 사람들이 그 뜻을 잘 모르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뜻을 모른 채 자기들 유리한 대로 이 말을 홍보용으로 이용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면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비유의 의미

   우선 글자 그대로의 뜻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말은 새 포도주를 새 부대에 담는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말은 우리 상황에서는 언뜻 이해가 잘 안됩니다. 왜 포도주를 부대에 담으라 하신 것일까요? 항아리에 담으라 해야 옳지 않을까요? 실제로 가나의 혼인잔치를 보면 포도주를 돌 항아리에 담았습니다. 물이나 술 같은 액체는 이렇게 항아리에 담는 것이 옳은 것 같은데 왜 부대에 담으라고 하신 것일까요?

   여기서 ‘부대’(負袋)는 다른 말로 ‘포대’(包袋)를 말합니다. 즉 가죽으로 만든 자루를 말합니다. 당시 이스라엘은 유목을 했습니다. 양을 몰고 먼 길을 이동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광야지역이기 때문에 상인들이 주로 낙타나 당나귀에 짐을 싣고 다녔습니다. 이 때 항아리는 무겁기도 하고 깨질 위험도 커서 이동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가죽으로 만든 부대에 물이나 포도주를 담아서 가지고 다녔습니다.

   그렇습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라는 말씀은 가정이나 건물 내에 포도주를 보관하는 상황을 전제로 하신 말씀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가지고 다니거나 낙타나 당나귀로 운반하는 상황을 전제로 하신 말씀인 것입니다.

   그러면 왜 새 포도주를 새 부대에 담으라고 하신 것일까요? 포도주는 술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발효가 진행됩니다. 새 포도주는 묵은 포도주와는 달리 이제 본격적으로 발효가 활발하게 진행됩니다. 여기서 발효란 일종의 화학작용입니다. 그래서 발효가 활발하게 진행되면 발효가스가 만들어집니다. 마치 누룩을 넣은 반죽이 부풀어 오르듯 팽창합니다. 그러니까 새 포도주는 부대에 담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크게 팽창하게 됩니다.

   그런데 부대는 가죽으로 만듭니다. 특성상 새 부대는 새 가죽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신축성이 뛰어납니다. 늘어나고 줄어드는 폭이 큽니다. 이에 비해 낡은 부대는 신축성이 떨어집니다. 잘 늘어나지도 않고 한 번 늘어나면 잘 줄어들지 않습니다.

   새 포도주를 새 부대에 담으라고 말씀하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새 포도주는 묵은 포도주에 비해서 많이 팽창합니다. 그리고 새 부대는 낡은 부대에 비해 신축성이 뛰어납니다. 그래서 당연히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합니다. 만일 새 포도주를 낡은 부대에 담으면 낡은 부대가 신축성이 약해서 팽창을 감당하지 못하고 터져버릴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라는 말씀은 당시 사람들에게는 아주 상식적인 이야기입니다. 누구도 문제를 삼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없는 이야기입니다.

   다음으로 예수님께서 이 비유에서 말씀하시는 새 포도주와 새 부대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먼저 예수님께서 이 비유를 말씀하신 이유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본문 18절을 보면 이렇게 기록되어있습니다. “요한의 제자들과 바리새인들이 금식하고 있는지라 사람들이 예수께 와서 말하되 요한의 제자들과 바리새인의 제자들은 금식하는데 어찌하여 당신의 제자들은 금식하지 아니하나이까” 사람들이 예수님을 찾아와서 이렇게 따지듯 물었다는 것입니다. 세례요한의 제자들과 바리새인의 제자들은 금식하는데 왜 당신의 제자들은 금식하지 않습니까?

   당시 경건하다는 유대인들은 일주일에 이틀을 금식했습니다. 모세가 율법을 받으려고 시내산에 올랐던 날과 내려왔던 날이라고 여겨지는 일주일의 둘째 날과 다섯 째 날을 기념하기 위해 월요일과 목요일에 금식을 했습니다. 물론 이 때 금식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낮 동안에만 했습니다.

   당시 경건을 과시하며 살았던 바리새인들은 당연히 철저하게 이런 금식의 관례를 따랐습니다. 그리고 세례요한의 제자들도 금욕적인 삶을 살려했기 때문에 역시 철저하게 이런 금식의 관례를 따랐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이런 금식의 관례를 따르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도 이런 금식의 관례를 따르라고 가르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이런 금식의 문제를 지적하시기 까지 하셨습니다.

   사람들이 볼 때 당연히 이런 차이가 궁금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 왜 금식하지 않느냐고 직접 따지듯이 물었던 것입니다. 바로 이 비유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새 포도주’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간단하게 말하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새 포도주는 예수님의 가르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서 묵은 포도주는 바리새인들과 유대인들이 소중하게 여기며 지켜왔던 율법의 가르침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른 말로 말하면 새 포도주는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복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서 묵은 포도주는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해서 가르쳐주신 율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예수님께 오셔서 말씀을 가르쳐주셨는데 그 가르침은 그동안 유대인들이 들어온 것과는 무척이나 달랐습니다. 그래서 당시 그 말씀을 들은 유대인들이 무척이나 놀랐습니다.

   구체적인 예를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산상보훈에서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마 5:27이하를 보면 이렇게 기록되어있습니다. “또 간음하지 말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음욕을 품고 여자를 보는 자마다 마음에 이미 간음하였느니라”

   여기서 간음하지 말라는 말씀을 들었다는 말씀은 출 20:14 말씀으로 모세오경의 십계명 말씀을 가리킵니다. 이에 비해서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라는 말씀은 예수님께서 친히 하신 말씀입니다.

   당시 간음하지 말라는 말씀은 모세를 통해 주신 말씀인데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 말씀을 문자적인 의미로만 지켰습니다. 다시 말해서 육체적으로 간음을 저지르지 않으려고만 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간음하지 말라는 본래의 뜻을 축소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것을 묵은 포도주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에 비해서 음욕을 품고 여자를 보는 자마다 간음한 것이라는 말씀은 마음의 간음까지 저지르지 말라는 말씀인 것입니다. 이것은 간음하지 말라는 본뜻을 충실하게 지키도록 가르쳐 주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것을 새 포도주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러면 다음으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새 부대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오늘 본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사람들이 예수님께서 세례요한의 제자들과 바리새인의 제자들은 금식을 하는데 예수님의 제자들은 금식을 하지 않느냐고 따지듯 물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당시 경건하다는 유대인들은 유대교의 관습을 따라서 일주일에 2일을 금식했습니다. 이것은 어떤 경우에도 지키려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것이 자신들의 경건을 나타내는 자부심이기도 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로 이렇게 금식하는 종교적 관습과 그 관습을 지켜가는 경건생활 태도를 낡은 부대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금식을 하지 말라고 가르치시지는 않으셨습니다. 대신 금식할 때가 있다고 가르치셨습니다. 금식을 해야 할 때는 금식해야 하지만 금식하지 말아야 할 때는 금식하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치신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단순히 종교적 관습을 따르지 말고 금식하라는 말씀의 뜻을 깨닫고 그 뜻을 따르라고 가르치신 것입니다. 바로 이런 경건생활 태도를 새 부대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비유의 메시지

   그러면 예수님께서 이 비유를 통해서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신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우선 새 포도주를 준비하라는 것입니다.

   새 포도주를 준비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다시 본문의 금식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당시 경건하다는 사람들은 금식을 철저하게 지켰습니다. 그런데 이들에게 한 가지 중요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금식의 목적의 문제입니다. 당시 사람들은 금식하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철저하게 율법이 정한대로 금식할 것인가에만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언제 금식할 것인가? 몇 번 금식할 것인가? 어떻게 시간을 정확하게 지켜서 금식할 것인가? 이런 것에 관심을 기울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왜 금식하라고 하신 것일까요? 금식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닙니다. 금식은 영적인 목적을 위해 주신 계명입니다. 사람은 육체와 영혼이 긴밀하게 연결되어있습니다. 육체의 상태와 조건은 영혼의 활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있습니다. 우리가 기름진 음식으로 배부른 상태에서는 기도가 잘 안 됩니다. 말씀에 집중도 잘 안됩니다. 회개는 더더욱 힘이 듭니다. 이럴 때 금식을 하게 되면 영적으로 맑아집니다. 기도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고전 9:27을 보면 사도 바울이 이렇게 말씀했습니다. “내가 내 몸을 쳐 복종하게 함은” 바울은 늘 육체를 쳐서 복종하게 하는 삶을 살았다는 말입니다. 육체적 욕망을 꺾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삶을 살려고 힘썼다는 고백입니다. 금식은 바로 이렇게 몸을 쳐서 복종하게 하는 목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묵은 포도주를 준비한다는 것은 말씀의 목적을 잊어버린 채 문자적인 말씀만을 붙잡는 것을 말합니다. 이에 비해서 새 포도주를 준비한다는 것은 말씀의 참된 목적을 깨닫고 그 목적에 충실하게 말씀을 지켜가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새 포도주를 준비하기 위해서 우리는 늘 “왜?”를 물어야 합니다. 말씀 속에 담긴 하나님의 뜻을 깨달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살인하지 말라는 말씀은 단지 다른 사람을 죽이거나 폭력을 행하사지 말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이 말씀은 다른 사람을 미워하거나 욕하지 말아야 할 뿐 아니라 그들도 사랑하는 자리까지 나아가라는 말씀인 것입니다.

   주일을 지키라는 말씀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왜 주일을 지키라고 말씀하시는 것일까를 물어야 합니다. 단지 주일에 교회에 와서 예배드리는 것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주님께서는 주일을 다른 날과 구별되도록 하라고 주일을 지키라고 하신 것입니다. 단지 교회에 와서 예배드리는 것만이 다가 아닙니다. 이날 세상으로부터 벗어나 하나님 앞에 온전히 서서 주님 주시는 영적인 안식을 누리게 하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재확인하며 하나님을 섬기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새 포도주를 준비하는 일은 주님의 말씀의 뜻을 깨닫고 그 말씀을 마음에 소중하게 간직할 뿐 아니라 그 말씀을 성실하게 지켜가는 것을 말합니다.

다음, 새 부대에 담으라는 것입니다.

   새 부대에 담으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또 본문의 금식 이야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당시 경건하다는 사람들은 금식하는 일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저들에게 금식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저들이 금식할 때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했다는 점입니다.

   마 6:16 이하를 보면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금식할 때 너희는 외식하는 자들과 같이 슬픈 기색을 보이지 말라 그들은 금식하는 것을 사람에게 보이려고 얼굴을 흉하게 하느니라.” 당시 경건하다는 사람들은 금식할 때 사람들이 자기가 금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금식 때문에 힘든 모습과 표정을 지었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문제입니다. 이런 외식, 다시 말해서 사람들에게 보이려는 종교행위가 낡은 부대인 것입니다.

   마 6:17이하를 보면 예수님께서 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금식할 때에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으라 이는 금식하는 자로 사람에게 보이지 않고 오직 은밀한 중에 계신 네 아버지께 보이게 하려 함이라” 예수님께서 금식할 때 티를 내지 말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대신 은밀한 중에 보고 계시는 하나님께서 아시도록 하라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입니다. 사람에게 보이려 하지 말고 하나님에게 보이려 하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는 것을 새 부대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사실 우리가 신앙생활할 때 사람을 의식하게 됩니다. 교회 올 때도 눈도장 찍으려고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교회 봉사할 때도 사람들 눈을 의식해서 열심히 봉사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실망하고 불평할 때도 있습니다. 이것이 낡은 부대에 담는 것입니다.

  작년 연말에 회개 담장자로부터 긴급한 보고를 받은 일이 있습니다. 누군가 헌금을 했는데 그 액수가 1억 오천만원이나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무명으로 헌금을 했다는 것입니다. 수표로 헌금을 했는데 누가 헌금했는지 알려고 해도 알수 없더랍니다. 매주 강대상 꽃꽂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분이 헌금을 하셔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분도 무명으로 하고 계십니다.

   그렇습니다. 이런 태도가 사람에게 보이려 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만 의식하며 신앙생활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태도가 새 부대에 담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친히 말씀하셨습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으라” 우리가 새 포도주를 준비해야 하겠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의 참된 뜻을 깨닫고 그 뜻을 순종하며 살아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새 부대에 담아야 하겠습니다. 사람에게 보이려 하지 말고 오직 하나님만 의식하며 살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