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귀를 타고 오신 왕(요12:12~19)

오늘은 사순절의 마지막 주일인 종려주일(Palm Sunday)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기 전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날을 기념하는 주일입니다. 그 때 많은 사람들이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예수님을 환영했다고 해서 종려주일이라 부르는 겁니다. 본문 13절에 그 광경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요12:13 “종려나무 가지를 가지고 맞으러 나가 외치되 호산나 찬송하리로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 곧 이스라엘의 왕이시여 하더라” 종려나무 가지는 승리를 상징합니다. 예수님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의미로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었던 겁니다. 호산나는 “제발 우리를 구원하소서!”라는 말입니다. 군중이 예수님을 이스라엘의 왕으로 알고 환호한 겁니다. 이 날은 공생애 마지막 고난주간이 시작되는 날이라 고난주일(Passion Sunday)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예수님이 왕으로 오셨다면 위엄 있고 멋있게 백마 같은 것을 타고 오시면 좋았을 텐데 나귀 새끼를 타고 오셨습니다. 그리고 복음서를 잘 읽어보면 열렬하게 예수님을 환영했던 군중이 며칠 후에 돌변해서 예수님을 저주하며 욕설을 퍼부었던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었나 싶지만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었습니다.

여러분,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났을까요? 본문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1] 메시야를 고대하던 이스라엘 : 구약의 예언, 시대적 요구

그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은 메시야(=그리스도)를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성경의 예언대로 기다렸습니다. 구약의 선지자들이 수도 없이 메시야가 오실 것을 예언했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구절로 렘23:5을 꼽을 수 있습니다.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보라 때가 이르리니 내가 다윗에게 한 의로운 가지를 일으킬 것이라 그가 왕이 되어 지혜롭게 다스리며 세상에서 정의와 공의를 행할 것이며” 다윗의 후손 가운데 왕이 오실 것을 예언한 말씀입니다. 다윗 왕가는 바벨론 포로 당시 이미 몰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다윗의 후손인 왕이 오신다는 겁니다. 그 왕이 바로 메시야입니다. 메시야가 와서 이스라엘을 통치하면 평화롭고 공의로운 나라를 이루게 될 것임을 예언했습니다. 이와 같은 예언의 말씀으로 인해 이스라엘은 계속 메시야를 기다려왔습니다.

더 나아가 그 당시의 시대적인 상황이 더욱 더 메시야를 고대하게 했습니다. 예수님의 시대에는 이스라엘이 로마제국의 식민 통치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그 압제로 인해 고통이 심했고 독립에 대한 갈망이 고조되었습니다.

[2] 메시야 관(觀)의 부조화 : 세속적인 메시야 관 vs. 성경적인 메시야 관

그런 가운데 예수님이 혜성처럼 등장했습니다. 그분이 전하는 말씀은 타락한 종교지도자들의 말과 달리 권세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많은 이적을 행하셨습니다. 그 모습을 목격한 백성들은 깜짝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감동을 넘어 흥분하기 시작했습니다. 본문의 상황은 그런 분위기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입니다. 마침 유월절 절기를 지키려고 지방이나 해외에서 수많은 인파가 예루살렘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예수님에 대한 소문이 급속도로 퍼졌습니다.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오신다는 구체적인 정보까지 돌았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보려고 군중이 모이게 된 겁니다. 그때 나타난 예수님을 보고 군중은 흥분했고 환호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1주일도 못 가서 그 군중이 돌변해서 예수님을 향해 저주와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여러분, 왜 그랬을까요? 그것은 한 마디로 메시야 관의 부조화(mismatch)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은 세속적인 메시야 관을 갖고 있었습니다. 반면 성경에서 증거하는 메시야 관은 그와 사뭇 달랐습니다. 예수님이 유대 종교지도자들의 음해와 고발로 사형 선고를 받는 과정 속에서 그들은 예수님을 지켜보면서 자기들이 고대하던 메시야가 아니라고 판단하게 됩니다. 그 실망감 때문에 예수님을 거부하고 저주했던 겁니다.

그러면 그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메시야를 고대했을까요? 세속적인 문제들을 해결해 주는 왕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표현하면 정치적인 메시야입니다. 그들을 로마의 압제에서 해방시키고 가난과 질곡에서 구원해 줄 왕입니다. 지금까지는 예수님이 그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주는 듯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적들 중에 특히 오병이어의 이적은 그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주고도 남음이 있었습니다. 요한복음 6장을 보면, 5천 명이 넘는 군중을 예수님이 오병이어로 배불리 먹이고도 남는 이적을 행한 기록이 나옵니다. 그때의 분위기는 이랬습니다. 요6:14~15 “14 그 사람들이 예수께서 행하신 이 표적을 보고 말하되 이는 참으로 세상에 오실 그 선지자라 하더라 15 그러므로 예수께서 그들이 와서 자기를 억지로 붙들어 임금으로 삼으려는 줄 아시고 다시 혼자 산으로 떠나 가시니라” 예수님이 오병이어의 이적을 행하자 억지로 왕으로 삼으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질색을 하며 도망쳤습니다. 군중의 반응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정말 대단합니다.

그런데 많은 이적 가운데 최고는 무덤에 들어간 나사로를 살려낸 이적입니다. 문자 그대로 역대급 이적입니다. 유월절이 가까운 가운데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소문이 얼마나 빨리 퍼졌겠습니까! 그때의 상황이 본문 17절~18절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요12:17~18 “17 나사로를 무덤에서 불러내어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실 때에 함께 있던 무리가 증언한지라 18 이에 무리가 예수를 맞음은 이 표적 행하심을 들었음이러라”

그런 분위기 가운데 예수님이 군중 앞에 등장했습니다. 요즘 같으면 카퍼레이드를 벌여야 합니다. 최소한 백마를 타고 멋있기 나타나야 하는데 이상합니다. 어떻게 보면 난센스 같은 상황입니다. 군중은 예수님이 지나가는 길에 겉옷을 벗어 깔아대고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고 난리를 피웠지만 가만히 보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모습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본문 14~15절을 보십시오. 요12:14~15 “14 예수는 한 어린 나귀를 보고 타시니 15 이는 기록된 바 시온 딸아 두려워하지 말라 보라 너의 왕이 나귀 새끼를 타고 오신다 함과 같더라” 구약 슥9:9 예언의 성취입니다. 그러니까 나귀 타고 오신 것은 일종의 메시야 신분 확인서 같은 것이었습니다.

옛날에는 사람을 만날 때, 특히 얼굴을 모르는 사람을 만날 때 이렇게 했습니다. 서울역 광장 시계탑 앞에서 빨간 모자를 쓰고 오른 손을 들고 있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상대방이 가서 두리번거리다 그 모습을 보고 본인을 확인했습니다. 예수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세상에 나귀 타고 오는 왕이 어디 있나요? 그런 모습을 보니까 메시야가 분명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나귀였나요? 성경에서 예언하는 메시야는 세속적인 왕과 다르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차별화의 목적입니다. 예수님은 세속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러 오신 분이 아닙니다. 물론 공생애 중에 먹는 문제나 질병의 문제를 해결해준 사례들이 많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기회가 될 때 불쌍한 마음에 도와준 것이지 예수님이 오신 주목적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왕이 되는 것을 거부하셨던 겁니다. 군중은 자신들의 기대에 어긋난 예수님을 보고 실망합니다. 그리고 돌변해서 저주하고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빌라도 총독이 예수님을 심문하고 무죄임을 알게 되자 석방하려고 합니다. 그때 군중의 반응이 어땠나요? 요19:15 “그들이 소리 지르되 없이 하소서 없이 하소서 그를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 빌라도가 이르되 내가 너희 왕을 십자가에 못 박으랴 대제사장들이 대답하되 가이사 외에는 우리에게 왕이 없나이다 하니” 유대인 종교지도자들의 선동에 놀아난 군중의 무지였습니다. 이렇게 해서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습니다. 그런데 오묘하게도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죄 없이 죽으신 예수님을 통해 인류의 죄를 대속하게 하셨고 그를 믿는 자마다 죄와 사망에서 구원해 주셨습니다.

[3] 올바른 신앙 : 구원의 확신, 승리의 확신

그렇다면 나귀 타고 오시고 군중의 기대와 달리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 예수님에 대해 우리는 어떤 신앙을 가져야 마땅할까요? 올바른 신앙의 모습으로 구원의 확신과 승리의 확신입니다.

예수님을 3년 동안이나 따라다니던 제자들조차 당시에는 잘 몰랐습니다. 그러다가 예수님이 부활 승천하시고 성령 강림이 이뤄진 후에 정확하게 깨닫게 됩니다. 요12:16 “제자들은 처음에 이 일을 깨닫지 못하였다가 예수께서 영광을 얻으신 후에야 이것이 예수께 대하여 기록된 것임과 사람들이 예수께 이같이 한 것임이 생각났더라” 아, 그래서 예수님이 그 때 나귀를 타고 오셨구나! 하고 깨닫게 됐다는 겁니다.

그렇습니다. 군중은 세속적인 왕을 기대했지만 예수님은 영적인 왕입니다. 우리를 죄와 영원한 사망에서 구원해 주시는 구원자이십니다. 예수님이 동정녀 마리아에게 성령으로 잉태됐을 때도 그런 사실이 증거됐습니다. 정혼자 요셉이 마리아가 임신한 것을 알아차리고 고민할 때 천사가 나타나 하나님의 아들임을 증거합니다. 그 때 예수님의 이름을 지어줍니다. 마1:21 “아들을 낳으리니 이름을 예수라 하라 이는 그가 자기 백성을 그들의 죄에서 구원할 자이심이라 하니라” 예수님은 그 이름대로 구원자(Savior)로 오셨습니다. 그래서 화려한 왕의 모습이 아니라 차별화 차원에서 나귀를 타고 오셨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이해를 못했지만 여기에 놀라운 구원의 비밀이 있는 겁니다. 그래서 바울은 이렇게 증거합니다. 고전1:18 “십자가의 도가 멸망하는 자들에게는 미련한 것이요 구원을 받는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이라”

여러분, 잘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 인생 가운데 최대의 문제가 무엇입니까? 생명과 사망의 문제입니다. 죽음보다 더 큰 문제가 어디 있습니까! 그런데 예수님이 그 문제를 해결해 주신다는 겁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예수 믿는 목적 최우선순위는 죄에서 구원, 사망에서 구원입니다. 그리고 영생을 얻는 것입니다. 그런데 무지한 군중은 그것을 모르고 예수님과 천국을 거부하고 말았습니다.

「백조와 두루미」라는 우화가 있습니다. 두루미가 해변에서 고동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때 백조가 하늘을 유유히 날다가 두루미에게 말을 겁니다. “얘, 너 뭐하니?” “응, 고동을 찾는 거야.” “그런데 너는 어디서 왔니?” “나는 천국에서 왔어. 그곳은 너무 좋은 곳이야. 너도 가지 않을래?” 그때 두루미가 백조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거기에도 고동 있니?” 백조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대답했습니다. “고동은 없지.” 그러자 두루미가 퉁명스럽게 말했습니다. “야, 그런 천국은 너나 가라. 나는 관심 없다. 뭐니 뭐니 해도 고동이 최고잖아.”

여러분, 예수 믿고 우리가 얻는 영생과 천국은 이 세상과 비교할 수 없는 놀라운 축복입니다. 부디 십자가 진리를 잘 깨닫고 구원의 확신으로 기뻐하시기 바랍니다.

또 하나 우리가 가져야 할 올바른 신앙은 승리의 확신입니다. 세상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욕망을 추구합니다. 그런데 세속적인 성공을 거두고도 나중에는 멸망합니다. 이른바 바벨탑 성공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을 메시야 왕으로 모시고 그의 뜻대로 순종하는 사람은 반드시 승리합니다. 예수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눅9:23 “또 무리에게 이르시되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예수님을 왕으로 모시고 순종하는 삶을 살라는 말씀입니다. 이게 승리의 비결입니다. 때로는 고난과 핍박이 있어도 결국은 승리합니다.

기독교 고전 「그리스도를 본받아」의 저자 토마스 아 켐피스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만일 당신이 십자가를 즐거이 지면 십자가가 당신을 질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고대하는 목표 즉 고난이 끝나는 그곳으로 인도해 줄 것이다.”

또 예수님이 이런 말씀도 하셨습니다. 마6:33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의 통치권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의 의는 하나님의 의로운 말씀을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무슨 말인가요? 하나님의 통치권에 순종하면 반드시 승리한다는 약속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내 뜻대로 욕심을 추구하며 살면 성공할 줄 압니다. 그게 아닙니다. 오히려 주님의 방식으로 꾸준히 살아가야 설사 고난이 있을지라도 결국은 극복하고 승리하게 됩니다.

며칠 전 한 선교사님의 자녀가 미국 대학에 합격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좋기는 한데 등록금은 어떻게 하나 염려가 됐습니다. 그런데 90% 장학금을 받았고, 나머지도 융자로 받았다는 겁니다. 선교사 자녀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 조건에서 자랍니까! 재정 상황도 형편없고 선교지에서 작은 학교에 다닙니다. 그런데 참 신기합니다. 어찌 어찌 한국의 대학이나 외국의 대학에 입학해서 잘 다닙니다. 하나님이 살아계신 증거입니다. 왕이신 주님을 따라가면서 순종하고 헌신하니까 결국은 승리하는 겁니다.

그러므로 여러분, 꼭 확신하시기 바랍니다. 예수님을 왕으로 모시고 모조건 그의 말씀대로 순종하면(=말씀 통치를 받으면) 반드시 승리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살다 결국 천국에 들어갈 겁니다. 그 광경이 계7:9~10에 묘사되어 있습니다. 계7:9~10 “9 이 일 후에 내가 보니 각 나라와 족속과 백성과 방언에서 아무도 능히 셀 수 없는 큰 무리가 나와 흰 옷을 입고 손에 종려 가지를 들고 보좌 앞과 어린 양 앞에 서서 10 큰 소리로 외쳐 이르되 구원하심이 보좌에 앉으신 우리 하나님과 어린 양에게 있도다 하니” 예루살렘 입성 당시에 군중은 뭣도 모르고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었지만 하나님 보좌 앞에서는 성도들이 예수 십자가 대속을 믿음으로 구원받고 세상의 고난을 이기고 승리한 기쁨으로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 오늘 종려주일을 보내면서 우리가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부디 나귀 타고 오신 왕을 마음 중심에, 그리고 삶의 중심에 모시기 바랍니다. 예수님이 십자가 지셨음을 기억하고 구원의 확신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약속하신 승리의 확신을 갖고 험한 세상에서 당당히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환호하다 돌변한 군중처럼 스스로 실망해서 돌아설지도 모릅니다. 부디 성경적 메시야 관을 가지고 복된 인생을 살아가는 저와 여러분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