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왜 하는가?

(마 4:18-20)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일컬어지는 저명한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가 쓴 [경영의 실제]라는 책을 보면, 경영학에서 널리 사용되는 한 비유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돌을 다듬고 있는 세 명의 석공에게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첫 번째 석공은 “나는 먹고살기 위해서 돌을 다듬고 있습니다.”라고 답을 했다. 두 번째 석공은 “나는 이 나라에서 제일 훌륭한 석공 일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답을 했다. 그리고 세 번째 석공은 “나는 교회를 짓고 있습니다.”라고 답을 했다.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일하는 이유가 저마다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먹고살기 위해서 일합니다. 즉 생계를 위해 일합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보람과 의미를 찾기 위해서 일합니다. 즉 자아실현을 위해서 일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것을 이루기 위해서 일합니다. 즉 소명을 위해서 일합니다.

  그런데 일하는 이유에 따라 일의 결과가 다릅니다. 생계를 위해 일하는 사람은 자기의 능력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얻을 뿐입니다. 그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아실현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은 자기 능력만큼의 결과는 얻습니다. 기쁨으로 최선을 다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비해서 소명으로 일하는 사람은 자기 능력 이상의 결과를 이룹니다.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하며 얻는 행복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생계를 위해 일하는 사람에게 일은 고통입니다. 이런 사람은 결코 일하며 행복을 얻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자아실현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에게 일은 기쁨입니다. 이런 사람은 일하며 행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서 소명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에게 일은 감사이고 영광입니다. 이런 사람은 일하며 비교할 수 없는 큰 행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왜 일하십니까? 그 일이 여러분에게 고통입니까 아니면 기쁨입니까 아니면 감사이고 영광입니까? 여러분은 일하면서 행복을 얻고 계십니까?

   그러면 성경은 ‘왜 일하는가?’라는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고 있을까요? 성경은 우리가 일하는 이유에 대해서 어떻게 말씀하고 있을까요?

보편적인 이유

  성경은 우선 모든 사람들이 일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씀하고 있습니다.

  창 3:17-19 말씀을 보면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담에게 이르시되 네가 네 아내의 말을 듣고 내가 네게 먹지 말라한 나무의 열매를 먹었은즉 땅은 너로 말미암아 저주를 받고 너는 네 평생에 수고하여야 그 소산을 먹으리라 땅이 네게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낼 것이라 네가 먹을 것은 밭의 채소인즉 네가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얼굴에 땀을 흘려야 먹을 것을 먹으리니”

  이 말씀은 인간이 타락하여 범죄한 뒤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이 말씀의 핵심은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일을 해야 먹고살 수 있게 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인간은 다 일을 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원래 하나님께서는 인간이 타락하여 범죄하기 전에도 일하게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일은 먹고살기 위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 때는 일하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었습니다. 에덴동산 안에서 언제든지 무엇이든지 필요한 것은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인간이 범죄하기 전에 위임하신 일은 피조세계를 관리하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하나님의 일에 동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타락하여 범죄한 후 일이 달라졌습니다.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습니다. 마치 타락하여 범죄한 후 인간은 반드시 죽게 된 것처럼, 이제 반드시 일을 해야 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어내야 할 숙명입니다.

  미국의 시카고에 있는 로욜라 대학교의 경영윤리학자인 알 지니(Al Gini) 교수는 의미심장한 말을 한 일이 있습니다. 17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가 했던 저 유명한 명제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는 말을 반박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데카르트는 틀렸다. 오히려 ”나는 일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Laboro ergo sum)이다. 우리에게는 일이 필요하다. 우리가 먼저 일을 선택하며 다음으로 일은 우리를 형성한다.”

   그렇습니다. 일은 우리가 하고 싶으면 하고 말면 말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일해야만 하는 존재로 만드셨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일이 필요합니다. 일을 하면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습니다. 그리고 일하면서 보람을 느낍니다. 나아가 일하면서 자신을 만들어 갑니다.

  그리고 이 말씀 속에 주목해야 할 표현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수고하여야”라는 표현입니다. 일이 고생스럽다는 뜻입니다. 둘째는 “땀을 흘려야”라는 표현입니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셋째는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낼 것이라”는 표현입니다. 일을 힘들게 하는 방해물들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넷째는 “먹으리라”는 표현입니다. 이 말은 문법적으로 미완료인데 꼭 먹는다는 것이 아니라 먹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일에는 실패도 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고사성어 가운데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입니다. 일이 그렇습니다. 고생스럽습니다. 땀을 흘려야 합니다. 방해도 많습니다. 실패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일한 뒤에 얻는 열매는 설명할 수 없는 기쁨과 보람을 안겨다 줍니다. 자신이 농사지어 얻은 소출은 시장에서 사는 농산품과는 그 의미가 다릅니다. 그래서 일이 주는 기쁨과 보람을 얻고자 일하게 됩니다.

  2015년 독일의 Gfk협회와 베르텔스만 재단이 공동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노동의미 설문조사’라는 것입니다.  이 설문조사에 재미있는 문항이 있습니다. “만약 귀하가 고액의 복권에 당첨된다면 현재 하고 계신 일을 계속하시겠습니까 아니면 현재보다 더 재미있는 다른 일을 찾아보시겠습니까?” 설문결과는 의외입니다. 독일의 노동자들은 절반이 넘는 55%의 응답자들이 갑자기 큰돈을 벌게 된다고 하여도 현재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응답했고,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19%에 불과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일은 단순히 의무만이 아닙니다. 일은 우리의 권리이기도 합니다. 일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만이 아닙니다. 일은 우리의 존재를 지탱하게 해 주는 기반이기도 합니다.

  시 128:2을 보면 또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여호와를 경외하며 그의 길을 걷는 자마다 복이 있도다. 네가 네 손이 수고한 대로 먹을 것이라 네가 복되고 형통하리로다.” 이 말씀은 일이 복이라는 말씀입니다. 일이 복인 이유는 일해서 얻은 소산으로 먹고살게 되기 때문이라는 말씀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일하지 않고도 먹고살 수 있는 것을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금수저로 태어나 부모에게 큰 재산을 유산으로 물려받고 놀고먹는 사람이 복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로또에 당첨돼서 일확천금을 손에 쥔 사람이 복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남달리 잘 먹고 잘 살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들은 일의 보람과 일의 기쁨을 누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당장은 좋아 보이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면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채 허무한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달라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일하게 하셨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리고 일의 열매를 얻게 하셨는데 이것이 복인 줄 알아야 합니다. 또한 일하며 얻는 보람과 기쁨을 누릴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일할 수 있음을 귀하게 여기며 성실하게 일하야 하겠습니다.

특별한 이유

  성경을 보면 사람들이 일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에 대해서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이유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주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특별한 이유인 것입니다.

  오늘 본문 말씀을 보겠습니다. 특히 18절 끝부분과 19절을 묶어서 살펴보겠습니다. “그들은 어부라 말씀하시되 나를 따라오라 내가 너희를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 하시니”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그 형제 안드레를 사도로 부르시는 이야기입니다.

  이 말씀의 핵심은 이것입니다. 일터에서 맡겨진 일을 성실하게 하고 있던 사람들을 부르셔서 새로운 일을 맡기셨다는 것입니다. 원래 이 사람들은 고기를 잡는 어부로서 일터에서 성실하게 일하던 사람이었습니다. 모두에게 주신 일하라는 명령을 잘 따르며 일해야 하는 이유에 충실하던 사람입니다. 이제 주님께서 저들을 부르셨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일을 맡기셨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사람을 낚는 어부”라는 말입니다. 이 말은 비유적인 표현입니다. 지금까지 저들은 고기를 잡는 어부의 일을 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사람을 낚는 어부의 일을 하게 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이 말 안에는 저들이 새롭게 알게 된 일하는 이유가 담겨있습니다. 지금까지 저들은 자기를 위해 일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자기가 아닌 남을 위해 일해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된 것입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저들이 알게 된 새로운 일하는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1) 섬김

  우선 우리가 새롭게 발견해야 할 일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일은 사람들을 섬기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다시 본문을 보겠습니다. 주님께서 두 사람을 부르시며 하신 말씀이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시겠다는 것입니다. 고기를 낚던 사람들에게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시겠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사실 그동안 두 사람은 고기를 낚았습니다. 고기를 낚으면서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오직 고기를 많이 낚아서 돈을 많이 벌 생각만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번 돈으로 자기의 필요를 채우고,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질 생각만 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고기를 많이 잡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과 경쟁도 했을지 모릅니다. 다른 사람보다 고기를 많이 잡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일을 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제 주님께서는 고기를 잡으며 사람을 생각하라고 말씀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일할 때 사람을 생각하며 일하라는 것입니다.

  계속 고기를 잡는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사람을 생각하며 일을 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이웃들과 함께 고기를 많이 잡을 궁리를 하게 될 것입니다. 어장의 고기가 씨가 마르지 않도록 보존하는 일에도 힘쓸 것입니다. 그리고 고기를 잡은 뒤에 어려운 형편의 사람들을 도우려 할 것입니다. 고아나 과부들도 챙기려 할 것입니다.

  팀 켈러 목사님이 쓴 [일과 영성]이라는 책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얼마 전 자기교회에 질 라말이라는 교인에 관한 이야기가 화제가 됐다는 것입니다. 이 사람은 세계 최대규모의 증권회사인 메릴 린치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승승장구해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고 자그마한 출판사에 취직을 했습니다. 난데없는 결정에 가족들은 물론이고 친지들 그리고 교회에서도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이 사람이 이렇게 결단한데는 남다른 과정이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면서 스스로에게 물었다는 것입니다. 과연 나는 지금 이 회사에 왜 다니고 있는가? 나는 이 일에 가슴이 뛰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돈을 벌기 위해서이고 자신의 출세를 위한 일 이외에는 떠오르지 않더랍니다. 그리고 자신은 일하며 가슴이 뛰지 않더랍니다.

  그러면 나는 주님께서 내게 주신 은사와 능력으로 어떻게 이웃을 섬기고 주님을 위해 사용할 것인가 도대체 어떤 일이 자신을 가슴 뛰게 하는가를 물었답니다. 그랬더니 자기는 책을 좋아하고 글 쓰는 은사가 있어서 출판사를 택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비록 수입과 지위 모든 것이 비교할 수 없이 열악했지만, 누군가를 섬길 수 있다는 마음에 그리고 하는 일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기에 결단을 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일하는 이유가 남달라야 합니다.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를 섬기는 것이어야 합니다.

(2) 하나님 나라

  우리가 새롭게 발견해야 할 일하는 이유 가운데 또 하나는 일을 통해 하나님 나라에 기여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예수님께서 두 사람을 부르신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저들을 사도로 삼으시기 위해서입니다. 장차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뒤에 이 땅에서 계속 이어져가야 할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저들을 쓰시기 위해서입니다.

  실제로 저들은 부르심에 순종했습니다. 주님께 3년간 제자로 훈련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세상 한 복판으로 나아갔습니다. 그곳에서 하나님 나라의 사역을 펼쳐갔습니다. 그래서 저들 때문에 하나님 나라의 위대한 역사가 마치 작은 누룩이 반죽에 퍼져나가듯 세상에 퍼져나갔습니다.

  이것은 오늘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도 동일하게 주신 사명입니다. 이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하나님께 묻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왜 나를 이 일터에서 일하게 하셨는지, 왜 내게 이 일을 하게 하셨는지를 물어야 합니다. 이 일터에서 이 일을 하면서 하나님 나라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물어야 합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나를 이곳에서 이 일을 통해 하나님 나라를 세워가도록 부르셨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둘째, 기도해야 합니다. 이 일터에 하나님 나라가 임하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자신이 하는 이 일을 통해 하나님 나라가 임하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셋째, 본을 보여야 합니다. 마 5:16을 보면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 일터에서 선한 삶의 본을 보여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넷째,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딤후 4:5을 보면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너는 모든 일에 신중하여 고난을 받으며 전도자의 일을 하며 네 직무를 다하라” 일터에서도 전도자의 일을 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일하는 이유가 남달라야 합니다. 내가 하는 일이 하나님 나라를 이 세상 속에 세우고 확장하게 가는데 소중하게 쓰임 받는 것이어야 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일하게 하셨습니다. 가정에서, 일터에서, 그리고 교회에서 일하게 하셨습니다. 우리는 일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알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보편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필요한 것을 얻고 삶의 보람을 느끼도록 하나님께서 일하게 하신 것입니다. 다음으로 그리스도인들만의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웃을 섬기고, 하나님 나라를 위해 쓰임 받기 위해서입니다. 일하는 이유를 알고 그 이유에 충실하게 일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