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함을 넘치게 하라

골 2:6-7

   스위스의 사상가 칼 힐티(Carl Hilty)는 기독교 신앙을 기초로 여러 책을 집필한 베스트셀러 작가입니다. 이분이 쓴 [행복론]을 보면 행복의 첫 번째 조건으로 감사를 꼽고 있습니다. 감사를 잃어버리면, 아무리 좋은 환경 속에서도 행복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감사할 수 있다면, 아무리 나쁜 환경 속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나라가 국민소득은 높은데 행복하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감사를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조건과 상황은 행복할 것 같은데 행복하지 못한 이유가 바로 감사하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인 것입니다.

   칼 힐티는 이런 말도 했습니다.

감사하라. 그러면 젊어진다.

감사하라. 그러면 발전이 있다.

감사하라. 그러면 기쁨이 있다.

       그렇습니다. 감사하면 행복해 집니다. 그러면서 보너스로 젊어지고, 발전할 수도 있고, 기쁨도 찾아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세상 사람들과 다른 점들이 여럿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감사를 잘한다는 것입니다. 하루를 감사로 시작합니다. 식사할 때도 먼저 감사기도를 드리고 밥을 먹습니다. 예배드릴 때마다 감사의 찬양을 부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이 세상 사람들보다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보다 더 풍성할 삶을 살 수 있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감사를 잘 하셔서 더 행복하고 풍성한 삶을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무엇을 감사할까?

        그런데 우리는 오늘 본문에서 그리스도인의 감사가 남달라야 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선 감사의 내용이 달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6절을 보면 이렇게 기록되어있습니다. “너희가 그리스도 예수를 주로 받았으니”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 예수를 주로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것을 감사하라는 말씀입니다.

        사실 이 말씀은 사도 바울이 자신이 체험한 것을 기초로 말한 것입니다. 원래 바울은 유대교에 심취했던 사람입니다. 유대교에 충성을 다하기 위해 기독교를 박해하는 일에 앞장섰던 사람입니다. 그러던 중에 다메섹 도상에서 전격적으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게 됐습니다.

        바울은 자신이 예수를 만나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며 살았습니다. 그래서 예수를 만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어떻게 된 것일까요?

        간단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찾아오신 것입니다. 예수님을 만난 후에 세례를 받았고 예수의 사도가 됐습니다. 물론 바울이 원한 바도 아니고 그렇게 하고 싶다고 기도한 것도 아닙니다. 주님께서 일방적으로 그렇게 하신 것입니다.

        그래서 바울은 자기가 예수를 믿게 된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에 그리스도 예수를 주로 받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돌이켜 보면 이 모든 것이 은혜이고, 자신에게 이것보다 감사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이것은 바울뿐이 아닙니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다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예수를 믿게 된 것은 우리가 원해서 그리고 우리가 노력해서 된 것이 아닙니다.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그래서 우리도 그리스도 예수를 주로 받았다고 말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것을 감사해야 합니다.

       저는 자주 발인예배를 집례 하는 편입니다. 예배를 마치고 고인을 발인할 때 위임목사로서 발인 행렬을 이끌게 됩니다. 먼저 안치실에 들어가 고인의 유해가 누워있는 관을 어루만져봅니다. 그리고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를 드립니다. 먼저 이 영혼이 예수 믿고 구원받게 된 것에 감사 기도를 드립니다. 그리고 이 영혼을 주님의 손에 부탁드리는 기도를 드립니다. 그러면서 이 영혼을 하나님께로 보내드린다는 마음으로 발인 행렬을 출발합니다. 이 순간 저는 예수 믿게 된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를 뼈저리게 느끼곤 합니다. 만일 예수 믿지 않았다면 어찌 될 뻔 했는지를 두려운 마음으로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예수 믿게 된 것 이것보다 더 감사할 것이 없습니다. 죄로 죽을 수밖에 없던 우리가 구원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세상 떠날 때 저 천국에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7절을 보면 이렇게 기록되어있습니다. “그 안에 뿌리를 박으며 세움을 받아 교훈을 받은 대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 예수를 믿는 믿음의 뿌리를 내리며 믿음이 자라도록 이끌어주심에 감사하라는 것입니다.

        부모가 자녀를 나은 뒤에 잘 양육하여 성인이 되도록 뒷바라지 하듯이,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예수 믿은 뒤에 믿음이 자라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그래서 성숙한 믿음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살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이 또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감사해야 할 제목입니다.

       지난 주간에 노회훈련원의 여교역자 및 부목사 수련회 인솔 차 일본 대마도를 다녀왔습니다. 이곳에서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일본의 막부가 기독교를 박해할 때 대마도에서도 순교자가 나왔다는 것입니다. 나가사키 지역에서 박해받던 기독교인들이 이곳에 피난해 왔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일본 막부가 기독교인을 색출하기 위해 특별한 방법을 사용한 흔적이 남아있었습니다. 바로 후미에라는 예수님의 상을 밟게 한 것입니다. 저들이 모든 대마도 사람들에게 후미에를 밟게 했다는 것입니다. 이 때 독실한 기독교인들이 차마 이 후미에를 밟지 못하다 끌려가서 처형을 당하곤 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독교인의 씨를 말리겠다는 생각으로 매년 한 차례씩 후미에를 밟게 했다는 것입니다. 숨어있던 기독교인들이 결국이 후미에를 밟지 못하고 끌려가서 순교했다는 것입니다.

       도대체 그들은 왜 후미에를 밟지 못했을까요? 후미에를 밟지 않으면 끌려가 죽는 것을 알면서도 왜 밟지 못했을까요? 믿음이 성숙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당시 많은 기독교인들이 후미에를 밟으며 박해를 피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나님 앞에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으로 구차하게 살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기독교인들은 성숙한 믿음으로 후미에를 밟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끌려가 순교를 당했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당시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죽는 줄 알면서도 후미에를 밟지 않을 수 있었을까? 나는 과연 이런 박해를 이겨낼 수 있을 정도의 성숙한 믿음을 가지고 있을까?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가 예수 믿게 된 것을 감사해야 합니다. 그리고 성숙한 믿음으로 세상의 시험과 박해를 견뎌낸 뒤, 이것에 대해도 감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떻게 감사할까?

   본문을 보면 그리스도인의 감사가 남달라야 하는데 감사의 방법도 달라야 함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본문 7절을 보면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감사함을 넘치게 하라” 감사를 하되 넘치게 하라는 말씀입니다.

        고사성어 가운데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라는 뜻입니다. 이 말은 공자가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한 말입니다. ‘중용의 도’ 즉 매사에 넘치지도 말고 모자라지도 말게 하라는 가르침인 것입니다.

        성경도 대체로 과유불급을 가르칩니다.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는 주님의 말씀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이 이 과유불급과 다른 가르침을 주는 말씀도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죽도록 충성하라”는 말씀을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의 감사도 예외입니다. 감사는 넘치게 하라고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감사함을 넘치게 하는 것은 어떻게 감사하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요? 이 말씀을 묵상하면서 떠 오른 성경 이야기가 있습니다.

        마리아가 예수님의 머리에 향유를 부은 사건입니다. 이 이야기는 요한복음과 마태복음 그리고 마가복음 세 곳에 나옵니다. 세 곳에 나오는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이런 이야기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기 위해 예루살렘 지역에서 마지막 주간을 보내실 때입니다. 베다니라는 마을의 나병환자 시몬이라는 사람의 집에 계시면서 일행과 함께 식사를 하고 계셨습니다. 이 때 나사로의 누이 마리아가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몸에 값비싼 향유를 부었습니다.

       이것을 지켜본 제자들이 나섰습니다. 그리고 왜 이렇게 비싼 향유를 쓸데없이 낭비하느냐고 야단을 쳤습니다. 이 향유는 수입산 나드 향이고, 당시 시가로 300데나리온이고, 오늘의 시세로는 약 3000만원이나 되는 고가품이었습니다. 제자들 눈에는 이 비싼 향유를 예수님 머리와 발에 부어버리는 것은 낭비였습니다. 이것을 팔아서 요긴하게 쓸 수 있을 텐데 그냥 몸에 부어버리는 것은 정말 아까운 일로 보였습니다.

       예수님께서 가로 막으셨습니다. 마리아가 예수님께 좋은 일을 하였다고 칭찬하셨습니다. 그리고 뜻밖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마리아가 예수님의 장례를 미리 준비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마리아의 이 감사의 헌신을 예수님께서 귀하게 받아 사용하셨다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마리아를 축복하셨습니다. 이 여인이 한 이 일이 복음이 전파되는 곳에 전해져서 사람들이 마리아를 기억하게 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면 마리아는 도대체 왜 이 비싼 향유를 예수님의 몸에 부었을까요? 얼마 전 예수님께서 죽어 무덤에 장사됐던 마리아의 오라비 나사로를 다시 살려주셨습니다. 마리아는 너무도 감사했습니다. 그러나 유대인들의 박해 때문에 예수님께서 급히 그곳을 피하셔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마리아는 예수님께 감사를 표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다시 예수님께서 자기 마을에 오셨다는 소식을 듣게 됐습니다. 그동안 기다리며 준비해 두었던 향유를 가지고 뛰어갔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몸에 향유를 부었습니다. 그래서 감사함을 넘치게 표했던 것입니다.

        우리는 이 이야기 속에서 감사함을 넘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우게 됩니다.

  첫째, 깊은 감사를 깨닫는 것입니다.

         마리아는 예수님께서 자기 오라비를 다시 살려주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오라비만 의지하고 살다 오라비가 죽었으니 얼마나 슬펐으며 또 얼마나 두려웠겠습니까? 그러던 중에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났습니다. 자기 오라비가 다시 살아난 것입니다. 예수님께 얼마나 감사했겠습니까?

        감사 가운데 ‘깊은 감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형식적으로 인사치례로 감사하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 깊이 감사를 깨닫는 것을 말합니다. 마리아는 예수님께 정말 깊은 감사를 깨닫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마리아처럼 깊은 감사를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하나님께서 베풀어주신 그 크신 은혜에 깊은 감사를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우리를 구원해 주시고, 광야 같은 세상에서 동행하시며 인도해 주시는 그 크신 은혜에 깊은 감사를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둘째, 감사를 기억하는 것입니다.

         마리아는 깊은 감사를 느꼈지만 당장 감사를 표할 수가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납니다. 그러나 그 감사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여러 날이 지난 뒤에 예수님을 다시 뵙게 되었습니다. 그 깊은 감사를 잊지 않고 예수님을 찾아가서 향유를 부었습니다.

        우리가 마리아처럼 감사를 기억해야 합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에 받은 은혜를 쉽게 잊어버립니다. 그래서 세월이 흐르고 나면 감사하지 못합니다. 감사함을 넘치게 하기 위해서는 감사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깊은 감사를 깨달았으면 잊지 말아야 합니다.

  셋째, 감사를 표하는 것입니다.

        마리아는 기다리고 있다가 예수님을 다시 뵙게 되자 찾아가서 감사를 표했습니다. 그것도 분에 넘치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자기가 가지고 있던 최고의 보물을 예수님께 드렸던 것입니다.

        우리가 깊은 감사를 깨달았으면 그리고 그 감사를 마음에 간직하고 있으면 반드시 감사를 표해야 합니다. 그것도 인색하지 않게 감사를 표해야 합니다. 할 수 있는 대로 최선을 다해서 감사를 표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 감사가 전해집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오늘이 추수감사절입니다. 한 해 동안 주님께서 베풀어주신 은혜를 표하는 날입니다. 우선 우리는 무엇보다도 그리스도 예수를 주로 받은 것을 감사해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참 많은 것을 받았지만 하나님의 아들을 주님으로 받은 것보다 더 귀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감사하되 넘치게 해야 하겠습니다. 마리아가 향유를 주님께 부은 것처럼 깊은 감사를 최선의 행동으로 주님께 드려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