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22:1-18 1 그 일 후에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시험하시려고 그를 부르시되 아브라함아 하시니 그가 가로되 내가 여기 있나이다 2 여호와께서 가라사대 네 아들 네 사랑하는 독자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 땅으로 가서 내가 네게 지시하는 한 산 거기서 그를 번제로 드리라 3 아브라함이 아침에 일찍이 일어나 나귀에 안장을 지우고 두 사환과 그 아들 이삭을 데리고 번제에 쓸 나무를 쪼개어 가지고 떠나 하나님의 자기에게 지시하시는 곳으로 가더니 4 제 삼 일에 아브라함이 눈을 들어 그 곳을 멀리 바라본지라 5 이에 아브라함이 사환에게 이르되 너희는 나귀와 함께 여기서 기다리라 내가 아이와 함께 저기 가서 경배하고 너희에게로 돌아오리라 하고 6 아브라함이 이에 번제 나무를 취하여 그 아들 이삭에게 지우고 자기는 불과 칼을 손에 들고 두 사람이 동행하더니 7 이삭이 그 아비 아브라함에게 말하여 가로되 내 아버지여 하니 그가 가로되 내 아들아 내가 여기 있노라 이삭이 가로되 불과 나무는 있거니와 번제할 어린 양은 어디 있나이까 8 아브라함이 가로되 아들아 번제할 어린 양은 하나님이 자기를 위하여 친히 준비하시리라 하고 두 사람이 함께 나아가서 9 하나님이 그에게 지시하신 곳에 이른지라 이에 아브라함이 그 곳에 단을 쌓고 나무를 벌여 놓고 그 아들 이삭을 결박하여 단 나무 위에 놓고 10 손을 내밀어 칼을 잡고 그 아들을 잡으려 하더니 11 여호와의 사자가 하늘에서부터 그를 불러 가라사대 아브라함아 아브라함아 하시는지라 아브라함이 가로되 내가 여기 있나이다 하매 12 사자가 가라사대 그 아이에게 네 손을 대지 말라 아무 일도 그에게 하지 말라 네가 네 아들 네 독자라도 내게 아끼지 아니하였으니 내가 이제야 네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줄을 아노라 13 아브라함이 눈을 들어 살펴본즉 한 숫양이 뒤에 있는데 뿔이 수풀에 걸렸는지라 아브라함이 가서 그 숫양을 가져다가 아들을 대신하여 번제로 드렸더라 14 아브라함이 그 땅 이름을 여호와이레라 하였으므로 오늘까지 사람들이 이르기를 여호와의 산에서 준비되리라 하더라 15 여호와의 사자가 하늘에서부터 두 번째 아브라함을 불러 16 가라사대 여호와께서 이르시기를 내가 나를 가리켜 맹세하노니 네가 이같이 행하여 네 아들 네 독자를 아끼지 아니하였은즉 17 내가 네게 큰 복을 주고 네 씨로 크게 성하여 하늘의 별과 같고 바닷가의 모래와 같게 하리니 네 씨가 그 대적의 문을 얻으리라 18 또 네 씨로 말미암아 천하 만민이 복을 얻으리니 이는 네가 나의 말을 준행하였음이니라 하셨다 하니라 아브라함을 시험하시려고 아브라함이 자기 독자 이삭을 번제물로 바치는 오늘 장면은 구약성경에서 매우 유명한 장면입니다. 너무나 유명하지만 끊임없이 논란이 되기도 합니다. 어렵게 선물로 주셨던 자식을 번제물로 바치라는 하나님의 요구가 이해되기 어렵고 모순되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 장면에서 아브라함의 믿음이 빛나고 있다고 칭찬하기도 하지만 아무리 신앙이 중요하다고 해도 어떻게 자식을 번제물로 바칠 수 있는지 아브라함의 그 냉혹함을 비난하기도 합니다. 성경에 실려 있기 때문에 뭐라고 판단할 수는 없지만 일간 신문에 이런 류의 기사가 실렸다면 우리는 당장 이런 광신도가 어디 있어 하며 그 행위를 심하게 비난할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매우 극단적인 모습으로 우리가 믿는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또 그런 하나님을 믿는 우리의 태도는 어떠해야 할 것인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은 먼저 우리를 시험하시는 하나님의 모습에 대해서 묵상하려 합니다. 이삭을 번제물로 바치라는 하나님의 명령은 충격적입니다. 유대전승에 의하면 이 일이 있고난 후 이삭이 자기 어머니 사라에게 아버지 아브라함이 모리아 산에서 자기에게 행하려 했던 일들을 소상히 일러 바쳤다고 합니다. 이 소식을 듣고 사라는 여섯 차례 비명을 지르며 까무러쳤다고 합니다. 그만큼 2절의 하나님 명령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요구였습니다. “네 아들 네 사랑하는 독자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 땅으로 가서 내가 네게 지시하는 한 산 거기서 그를 번제로 드리라” 아브라함은 이 말씀을 들었을 때 혹시 자신이 환청을 들은 것은 아닌가? 혹시 사단의 장난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았을까요? 그러나 성경은 이런 여지를 주지 않습니다. 성경은 1절에서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시험하시려고”라 하여 ‘하나님’이라는 단어에 정관사를 붙여 ‘그 하나님’, 영어로는 ‘that God’으로 이것이 하나님으로부터 나온 절대적인 명령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시험은 하나님으로부터 왔습니다. 또 이스라엘에서는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하나님의 주관 하에 일어난다는 신앙이 확고합니다. 선한 일뿐만 아니라 모든 악한 일도 하나님의 허락 없이는 일어날 수 없습니다. 이스라엘 신앙은 악의 세력이나 사단이 역사의 다른 한 축을 형성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합니다. 설사 사단이 활동하더라도 그것은 하나님의 계획과 허락 하에서만 가능합니다. 오늘 성경은 이 시험이 전적으로 하나님으로부터 왔음을 밝힙니다. 이 시험은 또한 아브라함이 자초하거나 결정한 것도 아닙니다. 당시 가나안 땅에는 어린아이를 인신 제물로 바쳐 신에 대한 헌신을 보이는 의식들이 있었습니다. 사사기에 보면 입다라는 사사가 이스라엘을 침략한 암몬과의 싸움에서 승리케 하시면 사람을 제물로 바치겠다고 서원하는 모습이 있습니다. “내가 암몬 자손에게서 평안히 돌아올 때에 누구든지 내 집 문에서 나와서 나를 영접하는 그는 여호와께 돌릴 것이니 내가 그를 번제물로 드리겠나이다”(삿11:31) 공교롭게도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올 때 입다의 딸이 제일 먼저 나와서 아버지 입다를 영접하였습니다. 입다는 자신의 서원 때문에 결국 자기 딸을 죽이고 맙니다. 아직 하나님의 말씀이 확고히 서지 못했던 사사시대의 혼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당시 가나안 땅의 신앙이 어떠했는지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아브라함도 이런 가나안의 풍습을 보며 하나님께 대한 자신의 헌신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하며 자신의 소중한 것을 바쳐야 한다는 그런 부담감을 갖지는 않았을까요? 성서학자들은 오늘 본문이 사람을 제물로 바치던 잘못된 풍습을 교정하고 대신 짐승으로 희생제의를 드리도록 바꾸려 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쨌든 이 시험은 아브라함의 결단에 의해서 일어난 것이 아닙니다. 먼저 시험을 걸고 있는 분은 전적으로 하나님이십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하나님의 시험이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이삭을 약속의 자녀로 주셨습니다. 25년 동안 정말 우여곡절 끝에 이삭을 얻었습니다. 이 이삭이 없이는 큰 민족이 되고 복의 근원이 되는 모든 약속들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 이삭을 이제는 번제물로 바치라고 합니다. 그동안의 모든 수고를 물거품으로 돌리며, 다시 창세기 12장 이전으로 돌리는 모순처럼 보이는 명령입니다. 그래서 우리 종교개혁자들도 이런 하나님을 모순된 하나님이라 불렀습니다. 칼빈은 “하나님의 명령과 약속은 갈등 속에 있다.”고 주석하였고, 루터는 “자신에게 모순되게 행하시는 하나님 자신의 불일치”라 하였습니다. 하나님의 약속이나 구속사라는 고차원적인 사고는 차치하더라도 “네 아들 네 사랑하는 독자 이삭”을 번제물로 바치라고 하여 아브라함의 마음을 후벼 파고 있습니다. 아브라함에게 이삭은 얼마나 끔찍한 존재입니까? 그 나이 백 세에 얻은 자식입니다. 눈에 넣어도 전혀 아프지 않을 자식입니다. 도대체 이런 잔인한 하나님이 어디 있습니까? 구약에 보면 욥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도 이런 잔인한 하나님을 경험했습니다. 그는 동방의 의인이라 할 정도로 말씀도 잘 지키고 하나님을 경외하던 사람이었습니다. 하나님을 잘 믿는 사람에게는 복을 주지는 못할망정 고통스럽게는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자기 재산을 다 빼앗겨 버렸습니다. 그의 자녀들이 집이 무너지면서 다 죽고 말았습니다. 자기 온 몸에는 피부병이 나고 친구들은 자신을 죄인으로 정죄합니다. 우리는 이 중 한 가지 불행만 임해도 하나님을 당장 원망하거나 심하면 저주하고 하나님 믿는 것을 포기할 것입니다. 우리 인생에서도 하나님이 이런 잔인하고 모순된 분처럼 느껴질 때가 없습니까? 나는 예수님 잘 믿고 주님께 헌신도 많이 하였는데 어느 날 나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들릴 때입니다. 내 인생이 잘 풀리지 않고 꼬일 때입니다. 믿으면 복을 주시던지 최소한 불행하도록 만들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닙니까? 천안함이 침몰했는데 그 중에는 믿는 신앙인은 없었을 것 같습니까? 제가 예전에 부목사로 섬기던 교회에서 태국 땅으로 단기선교를 갔습니다. 그런데 그때 청년 중 2명이 메콩 강을 건너다 급류에 휩쓸려 실종되었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한 명의 시신은 찾았지만 다른 한 명은 여전히 실종상태입니다.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그중 한 청년의 아버지는 정말 지극 정성으로 자기 자식을 아꼈습니다. 그때 순교했던 아이는 2대 독자였고 당시 중학교 1학년 학생이었습니다. 그 아이의 아버지는 밤중에도 자기 자식이 잘 자고 있나 들여다 볼 정도였고, 천정에 달린 형광등이 부실해서 떨어지지 않을까 염려하던 정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녀였습니다. 그러니 그 자녀를 잃었을 때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고통을 지우려고 낮에는 정신없이 일하고 밤에는 신학교에 다녔습니다. 그 분이 『사랑한다 현진아』란 책을 썼는데 거기에서 그 아픔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름조차 그리워 종이에 적어 뺨에 부빈다. 장현진, 이름 적힌 비석에서 시린 가슴 부여안고 그리운 아들 이름을 불러본다. 꿈에도 못 잊는 내 아들. 믿어지지 않는 내 현실. 부르다 부르다 목이 터지면 내 아들이 올까? 울다가 울다가 눈이 멀면 내 아들을 볼 수 있을까? 아들아 아들아 현진아 현진아.” 자식을 먼저 보내고 자기 가슴에 묻어야 했던 사람들에게 하나님은 정말 잔인한 하나님으로 보이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먼 이국 땅을 밟았던 충실한 자기 백성을 어이없는 사고로 데려간 그 하나님이란...... 우리는 하나님을 우리 머리털까지도 세시고, 참새 한 마리가 팔려가는 것도 하나님 허락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고 믿기에 하나님을 향한 원망은 더 큽니다. 아브라함의 경우에는 결국 이삭이 희생당하지 않았기에 괜찮은 거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그렇게 모순되고 잔인한 상황으로 몰아가는 하나님의 모습이고, 우리는 이런 하나님의 모습을 우리 삶에서 종종 경험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자 그렇다면 이런 하나님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어떤 합리적인 설명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어느 경전에서는 하나님의 이런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예화를 통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모세가 하나님의 뜻을 집행하는 천사를 따라서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천사는 자신과 동행하기 힘들 것이라고 하면서 모세를 떨어뜨리려 하였지만 모세는 인내하며 잠잠히 지켜보겠다고 약속하고는 따라나섰습니다. 얼마 후 배를 타고 가는데 사공이 그들을 친절히 대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천사가 배 밑바닥에 구멍을 내는 것이었습니다. 배는 가라앉았고 겨우 사람들은 살았지만 모세는 이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항의하였지만 천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또 가다가 이번엔 선하게 생긴 한 청년과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천사는 다짜고짜 그를 죽이고 말았습니다. 너무 황당한 모세가 천사에게 따졌습니다. 그러자 천사는 “그러니 당신은 나와 함께 갈 수 없다고 하였지 않았습니까?” 하며 오히려 모세를 책망했습니다. 이 말에 모세는 참고 따라가기로 하였습니다. 이번에는 어느 마을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들은 나그네를 대접하지 않았으며 매우 인색한 마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천사가 이번에는 그 마을의 허물어가던 담을 요청도 하기 전에 고쳐주는 것이었습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모세는 “도무지 당신과 함께 갈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일들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천사가 이렇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첫 번째, 배에 구멍을 내었던 이유는 바로 뒤에서 해적들이 나타나 배뿐만 아니라 그 사공의 목숨까지 빼앗으려 하였기에 미리 그것을 막은 것입니다. 두 번째, 소년을 죽인 이유는 그 소년이 다른 사람을 해치려는 마음을 먹고 있었으며 그래서 지금 그를 데려가는 것이 그에게나 다른 사람에게도 더 좋았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악한 마을 사람들의 담을 고쳐준 이유는 그 담 밑에 보물이 숨겨 있기 때문입니다. 그 보물은 후에 가난한 고아 소년들의 몫이었기에 내가 담을 세워 줌으로써 그 악인들이 그 보물을 발견하지 못하도록 하였습니다.” 나름대로 설득력 있는 이유들을 갔다 대고 있습니다. 아마 모순되어 보이고 잔인해 보이는 하나님의 행동 뒤에는 이처럼 합리적인 이유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는 그것을 알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전도서 기자는 이렇게 고백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들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 그러나 하나님이 하시는 일의 시종을 사람으로 측량할 수 없게 하셨도다”(전3:11) 모든 것에는 하나님이 때와 목적이 있지만 사람은 그것을 측량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알 수 없으니 해결책은 묵묵히 받아들이던지 거부하던지 둘 중 하나일 것입니다. 하나님의 이런 모순된 요구에 침묵으로 반응하고 있는 아브라함의 모습은 그가 가진 고뇌를 짐작케 합니다. 하나님의 이런 모순된 요구에 대해서 아브라함은 그 아내 사라나 심지어 이삭에게도 말하지 않습니다. 3절 이하에 보면 아침 일찍 출발하여 3일 동안 말없이 묵묵히 걸어갈 뿐입니다. 그가 단호히 믿음을 좇아 행동을 했다고 판단할 수도 있고, 말없는 침묵이 하나님에 대한 항거의 표시라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것은 아들 이삭이 “불과 나무는 있거니와 번제할 어린 양은 어디 있나이까”라 물었을 때 그에 대한 대답에서입니다. 8절입니다. “아들아 번제할 어린 양은 하나님이 자기를 위하여 친히 준비하시리라” 이 대답은 아브라함이 이삭 대신 어린 양을 주실 것이라는 확신에 차서 한 것이 아닙니다. 미래는 모릅니다. 이삭이 번제물이 될 지 다른 어떤 것이 번제물이 될 지 아브라함은 다만 하나님께 맡기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믿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해할 수 없지만 맡기는 것입니다. 여기 ‘준비하신다’는 단어는 ‘보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지켜보고 계신다는 뜻이며 이런 하나님께 맡기겠다는 뜻입니다. 욥의 태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욥은 불행들이 자신의 인생을 덮쳐 눌렀을 때 이렇게 고백하고 있습니다. “가로되 내가 모태에서 적신이 나왔사온즉 또한 적신이 그리로 돌아가올지라 주신 자도 여호와시요 취하신 자도 여호와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지니이다”(욥1:21) 당신이 믿고 있는 하나님은 어떤 하나님이십니까? 당신에게 불행한 일이 닥치면 두말할 것도 없이 포기할 것입니까? ‘주신 자’ 되시는 하나님은 믿어도 ‘취하여’ 가시는 하나님은 믿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내 인생에 닥친 아주 조그만 불행에도 쉽게 포기하는 그런 나약한 신앙은 아닙니까? 오늘 본문은 아브라함의 순종하는 모습을 통하여 어떤 경우에도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을 것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도전하고 있다 할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 내 이익에 따라서 믿거나 말거나 선택하는 우상과 같은 존재가 아닙니다. 내 감정과 내 이성으로 판단할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여 마음대로 버릴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 오늘 본문은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척도를 버릴 것을 요구합니다. 모순된 것과 같은 하나님을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믿음입니다. 하나님으로부터 버림받는 순간에도 그 분을 신뢰할 수 있는 믿음을 성경 말씀은 요구하고 있습니다. 십자가에 달린 하나님 이 믿음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면서 제2차세계 대전 당시에 유태인 소녀로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았던 엘리 비젤이란 분이 있습니다. 이분의 회고록 『밤』에는 믿음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왜 내가 하나님의 이름을 찬미해야 하는가? 영원한 우주의 주인이요 전능하시고 두려운 하나님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내가 하나님께 감사를 드려야 하는가? 아우슈비치와 비르켄아우의 화장장과 화장로에서 매일같이 수천 수만 명의 유대인들이 죽어가는 것을 유대인들은 직접 목격했다. 그들 중에서 건장한 유대인들은 화부로 뽑혀 살아있는 연약한 유대인을 제 손으로 화덕에 집어넣어야만 했다. 아들이 아버지를 화덕에 던져야만 하기도 했다. 그렇게 죽이고 죽어가는 장면이 이제는 예사로워 감정마저 마비된 줄 알았던 어느 날, 부나 수용소 안에서는 두 남자와 한 어린 아이의 교수형 집행이 있었다. 제물 세 사람은 의자 위로 올라갔다. 세 사람의 목은 똑같은 순간에 올가미에 끼워졌다. ‘자유 만세!’ 어른 두 사람이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아이는 말이 없었다. ‘하나님은 어디 있는가? 그는 어디에 있는가?’ 내 뒤에서 어느 누가 물음을 던졌다. 수용소 소장의 신호가 있자, 세 의자가 쓰러졌다. 수용소 전역에 정적이 쫙 끼쳤다. 지평선 위로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 두 어른은 이미 살아있지 않았다. 그들의 늘어진 혀는 부어 오른 채, 푸른 색깔로 변해 있었다. 그러나 세 번째 줄은 아직 움직이고 있었다. 몸이 너무 가벼웠기 때문에 아이가 아직 살아 있었던 것이다. 아이는 반 시간 이상이나 거기에 그대로 두어져,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버둥거렸고, 우리의 눈앞에서 단말마의 고통을 서서히 당하면서 죽어갔다. 우리는 소년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봐야 했다. 내가 그 앞을 통과했을 때, 소년은 아직 살아 있었다. 그의 혀는 여전히 붉었고, 두 눈도 아직 흐려지지 않았었다. 내 뒤에 있는 사람이 또 물음을 던지는 소리가 들렸다. ‘하나님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그 때, 나는 나의 내부에서 그에게 대답하는 어떤 음성을 들었다. ‘그분이 어디 있냐고? 그 분은 여기 있어. 여기 저 교수대에 매달려 있어.’” 여러분에게 이런 불행이 닥친다면 하나님을 교수형 시키고 싶지 않겠습니까? 실제로 유태인들은 아우슈비츠에서 신에 대한 재판을 종종 열었다고 합니다. 그들은 신의 잔혹성과 배신을 정죄했습니다. 그들은 더 이상 신을 변호할 만한 어떠한 변명도 찾을 수 없다고 하며 신의 유죄를 선언하고 사형선고문을 낭독했습니다. 어떤 랍비가 이 선고문을 낭독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문득 그는 시계를 보고는 서둘러 재판을 종결하였다고 합니다. 유태인들의 저녁기도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님을 믿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믿는 하나님이 십자가에 달린 하나님이란 것이 다행스럽습니다. 그가 하늘에 계신 전능한 하나님이었다면 우리는 믿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전능하신 분이 이런 악을 방치하는 것을 우리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분 또한 인간의 죄 때문에 고통당하시는 하나님입니다. 자기의 목숨을 내어 놓음으로써 인간들을 향한 자신의 진정성과 사랑과 악에 대한 분노를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번제물로 드리려 했던 모리아 산은 나중에 예루살렘 성전자리가 됩니다. “솔로몬이 예루살렘 모리아 산에 여호와의 전 건축하기를 시작하니”(대하3:1) 예수님이 달려 돌아가신 골고다는 모리아 산 밖, 예루살렘 성문 밖에 있습니다. 모리아 산에서 있었던 일은 실상은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미리 보여주신 사건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의 경우에는 위기의 순간에 하나님이 이삭을 구해주셨지만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골고다 언덕에서는 그런 일은 더 이상 없었습니다. 골고다는 하나님 아버지가 아브라함이 되어 그리스도라는 사랑하는 독자 자기 아들 예수를 이삭처럼 제물로 바치는 곳이었습니다. 그 순간에는 대신할 양도 없었고 말리는 천사도 없었습니다. 그리스도는 십자가에서 제물이 되었습니다. 이 십자가를 통하여 우리는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십자가는 모순된 하나님의 행동들에 대한 해답입니다. 모든 이유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우리는 십자가의 사랑을 보며 하나님을 이해하고 믿기로 작정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던 순교자 장현진 군의 아버지는 아들의 죽음 앞에서 엄청난 고통을 경험하였습니다. 그가 3년 동안 아들의 죽음과 관련된 책을 집필하면서 깨닫게 된 것은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이었습니다. 자기 아들을 보내며 그는 당신의 사랑하는 아들을 이 세상에 보내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게 하신 하나님 아버지의 아픔을 함께 느꼈다고 책에서 고백하고 있습니다. 내가 네게 큰 복을 주고 하나님은 무엇을 시험하시는가? 이 시험은 또한 아브라함의 미래를 내어 놓을 것을 요구하는 시험입니다. 모리아 산에서 이삭을 바치라는 하나님의 요구는 그 무게라는 측면에서 처음 아브라함을 부르실 때와 못지않습니다. 처음 부르심을 받을 때 아브라함은 본토 친척 아비 집 등 그가 소유한 모든 과거를 포기하라고 말씀하셨고, 아브라함은 이 명령에 순종하였습니다. 하나님은 이제 아브라함의 미래를 포기할 것을 요구하십니다. 아브라함의 미래는 이삭에게 달려 있습니다. 이삭이 없이는 하늘의 별과 같고, 바닷가의 모래같은 큰 민족을 이룰 수 없습니다. 이삭이 없이는 땅에 대한 약속도 천하 만민에게 이루어질 복도 결코 이룰 수 없습니다. 하나님은 그 미래를 바치라고 합니다. 우리는 우리 수중에 무언가를 잡고 있어야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안전과 축복은 이삭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자신에게 있음을 가르쳐줍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천수답 인생입니다. 신명기 11장에 보면 이스라엘의 양식과 애굽의 양식이 어떻게 다른지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네가 들어가 차지하려 하는 땅은 네가 나온 애굽 땅과 같지 아니하니 거기에서는 너희가 파종한 후에 발로 물 대기를 채소밭에 댐과 같이 하였거니와 너희가 건너가서 차지할 땅은 산과 골짜기가 있어서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흡수하는 땅이요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돌보아 주시는 땅이라 연초부터 연말까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눈이 항상 그 위에 있느니라”(신11:10-12) 애굽 땅에는 나일 강과 그 주변의 저수지에 항상 물이 저장되어 있습니다. 그냥 발로 물을 퍼 올리기만 하면 됩니다. 축복이 손에 잡히고 눈에 들어옵니다. 반면에 이스라엘은 물이 없습니다. 단지 하늘만 바라보며 하늘에서 내리는 비만 기다려야 합니다. 그들에게는 손에 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들의 복과 그들의 미래는 보이는 물질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하나님께 달려 있습니다. 이것을 천수답 인생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관개수로형 인생이 아니라 천수답 인생입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께 자기 미래를 맡겼습니다. 복은 이삭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나옵니다. 아브라함이 이삭만 붙잡고 있었다면 아브라함도 이삭도 불행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인간적 사랑으로만 가득한 독자에게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아브라함이 자신이 손에 있는 것만 움켜쥐고 있었다면 아브라함 가족은 중동 땅의 한 이름 없는 늙은이로 생을 마쳤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가 하나님을 붙잡았을 때 그는 하늘의 별과 같이 위대한 인생이 되었습니다. 그 자손들은 바닷가의 모래처럼 셀 수 없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꿈이란 것이 보이지는 않지만 그 꿈에 의해서 미래가 결정되듯 하나님은 보이지 않지만 복과 우리의 풍성한 미래는 그 분 손 안에 달려 있습니다. 하나님은 시험을 통하여 아브라함이 이삭이 아닌, 이삭을 주신 하나님을 믿도록 하셨습니다. 우리 또한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분을 신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