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신교회/양인국목사

1. 그리스도인에게 ‘부르심’이라는 말은 참으로 중요한 말이다. 왜냐하면 영적인 관점에서 볼 때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자연계 가운데 인간을 구별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부르심이기 때문이다. 이 말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자연계 가운데 인간만 부르심을 의식하며 사는 존재라는 의미다. 즉 하나님께서 자연계를 창조하실 때 각각에게 존재 목적을 부여하셨지만 인간 외에 다른 피조물들은 창조의 목적대로 존재하지만 자신은 그 목적을 의식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은 자신을 지으신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있다. 이 뜻이 바로 부르심이고, 인간의 존재 목적이다. 그러므로 영적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이 부르심에 합당하게 응답하며 사는 것만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으로서 의미 있는 삶이고, 부르심에 벗어난 삶은 그것이 어떤 종류의 삶이든지 무의미한 삶이라고 할 수 있다.
2. 그러면 인간의 부르심은 무엇인가? 본문은 이 물음에 대하여 이렇게 대답해 주고 있다. “무릇 내 이름으로 일컫는 자 곧 내가 내 영광을 위하여 창조한 자를 오게 하라 그들을 내가 지었고 만들었느니라” 이 말씀에서 하나님은 인간을 ‘내 영광을 위하여 창조한 자’라고 부르셨다. 넓은 의미에서 이것은 인간의 모든 삶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 되도록 부르셨다는 의미이고, 좁은 의미에서는 인간을 하나님을 예배하는 자로 부르셨다는 의미다. 특별히 ‘내 영광을 위하여 창조한 자’가 후자의 의미가 되는 것은 예배야 말로 하나님의 영광을 찬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째서 인간은 부르심에 따라 살 때 가치 있는 삶을 살게 되고 부르심으로부터 멀어질 때 무가치한 삶을 살게 되는가? 다음의 두 가지 예는 이와 같은 물음에 대하여 대답을 줄 것이다. 한 가지 예는 비느하스의 아내의 말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해산 중에 전쟁터로부터 온 한 사람으로부터 이스라엘이 전쟁 중에 블레셋에게 법궤를 빼앗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그때 득남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으로 인하여 조금도 기뻐하지 않고 ‘이가봇’이라고만 말했다. 이가봇이란 문자적으로 ‘영광이 없다’라는 뜻이다. 그러나 비느하스의 아내는 이 말을 ‘영광이 이스라엘에서 떠났다’는 의미로 사용했다. 여기 ‘영광이 이스라엘에게서 떠났다’는 말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버리셨다’는 의미이지만 또한 이스라엘이 더 이상 하나님께 예배드릴 수 없는 무가치한 존재가 되었다는 의미도 된다. 이와 같은 사실은 이스라엘이 부르심에 더 이상 응답할 수 없었을 때 그들은 무가치한 자들이 되었다는 것을 말해 준다.
또 다른 예는 이사야43장에서 찾을 수 있다. 하나님은 예배하는 자로 창조된 자들을 ‘너는 내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이것은 하나님의 지극히 큰 사랑에 대한 표현이다. 실제로 하나님은 이들을 사랑하시므로 이들이 물 가운데로 지날 때에도, 강을 건널 때에도, 그리고 불 가운데 행할 때에도, 그것들이 해치 못하도록 보호해 주실 것을 약속해 주셨다. 하나님은 이처럼 예배자들을 사랑하신다. 이와 같은 예들은 우리가 동일한 시공간 안에 살지라도 우리의 존재 가치의 유무는 전적으로 부르심에 따라 사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의존 되어 있는 것을 말해 준다.
하나님은 우리가 예배자로서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 수 있도록 공적 예배라는 은혜의 수단을 허락해 주셨다. 그러므로 우리는 공적 예배를 통하여 실제로 하나님께 예배를 드릴 뿐만 아니라 또한 하나님께서 기뻐 받으시는 예배를 드리는 법을 배운다. 이와 같은 사실은 우리 가운데 공적 예배가 합당하게 드려지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우리가 영적 부흥을 경험하기도 하고 영적 침체 가운데 빠지기도 한다는 것을 말해 준다. 실제로 이스라엘의 역사를 살펴볼 때, 그들 가운데 공적 예배가 회복 되었을 때 국가적인 부흥을 맞이하였고, 반대로 그들 가운데 공적 예배가 형식화 되었을 때 국가적으로 영적 침체 가운데 빠졌다. 이것은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모든 시대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동일하게 적용 되는 영적 원리다. 이와 같은 사실은 영적 부흥을 위하여 이 시대에 요청 되는 것은 공적 예배의 회복이라는 것을 말해 준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기뻐 받으시는 공적 예배가 되기 위하여 우리에게 요청 되는 것은 무엇인가? 첫째 하나님에 대한 지식이다. 물론 이 지식은 관념적 지식이 아니라 실제적 지식을 말한다. 여기 실제적 지식이란 어떤 것을 경험하고 얻게 된 지식을 말한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 우리는 그 만남을 통하여 그 사람에 대하여 무엇인가를 알 수 있다. 이렇게 하여 얻은 지식을 실제적 지식이라고 한다. 이런 지식은 우리로 하여금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만일 만남을 통하여 알게 된 사람이 존경받을 만 사람이라면 우리는 그를 존경하게 되고, 무시할만한 사람이라면 우리는 그를 무시한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하나님에 대한 실제적인 지식을 갖게 될 때 그 지식에 합당한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하나님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실제적인 지식만큼 하나님을 예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신령과 진정으로 드리는 예배자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하나님을 알기에 힘써야 할 것이다. 우리는 성경을 통하여 배운 하나님에 대한 지식을 묵상함으로 하나님에 대한 실제적인 지식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지식은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을 찬양토록 이끌어 줄 것이다. 이처럼 하나님에 대한 지식이 우리를 찬양으로 이끌 때 이 찬양이야 말로 하나님께서 기뻐 받으시는 예배가 되는 것이다.
둘째, 하나님께서 기뻐 받으시는 공적 예배가 되기 위하여 우리에게 요청 되는 다른 하나는 ‘예배는 부르심과 응답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이처럼 예배는 부르심과 응답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모든 예배 순서는 부르심이 있고, 부르심과 응답으로 구성 되어 있다. 서신교회 예배 순서를 예로 들어보자. 서신교회 주일 공적 예배는 다섯 개의 주제, 즉 예배로의 부르심, 하나님께 영광을, 성도의 교통, 복된 말씀, 축도 등으로 구성 되어 있다. 이처럼 예배 순서를 구성하고 있는 주제들이 부르심 역할을 하고 그 주제에 속한 순서들이 응답의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첫 번째 주제, ‘예배로의 부르심’에서 인도자는 성도들에게 다음과 같은 부르심에 응답하도록 초청한다. “예배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우리가 창조주 하나님께 드리는 가장 영광스런 일입니다. 또한 하나님께서도 우리 가운데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하는 자들을 찾으십니다. 이 시간 우리 모두 이 부르심에 응답하여 온 마음을 다하여 성삼위 하나님께 예배드림으로 살아 계신 하나님의 임재 가운데 나가기 원합니다.” 성도들은 이 부르심에 ‘아멘’으로 화답함으로 응답할 수 있다. 두 번째 주제는 ‘하나님께 영광을’이다. 이 주제는 우리로 하여금 준비 된 예물을 하나님께 도리도록 초청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순서에 따라 ‘신앙고백’을 드리고, 찬양을 드리고, 봉헌함으로 이 부르심에 응답할 수 있다. 세 번째 주제 ‘성도의 교통’은 우리로 하여금 주님 안에서 서로 교통하도록 초청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교회소식을 통하여, 주간 기도를 통하여 그리고 치유를 위한 기도를 통하여 이 부르심에 응답할 수 있다. 네 번째 주제 ‘복된 말씀’은 하나님께서 우리의 예배를 받으시고 말씀을 주심으로 축복해 주시는 시간이다. 그러므로 들은 말씀을 하나님께서 주신 축복의 말씀으로 믿고 아멘으로 받을 때 그것이 바로 부르심에 대한 응답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주제인 축도는 하나님께서 예배자들을 축복해 주시는 시간이다. 그러므로 목회자가 삼위일체 하나님의 이름으로 축도할 때 그것을 하나님께서 주시는 축복으로 믿고 아멘으로 화답함으로 이 축복의 부르심에 응답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가 공적 예배를 부르심과 응답으로 이해 할 때 비로소 예배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또한 예배는 하나님과 교통하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들 가운데 많은 사람이 예배에 대한 무지로 인하여 공적 예배에 참여할지라도 능동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다만 예배 순서에 따라 수동적으로만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예배는 단순히 종교적 관습일 뿐이다. 그러므로 이들에게 예배 드리는 시간은 지루할 뿐이다. 이것이 바로 생명력을 잃어버린 형식적화 된 예배다. 이런 예배는 우리의 영적 침체 가운데 빠지게 할 뿐이다.
예배에 대한 무지로 인하여 범하게 되는 또 하나의 안타까운 일은 예배를 인간적인 행사로 전락시키는 경우다. 이런 예배는 이름만 예배일뿐이지 완전히 인간 중심이다. 이런 예배는 일반적으로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예배에 나타나는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인도자가 하나님을 의식하지 않고 오직 회중만 의식하며 인도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예배의 주역이 사람이 주역이 되고 하나님은 조역이 되고 있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한 가지는 예배의 목적도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려고 하기 보다는 사람을 기쁘게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종류의 예배일수록 코메디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 있다. 그런데 더욱 안타까운 것은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이런 예배에서 은혜를 받았다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인도자나 회중 모두가 예배에 대한 무지 가운데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그러나 신령과 진정으로 드리는 예배 가운데는 언제나 영광스러움이 있다. 물론 이 영광스러움이란 하나님의 임재하심을 말한다. 아브라함이 모리아 산에서 이삭을 제물로 바쳤을 때 그곳에 준비하시는 하나님께서 임하셨고, 모세가 성막을 짓고 그곳에서 첫 번째 제사를 드렸을 때 그 전에 하나님의 영광의 구름이 가득했고, 선지자 엘리야가 갈멜산에 제단을 쌓고 그 위에 번제물을 올려 놓았을 때 하늘로부터 그 제단 위에 불이 임하여 제물을 태웠다. 그리고 초대교회 성도들이 함께 모여 기도했을 때 그곳에 하나님께서 권능과 사랑으로 임하셨다. 이런 예배를 드리는 곳마다. 성도들 가운데 영적 부흥이 일어났다. 이것은 인간이 세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영광스런 일이었다. 이것을 경험한 사람들은 모두 새로운 사람으로 변화 되었다.
3. “무릇 내 이름으로 일컫는 자 곧 내가 내 영광을 위하여 창조한 자를 오게 하라 그들을 내가 지었고 만들었느니라” 하나님은 우리를 예배자로 불러 주셨다. 이것은 우리로 하여금 창조주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영광스런 일에 참여하도록 해 주시기 위한 부르심이며 또한 우리로 하여금 창조주 하나님의 임재 가운데 참여함으로 영적 부흥을 체험하도록 하기 위한 영광스런 부르심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예배자로 불러주신 것은 우리에게 가장 영광스런 부르심이라는 것을 말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