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피날레(신34:1~12)

오늘은 2017년의 마지막 주일인 송년주일입니다. 매번 연말이 될 때마다 느끼지만 정말 세월이 빠릅니다. 살같이 빠르다는 표현으로 부족할 정도입니다. 그러면 총알같이 빠르다고 해야 하나? 그것으로도 부족한 느낌입니다. 어느 분이 그러더군요. 순간 이동! 정말 그 말대로 순식간에 1년이 지나가버린 느낌입니다.

이렇게 세월이 빨리 흘러가다 보면 1년이 끝나는 것처럼 우리 인생도 언젠가 끝나겠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저절로 마음의 옷깃이 여며집니다.

여러분, 왜 연도수가 중요하고 연말연시가 중요할까요? 어찌 보면 아무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연도가 바뀐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뭐가 달라지는 게 아닙니다. 금년에 떠오르던 해는 내년에도 무심하게 떠오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연도수가 바뀌는 것을 중요시 여기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것은 분주한 일상의 삶 속에서 정신없이 살아가던 우리가 잠시 멈추어서 인생을 생각하고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연말이 있고 송년주일이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당연하지만 때때로 잊고 사는 인생의 진실, 언젠가 내 인생에도 끝이 있고 떠날 날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흔히들 ‘웰빙’(well-being), ‘웰빙’ 하는데 그렇게 고급스럽게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죽는 것도 중요합니다. ‘웰다잉’(well-dying)이라고 하죠. 이 말을 조금 순화시켜 ‘웰엔딩’(well-ending)이란 말을 사용합니다.

한 해를 마치면서 ‘웰엔딩’ 하는 것은 장차 우리 인생을 어떻게 ‘웰엔딩’ 할 수 있을지 연습하는 기회가 됩니다. 그런 점에서 송년주일 말씀은 아주 중요합니다. 부디 이 시간 말씀을 통해서 한 해를 잘 마무리하시고 더 나아가 남은 생애를 잘 마무리하리라 결단하는 귀한 기회로 삼으시기 바랍니다.

‘웰엔딩’을 다른 말로 하면 ‘멋진 피날레(finale)’ 쯤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혹은 유종지미(有終之美), 해피엔딩(happy ending) 등으로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본문을 보면 멋진 피날레로 인생을 마친 인물이 등장합니다. 마치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저무는 해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주인공이 누구인가요? 네, 모세입니다! 아무쪼록 모세의 마지막 모습을 보면서 한 해를 잘 마무리 하시고 더 나아가 멋진 피날레로 장식하는 저와 여러분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본문 신명기는 모세가 쓴 책입니다. 창세기부터 신명기까지 다섯 권의 책이 모세의 저작이죠. 이를 통틀어 ‘모세오경’이라 부릅니다. 그렇다면 의문이 생깁니다. 본문 34장은 임종의 모습을 기록하고 있는데 어떻게 모세 자신이 기록할 수 있느냐 하는 겁니다. 이렇게 정리하면 의문이 풀립니다. 앞에 33장까지는 모세가 직접 기록한 것 맞습니다. 그런데 34장은 아마 여호수아가 기록해서 덧붙여놓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모세의 마지막 모습이고 우리는 그것을 모델로 삼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이제 120세에 도달해 있습니다. 한 마디로 파란만장했던 일생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이 애굽에서 종살이하던 시절 바로 왕의 압제로 태어나자마자 죽임을 당할 운명이었던 모세! 그러나 하나님의 섭리로 공주의 아들이 됩니다. 그로부터 40년 동안은 애굽의 왕자로서 궁궐 생활, 그리고 그 다음 40년은 동족 이스라엘을 괴롭힌 애굽 사람을 죽인 후 도망쳐 칩거했던 미디안 광야 생활, 그리고 마지막 40년은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출애굽한 광야 생활! 이렇게 살아온 120년 세월이 마치 주마등처럼 모세의 눈앞에 스쳐갔을 것입니다. 그는 이제 떠날 날이 가까워졌음을 직감하고 홀로 산꼭대기로 올라갑니다. 본문에는 느보 산이라고 했는데, 아바림 산맥(민27:12) 중에 있는 산입니다. 이 느보 산(山) 중에서도 가장 높은 최고봉인 비스가 봉(峰)에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인생의 마지막을 멋진 피날레로 장식합니다.

[1] 사명을 완수하고 장식한 멋진 피날레

그러면 구체적으로 모세는 어떤 모습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나요? 첫째, 사명을 완수함으로 멋진 피날레를 장식합니다.

그는 약속의 땅 가나안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에게 들어가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그저 눈으로만 보게 하셨습니다. 신34:4 “여호와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이는 내가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맹세하여 그의 후손에게 주리라 한 땅이라 내가 네 눈으로 보게 하였거니와 너는 그리로 건너가지 못하리라 하시매”(cf. 민27:13~23) 인간적으로 보면 아쉽고 섭섭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나요? 표면적으로는 그가 므리바 사건(민수기 20장) 때문입니다. 백성들이 물이 없다고 원망하고 불평할 때 하도 화가 나서 혈기를 부린 적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지팡이를 들고 반석에게 명령하라고 하셨는데, 화가 난다고 지팡이로 반석을 두 번이나 내리쳤습니다. 그때 하나님이 책망하시고 가나안 땅에 못 들어간다고 경고하셨습니다. 그런데 또 하나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모세의 사명은 거기까지라는 겁니다.

모세는 이와 같은 하나님의 뜻을 수긍하고 죽음을 순순히 받아들입니다. 신34:5 “이에 여호와의 종 모세가 여호와의 말씀대로 모압 땅에서 죽어”

그때 모세가 120세였는데도 기력이 쇠하지 않고 정정했습니다. 신34:7 “모세가 죽을 때 나이 백이십 세였으나 그의 눈이 흐리지 아니하였고 기력이 쇠하지 아니하였더라” 그는 기력이 쇠해서 죽은 게 아니었습니다. 사명을 다해서 하나님이 부르신 겁니다. 그는 그 사실을 알아채고 하나님께 후계자를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그때 하나님이 지명한 사람이 바로 여호수아입니다. 여호수아는 오랜 세월 모세의 수종자로 옆에서 훈련을 많이 받은 사람입니다. 모세는 흔쾌한 마음으로 여호수아를 후계자로 세웁니다. 신34:9 “모세가 눈의 아들 여호수아에게 안수하였으므로 그에게 지혜의 영이 충만하니 이스라엘 자손이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신 대로 여호수아의 말을 순종하였더라”

모세는 이처럼 모든 사명을 다 마치고 그는 세상을 떠나 천국에 들어갑니다. 여호수아는 성령의 감동을 받아 그의 생애를 이렇게 평가합니다. 그것은 곧 하나님의 평가입니다. 신34:10(상) “그 후에는 이스라엘에 모세와 같은 선지자가 일어나지 못하였나니 … ” 이래서 모세를 구약의 대표적인 선지자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한번은 죽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죽는가 하는 문제는 아주 중요합니다. 성경은 복된 죽음을 가리켜 이렇게 증거합니다. 사도 요한이 계시로 받은 말씀입니다. 계14:13 “또 내가 들으니 하늘에서 음성이 나서 이르되 기록하라 지금 이후로 주 안에서 죽는 자들은 복이 있도다 하시매 성령이 이르시되 그러하다 그들이 수고를 그치고 쉬리니 이는 그들의 행한 일이 따름이라 하시더라” 세상 사람들은 죽음을 결코 복되다고 말하지 않지만 ‘주 안에서 죽는 죽음’은 복되다는 겁니다. 하나님을 믿는 신앙 안에서 살다가 죽는 죽음, 예수 믿고 천국을 소망하다 죽는 죽음은 복되다는 말입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두 가지 때문입니다. 하나는 영원한 안식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얼마나 많이 수고하고 애쓰며 살아갑니까? 그런데 그 모든 수고를 마치고 안식하게 되었으니 복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믿음으로 수고하고 애쓴 결과 천국의 상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세는 정말 이 말씀대로 오랜 세월 수고한 모든 삶을 마치고 이제 천국의 안식으로 들어간 것입니다. 그리고 천국의 찬란한 빛 가운데 영광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 일입니까!

모세처럼 죽은 신앙의 선배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중에 바울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는 예수님을 만난 후 순교하는 그 순간까지 복음 전파의 사명을 위해 치열하게 인생을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천국에 들어갔습니다. 그가 순교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남긴 유언적 서신이 디모데후서인데, 그 중에 마지막 부분에 그의 최후 고백이 나옵니다. 딤후4:6~8 “6 전제와 같이 내가 벌써 부어지고 나의 떠날 시각이 가까웠도다 7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8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 날에 내게 주실 것이며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도니라” 그는 일말의 의심도 없이 천국에 들어갈 것과 주님 앞에서 상을 면류관을 받을 것을 당당히 선언합니다. 마라톤 선수가 완주를 하고 결승점을 통과할 때의 모습과 비슷한 장면입니다. 얼마나 멋있습니까!

아프리카의 성자로 불리는 리빙스턴은 탐험가 겸 선교사로 밀림 속에서 반생을 살았습니다. 지금은 아프리카도 도시화되어 있지만 그 당시는 밀림 그 자체였습니다. 그는 목숨의 위협이 있었지만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명을 위해 그곳으로 떠났습니다. 중간에 귀국했을 때도 명성을 뒤로 하고 다시 아프리카로 향했습니다. 그러다가 그가 실종되자 영국인들은 물론이고 세계인들이 안타까워하고 궁금해 했습니다. 그때 미국의 뉴욕헤럴드가 파견한 통신원 스탠리가 영양실조와 말라리아로 죽을 지경이 된 리빙스턴을 발견하게 됩니다. 스탠리는 그를 영국으로 돌아가라고 설득하느라 함께 머물렀지만 5개월 만에 두 손을 들고 떠나게 됩니다. 리빙스턴은 그 후로도 계속 밀림에 남아서 활동하다가 1873년 5월 1일 오두막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모습으로 운명하게 됩니다. 노예무역을 뿌리 뽑고 선교 사명을 감당하게 위해 아프리카에 간 지 33년이 흐른 뒤였습니다. 그는 사명을 완수하고 평안히 천국에 들어간 것입니다.

스데반의 이야기도 우리에게 감동적입니다. 그는 젊디젊은 나이에 순교했습니다. 인간적으로 생각해 보면 예루살렘 교회 일곱 집사 중 가장 뛰어난 인물이므로 오래오래 살아남아서 주를 위해 귀한 일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뜻은 달랐습니다. 그는 그것을 알고 순종한 것입니다. 그는 돌에 맞아 죽어갔지만 그 영혼을 받아줄 것을 기도하고 천사처럼 하늘나라로 올라갑니다. 그의 순교 이후 오히려 그로 인해 하나님은 위대한 바울 사도를 탄생합니다. 하나님은 이처럼 인간 도구들을 각각 사용하시며 당신의 일을 하십니다. 그리고 각각에게 하늘의 영광과 상을 베푸십니다.

연말을 맞이하고 보내면서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나는 하나님 앞에서 크든 작든 받은 사명을 잘 감당했는가? 만일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그 대답이 바로 내 인생에 대한 평가가 될 것입니다. 부디 가정에서든 교회에서든 사회에서든 하나님이 맡겨주신 사명에 충성을 다하는 저와 여러분 되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언제 하나님이 부르셔도 “아멘!” 하며 훨훨 날아가듯 천국에 들어가시기 바랍니다.

[2] 성화된 모습으로 장식한 멋진 피날레

둘째, 모세는 성화된 모습으로 멋진 피날레를 장식합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다 이 세상을 떠나는 그 날은 하나님을 뵙는 날입니다. 물론 우리가 이 세상 살 동안에도 하나님을 만납니다. 하지만 육안으로 뵙지 못하고 마음으로 희미하게 느낄 뿐입니다(cf. 고전13:12). 그러므로 하나님을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듯 만나는 그 날은 굉장한 날이 될 것입니다. 그 때 어떤 모습으로 하나님을 뵈올지 생각하면서 마치 결혼 날짜 받아놓은 신부처럼 나 자신의 모습을 가꾸어야 합니다. 예수님의 형상을 닮아가는 성화의 과정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믿음으로 영접하면 즉시 천국 갈 수 있지만, 아직 이 세상에 남아 있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겁니다. 사명이 남아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또 하나는 시간을 두고 성화의 길을 걷게 되는 겁니다. 마치 안경알을 닦듯이 우리의 영혼을 맑고 투명하게 갈고 닦으며 수련을 해야 됩니다. 그러다가 하나님이 부르실 때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야 합니다.

여러분, 모세의 모습을 보십시오. 그의 육신이 강건한 모습인 것도 귀하지만 그의 인격과 영혼의 아름다운 모습이 더 귀합니다. 신34:10(하) “ … 모세는 여호와께서 대면하여 아시던 자요”(cf. 출33:11, 34:35) 그는 늘 하나님을 가까이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오래 함께 하면 닮기 마련입니다. 모세는 세월이 가면서 점점 더 하나님을 닮아간 것입니다. 결국 그는 어떤 사람이 됐습니까? 민12:3 “이 사람 모세는 온유함이 지면의 모든 사람보다 더하더라”

세월이 가면 우리의 육신은 쇠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영혼은 갈수록 새로워지고 성숙해질 수 있습니다. 아니, 우리 안에 예수 그리스도 살아계시면 그게 당연합니다. 그래서 바울은 이렇게 증거합니다. 고후4:16 “그러므로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도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세월이 갈수록 낡아지는 게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

우리의 성화 목표는 예수님의 모습 딱 거기까지입니다. 물론 그 목표를 100% 성취할 수 없을지라도 주님이 부르시는 그날까지 정진해야 합니다. 엡4:15 “오직 사랑 안에서 참된 것을 하여 범사에 그에게까지 자랄지라 그는 머리니 곧 그리스도라”

모세는 본래 혈기가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세월이 가면서 성화됐습니다. 그래서 인격에 향기가 있었고 그의 사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의 향취를 느낍니다. 이런 식물이 있다고 하죠. 선갈퀴(Sweet woodruff)!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울릉도에서 서식하는데 마른 후에도 계속 향기가 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의 별명이 ‘죽어서도 향기가 나는 꽃’입니다.

오래 전 천국에 가신 권사님이 문득 생각납니다. 그분은 정말 온유한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병환이 생겨서 입원했습니다. 심방을 가서 깜짝 놀랐습니다. 친족은 물론이고 일가친척들과 지인들이 얼마나 많이 다녀가는지 갈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겁니다. 그리고 연신 눈물을 흘립니다. 그분이 평소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베풀기를 좋아하고 사랑으로 섬겼는지 그때 알았습니다. 병을 이기지 못하고 천국에 가셨습니다. 하지만 그 향기가 지금도 느껴집니다. 그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사람은 가도 그 인격은 남는 구나!

또 한 해가 가는데 지금 내 모습은 주님을 얼마나 닮아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한 해 한 해 지나면서 우리 영혼과 인격이 더욱 더 주님의 형상으로 성화되고 아름답게 변화되기를 소원합니다. 그래서 부디 모세처럼 가장 아름다운 영혼의 모습으로 하나님을 만나 뵙기를 바랍니다.

[3] 아름다운 작별로 장식한 멋진 피날레

세째, 모세는 아름다운 작별로 멋진 피날레를 장식합니다. 모세가 떠날 때, 그리고 떠난 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보십시오. 백성들이 얼마나 슬피 울며 애도했는지 모릅니다. 신34:8 “이스라엘 자손이 모압 평지에서 모세를 위하여 애곡하는 기간이 끝나도록 모세를 위하여 삼십 일을 애곡하니라”

여러분, 모세와 이스라엘의 광야 40년을 성경을 통해 더듬어 보십시오. 얼마나 우여곡절이 많았습니까? 백성들의 반역과 핍박, 심지어 모세를 죽이려고 달려든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세는 끊임없이 그들을 사랑했고 그들을 섬겼습니다. 고운 정 미운 정 다 들었습니다. 그도 떠날 때 백성들과 헤어지는 게 못내 아쉬웠을 겁니다. 백성들도 떠나가는 모세의 모습을 보면서 울며불며 30일 동안이나 애곡합니다. 아름다운 작별의 장면입니다.

성경에 보면 이런 장면들이 심심치 않게 나옵니다. 스데반이 그랬습니다. 그는 복음을 증거하다 돌에 맞아 죽어갑니다. 그러나 천사처럼 떠나갑니다. 그때 그들은 스데반을 증오했지만 그는 용서하며 떠나갑니다. 행7:59~60 “59 그들이 돌로 스데반을 치니 스데반이 부르짖어 이르되 주 예수여 내 영혼을 받으시옵소서 하고 60 무릎을 꿇고 크게 불러 이르되 주여 이 죄를 그들에게 돌리지 마옵소서 이 말을 하고 자니라” 그 현장에 사울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바울이 되어서 얼마나 스데반에게 미안했을까요? 천국에 가면 스데반과 바울이 만난 겁니다. 어떤 모습으로 만날까 궁금합니다. 스데반이 아마 쿨 하게 받아줄 것 같습니다.

또 바울의 밀레도 고별설교 후 에베소교회 장로들과 작별하는 장면도 아름답습니다. 행20:36~38 “36 이 말을 한 후 무릎을 꿇고 그 모든 사람들과 함께 기도하니 37 다 크게 울며 바울의 목을 안고 입을 맞추고 38 다시 그 얼굴을 보지 못하리라 한 말로 말미암아 더욱 근심하고 배에까지 그를 전송하니라” 선교여행 중에 사도 바울이 급히 예루살렘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이제 가면 핍박자들에게 붙잡혀 죽을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에베소 교회 장로들을 밀레도 항구로 불러 고별설교를 하고 작별합니다. 정말 아름다운 작별의 모습입니다.

며칠 전 신문에 난 이야기입니다. 광주에 살다가 난소암 1년 투병 끝에 돌아가신 향년 78세 노모(40대에 남편과 사별하고 자식들과 함께)의 14줄짜리 유서가 공개됐는데 장례식장이 눈물바다가 됐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 내용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자네들이 내 자식이었음이 고마웠다. 자네들이 나를 돌보아줌이 고마웠네. 자네들이 세상에 태어나 나를 ‘어미’라 불러주고, 젖 물려 배부르면 나를 바라본 눈길에 참 행복했다네. 병들어 하나님이 부르실 때, 곱게 갈 수 있게 곁에 있어줘서 참말로 고맙네. 지아비 잃어 세상 무너져, 험한 세상 속을 버틸 수 있게 해줌도 자네들이었네. 자네들이 있어서 잘 살았고, 자네들이 있어서 열심히 살았네. 딸아이야, 맏며느리, 맏딸 노릇 버거웠지? 큰 애야, 맏이노릇 하느라 힘들었지? 둘째야, 일찍 어미 곁 떠나 홀로 서느라 힘들었지? 막내야, 어미젖이 시원치 않음에도 공부하느라 힘들었지? 고맙다. 사랑한다. 그리고 다음에 만나자. 2017년 12월 엄마가.”

저와 여러분도 만일 오늘 가족과 지인들과 작별한다고 할 때 과연 이렇게 할 수 있을까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송년주일을 보내면서 1년을 마무리하는 가운데 내 인생의 피날레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부족하지만 다행히 하나님이 우리에게 2018년이라는 기회를 새롭게 주십니다. 부디 이전보다 더 잘해서 한 해 한 해 변화된 모습으로 살다가 언젠가 하나님이 부르시면 모세처럼 멋진 피날레를 장식하며 천국에 들어가는 저와 여러분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