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러분 지난 한 주간 안녕하셨습니까? 이 인사말을 보통 영어로 “How are you?”라고 하죠. 그런데 그 인사말 대신에 하는 좀 더 뜻깊은 인사말이 있습니다. “How is your soul?” 혹은 “How is it with your soul?”이라고 인사하는 것입니다. “당신의 영혼은 안녕하십니까?” “영적으로 별고 없으십니까?”라는 뜻입니다. 몸이 건강하다고 다 괜찮은 것이 아닙니다. 생활이 순탄하다고 다 형통한 것이 아닙니다. 요한 삼서의 말씀처럼, 우리의 영혼이 잘 되어야 범사가 잘되고 강건할 수 있는 것입니다.(요삼 1:2)
영혼이 잘 지내기 위해서는 영혼을 위해 투자해야 합니다. 지난 주일 설교에서 말씀드린 세 가지 경건의 훈련이 바로 영혼을 위한 투자입니다. 말씀은 영혼을 살지우는 생명의 양식입니다. 기도는 영혼의 호흡입니다. 예배는 가장 중요한 영혼의 활동입니다. 먹지도 않고 숨 쉬지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는 몸은 뻔한 운명에 처합니다. 영혼도 마찬가지죠. 예배와 기도와 말씀에서 멀어지는 영혼은 절대로 안녕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 지난 한 주간 영적 안녕을 위해서 얼마나 애쓰셨습니까? 누군가가 우리에게 “당신의 영혼은 잘 지내고 있습니까?”라고 묻는다면, “아주 좋습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습니까?
만일 우리의 영혼이 강건하다면, 우리의 삶에는 믿음의 열매가 맺어질 것입니다. 믿음으로 맺는 영적인 열매가 바로 ‘진실한 섬김’입니다. 믿음이 든든하다면 반드시 진실한 섬김의 열매를 맺게 됩니다. 성령이 충만하다, 성령의 은사를 받았다고 하면서 성령의 열매(갈 5:22-23)를 맺지 못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진정으로 성령으로 사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오래참음과 자비와 양선과 충성과 온유와 절제의 미덕을 발휘하며 살아야 합니다.
오늘 야고보서 본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너에게는 믿음이 있고, 나에게는 행함이 있다. 행함이 없는 너의 믿음을 나에게 보여라. 그리하면 나는 행함으로 나의 믿음을 너에게 보이겠다.(18절)
믿음이 있다면, 그 믿음은 반드시 행함으로 드러나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어떤 형제나 자매가 헐벗고 그 날 먹을 것조차 없는데, 여러분 가운데서 누가 그들에게 말하기를 “평안히 가서 몸을 따뜻하게 하고, 배부르게 먹으십시오.”하면서, 말만 하고 몸에 필요한 것들을 주지 않는다고 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15-16절)
정말 그렇지 않습니까? 차라리 말이나 하지 않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헐벗고 굶주린 이웃이 평안하길 진심으로 바란다면 그들에게 따뜻한 물 한컵이라도 건네는 것이 합당합니다. “이와 같이 믿음에 행함이 따르지 않으면, 그 자체만으로는 죽은 것입니다.”(17절) 교우 여러분, 우리의 믿음을 무엇으로 보여주겠습니까? 섬김의 실천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든든한 믿음은 진실한 섬김으로 드러나야 합니다.
2.
기독교의 위기를 이야기하는 것이 이제는 새삼스런 일이 되었습니다. 교인 수는 급격하게 줄고, 문을 닫는 교회의 수는 늘어납니다. 교회의 사회적 영향력과 성직자들에 대한 존경심은 땅에 떨어진지 오래입니다. 특히 교회가 젊은이들로부터 외면 당하고 있습니다. 유럽 교회는 이미 쇠퇴했고, 미국 교회는 쓰러져가고 있고, 한국 교회 역시 쇠퇴의 징조가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교회가 왜 외면당하고 쓰러져가고 있습니까? 첨단 과학 시대에 신앙의 설 자리가 없기 때문입니까? 세상이 너무 악해져서 진리가 외면당하기 때문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누구를 탓하고 무엇을 탓할 일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인들, 특별히 종교 지도자들의 영혼이 안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독교 위기의 핵심에는 결실의 결핍, 실천의 상실이 있습니다. 믿음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믿지 않기 때문에, 즉 믿음에 관한 수다만 늘어놓고 진실한 섬김의 실천은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위기를 맞는 것입니다.
늘 말씀드리는 것처럼,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제자’입니다. 기드온에게 필요했던 것은 3만 2천 명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3백 명의 준비된 사람들이었습니다. 교회에 모인 사람들의 숫자가 아무리 많아도, 섬김의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제자가 많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필요한 것은 제자입니다. 주님께서는 제자를 기다리십니다. 믿음은 있다고 하면서 섬김을 실천하지 않는 사람은 숫자에 불과합니다. 제자는 믿음이 든든하게 자라고, 그 든든한 믿음을 진실한 섬김으로 드러내는 사람입니다.
예수님의 열 두 제자 중에는 세베대의 아들인 야고보와 요한이 있었습니다. 어느날 그들의 어머니가 예수께 찾아와 청탁을 합니다. “나의 이 두 아들을 선생님의 나라에서, 하나는 선생님의 오른쪽에, 하나는 선생님의 왼쪽에 앉게 해주십시오.”(마 20:21) 좋게 말하면 모성애요, 나쁘게 말하면 치맛바람입니다. 아무튼 그 요청에 대해 예수께서 다음과 같이 응답하십니다.
너희 가운데서 위대하게 되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너희 가운데서 으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한다. 인자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으며, 많은 사람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몸값으로 치러 주려고 왔다. (마 20:26-28)
예수님은 어떤 분이십니까? 이 세상을 섬기러 오신 분이십니다. 세상의 가장 낮은 자리에까지 가셔서 온 세상 모든 사람을 섬기는 종이 되신 분이십니다. 우리는 누구입니까? 예수님처럼 종이 되어 섬기기로 결단한 사람들입니다. 이것이 믿음의 핵심입니다. 물론 처음에는 믿음이 건강과 성공, 평안과 행복의 지름길인 것 같아 믿음을 택합니다. 그것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제대로 믿다 보면, 믿는 것이 단지 자신의 요구만 충족시키는 수단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남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다른 사람의 건강과 성공, 평안과 행복을 위해 섬김을 실천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진정한 삶의 기쁨과 의미를 맛보게 됩니다. 그것이 진정한 믿음의 목적인 것을 깨닫게 됩니다.
3.
오늘날은 정보의 시대입니다. 정보가 힘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가가 아닙니다. 얼마나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올바른 정보를 많이 갖게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이죠. 잘못된 정보는 득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독이 됩니다. 특별히 인생의 중대한 문제와 관계된 것일수록 바른 정보가 필요합니다. 사람들이 세상에서 얻는 가장 잘못된 정보가 있습니다. “행복은 소유에 달려있다.”는 정보입니다. 정말 그렇습니까? 재산을 더 많이 소유하면 더 행복합니까? 지식을 더 많이 소유하면 더 행복합니까? 더 강한 권력을 손에 쥐면 더 행복합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잘못된 정보입니다. 진실이 아니라 루머입니다. 잘못되다 못해 거의 치명적입니다.
『멕시코 해안 작은 어촌에 한 어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매일 바다에 나가 반나절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아이들과 놀고, 낮잠을 즐기고, 또 저녁이 되면 마을 사람들과 노래를 부르고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어느날 그 마을에 사업가 한 사람이 낚시하러 왔습니다. 며칠을 지내며 어부가 사는 모습을 지켜보니 답답하고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그래서 사업가가 어부에게 말합니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하면 물고기를 더 잡을 수 있지 않겠어요?” 어부가 대답합니다. “반나절만 잡아도 먹고 사는 데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사업가가 말합니다. “하루에 몇 시간만 더 일하면 더 많은 돈을 벌게 되고, 그 돈으로 큰 배를 사면 더 많은 돈을 벌게 되고, 그 돈으로 공장을 차리면 엄청난 부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나요?” 가만히 말을 듣고 있던 어부가 묻습니다. “그 다음엔 어떻게 되죠?” “그 다음에 당신은 이곳처럼 아름다운 바닷가에 별장을 짓고 느긋하게 삶을 즐길 수 있게 되죠.” 그러자 어부는 빙그레 웃으며 사업가에게 말했습니다. “제가 지금 그렇게 살고 있는데요? 느긋하게 삶을 즐기고 있죠.”』
교우 여러분, 거짓 정보에 속지 마십시오. 행복은 소유를 늘리는 데에 있지 않습니다. 참된 행복은 섬김을 늘리는 데에 있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유일한 소유였던 생명까지 나눠주심으로써 참된 섬김의 본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그 섬김을 본받아 진실한 섬김을 베풀기를 원하십니다. 한 사람의 섬김은 두 사람의 섬김이 되고, 두 사람의 섬김이 네 사람의 섬김이 되고, 여덟, 열 여섯, 서른 둘 … 그렇게 섬김이 퍼져나가 마침내 온 인류가 서로를 섬기게 될 때에 비로소 낙원이 회복될 것입니다.
4.
교우 여러분, 섬기며 사는 것보다 가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성 다미안 신부의 삶이 왜 그리 고귀합니까? 벨기에의 안락한 성당을 떠나 하와이 몰로카이 섬의 나환자촌에서 일평생 한센병 환자들을 섬겼기 때문입니다. 알버트 슈바이처 박사의 삶이 어찌 그리 고귀합니까? 다섯 개나 되는 박사학위 때문이 아니라, 아프리카의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위한 그의 진실한 섬김 때문입니다. 이태석 신부님의 길지 않은 삶이 어찌 그리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까?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 마을에서 온몸으로 그리스도의 섬김을 실천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그렇게 섬기면 가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섬기며 사는 것보다 아름다운 것도 없습니다. 오드리 햅번은 20세기에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세 명의 여배우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로마의 휴일, 티파니에서 아침을,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 등에서 보는 그녀의 아름다움은 인류의 절반(남자)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그러나 오드리 햅번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스크린 밖에서 더욱 빛났습니다. 그분은 1987년에 유니세프 친선대사가 되어 1993년 1월 직장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화려한 은막을 뒤로 하고 베트남, 소말리아, 르완다 등 오지와 전쟁터와 전염병 발병 지역을 누비면서 마음을 다해 진실한 섬김을 실천하였습니다. 사람들은 바로 거기서 오드리 햅번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게 되었습니다. 진실로 섬기는 사람의 모습보다 아름다운 모습은 세상에 없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섬기면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오드리 햅번은 죽기 한 달 전인 1992년 성탄절에 아들에게 시 한 편을 들려주었습니다. 그 시가 그녀의 유언적인 자작시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사실은 샘 레벤슨(Sam Levenson)이란 사람이 지은 시입니다.
아름다운 입술을 가지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하라.
사랑스런 눈을 갖고 싶으면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을 봐라.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으면 너의 음식을 배고픈 사람과 나누어라.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갖고 싶으면 하루에 한번 어린이가 손가락으로 너의 머리를 쓰다듬게 하라.
아름다운 자세를 갖고 싶으면 결코 너 혼자 걷고 있지 않음을 명심하라.
사람들은 상처로부터 복구되야 하며, 병으로부터 회복되어져야 하고,
무지함으로부터 교화되어야 하며, 고통으로부터 구원받고 또 구원받아야 한다.
결코 누구도 버려서는 안된다.
기억하라. 만약 도움의 손이 필요하다면 너의 팔 끝에 있는 손을 이용하면 된다.
네가 더 나이가 들면 손이 두 개라는 걸 발견하게 된다.
한 손은 너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다.
교우 여러분, 우리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을 사용하지 않으면, 우리는 스스로를 장애자로 만드는 것입니다. ‘Good to Great’라는 책이 있습니다. 미국의 비지니스 컨설턴트인 짐 콜린스(Jim Collins)가 쓴 책인데, 좋은 회사에 만족하지 말고 위대한 회사가 되라는 경영 관련 서적입니다. 이 책의 제목은 우리의 인생 경영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도 좋은 사람이 되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위대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좋은 사람은 자기 자신의 인생에 충실한 사람입니다. 부지런하고, 정직하고, 검소하고,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좋은 사람을 넘어서서 위대한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자기 자신의 인생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인생에도 충실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 부지런하고,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기 위해 검소하고,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을 넘어서서 유익을 끼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한마디로, 다른 사람을 진실하게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사랑하는 새빛 교우 여러분, 가치 있는 존재가 됩시다. 우리의 진정한 가치는 우리가 가진 것을 자랑함으로써가 아니라 그것을 나눔으로써 발휘되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사람이 됩시다. 우리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외모에 있지 않고 섬김을 실천하는 따뜻한 마음에 있는 것입니다. 위대한 인생을 살아갑시다. 위대한 사람은 큰 업적을 이룬 사람이 아니라 진실한 섬김을 실천한 사람입니다. 섬김의 참 모범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 진실한 섬김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