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 신명기(58)/도피성

제목 : 일이 잘못 될 때

성경 : 신19:1-21

모세 오경을 보면 거기에 하나의 지배하는 원칙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이 뭡니까? 십계명입니다. 십계명이 그의 모든 사역의 중심이었습니다. 신명기도 그런 원칙에 따라 본다면 18장까지는 하나님께 대한 부분이고 나머지는 사람에 대한 부분입니다. 우리나라에도 헌법이 있습니다. 거기에 따른 시행령이나 각종 부칙들이 있습니다. 오늘 본문은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13절은 제 육계명과 관련이 있습니다. 살인자에 대한 처리 문제입니다. 14절은 도적질하지 말라는 8 계명과 관련이 있고, 15-21절은 거짓 증거 하지 말라는 9 계명과 관련된 것입니다. 우리의 믿음생활은 언제나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먼저는 하나님을 잘 경외하는 수직적인 문제가 잘 이루어져야 하고 더 나아가서는 이웃을 사랑하는 수평적인 면이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가나안 하면 이상의 세계입니다. 젖과 꿀이 흐르는 거룩한 땅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 땅이 아무리 아름답다 할지라도 그 땅에서 살게 될 때 죄를 떠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상과 현실은 엄연히 다릅니다. 그 땅은 피로 얼룩질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그래서 세 가지 범죄자-살인, 도적질, 거짓 증거-를 다루는 법을 말하고 있습니다. 십계명이 일반적인 법이라면 이 법은 시행규칙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1.살인자(1-13절)

하나님께서는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살게 될 때 세 성읍을 구별하여 도피성을 세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요단 동편에 이미 세 개의 도피성이 세워졌습니다. 그러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사는 가나안에는 도합 여섯 개의 도피성이 세워지게 되는 것입니다. 도피성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사람이 살면서 부지중에 실수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실수 중에는 전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죽이는 참극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요즘 같으면 교통사고로 사람이 죽는 경우도 허다하게 발생합니다. 이런 것을 ‘과실치사’라고 부릅니다.

오늘 본문에서 어떤 사건을 말씀합니까?

신 19:4 살인자가 그리로 도피하여 살만한 경위는 이러하니 곧 누구든지 본래 혐원이 없이 부지중에 그 이웃을 죽인 일,

신 19:5 가령 사람이 그 이웃과 함께 벌목하러 삼림에 들어가서 손에 도끼를 들고 벌목하려고 찍을 때에 도끼가 자루에서 빠져 그 이웃을 맞춰 그로 죽게 함 같은 것이라 이런 사람은 그 성읍중 하나로 도피하여 생명을 보존할 것이니라

산에 가서 함께 벌목을 하는 데 도끼가 자루에서 빠져 옆에 있던 이웃을 맞춰 그로 죽게 하는 경우를 말씀합니다. 이것은 의도 된 것이 아니라 부지중에 일어나는 살인인 것입니다.

도피성 제도가 주는 교훈?

1)인간 생명을 고귀하게 여겨라!

피를 흘린 자는 피를 흘려야 합니다(창9:6). 때문에 살인자는 누구나 죽임을 당하는 것이 마땅한 일입니다. 이는 ‘동해보복법’을 근간으로 하는 그 당시 중동지역의 보편적인 규례였습니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살인한 것이 아니라 부지중에 실수로 살인하였다면 반드시 죽임을 당해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랑 많으신 하나님께서는 인간의 한계와 나약함을 깊이 이해하시고 선민 이스라엘을 위하여 특별히 도피성 제도를 만드신 것입니다. 더군다나 그 도피성을 널리 활용할 수 있도록 여러 곳에 안배시키셨으며 도피성까지의 도로를 잘 닦으라고까지 하셨습니다(3절). 이 모든 것은 과실 치사자의 생명을 보호해줌으로써 맹목적인 보복의 악순환을 막아 더 이상 생명이 손실되지 않게 하기 위함입니다. 즉 도피성 제도 속에는 생명을 고귀하게 여기시는 하나님의 뜻이 담겨져 있는 것입니다.

2)사회질서를 존중하라!

하나님께서는 사회질서를 중시하신다는 것입니다. 실로 살인자를 보호해주는 도피성이라 하여 어떤 살인자나 모두 보호해 주지는 않았습니다. 그곳에서는 오직 아무런 미워하는 마음 없이, 실수로 사람을 죽인 자(4절) 만이 보호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반면에 의도적으로 살인한 자는 비록 도피성으로 피한다 할지라도 죽음을 면치 못했습니다(12절). 이는 정의로운 사회질서를 확립하여 선민으로서의 자격을 상실치 않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의지였습니다. 오늘날 우리 성도들에게 있어서도 사회 윤리와 질서를 지키는 것은 종교적 책무만큼이나 중요한 의미입니다.

3)도피성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의지하라!

도피성은 모든 인류의 죄를 속량하시고 죄인들을 넓은 사랑의 품으로 안으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하고 있습니다. 진정 죄로 말미암아 죽었던 죄인이지만 예수께로 나아가면 누구든지 구원을 받게 된다는 귀한 진리가 이 도피성 제도 안에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인간은 그리스도께 도피해야 합니다. 구약에 나타난 도피성은 복음입니다. 실로 도피성에 들어가는 데 어떤 희생이나 대가도 요구되지 않았듯이 주님께로 나아가는 길에 있어서도 아무런 조건이 필요 없습니다. 그저 그 품으로 피하면 되는 것입니다. 단지 그분을 믿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2.도적질(14절)

신 19:14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주어 얻게 하시는 땅 곧 네 기업 된 소유의 땅에서 선인의 정한 네 이웃의 경계표를 이동하지 말찌니라

도적질하지 말라는 여덟 번째 계명과 관계된 것입니다. 이제 이스라엘 백성들은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각 지파를 따라 또는 가족대로 그 땅을 할당받을 것이고 그것이 그들의 유업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땅에는 어디까지가 어느 지파의 땅인지 구분해주는 경계표가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욕심이 생겨서 그 경계표를 옮겨 자신들의 땅을 넓히고 싶어 할지도 모릅니다. 그럴 때 이 부분의 말씀에서 모세가 가르치고 있는 것은 선인이 정한 네 이웃의 경계표를 옮기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일종의 도적질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말씀을 오늘 신약 시대에 이렇게 적용해볼 수 있습니다.

롬 15:20 또 내가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르는 곳에는 복음을 전하지 않기로 힘썼노니 이는 남의 터 위에 건축하지 아니하려 함이라

이것이 깨끗한 복음 전파자의 양심입니다. 저도 목회하면서 그렇게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고후 10:13 그러나 우리는 분량 밖의 자랑을 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이 우리에게 분량으로 나눠 주신 그 분량의 한계를 따라 하노니 곧 너희에게까지 이른 것이라

이 말씀을 보면 하나님께서는 복음 전파자들에게 분량에 따라 한계를 정해주신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고후 10:14 우리가 너희에게 미치지 못할 자로서 스스로 지나쳐 나아간 것이 아니요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너희에게까지 이른 것이라

고후 10:15 우리는 남의 수고를 가지고 분량 밖에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너희 믿음이 더할수록 우리의 한계를 따라 너희 가운데서 더욱 위대하여지기를 바라노라

사도 바울은 남지 수고한 것을 가지고 자기가 수고한 열매라고 자랑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고후 10:16 이는 남의 한계 안에 예비한 것으로 자랑하지 아니하고 너희 지경을 넘어 복음을 전하려 함이라

바울 사도는 복음을 전하는 일에서 매우 순수하였습니다. 그는 자기가 힘써 전해서 그 열매로 자기가 위대해지기를 바랐습니다. 결코 다른 사람의 열매로 자기의 자랑거리로 삼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주님의 일을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그 소유의 땅에서 경계표 안에 머무는 것을 배워야 합니다.

더 나아가 육신적인 일에 있어서도 남에게 손해를 끼치는 행위는 바로 경계표를 옮기는 것과 같습니다. 며칠 전 뉴스에 산외 모교회 장로님이 크게 부도를 내고 야반도주하였다는 것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그 교회는 얼마나 큰 타격을 입었겠습니까? 이것이야 말로 남의 경계표를 옮기는 행위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재산법을 건전하게 존중하는 것은 평화로운 사회를 유지하는 데 필수 불가결한 요소입니다. 하나님은 자신의 백성에게 ‘도적질 하지도 말지니라.’(5:19)고 말씀하셨습니다. 더구나 하나님은 다른 사람의 재산을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생각조차도 경고하셨습니다.

신 5:21 네 이웃의 아내를 탐내지도 말찌니라 네 이웃의 집이나 그의 밭이나 그의 남종이나 그의 여종이나 그의 소나 그의 나귀나 무릇 네 이웃의 소유를 탐내지도 말찌니라

사실상 땅 전체의 주인이 누구이십니까? 하나님이십니다.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그중 일부를 우리 이웃에게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이웃에게서 하나님이 주신 선물을 강탈할 권리가 없습니다. 하나님은 자비로우신 분이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다른 사람의 재산을 존중해주어야 합니다.

3.거짓 증거(15-21절)

15절부터 마지막 절까지는 아홉 번째 계명에 관계된 것입니다. 어떤 사건에 대한 올바른 재판 절차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죄인이라 할지라도 두 세 사람의 확실한 증인이 있어야만 죄인을 처벌 할 수 있게 했습니다. 불확실하게 떠도는 소문만 가지고 판단하거나 명확한 증거나 증인이 없는 사건을 임의로 처리해서 무고한 죄인을 만들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확실한 증거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그 사람에게 의심하는 부분이 있다 하여도 범인으로 다룰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것은 현재법에도 있는 원리입니다. 최종적으로 재판관이 유죄 판결을 확정하는 순간부터 그 사람이 죄인이 되는 것이지 그 이전에는 죄인 취급을 할 수 없습니다. 이 점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생각해 보아야 하는 점이 많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언론의 폐해가 큽니다. 아직 명백한 증거가 드러나지 않았는데 벌써 확정이 된 것처럼 기사를 쓰고 여론을 그쪽으로 몰아갑니다. 나중에 그 사람이 무죄인 것이 밝혀지면 모르는 척 눈에 잘 띄지 않게 한 쪽 구석에 두 세 줄로 슬그머니 정정 보도를 내는 일로 사건을 끝냅니다. 그러나 이미 그 사람에게는 죄인의 낙인이 찍혀 있기 때문에 그 오명을 벗기 어렵습니다. 언론이 손을 대면 한 사람이 패가망신하는 일이 순식간입니다. 문제가 생겼다고 판단될 때 크게 터뜨리기는 잘 하면서 나중에 수습하는 일은 나 몰라라 하고 전혀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일을 수습하기는커녕 오히려 다른 사건으로 넘어가서 또 그 사건을 확대시키는 데에 정신이 없습니다. 이런 모든 행위들이 얼마나 부조리합니까?

위증자는 자신이 고발한 사람이 받기 원했던 것과 똑 같은 벌을 당해야 했습니다. 어떤 사회든 그 가운데 사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해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한다면 그것은 병든 사회입니다. 여호와는 진리의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은 어떤 말씀으로도 우리를 속이지 않으십니다. 그러므로 언약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의 말 또한 믿을 만하고 확실해야 합니다.

어떤 그리스도인도 이웃에게 해를 끼치기 위해 법정에서 의도적으로 거짓 증언을 하기로 마음먹어서는 안 됩니다.

오늘 결론으로 주신 말씀을 생각해 보고 말씀을 마치겠습니다.

신 19:21 네 눈이 긍휼히 보지 말라 생명은 생명으로,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손은 손으로, 발은 발로니라

1)문자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신체적 피해를 입힌 경우 정확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라는 것입니다.

출 21:23 그러나 다른 해가 있으면 갚되 생명은 생명으로,

출 21:24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손은 손으로, 발은 발로,

출 21:25 데운 것은 데움으로, 상하게 한 것은 상함으로, 때린 것은 때림으로 갚을찌니라

출 21:26 사람이 그 남종의 한 눈이나 여종의 한 눈을 쳐서 상하게 하면 그 눈 대신에 그를 놓을 것이며

출 21:27 그 남종의 한 이나 여종의 한 이를 쳐서 빠뜨리면 그 이 대신에 그를 놓을찌니라

이때 ‘동해 복수법’을 사용하면 종은 그 주인의 눈을 상하게 해야 하고, 이를 빼야 합니다. 그러나 전후 문맥을 보면 신체적 보복은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습니다. 다른 형태로 보상할 길을 주신 것입니다.

2)심지어 위증이나 거짓 무함이 의심의 여지없이 입증된 경우에도 이 말은 여러 형태의 보복적 처벌을 가하라는 공개적인 권유가 아니었습니다.

이 말의 의도는 실제로는 그와 정반대입니다. 이 말은 가혹하고 극단적인 보복이 성행하던 시대, 복수자가 부과할 수 있는 신체적 형벌의 유형에 엄격한 제한을 가했습니다. 톰슨은 여기에 나오는 원리는 복수를 위한 허가증이 아니라 정의를 보증해 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복수를 조장하는 대신, 복수를 제한하며, 재판관이 범죄에 적합한 형벌을 결정할 때 지침 역할을 하였습니다.

3)예수님이 산상수훈에서 이 말을 인용하신 것은 종종 사람들이 상상하듯이 구약 법 절차의 항목을 폐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법정에 적용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예수님은 하늘나라 시민은 ‘개인적으로 당한 해를 복수하려 애써서는 안 되며, 원수에게 선을 행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 주님은 재판관들에게 행악하는 자들을 벌하는 일을 벌하는 일을 그만두라고 지시하시지는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적용할 때에는 그 전후 상황을 잘 살펴서 바르게 적용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전혀 엉뚱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무조건 악을 선으로 갚는 것이 기독교라고 생각하는 것은 성경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용서받았다고 국가가 그 살인자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피해자가 죄인을 용서하였다 할지라도 국가는 살인죄에 해당하는 벌을 내리는 것이 공의입니다. 개인의 윤리와 국가의 법은 이런 차원에서 분명히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