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 12:6-13:4 |
아브라함의 상황이 미국에서 이민자의 삶을 사는 분들이 당하는 상황과 비슷합니다. 고향에 있는 재산과 기업을 다 정리하여 자녀교육 혹은 잘 살아보려는 꿈을 가지고 가족들과 함께 미국에 왔습니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말도 제대로 안 통하지, 먼저 이민 온 사람들이 자기를 이용하려는 것 같이 느껴지지, 분주하게 살다보니 자식과의 대화는 점점 없어지지, 피부로 느끼는 미국의 경기는 점점 좋지 않다고 하지, 먹고살기 위하여 무엇인가 해야 하는데 마땅히 할 비즈니스를 찾기가 쉽지 않지, 그나마 갖고 있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데 불안하지 등등. 공연히 미국에 온 것이 아닌가 하는 후회가 밀려올 때가 있습니다. 교회를 다녀도 때로 우리를 답답하게 하거나, 섭섭하게 하는 일들이 생기면 신앙생활에 회의를 가지기도 합니다. 안 보고 안 한다고, 혹은 다른 곳에 간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근본적인 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악순환은 계속됩니다.
그러나 낙심하시지 말기 바랍니다. 하나님의 사람들의 시련 속에는 하나님의 특별한 계획이 있습니다. 가나안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고 하는 때에 아브라함에게 임한 시련은 하나님이 베푸시는 복을 받을 만한 믿음의 큰 그릇을 준비하게 하는 과정입니다. 다만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시험한다고 말해주지 않으십니다. 그러니 아브라함 편에서 볼 때 답답하고 실망스럽습니다. 마찬가지로 하나님이 우리에게 시험을 한다고 미리 알려주지 않으십니다. 시련을 당하는 아브라함의 모습에 각자의 모습을 비추어보시고 아브라함을 다루시는 하나님의 손길에서 하나님은 어떤 분인지 깨닫고 그 하나님과 동행하며 약속의 백성, 복 받은 믿음의 백성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하란에서 가나안으로(12:6-9)
6절에 보면 하란에서 온 아브라함이 가나안에 들어가서 그 땅을 지나 갔다고 합니다. 하나님이 약속하신 가나안 땅에 들어갔는데 왜 ‘정착했다’는 표현을 쓰지 않고 ‘통과하여 갔다(pass through)’고 할까요? 6-9절은 앞으로 있을 아브라함의 신앙 여정을 요약해서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라가 죽었을 때 아브라함이 사라를 위한 매장지를 사기 위해 헷 족속에게 자기를 소개했습니다. “나는 당신들 중에 나그네요 거류하는 자이니”(창 23:4) ‘나그네’란 그 땅에 사는 사람들 틈에 끼어서 임시로 거주하는 자를 뜻합니다. “그들이 나온 바 본향을 생각하였더라면 돌아갈 기회가 있었으려니와 그들이 이제는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니 곧 하늘에 있는 것이라”(히 11:15-16) 아브라함이 바라본 본향은 갈대아 우르나 하란이 아니었습니다. 이 땅에서는 완성되지 않을 더 나은 본향, 즉 하늘에 있는 본향을 바라보았습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이 약속한 땅이 가나안 땅이 아니라 하늘의 땅임을 알고 가나안 땅을 나그네처럼 그냥 통과하여 지나갔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예수를 믿고 사는 우리도 이 땅에서의 삶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새 하늘과 새 땅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아브라함이 북쪽에서 내려왔을 테니까 물이 풍부하고 농사짓기 좋은 갈릴리를 지났을 것이고 거기서 더 내려와 세겜 땅 모레의 상수리나무가 있는 곳에 이르렀습니다. 상수리나무는 구약에서 가나안 종교의 문란한 종교의식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내 백성이 나무에게 묻고 그 막대기는 그들에게 고하나니 이는 그들이 음란한 마음에 미혹되어 하나님을 버리고 음행하였음이니라”(호 4:12). 아브라함이 도착한 세겜 땅에 가나안 사람들이 이미 우상을 섬기고 있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창세기 35장을 보면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세겜을 떠나 벧엘로 올라가라고 하십니다. 그래서 야곱이 식구들에게 말합니다. “우리가 일어나 벧엘로 올라가자 내 환난 날에 내게 응답하시며 내가 가는 길에서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께 내가 거기서 제단을 쌓으려 하노라”(35:4) 하면서 그들이 갖고 있던 모든 이방 신상들과 귀고리들을 세겜 근처 상수리나무 아래에 묻고 떠납니다.
하나님께서 이 땅을 주신다고 하시는 데 와서 보니 그 땅은 ‘빈 땅’이 아니라 이미 가나안 사람이 차지하고 있었고, ‘네 자손에게 주리라’하시는데 아브라함은 아직 한 명의 자식도 없는 상황입니다. ‘내가 잘못 들었나’할 정도로 하나님의 약속이 자칫 아브라함에게 공허하게 들릴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브라함은 노아가 방주에서 나와 했던 것처럼 그곳에 제단을 쌓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벧엘과 아이 사이에 있는 산간 지역으로 옮겨가서 장막을 치는데, 거기서도 제단을 쌓고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며 예배했습니다. 그리고 또 이동합니다. “점점 남방으로 옮겨갔더라”하였는데 거기서 ‘남방’은 단순히 남쪽 지방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헤브론이나 브엘세바가 있는 Negev지역을 가리킵니다. 성경은 아브라함이 어떻게 이런 믿음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믿고 순종하며 스스로 단을 쌓고 예배를 드리며 신앙의 여정을 시작한 것은 분명합니다.
아브라함에게 주신 시험문제: 가나안 땅의 심한 기근
“애굽에 ... 내려갔으니”(12:10)
아브라함의 해결책: 애굽으로 피신
아브라함이 가나안 땅에 오고 싶어서 온 것이 아닙니다. 요즘 이민자들처럼 호주로 갈까, 캐나다로 갈까, 미국으로 갈까 자료를 수집하고 비교 검토한 후에 가나안을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하나님이 가라고 하셨으니 왔는데 그 땅에 기근이 들었습니다. 신앙생활을 시작한다고 주님께 헌신하기를 다짐한다고 갑자기 모든 일이 순탄하게 잘 풀리고 먹고사는 문제에 대하여 걱정이 없어지고 자기 생각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믿음이 있어도 IMF 사태를 당하기도 하고, 직장에서 lay-off 당하기도 하고, 가정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질병에 걸리기도 합니다. 그럴 때 신앙에 회의가 생기고, 자신의 힘으로 무엇인가 해보려는 유혹을 받습니다.
어떻게 하나님의 약속을 직접 받고도 가나안을 떠나 애굽으로 내려갈 수 있을까? 아브라함의 믿음 없음을 책망하며 나 같으면 끝까지 하나님을 의지하며 가나안에 남아 있었을 텐데 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혹 계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남의 일 같이 여겨지는 일이 막상 내 일로 다가왔을 때에도 여전히 믿음을 좇아 행동하는 것이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닙니다. 눈앞에 어려움이 닥치면 우선 살길부터 찾는 것이 우리의 모습입니다. 내가 살아야 하나님도 있고 내가 잘되어야 교회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먹고사는 문제가 먼저 해결된 후에야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겠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살다보면 신앙생활은 점점 뒷전으로 밀리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브라함은 어떻게 합니까? 믿음의 초년병인 그가 하나님께 부르짖거나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했다는 말이 없습니다. 기근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보려고 합니다. 75년을 살아온 인생의 지혜와 경험을 총동원하여 아브라함이 찾은 해결책이 무엇입니까? 애굽으로 가자. 거기에는 우리 식구들이 굶지 않고 살 수 있는 물과 양식이 있다고 생각하고, 가족을 이끌고 가나안을 떠나 애굽으로 향합니다. 애굽으로 가면 문제가 해결됩니까? 그의 해결책은 생각지 않은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킵니다.
“그대는 나의 누이라 하라”(12:13)
새로 생겨난 문제: 아내로 인하여 목숨의 위협을 느낌
아브라함의 해결책: 거짓말 공모
사래의 아름다운 외모는 아브라함에게 또 다른 불안을 가져다줍니다. 왜냐하면 당시에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아내를 둔 남자를 죽이고 그 아내를 빼앗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브라함은 애굽 사람들이 자신의 아내 사래를 빼앗기 위해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고 염려했습니다. 아브라함이 젊었을 때는 아내의 미모를 인하여 으스대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미모가 도리어 자기의 목숨을 위협하게 됩니다. 이런 것을 보면 인생만사 새옹지마. 잘 나간다고 목에 힘을 줄 것도 없고 안 된다고 염려할 것도 없습니다. 사나 죽으나 우리는 하나님을 의지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아브라함은 극도의 불안과 두려움 속에 머리를 굴립니다. 그는 먼저 자기의 아내를 아리따운 여인이라고 하면서 아내에게 다른 사람들 앞에서 거짓으로 자신의 누이 행세를 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엄밀히 따진다면 사라가 아브라함의 누이라는 것이 전혀 틀린 말은 아닙니다. 창 20:12절을 보면 사라는 아브라함의 이복 누이였습니다. 인구가 희소하던 그 당시에 근친 사회를 이루는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이제 결혼을 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사라를 아내라 하지 않고 누이라고 내세우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믿음의 조상으로 알려진 아브라함이 본문에서는 아내를 이용하여 자기 목숨을 건져보려는 치사한 남자, 전혀 매력 없는 남자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아브라함의 모습은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는 불신앙의 모습뿐만 아니라 자기의 유익만을 구하려는 이기적인 면을 아울러 보여줍니다.
“그 여인을 바로의 궁으로 취하여 들인지라”(15절)
새로 생겨난 문제: 바로가 사라를 취함
아브라함의 해결책: 없음
아브라함은 마침내 애굽에 도착합니다. 아브라함의 예상대로 애굽 사람들이 사라가 심히 아리따움을 보았습니다. 가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애굽 사람들의 눈에 자기들보다 하얀 피부를 가진 셈족 여인 사라가 등장하니 애굽 남자들의 마음이 설레기 시작합니다. 사라의 소문이 빠르게 퍼져 나갑니다. 바로의 고관들도 사래를 보고 감탄합니다. 그 소문이 바로의 귀에까지 들어갑니다. 그들이 바로 앞에서 사래의 아리따움을 칭찬합니다. ‘전하, 아름답게 생긴 외국 여자 하나가 그의 오빠와 함께 이곳에 왔나이다’그러자 바로는 기다렸다는 듯이 사래를 궁으로 이끌어 들입니다. 바로가 사라의 일로 인하여 기뻐하며 아브라함을 후대합니다. 신부대금으로 양, 소, 노비, 암수 나귀와 약대 등 많은 것들을 선물로 줍니다. 바로를 속인 대가로 많은 재물이 생겼지만 졸지에 사랑하는 아내를 애굽 왕에게 빼앗기고 말았으니 아브라함이 얼마나 황당했을까요? 이럴 줄 알았더라면 애굽으로 오지 않았을 텐데 후회해봤자 이제는 엎질러진 물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궁리를 해도 바로에게 끌려간 사라를 다시 데려오는 것은 불가능하게 여겨집니다.
“하나님이 ... 큰 재앙을 내리신지라”(12:17)
하나님이 개입하시니 모든 문제가 해결됩니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가나안으로 부르신 것은 특별한 뜻이 있는 것인데 아브라함은 그것을 몰랐습니다. 가나안에 흉년이 드니 그것을 피하려 애굽으로 내려왔고, 자기 아내 때문에 죽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거짓말을 했고, 거짓말을 하다 보니 사라를 바로에게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첫 단추를 잘못 꿰니 모든 일들이 뒤틀려집니다. 아브라함은 끝까지 하나님을 의지하고 하나님의 때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조급한 마음에 인간적인 수단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하였습니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 자기의 얕은꾀로 무엇인가 하려고 할 때 본인도 실패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주게 됩니다. 아브라함으로 하여금 큰 민족을 이루게 하신다고 하나님이 약속하였는데 사라가 남의 아내가 되었으니 이 약속은 물 건너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내 힘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자기의 부족과 한계를 인정할 때 하나님이 일하십니다. 하나님이 개입하시는 것은 단지 빼앗긴 사라를 찾아오기 위함이 아닙니다. 인류 역사는 하나님의 구원역사입니다. 궁극적으로 아브라함의 후손인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인류를 구원하십니다. 그런데 아브라함은 믿음의 조상입니다. 사라와 사이에 낳은 자식, 그리고 그 후손을 통하여 메시아가 와야 하는데 사라가 바로의 아내가 되면 사단의 자식밖에 낳을 수 없습니다. 17절부터 20절까지 매 절마다 ‘아내’라는 단어를 반복함으로써 사라가 아브라함의 아내임을 분명하게 강조합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과 사라를 통한 약속을 성취하시려고 사라를 구원하셨습니다. 성경에 바로가 어떤 재앙을 당했는지는 자세하게 언급하지 않습니다. 분명한 것은 바로가 이 재앙을 인하여 크게 놀란 것이요 이 재앙이 사라를 취한 것으로 임한 것을 알았다는 점입니다. 바로가 아브라함이 자신을 속인 것을 알고 그를 불러 심문합니다. ‘네가 어찌하여’를 세 번이나 반복하며 아브라함이 저지른 죄에 대해 추궁합니다. “네가 어찌 그를 누이라 하여 내가 그를 데려다가 아내를 삼게 하였느냐”바로가 아내를 삼고자 했음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브라함의 대답은 나타나 있지 않습니다. 사실 아브라함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입니다. 그의 침묵은 아브라함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당시 왕을 속인 죄는 사형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간섭하시니 아브라함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합니다. 인간적인 방법을 사용한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모르는 바로에게 책망을 듣습니다. 사실은 하나님이 바로의 입을 빌려 아브라함을 꾸짖은 것입니다. 성도가 성도답게, 교회가 교회답게 행동하지 못하면 우리와 교회를 향한 세상 사람들의 입을 통하여 하나님이 책망하십니다. 바로는 심문을 끝내고, 사람들에게 아브라함과 그의 아내, 그리고 그에게 속한 모든 것을 내보내도록 지시합니다. 여기에 사용된 동사 ‘보내었더라’는 3:23에서 아담과 하와가 에덴에서 추방당할 때 사용되었던 그 단어입니다. 그리고 이후에 이스라엘 백성이 바로의 압제에서 해방될 때 이 단어가 또 사용됩니다. “이제 내가 바로에게 하는 일을 네가 보리라 강한 손으로 말미암아 바로가 그들을 보내리라 강한 손으로 말미암아 바로가 그들을 그의 땅에서 쫓아내리라”(출 6:1)
사라와 함께 애굽을 나오는 아브라함의 심정은 어떠합니까? 하나님을 온전히 의지하지 못한 것,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성급하게 행동한 것을 인하여 부끄러워했을 것입니다. 아내에게 미안했을 것입니다. 남편과 공모했다가 잠시지만 바로의 궁에 끌려갔다가 돌아온 사라의 심정은 어떠할까요? 수치감이 사라를 괴롭혔을 것입니다. 4000년 전에 아브라함이 저질렀던 이 사건이 성경에 담겨져 오늘도 우리는 아브라함의 부끄러운 모습을 봅니다. 우리가 행한 모든 삶의 내용들도 낱낱이 기록이 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아브라함의 모습이 바로 우리의 모습입니다. 아브라함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랑하시고 인도하시는 하나님이 얼마나 우리에게 위로가 되는지 모릅니다.
“거기서 여호와의 이름을 불렀더라”(13:4)
아브라함이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합니다
아브라함이 말씀에 불순종하여 애굽으로 내려갔지만 하나님은 애굽까지 따라가셔서 그를 지켜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자기를 의지하는 자들이 넘어지거나 실족하더라도 회복시키십니다. 어떤 환난과 핍박이 와도 지켜주십니다. 하나님이 택한 자는 끝까지 책임지십니다. 하나님의 지시 없이는 절대로 약속의 땅 가나안을 떠나서 안 된다는 교훈, 하나님을 떠나서는 교훈, 믿음을 떠나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아브라함은 비싼 대가를 치르고 배웠습니다. 아브라함이 이 모든 시련을 마치고 가나안으로 와서 한 것이 무엇입니까? 벧엘과 아이 사이에 그가 처음으로 단을 쌓고 하나님께 예배를 드렸던 곳에서 다시 예배를 드렸습니다. 고난이 왔을 때 그는 하나님을 찾지도 부르지도 않았습니다. 애굽에서도 하나님을 찾지 않았습니다. 실컷 얻어맞고 수모를 당하고 실패와 좌절을 당한 후에야 탕자와 같이 가나안에 돌아와서 비로소 자기를 인도하신 분은 하나님이라는 것을 깨닫고 감사의 예배를 드립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믿음이 모든 것을 자동적으로 해결해주지 않습니다. 아브라함이 가나안 땅에 들어왔을 때 영적으로는 어린아이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세상은 어떻습니까? 믿음의 어린아이라고 쉬운 문제만 주지 않습니다. 어른도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도 때로 주어집니다. 하나님이 우리의 지혜와 능력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라고 내버려두지 않으십니다.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잠 3:6). 우리는 하나님의 도우심이 없이는 한시도 살 수 없는 연약하고 부족한 존재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문제보다 시련보다 더 크신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며 그 모든 것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우리의 믿음이 자라게 됩니다.
가나안 땅의 기근이 아브라함에게 있어 분명히 고난입니다. 그 고난을 스스로 해결해보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상황만 더 악화되었을 뿐 제대로 풀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실패와 좌절을 통하여 아브라함은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조금 더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만이 살길인 것을 너무도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약속의 땅에도 기근이 옵니다. 그러나 약속의 땅의 기근은 우리의 믿음의 성장을 위해서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것입니다. 우리도 가나안의 기근같이 어려운 지경이나, 신앙의 갈등에 빠질 때가 많습니다. 눈을 감고 기도할 때는 하나님이 계시고 응답주실 것 같은데 눈을 뜨면 하나님이 보이지 않고 내게는 아무 것도 해주실 것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지 않습니까? 나의 상황은 절박한데 하나님의 응답은 더디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까? 아브라함의 행동이 믿음 없는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막상 자기의 형편이 힘들어지면 아브라함처럼 내려가서는 안 되는 애굽으로 내려가지는 않습니까?
아브라함이 그의 여정동안 무엇을 남겼습니까? 니므롯과 같이 큰 성을 건설하고 큰 업적을 쌓고 자기 이름을 날리지 않았습니다. 아브라함이 일생동안 한 것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자신을 드리는 단을 쌓은 것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이 지나온 자리를 돌아볼 때 무엇이 남아있습니까? 순종과 헌신과 희생의 단입니까 아니면 먹다버리고 쓰다버린 쓰레기입니까? 가나안 땅은 아브라함에게 믿음의 훈련장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 작게는 우리의 가정, 사업장, 교회도 믿음의 훈련장입니다.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로 우리의 믿음에 도전을 하는 일들이 벌어집니다. 우리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문제로 인하여 마음이 답답해지기도 합니다. 상황이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주고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인도하시는 주님을 끝까지 붙들며 믿음을 지킬 때 우리는 아브라함과 같이 하나님의 은혜를 천국에서만 누릴 뿐 아니라 이 땅에서도 맛보고 누리게 됩니다. 예수님을 믿으면 환경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환경을 대하는 마음의 자세가 달라집니다. 오직 감당할 시험만을 허락하시고 시험 당할 즈음에 피할 길을 마련하여 주시는 그 주님을 바라보며 우리를 위하여 보혈의 피를 흘려주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앞으로 날마다 나아가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이 땅에서 나그네요 순례자로 살아가는 자들입니다. 아브라함처럼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면서 인생 여정에 순종과 헌신과 희생의 단을 계속 쌓으면서 본향을 향하여 믿음으로 전진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