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의 교훈

삼상 1:9-28

   성경을 보면 하나님의 사람들이 비슷한 고난을 통해서 하나님 앞에 연단을 받은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그 중에 불임의 고난을 통해 연단을 받은 여성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몇 사람을 들 수 있습니다. 이삭의 어머니인 사라, 야곱의 어머니인 리브가, 요셉의 어머니인 라헬, 삼손의 어머니인 마노아의 아내, 그리고 사무엘의 어머니인 한나 등입니다.

   여성신학자인 수잔 에커만은 이 여인들의 불임 이야기를 하나님께서 역사하시는 중요한 ‘모티브’ 가운데 하나라고 보면서, 이것을 “불임 모티브”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면서 이 불임 모티브 안에 공통되는 네 단계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첫째, 불임으로 인해 고통을 겪는 단계

둘째, 아들 출산에 대한 약속을 받는 단계

셋째, 약속대로 아들을 낳는 단계

넷째, 그 아들을 하나님께 바치는 단계

   오늘의 본문에 나오는 한나의 이야기는 이 불임 모티브의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우선 한나가 불임 때문에 고통을 겪으며 하나님께 서원기도를 드렸습니다. 다음으로 기도의 응답으로 아들 출산에 대한 약속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한나가 하나님의 약속대로 사무엘을 낳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나는 하나님께 약속드린 대로 사무엘을 하나님께 바쳤습니다.

   우리는 이 한나의 이야기 속에서 인간의 고난을 통해 놀라운 역사를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고난 속에서도 믿음을 잃지 않고 하나님께 소중하게 쓰임을 받는 하나님의 사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발견들을 통해 소중한 영적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제 한나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고난을 견뎌내다

   에브라임 산지 라마다임소빔이라는 곳에 엘가나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두 아내를 두고 있었습니다. 한 사람의 이름은 한나이고, 다른 사람의 이름은 브닌나입니다. 아마도 사사시대의 영적 어둠 속에서 이 사람은 율법의 가르침과 다른 일부다처제의 풍조를 따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브닌나는 자식이 있었지만, 한나는 자식이 없었습니다. 남편 엘가나가 한나를 더 사랑하자, 브닌나는 한나가 자식이 없다는 이유로 괴롭혔습니다. 브닌나의 자식 가진 유세에 한나는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당시 유대 사회에서 자식이 없다는 것은 하나님 앞에 저주 받은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성소에 나가 제사드릴 때 늘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특히 브닌나는 성소에 나가 제사드릴 때면 더 거세게 한나를 괴롭혔습니다. 그래서 한나는 성소에 나가 제사드릴 때마다 울어야 했고, 너무 속이 상해 아무 것도 먹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한나가 이 고난 속에서 보인 태도입니다. 한나는 아무리 힘들어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자기를 괴롭혀온 브닌나와 맞서서 싸우지 않았습니다. 한 마디로 고난을 잘 견뎌낸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 앞으로 달려가 기도했습니다.

  찰스 스탠리목사님이 쓴 [내게 맡겨라]라는 책을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목사님이 젊은 부인과 상담을 하게 됐습니다. 이 부인은 유방암으로 고생하다가 골수암으로 전이 됐다는 진단을 받게 됐습니다. 당시 이 부인은 “왜 하필 나에게?”라고 물었습니다. 자기에게 다가온 고난에 대한 첫 반응이 원망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함께 말씀을 나누고 기도하면서 이 부인의 태도가 달라져갔습니다. 자기가 겪고 있는 고난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질문이 달라졌습니다. “지금 나는 어떤가?”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습니다.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 하신다” 결국 이 부인은 자신의 고난을 하나님께 맡기게 되었고, 참된 평안을 얻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에게 생각지 못했던 때 원치 않는 고난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그 때 많은 사람들이 원망하면서 이렇게 부르짖습니다. “왜 하필이면 나에게 이런 고난이 찾아오는가?” 신앙생활을 잘해온 사람들은 이렇게 부르짖을 수 있습니다. “내가 이토록 하나님 앞에 최선을 다했는데, 어떻게 나에게 이런 고난이 찾아올 수 있는가? 하나님께서는 왜 나에게 이런 고난을 주실 수 있는가?”

   이 때 우리의 질문이 바뀌어야 합니다. 이미 다가온 고난을 수용하면서 “지금 고난 중에 있는 나는 어떤가?”를 물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나는 고난을 피하려 하고 있는가?”, “나 혼자 고난과 맞서고 있는가?”, “나는 고난 가운데 하나님과 함께 하고 있는가?”를 물어야 합니다.

   오늘 본문을 6절을 보면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여호와께서 그에게 임신하지 못하게 하시므로” 하나님께서 한나에게 이런 고난을 주셨다는 것입니다. 이 고난이 우연히 한나에게 찾아온 것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오히려 하나님께서 한나에게 이런 고난을 주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나는 이렇게 물었을 것입니다. “하나님! 나에게 이런 고난을 주신 뜻이 무엇입니까?” 그리고 이렇게 기도했을 것입니다. “하나님! 하나님께서 주신 이 고난을 잘 이겨내도록 힘을 주십시오.”

  저는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기어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자동기어차(Auto)들이 대부분이어서 변속은 자동으로 됩니다. 그렇지만 중요한 기어는 맞춰놓아야 합니다. P에 기어를 고정시키면 자동차는 앞으로 나가지 못한 채 머무르게 됩니다. R에 기어를 고정시키면 자동차는 뒤로 나갑니다. 그렇지만 D에 기어를 고정시키면 자동차는 앞으로 나아갑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중요한 점을 깨닫게 해 줍니다. 우리가 고난 앞에서 인생의 기어를 R에 두면 고난을 피하려고 하게 됩니다. 그리고 P에 두면 고난 앞에 주저앉고 말게 됩니다. 그러나 D에 두면 고난과 맞서서 잘 견디며 앞으로 나가게 됩니다.

   우리가 한나처럼 고난이 다가올 때 인생의 기어를 D에 두어야 합니다. 잘 견디고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고난 중에 기도하다

   본문 삼상 1:10에 중요한 표현이 나옵니다. “한나가 마음이 괴로워서 여호와께 기도하고 통곡하며...” 한나가 고난 중에 하나님께 기도했다는 것입니다. 이 점이 한나의 강점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불임 모티브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몇 명의 여인들 이야기입니다. 모두 불임 때문에 고난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한나 외에 다른 여인들이 하나님 앞에 나와 믿음의 기도를 드렸다는 이야기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사라의 경우 나이 90이 되도록 아이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사라는 포기하고 살았습니다. 늙어서 아이를 갖게 될 것이라는 말씀을 들었을 때, 그녀는 웃고 말았습니다. 리브가의 경우도 결혼 후 20년 동안 아이가 없었습니다. 남편인 이삭이 기도했다는 이야기는 있지만, 정작 자신이 하나님 앞에 이 문제를 가지고 나와 기도했다는 이야기가 없습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에서 보듯이 한나는 하나님 앞에 나와서 기도했습니다. 그 기도로 한나는 고난을 넘어설 수 있었습니다. 그 기도로 고난을 축복으로 바꾸어놓을 수가 있었습니다.

   약 5:13을 보면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너희 중에 고난 당하는 자가 있느냐 그는 기도할 것이요...” 야고보 사도는 분명하게 고난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로 기도를 말씀하고 있습니다. 아니 이것은 적극적인 명령입니다. 고난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은 반드시 기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일랜드의 청년 조지프 스크리븐은 결혼식을 하루 앞두고 신부가 익사하는 충격적인 일을 겪었습니다. 너무 갑작스런 고난에 힘들어 하자 주변 사람들의 권유로 캐나다로 떠났습니다. 막 캐나다에서 자리를 잡으려 하고 있을 때, 다시 고향으로부터 슬픈 소식이 전해집니다. 어머니가 중병에 걸려 곧 죽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스크리븐은 세상의 모든 불행이 자기에게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 같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하나님 앞으로 달려 나갔습니다. 무릎을 꿇고 한없이 울면서 부르짖어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어머니를 살려 주세요. 평생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살겠습니다.”

  기도 가운데 하나님께서 그의 마음을 만져주셨습니다. 놀라운 평안을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어머니가 쾌차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청년이 이 때 받은 감동을 가사로 썼고, 이 가사가 작곡되어 찬 369장이 되었습니다.

  특히 2절 가사가 이렇습니다. “시험 걱정 모든 괴롬 없는 사람 누군가/ 부질없이 낙심말고 기도드려 아뢰세/ 이런 진실하신 친구 찾아볼 수 있을까?/ 우리 약함 아시오니 어찌 아니 아뢸까?”

   그렇습니다. 우리가 고난당할 때 하나님 앞에 나가서 기도하는 일이 참 중요합니다. 그 기도가 우리에게 고난을 견뎌낼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그 기도가 우리에게 왜 이런 고난을 겪게 됐는지를 깨닫게 해 줍니다. 그 기도가 고난의 그 끝을 앞당겨줍니다.

   오늘 본문을 보면 한나의 기도가 특별한 기도였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우선 삼상 1:12 이하를 보면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가 여호와 앞에 오래 기도하는 동안에 엘리가 그의 입을 주목한즉 한나가 속으로 말하매 입술만 움직이고 음성은 들리지 아니하므로 엘리는 그가 취한 줄로 생각한지라”

   이런 말입니다. 한나가 성소에서 기도할 때, 당시 영적 지도자인 엘리 제사장이 지켜보았습니다. 한나가 이상하게 보였습니다. 여느 이스라엘 백성이 성전에 와서 기도하는 모습과는 달랐습니다. 그래서 엘리 제사장이 한나가 술에 취한 채 기도한 것으로 여겼습니다.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은 대체로 형식적인 기도를 드렸습니다. 주어진 기도문을 소리 내어 읽거나, 암송하는 식으로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래서 대체로 기도하는 시간이 길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기도하는 소리도 비슷했습니다.

   그러나 한나는 달랐습니다. 1:15를 보면 “여호와 앞에 내 심정을 통한 것뿐”이라고 말했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마음을 다해 자신의 소원을 아뢰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도 안에서 하나님과 마음이 통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나의 기도는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길었고, 그래서 한나의 기도는 기도문 외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다음으로 1:18을 보면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가서 먹고 얼굴에 다시는 근심 빛이 없더라” 한나가 하나님 앞에 기도를 드린 뒤에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다시는 고난 때문에 힘들어 하지 않았고, 울지도 않았다는 것입니다. 한나가 드린 기도가 믿음의 기도였기 때문입니다. 믿음으로 응답받은 기도였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한나의 기도는 특별한 기도였습니다. 하나님과 마음의 소통이 있었던 기도였습니다. 믿음으로 응답을 받은 기도였습니다. 이런 특별한 기도가 특별한 역사를 일으켰던 것입니다.

   우리도 한나처럼 특별한 기도를 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특별한 기도로 특별한 역사를 체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서원을 갚다

   본문 11절을 보면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들을 주시면 내가 그의 평생에 그를 여호와께 드리고 삭도를 그 머리에 대지 않겠나이다.” 한나는 아들을 주시면 그 아들을 나실인으로 하나님께 드리겠다는 것입니다. 바로 하나님께 서원을 드린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이런 한나의 서원기도를 주목하셨습니다. 본문을 보면 이렇게 기록되어있습니다. “여호와께서 그를 생각하신지라” 하나님께서 이렇게 기도한 한나를 생각하셨다는 것입니다. 한나의 서원 기도를 들으시고 응답하신 것입니다.

   드디어 한나가 아들을 낳았습니다. 그 아들의 이름을 사무엘이라고 지었습니다. ‘여호와께 그를 구하였다’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하나님께서 기도에 응답하셔서 태어난 아이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이름을 지은 이유는 하나님께서 자신의 기도에 응답해주셨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감사하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한나가 서원을 갚았다는 것입니다. 사무엘이 젖을 뗄 떼가 되자 데리고 성소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서원제를 드리고 그 아이를 하나님께 드렸습니다.

   엄마가 갓 젖을 뗀 아이를 성전에 두고 돌아설 때 그의 마음이 어땠을까요? 아들이 없어 그토록 오랜 세월 서러움을 겪어왔는데 그 아들을 품에 두지 못하는 그의 마음은 또 어땠을까요? 그러나 하나님께 드렸던 서원을 갚는 일이 더 중요하기에 어린 사무엘을 성소에 두고 집으로 돌아왔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한나는 서원기도를 드렸습니다. 아들을 구하면서 그 아들을 나실인으로 하나님께 드리겠다고 서원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서원을 갚았습니다. 결국 서원대로 하나님께서 사무엘을 귀하게 쓰셨습니다. 사사로서 그리고 최초의 선지자로서 하나님이 역사에 별처럼 쓰임을 받았던 것입니다.

  이번 중국선교여행은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20년을 기념하는 여행이어서 섬서성이나 하남성의 형제자매들의 환대가 특별했습니다. 우선 섬서신학교 교장 왕홍 목사님이 우리의 기도와 후원에 눈물을 흘리며 감사의 인사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하남신학원 원장 탕위민 목사님은 우리가 성전을 짓는 어려움 중에서도 한 해도 빼놓지 않고 자기들을 지원해 주었다고 눈시울을 붉히며 감사했습니다. 저도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특히 섬서신학교에서는 가치를 따질 수 없을 정도의 마음 담은 선물을 받았습니다. 바로 잠언 전장을 두루마리 형태로 쓴 족자입니다. 무려 그 길이가 42미터나 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보는 앞에서 전 교수와 학생들이 족자 여백에 직접 서명을 했습니다. 우리 일행은 그 선물을 받고 너무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20년 긴세월의 한결같은 우정에 보낸 감사였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번에 참여한 분들 가운데 특별한 분들이 있습니다. 바로 고주관준 목사님 따님 부부인 나인수장로님과 주숙명권사님입니다. 이분들은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기로 서원하고 20년을 한 결 같이 참여하셨습니다. 그리고 김영대 회장 부부입니다. 이분들도 마음의 서원을 갚기 위해 20년째 헌금을 보내셨고, 시간이 나는 대로 참여하셨습니다. 저 또한 1997년 10월 주관준 목사님을 뵙고 하시던 일을 잇겠다고 약속을 드렸고, 하나님 앞에 서원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20년 동안 그 서원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중국선교 20년은 이렇게 서원을 갚는 일로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교회도 복을 받고, 참여하신 분들 특히 그 자손들이 복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기도하고 후원하는 중국신학교들에 놀라운 역사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하남신학교는 보잘것없던 신학교가 현재는 중국 최대의 신학교로 발전했고, 4년제 본과로 승급하였습니다. 이 모두가 하나님의 역사요 서원 기도의 응답이라고 믿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서원은 반드시 갚아야 합니다. 서원을 갚는 자는 기도의 응답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 앞에 특별한 복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한나처럼 풍성한 은혜를 받게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도 한나처럼 고난 가운데서도 원망하거나 포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오히려 앞으로 나아가 기도해야 합니다. 그리고 서원을 반드시 갚아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응답하실 뿐 아니라 남다른 은혜를 베푸시고 복을 누리게 하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