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이 바라야 할 복

눅 11:27-28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기본적인 욕구들이 있습니다. 세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하나는 ‘살고자 하는 욕구’입니다. 살면서 이러다 죽을 것 같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 때 사람들은 누구나 살고 싶어 합니다.

   둘은 ‘편안하게 살고자 하는 욕구’입니다. 때로는 천재지변이나, 사고나, 질병이나, 다툼 때문에 위기를 맞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 때 사람들은 누구나 편안하고 싶어 합니다.

   셋은 ‘잘 살고자 하는 욕구’입니다. 사람들은 기왕이면 남부럽지 않게 잘 살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누구나 복을 구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예수를 믿고 나면 이런 욕구에 변화가 생깁니다. 우선 죽음이 찾아올 때 피하려고만 하지 않습니다. 주님의 부르심이라면 찬송하며 죽음을 맞을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위기가 찾아올 때 두려워하거나 원망만하지 않습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능력으로 고난을 견디고 이겨냅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복을 구하는 것도 달라집니다. 예수 믿는 사람도 복을 구합니다. 그러나 그 복의 내용이 예수 믿기 전과 달라집니다. 오늘 본문에서 이점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본문 말씀은 소위 ‘바알세불 논쟁’이라는 이야기에 삽화처럼 덧붙여진 이야기입니다. 먼저 바알세불 논쟁을 살펴보면 이런 이야기입니다.

   예수님께서 한 말 못하게 하는 귀신을 쫓아내셔서 말 못하던 사람이 말하게 되었습니다. 이 이적에 대해 논쟁이 붙었습니다. 사람들이 예수님께서 귀신의 왕 바알세불의 힘을 빌어서 귀신을 쫓아낸다고 말했습니다. 예수님께서 논리적으로 대응하시면서 하나님의 능력으로 고치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시면서 한 비유로 귀신을 잘 대처해야 한다고 가르쳐주셨습니다.

   이 이야기 뒤에 본문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이런 논쟁 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 가운데 한 여인이 큰 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을 밴 태와 당신을 먹인 젖이 복이 있나이다.” 이 말씀을 들으신 예수님께서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자가 복이 있느니라.”

   우리는 이 이야기 속에서 복에 대한 두 가지 다른 생각을 발견하게 됩니다. 하나는 복에 대한 여인의 생각이고, 다른 하나는 복에 대한 예수님의 생각입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예수 믿기 전 가지고 있던 복에 대한 생각이, 예수 믿고 난 뒤 어떻게 변해야 하는 지를 보여주는 말씀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바라는 복

   우선 이 여인 말한 복에 대해 보다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당신을 밴 태와 당신을 먹인 젖이 복이 있나이다.” 이 말은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에 대한 축복선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여인이 지금 예수님께서 귀신을 내쫓으신 일과 사람들과 논쟁을 벌이시는 일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예수님께서 보통 분이 아니시라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이 여인이 예수님을 메시아로 믿었는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예수님의 놀라운 능력과 하늘의 지혜를 보고 감탄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여인이 한 말은 어찌 보면 뜬금없습니다.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가 복되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보고 감탄했으면 예수님을 복되다 해야 할 텐데, 예수님의 어머니를 복되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 여인은 왜 예수님의 어머니를 복되다고 했을까요? 우리가 이렇게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여인이 예수님을 본 순간 이렇게 훌륭한 아들을 둔 어머니는 누구일까를 생각했을 것입니다. 아마도 자기는 아들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면서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를 부러워하게 됐을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어머니가 복되다고 말했을 것입니다.

  얼마 전 TV를 보다가 재미있는 프로그램의 제목을 보게 됐습니다. “미운우리새끼”라는 제목입니다. 무슨 제목에 ‘새끼’라는 욕을 붙였을까 그리고 누군가를 밉다고 표현해 놓았을까 궁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프로그램을 보았는데 나름 재미가 있었습니다.

  나이 든 엄마들이 출연해서 미혼인 아들들의 일상생활을 지켜보면서 패널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출연하고 있는 나이든 엄마들은 가수 김건모의 엄마, 방송인 박수홍의 엄마, 가수 토니 안의 엄마, 가수 이상민의 엄마 그리고 가수 김종국의 엄마 등입니다.

  이 엄마들은 혼기가 훨씬 지난 아들들이 장가가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 엄마들은 아들 잘 둬서 이런 TV 프로그램에도 나오는 구나! 그저 평범한 엄마들, 이웃집 할머니 같은 사람들이 아들 덕에 유명해졌구나!” 그러면서 참 많은 여자 분들이 이 엄마들을 보고 자식 잘 둬서 복 받은 사람들이라고 부러워 할 것 같았습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이 여인이 그랬을 것입니다. 엄마로서 자식이 잘되는 것을 복이라 생각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자식의 덕을 보며 사는 것이 엄마가 누릴 복이라 생각한 것입니다. 특히 남들이 부러워할 자식을 둔 엄마가 복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여인처럼 세상 사람들은 무엇인가 좋은 것을 가진 것을 복되다고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그것 때문에 덕을 보고 살고, 그것 때문에 남들이 부러워하는 무엇인가를 가진 것을 복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면, 본문에 나오듯이 훌륭한 자식을 둔 사람, 돈 많은 부자들, 출세하고 성공한 사람들, 인기가 있고 명성이 있는 사람들,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건강하고 장수한 사람들 등등

   한 마디로 말하면 ‘소유’(to have)라는 관점에서 복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것이 옳은 것일까요?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볼 것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상상력을 발휘해서 이 여인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아마도 이 여인에게도 아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모든 엄마들이 다 그렇듯이 아들을 키우면서 나름대로 꿈이 있었을 것입니다. 이런저런 사람이 되기를 바라고, 그리고 그런 아들을 두었다고 사람들에게 칭찬받는 희망도 가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마도 자기 아들은 자기가 꾸었던 꿈과는 거리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자기가 아들 덕을 보는 희망도 물거품이 되어가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던 차에 예수님을 보게 되었을 것입니다. 아마도 자기 아들도 예수님처럼 막 30대에 접어들었을지 모릅니다. 예수님을 보는 순간 자기 아들이 중첩되어 떠올랐을 것입니다. 이 사람은 이렇게 훌륭하게 자랐는데 우리 아들은 왜 이 모양인가 화도 났을지 모릅니다. 그러면서 이런 아들을 둔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가 한 없이 부러웠을 것입니다. 예수님과 자기 아들을 비교하면서 마리아가 복되지만 자기는 박복하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한 번은 교우들 가운데 몇 분이 담소를 나누는 이야기를 어깨 너머로 듣게 됐습니다. 한 분이 한참동안 다른 분의 남편을 칭찬했습니다. “신앙도 좋으셔서 교회에서도 인정받으시고, 능력이 있으셔서 돈도 잘 버시고, 성품도 좋으셔서 대인관계도 좋으시고...” 그러면서 “이런 남편하고 사시니 얼마나 좋으세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 말을 들은 분이 이렇게 대꾸했습니다. “한번 살아보세요!” 그러면서 말을 잇습니다. “누가 그러던데 남편분이 그렇게 자상하시다면서요. 가정적이셔서 집안일도 잘 도와주신다면서요. 아이들과 대화도 잘하시고, 장인 장모님도 잘 챙기신다면서요. 얼마나 좋으세요!”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 둘이 바꾸면 되겠네...”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복을 생각할 때 남들과 비교를 잘합니다. 자기가 가진 것도 꽤나 괜찮은데 자기가 가진 것보다 더 좋은 것을 가진 사람 앞에만 서면 작아집니다. 자기가 복이 있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바로 이것이 소유에서 복을 찾는 사람들의 문제입니다. 자기보다 못한 것을 가진 사람 앞에서는 복인 것처럼 여겨지다가, 자기보다 나은 것을 가진 사람 앞에서는 복이 아닌 것처럼 여기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렇게 세상 사람들이 바라는 복을 따르며 살아서는 안되겠습니다. 그러면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바라야할 복은 무엇일까요?

그리스도인들이 바라야 할 복

   우리는 본문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본문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이 여인의 말을 들으신 뒤 이렇게 답하셨습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자가 복이 있느니라.”

   예수님께서 “오히려”라는 말로 답을 시작하셨습니다. 이 말은 강한 반의어입니다. “그게 아니라 그와는 반대이다”라는 뜻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여인이 바라는 복이 참된 복이 아니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훌륭한 아들을 둔 것이 참된 복이 아니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무엇을 소유한 것이 참된 복이 아니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러면 무엇인 참된 복이라고 말씀하셨을까요? 본문을 보면 “말씀을 듣고 지키는 자가 복이 있느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참된 복은 말씀을 듣고 지키는 사람이 되는 것이 복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무엇인가를 소유한 것이 복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되는 것이 복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니까 ‘소유’(to have)가 복이 아니라 ‘존재’(to be)가 복이라는 말씀입니다.

   이 말씀의 뜻을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의 예를 들어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눅 1:31-32을 보면,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를 찾아와서 놀라운 소식을 전합니다. “보라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라 그가 큰 자가 되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아들이라 일컬어질 것이요...” 34절을 보면 마리아가 이렇게 답했습니다. “나는 남자를 알지 못하니 어찌 이 일이 있으리이까”

   37절을 보면 천사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저 하나님의 모든 말씀은 능하지 못하심이 없느니라.” 그러자 38절을 보면 마리아가 이렇게 답했습니다. “주의 여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

  그 결과 마리아는 예수님의 어머니가 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마리아는 하나님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감당할 수 없는 말씀이지만 그 말씀에 순종했습니다. 그래서 메시아의 어머니가 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마리아가 복된 것은 그가 하나님의 말씀을 들었고 또 그 말씀에 순종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단지 훌륭한 아들을 두었기 때문이 복된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마리아는 사람들이 부러워할 무엇인가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복된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순종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에 복된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마음에 깊이 새겨야 할 말씀입니다. 우리는 세상 사람들처럼 남다른 무엇인가를 가지기를 바라기 보다는 우리 자신이 하나님 앞에서 남다른 사람이 되려고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바라야 할 참된 복인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복된 사람이 되기 위해 힘써야 할 것이 무엇일까요? 두 가지입니다.

첫째, 말씀을 들을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최근 [Nature Science Update]의 연구 결과 보고에 주목할 만한 내용이 실렸습니다. “원숭이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과학자들이 원숭이를 상대로 실험을 했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화음과 거친 불협화음을 차례로 들려주었습니다. 그런데 원숭이들은 두 사이에 아무런 반응의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원숭이마다 차이가 있는지 몰라서 다양한 원숭이들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실험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무런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누구라도 아름다운 화음을 들을 때와 거친 불협화음을 들을 때 확연하게 반응의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 결과는 사람만이 음악을 듣고 즐거워할 줄 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랜 세월 음악이라는 문화를 발전시켜왔다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사람만이 음악을 들을 줄 아는 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너무도 소중한 복입니다.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따로 있습니다. 그들에게 이것은 너무도 소중한 복입니다.

   마 13:14 이하에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일렀으되 너희가 듣기는 들어도 깨닫지 못할 것이요 보기는 보아도 알지 못하리라. 이 백성들의 마음이 완악하여져서 그 귀는 듣기에 둔하고 눈은 감았으니... 그러나 너희 눈은 봄으로 너희 귀는 들음으로 복이 있도다”

   예수님께서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깨닫는 자가 복되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깨닫는, 들을 귀의 복을 구해야 하겠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일을 즐겁고 말씀을 들을 때 깨달을 수 있는 마음을 구해야 하겠습니다.

둘째, 말씀을 실천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어떤 분의 간증을 들은 일이 있습니다. 남편이 주말에 부모님을 오시라 해서 며칠 함께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했답니다. 평소에 부모님과 관계가 썩 좋지 못한데다 주일에 교회도 가야 하는데 마음이 편치 않더랍니다. 그런데 그 주에 “부모를 공경하라”는 말씀을 묵상하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마음이 답답해지더랍니다. 이 말씀을 묵상하면서 거절할 수도 없고, 허락하자니 걱정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말씀에 순종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그렇게 하자고 했답니다.

  토요일 부모님이 오셨습니다. 정성껏 음식을 장만해서 대접해 드렸습니다. 그리고 모시고 나가서 옷이나 필요한 것들을 장만해 드렸습니다. 그날 잠자리에 들기 전에 부모님이 할 말이 있다고 찾으시는 것입니다. 내일 함께 교회에 가면 안 되겠냐고 하시더랍니다. 그 말씀을 듣는 순간 마음속에서 눈물이 나더랍니다. 그리고 너무 기뻐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더랍니다. 오랫동안 기도하며 꿈꿔왔던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순종이 복이라더니 그 말씀의 뜻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요 13:17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이것을 알고 행하면 복이 있으리라” 하나님의 뜻을 깨닫고 순종하는 것 그 자체가 복이고, 또한 그 순종의 결과가 행복하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가 참된 그리스도인이라면 복에 대한 생각도 바뀌어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무엇인가를 가진 것을 복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자신이 남다른 어떤 사람이 되는 것을 복이라 생각해야 합니다.

   우선 하나님의 말씀을 경청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내 마음의 소리, 세상의 소리보다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질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다음으로 그 말씀을 순종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마음의 거리낌이 있고, 사람들의 반대가 있을 지라도 순종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