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강해 44

출애굽기 강해 44
증거궤, 하나님의 존재양식

출25:10-22
10 그들은 조각목으로 궤를 짜되 길이는 두 규빗 반, 너비는 한 규빗 반, 높이는 한 규빗 반이 되게 하고 11 너는 순금으로 그것을 싸되 그 안팎을 싸고 위쪽 가장자리로 돌아가며 금테를 두르고 12 금 고리 넷을 부어 만들어 그 네 발에 달되 이쪽에 두 고리 저쪽에 두 고리를 달며 13 조각목으로 채를 만들어 금으로 싸고 14 그 채를 궤 양쪽 고리에 꿰어서 궤를 메게 하며 15 채를 궤의 고리에 꿴 대로 두고 빼내지 말지며 16 내가 네게 줄 증거판을 궤 속에 둘지며 17 순금으로 속죄소를 만들되 길이는 두 규빗 반, 너비는 한 규빗 반이 되게 하고 18 금으로 그룹 둘을 속죄소 두 끝에 쳐서 만들되 19 한 그룹은 이 끝에, 또 한 그룹은 저 끝에 곧 속죄소 두 끝에 속죄소와 한 덩이로 연결할지며 20 그룹들은 그 날개를 높이 펴서 그 날개로 속죄소를 덮으며 그 얼굴을 서로 대하여 속죄소를 향하게 하고 21 속죄소를 궤 위에 얹고 내가 네게 줄 증거판을 궤 속에 넣으라 22 거기서 내가 너와 만나고 속되소 위 곧 증거궤 위에 있는 두 그룹 사이에서 내가 이스라엘 자손을 위하여 네게 명령할 모든 일을 네게 이르리라

증거궤

이스라엘에 가면 통곡의 벽이라고 있습니다. 예수님 시대 존속했던 성전이 로마에 의해 파괴될 때 서쪽 벽 일부만 남았습니다. 유태인들은 이곳에서 기도를 합니다. 이 예루살렘 지역은 이스라엘 점령 하에 있기에 옛 성전 지역을 자기들 마음대로 출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옛 성전 자리에 이슬람 3대 성지 중에 하나인 황금돔 모스크가 세워져 있기도 하지만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혹시 잘못하여 옛 성전의 지성소 자리를 밟을까하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지성소는 가장 거룩한 곳이고 이곳은 대제사장만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지성소를 영어로 holy of holies라고 부릅니다. 거룩한 곳 중에 가장 거룩한 곳입니다. 성소 안에는 제사장들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성소는 다시 성소와 지성소를 가르는 휘장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지성소는 하나님이 계시는 곳으로 제사장들도 못 들어갑니다. 대제사장이 1년에 한 번 대속죄일에 이스라엘의 죄를 속죄하기 위해 들어갈 수 있을 뿐입니다.

이 지성소 안에는 유일하게 증거궤 하나만 놓여 있습니다. 그냥 증거판, 곧 십계명 돌판을 담고 있는 상자입니다. 흔히 신전에는 신상을 세웁니다.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에는 아테나 여신이 11m 크기로 세워져 있었습니다. 청동과 황금과 상아로 만들었습니다. 모든 신전은 그 나라와 문화의 위상에 걸맞게 장엄하게 만들고 그 신상들은 거대하고 화려합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야훼 하나님의 신전은 매우 초라했습니다. 우상을 싫어하는 하나님이시기에 신상을 놓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성소 안에는 증거궤라는 작은 상자가 있을 뿐입니다. 10절에서 명령한 증거궤의 크기는 가로, 세로, 높이가 두 규빗 반, 한 규빗 반, 한 규빗 반에 불과합니다. 한 규빗은 보통 성인 팔꿈치에서 가운데 손가락까지의 크기로 대략 50cm 정도 됩니다. 그러니 증거궤는 125cm X 75cm X 75cm에 불과합니다. 증거궤라 불리는 이유는 증거의 돌판이라 불리는 십계명 돌판을 이 안에 넣었기 때문입니다. “여호와께서 시내 산 위에서 모세에게 이르시기를 마치신 때에 증거판 둘을 모세에게 주시니 이는 돌판이요 하나님이 친히 쓰신 것이더라”(출31:18) 그래서 법을 새긴 판을 넣었다고 해서 법궤라고도 불립니다. 또는 십계명 돌 판을 사이에 두고 언약을 맺었기에 언약궤라고도 합니다.

지성소 안이 이처럼 단출하고, 말씀을 기록한 판과 그것을 담은 상자만 있는 이유는 하나님이 우상의 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전능하시고 크신 하나님을 어떤 형상으로 만들 수 있겠습니까? 어떤 곳에 하나님의 자리를 마련할 수 있겠습니까? 거대한 신전을 짓고 우상을 만드는 것은 신에 대한 경외심의 표현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님을 가두고 통제하려는 인간들의 교만입니다. 이런 우상의 체제는 필연적으로 신을 자신의 이익의 재료로 사용합니다. 계급 체제를 만들어내어 자신의 지위를 견고히 하는 데 이용합니다.

하나님은 말씀의 하나님입니다. 그것을 상징하기 위해 말씀의 돌판을 놓아두었습니다. 말씀을 가둘 수 없습니다. 하나님은 말씀이라는 형태로 우리에게 계시되시는 분입니다. 그러므로 어느 곳에든 계시는 분입니다. 말씀이 울려 퍼지는 우리 마음속에도 계십니다. 말씀에 순종하는 그곳에 하나님은 계십니다. “나의 계명을 가지고 지키는 자라야 나를 사랑하는 자니 나를 사랑하는 자는 내 아버지께 사랑을 받을 것이요 나도 그를 사랑하여 그에게 나를 나타내리라”(요14:21)

이스라엘은 증거궤를 통해서 하나님을 봅니다. 보는 데 매여 있는 인간들을 위하여 하나님은 작은 상징물을 이 땅에 남겨놓으셨습니다. 증거궤가 있다는 것은 하나님이 이스라엘과 함께 한다는 상징입니다. 증거궤가 일어서면 하나님이 일어서는 것이고, 증거궤가 가면 하나님도 가는 것입니다. 민수기의 말씀입니다. “궤가 떠날 때에는 모세가 말하되 여호와여 일어나사(쿰마 야훼) 주의 대적들을 흩으시고 주를 미워하는 자가 주 앞에서 도망하게 하소서 하였고 궤가 쉴 때에는 말하되 여호와여 이스라엘 종족들에게로 돌아오소서(슈바 야훼) 하였더라”(민10:35-36) ‘쿰마 야훼’나 ‘슈바 야훼’는 선지자나 경건한 신앙인들이 하나님의 도움을 요철하는 부르짖음입니다.

요단강을 건널 때 가장 앞서 갔던 것은 이 증거궤 곧 언약궤였습니다. 언약궤를 든 제사장의 발을 강물에 내딛자 요단강이 갈라졌습니다. 여리고성을 돌 때 앞서갔던 것도 이 언약궤였습니다. 이 언약궤가 여리고성을 무너뜨렸습니다. 사사시대에는 이스라엘이 언약궤를 앞에 들고 싸웠습니다. 사무엘 때에는 이스라엘이 블레셋과 이 언약궤를 들고 가서 싸우다 패한 적도 있습니다. 언약궤는 이곳저곳을 떠돌다가 다윗 때에 예루살렘으로 옮겨왔고 솔로몬 성전이 완공되면서 지성소 안에 안치됩니다. 이스라엘은 언약궤를 통해서 하나님이 함께 하심을 보았습니다. 이 증거궤는 늘 움직일 수 있는 구조입니다. 12절 이하의 말씀입니다. “금 고리 넷을 부어 만들어 그 네 발에 달되 이쪽에 두 고리 저쪽에 두 고리를 달며 조각목으로 채를 만들어 금으로 싸고 그 채를 궤 양쪽 고리에 꿰어서 궤를 메게 하며 채를 궤의 고리에 꿴 대로 두고 빼내지 말지며” 증거궤는 이처럼 고리에 채를 건 채로 있습니다. 성막이라는 움직이는 성소이기 때문에 그렇지만 솔로몬 성전이 완공된 후에도 이 모습대로 안치됩니다. 그것은 하나님이 한 곳에 고정되어 있는 분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있는 어느 곳이든 함께 하시는 분입니다. 이는 경고이기도 합니다. 언제든 떠날 수 있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항상 여행할 차비를 갖춘 모습에서 우리 또한 이 땅이 정착지가 아니라 하늘나라를 향하여 나가는 순례자임을 보여줍니다.

속죄소

증거궤를 덮는 덮개를 속죄소라고 합니다. ‘덮다’라는 단어는 히브리어에서 ‘속죄하다’는 의미로도 사용됩니다. 17절입니다. “순금으로 속죄소를 만들되 길이는 두 규빗 반, 너비는 한 규빗 반이 되게 하고” 속죄소는 곧 덮개입니다. 이곳은 또한 하나님이 거주하시면서 은혜를 베푸시는 곳이라는 뜻으로 시은좌라 불리기도 합니다. 대제사장은 속죄소 위에 피를 뿌려서 이스라엘의 백성의 죄를 속합니다. 히브리서에서는 이렇게 증언합니다. “오직 둘째 장막은 대제사장이 홀로 일 년에 한 번 들어가되 자기와 백성의 허물을 위하여 드리는 피 없이는 아니하나니”(히9:7)

예수 그리스도께서 달리셨던 골고다의 십자가가 바로 이 속죄소였습니다. 매년 양의 피를 뿌리는 피로는 인간의 죄를 완전히 속할 수 없습니다. 인간이시면서 영원한 하나님이신 그리스도의 피가 단번에 인간의 모든 죄를 속하였습니다. “염소와 송아지의 피로 하지 아니하고 오직 자기의 피로 영원한 속죄를 이루사 단번에 성소에 들어가셨느니라”(히9:12) 이제는 속죄소가 필요 없습니다. 그리스도를 믿는 자들의 심령과 교회 공동체가 바로 속죄소입니다.

대제사장만이 들어가던 그 속죄소의 자리로 이제는 신앙인은 누구든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실 때 성전 휘장이 찢어졌던 사건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예수께서 큰 소리를 지르시고 숨지시니라 이에 성소 휘장이 위로부터 아래까지 찢어져 둘이 되니라”(막15:37-38) 성소와 지성소를 가르던 휘장이 찢어짐으로써 지성소로 들어가는 길이 활짝 열렸습니다. 이제는 누구든 하나님을 직접 뵐 수 있습니다. 중세 가톨릭은 다시 이 길을 막고 사제를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종교개혁가들은 성서의 증언을 살려 만인이 사제임을 선언하였습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홀로 하나님 앞에 나가 기도하고 속죄를 받을 수 있는 제사장들입니다. 하나님 은혜의 보좌 앞에 나갈 때 이제 다른 중재자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만이 필요할 뿐입니다.

그룹

증거궤의 덮개 위에는 ‘그룹(cherub)’을 만들었습니다. 18절에서 20절입니다. “금으로 그룹 둘을 속죄소 두 끝에 쳐서 만들되 한 그룹은 이 끝에, 또 한 그룹은 저 끝에 곧 속죄소 두 끝에 속죄소와 한 덩이로 연결할지며 그룹들은 그 날개를 높이 펴서 그 날개로 속죄소를 덮으며 그 얼굴을 서로 대하여 속죄소를 향하게 하고” 그룹은 하나님의 보좌 주위를 지키는 수호천사들입니다. 그룹이 날개를 펴고서 증거궤를 덮고 있도록 만듭니다. 성소 안에 만든 유일한 피조물상입니다. 이는 증거궤의 거룩성과 두려움을 상징합니다. 이 천사들은 허락받지 않은 자가 가까이 하면 죽음을 내리는 무서운 존재들입니다. 바로 하나님의 영광을 상징합니다.

선지자들이 하나님을 만날 때 그들은 먼저 이 그룹들의 모습에 압도되었습니다. 이사야 선지자는 사제 출신으로 성전에서 제사를 드리다 하나님을 만났는데 그때 그룹들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스랍들이 모시고 섰는데 각기 여섯 날개가 있어 그 둘로는 자기의 얼굴을 가리었고 그 둘로는 자기의 발을 가리었고 그 둘로는 날며 서로 불러 이르되 거룩하다 거룩하다 거룩하다 만군의 여호와여 그의 영광이 온 땅에 충만하도다 하더라”(사6:2-3) 수호천사들이지만 감히 하나님 앞에 설 수 없어서 날개 둘로는 발을 가리고 다른 둘로는 얼굴을 가리고 있습니다. 그들이 부르는 “거룩하다 거룩하다 거룩하다”는 노래를 ‘삼성창’이라고 합니다. 이 삼성창은 교회에서 하나님 찬양으로 오랫동안 불렸습니다. 하나님은 거룩하신 분입니다. 함부로 대할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

에스겔 선지자는 먼 이국 땅 그발 강가에서 그룹들에 둘러싸인 하나님의 영광을 보았습니다. “그 속에서 네 생물의 형상이 나타나는데... 그들에게 각각 네 얼굴과 네 날개가 있고... 그 얼굴들의 모양은 넷의 앞은 사람의 얼굴이요 넷의 오른쪽은 사자의 얼굴이요 넷의 왼쪽은 소의 얼굴이요 넷의 뒤는 독수리의 얼굴이니... 생물들의 모양은 타는 숯불과 횃불 모양 같은데 그 불이 그 생물 사이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며 그 불은 광채가 있고 그 가운데에서는 번개가 나며... 그 생물들 곁에 있는 땅 위에는 바퀴가 있는데 그 네 얼굴을 따라 하나씩 있고... 그들의 모양과 구조는 바퀴 안에 바퀴가 있는 것 같으며... 그 둘레는 높고 무서우며 그 네 둘레로 돌아가면서 눈이 가득하며”(겔1:15-18) 이 그룹들은 생물이라고도 불리는데 매우 괴이하고 두려운 형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불이 번쩍이며 눈이 가득한 모습인데 바퀴까지 있어 마치 불의 전차 같습니다. 유대교에서는 이 때문에 ‘메르카바 신비주의’가 생겼습니다. 메르카바는 전차라는 뜻입니다. 메르카바 신비주의는 에스겔처럼 명상을 통하여 이 신의 영광을 보고자 하였습니다. 매우 영광스럽고 두려운 모습입니다.

에스겔이 보았던 영광스런 하나님의 모습이 더 놀라웠던 것은 이곳이 이방 땅 바벨론이었기 때문입니다. 에스겔은 하나님이 거룩한 예루살렘 성전에만 계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방 땅 누추한 곳에 그런 영광스런 모습으로 나타났으니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증거궤를 덮고 있는 그룹은 바로 하나님의 영광을 상징합니다. 신약시대의 사람들은 이 하나님의 영광을 그리스도에게서 보고 있습니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요1:14) “태초부터 있는 생명의 말씀에 관하여는 우리가 들은 바요 눈으로 본 바요 자세히 보고 우리의 손으로 만진 바라”(요일1:1) 우리는 지성소 안으로 거침없이 들어가 그 영광을 보고 만지고 있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일어난 놀라운 일입니다.

지성소

성전의 핵심은 지성소입니다. 지성소는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터부의 공간입니다. 존엄하고 신비한 공간입니다. 영광스럽고 신성한 공간입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지성소는 필요합니다. 모든 것이 다 낱낱이 파헤쳐지고 드러나는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잘 알기 때문에 신비함이 사라지고 권위를 잃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종묘와 사직이 지성소였습니다. 그 안에는 역대 왕들의 명패밖에 없지만 그런 신성을 만들어내었습니다. 요즘은 현충원이나 영웅의 묘지를 그런 장엄한 공간으로 만들려고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동방 정교회는 일반 성도가 예배드리는 곳과 성만찬이 이루어지는 감실을 차단하여 예배를 드립니다. 목회자의 신비가 사라지면서 말씀의 권위를 잃었습니다. 아마 가족들이 가장 은혜받기 어려울 것입니다.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톨릭은 아예 독신으로 살게 해서 그들의 거룩을 보호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왕정시대는 아니지만 대통령도 이런 신비감을 가지기에는 좋은 존재입니다. 그럴수록 통치 효과가 큽니다.

사람은 아닐지라도 한 사회의 어떤 가치나 문화는 범접할 수 없는 터부처럼 권위 있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것은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내려오기도 합니다. 이러할 때 질서와 평화가 주어집니다. 혼란스럽지 않고 중심이 잡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지성소들이 결코 하나님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것들은 유사 지성소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유사 지성소의 공간이 바로 간접적으로 하나님의 임재를 보여주고 현대 사회에도 여전히 필요합니다.

각 사람에게도 지성소가 있습니다. 물론 우리 예배 가운데 임재하시는 이곳이 지성소입니다. 이 강단이 하나님의 말씀과 은혜가 떨어지는 시은좌입니다. 공동체의 예배라는 형태로 만나는 지성소도 필요하지만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님과 은밀히 만나는 지성소도 필요합니다. 우리의 지성소는 우리 마음입니다. 우리 마음의 지성소에서 우리는 그리스도를 만납니다.

그리스도와의 연합의 신비를 체험하고 이론화하였던 분 중에 16세기의 아빌라의 테레사가 있습니다. 테레사는 기도의 단계를 7단계로 나누며 그 마지막 완성의 단계를 ‘신비적 결혼’이라 하였습니다. 삼위일체 하나님과 완벽한 일치의 단계에 이르는 것입니다. 그 완성의 단계를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습니다. “우리 주님은 이미 신부로 삼으신 영혼을, 당신이 그리워해서 못 견디고 못 견딘 일을 어여삐 여기셔서 영성적 결혼이 끝나기 전에 그 영혼을 당신의 밀실 즉 제7궁방에로 들게 하신다. 말하자면 저 하늘에 당신의 궁실을 가지시는 것처럼, 영혼 안에도 하나님 홀로 계시는 궁실인 또 하나의 다른 하늘을 가지시는 셈이다.”

우리의 지성소에서 하나님을 뵈올 때 우리 안에 참다운 평화와 안식이 있습니다. 생명이 있고 모든 능력이 거기서부터 나옵니다. 우리 마음의 지성소 안에는 무엇이 있습니까? 깜깜한 어둠뿐입니까? 온갖 더러운 탐욕들뿐입니까? 그 안에 빛이 있기를 바랍니다. 그 안에 생명이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