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강해 38
인간의 재판과 하나님의 정의

출23:1-9
1 너는 거짓된 풍설을 퍼뜨리지 말며 악인과 연합하여 위증하는 증인이 되지 말며 2 다수를 따라 악을 행하지 말며 송사에 다수를 따라 부당한 증언을 하지 말며 3 가난한 자의 송사라고 해서 편벽되이 두둔하지 말지니라 4 네가 만일 네 원수의 길 잃은 소나 나귀를 보거든 반드시 그 사람에게로 돌릴지며 5 네가 만일 너를 미워하는 자의 나귀가 짐을 싣고 엎드러짐을 보거든 그것을 버려두지 말고 그것을 도와 그 짐을 부릴지니라 6 너는 가난한 자의 송사라고 정의를 굽게 하지 말며 7 거짓 일을 멀리 하며 무죄한 자와 의로운 자를 죽이지 말라 나는 악인을 의롭다 하지 아니하겠노라 8 너는 뇌물을 받지 말라 뇌물은 밝은 자의 눈을 어둡게 하고 의로운 자의 말을 굽게 하느니라 9 너는 이방 나그네를 압제하지 말라 너희가 애굽 땅에서 나그네 되었었은즉 나그네의 사정을 아느니라

정의는 생명

오늘 말씀은 재판과 관련된 말씀들입니다. 재판이라고 하였지만 오늘날의 법정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고대의 재판에서는 일상적인 문제들과 생명이나 재산과 관련된 문제들이 다루어졌습니다. 대부분 성문 밖에서 장로들에 의해서 행해졌고 행정이 발달하면서는 지방 수령 앞에서 행해졌습니다. 오늘날로 보면 사법과 행정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판사뿐만 아니라 기소하는 검사, 공무원과 권력자의 행정 처리까지 다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사법과 행정에서 정의롭기를 원하십니다.

정의가 무엇입니까? 정의가 왜 필요합니까? 오늘 읽은 6절의 “정의를 굽게 하지 말라”는 말씀에서 정의는 히브리어로 ‘미쉬파트’입니다. 아모스 선지자는 “오직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하라”(암5:24)는 매우 유명한 말씀을 우리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히브리어로 ‘정의’는 ‘체다카’ 이고 ‘공의’ 또는 ‘공법’은 ‘미쉬파트’입니다. 이 미쉬파트는 특별히 재판상의 정의를 말합니다. 이 정의를 물이나 강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중동 지방에서 물이나 강은 생명과 같습니다. 물이 많은 곳은 생명이 살고 풍요롭습니다. 마치 그것처럼 민족이나 나라를 살리는 것이 정의라는 것입니다. 정의의 강물이 흐를 때 나라가 삽니다. 정의는 마치 우리 몸에 흐르는 피와 같습니다. 피가 원활하게 돌 때 온 몸과 세포는 건강하게 자랍니다. 그러나 막히고 흐름이 답답할 때 세포는 힘을 읽고 무기력해집니다. 아무리 많은 에너지를 보충하고 고도의 영양분을 흡수한다 할지라고 흐르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그것이 바로 정의의 힘입니다.

저는 그래서 고대 사회의 진리지만 맹자의 말씀이 여전히 옳다고 생각합니다. 『맹자』 편에 이런 교훈이 있습니다. 양혜왕이라는 사람이 맹자를 찾아서 물었습니다. “나라의 이익이 될 일이 무엇입니까?” 그러자 맹자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왕께서는 하필 이익을 말씀하십니까. 오직 인(仁)과 의(義)가 있을 뿐입니다.” 왕이 나라의 이익만 생각하면 관료들은 자기 집안의 이익만 생각하고, 백성들 또한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게 되어 나라 전체가 자기만을 생각하게 되어 나라가 위태롭게 된다는 뜻입니다. 오늘 우리 사회의 모습과 같습니다. 모두가 이익만 생각합니다. 권력자들이 자기의 이익 챙기기에 바쁩니다. 공무원이 법과 희생보다는 자기의 이익을 따라 행동합니다. 기업이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극단적인 이익만 추구합니다. 교회나 종교인이 자기 성장만 추구하고 좋은 자리 차지하기에만 연연합니다. 그러다 보니 지옥 같은 사회가 되었습니다. 사회에 불만이 가득하여 사회가 위태롭습니다.

정의란 불평등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강자나 약자 사이에, 부자와 가난한 자 사이에 불평등하지 않고 공평한 것이 정의입니다. 이렇게 힘이 불균형한 두 상대방 간에는 사실 공평하기가 어렵습니다. 사람들은 강자에게 기울게 되어 있습니다. 균형을 맞추기 위한 극단적인 하나님의 방식이 바로 가난한 자에 대한 편애입니다. 과부, 고아, 나그네, 이방인, 가난한 자, 의인을 학대하지 말라, 그들의 권리를 보호해 주어라고 끊임없이 외칩니다. 그래야 겨우 균형을 맞출 수 있습니다. 강자나 부자는 법적인 보호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약자는 법으로 보호해주어야 합니다. 노동자와 사용자가 있습니다. 누가 강자입니까? 붉은 띠 매고 파업하는 살벌한 모습만 보여주니 노동자가 강자인 것처럼 보입니다. 아닙니다. 그런 힘입는 노조의 보호를 받는 노동자는 우리 사회에 10%도 되지 않습니다(노조 조직율). 그런 노조도 정부와 사용자가 결심하면 쉽게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철도 노조나 MBC 파업이나 쌍용차 노조 사태가 그렇지 않습니까?

최근 두산 그룹의 구조조정 문제 때문에 사회적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갓 입사한 신입사원부터 30대의 젊은 층을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강제 퇴직 시키고 있습니다. 회사의 조치에 불응하면 온갖 야만적인 조치를 통해서 결국 쫓아내고 맙니다.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 하게 하며 인간 존엄성을 말살합니다. 두산의 회사 슬로건이 “사람이 미래다”라고 하였는데 사람을 이처럼 막 대하는 것을 보니 두산은 미래가 형편없어 보입니다. 경영상의 이유를 들고 있는데 노동자들의 생산성 감소가 아니라 무리한 사업 팽창에 의한 경영 손실이 커 보입니다. 이에 대해서 그 오너들은 어떤 책임 있는 행동을 보이지 않습니다. 가장 쉬운 방법인 사람 자르기에만 나서고 있습니다. 노동법이란 것이 약자인 노동자들을 보호해주기 위한 법인데 전혀 보호가 되지 못합니다. 이런 실정인데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는 노동자의 해고를 쉽게 하고 비정규직을 더 많이 양산하는 노동법을 몰아붙이려 하고 있습니다. 노동자 보호라는 노동법 입법 취지를 망각하고 있습니다.

노동법 같은 것이 오늘 읽은 구약의 말씀을 실현하고 있는 현대의 법이라 생각합니다. 가난한 자의 권리를 보호해주는 법입니다. 가난한 자가 보호받고 존중받는 사회 그것이 정의로운 사회입니다.  

재판상의 정의

오늘 말씀에서 하나님은 재판상에서 두 가지 것을 하지 말라고 말씀합니다. 하나는 위증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1절입니다. “너는 거짓된 풍설을 퍼뜨리지 말며 악인과 연합하여 위증하는 증인이 되지 말며” 악인이 행하는 음모에 참여하거나 거짓에 놀아나지 말라는 것입니다. 2절입니다. “다수를 따라 악을 행하지 말며 송사에 다수를 따라 부당한 증언을 하지 말며” 다수가 강자입니다. 군중 심리에 편승해 거짓을 행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위증의 유혹을 받는 이유는 강자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거나 우리의 욕심 때문입니다.

나봇의 포도원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나봇의 땅에 욕심이 났던 아합 왕과 이세벨 왕비는 거짓 증인들을 매수하여 나봇을 하나님을 모독했다는 죄목을 씌워 죽였습니다. 오늘날에는 두려움 때문에 거짓 증언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치적인 사건에서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이 공무원이기에 권력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신의 밥줄이 끊길까봐 침묵하거나 거짓에 동조합니다. 진실을 말하면 찍어내는 것이 우리 사회의 분위기입니다. 진실을 밝히는 것이 언론이 해야 될 중요한 사명입니다. 그런데 우리 언론은 정치 편향적이어서 진실은커녕 왜곡 보도가 만연합니다. 이번 주에 세월호 참사 청문회가 있었습니다. 쓸데없는 청문회는 시시콜콜히 생중계하던 지상파 방송들이 세월호 청문회는 철저히 외면했습니다. 이유는 권력자가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청문회에 등장한 증인들은 진실을 말하기보다는 변명하며 권력자의 비위에 맞는 말만 합니다. 여전히 우리는 후지고 답답한 사회입니다. 모두가 하나님의 율법을 어기고 있습니다.

3절에서 “가난한 자의 송사라고 해서 편벽되이 두둔하지 말지니라”고 말씀합니다. 이런 사회나 재판이 가능할까요? 강자에 맞서 가난한 자를 편들며 두둔하는 재판관이 있을까요? 가난한 자는 선처보다는 공정한 재판만 되어도 감사할 것입니다. 억울하지 않을 것입니다.

6절 이하는 재판관들에 대한 경고입니다. 가난한 자의 송사라고 공평에서 어긋난 판결을 하지 말라고 말씀합니다. 뇌물을 받고 치우친 판결을 하지 말라 합니다. 뇌물은 눈을 어둡게 하여 그릇된 판결을 하게 합니다. 힘없는 이방인이라고 하여 압제하지 말라고 합니다. 세상 판결이 그렇습니다. 힘 있는 자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힘없는 자에 대해서는 엄격합니다. 힘 있는 자는 자신이 가진 재물 권력 사람을 이용하여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 내지만 힘없는 자는 그런 수단이 없기에 억울하게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스 현자 솔론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법이란 거미줄과 같은 것이다. 가볍고 힘없는 사람은 거기 걸려 잡히지만 크고 힘 있는 자는 그것을 뚫고 도망쳐 나간다.”

1990년대에 《포청천》이라는 대만 드라마가 인기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중국 송나라 때의 실제 인물을 배경으로 하는 재판 드라마입니다. 어려운 난제나 억울한 사정들을 파헤치다 보면 대개 그 배후에는 권력자가 등장합니다. 이 드라마가 인기 있었던 것은 포청천이 권력자들의 횡포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의로운 재판을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그 때 유행했던 말이 “작두를 대령하라”였습니다. 가차 없이 권력자들의 목을 칩니다. 심지어 황제는 벌할 수 없어 대신 황제의 곤룡포에 곤장을 치기도 했습니다. 이런 정의로운 재판관의 모습이 바로 하나님이 기대하는 인물입니다.

세상의 재판은 하나님을 대리하는 재판입니다. “재판은 하나님께 속한 것인즉 너희는 재판할 때에 외모를 보지 말고 귀천을 차별 없이 듣고 사람의 낯을 두려워하지 말 것이며 스스로 결단하기 어려운 일이 있거든 내게로 돌리라 내가 들으리라”(신1:17) 재판은 하나님께 속했습니다. 세상 재판관은 하나님을 대리하여 재판한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정의

법은 엄격해야 합니다. 법은 보편타당해야 합니다. 이스라엘의 율법도 그러합니까? 아닙니다. 하나님의 법은 가난한 자에게 치우쳐 있습니다. 가난한 자를 오히려 편애하는 법입니다. 불공평하다고요? 이게 누구의 소리입니까? 강자의 소리가 아닙니까? 자신들은 온갖 권력과 물질과 탐욕을 가지고 가난한 자를 수탈하면서 하나님까지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 합니까? 가난한 자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무기가 바로 하나님입니다. 하나님은 기꺼이 가난한 자들의 하나님이 되시려합니다.

우리 하나님은 철학자의 하나님이 아닙니다. 철학자들은 보편타당하고 치우침이 없는 그런 신을 연상합니다. 이에 대해서 파스칼은 그의 책 『팡세』에서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불’이었다. 철학자와 식자의 하나님이 아닌,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 이스라엘이 경험했던 하나님은 모든 민족을 사랑하시는 분이 아니라 이스라엘만을 사랑하시는 분이었습니다. 저 멀리서 초연하게 뒷짐 지고 계신 분이 아닙니다. 직접 무대에 뛰어들어 한쪽 편을 드시는 분입니다. 가난한 자들을 위해서 싸우시는 하나님입니다.

보편성을 말하는데 그들은 신을 무력화하거나 중립화하여 강자들의 세계를 만들어버립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우상은 권력자들의 신이었습니다. 거대한 우상들과 그 신전을 만들 수 있는 자들은 힘 있는 자들입니다. 권력자들은 보이는 우상을 만들어서 자신의 뜻대로 조종하며 탐욕을 취하였습니다. 가난한 자들의 육신뿐만 아니라 영혼까지도 여기에 매이게 만들었습니다. 우상은 근본적으로 강자들의 논리를 대변합니다. 물질적 풍요와 권력을 가진 자들 바로 그들이 성공한 사람들이며 우상체제가 지향하는 인간상입니다.

이에 반하여 출애굽의 하나님, 말씀의 하나님은 인간의 힘으로 통제할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 인간에 의해서 규정당하는 분이 아니라 인간을 위기로 몰아가는 신입니다. 인간의 교만과 탐욕을 깨뜨리시는 분입니다. 가난한 자를 사랑하시고 그의 권리를 보호해 주시는 분입니다. 선지자들은 이스라엘의 우상숭배과 불의라는 두 가지 악과 싸웠습니다. 두가지 악이지만 실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하나입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에서는 가난한 자는 곧 의인이라는 등식까지 성립할 정도였습니다. “나는 가난하고 궁핍하오나 주께서는 나를 생각하시오니 주는 나의 도움이시요 건지시는 자시라 나의 하나님이여 지체하지 마소서”(시40:17) 시편에서 시인은 자신을 가난한 자로 등치시킵니다. 하나님의 의를 지키다 가난하게 된 자요, 강자들에게 억압당하면서 오직 하나님만 의지하는 실제 가난한 자들입니다.

우리는 대림절을 맞고 있는데 예수님을 잉태했던 마리아는 다음과 같은 찬양하였습니다.  “...그의 팔로 힘을 보이사 마음의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고 권세 있는 자를 그 위에서 내리치셨으며 비천한 자를 높이셨고 주리는 자를 좋은 것으로 배불리셨으며 부자는 빈 손으로 보내셨도다...”(눅1:51-53) 교회사에서 ‘마그니피카트(위대하다)’라 불리는 유명한 마리아의 기도요 노래입니다. 우리는 이 기도의 과격함에 놀랍니다. 마리아의 노래, 마리아의 순종하면 무언가 아름답고 순수하고 갈등이 전혀 없는 낭만적인 성탄절 밤의 이미지를 떠올릴 것입니다. 그러나 마리아의 노래에는 인간 역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장 첨예한 갈등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스탠리 존스라는 분은 “마그니피카트는 이 세상에서 가장 혁명적인 문서이다.”고까지 말했습니다. 마리아가 노래하는 하나님나라의 질서는 세상의 질서와는 다릅니다. 세상의 질서는 교만하고 권세 있고 부자를 부러워하고 그들을 찬양하지만 예수님으로부터 시작된 하나님나라는 그와는 반대입니다. 오히려 비천하고 주리고 가난한 자가 높임을 받고 하나님의 구원을 받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어디에 있습니까? 하나님의 관심이 어디에 있습니까? 하나님의 뜻이 어디에 있습니까? 가난한 자를 향한 하나님의 관심과 사랑은 매우 지대합니다. 하나님의 사람이라면 하나님의 뜻에 동참하여 하나님 계신 곳에 함께 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도 가난한 사람으로서 부름을 받았습니다. 내가 무기력하고 겸손한 모습으로 있을 때 주님께서는 우리를 부르셨습니다. 하나님은 그런 가난한 사람들의 하나님이 되셔서 그 권리를 보호해주시고 강하게 하시는 분입니다. 지금도 가난한 심령에 임하셔서 부요케하시는 분입니다. 가난한 자의 하나님을 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