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또 무리에게 이르시되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24누구든지 제 목숨을 구원하고자 하면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으면 구원하리라25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자기를 잃든지 빼앗기든지 하면 무엇이 유익하리요

“십자가는 우리 신앙의 중심이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주목하고 바라보고 믿고 따르는 것은 십자가입니다. 우리의 신앙의 중심부에는 십자가가 있습니다. 그런데 “십자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각자에게 던져 본다면 생각보다 십자가를 온전히 안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발견합니다. 십자가를 믿고 따른다고 하지만 온전히 십자가를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오늘은 십자가에 대해 두 가지 의미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우리의 인생에 불행한 일을 당하면 그것을 십자가라고 생각합니다. 육신의 질병을 겪고 있는 분들은 그 질병 때문에 이것이 내가 평생에 지고 가야 할 십자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인생 가운데 어려운 일을 당하고 그 어려움이 주는 고통이 깊어지면 하나님을 원망할 때가 있습니다. 하나님을 우리의 고통에 대해서 무관심한 분으로 오해할 때가 많습니다. “내가 이런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하나님 당신은 어디에 계십니까?” 아마 이런 질문을 많이 하셨을 것입니다. 우리의 인생은 고난의 삶입니다. 고해(苦海), 고난의 바다를 건너고 있습니다. 미국의 뉴욕에 9.11 테러 사건이 일어났을 때, 미국인들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미국인들의 내면세계에는 그들의 조상 대대로 믿어왔던 기독교적인 뿌리가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당장 하나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하나님! 왜 이런 일이 일어났습니까?” 우리가 고통할 때 당신은 어디에 계십니까? 이 고통에 대해 외면하시는 하나님으로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이 답은 우리가 십자가에서 찾아가야 합니다. 십자가는 하나님이 우리의 고통 바깥에 계시는 분이 아니고 고통 안으로 들어오신 사건입니다. 그리스도가 누구이십니까? 그분은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표현은 그분이 하나님이시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가 육체를 입고 세상에 오셨습니다. 그분이 육체를 입고 오신 사건, 하나님이 인간이 되신 사건 자체가 고통입니다. 하나님이 인간이 되신 사건은 이 자체가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입니다. 우리의 지성을 훨씬 더 뛰어 넘는 사건입니다. 육체를 입고 오신 예수께서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십자가를 지셨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우리는 우리가 고통을 겪을 때 그 고통이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고 그 고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데 사실은 우리만 고통을 겪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도 고통을 받으신다는 겁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우리가 당하는 고통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는 분으로 이해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님도 고통을 당하셨는데 그것이 십자가입니다. 십자가는 인간이 개발하고 선택한 사형법 중 가장 혹독한 것입니다. 가장 지독한 고통을 가장 길게 느끼면서 서서히 죽어가도록 고안해낸 사형법입니다. 그 사형법에 의해 예수께서 죽임을 당하신 겁니다. 고난 당하신 신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을까요? 죽임을 당하신 하나님이라는 개념은 다른 종교에서 찾아볼 길이 없는 것입니다. 불교에 심오한 면이 있지만 불교는 철학입니다. 그러나 기독교는 사상이 아니고 철학도 아니고 도덕도 아니고 좋은 가르침을 남긴 현자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하나님의 아들이 인간의 몸을 입고 세상에 오셔서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를 지신 이야기입니다. 하나님이 인간이 되시고 그분이 십자가를 지셨고 그것도 죄인을 위하여 지셨다는 이 지점에서 깊이 묵상하셔야 합니다. 오래 교회를 다녔던 분은 이것이 너무 상투적으로 익숙해 있는 하나의 언어일지 모르지만 어마어마한 이야기입니다. 만약에 이것이 사실이라면 할 말이 없는 겁니다. 전능하신 분이 무능하신 분이 되신 것입니다. 십자가의 고통은 우리가 이해하는 범주를 넘어섰습니다. 주님은 고통의 끝까지 가보신 분입니다. 육체를 입고 있는 인간이 갈 수 있는 고통의 끝까지 가보셨습니다. 주님은 우리가 당하는 고통을 머리로 이해하신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아시는 분입니다. 나만 고통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도 그 고통을 잘 알고 계십니다. 우리는 십자가에서 고통을 당하신 예수를 믿습니다. 그 안에 주님이 우리의 모든 고통을 충분히 이해하신다는 것이 포함되어 있는 것입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고통을 이길 수 있는 신비로운 힘을 제공하신 것이 아니라 고통을 당하고 있는 우리와 함께하십니다. 십자가는 주님이 우리의 고통 바깥에 계시지 않는다는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예수를 믿는다고 고통에서 제외되지 않습니다. 신앙생활을 아주 열심히 하면 고통의 면죄부를 받는 것도 아닙니다. 이 땅의 사람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고스란히 우리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통을 당할 때 함께하시는 주님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신자만이 누리는 축복입니다. 십자가를 묵상하면 고난의 신비를 알게 됩니다. 처음에는 우리가 당하는 고통 때문에 너무 힘들어 하지만 어느 순간 그 고통을 통하여 주님의 십자가 앞으로 나아갈 때 주님이 당하신 그 고통으로 관심이 옮겨지면서 내가 당하고 있는 그 고통이 새로운 사건으로 변모되기 시작합니다. 죄 없으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는 왜 그토록 혹독한 십자가의 고통을 당하셨는가? 십자가를 거부할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가지신 분이 왜 그것을 받아들이셨는가? 주님이 우리 고통 가운데 찾아오셔서 하시는 일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고통을 통하여 무엇인가를 빚어내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십니다. 우리의 삶의 위대한 역사의 대부분은 고통의 사건을 통하여 만들어집니다. 우리의 고통 속에서 주님을 만나고 고통 속에서 하나님의 은혜의 진수를 맛봅니다. 그리스도를 진짜 만나고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은혜의 도를 온전히 깨달은 분이 있다면 그분은 틀림없이 인생에 찾아온 고통의 소용돌이 속에서 찾아오신 주님을 만나서 그렇게 되었을 것입니다. 우리의 인생 가운데 고통의 과정 속에서 다가오신 주님을 만나며 십자가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고통을 겪으면 고통의 피해자가 아니라 수혜자가 됩니다. 하나님의 손길이 닿기만 하면 우리의 고통은 기가 막힌 작품으로 바뀌어 집니다. 그 고통이 아니었다면 도무지 만들어 질 수 없는 이야기가 내게 찾아오신 주님으로 인하여 시작되는 것입니다. 고통을 당할 때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많고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우리 인생에 큰 어려움을 당하면 받아들이기가 힘듭니다. 주님이 십자가상에서 매달려 계실 때도 그랬습니다. 십자가 사건 그 자체로는 뭔가 선한 길을 찾아낼 길이 없습니다. 고통의 절정에 도달하여 절규하며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하는 처절한 죽음의 현장에서 희망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십자가에서 당하신 고통으로 인하여 일어난 일이 무엇인지 압니다. 혹시 지금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문제로 고통하고 계신 분이 계십니까? 하나님. 왜 나에게 이런 고통을? 그러나 진짜 이해할 수 없는 고통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입니다. 하나님의 아들이 십자가에서 죽으신 사건에 대해서 어떻게 이해가 될까요? 전능하신 하나님이 십자가에? 우리의 지성을 완전히 넘어선 비밀스러운 일입니다. 누구도 감히 그 십자가를 이해한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고통 가운데 찾아와 함께하시는 주님을 바라보십시오. 가시관을 쓰시고 피를 흘리고 계시는 주님의 얼굴을 한 번 바라보십시오. 그분의 온몸에 흘러내리는 핏방울을 보십시오. 그 모진 십자가의 고통을 인내로 이겨내신 주님을 묵상해 보십시오. 나무의 형틀에 매달려 손과 발에 못이 박힌 십자가의 주님의 임재 앞에서 시간을 보내며 홀로 그 고통 속에서 몸부림을 치는 그리스도를 바라볼 때 그 속에서 주시는 놀라우신 메시지들이 있습니다. 우리의 죄로 인해 겪는 모든 고통을 대신 끌어안으시고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우리가 생명을 얻게 된 것입니다. 십자가는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삶의 한가운데 깊이 경험되어지는 십자가입니다. 우리가 고통 속에 있을수록 주님은 더 가까이 다가오십니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만나는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의 사건들 속에서 우리는 주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고통의 한가운데서 우리는 주님을 찾았고 주님을 만났고 구원을 경험했습니다. 고통의 순간에 주님은 우리를 소망으로 이끌어주십니다. 그것이 바로 십자가의 은혜입니다. 우리는 이 땅을 살아가면서 그 누구도 고통에 제외된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는 그 고통을 저주고, 불행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십자가를 만나고 고통 속에 다가오신 주님을 만나면, 고통 속에서도 계속 십자가를 붙들고 있으면 우리 안에 찾아오시고 우리와 함께하시는 그분이 십자가를 통하여 우리의 인생을 가장 최상의 상태로 이끌어 주실 줄 믿습니다. 고통에만 갇혀 있지 않고 고통의 순간에 십자가의 주님을 깊이 묵상하고 경험하면 고통을 넘어선 하나님의 인도가 부활의 세계로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우리가 져야 할 십자가가 있다는 것입니다. 가끔 “내가 십자가를 진다”고 하는데 그것은 어떤 의미입니까? 할 수 없이, 남들은 다 하지 않는다고 하니 내가 할 수 없이 십자가를 지겠다는 투로 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보여 준 십자가는 그것과 다릅니다. 그리스도에게 십자가는 기꺼이 지신 사건입니다. 로마의 형법과 유대의 종교법 사이에서 억울한 재판과 여론몰이에 의해 십자가형을 받으신 것은 맞지만 그럼에도 주님은 십자가를 스스로 선택하시고 받아들이셨습니다. 예수님은 공생애 속에서 계속 아버지의 뜻을 따르는 것에 집중하셨습니다. 예수님이 아셨던 아버지의 뜻은 십자가였습니다. 모든 사건들 속에 십자가의 길을 이미 걸어가고 계셨습니다. 공생애 시작 즈음에 마귀는 끊임없이 고난을 피하고 영광을 취하라고 유혹합니다. 그러나 주님은 단호히 그 마귀의 유혹을 물리치십니다. 십자가를 기꺼이 선택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아들의 선택에 모든 것을 맡기셨습니다. 우리가 져야할 십자가 역시 선택입니다. 질 수도 있고 안 질 수도 있습니다. 어느 길을 갈 것인가? 항상 두 길이 있습니다. 두 길 사이에 우리가 선택하는 겁니다. 하나는 십자가의 길, 또 하나는 그 반대의 길입니다. 넓은 길이 있고 좁은 길이 있습니다. 한쪽은 십자가의 길입니다. 십자가를 통과해야만 부활로 갑니다. 고난의 길을 통과해야 영광에 동참하게 되는 겁니다.

십자가를 지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23절, “또 무리에게 이르시되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십자가의 길을 가는 것은 자기 부인의 길입니다. 신앙의 끝없는 우리의 훈련 중의 하나는 자기부인입니다. 자기를 부인해야 각자의 십자가를 지고 그리스도를 따를 수가 있습니다. 자기를 부인하는 것은 자아를 십자가에 못 박는 것입니다. 세상은 이것과 정반대의 길을 가라고 얘기합니다. 자기부인이 아니라 자기를 극대화하고, 자존심을 살리며 멋져 보이는 삶을 살아가도록, 고생하지 않고 영광을 추구하는 길을 가르쳐줍니다. 우리가 세상의 평가에 목을 매고 살면 자아부인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아숭배를 하게 됩니다. 우리는 사람들의 평가에 몰두할 때가 많습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더 유명해지라!” “더 높아져라!” “너를 드러내라!” “너를 자랑하라!” “너의 성공을 모든 사람에게 알리라!”고 합니다. 세상에 가면 모든 것을 동원하여 나를 드러내려고 합니다. 우리 자신의 만족이나 자신을 즐겁게 하는 것이 목적이 되면 십자가로부터 멀어집니다. 자기를 부인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자존심을 살려주기 위해 십자가를 지시지 않았습니다. 세상에서 우리가 성공하려고 애를 쓰면 나도 모르게 십자가와 멀어집니다. 우리는 일시적으로 우리를 만족하게 하고 즐겁게 해 주는 것에 마음에 빼앗길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십자가는 어떤 것입니까? 감추어지는 것입니다. 십자가는 눈에 띄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는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지금은 패자처럼 살지 모르지만 나중에 승자로 살 것인가? 아니면 지금 승자처럼 살지만 나중에 패자처럼 살 것인가? 언제나 결정의 기준은 십자가입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완전히 패자로 보여 집니다. 그러나 그것이 승리의 길입니다. 십자가는 자세히 보지 않고 대충 보면 영락없이 실패작입니다. 무기력해보입니다. 자기주관이 전혀 없어 보이고 전혀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십자가 그 자체로만 보면 경의를 표하기 어렵습니다. 참혹하게 십자가의 형틀에 온몸이 비틀어져 매달려 축 늘어져 죽어있는 그리스도를 바라보며 찬양과 경배를 돌리기는 어렵습니다. 대개는 십자가를 바라보면 고개를 돌리거나 놀라 도망가 버립니다. 처절하게 죽어 매달린 예수는 그야 말로 실패 중의 실패입니다. 고린도전서 1장 22~24절에서 바울은 “22유대인은 표적을 구하고 헬라인은 지혜를 찾으나23우리는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를 전하니 유대인에게는 거리끼는 것이요 이방인에게는 미련한 것이로되24오직 부르심을 받은 자들에게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능력이요 하나님의 지혜니라” 오직 부르심을 받은 하나님 믿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하나님의 능력이요 하나님의 지혜이지만 유대인들에게는 거리끼는 것이고 이방인들은 미련하게 본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십자가 아래에서 많은 사람들은 거리끼고 그것을 부정하고 조롱했습니다. 제자들은 다 도망가 버렸습니다. 실패로 봤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십자가에 대한 나의 반응을 보면 내가 어떤 상태의 그리스도인인가를 알 수 있습니다. 십자가는 우리의 신앙을 점검해 주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습니다. 십자가 앞에서 내 반응이 무엇인가가 내 신앙의 유무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내가 참된 신자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것의 기준은 딴 데 있지 않습니다. 딱 하나인데 십자가에 대한 반응입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은 십자가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십자가를 바라볼 때 무덤덤하고 별로 관심이 없다면 우리의 신앙을 살펴봐야 합니다. 사실 설교자들에게도 십자가가 메인 주제가 아니고 벗어난 주제일 때가 많습니다. 오늘날 한국 교회 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설교자들에게 십자가의 설교는 역시 위험하기도 하고 별로 인기가 없습니다. 사람을 불러 모으려면 십자가 설교는 가급적 피해야 합니다. 십자가는 어느 시대나 인기 있는 주제가 될 수 없습니다. 설교자는 청중의 필요를 무시해서는 안 되지만 청중의 필요에 너무 민감해서도 안 됩니다. 설교자는 청중 반응의 유무와 상관없이 항상 전해야 될 메인 메시지가 있는데 그것은 십자가입니다.

바울은 십자가야말로 하나님의 능력이고 하나님의 지혜라고 했습니다. 갈라디아서 6장 14절 “그러나 내게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 결코 자랑할 것이 없으니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세상이 나를 대하여 십자가에 못 박히고 내가 또한 세상을 대하여 그러하니라” 바울은 자랑할 것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만나고 난 뒤부터 그는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 결코 자랑할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어떤 자랑도 십자가 앞에서는 빛을 바래게 됩니다. 지금은 내가 자랑하는 것을 굉장한 것처럼 여기지만 세월이 흐르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바울은 그걸 깨달은 것입니다. 빌립보서를 보면 바울은 자랑할 것이 매우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자랑할 만한 것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만나고 나니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 자랑할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자랑들이 그 앞에 빛을 바랜 것입니다. 고린도전서 2장 2절, “내가 너희 중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그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알지 아니하기로 작정하였음이라”라고 합니다. 바울은 가말리엘 문하에서 당대에 최고의 학문을 배웠던 사람입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도를 깨닫고 나면 다른 지식이 아무 것도 아니더라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만이 진짜 하나님의 지혜요 능력이라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에 그 도에 바울은 모든 것을 걸고 그 도를 따라 살고, 그 도를 위해 죽겠다는 고백을 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빌립보서 3장 10~11절에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10내가 그리스도와 그 부활의 권능과 그 고난에 참여함을 알고자 하여 그의 죽으심을 본받아11어떻게 해서든지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에 이르려 하노니” 그리스도의 십자가 안에 있는 비밀을 깨닫고 나니 다른 인생을 살게 된 것입니다. 그것보다 더 강력한 게 없습니다. 모든 게 다 시시해져 버린 것입니다. 십자가는 마음을 일시적으로 끄는 정도가 아니라 우리 인생 전체를 송두리째 사로잡는 능력이 있다는 겁니다. 세상에 그런 것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한 때는 좋은데 조금만 지나면 다 시큰둥해집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한 번 붙잡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생명을 걸고 그게 전부인 것처럼 그걸 위해서 노력했는데 그걸 붙잡고, 추구해 보고, 성취해 보지만 오래가지 못합니다. 세상의 것이 다 그런 것입니다. 십자가의 실체를 알고 나면 더 이상 다른 것이 시선을 끌 수 있는 게 없더라는 겁니다. 십자가 외에 자신의 시선을 끌고 자기의 마음을 사로잡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겁니다. 십자가의 은혜를 한 번 맛본 사람들은 그것을 무시하고 딴청을 피우고 살아갈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십자가의 강도가 너무 크기 때문에 거기에 사로잡혀 버린 것입니다.

십자가를 따른다는 것은 한두 번의 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건 속에 십자가가 있어야 합니다.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임이라” 날마다 입니다. 가끔이 아닙니다. 매일의 삶 속에서 십자가를 져야 합니다. 모든 선택과 결정의 중심에 십자가가 있어야 합니다. 한순간이라도 십자가를 놓쳐 버리면 우리의 신앙은 길을 잃어버립니다. 십자가가 없으면 우리의 신앙은 타락하고 맙니다. 곁길로 빠져버리고 맙니다. 우리는 자칫하면 십자가를 놓치기 쉽습니다. 인간의 본성과 거스르는 것이기 때문에. 그러므로 매순간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갈라디아서 2장 20절이 답입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요” 2천 년 전에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혔을 때에 그때 나도 이미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는 겁니다.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그리스도가 사시는 것이라”에는 놀라운 복음의 삶이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죽은 자로 살라는 겁니다. “내가 죽었다”는 “나”라는 “ego(에고)”가 자리 잡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앙생활에서 실패할 때는 “나”라는 자아를 살리려고 할 때입니다. 자아 중심적으로 살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죄성으로 덮여져 있는 나를 만족시키려고 살아가면 거기에 사고가 터지고, 문제가 일어납니다. 육체를 심으면 육체의 열매를 거둘 것밖에 없습니다. 자아가 죽어야 됩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통해서 일하신다는 것은 무엇을 전제합니까? 그리스도와 함께 죽은 나를 사용하시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관심은 내가 무엇을 하느냐가 아닙니다. “내가 죽어 있는가?” “그리스도와 죽어 있는가?”입니다. 내가 죽어있지 않다면 겉보기에는 멋진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자기를 높이고, 만족시키고, 성취하고, 자기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합니까? 열심히 하면 할수록 십자가의 대적자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계속 확인해야 하는 것은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는가 입니다. 나는 죽고 그리스도가 사는 삶을 살 때 우리를 통하여 그리스도가 드러나고 그리스도께서 영광을 받으시고 그리스도가 사시게 됩니다. 우리가 죽으면 그리스도가 일하십니다. 내가 죽으면 그리스도가 드러나십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데도 늘 그 자리에서 물질을 쓰고 모든 수고를 하며 10년, 20년 묵묵히 그 자리에서 시험 하나 들지 않고 헌신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죽어서 그런 겁니다. 죽어야만 그게 가능합니다. 죽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자기의 수고를 알아주지 않을 때 시험에 듭니다. 시험에 드는 이유는 죽지 않아서 입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죽지 않으면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가는 게 쉽지 않습니다.
신자는 죽는 것이 어렵지 않도록 훈련해야 합니다. 십자가를 아는 신자는 잘 죽어야 합니다. 죽는 것이 쉬워야 됩니다. 억울하게 죽으면 안 됩니다. 그리스도는 십자가에서 죽으시면서 억울해하지 않으셨습니다. 기꺼이 즐거이 죽으셨습니다. 어떤 분은 “왜 나만 죽어야 합니까?”라고 하는데 걱정하지 마십시오. 십자가가 답입니다. 잘 죽으면 다시 삽니다. 내가 죽으면 나라는 존재가 없어지는 줄 알지만 아닙니다. 죽어야 주님이 진정한 나를 살려주십니다. 죽지 않으려고 하면 다른 사람이 나를 죽이려고 합니다. 십자가 원리만 지키면 세상의 문제도 다 풀리게 되어 있습니다. 자신이 먼저 죽으면 됩니다. 그러면 내가 죽었기 때문에 죽일 자가 없습니다. 죽이든 살리든 상관 없습니다. 내가 완전히 죽으면 됩니다. 우리는 혼자 죽는 게 아닙니다. 내가 죽어도 내가 죽는 게 아니고 그리스도와 함께 죽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납니다. 내가 죽는 이유는 그리스도 때문입니다. 그리스도가 죽으셨기 때문입니다. 내가 죽어야 주님이 부활로 인도하십니다. 그리스도가 죽으셨는데 내가 죽지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가 죽으면 그리스도가 드러납니다. 매일 우리의 일상과 가정과 모든 인간관계 속에 십자가의 원리,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혀 죽는 삶을 살아간다면 반드시 승리의 길로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 여기에 비밀이 있습니다.

십자가의 길은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길을 찾는 이가 적습니다. 우리는 십자가와 반대되는 길, 넓은 길, 영광의 길, 멋진 길, 자신을 드러내는 길을 원합니다. 십자가는 미련하게 보이고 거리끼게 보입니다. 십자가를 선택하고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고 자기를 부인하는 삶을 살기로 결단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세상 속에 바보 같다는 소리를 들을지 모릅니다. 자신의 삶을 주장하지 않고 모든 것을 다 내려놓으셨던 그리스도처럼 살아간다는 것은 위험한 삶입니다. 그러나 그 십자가 앞에 잠잠히 서서 묵상하고 또 묵상하면 십자가 안에서 흘러나오는 놀라운 비밀을 발견합니다. 그 안에 우리 인생의 모든 질문의 답이 있습니다. 지금 겪고 있는 문제들을 가지고 이 십자가의 원리를 적용만 해 보면 답이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나니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내 안의 그리스도가 사시면 어떤 인생이 되는지 기대해 보십시오. 멋진 인생이 됩니다. 십자가에 다가갈수록 십자가의 메시지는 천연의 색상으로 우리의 영혼에 다가옵니다. 그 십자가 안에 사랑이, 진정한 용서가, 능력이 있습니다. 치유가 있습니다. 회복이 있습니다. 거기에 우리의 인생의 생각할 수 없는 기쁨과 부활의 영광이 있습니다. 십자가가 십자가로 보일 때 영안이 열려진 것입니다. 기적 중의 기적은 십자가를 십자가로 아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미 내 인생은 기적 안으로 들어간 것입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보여주려고 하셨던 가장 위대한 역사는 십자가였습니다. 그 십자가를 십자가로 안다면 하나님의 비밀과 능력을 다 경험한 것입니다. 그러면 내 인생은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가게 됩니다. 하나님의 능력과 지혜의 절정이 십자가 안에 있습니다. 그 십자가를 십자가로 알아보는 눈이 열리는 여러분들 되시길 축원합니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가면 승리가 있을 줄로 믿습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죽기로 결단한다면 부활의 역사를 매일 경험하게 되는 은혜가 있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