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강해 33
하나님을 섬기는 법

출20:18-26
18 뭇 백성이 우레와 번개와 나팔 소리와 산의 연기를 본지라 그들이 볼 때에 떨며 멀리 서서 19 모세에게 이르되 당신이 우리에게 말씀하소서 우리가 들으리이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말씀하시지 말게 하소서 우리가 죽을까 하나이다 20 모세가 백성에게 이르되 두려워하지 말라 하나님이 임하심은 너희를 시험하고 너희로 경외하여 범죄하지 않게 하려 하심이니라 21 백성은 멀리 서 있고 모세는 하나님이 계신 흑암으로 가까이 가니라 22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너는 이스라엘 자손에게 이같이 이르라 내가 하늘로부터 너희에게 말하는 것을 너희 스스로 보았으니 23 너희는 나를 비겨서 은으로나 금으로나 너희를 위하여 신상을 만들지 말고 24 내게 토단을 쌓고 그 위에 네 양과 소로 네 번제와 화목제를 드리라 내가 내 이름을 기념하게 하는 모든 곳에서 네게 임하여 복을 주리라 25 네가 내게 돌로 제단을 쌓거든 다듬은 돌로 쌓지 말라 네가 정으로 그것을 쪼면 부정하게 함이니라 26 너는 층계로 내 제단에 오르지 말라 네 하체가 그 위에서 드러날까 함이니라

하나님의 임재

이스라엘 백성이 집단적으로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대단한 경험입니다. 한 개인이 하나님을 만나는 사건들은 많습니다. 그러나 한 민족이 경험했다는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만큼 이스라엘의 출애굽은 중대한 사건이었고, 이스라엘 민족 탄생 기점이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수많은 민족들이 세상에는 탄생을 했습니다. 대부분의 민족은 한 씨족이 자라서 그렇게 되었거나, 같은 자연환경과 역사를 공유하면서 빚어져 나오거나, 좋은 환경을 찾아 이동 과정 중에 형성이 됩니다. 이런 수많은 민족 중에 이스라엘이 독특한 것은 자신들이 혈통을 따라서도 아니요, 자연환경을 따라서도 아니요,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탄생한 백성이라는 자각입니다. 시내 산에서의 하나님 만남의 사건이 그 절정입니다.

신을 만났다는 것은 분명 그 민족의 우수성을 드러내는 자랑입니다. 그러나 신은 우리에게 자랑거리나 민족의 영광이 되기 위해서 우리를 부르신 것이 아닙니다. 신과의 만남이 한 민족이나 개인에게 주는 의미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두려움이고, 다른 하나는 소명입니다. 두려움은 흔히 누미노제라고 표현합니다. 두산 백과사전에서는 누미노제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사람에게 피조물이라는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무서운 신비. 외경심을 불러일으키는 전율적인 무서움, 압도적인 권위, 세력 있는 것, 절대타자로서의 신비”

이스라엘이 그런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18절과 19절입니다. “뭇 백성이 우레와 번개와 나팔 소리와 산의 연기를 본지라 그들이 볼 때에 떨며 멀리 서서 모세에게 이르되 당신이 우리에게 말씀하소서 우리가 들으리이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말씀하시지 말게 하소서 우리가 죽을까 하나이다” 신적인 거룩하고 전능하고 영원한 존재 앞에서 인간은 피조성을 깨닫습니다. 자신이 더럽고 연약하고 유한한 존재임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만난 사람은 겸손합니다. 자기가 주인이 아니기에 기고만장하지 않습니다. 어떤 상황이나 만남에서도 신의 존재와 섭리를 느끼고 생각합니다. 모세도 그렇게 설명합니다. 20절입니다. “두려워 말라. 하나님이 임하심은 너희를 시험하고 너희로 경외하여 범죄 하지 않게 하려 하심이니라” 하나님이 너희를 겁주기 위해서나 자신의 영광을 위해서 일부러 두렵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두려워함으로 우리가 하나님 말씀을 어기는 범죄를 하지 않게 하려는 뜻입니다. 엄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순종하는 자식을 만들게 하려는 뜻입니다.
  
이런 과정과 체험을 통해서 그들에게는 소명이 주어집니다. 그 소명은 이미 19장 5절과 6절에 나타나 있습니다. “모든 민족 중에서 내 소유가 되겠고 너희가 내게 대하여 제사장 나라가 되며 거룩한 백성이 되리라”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만난 것은 특권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공동체가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을 전세계 민족 가운데 하나님이 원하시는 모범 국가로 만드는 것입니다. 십계명은 그 국가의 헌법과 같은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모든 민족마다 건국신화를 갖지 않은 민족이 드뭅니다. 모두가 신이나 신적인 영웅이 만든 민족입니다. 로마는 제우스의 섭리 가운데 영광이 약속되었다고 자랑합니다. 우리나라 또한 신의 아들인 단군이 세운 나라라 자랑 합니다. 그러나 자랑은 그 기원이 아니라 소명에서 찾아야 합니다. 우리 민족에게는 ‘홍익인간’ 곧 널리 인간을 복되게 한다는 소명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우리 민족사 가운데 언제 이 민족적 소명을 자랑스럽게 제시한 적이 있던가요? 그렇다면 그것은 단순한 신화로 전락할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시내 산에서의 하나님 체험은 신화가 아니라 생생한 사실입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그들이 자신의 민족에게 주어진 소명을 항상 인식했고, 시내 산 사건에 비추어 반추했기 때문입니다.

한 민족뿐만 아니라 하나님을 만났던 개인들도 유사한 경험을 했습니다. 이사야 선지자가 성전에서 거룩하신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처음 하나님을 뵈었을 때 했던 그의 탄식입니다. “화로다 나여 망하게 되었도다 나는 입술이 부정한 사람이요 나는 입술이 부정한 백성 중에 거주하면서 만군의 여호와이신 왕을 뵈었음이로다”(사6:5).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서 느끼는 인간의 초라함입니다. 그래서 천사들이 제단 숯불로 그 입을 지진 연후에야 이사야는 하나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소명을 받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라는 명령이었습니다. 이 명령에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사6:8) 하며 이사야는 응답하였습니다.

신약에서는 베드로가 그런 체험을 하였습니다. 베드로가 밤새도록 고기잡이를 하다 헛수고를 하였습니다. 그러다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깊은 곳에 그물을 내리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하였을 때 그의 배에는 고기가 차고 넘칠 정도였습니다. 그때 베드로는 “주여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눅5:8)고 말하였습니다. 절대적 존재 앞에서 느끼는 부족함입니다.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소명을 줍니다. “무서워하지 말라 이제 후로는 네가 사람을 취하리라”(눅5:10). 인생의 비전이 생긴 것입니다.

우리 인생에서도 절대적 존재와의 만남이 필요합니다. 그러할 때 우리 분열되고 허무했던 정신이 통일이 됩니다. 인생을 향한 감사와 겸손함이 생깁니다. 그리고 우리 인생을 향한 소명과 비전을 발견합니다. 이사야처럼 신비적인 체험을 할 수도 있지만 베드로처럼 생활 속에서 그런 체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우리에게는 절대자와의 만남이 필요합니다. “나를 사랑하는 자들이 나의 사랑을 입으며 나를 간절히 찾는 자가 나를 만날 것이니라”(잠8:17)

말씀의 하나님

하나님을 만나되 이스라엘은 특별히 말씀의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주님이 시내 산에 강림하신 이유는 말씀, 곧 율법을 주시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 체험의 대부분은 말씀 선포에 할애되어 있습니다. 20장 1절부터 17절까지 십계명을 주셨습니다. 말씀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잠깐 이스라엘 백성들이 느꼈던 두려움을 표현한 후에 다시 율법이 주어집니다. 20장 22절부터 시작하여 23장 33절까지 이어집니다. 특별히 이 부분을 24장 7절에서 ‘언약서’라 부르고 있어, 학자들은 이 율법을 통칭 ‘계약법전“이라 부릅니다. 주로 농경사회에서 살 때 발생하게 될 재산과 인간관계의 문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계약법전을 받은 이후에 24장에서 이스라엘의 장로들이 대표가 되어 하나님과 계약을 체결합니다.

그만큼 율법이, 곧 하나님 말씀이 중요합니다. 이제 하나님은 말씀으로, 곧 율법으로 존재합니다. 이스라엘의 말씀에 대한 사랑은 매우 깊습니다. 이는 창조의 과정에도 잘 나타납니다. 창세기 1장의 창조과정에서 반복되고 있는 것은 “하나님이 가라사대... 그대로 되니라”입니다. 하나님은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했습니다. 예언자들은 “여호와 하나님의 말씀이 임하여 가라사대” “이는 여호와의 말씀이니라”를 반복합니다. 시편 곳곳에서는 말씀 곧 율법에 대한 찬양이 많습니다. “여호와의 말씀을 주야로 묵상하는 자가 복이 있다.” “주의 말씀이 내게 송이 꿀보다 더 답니다.” “여호와의 율법은 완전하여 영혼을 소성시키며 여호와의 증거는 확실하여 우둔한 자를 지혜롭게 하며 여호와의 교훈은 정직하여 마음을 기쁘게 하고 여호와의 계명은 순결하여 눈을 밝게 하시도다”(시19:8-9) 유대인들은 말씀을 연구하고 있는 그 장소와 시간은 곧 성전의 지성소에 있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그래서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이 굳이 성전에 가지 않고 회당에만 출석해도 그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구약을 계승한 신약의 신앙인들도 예수님을 ‘말씀’이라 불렀습니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요1:1) 이 말씀을 모으고 글로 기록한 것이 바로 성경입니다. 우리는 성경을 통해서 하나님을 만납니다. 성경을 읽고 연구하는 그곳이 성전입니다. 하나님 말씀이 선포되는 이 강단이 바로 시내 산의 하나님 임재의 현장입니다.

하나님 임재의 두려움 속에서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말씀을 받고 있습니다. 그만큼 두려움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대하라는 것입니다. 말씀에 순종하라는 것입니다. 또한 하나님은 이제 말씀이라는 형태로 자신의 존재를 보여주고 계십니다. 우리가 말씀을 읽을 때 거기서 하나님을 발견합니다.

하나님을 섬기는 법

계약법전의 시작은 하나님을 섬기는 법에 대해서 말씀합니다. 거룩하신 하나님은 인간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만날 수 있는 하나님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원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첫째 우상숭배는 되지 않습니다. “내가 하늘로부터 너희에게 말하는 것을 너희 스스로 보았으니 너희는 나를 비겨서 은으로나 금으로나 너희를 위하여 신상을 만들지 말고”(22,23) 전능하신 창조주를 금과 은 같은 물질로 만드는 것을 하나님은 싫어하십니다. 우상은 인간이 하나님을 규정하려는 시도입니다. 하나님은 자신의 두려운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하나님을 우습게 여기지 말 것을 시청각적으로 경고하셨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망각의 동물인지라 얼마 가지 못해서 그 두려운 하나님을 새까맣게 잊고 다시 우상 숭배에 빠집니다.

예배도 자기들 좋은 대로 드려서는 안 됩니다. 제단을 만들 때 돌을 다듬지 말라고 말씀합니다. “네가 내게 돌로 제단을 쌓거든 다듬은 돌로 쌓지 말라 네가 정으로 그것을 쪼면 부정하게 함이니라”(25) 신명기 27장 5, 6절의 말씀입니다. “또 거기서 네 하나님 여호와를 위하여 제단 곧 돌단을 쌓되 그것에 쇠 연장을 대지 말지니라 너는 다듬지 않은 돌로 네 하나님 여호와의 제단을 쌓고 그 위에 네 하나님 여호와께 번제를 드릴 것이며” 돌을 다듬는다는 것은 돌의 본연성과 총체성을 훼손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그것을 기뻐하지 않습니다. 물론 번듯하게 다음은 돌이 아름답겠지요. 그러나 그것은 인간의 미적 감각을 만족케 하는 행동입니다. 하나님은 오히려 자연성을 좋아하십니다. 우리가 기뻐하는 방식이 아니라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방식으로 예배하십시오.

오늘 말씀에 비추어보면 하나님은 우리가 성형 수술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 본연의 모습을 상실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원래 만드신 작품이 무언가 부족한 것처럼 대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아름답게 꾸미고 싶은 것이야 인간의 마음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자신에 대한 자긍심을 잃어버리고 사람들의 평판에 쏠려서 행하는 결정이라면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의 성형 열풍은 없잖아 그런 경향이 강합니다.

신영복 선생의 『담론』에서 인용된 동화입니다. 외과의사이자 시인인 반 에덴이 쓴 동화집 『어린 요한』 중에 나오는 버섯이야기입니다. 아버지가 어린 아들을 데리고 산책을 가다 버섯 군락지를 보았습니다. 그 중 하나의 버섯을 가리키며 “얘야 이건 독버섯이야”하고 말했습니다. 그 지적을 받은 버섯이 충격으로 쓰러졌습니다. 곁에 있던 버섯 친구들이 그의 친절과 우정을 언급하며 너는 결코 독버섯이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위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때 한 친구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그건 사람들이 하는 말이야!” 독버섯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버섯을 식용으로 하는 사람들의 논리입니다. 버섯의 독은 자신을 방어하는 좋은 수단일수도 있고 다른 목적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각자에게는 자기의 이유가 있습니다. 이것을 줄여 자유라고 합니다. 이 자기 이유를 지켜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 쏠릴 이유가 없습니다. 하나님은 다음은 돌이 아니라 그대로의 원석을 사랑하십니다.

또 층계를 오르내리며 하체를 보이는 것도 허락되지 않습니다. “너는 층계로 내 제단에 오르지 말라 네 하체가 그 위에서 드러날까 함이니라”(26) 하체가 보이는 것은 가나안 땅의 우상종교의 일반적인 형태입니다. 바알 우상 종교는 성적인 제의와 연관되어 진행됩니다. 하나님은 우상들이 드리는 식의 이런 제의를 싫어하십니다. 그래서 제사장의 옷을 만들 때 출애굽기 28장 42절에서는 “또 그들을 위하여 베로 속바지를 만들어 허리에서부터 두 넓적다리까지 이르게 하여 하체를 가리게 하라”고 명령합니다. 하나님은 윤리적 하나님입니다. 인간의 광란이나 쾌락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런 연후에야 그곳에서 제사를 드릴 수 있습니다. “내게 토단을 쌓고 그 위에 네 양과 소로 네 번제와 화목제를 드리라 내가 내 이름을 기념하게 하는 모든 곳에서 네게 임하여 복을 주리라”(24) 이제는 하나님께 이런 제사를 드리지 않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골고다에서 단번에 드리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더 이상 제사가 필요 없는가?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 몸을 매일의 제사로 드려야 합니다.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 이는 너희가 드릴 영적 예배니라”(롬12:1) 우리 몸을 인신공양으로 드리라는 말입니까? 아닙니다. 우리의 선한 행실과 말씀에 따른 삶을 원하십니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롬12:2)

오늘은 추수감사주일로 보내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특별히 받기를 원하시는 제사가 있습니다. 바로 감사의 제사입니다. “감사로 제사를 드리는 자가 나를 영화롭게 하나니”(시50:24) 한 해 동안 우리에게 좋은 일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일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감사함으로 받을 때 하나님은 기뻐하십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에 대한 신뢰와 사랑의 고백과 같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오늘 24절 말씀에서 내 이름을 기념하는 모든 곳에 임하여 복을 줄 것이라 약속하셨습니다. 감사로 제사를 드리는 여러분의 믿음을 후회하지 않도록 하나님은 복을 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