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휼하러 오신 예수(히4:14~16)

오늘 본문 14절을 보면, 예수님을 가리켜 ‘큰 대제사장’이라 불렀는데, 그게 바로 예수님의 대속을 언급한 겁니다. 히4:14 “그러므로 우리에게 큰 대제사장이 계시니 승천하신 이 곧 하나님의 아들 예수시라 … ”

구약시대에 일반 제사장과 대제사장이 있었죠. 대제사장은 1년에 한 번 속죄일(유대력 7월 10일)에 짐승의 피를 갖고 지성소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면 백성의 죄가 속죄됩니다. 이때 대제사장 본인의 죄도 포함됩니다. 그런 한계 때문에 속죄제사가 매년 반복됩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단 한 번에 속죄제사를 영원히 끝내셨습니다. 이를 가리켜 ‘영단번(once for all) 제사’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인간 대제사장과 구별해서 예수님을 ‘큰 대제사장’이라 지칭한 것입니다. 그 말은 곧 예수님이 인간의 죄를 위해 속죄제사는 드리는 대속자(代贖者) 혹은 구속자(救贖者)라는 뜻입니다. 이런 이유로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신데도 굳이 인간이 되신 겁니다. 롬8:3(하). “ … 자기 아들을 죄 있는 육신의 모양으로 보내어 육신에 죄를 정하사”하나님이 그 아들 예수로 하여금 인간의 죄를 대신 담당시키셨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예수님 자신은 인간이 되기는 했지만 죄가 없으십니다. 히4:15 “우리에게 있는 대제사장은 … 죄는 없으시니라”이와 같이 무죄한 인간으로 탄생하기 위해서 동정녀의 몸을 빌려 성령으로 잉태되신 겁니다.

예수님의 대속에 대해 히2:17도 이렇게 증거합니다. “그러므로 그가 범사에 형제들과 같이 되심이 마땅하도다 이는 하나님의 일에 자비하고 신실한 대제사장이 되어 백성의 죄를 속량하려 하심이라”(cf. 히9:25~26) 인간으로 오셔서 백성의 죄를 속량(贖良)했다는 말은 죗값을 치러주심으로 해방시켜 주셨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해서 누구든지 예수님의 십자가 대속을 믿으면 죄와 사망에서 구원받고 영생을 얻게 됐습니다. 이게 바로 하나님이 인간으로 오신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런데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체휼(體恤)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니까 예수님은 십자가 대속으로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오셨을 뿐만 아니라 체휼하러 오셨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체휼하러 오신 예수”라고 부르는 겁니다. 본문 15절을 보시죠. 히4:15 “우리에게 있는 대제사장은 우리 연약함을 동정하지(한글개역-체휼하지) 못하실 이가 아니요 모든 일에 우리와 똑같이 시험을 받으신 자로되 죄는 없으시니라”‘동정하지’라는 말을 한글개역성경에는 ‘체휼하지’라고 번역되어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번역을 더 좋아합니다. 체휼이란 말을 요즘 잘 사용하지 않지만 국어사전을 보면 나와 있습니다. 대충 동정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몸소 체험해 봤기 때문에 마음 속 깊이 공감하면서 동정하는 겁니다. 이 단어는 헬라어로 ‘συμπαθεω’(쉼파쎄오)인데 여기서 영어단어 ‘sympathize’가 나왔습니다. ‘συμ-’이나 ‘sym-’은 ‘함께’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함께 고난을 당하다’라는 뜻입니다. 직접 고난을 겪어 보았기에 같은 심정으로 동정한다는 의미입니다.

여러분, 이게 굉장히 중요한 사실입니다. 예수님이 하나님이니까 모든 것을 다 아시겠죠. 하지만 지식적으로 아는 것과 체험적으로 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예수님이 인간이 되지 않았었다면 지식으로는 아시지만 체험으로는 모릅니다. 그러니까 인간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습니다. 우리 인간 편에서 예수님에 대해 경외심은 갖겠지만 친밀감을 갖기는 힘들 겁니다. 예수님이 하나님이시기만 하면 우리에게서 아주 멀리 계신 분으로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19세기 덴마크의 유신론적 실존철학자 키에르케고르가 그의 책에 소개한 이야기입니다. 한 왕자가 어느 날 말을 타고 사냥을 나갔다가 시골에서 아름다운 한 여인을 만나게 됩니다. 천사같이 맑고 깨끗한 여인이었습니다. 왕궁으로 돌아가서도 그 여인 생각에 아무 일도 할 수 없었습니다. 왕자의 권세로 데려올 수도 있었지만 그건 사랑이 아니기에 고민합니다. 어떻게 나의 사랑하는 진심을 알려 줄 수 있을까? 신분 차이가 있지만 그건 아무 것도 아니고 모든 문제를 책임지겠다는 것을 어떻게 알려줄까? 그녀가 과연 나의 사랑을 받아주고 또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이런 저런 고민 끝에 그는 왕궁에서 입던 옷을 벗어버리고 평복으로 갈아입은 후 시골 마을로 갑니다. 그곳에서 방을 하나 얻어 목수 생활을 합니다. 가난한 사람들과 어울려 일도 하고 교제도 했습니다. 그 마을의 풍습도 익혔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그 여인과 사귀게 되었고 사랑을 고백합니다. 왕자의 사연을 자초지종 들은 그녀는 감동을 받고 왕자의 사랑을 받아들여 함께 왕궁에 들어갔습니다. 이 이야기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가 인간이 되신 이유를 잘 설명해 줍니다.

이게 바로 체휼입니다. 감사하게도 예수님은 인간으로 오셔서 우리와 똑같이 사셨습니다. 단지 죄만 없으실 뿐이었습니다. 우리처럼 어린 아기로 탄생하셨습니다. 그것도 아주 가난하게 천하게 태어나셨습니다. 장성할 때까지 온갖 인생고를 다 겪어보셨습니다. 목수의 아들로 가난과 궁핍을 체험했습니다. 육신의 아버지 요셉이 돌아가신 후에는 소년 가장으로 집안을 책임지셨습니다. 공생애를 시작하신 후에는 동가식서가숙하며 집 없는 설움도 체험해 보셨습니다. 여우도 굴이 있지만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고 말씀하신 걸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조롱과 핍박도 체험했습니다. 욕을 먹기고 했고, 배신도 당해 보셨습니다. 매를 맞고 고문도 당해 보셨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습니다. 그리고 부활 승천하셨습니다. 엄청난 승리를 체험하신 겁니다.

이처럼 체휼하러 오신 예수님이 우리에게 해 주시는 게 많이 있습니다. 그 중에 세 가지를 함께 살펴봅니다.

[1] 체휼하러 오신 예수는 우리에게 위로를 주십니다.

예수님은 이미 온갖 고난과 고초를 다 경험해 보셨기 때문에 우리의 사정을 너무나 아십니다. 그래서 우리와 동일한 감정을 가지고 우리를 마음 속 깊이에서부터 위로해 주십니다. 우리가 험한 세상 살면서 고난을 당하고 슬픔을 당하고 고통 가운데 있을 때 두 팔 벌리고 우리를 안아주십니다. 마11:28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우리말에 동병상련(同病相憐)이란 말이 있죠.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위로가 된다는 말입니다. 40대에 남편과 사별한 여성이 있었습니다. 기가 막히죠. 계속 흐느껴 웁니다. 눈물이 그치지 않습니다. 누가 다가가 그 여인을 위로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저런 말을 해도 위로가 안 됩니다. 사실 그런 일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한들 그 여성의 마음을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공감이 안 되는 겁니다. 그런데 20대에 남편과 사별하고 평생 유복자 하나 바라보고 살았던 노 권사님이 다가가서 등을 쓸어주며 한두 마디만 해도 위로가 됩니다. “여보게, 얼마나 힘든지 내가 알아~ 나도 살았잖아. 울지 마, 뚝!”하면 눈물을 훔치고 노 권사님의 품 안에 안겨 위로를 받습니다.

예수님의 위로도 이와 같은 겁니다. 예수님이 우리의 마음을 다 아십니다. 그런 동정으로 우리를 위로해 주십니다.

뿐만 아니라 예수님이 부활 승천하셔서 육신으로는 우리와 함께 하시지 않지만 하나님 보좌 우편에서 항상 우리를 위해 중보하며 기도해 주십니다. 롬8:34 “ … 죽으실 뿐 아니라 다시 살아나신 이는 그리스도 예수시니 그는 하나님 우편에 계신 자요 우리를 위하여 간구하시는(interceding for us) 자시니라”우리의 사정을 다 아시기에 우리에게 꼭 맞는 기도를 해 주십니다. 심지어 우리가 지쳐서 기도조차 할 수 없을 때 우리를 대신해서 기도해 주십니다.

이런 것들을 생각해 보면 정말 위로가 됩니다. 우리가 험한 세상을 살면서 고난을 당하면 때때로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아무도 내 사정을 모른다고 소외감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체휼하시는 예수님이 계시기에 그런 말을 할 수 없습니다. 그분이 알아 주십니다. 그리고 힘들 때마다 기도해 주시고 도와주십니다. 아무쪼록 그 사실을 꼭 믿고 위로받으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세상은 세상입니다. 예수님의 위로가 있어도 고난과 슬픔이 한두 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누구나 생로병사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완전한 위로가 필요합니다. 그 완전한 위로는 언제 어디에서 주어집니까? 장차 천국에 들어가면 이루어집니다. 계21:4 보면 천국에 들어가면 어떻게 된다고 했습니까?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닦아 주시니 다시는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우리가 세상을 떠나면 천국 문에서 예수님이 우리를 맞이해 주실 것입니다. 눈에서 눈물을 닦아 주시고 그 넓은 품 안에 안아주실 겁니다. 더 이상 그 어떤 고통이나 슬픔도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순도100%의 기쁨을 맛보며 영생복락을 누리게 될 겁니다. 부디 이런 소망을 갖고 이 세상 살 동안 어떤 고난과 슬픔에도 위로 받으시기 바랍니다.

[2] 체휼하러 오신 예수는 우리에게 승리를 주십니다.

예수님은 우리와 동일한 조건 가운데서 승리하셨습니다. 마태복음 4장을 보면 사탄이 예수님을 시험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때뿐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지상 생애 내내 사탄의 시험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온갖 도전과 핍박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말씀으로 당당히 승리하셨습니다. 이와 같이 승리해본 경험이 있기에 예수님은 우리가 시험받을 때 승리하는 법을 가르쳐 주십니다. 히2:8은 이렇게 증거합니다. “그가 시험을 받아 고난을 당하셨은즉 시험 받는 자들을 능히 도우실 수 있느니라”

또 요16:33을 보면 예수님이 친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을 너희에게 이르는 것은 너희로 내 안에서 평안을 누리게 하려 함이라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

그러므로 우리는 승리하신 예수님을 바라보기만 하면 됩니다. 히브리 기자가 그 방법을 가르쳐 줍니다. 히12:2 “믿음의 주요 또 온전하게 하시는 이인 예수를 바라보자 그는 그 앞에 있는 기쁨을 위하여 십자가를 참으사 부끄러움을 개의치 아니하시더니 하나님 보좌 우편에 앉으셨느니라”우리에게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예수님을 바라보면 새 힘과 용기가 넘칩니다. 그래서 우리도 승리할 수 있습니다.

그뿐이 아니죠. 더 적극적인 방법이 있습니다. 직접 하나님의 보좌 앞으로 나아가 그 은혜를 구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중보자가 되시기에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히4:16 “그러므로 우리는 긍휼하심을 받고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얻기 위하여 은혜의 보좌 앞에 담대히 나아갈 것이니라”‘때를 따라’라는 말은 필요할 때마다, 적절한 때, 언제든지 기도하면 도와주신다는 뜻입니다. ‘담대히’라는 말은 당당한 권리를 행사하라는 뜻입니다. 예수님을 영접함으로 얻은 하나님 자녀의 권세입니다.

부디 체휼하심으로 승리의 길을 열어주신 예수님을 믿음을 바라보고, 의지하고, 은혜의 보좌 앞에 간구함으로 계속 승리하는 저와 여러분 되시기 바랍니다.

[3] 체휼하러 오신 예수는 우리에게 모본을 주십니다.

예수님이 인간이 되시고 우리를 체휼하시기에 우리에게 모델이 되십니다. 예수님이 어떻게 살았는지 그대로 따라 하면 됩니다. 예수님이 하나님이기만 하면 그의 모습을 따라가는 게 막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모습으로 사셨기에 예수님이 하는 대로 따라할 수 있습니다. 성경에 훌륭한 인물들이 많지만, 그들은 우리에게 모델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반면교사 역할만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들을 무조건 따라갈 수 없습니다. 반면에 예수님은 우리가 무조건 따라가기만 하면 됩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선택하시고 구원해 주신 목적도 바로 그겁니다. 롬8:29 “하나님이 미리 아신 자들을 또한 그 아들의 형상을 본받게 하기 위하여 미리 정하셨으니 이는 그로 많은 형제 중에서 맏아들이 되게 하려 하심이니라”

때때로 우리가 고난을 당해도 예수님이 어떻게 사셨는지 따라가면 됩니다. 그럴 때 고난 가운데 승리할 뿐만 아니라 고난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습니다. 살아계신 하나님을 증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베드로는 이렇게 증거합니다. 벧전2:21 “이를 위하여 너희가 부르심을 받았으니 그리스도도 너희를 위하여 고난을 받으사 너희에게 본을 끼쳐 그 자취를 따라오게 하려 하셨느니라”

또 바울은 이렇게 증거합니다. 고후1:4 “우리의 모든 환난 중에서 우리를 위로하사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께 받는 위로로써 모든 환난 중에 있는 자들을 능히 위로하게 하시는 이시로다”우리가 예수님을 통해 위로를 받음으로 다른 사람들을 똑같이 위로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모습을 가리켜 ‘상처 입은 치유자’(wounded healer)라고 부릅니다.

그렇습니다. 체휼하시는 예수님을 통해 우리가 위로받은 것처럼 다른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모본을 따라 우리도 다른 사람에게 위로자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