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와의 연합

(롬 6:1-11)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기본 원리 가운데 하나가 ‘연합’입니다. 

       여기서 연합이란 둘 이상 다른 것들이 어우러져 하나를 이루는 것을 말합니다. 

        우선 하나님께서 사람을 창조하실 때 이 원리를 사용하셨습니다. 창 2:7을 보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호와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되니라” 하나님께서 흙과 생기를 연합하여 사람을 만드셨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하나님께서는 흙과 생기라는 이질적인 두 요소를 연합시키셔서 사람을 만드신 것입니다.

        다음으로 하나님께서 가정을 만드실 때도 이 원리를 사용하셨습니다. 창 2:24을 보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 하나님께서 남자와 여자를 연합하여 가정을 이루셨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하나님께서는 남자와 여자라는 성별이 다른 두 사람을 연합시키셔서 가정을 만드신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교회를 만드실 때도 이 원리를 사용하셨습니다. 엡 4:16을 보면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에게서 온 몸이 각 마디를 통하여 도움을 받음으로 연결되고 결합되어 각 지체의 분량대로 역사하여 그 몸을 자라게 하며 사랑 안에서 스스로 세우느니라” 하나님께서 그리스도를 머리로 믿는 사람들을 하나로 연합하여 교회를 세우셨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하나님께서 서로 다른 사람들을 연합시키셔서 교회라는 공동체를 만드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주로 연합을 통해서 하나님의 역사를 이루어가십니다. 

       서로 다른 존재들을 연합하게 하셔서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 가시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을 보면 하나님께서 전혀 다른 차원의 연합을 통해서 하나님의 역사를 이루어 가신다는 사실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3절을 보면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무릇 그리스도 예수와 합하여 세례를 받은 우리는 그의 죽으심과 합하여 세례를 받은 줄을 알지 못하느냐” 그리고 5절을 보면 또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그의 죽으심과 같은 모양으로 연합한 자가 되었으면 또한 그의 부활과 같은 모양으로 연합한 자도 되리라”

        한 마디로 말하면 하나님께서 우리를 그리스도와 연합하게 하심으로써 우리의 구원역사를 이루어 가신다는 것입니다.

        사실 그리스도와의 연합이라는 명제는 예수님께서 친히 말씀하신 바가 있습니다. 요 15장을 보면 소위 포도나무비유가 나옵니다. 이 비유에서 예수님께서 포도나무시고 우리는 그 나무에 붙어있는 가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니까 그리스도와의 연합이란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있는 것과 같은 관계라는 말씀입니다.

        이 말씀 속에서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있을 때 누리게 되는 은혜를 두 가지로 말씀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깨끗하게 되는 것입니다. 농부가 포도나무 가지가 열매를 많이 맺게 하기 위해 가지를 깨끗하게 다듬어 줍니다. 이것처럼 우리가 그리스도와 연합하게 되면 하나님께서 우리를 거룩한 그리스도인으로 정결하게 세워주신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열매를 맺게 되는 것입니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있을 때 포도나무로부터 양분과 수분을 공급받아서 풍성한 열매를 맺게 됩니다. 이것처럼 우리가 그리스도와 연합하게 되면 우리는 갖가지 풍성한 영적인 열매를 맺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리스도와의 연합이란 마치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있는 것처럼 우리가 그리스도에게 붙어있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우리와 그리스도가 하나를 이루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리스도와 연합하여 풍성한 은혜를 누리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리스도와의 연합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사실 그리스도는 지금 우리 앞에 육체를 입은 모습으로 계시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있는 것처럼, 그리고 부부가 연합하는 것처럼 그리스도와 눈에 보이는 형태로 연합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그리스도와의 연합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오늘 본문 8절을 보면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으면 또한 그와 함께 살줄을 믿노니” 바울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고 또한 그리스도와 함께 살았다고 믿는다고 말씀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것은 이미 2천 년 전 일입니다. 오늘 우리가 어떻게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을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것도 그 때 일인데 어떻게 오늘 예수님과 함께 다시 살 수 있을까요? 이것은 우리가 그리스도와 연합하는 것이 영적인 사건이라는 것을 말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와 연합한다는 것은 성령 안에서 우리가 영적으로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영접할 때 그리스도께서 우리 안에 거하시게 됩니다. 이 때 우리는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달려 죽는 영적 체험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때 우리는 또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사는 영적 체험을 하게 됩니다.

        이제 이런 관점에서 오늘 본문을 살펴보겠습니다. 바울은 오늘 본문 말씀을 통해서 그리스도와의 연합에 대해 말씀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그리스도와 연합했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그리스도의 죽으심과의 연합이고, 다른 하나는 그리스도의 부활하심과의 연합입니다.

1. 그리스도의 죽으심과의 연합

        바울은 오늘 본문에서 그리스도와의 연합은 우선 그리스도의 죽으심과의 연합을 말한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본문 6을 보면 “우리가 알거니와 우리의 옛사람이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영접한 뒤 우리는 과거의 우리 자신 곧 우리의 옛사람이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히는 체험을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옛사람이란 그리스도를 만나기 이전의 나 자신을 말합니다. 특히 죄의 종노릇하던 나 자신을 말합니다. 욕망에 휘둘리며 정욕에 질질 끌려 다니던 나 자신을 말합니다. 교만하던 나, 비굴하게 살던 나, 나 밖에 모르던 이기적이 나 자신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서 나 스스로도 이런 내가 아니었으면 하고 부끄러워하던 나 자신을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그리스도와의 연합은 우선 우리의 옛사람이 죽는 영적 체험을 하게 합니다.

        우리나라 초대교회 시절 불의 사자라고 알려졌던 김익두 목사님이라는 분이 있었습니다. 이 분은 원래 유명한 깡패였습니다. 그런데 예수 믿고 새사람이 됐습니다.

       주목할 것은 이 분이 예수 믿은 뒤 제일 먼저 한 일이 자기 부고장을 낸 일입니다. “김익두 사망!”이라는 부고장을 돌렸다는 것입니다. 완전히 과거의 자기를 버리고 새롭게 살기로 결단했다는 것을 알리려 했던 것입니다.

       한 번은 이분이 시내에 볼일이 있어서 갔을 때 잘 알고 지내던 술집 기생 미향이를 만났습니다. 이분이 못 본척하고 지나가자 그 기생이 소리를 지르면서 따라왔습니다. “김 선생님, 저 모르시겠어요?” 이분이 돌아보면서 조용히 물었습니다. “누구시죠?” “저예요 저 미향이에요.” 이분이 단호히 말했습니다. “당신은 그대로 당신이지만 나는 옛날의 김익두가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예수 믿고 나면 그리스도와 연합하게 됩니다. 이 때 우리는 그리스도와 함께 우리의 옛사람이 십자가에 못 박히는 체험을 하게 됩니다. 우리의 부끄러운 옛사람을 장사지내는 체험을 하게 됩니다.

        오늘 본문 3절을 보면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무릇 그리스도 예수와 합하여 세례를 받은 우리는 그의 죽으심과 합하여 세례를 받은 줄을 알지 못하느냐” 우리가 그리스도와 연합하여 세례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바울은 옛사람의 죽음을 이야기하면서 갑자기 세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왜 갑자기 세례를 말하는 것일까요? 세례란 초대교회에서 거행하던 성례의 하나로 씻는 예식입니다. 사람이 예수 믿고 신앙공동체의 일원으로 참여하게 될 때 이 성례를 거행하게 됩니다. 구체적으로 세례는 물에 들어갔다 나오는 형식으로 진행합니다. 이것은 옛사람이 물속에 묻어두고 새사람이 다시 태어나는 것을 상징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성령세례입니다. 성령께서 그리스도인들을 사로잡으셔서 온전하게 그리스도와 연합시켜주십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자신의 옛사람을 십자가에 못 박게 해 주십니다.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를 깨끗하게 청산하게 해 주십니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국정 핵심 슬로건이 ‘적폐청산’입니다. 적폐란 한자로 積(쌓을 적) 弊(폐단 폐)입니다. 이 말을 풀이해 보면 오랫동안 누적된 그릇된 것을 말합니다.

       사실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적폐들이 산적해 있어서 이 적폐를 청산해서 나라다운 나라를 세우는 일은 참 중요한 일입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나라가 여러 가지 긍정적인 면으로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대목이 있습니다. 바로 “내로남불”이라는 말을 듣는 것입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뜻의 신조어입니다. 그러니까 이 정권의 인사들 가운데 과거에 상대 진영의 잘못을 적폐로 몰아서 공격을 해 놓고는 이제 와서 자기들도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진정한 적폐청산이 이루어지려면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사람은 변하지 않고 정권만 바뀐다고 적폐가 청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러면 어떻게 사람이 달라질 수 있을까요? 바로 우리가 그리스도와 연합하면 됩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와 연합하여 우리의 옛사람을 십자가에 못 박으면 됩니다.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의 과거를 청산하면 됩니다.

2. 그리스도의 부활과의 연합

       바울은 본문에서 그리스도와의 연합은 그리스도의 부활과의 연합으로 이어진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본문 5절을 보면 “만일 우리가 그의 죽으심과 같은 모양으로 연합한 자가 되었으면 또한 그의 부활과 같은 모양으로 연합한 자도 되리라” 그리고 8절을 보면 “만일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으면 또한 그와 함께 살줄을 믿노니”

        우리가 그리스도와 연합하여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연합했다면 이제 그리스도의 부활과 연합하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옛사람을 십자가에 못 박았다면, 그리스도와 함께 새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그리스도의 부활과 연합했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11절을 보면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너희도 너희 자신을 죄에 대하여는 죽은 자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는 하나님께 대하여는 살아있는 자로 여길지어다” 한 마디로 하나님께 대하여 살아있는 자가 된다는 것을 말합니다.

       저는 목사이기 때문에 자주 병원을 찾곤 합니다. 대형병원 중환자실에 가보면 중환자들이 침대에 누워있습니다. 대부분 의식이 없습니다. 링거로 약을 투약하고 영양분도 공급합니다. 숨쉬기도 힘들어서 산소 호흡기를 달고 있습니다. 대부분 눈도 뜨지 못하고 있습니다. 곁에 가서 말을 해도 듣지 못합니다. 감각이 없어서 손을 잡아도 반응이 없습니다. 제가 볼 때 살아도 산 것이 아니로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말씀을 보면 옛사람이 하나님께 대하여 이렇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셔도 반응이 없습니다. 하나님의 뜻에 응답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역사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대신 옛사람은 죄에 대하여는 살아있습니다. 죄에 대하여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작은 죄의 유혹에도 민감하게 응답합니다.

        그러나 새사람은 다릅니다. 죄에 대하여는 마치 중환자실의 중환자들처럼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에 대하여는 살아있습니다. 하나님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하나님께 대하여 살아있다는 것을 보다 깊이 생각해 보겠습니다.

         우선 살아있다는 것은 호흡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영적인 의미로 하나님께 대하여 살아있다는 것은 기도를 기도답게 드리는 것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서 기도로 하나님과 늘 소통하며 살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하나님께 살아있다는 것은 우선 기도로 하나님과 소통하며 살아가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살아있다는 것은 먹고 소화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영적인 의미로 하나님께 대하여 살아있다는 것은 영적인 양식을 먹고 소화하는 것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서 영의 양식인 하나님의 말씀을 가까이 하고 늘 읽고 묵상하며 말씀을 통해 주시는 하나님의 영적인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받으며 살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살아있다는 것은 활동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영적인 의미로 하나님께 대하여 살아있다는 것은 하나님의 일에 참여하고 활동하는 것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서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잘 감당하며 살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하나님을 위해 무엇인가 구체적으로 활동하며 살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오래 전에 읽었던 한편의 설교가 생각이 납니다. 1741년 요한 웨슬레가 옥스퍼드 대학에서 한 설교입니다. 제목이 “The Almost Christian”입니다. 이 제목을 직역해 보면 “거의 그리스도인”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면 “The Almost Christian”은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입니까 아니라는 것입니까? 그리스도인과 거의 비슷한데 실제로는 그리스도인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다른 말로 번역해 보면 “명목상 그리스도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설교 내용을 읽어보면, The Almost Christian은 한 마디로 말해서 오늘 본문에 나오는 것처럼 하나님께 대하여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겉으로는 그리스도인처럼 살아가는데 속으로는 그리스도인의 능력 있는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깊이 있는 기도를 드리지 못합니다. 말씀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내게 주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지 못합니다. 먹고 사는 문제, 세상 연락을 즐기는 일 때문에 바빠서 하나님을 위한 일에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웨슬레는 이 설교에서 당시 영국교회에 이런 The Almost Christian이 넘쳐나고 있다고 탄식하고 있습니다.

       오늘 한국교회 안에는 어떨까요? The Almost Christian이 넘쳐나고 있지는 않을까요? 우리는 어떨까요? 혹시 우리가 The Almost Christian은 아닐까요?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게 될 때 우리는 그리스도와 연합하게 됩니다. 그리스도와 연합한다는 것은 우선 우리가 그리스도의 죽으심에 연합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죄에 대하여 죽는 것을 말합니다. 다음으로 우리가 그리스도의 부활하심에 연합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하나님께 대해 사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가 더욱 그리스도와 연합한 삶을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죄에 대하여 죽고 하나님께 대하여 사는 삶을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