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백주년 기념설교 1 오직 성서 고린도후서 2:17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처럼 하나님의 말씀을 혼잡하게 하지 아니하고 곧 순전함으로 하나님께 받은 것 같이 하나님 앞에서와 그리스도 안에서 말하노라” 금년 10월 31일은 종교개혁 5백 주년입니다. 루터가 비텐베르크 교회당 북문에 95개조를 게시한 날이 이 날입니다. 개신교는 종교개혁을 통해서 탄생했습니다. 5백 주년은 반천 년입니다. 의미 있는 해입니다. 그래서 종교개혁기념일까지 5주에 걸쳐서 종교개혁의 주요 테제인 ‘오직 성서’ ‘오직 믿음’ ‘오직 은혜’ ‘오직 그리스도’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다루려고 합니다. 종교개혁이 일어난 이후 5개의 세기가 지났습니다. 한 세기는 그만큼의 성숙과 발전을 뜻합니다. 그러나 매 100주년 기념일은 성대한 축제가 아니라 파장 난 잔치였습니다. 처음 100주년 기념일인 1617년에는 루터파와 개혁파 간의 갈등이 심한 가운데 진행되었습니다. 그 다음해인 1618년 개신교 동맹과 가톨릭 연합 간의 30년 전쟁이 발발하고 말았습니다. 1717년 200주년 기념일에는 작센의 선제후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가 가톨릭으로 개종하는 바람에 종교개혁의 의미가 퇴색된 채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1817년 300주년 기념일은 나폴레옹에 의해서 비텐베르크 대학이 폐쇄되고(1814) 프랑스와 전쟁 중에 치러졌습니다. 이 와중에 루터는 독일 민족 영웅으로 부각되었습니다. 1917년 400주년 기념일은 제1차 세계대전이 4년째 되는 해로 제대로 된 기념행사도 치르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독일에서 루터에 대한 인식은 마치 독일 우레의 신처럼 신격화되고, 독일 정신의 아버지로 추앙받았습니다. 1917년 베스트팔렌의 대중 달력에 실린 시의 일부입니다. “루터 영웅이여, 당신은 모루에 서 있도다. 분노하여 꾸짖는 소리에 헐떡이면서, 그리고 우리 모든 독일은 당신과 한편이고 당신 대장간의 조수입니다.” 루터는 성상만 세우지 않았지 이미 성인 숭배의 반열에 들어갔습니다. 올해 5백 주년 기념행사는 전쟁도 없고 갈등도 없어 보입니다. 더욱이 개신교 또한 세계적인 종교가 되어 이곳 한국 땅에서도 기념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대한 축제가 될 것인가? 아닙니다. 여전히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물질주의와 세속화의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입니다. 종교의 힘과 권위가 약화된 무관심의 시대입니다. 특히 우리 한국의 기독교 공신력은 거의 바닥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다시 한 번 종교개혁의 정신을 일깨움으로써 우리의 잘못을 바로 잡고 미래의 비전을 밝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종교개혁과 오직 성서 종교개혁의 출발은 성서의 발견에서부터입니다. 아니 그전에는 성서가 없었나? 아닙니다. 있었지만 소수만이 볼 수 있었고, 대부분은 교황과 교회회의에서 결정된 전통이 지배를 하고 있었습니다. 루터도 수도사가 되어서 신구약 성경을 처음으로 보았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루터의 말입니다. “나는 20세가 될 때까지 성경을 보지 못했었다. 나는 주일 낭독문 속에 쓰인 것들 이외의 다른 것 곧, 복음서들과 서신서들이 있다는 것은 생각조차 못했다. 나는 도서관에서 성경 한 권을 발견하고서 즉시 그것을 수도원으로 가져갔다. 나는 성경을 읽고 또 읽고 반복하여 읽어 슈타우피츠 박사가 깜짝 놀랄 때까지 읽었다.” 이렇게 된 데는 성경을 독점한 중세 교회의 전횡도 있었지만 당시 성경 가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당시 필사본 성경 가격은 500굴덴 정도 되었는데 현재 가치로 따지면 약 5억 원 정도입니다.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의 발명은 매우 역사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데 이 때문에 성경 가격이 뚝 떨어졌습니다. 루터가 번역한 독일어 성경은 1.5굴덴, 대략 150만 원 정도로 떨어졌습니다. 오늘 시세에 비하면 여전히 비싸지만 그래도 조금만 노력하면 성서를 소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성서에 비추어보니 중세 교회의 잘못된 모습들이 눈에 확 들어왔고 종교개혁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당시 가톨릭교회는 성서보다는 전통이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면죄부의 판매입니다. 교황청은 성 베드로 성당을 짓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면죄부를 남발하였습니다. “동전이 연보함 바닥을 땡그랑하고 때리자마자 영혼이 연옥으로부터 날아오른다” 이런 식의 논리를 전통이 만들어냈는데 이는 성서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것입니다. 오늘 말씀에서는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처럼 하나님의 말씀을 혼잡하게 하지 아니하고 곧 순전함으로 하나님께 받은 것 같이 하나님 앞에서와 그리스도 안에서 말하노라”고 말씀합니다. 이 ‘혼잡함’이란 말은 상인들의 사기성 있는 이윤추구를 뜻하는 말입니다. 포도주에 물을 타서 팔아 먹는 행동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표준새번역은 “많은 사람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팔아서 먹고 사는 장사꾼이 되었습니다”고 번역합니다. 반대로 ‘순전함’이란 맑은 햇빛에 비추어보아도 흠과 티가 보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투명하고 진실 됩니다. 당시 가톨릭교회는 전통이란 명목으로 하나님 말씀에 물타기를 하였습니다. 전통 또한 결국 성서의 해석이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한 해석이었습니다. 이것이 교회의 타락을 가져왔고 종교개혁은 이를 명백히 거부한 것입니다. 루터가 보름스 의회 석상에서 했던 말이 성서의 정신을 잘 보여줍니다. “제가 성경의 증거나 명백한 이성에 의하여 다른 확신을 갖지 않는 이상, 왜냐하면 저는 교황이나 종교회의의 결정만을 신봉할 수 없기 때문인데 그들이 서로 모순되고 실수를 저지른 예가 많았던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저는 제가 인용한 성경에 의해서 사로잡혀 있으며, 저의 양심은 하나님의 말씀에 의해 포로가 되어 있습니다. 저는 아무 것도 철회하지 않을 것이며, 철회할 수도 없습니다.” 루터는 성서에 순종하기 위해 인간의 전통을 버렸고 어떠한 위협도 견디어 내었습니다. 같은 종교개혁자이며 장로교의 창시자격인 츠빙글리의 말입니다. “아무도 이 자리에서 인간의 어리석음에 기초한 궤변을 늘어놓지 못하게 하자. 모두 함께 성경으로 돌아와서 성경이 심판하도록 하자. 성경은 하나님의 영이 감동하심으로 쓰인 것이 아닌가? 이를 통해 진리를 발견하고 발견된 진리는 계속 보존되도록 하자. 아멘. 이리하여 오직 하나님께서만 통치하실 지어다.” 종교개혁자들을 그래서 설교를 인간의 사상이나 전통을 전하지 않고 강해설교를 통해서 성서 말씀만 전했고 이 말씀에 순종하려 하였습니다. 성서 말씀에 근거해서 교회 안의 모든 성상들과 미신들을 몰아내었습니다. 재세례파는 성경 말씀에 비추어 다시 세례를 받으려 하다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종교개혁 좌파는 하나님이 직접 다스리는 나라를 꿈꾸었고, 또 산상수훈 말씀에 근거해서 폭력으로 저항하지 않고 왼편 뺨마저도 내어놓고 용서와 사랑을 실천하였습니다. 한국교회와 오직 성서 오직 성서의 정신에 충실하여 성서를 사랑하는 민족이 바로 우리 한국교회입니다. 우리나라에 복음은 사람의 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성서를 통해서 먼저 들어왔습니다. 천주교도 사제가 아닌 『천주실의』를 통하여 먼저 접하게 되었습니다.(광주 천진암 천주교 발상지. 이벽 정약용 형제 등) 『천주실의』도 넓게는 성서를 해설한 책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개신교의 전래는 더욱 그러한데 1885년 서양 선교사가 한국 땅을 밟기도 전에 성경이 한글로 번역되었습니다. 존 로스와 서상륜 등이 1882년에 번역 출간한 『누가복음 전서』가 그것입니다. 초기 한국교회에 부흥회가 유행했는데 정식명칭은 ‘부흥사경회’입니다. 성경을 읽고 공부하고 그것을 삶에 적용하여 반성하는 경건회였습니다. 한국교인들은 성서를 사랑합니다. 1백독을 하신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 성서의 사랑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태도가 오늘날 한국 개신교에 대한 무관심과 무기력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저는 세 가지를 지적하고 싶습니다. 첫째, 성서 문자주의의 오류입니다. 오직 성서라고 할 때 성서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그리스도입니다. 성서는 그리스도 중심적으로 읽어야 제대로 읽는 것입니다. 글자 한 글자 한 글자가 하나님 말씀이 아닙니다. 하나님 말씀은 성서 위에, 성서 안에, 성서 아래 있습니다. 성서를 통해서 말씀을 하시지만 성서가 곧 하나님 말씀은 아닙니다. 성서는 아기 예수를 담고 있는 말구유와 같습니다. 그만큼 소중하지만 잘못하면 지푸라기나 덤불도 하나님의 말씀이라 오인할 수 있습니다. 이 결과 ‘창조과학’이나 수많은 이단이나 종말에 대한 잘못된 해석을 낳고 있습니다. 창조과학운동은 과학을 부정하고 지구 연대를 6천년이라 주장합니다. 성경을 문자 그대로 해석한 결과입니다. 성경은 과학책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과 사랑을 전하는 신앙서입니다. 시를 시로 읽어야지 과학으로 읽으면 안 됩니다. 그렇다고 하여 시가 힘이 없습니까? 우리를 울게 하고, 가슴 뛰게 하고, 우리 삶을 바꾸는 것이 바로 시입니다. 성경은 하나님 사랑의 편지입니다. 여기서 하나님의 사랑을 읽어야지 그것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자신의 사이비성을 입증하는 수단으로 격하시켜서는 안 됩니다. 종말론의 문자주의적 이해도 위험합니다. 바코드, 베리칩, 세계정부, 시한부 종말론 등이 등장합니다. 어김없이 이단들은 종말론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며 나타났습니다. 맞습니다. 종말은 있다는 것은 성경의 명백한 증언입니다. 그러나 종말의 과정이나 때는 계산할 수 없습니다. 성경의 말씀은 종말의 혹독함이나 위험이나 깨어있을 것을 촉구하는 상징하는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미래를 내다보았기에 언어나 사건에 과장이나 상징적 표현이 담겨 있습니다. 이것을 문자적으로 이해하니 세상을 보는 눈이 이상해집니다. 이성과 과학이나 현실을 무시하는 미신적인 신앙인들을 만들어냅니다. 신앙인들은 현실을 현실대로 받아들이면서도 그 위에 있는 하나님의 뜻이나 말씀이나 방향이나 삶의 태도를 제시하는 사람들입니다. 둘째, 말씀을 혼잡하게 하였습니다. 우리는 성서에 기록된 말씀이라 하지만 오늘날 다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닙니다. 성전과 제사 제도뿐만 아니라 돌로 치는 투석형도 사라졌습니다. 말씀에 철저히 순종한다고 하면서도 실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말씀을 취사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서의 오용에 대해서 영국 성공회 사제인 데이브 톰린슨 『불량 크리스천』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솔직히 지난 수세기 동안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끔찍하고 참혹한 일을 저지르는 명분으로 성서 구절을 이용했다. 신의 저주를 받은 인종이라며 1,400년간 아프리카인들을 폄하하고 노예제도를 정당화하는데도 성서를 이용했다. 유럽과 북아메리카에서 수만 명의 (대부분) 무고한 여성들을 신의 이름을 학살한 마녀 사냥에 정당성을 부여한 것도 성서였다. 아파르트헤이트와 반유대주의를 정당화하는 데도 성서 구절을 인용했다. 지금도 많은 지역에서 남성에 대한 여성의 복종을 강요하고, 동성애자를 탄압하고, 자연환경을 착취하는 데 성서 구절을 악용하고 있다.” 왜 다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인데 어떤 말씀은 지키고, 다른 말씀은 지키지 않습니까? 결국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인간입니다. 인간이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성경을 해석하고 적용합니다. 이것이 바로 말씀을 혼잡하게 하는 것입니다. 포도주에 물을 타듯이 말씀을 취사선택하여 이익을 취합니다. 백인의 이익을 위하여, 남성의 이익을 위하여, 어떤 목적으로 적대자를 반대하기 위하여. 동일한 성경에 유대인이나 이방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상전이나 종이나 차별이 없다는 말씀이 있는데도 이 말씀에는 주목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성경을 읽으면서 내 이익대로 읽고 적용하고 있지 않나 반성해야 합니다. 성서를 우리의 축복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읽는 것이 바로 혼잡하게 하는 것입니다. 복과 관련된 구절만 좋아합니다. 말씀의 순종에 대해서는 외면합니다. 가난과 고난과 버림과 행함에 관련된 말씀이 얼마나 많습니까? 우리는 왜 순복음 교회의 삼박자 축복을 위험시했습니까? 청부론 또한 성경적이지만 비판을 받아야 했습니까? 인간이 말씀을 자기 좋은 방향으로만 취사선택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교회 강단에서는 축복의 말씀만 선포하려 합니다. 성도들이 그것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성도들의 귀를 즐겁게 해서 이익을 취하려는 의도입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말씀을 혼잡하게 하는 행동입니다. 세금을 내라는 말씀은 순종하지 않고 동성애 관련 죄만 강조합니다. 자신의 간음죄는 가볍게 여기면서 세상의 윤리를 탓할 수 있습니까?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하나님 말씀을 가감하는 것이 말씀을 혼잡케 하는 것입니다. 셋째, 개신교 전통의 존중입니다. 성서는 백과사전과 같습니다. 성서는 하나님의 뜻을 계시한 도서관입니다. 그 시대마다 하나님의 뜻이 있기에 이 수많은 말씀 중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그 일을 교회나 교회회의가 합니다. 종교개혁이 전통보다는 성서를 앞세웠지만 실은 전통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전통은 그 시대를 향한 성서의 적용이기 때문입니다. 개신교는 개신교 나름의 전통을 형성시켜 왔습니다. 신앙고백과 교리와 교회회의와 교단의 결정이 그것입니다. 오늘 예배 형식이나 신앙고백은 성서에 근거하고 있지만 개신교 전통이 만들어놓은 결과물입니다. 물론 잘못된 결정이나 전통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그때마다 다시 성서를 해석하며 올바른 결정을 하도록 노력합니다. 그래서 개신교의 절대 진리는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입니다. 개신교의 이 전통을 중요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오직 성서’ 정신은 잘못하면 근본도, 뿌리도 없는 신앙인을 양산하기 쉽습니다. 자기가 읽고 깨달은 것이 최고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각자가 은혜 받은 대로 교단이 하나씩 탄생합니다. 은혜 받으면 기존 권위나 성서해석도 무시합니다. 위험합니다. 그것이 지금처럼 개신교를 분열의 왕국으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전통이란 것은 우리의 앞선 선배들의 성서 해석입니다. 성서 적용입니다. 충분히 존중할 가치가 있습니다. 그들은 하나님 앞에서, 그리스도 안에서 성서를 읽고 그 말씀에 순종했습니다. 우리 또한 신앙선배들의 모범을 좇아서 하나님 앞에서, 그리스도 안에서 성서를 읽고 순종합니다. 하나님 말씀은 영원합니다. 하나님 말씀은 능력이 있습니다. 하나님 말씀은 생명이 있습니다. 하나님 말씀은 길이요 진리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하나님 말씀을 사랑합니다. 이 성서에 하나님 말씀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오직 성서의 정신은 유효합니다. 말씀 속에서 힘을 얻고 승리하는 저와 여러분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