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조연(창24:1~15)

여러분, 배우 손현주 씨를 아십니까? 아마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이 보셨을 줄 압니다. 아이돌 배우는 아니고 평범한 얼굴을 가진, 그래서 형이나 동생 혹은 아저씨 같이 친근한 배우입니다. 주로 조연으로 연기하는 분인데 최근 주연을 맡으면서 얼마 전에 큰 상을 받았습니다. 세계 4대 영화제 중의 하나인 모스크바영화제에서 영화「보통사람」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그 기사를 보면서 묘한 쾌감을 느꼈습니다. 우리 같이 평범한 사람이 남우주연상이라니! 그러면 우리도 열심히 하면 잘 될 수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세상에는 주연급 인생보다 조연급 인생이 더 많습니다. 링컨 대통령이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하나님은 평범한 사람을 좋아하신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평범한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너도 나도 주연이 되고 싶어 합니다.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가 주연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엄밀히 말하면 다 조연임을 알아야 합니다. 유일한 주연은 오직 하나님 한 분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주연이라고 해 봐야 좁은 범위에 한정된 ‘작은 주연’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도 엄밀히 말하면 조연에 불과합니다. 세계에 200개가 넘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그만큼 대통령이 많습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라도 유아독존 주연이 아닙니다. 이번 독일의 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가 겉돌았다고 해서 G-20이 아니라 G-19이었다는 희한한 말이 돌았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하나님 앞에 가질 올바른 태도는 주연의식이 아니라 조연의식입니다. 하나님이 작은 주연을 시켜주면 감사함으로 최선을 다해야 되겠지만 여전히 조연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주연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자칫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고 더 나아가 하나님까지 무시할 위험성이 있습니다.

지난 주간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했던 갑질 사태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한 국회의원이 학교 급식을 담당하는 조리사와 영양사들을 가리켜 ‘그냥 밥 하는 동네 아줌마’라고 비하하는 말로 소동을 빚었습니다. 또 모 제약회사 회장은 운전기사에게 폭언을 일삼은 사실이 밝혀져 시끄러웠습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갑질하는 사람들은 한 마디로 저질입니다.

그런데 인간은 다 죄인인지라 그 속에 갑질 본능이 숨어 있습니다.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보면 그 본능이 꿈틀거립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인들은 신앙으로 그런 본능을 제어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구세주로 영원한 갑이지만 이 땅에 계실 때 평생 섬기는 종으로 사셨고 마지막에는 십자가에 목숨까지 내어주셨습니다. 예수님을 그러셨다면 누가 감히 누구에게 갑질을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모두 하나님 앞에 조연임을 잊지 말고 주연의식이 아니라 조연의식으로 살아야 마땅합니다. 조연이라고 하나님은 충분히 사랑하시고 칭찬하십니다. 성경을 보면 그런 사례들이 아주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세상의 시각으로 성경을 읽으면서 주연급 인물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까 조연들을 지나치곤 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성경 읽기를 제안해 봅니다. 성경의 무명 인사들이나 조연급 인물들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우리는 그 하나님 앞에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깨닫게 됩니다.

예를 들어보죠. 우리는 모세에게 주목하지만 모세 곁에 아론와 훌이 있었습니다. 다니엘 곁에 사드락, 메삭, 아벳느고 등 세 친구가 있었습니다. 바울 곁에 실라, 디모데, 아굴라, 브리스길라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조연에 불과했지만, 그들이 없었다면 모세, 다니엘, 바울이 과연 존재할 수 있었을까요? 불가능합니다. 그런 점에서 조연도 잘 하면 얼마든지 훌륭한 사람입니다. 혹시 작은 주연을 맡아도 하나님 없이는, 그리고 조연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기에 여전히 조연임을 겸손히 인정해야 합니다. 그럴 때 하나님이 기뻐하시고 계속 축복해 주실 것입니다.

세계 최초의 흑인 오페라 가수 마리아 앤더슨의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나’(I)라는 말보다 ‘우리’(We)라는 말을 즐겨 사용했습니다. 관심 있게 듣던 한 사람이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오래 살면 살수록 나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내가 노래 한 곡을 부를 때도 작곡가가 있어야 하고, 피아노 제조업자도 반주자도 있어야 합니다. 그들 가운데 나는 작은 조연일 뿐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그녀는 정말 훌륭한 신앙인격자입니다. 부디 저와 여러분도 어떤 위치에 있는지 하나님 앞에 조연임을 잊지 말고 살아감으로 하나님이 칭찬하는 사람이 되기를 소원합니다.

[1] 아브라함의 늙은 종 : 위대한 조연

오늘 본문을 보면 무명의 한 사람이 나옵니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의 늙은 종입니다. 그는 분명 아브라함 곁에서 조연의 인생을 살았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기뻐하시고 칭찬하신 사람입니다. 정말 훌륭한 신앙인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위대한 조연’이라 불러봅니다.

먼저 본문의 배경을 설명 드리죠. 아브라함이 140세였을 때의 일입니다. 독자 이삭은 40세 때였는데(창25:20) 아직 미혼이었습니다. 요즘에는 40세라도 아직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그 당시는 10대부터 결혼하던 시절이니까 아주 특별한 일입니다.

여러분,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이삭은 왜 이제껏 결혼하지 않고 있습니까? 여자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닙니다. 신앙의 여인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주위에 그런 여인이 없었습니다. 아버지 아브라함도 그랬겠지만 특히 어머니 사라가 얼마나 애를 태웠겠습니까! 그러다가 사라가 그만 127세에 세상을 떠납니다(창23:1~2). 아브라함이 137세 때인 3년 전의 일입니다. 이삭은 얼마나 서글펐을까요? 그러나 세월은 또 흘러갔고 가나안 땅 원주민들 가운데서는 아무래도 신앙의 여인을 찾기 힘들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브라함이 늙은 종을 불러 지시합니다. 저 멀리 메소포타미아에 아브라함의 친척들이 사는 하란으로 가서 신앙의 여인을 찾아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늙은 종은 누구였을까요? 많은 신학자들이 다메섹 사람 엘리에셀(창15:2)로 추정합니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아브라함의 종이었습니다. 50년 전 아브라함이 자식을 얻지 못해 애태울 때 양자로 들이려고 했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아브라함과 사라 사이에 언약의 자손을 주신다는 말씀에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인간적으로 생각하면 섭섭할 수도 있었지만 엘리에셀은 오랜 세월 충직한 종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아브라함으로서는 가장 중요한 이삭의 색시 감 데려오는 일을 그에게 맡긴 겁니다. 그만큼 신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엘리에셀은 비단 아브라함에게만 인정받은 게 아닙니다. 하나님도 그를 기뻐하시고 칭찬하셨습니다. 그 증거가 바로 성경에 그의 행적을, 그것도 아주 상세하고 기록해 두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면 하나님은 그의 어떤 점 때문에 칭찬하셨을까요? 그것은 그의 인간 조건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평범하다 못해 천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런 것을 보시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무엇을 보십니까? 삼상16:7 “ … 내가 보는 것은 사람과 같지 아니하니 사람은 외모를 보거니와 나 여호와는 중심을 보느니라 … ” 여기서 중심이란 신앙과 인격 같은 됨됨이를 가리킵니다. 그것이 하나님이 보시는 평가 기준입니다.

여러분, 이게 얼마나 신나는 일이니까! 만약 하나님이 세상 사람들처럼 소유, 지위, 재산, 학식 등 외적인 조건들만 보신다면 몇 사람이나 하나님의 칭찬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극소수에 불과할 겁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런 것들을 보시지 않고 중심을 보시기에 너나 할 것 없이 누구든지 잘만 하면 하나님의 칭찬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습니다. 늙은 종은 하나님이 인정하는 훌륭한 신앙인입니다. 아마 천국에 가면 존귀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을 겁니다.

[2] 위대한 조연의 모습 : 하나님 제일주의 신앙, 하나님 앞에 최선을 다하는 충성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떤 점 때문에 하나님은 그를 위대한 조연으로 인정하셨을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표적인 두 가지를 살펴봅니다. 하나님 제일주의 신앙, 그리고 하나님 앞에 최선을 다하는 충성입니다.

아브라함은 늙은 종을 보내기 전에 맹세를 시킵니다. 창24:2 “아브라함이 자기 집 모든 소유를 맡은 늙은 종에게 이르되 청하건대 내 허벅지 밑에 네 손을 넣으라” 허벅지 밑에 손을 넣고 맹세하는 것은 그 당시 관습인데 일종의 충성 맹세입니다. 그것은 인간 대 인간의 맹세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하는 맹세였습니다.

그러면서 세 가지 지침을 줍니다. 첫째, 가나안 여자는 안 된다. 둘째, 하란에 가서 아브라함의 친척 중에서 여자를 선택하라. 그것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신앙적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셋째, 여자가 오려고 하지 않아도 이삭을 하란 땅으로 데려가지 말라. 그러면서 하나님이 인도해 주실 것을 확언합니다. 창24:7 “하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나를 내 아버지의 집과 내 고향 땅에서 떠나게 하시고 내게 말씀하시며 내게 맹세하여 이르시기를 이 땅을 네 씨에게 주리라 하셨으니 그가 그 사자를 너보다 앞서 보내실지라 네가 거기서 내 아들을 위하여 아내를 택할지니라”

그 당시 가나안은 변두리입니다. 하란은 메소포타미아 문명권입니다. 물질적으로 훨씬 풍요롭고 화려합니다. 그러니까 웬만한 여자가 오려고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삭이 갔다가 그것에 좋다고 주저앉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조심시킵니다. 창24:8 “만일 여자가 너를 따라 오려고 하지 아니하면 나의 이 맹세가 너와 상관이 없나니 오직 내 아들을 데리고 그리로 가지 말지니라”

① 하나님 제일주의의 신앙 :

그런데 아브라함만 신앙적인 게 아니었습니다. 늙은 종 역시 아브라함의 어깨너머로 신앙을 배웠습니다. 조카 롯은 아브라함의 신앙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멀리 떠났다가 낭패를 봤습니다. 반면에 늙은 종은 아브라함의 신앙을 잘 배우고 그대로 살았습니다. 그에게서 우리는 하나님 제일주의 신앙의 모습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는 아브라함의 요청대로 맹세합니다. 창24:9 “그 종이 이에 그의 주인 아브라함의 허벅지 아래에 손을 넣고 이 일에 대하여 그에게 맹세하였더라” 이런 모습은 주인이 시키니까 마지못해 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 스스로 전능하신 하나님을 경외하는 신앙으로 했던 겁니다.

맹세 후에 드디어 늙은 종이 출발합니다. 하란 땅 나홀 성에 당도해서 사람들이 모이는 우물가에서 대기합니다. 그때 도착하자마자 기도하는 늙은 종의 모습을 보십시오. 창24:12 “그가 이르되 우리 주인 아브라함의 하나님 여호와여 원하건대 오늘 나에게 순조롭게 만나게 하사 내 주인 아브라함에게 은혜를 베푸시옵소서” 그는 매사에 하나님을 의지하며 기도하는 사람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기도 중에 신부 감의 기준을 나름대로 정하고 하나님의 인도를 구합니다. 우물가에 여인들이 올 때 어떤 소녀에게 물을 좀 달라고 요청하면 자신에게도, 그리고 낙타들에게까지 물을 주는 소녀가 이삭의 색시 감이라는 겁니다. 그가 임의로 정한 것 같지만 사실은 기도 중에 하나님이 주신 기준입니다. 적어도 믿음의 조상의 가문에 맏며느리라면 그 정도의 신앙과 아량이 있어야 마땅합니다.

그가 이렇게 기도하고 있는데 채 마치기도 전에 어떻게 됐나요? 창24:15 “말을 마치기도 전에 리브가가 물동이를 어깨에 메고 나오니 그는 아브라함의 동생 나홀의 아내 밀가의 아들 브두엘의 소생이라” 아브라함의 친척에 속한 리브가가 딱 나타난 겁니다. 그녀에게 그대로 해 봅니다.

그리고 유심히 관찰합니다. 정말 그 기준대로 하는지! 창24:21 “그 사람이 그를 묵묵히 주목하며 여호와께서 과연 평탄한 길을 주신 여부를 알고자 하더니” 놀랍게도 리브가가 그대로 합니다. 늙은 종에게 물을 제공하는 것은 그렇다 펴도 낙타 열 마리에게 물을 먹이는 것은 소녀의 몸으로 너무 힘든 겁니다. 그런데 민첩하게 그 일을 다 합니다. 그 모습으로 보고 늙은 종은 바로 이 소녀라고 확신하며 또 기도합니다. 창24:26 “이에 그 사람이 머리를 숙여 여호와께 경배하고”

이윽고 리브가에게 인적 사항을 묻고 감사 표시로 선물을 줍니다. 유숙할 집을 문의하니까 흔쾌히 안내합니다. 그러자 또 늙은 종이 감사하며 기도합니다. 창24:27 “이르되 나의 주인 아브라함의 하나님 여호와를 찬송하나이다 나의 주인에게 주의 사랑과 성실을 그치지 아니하셨사오며 여호와께서 길에서 나를 인도하사 내 주인의 동생 집에 이르게 하셨나이다 하니라”

그 집에 도착해서 리브가의 오라비 라반과 그 아비 브두엘에게 전후 사정을 털어놓습니다. 그리고 리브가의 결혼 승낙을 받게 됩니다. 그때 또 감사하며 기도합니다. 창24:52 “아브라함의 종이 그들(=라반과 브두엘)의 말을 듣고 땅에 엎드려 여호와께 절하고”

이런 과정을 죽 보면 그가 얼마나 경건하며 신앙이 깊은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모든 일을 하나님 중심으로 생각하고 기도하며 처리하는 사람입니다. 하나님은 이런 사람을 좋아하십니다. 세상에서 대단한 조건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신앙의 사람을 기뻐하십니다.

부디 저와 여러분도 어떤 위치에 있든 늙은 종처럼 하나님이 칭찬하는 신앙의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② 하나님 앞에 최선을 다하는 충성 :

그때 가나안에서 하란까지 거리가 얼마나 됐을까요? 대략 800 km쯤 됐습니다. 요즘에야 자동차로 열심히 운전하면 하루 안에 갈 수 있겠지만 그 때 열 마라의 낙타와 종들로 구성된 카라반을 이끌고 갔으니 얼마나 오래 걸렸을까요? 아마 2주 내지 3주의 시간이 걸렸을 겁니다. 늙은 몸으로 그 먼 길을 갔다는 것 자체부터 놀라운 일입니다. 그런데 그가 하란에 도착해서 행동한 모습들을 보면 하나하나 정말 놀랍습니다.

우물가에서 기도하다 리브가를 발견했을 때 어떻게 했나요? 창24:17 “종이 마주 달려가서 이르되 청하건대 네 물동이의 물을 내게 조금 마시게 하라” 그가 노구로 급히 달려갔다고 했습니다. 얼마나 열심히 책임을 감당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가 리브가의 집에 도착했을 때는 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그 집 식구들이 환대하며 발을 씻을 물도 주고 음식도 차려줍니다. 그 당시 풍습으로는 음식을 먹고 나서 한갓지게 용건을 말하는 법입니다. 그런데 늙은 종은 어떻게 했나요? 창24:33 “그 앞에 음식을 베푸니 그 사람이 이르되 내가 내 일을 진술하기 전에는 먹지 아니하겠나이다 라반이 이르되 말하소서” 무조건 용건부터 말하겠다는 겁니다. 할 수 없이 오라비 라반이 말하라고 합니다. 다 이야기한 후에는 또 빨리 가부간에 확답을 달라고 합니다. 그래서 승낙하니까 이번에는 또 어떻게 하죠? 창24:54 “이에 그들 곧 종과 동행자들이 먹고 마시고 유숙하고 아침에 일어나서 그가 이르되 나를 보내어 내 주인에게로 돌아가게 하소서”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당장 떠나겠다고 말합니다. 하루도 안돼서 리브가를 데려가겠다고 하니 그 식구들이 얼마나 황당했을까! 한 열흘은 있다가 가라고 했지만 하도 조르니까 본인에게 물어보자고 합니다. 그러니까 또 리브가가 그러겠다고 대답합니다. 성령께서 그녀의 마음에 감동을 주신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해서 결국 리브가를 데리고 떠나게 됩니다. 그 광경이 61절에 묘사되어 있습니다.
창24:61 “리브가가 일어나 여자 종들과 함께 낙타를 타고 그 사람을 따라가니 그 종이 리브가를 데리고 가니라” 가나안으로 돌아와서는 이삭에게 리브가를 인도하고 자초지종을 다 보고합니다. 그리고 결혼이 이루어집니다. 창24:66~67 “66 종이 그 행한 일을 다 이삭에게 아뢰매 67 이삭이 리브가를 인도하여 그의 어머니 사라의 장막으로 들이고 그를 맞이하여 아내로 삼고 사랑하였으니 이삭이 그의 어머니를 장례한 후에 위로를 얻었더라” 정말 드라마틱합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결혼 이야기의 배경에는 늙은 중의 충성심이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은 신앙의 기초 위에 충성하는 사람을 기뻐하십니다. 바울이 권면합니다. 고전4:2 “그리고 맡은 자들에게 구할 것은 충성이니라” 여러분, 충성이란 우리말이 흥미롭습니다. 한자어인데 분해해 보세요. 충성(忠誠) = 중(中) + 심(心) + 언(言) + 성(成). 무슨 뜻인가요? 마음 중심에 하나님의 말씀을 새기고 성취하는 것이 바로 충성입니다. 이 늙은 종은 정말 그랬습니다. 아브라함을 통해 주어진 하나님의 말씀을 최선을 다해 충성스럽게 실천했습니다. 아마 하나님의 마음이 시원했을 겁니다.

우리가 항상 명심할 것은 인생의 평가는 결국 하나님이 하신다는 사실입니다. 내 주위 사람들이 하는 게 아닙니다. 내 상관이 하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은 하나님이 하시고 하나님이 책망하거나 축복하십니다. 그래서 바울이 이렇게 권면합니다. 골3:23~24 “23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고 사람에게 하듯 하지 말라 24 이는 기업의 상을 주께 받을 줄 아나니 너희는 주 그리스도를 섬기느니라”

전도가 유망한 젊은 피아니스트가 있었습니다. 열심히 준비해서 생애 첫 독주회를 열었습니다. 그의 아름다운 연주에 청중이 모두 매료되었습니다. 연주를 마치자 청중이 기립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그 피아니스트가 썩 좋아하질 않는 겁니다. 그러다가 잠시 후 그의 표정이 밝아지며 청중의 환호에 응답하며 앙코르 곡을 연주했습니다. 연주회가 다 끝난 후 무대 감독이 물었습니다. “아까 왜 그랬어요?” 그러자 그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맨 앞줄에 앉은 제 스승이 아직 일어나시지 않았거든요.” 그는 스승이 일어나 박수를 칠 때까지 자신이 잘했다고 확신할 수 없었던 겁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의 박수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하나님이 인정하시고 박수쳐 주셔야 진짜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조연을 최선을 다해 감당하면 하나님이 경우에 따라 더 큰 범위의 책임을 맡겨 주십니다. 말하자면 작은 주연을 시켜주는 겁니다. 그리고 또 잘 하면 조금씩 더 많은 것을 맡겨 주십니다. 물론 어떤 경우든 우리는 하나님 앞에 조연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달란트 비유 가운데 2 달란트와 5 달란트를 받았던 종들이 충성을 다하자 주인이 뭐라고 칭찬했나요? 두 사람 모두에게 동일한 칭찬을 해 줍니다. 마25:21,23 “그 주인이 이르되 잘 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을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 하고” 그렇습니다. 맡은 일에 충성하는 게 최선입니다. 그럴 때 하나님이 우리를 높여주실 수도 있습니다. 이게 성경적 승진의 원리입니다.

다윗을 보십시오. 어느 날 들판에서 양들을 돌보는데 집에서 급히 부릅니다. 부리나케 갔더니 사무엘 제사장이 와 있습니다. 이새의 아들들 중 한 사람에게 기름을 부으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받고 왔는데 그의 형들을 다 보고 마지막으로 다윗을 불렀던 겁니다. 그때 기름 부음을 받은 후 계속 충성한 다윗을 하나님이 조금씩 높여주십니다. 왕의 시종, 군인, 장군, 부마(왕의 사위)가 됩니다. 사울의 시기로 핍박을 피해 망명 생활을 했지만 고난 중에도 충성을 다하자 마침내 하나님이 그를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워주십니다.

서두에 소개해드렸던 배우 손현주 씨도 아마 그랬을 겁니다. 처음에는 인기도 없는 조연을 맡았지만 묵묵히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높아지다가 오늘에 이르렀던 겁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최선을 다하면서 높아지면 좋지만 혹시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여전히 소박한 조연의 자리에 머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그래도 기쁨으로 최선을 다하면 충분히 행복합니다. 하나님이 보고 계십니다. 하나님의 격려와 상급이 있습니다.

미국의 36대 대통령 린든 존슨이 항공우주국(NASA)을 방문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로비 바닥을 열심히 닦고 있는 미화원을 보았습니다. 콧노래를 부르며 청소하는데 보기가 좋았습니다. 그래서 존슨이 다가가 말했습니다. “당신은 지금까지 내가 본 어느 누구보다도 가장 훌륭한 미화원입니다.” 그러자 그는 웃으면서 이렇게 응수했다고 합니다. “저는 일개 청소부가 아니라, 인간을 달에 보내는 일을 돕는 사람입니다.” 조크 같지만 전적으로 맞는 말입니다. NASA를 움직이는 것은 과학자들만이 아닙니다. 모든 직원들이 함께 움직이는 겁니다. 그는 조연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진 행복한 사람입니다.

여러분, 이 세상에는 주연인생보다 조연 인생이 더 많습니다. 주연이라 해도 일정한 범위에 한정된 작은 주연에 불과합니다. 유일하고 완전한 주연은 오직 하나님 한 분입니다. 그 하나님 앞에 위대한 조연으로 살아가는 게 중요합니다. 그게 인생을 가장 잘 사는 길이요 신앙생활을 가장 잘하는 길입니다. 부디 오늘 본문에 나오는 아브라함의 늙은 종처럼 아름다운 신앙과 충성스런 삶으로 하나님의 마음을 시원케 하는 위대한 조연이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