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님은 누구신가?

[요한복음 16장 13-15절]

13. 그러나 진리의 성령이 오시면 그가 너희를 모든 진리 가운데로 인도하시리니 그가 스스로 말하지 않고 오직 들은 것을 말하며 장래 일을 너희에게 알리시리라

14. 그가 내 영광을 나타내리니 내 것을 가지고 너희에게 알리시겠음이라

15. 무릇 아버지께 있는 것은 다 내 것이라 그러므로 내가 말하기를 그가 내 것을 가지고 너희에게 알리시리라 하였노라

진리의 말씀과 진리의 영

우리가 흔히 하는 말 중에 ‘기름부음’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많이 사용하기는 하지만 정확한 의미를 알고 계시나요?

사실 성령의 은사와 기름부음은 상호 보완적으로 쓰일 수 있는 말인 듯합니다. 우리가 받은 ‘성령의 은사’들이 기름부음을 통해 역동성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름부음’이라는 것은 일회적인 사건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 계속해서 반복되어야 합니다.

오늘 성령님이 누구신지 배우는 첫 시간에, 끊임없는 성령님의 상호 관계성, 또한 신앙의 지속성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성령님에 대하여 혹은, 성령님의 역사에 대하여 올바로 알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Jesus Continued]의 저자인 J. D. Greear(그리어)는 성령님에 대하여 이렇게 말합니다.

성령과 동행하기 위해서는 말씀을 알아야 한다는 것.

“밤중에 워싱턴 시의 395번 주간 고속도로를 달려 본 사람이라면 밤하늘을 배경으로 워싱턴 기념탑이 마치 상앗빛 바늘처럼 장엄하게 빛나는 광경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돌기둥 표면에 달려 있는 수십만 달러짜리 조명이 반짝거리며 건국의 아버지를 기념한다. 하지만 워싱턴 기념탑을 보면서 이 비싸고 화려한 조명에 집중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것은 이 조명이 다른 뭔가를 비추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제 기능을 할 때 우리는 조명이 아닌 워싱턴 기념탑을 생각하게 된다.

성령도 마찬가지다. 성령의 목적은 복음을 밝혀 주고 예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다. J. I. 패커는 성령의 사역에 대해 모든 사람의 관심이 구주에게만 쏠리게 만드는 “투광 조명등”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신학자 데일 브루너는 성령은 자신에게 관심이 쏠리는 것을 싫어하신다 하여 “삼위일체 중에 수줍음을 많이 타는 위격”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그렇기에 스스로 성령 충만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성령에 관한 경험만 이야기하고 있다면, 그는 실제로 성령 충만하지 않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성령이 누군가를 통해 말씀하시면 사람들은 그 화자가 눈앞에 있다는 것조차 잊어버리게 된다. 심지어 성령에 관해서도 생각하지 않게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예수님에 관한 생각만 가득해진다.

아주 중요한 관점인데, 말씀을 떠나서 성령님을 진정으로 경험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성령이 떠나면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진정으로 순종할 수 없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요한복음 16장 7절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실상을 말하노니 내가 떠나가는 것이 너희에게 유익이라 내가 떠나가지 아니하면 보혜사가 너희에게로 오시지 아니할 것이요 가면 내가 그를 너희에게로 보내리니”

예수님께서 십자가의 죽음을 제자들에게 이야기하시면서, 제자들과 떨어져야 할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을 때, 이렇게 말씀하신 것입니다.

예수님과 동행하는 것도 유익한 일이지만, 성령님이 오시면 더 유익이 되리라는 것입니다. ‘보혜사’ 성령님은 우리를 돕는 영으로 무언가를 우리에게 알게 하실 것입니다.

그런데 이 성령님이 얼마나 중요했으면, 누가복음 24장 49절에서 주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을까요?

“볼지어다 내가 내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것을 너희에게 보내리니 너희는 위로부터 능력으로 입혀질 때까지 이 성에 머물라 하시니라”

성령이 오시지 않으면, 성령의 기름부음이 없이는 주님의 제자들이 무엇을 해도 복음 전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도행전은 성령이 임하시면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말씀입니다. 사실은 ‘사도행전’이라는 말보다는 ‘성령행전’이라는 말이 적절할 듯합니다.

제자들이 행한 일이 사실은 성령께서 제자들에게 행하게 하신 일들이기 때문이죠.

마틴 로이드 존스가 했던 말이 무척 의미가 있습니다.

“나는 내 시간의 절반은 성도들에게 교리를 공부하라고 말하는 데 사용하고, 나머지 반은 교리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말하는 데 사용한다.”

교리를 공부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것, 하지만 성령충만한 것만으로 우리가 진리 가운데 살 수 없다는 것. 성령은 우리에게 무언가 행동을 하게 하지만 말씀은 그 행동이 진리를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능력입니다. 말씀과 성령의 관계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씀은 영원하고 불변한다. 성령의 지시는 일시적이며 상황에 따라 다르다.

말씀은 약속을 준다. 성령은 때에 따라 모험을 하게 하신다.

말씀은 전체적인 사명을 말해 준다. 성령은 하나의 비전을 심어 주신다.

말씀은 기준을 정한다. 성령은 행동을 지시하신다.

말씀은 결말을 보여 준다. 성령은 출발점을 알려 주신다.

말씀은 기대치를 정한다. 성령은 출발점을 알려 준다.

말씀은 하나님의 성품을 기술한다. 성령은 우리가 하나님의 마음을 느끼도록 하신다.

말씀은 하나님의 구원 행위를 이야기한다. 성령은 하나님의 사랑을 우리 마음속에 부으신다.

말씀은 계시를 준다. 성령은 이해할 수 있게 도우신다.

말씀은 믿음의 선진들을 보여 준다. 성령은 확신을 주신다.

말씀은 들으라고 명령한다. 성령은 들을 수 있게 해 주신다.

말씀은 순종하라고 명령한다. 성령은 따라오라고 손짓하신다.

구분: ‘기름 부으심 성령의 은사’ 그리고 ‘성령의 열매’

사실 우리가 성령님에 대해 잘못 알고 있다거나, 오해한다는 차원보다는 구분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먼저 성령의 ‘은사’와 ‘열매’가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크리스천이 하나님께 ‘은사’를 구합니다. 어떤 목사님의 이야기입니다.

성령의 은사와 열매에 대한 설교를 마치고 강단으로 교인들을 초청했답니다.

성령의 은사를 위해 기도 받기를 원하는 사람은 강단 왼편으로, 성령의 열매를 위해 기도 받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오른편으로 나오라고 지시했답니다. 그러자 몇십 명의 사람들이 왼편으로 모였고, 오른편에는 단 세 사람이 서 있었답니다.

그런데 우리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약에 나오는 요셉을 우리가 잘 알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어린 요셉에게 귀중한 은사를 주셨습니다. 꿈꾸게 하셨고, 미래를 바라보게 하셨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요셉이 가진 은사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그 은사를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는 꿈을 이야기하며 자신을 형제들보다 높임으로 인해 하나님께 쓰임 받지 못하고 오랫동안 고난과 훈련의 시간을 지나야 했습니다. 중요한 깨달음인데, 요셉이 받은 귀한 은사를 사용할 수 있으려면 배움의 시간, 열매를 맺는 시간이 필요했다는 말입니다.

요셉이 애굽 땅에서 보디발의 집에서, 그리고 감옥에서 지나는 동안 여지없이 그의 은사가 드러납니다. 하지만 그에게 성령의 열매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만일 그가 가진 은사만을 가지고, 그에게 권력을 줬다면, 형들을 만났을 때 품어주기보다는 죽였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요셉이 경험해야 했던 고난의 시간을 통해 더 많은 ‘은사’가 개발된 것은 아니지만, 성령의 열매를 맺으며 성숙한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었던 것이죠.

우리는 불행하게도 성령의 은사가 풍부했던 크리스천들의 ‘추락’을 목격하게 됩니다.

미국에서는 한 때 유명했던 부흥사들이 성적인 타락과 돈 문제로 부끄럽게 뉴스의 주인공이 되었던 것을 보게 됩니다.

한국에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세상을 놀라게 하는 사건은 너무나 훌륭한 은사들을 소유했던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타락과 죄를 보면서 그들이 행했던 ‘은사’들이 거짓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단지 그들의 은사가 성숙하지 못함으로 인해 이루어진 일이죠.

또한, 그들에게 은사를 주셨던 성령의 기름 부으심이 더는 계속되지 않으므로, 더는 성령님의 인격이 나타나지 않고 있었던 것이죠.

기름 부으심이 없이도 얼마간은 성령의 은사가 계속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성숙하지 않은 은사들은 결국 인간의 욕망 속에서 그 바닥을 드러내게 되어 있습니다.

2016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성령님에 대하여 깊이 묵상하도록 인도하신 것은 너무나 큰 은혜라고 생각합니다. 이 묵상의 시간을 통해 우리가 점검해야 하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은사’가 아니라, 계속되는 기름 부으심이 있는지, 그리고 부으심의 은혜로 인해 성령의 열매가 열리는지를 분명하게 점검해야 합니다.

기름 부으심이 없는 성령의 은사는 우리를 점점 교만하게 만듭니다. 교만은 성령의 사람을 언제부터인가 파멸로 이끌어 가게 합니다.

참 신기한 일입니다. 누구나 칭찬받는 것을 좋아하고, 칭찬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 칭찬이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받지 못하면, 언제부터인가 성령님의 기대가 아닌, 칭찬하는 사람의 기대에 맞추려고 노력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더는 하나님의 일이 아닌, 사람의 수준에 맞추려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기대가 우리의 사역 속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점점 불행해지기 시작합니다.

하나님의 일을 하며 받은 칭찬이, 이제는 그 칭찬을 갈구하는 모습 속에서 사람의 만족을 채우지 못하는 자신의 비참함을 보게 됩니다.

성령의 기름 부으심과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산다는 것이 왜 중요할까요?

진정한 인도하심이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우리를 인도하시는 그것만큼 이면 만족할 수 있는 것입니다.

진정한 기름 부으심을 따라 살면 우리에게는 ‘자유’가 있습니다.

고린도후서 3장 17절의 말씀을 보세요.

“… 주의 영이 계신 곳에는 자유가 있느니라”

그런 찬양이 있지요?

주의 영이 계신 곳에 참 자유가 있다네,

진리의 영이신 성령이 오셨네.

성령이 오셨네, 성령이 오셨네,

내 주의 보내신 성령이 오셨네,

우리 인생 가운데 친히 찾아오셔서,

그 나라 꿈꾸게 하소서.

피트 캔트렐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자유의 극치는 아무것도 증명해 보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할수록 우리는 지극히 ‘나’다운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분의 임재를 경험하면 할수록 우리 자신을 증명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왜냐하면, 그분만이 드러나면 되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가 명백하게 물을 수 있습니다.

‘우리 안에 참 자유가 있는지, 굳이 나를 드러내야 하는 욕망이 살아있는지.’

성령님의 가장 강력한 역사는 ‘나’를 ‘나 되게’ 한다는 것입니다.

성령님이 나를 사용하심이 명백할 때, 우리는 누구를 흉내 내거나, 그 사람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실 우리가 누군가를 흉내 내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비참해질 뿐입니다.

한때 우리나라에는 조용기 목사님의 설교를 흉내 내는 목사님이 많았습니다.

독특한 억양과 경상도 사투리까지 말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흉내를 내도 그 사람이 조용기 목사가 되지는 않습니다. 한때 신학교에서는 설교를 너무나 잘하는 박조준 목사님을 흉내 낼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흉내를 내도 하나님께서는 똑같이 사용하시지는 않습니다.

R. T. 켄달의 책 [내일의 기름부음]에 아주 재미있는 예화가 나옵니다.

과거에 유명했던 텍사스 주의 한 부흥강사는 설교가 절정에 달하면 꼭 왼손을 귓가에 동그랗게 모으는 독특한 버릇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아무도 아는 이가 없었다.

재미있게도 당시 텍사스와 오클라호마에 있던 젊은 목사 중 설교하다가 왼손을 귓가에 모으는 이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에게 그와 같은 기름부음이 임했다고 생각했다!

이 부흥강사는 얼마 후 텍사스 주 포트워스에 있는 사우스웨스턴 침례신학교의 설교학 교수로 초빙되었는데, 이 교수의 제자인지 아닌지는 누구나 쉽게 구별할 수 있었다!

몇 년 전 사우스웨스턴 침례신학교에 갔을 때, 그 이유가 궁금했던 나는 그분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누군가 아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침내 나의 기대가 들어맞았다. 그 대학의 어느 노교수 한 분이 나중에 내게 와서 말했다. “말씀하신 그 부흥강사가 누군지 압니다.” 나는 물었다.

“도대체 왼손을 귓가에 모은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대답이 이랬다.

“그분에게 난청이 있었지요. 손을 귓가에 모으면 자신의 소리가 더 잘 들렸답니다.”

재미있죠?

능력 있는 설교를 할 수 있었던 것, 동그랗게 손을 귓가에 모으는 습관은 기름부음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는 거죠. 경상도의 억양이나 평안도의 억양, 좋은 목소리, 아름다운 톤과 같은 것은 기름부음과 관계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로이드 존스 박사가 들려준 이야기랍니다.

웨일즈에 존경받는 한 사역자가 있었는데, 그는 앞머리가 눈을 가리지 않도록 머리를 뒤로 젖히는 버릇을 가지고 있었다. 그로 인해 웨일즈 전역에는 설교 중에 그 사역자처럼 앞머리를 젖히는 젊은 목사가 많이 생겼다고 한다. 심지어 그중에는 대머리도 있었다!

전적으로 자신에게 임하는 것이라면

이제 성령의 기름부음이 누구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에게 임하셔서 우리를 사용하는 것이라면, 누군가를 바라보면서 갖는 부담감이라든지, 스스로에 대한 실망을 버려야 합니다.

또한, 하나님의 기름 부으심이 계속되는 지속적인 사건이라면, 우리는 오늘의 기름 부으심에 기대를 걸어야 합니다.

우리는 신앙의 위대한 영웅의 이야기를 알고 있습니다. 물론 닮아가려는 마음이야 좋은 것이지만, 그 시대의 하나님의 역사를 바라며 과거의 방식을 기대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닙니다.

우리가 바라보아야 하는 것은 지금 이 시대에,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통하여 일하시는 성령님에 대한 기대가 필요합니다.

우리 신앙인들의 오류는 어제의 영광을 보면, 오늘에 그 영광을 ‘연출’하려는 시도들입니다.

더는 엑스폴로 74와 같이 여의도 광장에 모여 폭발적 집회를 통해 나타났던 영광이 나타나지 않을 것입니다.

매년 부활절 새벽이면 여의도 광장에 모여 기도하던 그런 역사도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영광의 재현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에 역사하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음성과 성령의 기름 부으심을 기대하는 것입니다.

제가 이런 말을 해도 좋을지 모르지만, 부흥의 역사에는 끝이 있습니다.

성령의 기름 부으심의 역사가 똑같이 지속해서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부흥의 역사는 시간과 장소를 바꿔가며 여기저기서 일어났던 것을 역사를 통해 보게 됩니다.

성령의 기름 부으심의 역사는 우리가 붙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우리가 성령의 기름 부으심에 순종할 준비는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유를 설명할 수 없지만, 성령의 역사가 시대적으로 지역적으로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은,

사역의 주권이 ‘성령님’이라는 사실을 명백하게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분명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우리가 그분을 떠나시게 했다는 것입니다.

참 신기하죠?

어제의 기름부음이 오늘도 같게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성령께서 동의하지 않으면, 어제의 기름부음은 오늘의 기름부음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18세기 영국을 변화시킨 웨슬리의 영적운동과 동시대의 부흥사였던 휫필드는 경험주의적 성령체험을 자주 경험했습니다. 집회를 하면 바닥에 쓰러지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조나단 에드워즈의 표현에 의하면, ‘기절하기’ 혹은 ‘온몸에 기운이 빠지는’ 일들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런데 같은 지역인 영국에서 1904년에 일어난 웨일즈 부흥운동은, 찬양을 많이 부르고 간증을 하면서 역사가 일어났습니다. 집회 중에 설교는 많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예배당의 분위기가 얼마나 뜨거웠는지, 부인을 찾아가려고 화를 내며 들어왔던 남자들이 들어오자마자 무릎을 꿇고 회개하는 일들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웨일즈에서 일어났던 부흥이 끝나자 모든 것이 끝이 나 버렸습니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어도 인정하고 기대해야 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그분의 영광을 우리에게 나타내실 때, 이전과 같은 방법을 잘 사용하시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존 오트버그의 [선택 훈련]에 나오는 이야기를 하나 소개합니다.

어느 험악한 동네에서 자동차 안에 열쇠를 두고 문을 잠근 여인에 관한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여인은 옷걸이로 자동차 문을 열려고 애를 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여인은 마지막 수단으로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도와줄 사람을 보내 주세요.”

5부 뒤 한 고물차가 옆에 섰고, 온몸에 문신을 하고 해골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우락부락한 사내가 내리더니 여인에게 다가왔다. 여인은 머리를 긁적이며 ‘하나님, 설마 저 남자는 아니겠지요?’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사내가 도움이 필요하냐고 묻자 여인은 “혹시 차 문을 열어 주실 수 있나요?”라고 물었다. 사내는 “식은 죽 먹기죠.”라며 옷걸이로 몇 초 만에 자동차 문을 열었다.

“정말 좋은 분이시군요.”

여인이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이자 남자는 정색을 했다.

“저는 별로 착하게 살지 않았어요. 오늘 교도소에서 나왔습니다. 차량 절도죄로 2년을 복역했죠. 출소한 지 두 시간밖에 안 됐어요.”

그러자 여인은 두 팔을 높이 들며 큰 소리로 말했다.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황송하게도 전문가를 보내 주시다니요!”

성령님을 존중한다는 것

오늘 분문 13절을 보면, 우리가 왜 성령님을 존중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명확하게 말씀합니다.

“그러나 진리의 성령이 오시면 그가 너희를 모든 진리 가운데로 인도하시리니 그가 스스로 말하지 않고 오직 들은 것을 말하며 장래 일을 너희에게 알리시리라”

성령님께서 이전과 같은 방법으로 우리에게 나타나시지 않는다는 것은 결코 우리의 신앙을 비관적으로 만들지 않습니다. 단지 새로운 방법으로 임하실 성령님을 기대하는 것이죠.

분명한 것은 성령님은 주님이 약속하신 대로 늘 우리와 함께 거하신다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에게 가르치려고 하신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그 성령님과 교제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바쁘다는 이유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신선한 기름부음’입니다. 신선하다는 것은 어제의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에게 임하시는 성령님을 기대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요즘 들어 점점 ‘교단주의’에 대한 회의론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기독교 역사를 통해 보면 교단이 출발하게 된 배경은 예외 없이 새로운 부흥 운동과 함께였죠. 그런데 그 교단의 출범이 어떤 의미에서 ‘부흥의 종말’을 의미합니다.

부흥의 역사를 교단의 틀에서 설명하고, 사람들에게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더는 성령님의 기름 부으심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성령님의 역사가 강하게 일어나기 시작하면, 각 교단이 주장하는 신학적인 논쟁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사실은 뜨거운 성령의 용광로 앞에 이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사라져 버릴 텐데 말입니다.

19세기 켄터키 주의 케인 릿지 부흥 당시 놀라운 일은 그 지역의 모든 교회가 모여 부흥하기 시작했는데, 신학적 논쟁이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은 그들 모두가 ‘그리스도인’이 되었다는 것이고, 그것으로 인해 서로가 너무 기뻐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모두 마음을 모아 ‘크리스천 교회’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마음을 모아 하나의 교단으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그 순간 부흥의 역사가 끝나버렸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성령님을 독점할 수 없다는 것,

성령을 우리가 원하는 대로 소유할 수 없다는 것,

성령님은 우리에게 특별한 라이센스도 주시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단지 성령님을 존중하고, 그분이 자유롭게 일하실 수 있도록 해 드려야 합니다.

우리가 그분을 따라가려고 작정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성령님은 우리를 따라오시는 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성령님께 기도하기를 ‘우리에게 맞춰주세요’라고 하는 순간 조용히 그분은 우리의 뒤로 사라지신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오늘 본문 가운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14절의 말씀인데요.

“그가 내 영광을 나타내리니 내 것을 가지고 너희에게 알리시겠음이라”

성령님이 나타나는 곳에는 그리스도의 영광과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납니다.

그 사람이 성령의 기름 부으심을 따라 사용되느냐의 기준은 ‘영광’이 나타나느냐는 것입니다.

켄달은 그의 책 [내일의 기름부음]에서 세 종류의 사람을 이야기합니다.

영광이 떠난 사람, 영광이 임한 사람, 영광이 임할 사람으로 구분할 수 있겠죠.

첫째는, 이스라엘의 초대 왕이었던 ‘어제의 사람

둘째는, 하나님이 직접 말씀하시고 명령하셨던 사무엘과 같은 ‘오늘의 사람’

셋째는, 사무엘이 기름 부었던 다윗과 같은 ‘내일의 사람’입니다.

사울을 통해 보듯이, 언제부터인가 하나님이 그를 버리셨고 어제의 사람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는 왕으로서의 사역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역을 하는 것뿐이지 성령님이 사용하시지는 않았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다는 것과 성령님께서 우리를 쓰신다는 것은 다른 것입니다. 그는 여전히 왕이었지만, 더는 왕으로서의 권위도 잃어버렸고, 능력도 없습니다. 마치 오늘날의 사역자들이 능력을 잃어버린 채 설교하고, 아무런 능력도 없이 봉사하고 헌신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능력이 사라져 버린 어제의 사람은, 어제의 능력을 증명해 보려고 발버둥 치지만 더욱 비참해질 뿐입니다.

사울은 왕이 될 때 많은 은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에게서 하나님의 영광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성령의 기름 부으심이 없으면 ‘이가봇’이 됩니다. 이 교회에 하나님의 영광이 없으며, 하나님이 부르셨던 사명의 자리에 더는 하나님의 영광이 나타나지 않으면, 하나님은 아무도 모르게 ‘내일의 사람’을 준비하신다는 것입니다.

어제의 사람이 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에게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사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잊히는 어제의 사람이 아니라, 잠시 어제의 사람으로 머물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처음으로 회복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울이 끝까지 버림받았던 이유는, 그가 끝까지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무엘에게서 보듯이, 하나님의 사람이 된다는 것은 철저하게 하나님과의 관계의 문제입니다. 인간에게서 가장 불행한 일은 준비가 되기 전에 ‘성공’하는 것입니다. 성공이 일찍 찾아오면, 누군가에 의해 자신이 높여지고, 그 높아짐이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는 순간 하나님과의 관계가 끝나기 때문입니다.

사무엘은 어린 시절 성전에 갇혀서 자랐습니다. 그는 그곳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역사적으로 사무엘은 이스라엘의 마지막 사사요, 첫 번째 선지자라 불리는 사람입니다.

그는 왕이 없던 시대에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나님의 뜻을 전달해 주었고, 초대왕 사울을 세웠던 때에도 제사장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자가 되었습니다. 그는 어제의 사람 사울에게 기름을 부었고, 미래의 사람 다윗에게도 기름을 부었습니다.

오늘의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두 가지 가능성이 늘 긴장 관계처럼 공존하고 있습니다.

‘지속성과 비지속성’

오늘의 사람으로 지속할 수도 있고, 그 지속성이 바로 끝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의 기름부음을 받은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많은 위험을 동반합니다.

사무엘이 왕이 없던 시대에 누군가에게 기름을 붓는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행동입니까? 하지만 사무엘은 단지 주님의 음성에 순종했을 뿐입니다. 시퍼렇게 왕이 살아있던 시대에, 다른 사람에게 기름을 붓는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입니까? 그러나 사무엘은 오로지 주님의 음성에 순종하여 다윗에게 기름을 붓습니다.

이새의 아들 여덟 명을 다 돌아보았을 때, 다윗은 사무엘의 마음에 그렇게 흡족하게 드는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께서 다윗에게 기름을 부으라고 하시자 사무엘은 아무 말 없이 순종했을 뿐입니다.

그의 순종이야말로 오랫동안 사무엘이 ‘현재의 사람’으로 남아있을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하나님께 순종한다는 것은, 세상에서 우리가 맺는 관계가 중요하지만 ‘하나님과의 관계’를 우선할 수 없다는 것을 믿음으로 공포할 때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오늘의 사람’으로 지속적인 쓰임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내일의 사람’을 찾는 사람이 될 때입니다. 사무엘상 16장 1절을 보세요.

“여호와께서 사무엘에게 이르시되 내가 이미 사울을 버려 이스라엘 왕이 되지 못하게 하였거늘 네가 그를 위하여 언제까지 슬퍼하겠느냐 너는 뿔에 기름을 채워 가지고 가라 내가 너를 베들레헴 사람 이새에게로 보내리니 이는 내가 그의 아들 중에서 한 왕을 보았느니라 하시는지라”

미래의 사람을 준비하는 사람만이 현재의 사람으로 쓰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조나단 에드워즈가 참 멋진 말을 했습니다.

사단이 유일하게 꾸며내지 못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영광에 대한 사랑이다. 우리가 진심으로 교회의 현재와 미래의 위상을 위하고 하나님을 사랑하고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마귀에게 속임 당하고 있지 않다는 증거다. 하지만 내가 가장 걱정하고 있는 것이 나 자신의 위상이라면 그것은 내가 오늘의 사람이 아니라는 증거다.

그래서 현재의 사람만이 미래의 사람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내일의 사람 다윗은 현재의 사람 사무엘에 의해 기름부음을 받습니다.

내일의 사람 ‘다윗’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오랜 준비의 시간과 고난의 시간을 통하여 하나님과 친밀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내일의 사람이 된다는 가장 명백한 증거는, 오늘을 준비하며 견디고 하나님과 교통하느냐는 것입니다.

은밀하게 기름부음을 받았던 다윗의 가장 큰 장점은 자신이 가진 한계와 단점을 알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하나님께서 자기를 세우실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성령님이 일하시기까지 자신을 온전히 하나님께 드렸다는 것입니다. 다윗에게 도망자의 시간과 광야에서의 경험은 그를 미래의 하나님의 사람으로 만드는데 필수적인 시간이었습니다.

캔달이 멋진 문장을 하나 남겼습니다.

하나님과 가까워지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를 죽일 듯이 미워하는 적을 만남으로써 예수님처럼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배워나가는 것이다.

다윗에게 ‘최악의 시간’은 미래이 사람 다윗에게 ‘최상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미래의 사람은 때를 기다립니다. 은밀하게 기름부음을 받았던 다윗은 자신이 아무리 숨어 있어도 때가 되면 하나님께서 드러나게 하실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성령을 슬프시게 하지 않는 한, 성령님의 임재를 느끼며 때를 기다리는 한 우리는 미래의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스펄전 목사님은 자신의 목회 25년 동안 필요한 시간이 있다면 20년의 준비 기간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준비된 시간이 길수록 하나님께서 우리를 멋지게 사용하실 수 있지 않겠습니까?

말씀과 성령과 진리 앞에 우리가 마음을 열고 있다는 것은, 그 결과가 아무리 무섭고 창피하고, 혹은 누군가와 맞서야 하는 일일지라도 순종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죠.

성령님은 누구십니까?

여러분을 과거의 사람으로 머물지 않도록 하는,

현재의 사역이 지속하기를,

그리고 미래의 사람이 되도록 우리를 도우시는 분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