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상처(요20:19~29)

여기 피멍이 들고 상처가 난 발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있습니다. 누구의 발일까요?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의 발입니다. 고된 훈련과 시합을 하다가 상처가 난 것입니다. 이런 상처를 가리켜 뭐라고 하죠? ‘영광의 상처’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상처는 고통과 수치의 흔적입니다. 그러나 김연아 선수의 경우에는 그런 상처가 있었기에 세계적인 선수로 대성한 것입니다. 그 상처는 부끄러운 상처가 아닙니다. 자랑스러운 ‘영광의 상처’입니다. 각계각층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거의 다 이런 상처들을 갖고 있습니다. 어쩌다가 성공을 거둔 게 아닙니다. 남이 알지 못하는 수고와 아픔이 있었기에 오늘의 성공이 있는 겁니다.

예수님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분은 하나님의 아들이지만 인간으로 오셔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숱한 고통을 당하셨고 많은 상처를 입으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십자가에 죽으셨다가 부활하셨습니다. 그 결과 인류를 죄와 영원한 사망에서 구원해 내셨습니다. 그러므로 십자가 고난으로 인한 상처는 ‘영광의 상처’입니다.

[1] 예수 십자가의 고난 : 영광의 상처

본문은 부활하신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직접 나타나신 사건의 기록입니다. 그 중에 2번 연거푸 나타나신 사건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요20:19 “이 날 곧 안식 후 첫날 저녁 때에 제자들이 유대인들을 두려워하여 모인 곳의 문들을 닫았더니 예수께서 오사 가운데 서서 이르시되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그 날은 안식 후 첫날로(금요일, 안식일 지나 다음 날, 지금의 주일) 부활하신 당일 저녁의 일입니다. 문을 닫고 있었는데 예수님이 한 가운데 나타나셨습니다. 어찌 이런 일이! 부활하신 몸은 변화된 새 몸이므로 가능합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신령한 몸입니다. 여러분, 한번 상상해 보십시오. 제자들이 얼마나 당황했겠습니까! 그래서 예수님이 어떻게 하셨나요? 요20:20 “이 말씀을 하시고 손과 옆구리를 보이시니 제자들이 주를 보고 기뻐하더라”

같은 상황의 이야기가 누가복음 24장에 기록되어 있는데, 이를 참조해 보면 당시의 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눅24:37~39 “37 그들이 놀라고 무서워하여 그 보는 것을 영으로 생각하는지라 38 예수께서 이르시되 어찌하여 두려워하며 어찌하여 마음에 의심이 일어나느냐 39 내 손과 발을 보고 나인 줄 알라 또 나를 만져 보라 영은 살과 뼈가 없으되 너희 보는 바와 같이 나는 있느니라” 심지어 그들이 보는 앞에서 생선 구운 것을 잡숴 보이셨습니다. 그러니까 분명히 부활하신 몸이 맞습니다.

그런데 그때 마침 제자들 중에 도마가 자리에 없었습니다. 예수님이 사라지고 도마가 돌아왔을 때 제자들이 말합니다. “야! 너 어디 갔었어! 예수님이 부활하신 모습으로 오셨었단 말이야. 너는 꼭 결정적인 순간에 어딜 가니?” 그러자 도마가 어떻게 반응합니까? 약이 오르기도 했을 테고, 게다가 그는 합리주의자요 이성주의자였습니다. 요20:25 “다른 제자들이 그에게 이르되 우리가 주를 보았노라 하니 도마가 이르되 내가 그의 손의 못 자국을 보며 내 손가락을 그 못 자국에 넣으며 내 손을 그 옆구리에 넣어 보지 않고는 믿지 아니하겠노라 하니라” 도마는 시각과 촉각으로 직접 확인해 보고 믿겠다고 말했습니다. 아주 건방진 말입니다. 다른 제자들은 모두 바보입니까?

이런 일이 있고 나서 여드레 지나(만 1주일)이 지났습니다. 또 안식 후 첫날(오늘의 주일) 에 나타나신 겁니다. 예수님이 부활하신 주일에 연속해서 나타나신 겁니다. 그래서 주일은 부활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어쨌든 예수님이 또 나타나셨습니다. 그리고 도마를 지목해서 말씀하셨습니다. 요20:27 “도마에게 이르시되 네 손가락을 이리 내밀어 내 손을 보고 네 손을 내밀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라 그리하여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

여러분, 도마가 예수님의 손을 만져 봤을까요? 안 만져 봤을까요? 성경에 명시되지 않아서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예수님이 부활하신 모습을 분명히 확인했다는 사실입니다. 못 자국이 선명한데 어떻게 의심하겠습니까! 도마는 놀라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요20:28 “도마가 대답하여 이르되 나의 주님이시요 나의 하나님이시니이다” 도마는 비로소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 즉 하나님 자신이며 구주이심을 확신하게 됐습니다. 그 후 그는 여러 지역을 다니며 복음을 전했는데 나중에는 인도까지 가서 복음을 전하다 순교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할 사실이 있습니다. 예수님이 부활하셨음에도 불구하고 분명이 손에 못 자국이 있었고 옆구리에는 창 자국이 있었다는 겁니다. 그러면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죽으시기 전 흉측한 모습 그대로는 아니었을 겁니다. 아마 빛나는 모습으로 변했으리라 짐작됩니다. 다른 데보다 오히려 상처 부위가 더 찬란하게 빛나지 않았을까 상상해 봅니다.

찬송가 25장 2절도 그런 사실을 노래합니다. “면류관 벗어서 주 앞에 드리세 / 그 손과 몸의 상처가 영광 중 빛나네 / 하늘의 천사도 그 영광 보고서 고난의 신비 알고자 늘 흠모하도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으로 입은 상처는 영광의 상처입니다. 그리고 부활하신 후에는 더욱 더 빛나는 모습이었습니다. 우리도 장차 천국에 들어가서 그 못 자국을 확인하게 될 줄로 믿습니다.

여러분, ‘파니 크로스비’((Fanny Jane Crosby 1820~1915)를 아십니까? 2천 편의 찬송시를 작시한 여류시인입니다. 우리 찬송가에도 그가 작시한 21곡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는 생후 6개월 만에 의료사고로 실명한 사람입니다. 누군가 그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시각장애 때문에 하나님을 원망한 적이 있나요?” 그러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뇨, 감사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천국에 가서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예수님의 얼굴을 볼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도 평생 못 보고 살았는데 어떻게 예수님을 알아보죠?” “그야, 손의 자국을 보면 알 수 있죠.” 이런 신앙고백이 담긴 찬송이 바로 240장 「주가 맡긴 모든 역사」입니다. “1. 주가 맡긴 모든 역사 힘을 다해 마치고 밝고 밝은 그 아침을 당할 때 요단강을 건너가서 주의 손을 붙잡고 기쁨으로 주의 얼굴 뵈오리. ( … ) 4. 영화롭게 시온성문 들어가서 다닐 때 흰옷입고 황금 길을 다니며 금 거문고 맞추어서 새 노래를 부를 때 세상 고생 모두 잊어버리리. (후렴) 나의 주-를 나의 주를- 내가 그의 곁에 서서 뵈오며 나의 주-를 나의 주를- 손에 못 자국을 보아 알겠네-”

[2] 예수 십자가 영광의 상처 : 구원, 승리, 부활의 증표

그러면 예수님의 상처가 우리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여러 가지 사실에 대한 확실한 증표(certificate)가 됩니다. 구원의 증표, 승리의 증표, 그리고 부활의 증표입니다. 예수님의 상처는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생생하게 증거하면서 이런 사실들에 대한 증표가 됩니다.

① 구원의 증표 :

성경은 누구든지 예수 그리스도를 믿기만 하면 구원을 받는다고 말씀합니다. 롬10:9 “네가 만일 네 입으로 예수를 주로 시인하며 또 하나님께서 그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것을 네 마음에 믿으면 구원을 받으리라” 예수님이 나의 죄를 대신 지고 죽었다가 부활하신 사실을 믿으면 죄와 구원받고 영생을 얻어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이게 너무 쉬워서 오히려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뭔가를 해야 될 것 같아, 잘못된 행위구원관에 물들어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그러셨던 것처럼 못 자국을 보여주십니다. “이것 좀 봐라! 이 못 자국이 내가 너를 위해 대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가 부활한 증거다. 내가 너의 모든 죗값을 치렀다. 그러니 이제 믿기만 해라. 그러면 죄와 사망에서 구원해 주겠다. 영생과 천국을 주겠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손과 발에 있는 못 자국을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시고 구원의 확신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② 승리의 증표 :

우리가 이 세상에 살 동안에는 많은 환난을 겪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승리합니다. 여러분, 어떻게 그것을 확신할 수 있나요? 그것은 승천하신 예수님의 천상사역과 중보사역으로 가능합니다. 승천하신 예수님은 지금도 일하고 계십니다.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우리를 위해 중보하시며 때마다 일마다 도와주십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가 된 후에도 때때로 실수하고 범죄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멸망당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우리가 혹시 범죄하면 예수님이 하나님 아버지 앞에 우리를 대언해 주시기 때문입니다. 요일2:1 “ … 만일 누가 죄를 범하여도 아버지 앞에서 우리에게 대언자(advocate)가 있으니 곧 의로우신 예수 그리스도시라” 이게 곧 우리가 범죄해도 죄를 고백하면 얼마든지 용서받고 깨끗함을 얻는 근거입니다. 예수님은 아버지에게 못 자국을 보이며 이미 우리의 죗값을 치렀음을 고해 주시는 겁니다.

그리고 우리가 살면서 연약해질 때, 위험에 처해 있을 때,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 중보 기도로 도와주십니다. “아버지! 이 못 자국은 내가 그를 대속해 준 증표입니다. 그러니 그를 도와주십시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승리할 수 있습니다. 롬8:34,35,37 “34 … 다시 살아나신 이는 그리스도 예수시니 그는 하나님 우편에 계신 자요 우리를 위하여 간구하시는 자시니라 35 누가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으리요 환난이나 곤고나 박해나 기근이나 적신이나 위험이나 칼이랴 … 37 그러나 이 모든 일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우리가 넉넉히 이기느니라”

그러므로 여러분! 예수님의 못 자국을 늘 기억하며 어떤 환난 가운데서도 낙심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당당히 승리하시기 바랍니다.

③ 부활의 증표 :

예수님의 손과 발에 남아있는 못 자국은 부활에 대한 강력한 증표입니다. 예수님 자신이 부활하신 증거일 뿐 아니라, 믿는 성도들도 장차 부활할 것에 대한 보증입니다. 예수님은 못 자국을 보여주시면서 마치 이렇게 말씀하는 것 같습니다. “자, 봐라! 내가 죽었다가 부활했단다. 너도 나를 믿으면 이와 똑같이 되는 거야.”

바울은 부활하신 예수님이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부활의 보증과 샘플임을 증거합니다. 고전15:20 “그러나 이제 그리스도께서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사 잠자는 자들의 첫 열매가 되셨도다” 여기서 ‘첫 열매’라는 단어는 우리가 지금 쓰는 말로 바꾸어 표현하면 ‘샘플’입니다.

그리고 바울은 빌3:21에서 이렇게 증거합니다. “ … 우리의 낮은 몸을 자기 영광의 몸의 형체와 같이 변하게 하시리라”(cf. 고전15:42~44) 이렇게 되면 고전15:42~44에서 증거한 대로 우리의 썩을 육체가 썩지 않는 영광스런 몸으로, 연약한 몸이 강한 몸으로, 수치스런 몸이 영광스러운 몸으로 변화됩니다. 모든 질병과 장애가 치유되고 변화되어 완전한 몸이 됩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못 자국을 바라보며 부활의 소망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우리가 결코 놓치자 말아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이 부활하지만, 각 개인의 부활체의 영광이 각각 다릅니다. 바울은 고전15:41에서 증거합니다. “해의 영광이 다르고 달의 영광이 다르며 별의 영광도 다른데 별과 별의 영광이 다르도다” 해와 달이 다르듯이 장차 부활할 몸이 다른 육체와 다르게 영광스러워지지만, 마치 별과 별의 영광이 다르듯이 각 개인의 부활체의 영광이 다르다는 겁니다. 히11:35에도 보면 ‘더 좋은 부활’이란 표현이 나옵니다. “ … 또 어떤 이들은 더 좋은 부활(a better resurrection)을 얻고자 하여 심한 고문을 받되 구차히 풀려나기를 원하지 아니하였으며”

그러면 과연 어떤 사람이 장차 부활할 때 가장 밝게 빛나는 부활체로 변화될까요? 예수님의 부활체는 찬란히 빛나는데, 상처 부위가 유난히 빛난다고 했습니다. 그런 사실로 유추해볼 때 예수님의 상처를 닮은 상처를 입은 그리스도인들이 더 빛나는 부활체로 변화될 것입니다.

[3] 예수 제자의 길 : 모든 고난을 영광의 상처로 승화시키는 삶

이런 원리를 깨닫게 되면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 남은 생아 어떻게 사는 게 좋을지 답이 나옵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제자로서 그 영광의 상처를 계승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에 살 동안 많은 상처를 입으며 살아가기 마련입니다. 그것 때문에 아파하고 부끄러워할 때가 얼마나 많습니까!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인은 얼마든지 신앙으로 그런 상처를 영광의 상처로 승화시킬 수 있습니다.

① 수동적인 고난을 영광의 상처로 :

바울은 그 몸에 ‘육체의 가시’를 갖고 있었습니다. 고후12:7~10을 보면 나오는데, 그가 평생 안고 살았던 고질적인 안질이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대장간 식칼이 노는 격입니다. 남의 병은 고쳐주고, 심지어 죽은 자를 살려내면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니 그 마음이 오죽했겠습니까? 너무 수치스럽고 괴로웠을 겁니다. 세 번이나 목숨 걸고 기도했지만 주님은 이미 베푸신 은혜가 족하니 그냥 지내라고 응답하십니다. 그때 바울은 비로소 큰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그 연약함 때문에 더 겸손히 주님을 의지함으로 더 큰 능력의 역사가 나타난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 후에는 오히려 연약한 것을 자랑했습니다. 고난이 있어도 감사하며 승리의 삶을 살았습니다.

‘로니 웨스트’라는 미식축구 선수의 이야기입니다(「따뜻한 동화」5권 中). 그는 어머니의 약물 중독으로 태어날 때부터 두 팔이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강해져야 한다며 6살 때 수영을 가르쳤습니다. 그는 피나는 노력 끝에 장애인수영대회 5개 세계기록 보유자가 됩니다. 그리고 미식축구 선수가 됩니다. 포지션이 키커였는데, 그를 보고 상대팀 선수들이 조롱합니다. “이거 장애인 축구냐? 지금 나랑 장난 하냐?” 그러나 동료들과 코치가 격려합니다. “얘, 우리가 곁에 있잖아. 지금껏 훌륭한 왼손잡이는 보았어도 왼발잡이는 네가 처음이야. 너는 우리 팀의 희망(Hope)란 말이야.” 결국 그는 ‘왼발잡이’라는 닉네임으로 승리하게 됐습니다.

여러분,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 살면서 숱한 고난을 수동적으로 당하며 상처를 입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믿음으로 주님을 의지하면 얼마든지 승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 상처가 수치가 아니라 오히려 영광의 상처가 되는 겁니다. 부디 그런 승리의 삶을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② 능동적인 고난을 영광의 상처로 :

그리고 우리는 더 나아가 능동적인 고난을 자진해서 감당해야 합니다. 그로 인해 상처를 입고 희생을 해야 될 때도 있지만 그것이 주님을 위한 것이라면 영광의 상처가 됩니다.

우리는 언젠가 주님이 재림하실 때 주님 앞에 서게 될 것입니다. 그때 어떤 사람이 더 빛나는 영광을 얻겠습니까? 당연히 주님을 위해 고난을 감수하며 상처를 입은 사람입니다. 그때 얻을 영광은 세상에서 당하는 고난과 비교 상대가 되지 않을 겁니다. 롬8:18 “생각하건대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비교할 수 없도다”

바울은 주님 앞에 설 때 얻을 그 빛나는 영광을 소원했습니다. 빌립보 3장에 수록된 그의 스펙을 보면, 인간적으로 아쉬울 게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가말리엘 문하에서 최고의 학문을 공부한 박사요, 귀족이요, 로마시민권자였습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배설물로 여기고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세계를 누볐습니다. 가는 데마다 감옥에 갇혔고, 매를 맞고 목숨의 위협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고후11:23~28 보면 그 고난이 얼마나 혹독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 모든 고난은 그가 자진해서 선택한 고난입니다. 스스로 자기 몸에 만들어간 상처였습니다. 그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갈6:17 “이 후로는 누구든지 나를 괴롭게 하지 말라 내가 내 몸에 예수의 흔적을 지니고 있노라” 여기서 ‘흔적’이란 단어가 중요합니다. 헬라어로 스티그마(stivgma)인데, 표지(mark) 혹은 낙인(brand)이란 뜻입니다. brand는 본래 쇠를 불에 달군 후 짐승의 몸에 낙인을 찍는 것에서 유래한 단어입니다. 소유주를 표시합니다. 정육점에 가면 소나 돼지의 몸에 도장이 찍힌 것을 보는데 마치 그런 겁니다. 헬라어 단어가 그대로 영어로 이전된 단어가 stigma인데 낙인 혹은 오명이란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됩니다. 그런데 바울은 그 단어를 주님을 위해 당한 상처를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합니다. 그것은 수치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것입니다. 영광의 상처입니다. 마치 훈장 같은 것입니다.

여러분, 러시아의 소설가 솔제니친(Aleksandr Solzhenitsyn 1918~2008)을 아시죠. 그는 노벨문학상 수상자(1970)로 유명합니다. 그는 구소련의 반체제인사로 수용소에 수감된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그를 살려주고 그에게 복음을 전해 준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보리스 콘펠트(Boris Kornfeld)’입니다. 그는 유대인 의사로 “스탈린은 신이 아니다. 한낱 인간에 불과하다”라고 말한 게 발각돼서 수감됐습니다. 그는 죄수들이 건강하든 병들었든 의료카드에 무조건 건강하다고 기록해서 작업장으로 보내도록 강요당했습니다. 갈등을 느끼다 동료 죄수에게 전도를 받고 크리스천이 됩니다. 그는 복음의 빚진 자로 담대하게 환자들을 치료합니다. 그러다 대장암 환자를 만났는데, 당국의 지시를 무시하고 수술해서 살려냅니다. 결국 발각되어 공개처형을 당하게 됩니다. 그가 죽기 직전 그 환자는 눈물을 흘리며 물었습니다. “왜 목숨을 걸고 저를 살렸나요?” “괜찮소. 당신과 나를 위해 오래 전에 죽으신 분이 계시니까요.” “그게 누군데요?” 그는 그 환자의 귀에 대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요!” 그 환자는 눈물로 예수님을 영접하고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보리스, 이제는 내 차례입니다. 내가 그 놀라운 사랑을 전하겠습니다.” 그 환자가 바로 솔제니친입니다. 보리스 콘펠트의 고난과 희생은 영광의 상처였습니다. 그리고 솔제니친도 그의 삶을 계승했습니다.

여러분! 한번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작은 고난에도 낙심하고 절망하지 않았는지! 이제 주님의 못 자국을 바라보며 구원과 승리의 확신 가운데 당당하게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장차 있을 부활의 영광을 소망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이제는 수동적인 고난을 이기고 승리함으로 영광의 상처로 바꾸시기 바랍니다. 더 나아가 주의 나라와 복음을 위한 능동적 고난을 감당하면서 영광의 상처로 승화시키기 바랍니다. 그래서 예수님처럼 영광의 상처로 영원히 빛나는 저와 여러분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