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강해 3
모세의 일생

출2:1-22
1 레위 가족 중 한 사람이 가서 레위 여자에게 장가들어 2 그 여자가 임신하여 아들을 낳으니 그가 잘 생긴 것을 보고 석 달 동안 그를 숨겼으나 3 더 숨길 수 없게 되매 그를 위하여 갈대 상자를 가져다가 역청과 나무진을 칠하고 아기를 거기 담아 나일 강 가 갈대 사이에 두고 4 그의 누이가 어떻게 되는지를 알려고 멀리 섰더니 5 바로의 딸이 목욕하러 나일 강으로 내려오고 시녀들은 나일 강 가를 거닐 때에 그가 갈대 사이의 상자를 보고 시녀를 보내어 가져다가 6 열고 그 아기를 보니 아기가 우는지라 그가 그를 불쌍히 여겨 이르되 이는 히브리 사람의 아기로다 7 그의 누이가 바로의 딸에게 이르되 내가 가서 당신을 위하여 히브리 여인 중에서 유모를 불러다가 이 아기에게 젖을 먹이게 하리이까 8 바로의 딸이 그에게 이르되 가라 하매 그 소녀가 가서 그 아기의 어머니를 불러오니 9 바로의 딸이 그에게 이르되 이 아기를 데려다가 나를 위하여 젖을 먹이라 내가 그 삯을 주리라 여인이 아기를 데려다가 젖을 먹이더니 10 그 아기가 자라매 바로의 딸에게로 데려가니 그가 그의 아들이 되니라 그가 그의 이름을 모세라 하여 이르되 이는 내가 그를 물에서 건져내었음이라 하였더라 11 모세가 장성한 후에 한번은 자기 형제들에게 나가서 그들이 고되게 노동하는 것을 보더니 어떤 애굽 사람이 한 히브리 사람 곧 자기 형제를 치는 것을 본지라 12 좌우를 살펴 사람이 없음을 보고 그 애굽 사람을 쳐 죽여 모래 속에 감추니라 13 이튿날 다시 나가니 두 히브리 사람이 서로 싸우는지라 그 잘못한 사람에게 이르되 네가 어찌하여 동포를 치느냐 하매 14 그가 이르되 누가 너를 우리를 다스리는 자와 재판관으로 삼았느냐 네가 애굽 사람을 죽인 것처럼 나도 죽이려느냐 모세가 두려워하여 이르되 일이 탄로되었도다 15 바로가 이 일을 듣고 모세를 죽이고자 하여 찾는지라 모세가 바로의 낯을 피하여 미디안 땅에 머물며 하루는 우물곁에 앉았더라 16 미디안 제사장에게 일곱 딸이 있었더니 그들이 와서 물을 길어 구유에 채우고 그들의 아버지의 양 떼에게 먹이려 하는데 17 목자들이 와서 그들을 쫓는지라 모세가 일어나 그들을 도와 그 양 떼에게 먹이니라 18 그들이 그들의 아버지 르우엘에게 이를 때에 아버지가 이르되 너희가 오늘은 어찌하여 이같이 속히 돌아오느냐 19 그들이 이르되 한 애굽 사람이 우리를 목자들의 손에서 건져내고 우리를 위하여 물을 길어 양 떼에게 먹였나이다 20 아버지가 딸들에게 이르되 그 사람이 어디에 있느냐 너희가 어찌하여 그 사람을 버려두고 왔느냐 그를 청하여 음식을 대접하라 하였더라 21 모세가 그와 동거하기를 기뻐하매 그가 그의 딸 십보라를 모세에게 주었더니 22 그가 아들을 낳으매 모세가 그의 이름을 게르솜이라 하여 이르되 내가 타국에서 나그네가 되었음이라 하였더라

모세의 출생

하나님이 돌리시는 역사의 수레바퀴는 매우 천천히 돌아갑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기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이스라엘 민족이 위기에 처했습니다. 힘든 노동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태어나는 아이는 나일 강에 던져지는 민족말살의 비상 상황입니다. 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급작스런 개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나일 강에 빠져 죽어가는 수많은 아이들과 어미들의 울부짖음의 소리가 하늘을 덮는 상황에서 하나님이 취하신 구원 행동은 모세라는 한 아이를 출생시키는 일이었습니다. 이 아이가 제대로 자랄지 아슬아슬하고 그렇게 하여 민족의 지도자로 선다하여도 앞으로 80년을 더 기다려야 합니다.

역사에는 비약이 없습니다. 하나가 모여 둘, 둘이 모여 셋이 됩니다. 웅덩이가 채워져야 다음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137억년의 우주 역사도 그렇게 진행되었고, 인류문명이라는 것도 차곡차곡 단계를 밟아가며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시간에 우리의 시간을 맞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신앙을 잃어버릴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우리들이 붙잡는 한 가지는 더딘 것처럼 보이더라도 역사는 전진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무질서하고 방향성이 없는 것 같지만 하나님의 구원 역사는 확실히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 아기를 태어나게 하는 것으로부터 출애굽이 시작된다는 것은 또한 한 사람의 중요성을 깨닫게 합니다. 하나님의 역사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준비된 사람이 필요합니다. 사람이 세워지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전진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교육이 미래입니다. 중국 속담에 “1년을 위해서라면 밀을 심어라. 10년을 위해서라면 한 그루의 나무를 심어라. 그러나 100년의 꿈과 비전을 위해서라면 사람을 키우라.”고 했습니다. 우리 현실에서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지름길은 우리 자녀들이 건강하고 능력 있고 비전 있는 지도자로 자라가는 거기에 달려 있습니다.

모세가 태어났습니다. 아들이기 때문에 나일 강에 던져야 하지만 그 어미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를 성경에서는 “그가 잘 생긴 것을 보고 석 달 동안 숨겼다”(2)고 전하고 있습니다. 아니 못생겼으면 죽일 수도 있었다는 것입니까? 자기 자식 치고 예쁘지 않은 자식이 어디 있습니까? 고슴도치도 지 새끼는 예뻐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표준새번역은 가관인데 “하도 잘생겨서” 그랬다고 번역하고 있습니다. 사도행전의 스데반 설교에서는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다운지라”(행7:20)며 해석합니다. 여기 잘생겼다, 준수하다는 단어는 히브리어로 ‘토브’입니다. 이는 창세기 1장의 창조 역사를 연상시킵니다. 하나님은 하루의 창조사역을 마치시며 반복해서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때 ‘좋았더라’는 단어가 토브입니다. 모든 생명의 탄생은 좋습니다. 모든 아이는 다 준수합니다. 특별히 모세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이 귀한 생명을 지키려고 모세의 어미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어미는 어떠한 위험도 감수힐 것입니다. 세상의 악은 이런 존귀한 생명을 말살하려 합니다. 강물에 수장시키려 합니다. 출애굽기 초반부를 장식하고 있는 것은 이 생명을 지키려는 여인들의 항거입니다. 1장에서는 히브리 산파들의 활약을 보았습니다. 모세의 어미는 위험을 무릅쓰고 숨죽여가며 석 달을 감추었습니다. 더 이상 감출 수 없는 형편이 되자 안전한 갈대상자에 태워 일말의 희망을 기대하며 나일 강에 띄워 보냈습니다. 그 누이 미리암은 강물에 떠내려가는 동안 동생의 갈대상자를 지켰습니다. 애굽의 공주는 지엄한 아버지의 명을 어기고 그 아이가 히브리 인임에도 불구하고 살렸습니다. 친 엄마를 유모로 삼아 안전하게 길렀고 자기 자식으로 들였습니다. 여인들의 손에서 모세의 생명은 지켜졌고 하나님의 구원역사의 첫 단추는 잘 꿰어졌습니다. 역사를 이끌어 왔던 것은 어떤 거창한 이상이나 실천이 아니었습니다. 곁에 있는 작은 생명을 지키려는 노력은 작은 것 같지만 이런 생명 사랑의 모성애가 실상은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세월호 1주기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세월호와 관련된 소식은 제대로 읽기 어려울 정도로 가슴 아픈 사건입니다. 그러니 그 부모님들이나 살아남은 자들의 마음이야 이루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하나님의 위로가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 사회가 자식을 사랑하고 생명을 그리워하는 그 마음을 포용한다면 우리 사회는 더 안전하고 생명으로 충만한 사회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현 정부나 우리 사회는 이 눈물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얼마나 많은 자식들과 어미들의 죽음을 보아야 정신을 차릴까요? 이 땅은 여전히 애굽과 같이 생명을 죽이는 죽음의 땅입니다.

모세는 갈대상자에 담겨 나일 강에 버려졌습니다. 물이 새지 않도록 역청과 나무진을 발랐습니다. 여기 상자라는 히브리 단어가 흥미롭습니다. ‘테바’인데 노아 홍수 때 사용되었던 노아의 ‘방주’와 동일한 단어입니다. 노아의 방주에도 물이 새지 않도록 역청을 발랐습니다. 험한 물살에 뒤집힐 것 같고 방향도 없이 정처 없이 흘러가는 작은 갈대상자가 실은 수많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운명을 결정한 구원의 방주였습니다. 드로아에서 출발하여 빌립보에 닿았던 바울이 탔던 배 한 척을 일컬어 역사가 토인비는 유럽의 문명을 싣고 가던 배였다고 하였습니다. 작은 것은 작은 것이 아닙니다. 작은 것에서 엄청나게 크고 강대한 것을 보는 것이 믿음의 눈입니다.

모세의 이름에도 그런 뜻이 담겨있습니다. 모세는 사실 애굽식 이름입니다. 애굽의 투트모세 왕, 아흐모세 왕이 유명한데 ‘모세’라는 이름을 담고 있습니다. 모세를 양아들로 삼았던 공주는 이 이름을 히브리 식 이름과 중의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히브리 식 이름으로 모세는 ‘건져내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을 죽음의 땅에서 건져낸 메시아와 같은 인물이었습니다. 우리가 역사에서 모세와 같은 인물의 탄생을 기대하는 것은 좋은 소망이요 기도제목입니다.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은 사람입니다. 하나님은 사람을 통해서 자신의 역사를 이루어가십니다. 그래서 위대한 인물들이 배출되는 그런 민족이 되도록 기도하는 것은 하나님나라와 그 의를 위한 기도의 연장선상에 있다 할 것입니다. 성경에서는 모세뿐만 아니라 고레스를, 스룹바벨을, 대제사장 여호수아를, 느헤미야를, 신구약 중간기에는 수많은 정치 지도자를 메시야로 기대하였습니다. 우리 민족 가운데도 메시야와 같은 정치 지도자, 종교 지도자들이 탄생하기를 기도합니다. 또 우리 민족이 그런 위대한 인물들을 만들어내는 위대한 민족이 되었으면 합니다.

모세의 성장

지도자는 지도자다운 품격이 있어야 합니다. 지도자에게 필요한 것은 사람들이 따르는 리더십, 덕, 비전, 굳은 의지 등입니다. 통치술이나 테크닉은 배울 수도 있고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을 세우면 됩니다. 그러나 지도자의 자질은 단시간의 훈련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태어날 때 주어지는 것이기도 하며 또 어린 시절부터 오랜 세월 쌓여서 풍겨 나오는 그런 것입니다. 그런 이유에서 하나님은 모세를 애굽의 왕궁에서 지도자 훈련을 시키셨습니다. 공주의 아들은 왕자에 버금가는 존귀한 신분입니다. 모세와 관련된 영화가 많이 나오는데 대부분 모세를 ‘애굽의 왕자’로 표현합니다. 애굽의 위대한 바로 중 하나였던 람세스 2세와 어린 시절 경쟁관계에 있었던 왕자로 묘사하길 좋아합니다.

사도행전에서는 모세에 대해서 “모세가 애굽 사람의 모든 지혜를 배워 그의 말과 하는 일들이 능하더라”(행7:22)는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처음 하나님을 만났을 때 모세는 스스로를 입이 뻣뻣하고 혀가 둔한 자(출4:10)라고 하였습니다. 하도 완강히 거부해서 말을 잘하는 형 아론을 대신 내세워야 했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면 모세는 그곳에서 무엇을 배운 것입니까? 그는 그곳에서 테크닉을 배운 것이 아니라 지도자의 품성과 마인드를 배웠습니다. 노예나 가난하게 자란 사람에게는 어딘지 모르게 비굴함이 있습니다. 그러나 왕자처럼 자란 사람에게는 어딘지 모르는 존귀함이 있습니다. 이것이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으로 작용합니다. 애굽의 왕궁에서 모세는 자주적이며 능력 있는 지도자로 성장을 했습니다.

또한 그 곁에는 모세의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모세의 어머니는 모세의 유모가 되어 그에게 젖을 물렸습니다. 아마 이 과정에서 또한 그 이후의 지속적 만남에서 어머니는 모세에게 히브리적 가치와 정체성을 심어주었을 것입니다. 요람을 흔드는 손이 세계를 흔드는 손입니다.

이렇게 지도자 수업을 받았던 모세의 첫 정치적 행동은 불행히도 청년의 치기와 같은 것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어떤 애굽 관리가 동족인 히브리인에게 매질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단순히 때린 정도가 아니라 잘못하면 죽을 수 있을 정도의 매질이었습니다. 격분한 모세는 그 관리를 죽여 모래에 묻어버렸습니다. 그런데 그 사실은 곧 드러났습니다. 다음날 나가보니 히브리 같은 동족끼리 싸움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말리며 잘못한 자를 책망하자 그 사람이 오히려 누가 너를 우리의 재판관으로 세웠느냐, 애굽 사람을 죽이듯이 나 또한 죽이려고 하느냐며 항거했습니다. 이 소식은 바로의 귀에도 들어갔고 바로가 모세를 죽이려하자 모세는 미디안 광야로 달아나고 맙니다.

모세를 키우려던 하나님의 계획은 실패했나요? 모세는 신중하지 못한 처신으로 위기를 자초했나요? 아닙니다. 아직은 때가 아니었던 것이지요. 모세는 더 성숙해야 될 필요가 있었고 해방의 기운이 좀 더 찰 때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렇지만 모세의 일련의 행동들은 모세를 히브리인들의 지도자로 올려놓기에 충분했습니다. 비록 40년 후의 일이지만 모세가 이스라엘의 지도자로 단번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청년 시절의 이런 행동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세의 출발은 민족지도자 백범 김구 선생의 젊은 시절과 유사합니다. 청년시절 열정과 의분으로 김구 선생은 당시 을미사변,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주도했다고 추정되는 일본인을 살해했습니다. 일명 치하포 사건입니다. 그러고는 김구는 의로운 행동임을 보여주기 위해 모세처럼 달아나지 않고 자신이 죽였다고 하며 잡아가라고 하였습니다. 김구는 체포되어 사형 판결을 받았고 나중에 탈옥하게 됩니다. 최근에는 친일성향의 사람들을 중심으로 그 일본인이 무고한 시민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역사적 진실은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단순히 젊은이의 치기로 격하할 수 있습니까? 당시 일본이 철천지원수가 되어 있는 상황에서 적군과 시민이 구분이 됩니까? 그 중심 동기는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이런 행동과 사랑이 결국 김구 선생을 민족지도자의 반열에 올렸습니다.

우리 인생에서 버릴 것은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합력하여 선을 이루어가십니다. 젊은 시절 꿈꾸었던 민족해방의 꿈을 하나님은 잊지 않으시고 성취시켜 주십니다.

모세의 성숙

그렇지만 모세에게는 성숙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모세는 위험을 피해 도피한 것이지만 하나님의 시각으로 보면 하나님이 모세를 광야로 이끌고 가신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을 광야에서 훈련시키기 전 모세를 먼저 훈련시키시려 하셨습니다. 광야에서 모세는 무엇을 배웠습니까?

먼저는 가정을 갖게 하셨습니다. 미디안 족속의 제사장 르우엘의 딸 십보라에게 장가들게 하신 것입니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우물가는 항상 섬씽이 일어나는 곳입니다. 연약한 여자에게 베푼 친절이 계기가 되어 결혼에까지 이릅니다. 그곳에서 자녀 또한 낳습니다. 가정을 갖는다는 것은 구속이기도 하지만 책임감이 생기고 현실을 배우게 됩니다. 든든한 응원군도 얻게 됩니다. 모세가 바로의 궁중에서 결혼했더라면 떠나기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십보라는 가난한 여인이요 또한 같은 신앙을 가진 여인이었습니다. 동일한 비전을 향해 갈 수 있는 동반자였습니다.

광야에서 모세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게 됩니다. 이는 아들의 이름을 게르솜이라고 짓는 데서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게르’라는 뜻은 나그네 객이라는 뜻입니다. 미디안 땅에 거한 것이 나그네 된 자신의 처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그것은 동시에 이스라엘의 운명을 보여줍니다. 애굽은 고향이 아닙니다. 이곳은 떠나야 할 곳이고 자신은 그 땅에 나그네로 살고 있습니다. 이 각성이 주어집니다.

그것은 간디가 깨달았던 각성과 유사한 것입니다. 간디의 인생을 바꾸었던 결정적인 만남이 있습니다. 영국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땄던 간디는 별다른 특징이 없고 평범하고 결점이 많고 허둥대는 시시한 변호사에 불과했습니다. 어느 날 간디가 남아프리카에서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하는 도중 나탈이라는 지역의 마리츠버그 역에 기차가 정차를 했습니다. 그 역에서 한 백인 남자가 타게 되었는데 이 백인은 유색인종과 같은 칸에 타기를 거부했습니다. 승무원은 간디에게 3등칸으로 가라고 지시했고 간디는 이를 거부했습니다. 결국 간디는 강제로 기차 밖으로 쫓겨났고, 추운 대합실에서 밤새 몸을 떨어야 했습니다. 추위에 떨면서 간디는 자신이 유색인종임을 깨달았습니다. 인도인들이 유색인종으로서 부당한 대접받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간디의 비폭력 운동의 첫 출발이었습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것으로부터 변화는 시작됩니다.

그 완결은 하나님과의 만남입니다. 신을 만나는 것, 신을 체험하는 것, 신의 소명을 받는 것. 다음 시간에 살펴볼 것이지만 변화를 이끈 위대한 사람들은 대부분 어떤 형태로든 신을 만나는 체험이 있었습니다.

모세의 인생을 40, 40, 40으로 구분합니다. 처음 40년은 애굽의 왕자로 살던 40년입니다. 영어로 ‘something’ 인생이라고 합니다. 무언가 할 것 같은 기대감이 있었지만 열매가 없이 끝났습니다. 그 다음 40년은 미디안 광야에서 목자로 살던 40년입니다. 체념의 시간이요 인생의 침묵기입니다. ‘nothing’ 입니다.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 40년이 지날 무렵에 호렙 산 떨기나무 사이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모세는 새로운 40년을 시작합니다. 출애굽 지도자로서, 또 이스라엘에게 율법을 준 가장 위대한 사람으로서의 인생 40년이었습니다. ‘everything’의 시기입니다. 인생에서 풍성한 열매를 맺던 시기입니다.

모세에게 미디안 목자로서 보냈던 40년은 어둠과 침묵의 때요 낭비한 시간처럼 보입니다. 그렇지만 이 낫씽의 시기는 우리 인생에서 반드시 필요한 시간입니다. 이때는 다지는 때요, 성숙해지는 때입니다. 밖으로만 향하던 사람이 자신의 안을 들여다보는 때입니다. 인생에 정답이 똑똑 떨어지는 것만 기대하던 사람이 여러 개의 답이 있을 수 있겠구나하고 다양한 견해를 수용하는 시기입니다. 이것을 철이 들었다고 합니다. 자기 생각이나 주장이 사라지고, 자기 가진 힘에 대해서 겸손해집니다. 하나님이 사용하시기에 좋을 정도로 유연하게 됩니다. 그릇은 비워져야 채울 수 있습니다. 우리의 것들을 비울 때 하나님의 것으로 채울 수 있습니다.

열정의 시기, 침묵의 시기, 열매의 시기는 사람마다 짧거나 긴 차이는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세 단계의 과정은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이 중 광야의 시기를 우리는 원망과 회한으로 지낼 수 있습니다. 그것도 자기를 찾아가는 한 과정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넘어 포용과 비움의 단계로 나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인생의 행복도 열매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가져야 할 희망은 광야에서 해매고 있는 우리를 포기하지 않고 지켜보는 분이 계시다는 사실입니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지만 하나님의 역사는 이미 시작이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광야 그곳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때가 되매 주님께서 말씀하시고 사명을 주시고 이끄실 것입니다. 이를 의심치 않는 것이 믿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