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에게 나타나신 예수님(36-43절)

엠마오로 가던 두 사람이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감격 속에 예루살렘으로 돌아왔습니다. ‘예수님이 다시 사셨습니다. 우리 두 눈으로 직접 보았습니다. 그분이 말씀을 풀어주실 때 우리의 마음이 뜨거워졌습니다. 처음에는 그분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그분이 떡을 떼어 주실 때 우리의 눈이 밝아지며 그분을 보게 되었습니다. 순간 그분이 우리 앞에서 사라지셨습니다. 이 놀라운 소식을 알리고자 이 밤에 이렇게 달려왔습니다.’두 사람은 열정적으로 간증하지만 제자들은 여전히 주님의 부활을 믿지 못합니다. 이때 예수님이 그들 중에 나타나셨습니다. 요한복음 20:19에 의하면 제자들이 유대인들을 두려워하여 모인 곳에 문을 닫아 두었는데도 불구하고 예수님이 방안에 들어오셨다고 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우리와 같은 육신이 아닌 신비한 모습으로 변화된 것이 분명합니다.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이 인사말은 단순히 안부를 묻는 일상적인 인사가 아니라 죄로 인하여 하나님과의 단절되었던 관계가 회복되는 것을 의미하는 구원의 선포이며 주님만이 주시는 축복과 위로의 말씀입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갑자기 나타난 예수님을 유령체로 생각해서 놀라고 무서워했습니다. 주님의 음성을 듣고 눈으로 보지만 그분이 살아서 그들 앞에서 서 계시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어찌하여 두려워하며 어찌하여 마음에 의심이 일어나느냐”하시며 제자들의 믿음 없음을 책망하십니다. 자기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던 그 예수이며, 영이 아니라 육신을 가진 완전한 사람임을 보여주시려고 십자가 처형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자신의 손과 발을 내미시며 만져 보라고 하십니다. 과거명령형으로 되어 있으니 ‘지금 당장 보라’, ‘지금 당장 만져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 예수님의 부활을 믿으라고 하십니다. 손으로 만지는 것은 예수님의 육체적 부활에 대한 결정적 증거가 됩니다. 영은 살과 뼈가 없지만 자신의 몸은 그들이 직접 만져 볼 수 있는 것처럼 살과 뼈를 가지고 있다고 하십니다. 부활체는 고린도전서 15:35-49에 기록되었듯이 지상의 육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영광스럽지만 여전히 물리적 특성을 보유합니다. 물론 부활체라고 해서 과거에 손상된 육체의 흔적을 부활 이후에도 계속 가질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성경은 부활체가 그리스도의 형상을 입은 하늘의 질서에 속한 몸이라고만 말하고 있지, 부활 이후의 성도들의 육체가 어떻게 변화될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습니다. 육체를 가지고 있지만 성령에 의해 생명을 얻고 활력을 공급받는 영의 몸으로, 공간적 한계를 넘어서는 존재임은 분명합니다. 41절에는 제자들이 예수님의 육체적인 증거를 확인하고 너무 기뻐서 오히려 믿지 못하고 놀랍게 여겼다고 합니다. 그것은 예수님이 다시 살아나신 것을 깨닫게 되자 너무 놀란 나머지 어찌할 바를 몰랐다는 말입니다. 특이한 점은 예수님이 자신의 존재를 강조하시면서 “나는 있느니라”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 말씀은 “나는 스스로 있는 자니라”고 모세에게 자신을 알리신(출 3:14) 하나님의 모습을 상기시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더 확실한 증거를 보여주기 위하여 먹을 것을 있는지 물어보십니다. 대부분의 유대 전승을 보면 천사와 같은 영적인 존재는 지상의 음식을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제자들이 구운 생선 한 토막을 드리자 그들이 보는 앞에서 잡수십니다. 부활에 대한 확신을 주기 위함입니다. 중요한 점은 오병이어 사건과 엠마오 도상의 제자들의 경우와 같이 예수님이 식사를 통해 자신이 누구신지를 계시하셨다는 사실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임재와 말씀은 두려워하는 제자들에게는 ‘평강’을, 의심하는 제자들에게는 ‘믿음’을 주었고 영광스러운 몸의 부활에 대한 ‘소망’까지 갖게 하셨습니다. 부활 신앙은 과거의 실패에 얽매이지 않게 하고, 현재가 전부인 듯이 살려는 탐욕을 버리게 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하여 두려움을 떨치고 나아가게 합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평강이 있을지어다”라고 말씀하신 주님의 음성을 기억해야 합니다.믿음으로 주님을 의지하며 주님이 함께 하심을 확신할 때 불안과 두려움이 사라지고 마음에 평안이 옵니다.

예수님의 마지막 당부(44-49절)

엠마오로 가던 두 사람에게 하셨던 것처럼 예수님은 제자들에게도 마음을 열어 성경을 깨닫게 해주십니다. 흔들리는 믿음을 말씀 위에 든든히 세우기 위함입니다. 모세의 율법과 선지자의 글과 시편은 구약성경을 가리킵니다. 예수님은 구약성경에서 자기를 가리켜 기록된 모든 것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합니다. “이루어져야 하리라”는 표현은 하나님의 구속사에서 약속과 성취를 보여주는 종말론적 용어입니다. 구약성경에 주어진 약속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전하시는 메시지의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예수님이 우리의 죄를 대신 지고 고난을 받는 것과 제 삼일에 다시 살아나는 것과 예수님의 이름으로 죄 사함을 받게 하는 회개가 예루살렘으로부터 시작되어 모든 족속에게 전파된다는 것입니다. 회개는 죄로부터 자신을 돌이키는 것입니다. 세상을 향하여 가는 인생이 돌이켜 하나님을 향하여 가는 것을 말합니다. 회개는 지은 죄를 주님 앞에 낱낱이 고백하고 뉘우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회개만으로 구원을 받을 수 없고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믿음은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가 인간의 몸을 입으시고 이 땅에 오셔서 우리의 죄를 사하기 위하여 십자가에 죽으셨다가 다시 사신 것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 결과 우리는 구원받은 하나님의 백성이 됩니다. 이 소망의 메시지는 예루살렘으로부터 시작하여 땅 끝까지 전파되어야 하는데 제자들이 이 모든 일의 증인이라고 하십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이 증인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아버지께서 주실 것이라고 하십니다. 하나님이 약속하신 성령을 가리킵니다. 그들을 예수님의 증인으로 만드는 것은 그들의 경력이나 재능이 아니라 그들에게 능력을 주시는 성령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이미 구약성경을 통하여 믿는 자들에게 성령을 보내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욜 2:28,29). 그 약속을 이루기 위해 제자들은 예루살렘을 떠나지 않고 머물러야 했습니다. 오순절에 성령 강림의 약속이 이루어졌으며 이후로 계속 믿는 자들 가운데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예수님의 부활은 고난과 죽음의 장소인 예루살렘을 생명과 구원의 도성으로 바꾸어 놓았고 의심하며 두려워하는 제자들을 주님의 증인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자신이 경험한 예수님의 사건을 그대로 세상에 전해야 합니다. 예수님의 죽으심은 우리의 죄 때문이요, 이 세상을 죽음에서 살리시려고 당하신 고난이었다고 전해야 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부활로 말미암아 주를 믿는 자들에게는 죄와 사망과 사탄의 세력에서 자유롭게 하는 권세가 주어졌다는 사실을 전해야 합니다.

예수님의 승천(50-53절)

성경에서 승천에 대한 기록은 에녹과 엘리야의 경우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승천은 독특합니다. 예수님은 보이시는 데서 육체로 승천하셨고, 지금은 하나님의 우편에 계십니다. 예수님의 승천도 구약에서 이미 예언되었습니다. “주께서 높은 곳으로 오르시며”(시 68:18) “여호와께서 내 주에게 말씀하시기를 내가 네 원수들로 네 발판이 되게 하기까지 너는 내 오른쪽에 앉아 있으라 하셨도다”(시 110:1). 누가복음의 승천 기사는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째, 예수님은 앞으로 증인의 사명을 감당해야 할 제자들과 작별하시면서 예루살렘 성을 벗어나 감람산 동쪽 기슭에 위치한 베다니로 데리고 가십니다. 둘째, 이 땅에서의 사역을 모두 마치신 예수님께서 세상에 남아 자신이 가시던 십자가의 길을 걸으며 자신이 교회에 남겨두신 고난을 채울 제자들에게 손을 들어 축복하시고 하늘로 올라가십니다. 제자들을 위하여 마지막으로 기도를 하신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제사장적인 사역입니다. 예수님의 승천은 그분이 더 이상 제자들과 함께 있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더 이상 문제되지 않습니다. 제자들은 부활의 예수님으로부터 하늘에서 내려오시는 성령을 약속받았기 때문입니다. 셋째, 제자들은 더 이상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크게 기뻐하며 예루살렘으로 돌아갔습니다. 넷째, 제자들은 계속하여 성전에서 하나님을 찬양하며 지냅니다. 누가복음이 제사장인 사가랴의 사역으로 시작되었다면 끝부분에서는 예수님을 자기 백성을 축복하시는 제사장으로 묘사하면서 마무리합니다. 물론 예수님에 대한 제자들의 반응은 경배와 찬양이었습니다. 기쁨(joy)의 어원이 히브리말에 의하면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고 난 공동체의 반응입니다. 예배를 제대로 드렸으면 드린 사람 모두가 기쁨이 넘치게 되어 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헬라어로 charis인데 그 어원은 기쁨의 의미를 가진 chara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충만히 체험한 사람들은 어떤 형편과 처지에서도 기뻐할 줄 알고 그 마음에 평안을 누립니다. 그런 사람들이 하나님께 영과 진리로 예배를 드립니다. 이들이 성전에서 약속의 성취를 기다리는 모습은 복음서 서두의 메시야를 기다리며 성전에서 기도하며 준비했던 경건한 유대인들의 모습을 연상하게 합니다. 누가복음의 마지막 부분은 사도행전 서두와 오버랩되면서 자연스럽게 초대교회 사건들로 이어집니다. 복음의 역사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도 주의 재림을 바라보는 소망으로 성령 안에서 증인의 사명을 감당할 뿐 아니라 기쁨으로 경배와 찬양을 드려야 합니다. 그럴 때 승천하신 주님과 함께 영광의 나라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

증인의 사명을 제대로 감당하려면 어떠한 자세를 가져야 할까요?

1) 부활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제자들이 확신을 가진 증인이 되도록 그들에게 사랑의 책망을 통해서 믿음을 일깨워 주셨으며 직접 손과 발을 만지게 하셨습니다. 심지어 음식을 잡수시는 모습까지 보여주셨습니다. 이렇게까지 하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제자들은 앞으로 예수님을 대신하여 복음을 전할 예수님의 증인들이 되어야 하는데 아직 그들의 마음은 준비되지 못하고 도리어 의심, 불신앙, 불안과 염려에 빠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예수님이 아무리 귀한 복음의 메시지를 전해도 듣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를 믿어도 아직 치유되지 않은 옛사람의 잔재들이 우리에게 남아 있으면 주의 일을 하면서도 그것들로 인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그릇된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먼저 하나님의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2) 말씀을 붙들어야 합니다

예수님은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신 하나님이십니다(요 1:14). 말씀이 육신이 되었다는 것은 그리스도가 정말 인간이었고 실제로 육체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태초부터 있는 생명의 말씀에 관하여는 우리가 들은 바요 눈으로 본 바요 자세히 보고 우리의 손으로 만진 바라”(요일 1:1) 예수님은 듣고 볼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만질 수 있는 존재였습니다. 예수님은 태초부터 있는 분이요 아버지와 함께 계시던 영원한 생명입니다. 우리도 그 말씀을 붙들어야 합니다. 날마다 말씀을 묵상하고 배우고 나눌 때, 악하고 험한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는 확신으로 십자가와 부활을 증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승천하시기 직전 제자들에게 성경을 깨닫게 하셨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증인이 되기 위해서는 부활의 확신을 가질 뿐 아니라 말씀에 대한 분명한 체험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시험을 앞두고 총정리 하듯이 모세 오경부터 시작하여 선지서, 시편에 이르기까지 메시야에 관하여 기록된 모든 것이 자신을 통하여 이루어졌다는 것을 차례로 설명하셨습니다. 제자들은 구약 성경을 예수 그리스도의 관점에서 보는 법을 배웠습니다. 구약은 단순히 이스라엘의 역사가 아니고 복음서는 단순히 예수님의 전기가 아닙니다. 신구약 성경의 주인공은 예수님이요, 성경은 구원에 이르게 하는 책입니다. 성경은 예수님을 믿고 영생을 얻도록 하기 위하여 쓰였습니다. 성경을 통하여 믿는 것이 올바른 신앙인의 자세입니다. 약속의 말씀을 붙들고 기도하고 말씀대로 행할 때 우리의 삶에 주님의 능력이 나타납니다.

3) 성령으로 충만해야 합니다

본문에는 증인과 관련된 세 개의 중요한 단어가 나옵니다. 죄사함, 평강, 보냄. 그런데 이 세 단어는 모두 성령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성령의 역할이 무엇입니까?

- 죄를 깨닫게 합니다

요 16:7-8, “내가 그를 너희에게로 보내리니 그가 와서 죄에 대하여, 의에 대하여, 심판에 대하여 세상을 책망하시리라.”성령의 감동을 받으면 우리의 죄가 깨달아집니다. 깨달은 죄를 고백하면 죄사함을 받습니다.

- 평강을 누리게 합니다

롬 14:17, “하나님의 나라는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이 아니요 오직 성령 안에서 의와 평강과 희락이라.”평강과 기쁨은 성령의 열매입니다. 성령으로 충만하면 어떤 형편과 처지에서도 마음에 평강과 기쁨이 있습니다.

- 증인의 사명을 감당하게 합니다

행 1:8,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성령을 받아 그리스도의 증인의 사명을 감당하는 것이 제자들을 향한 주님의 뜻이었고 오늘 우리를 향한 주님의 뜻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성령 충만을 위해서 예루살렘에 머물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성령의 능력으로 갖추어진 제자들만이 예루살렘으로부터 온 열방에 이르기까지 주님의 복음의 증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령이 헬라어로 pneuma 인데 성령, 호흡의 뜻이 있지만 바람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방향 즉 하나님의 뜻대로 움직일 때 성령의 바람이 우리에게 불어와 그 성령의 힘을 입어 우리의 능력이상으로 놀라운 사역을 감당하게 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는 십자가에서 예수님이 흘리신 보혈로 죄 씻음을 받은 자들입니다. 예수님이 부활하심으로 우리도 부활하는 소망을 가집니다. 부활의 주님은 오늘도 찾아오셔서 눈에 눈물을 닦아주시며 위로하시고 고통의 멍에를 함께 져주시고 상처를 치유하십니다. 모든 염려와 근심은 다 주님께 맡겨야 합니다. 베푸신 은혜를 기억하며 감사하고 부족한 것은 회개하고 위로부터 임하는 능력을 받아 주님께서 주신 사명을 감당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은혜의 자리를 사모하며 모이기를 힘써야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고 성령의 인도함을 받아 마음에는 평강이요 삶 속에서 능력이 나타나서 죄 사함의 복음을 전하며 전도의 열매를 풍성히 거두어 하나님의 칭찬과 상급을 받는 주님의 제자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