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된 유래는 바로 기독교를 로마제국의 국교로 공포했던 콘스탄틴 황제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는 자신의 정치적 생명이 걸려 있던 ‘밀비안(Milvian) 다리의 전투’를 맞이하게 된 전날 오후에 하늘에서 ‘빛나는 십자가’의 형상을 보게 되었는데 거기에 “이 표시로 정복하라”(Hoc signo victor eris)는 문구가 씌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콘스탄틴 황제는 자기 부대의 군기와 방패에 십자가를 그려 넣게 했고 그 결과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게 되었으며, 그것이 계기가 되어 본인도 기독교로 개종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사건에는 그 전모를 100퍼센트 다 진실로 받아들이기 힘든 전설적인 요소가 너무나 많습니다. 
  또한 콘스탄틴 황제는 그 전투의 승리 이후에 기독교에 대해서 적극 지지하고 후원해 준 것은 사실이지만 정작 스스로 신앙고백을 하고 세례를 받은 것은 임종 직전의 병상에서였습니다. 
  즉 그가 십자가 환상을 보았다는 것은 실상 기독교인의 지지를 받기 위해 의도적으로 지어낸 것일 수도 있으며, 특히 진실성이 의문시되는 그의 개종은 그야말로 ‘노련한 정치적 제스처’였을 공산이 다분한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그가 ‘밀비안 다리의 전투’에서 사용했다는 십자가의 모양은 ‘X’ 형태였는데, 이것은 ‘그리스도’의 머리글자이기도 합니다. 
  즉 그 전설이 부분적으로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가 본 환상의 원래의 의미는 ‘십자가의 표시로 정복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정복하라’는 뜻이었을 가망성이 농후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 로마천주교는 그 ‘확실하지 않은 전설’을 ‘교회사의 정설’로 둔갑시켜 버렸고, 그때 즈음 천주교 안으로 개종해서 들어온 수많은 이교도들이 예전부터 사용하고 있던 ‘X’ 자 모양의 부적이 그 이야기와 결합되면서 십자가는 본격적으로 ‘우상화’되고 말았습니다. 
  지금까지도 카톨릭 백과사전에는 40가지 모양의 온갖 십자가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천주교 신자들은 성당마다 세워져 있는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의 상’ 앞에서 엎드리고 입 맞추며 기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성경은 그 어디에서도 ‘십자가’를 그렇게 숭상하지 않습니다. 
  십자가는 그 자체에 무슨 신비한 능력이 있는 것이 결코 아니라, 오직 그 십자가를 통해 우리가 깨닫고 따라야 할 의미가 진짜 중요한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오늘 본문을 통해 예수님께서 친히 가르쳐 주시는 사실입니다. 
  이제 그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이날 ‘정사기념예배’로 모인 이 자리에서 저는 과연 기독신자가 이 십자가를 통해 믿고 순종해야 할 진리가 무엇인지를 여러분과 함께 상고해 보고자 합니다.

  1. 기독신자는 ‘예수님의 십자가’를 ‘하나님께서 행하신 위대한 구속역사’로 고백하며 바라보아야 합니다.

  30절부터 33절의 말씀에 “30이에 자기의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 경계하시고 31인자가 많은 고난을 받고 장로들과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버린바 되어 죽임을 당하고 사흘만에 살아나야 할 것을 비로소 저희에게 가르치시되 32드러내놓고 이 말씀을 하시니 베드로가 예수를 붙들고 간하매 33예수께서 돌이키사 제자들을 보시며 베드로를 꾸짖어 가라사대 사단아 내 뒤로 물러가라 네가 하나님의 일을 생각지 아니하고 도리어 사람의 일을 생각하는도다 하시고”라고 기록했습니다.

  여기 “이에”라고 한 것은 바로 앞의 문단에 기록된 사실 즉 베드로가 그 유명한 신앙고백을 했던 직후를 가리킵니다. 
  베드로가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마 16:16)라는 신앙고백을 하자마자, 예수님께서는 즉시 그에게 ‘그리스도’ 즉 구세주의 사역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기 시작하셨습니다. 
  그것이 곧 “인자가 많은 고난을 받고 장로들과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버린바 되어 죽임을 당하고 사흘만에 살아나야 할 것”이라는 선포였습니다. 
  헬라어 원문에 보면, 여기에 나타나는 네 개의 동사들은 모두가 다 ‘반드시 해야만 하다’(must)라는 조동사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즉 주님의 십자가 대속은 메시아로서 꼭 이루셔야만 할 가장 중요하면서도 필수적인 사역임을 재삼재사 강조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예수님의 비장한 말씀에 대해 베드로는 즉각 “예수를 붙들고” ‘예수님, 안 됩니다. 
  그런 일이 주님께 생겨서는 결코 안 됩니다. 
 ’라고 단호히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이것은 언뜻 보면, 베드로 딴에는 예수님을 위한다고 하다 보니 나온 말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실상 이 말은 당시 유대인들이 일반적으로 메시아에 대하여 기대하고 있던 생각에 베드로 역시 똑같이 물들어 있었음을 반영해 주는 것입니다.

  수백 년에 걸쳐 외세의 지배 아래에 있던 유대인들이 장차 오실 메시아에게 거는 기대는 대단했습니다. 
  즉 메시아만 오시면 이스라엘 민족의 모든 문제들이 단숨에 해결되고 만사형통하게 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것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기대는 그들의 당면 과제인 로마 제국으로부터의 해방과 독립에 모아져 있었고, 어느 유대인에게나 이 점에 있어서는 추호의 이견이 있을 수 없었습니다. 
  메시아라면 그 정도는 충분히 하고도 남을 능력이 있어야 할 것이고, 또 메시아로서 당연히 해 주어야 할 최고의 급선무라고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유대인들은 분명히 메시아를 고대하고 있기는 했지만, 순전히 정치적, 경제적, 세속적인 메시아만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유대인들에게, 그 메시아가 이 땅에 와서 그들이 고대하던 민족해방을 성취해 주기는커녕 로마군의 형틀인 십자가에 달려 죽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으며 도저히 말도 되지 않는 일일뿐이었습니다. 
  바로 이 점에 있어서는 베드로도 꼭 마찬가지였습니다. 
  그처럼 기다려왔다가 이제 눈앞에서 만나고 자기가 그리스도로 고백하게 된 그 메시아가 그런 꼴로 죽게 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기 싫었던 것이었습니다.

  오늘날도 바로 그와 똑같이 오해 가운데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내가 예수를 믿어 주면 적어도 이 소원은 이루어 주시겠지. 아니 당연히 이 정도는 해 주어야 하겠지.’라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메시아상을 마음대로 정하면서 신자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수님을 믿으면 죄 사함을 받고 구원을 얻게 된다.’라는 성경 말씀을 듣고도, ‘아니, 내가 모처럼 마음을 잡고 예수를 믿겠다고 하는데도 그 대가라는 것이 겨우 무슨 죄 사함인지 뭔지 하는 것뿐이야? 그게 뭐 그렇게 중요한가? 그것보다는 훨씬 더 급한 내 인생 문제들부터 당장 좀 풀려 나가도록 해 주어야지.’라고 생각하는 교인들이 수두룩한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예수님께서는 그런 사람들에게 무어라고 말씀하시는지 아십니까? 
  “사단아 내 뒤로 물러가라. 너는 하나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도리어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 자다.”라고 추상같이 호령하십니다. 
  그것은 베드로를 꾸짖는 말씀이기도 했지만, 또한 근본적으로는 그 베드로의 마음과 입을 도구로 사용하고 있던 사단을 두고 하신 책망이기도 했습니다. 
  실로 놀라운 것은, 그처럼 귀한 첫 신앙고백자였던 베드로조차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단의 대변인 노릇까지 하고 말았다는 사실입니다. 
  자신의 입과 마음을 잘 지키지 못하면 그것들이 오히려 사단의 생각을 전하는 도구도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두렵고 조심해야 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내 죄를 사해 주시는 것보다는 내 육신을 따뜻하고 배부르게 만들어 주시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예수님께서 택하신 자기 백성을 위해 저 천국을 예비해 주시는 것보다는 당장 이 인간 사회에서 완전한 정의와 평화를 이루어 주시는 것이 백번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 바로 이것들이야말로 ‘사람의 일’만을 생각하는 것이요 곧 ‘사단의 사고방식’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보시는 우리 인생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죄입니다. 
  다른 것들을 다 제쳐 놓고 먼저 이것부터 해결되어야만 사람이 정말 제대로 된 사람으로서 당신 앞에 서게 되고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은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음을 아시기 때문입니다. 
  그런 까닭에 하나님께서 그 인간의 죄 문제 해결을 위하여 계획하시고 또한 성취해 주신 ‘하나님의 일’이 무엇이었습니까? 
  그것이 곧 ‘예수님의 십자가’였습니다. 
  당신의 독생자 예수님을 완전한 인간의 모습으로, 전혀 죄 없으신 순결한 모습으로 이 땅에 보내셔서 그 죄의 값을 십자가에서 대신 치르게 하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십자가는 무슨 ‘고행의 극치’ 따위가 아닙니다. 
  그것은 타락하고 저주 받은 죄인에게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을 활짝 열어 준, 실로 위대하고도 은혜롭고도 고마운 ‘하나님의 일’이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십자가를 바로 이런 구원 확신의 눈으로 바라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예수님의 십자가는 우리가 그 앞에서 절을 하고 입을 맞추는 ‘숭배의 대상’이 결코 아니라 오직 예수님에 대한 바른 ‘신앙고백의 대상’일 뿐입니다. 
  ‘주 달려 죽은 십자가’ 앞에서도 그저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 시험에 빠지지 말고 그 메시아를 통해 성취된 ‘하나님의 큰 일’ 곧 ‘죄인 대속과 구원’의 은혜를 확실히 믿고 뜨겁게 고백하는 성도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2. 기독신자는 ‘자기 십자가’를 ‘평화시대의 순교자의 각오’로써 순종하며 지고 가야 합니다.

  34절 이하 38절에 기록하기를 “34무리와 제자들을 불러 이르시되 아무든지 나를 따라 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라 35누구든지 제 목숨을 구원코자 하면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와 복음을 위하여 제 목숨을 잃으면 구원하리라 36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 37사람이 무엇을 주고 제 목숨을 바꾸겠느냐 38누구든지 이 음란하고 죄 많은 세대에서 나와 내 말을 부끄러워하면 인자도 아버지의 영광으로 거룩한 천사들과 함께 올 때에 그 사람을 부끄러워하리라”고 했습니다.

  베드로와 다른 제자들에게 그들이 기대하고 있던 메시아와는 전혀 다른 메시아, ‘십자가를 지고 죽어야 할 메시아’를 믿어야 한다고 청천벽력 같은 말씀을 하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미처 숨을 돌리기도 전에 또 다른 의외의 십자가 하나를 그들에게 선포하셨습니다.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이라는 전제는, 이제부터 하시는 말씀이 예수님을 믿겠다고 하는 사람 그 어느 누구에게도 예외가 없이 적용된다는 뜻입니다. 
  “자기를 부인하고”라는 말씀은 예수님을 믿기 전에 자기중심으로 계획하고 추구하며 살던 인생을 이제는 완전히 끝을 내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라”고 하신 것은 그처럼 곁에서 보기에도 고통스러워 보이는 십자가이지만 바로 그 십자가가 다른 사람 아닌 자기 자신에게도 지워지게 될 것을 아예 단단히 각오하고 따라와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왜 예수님을 믿고 따라가려 하면 이처럼 엄청난 고난까지 감수할 것을 각오해야만 합니까? 
  왜냐하면 그 길은 자기 인생 최고 최대의 것이 걸려 있는 경주와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그 길은 사람에게 가장 귀한 “제 목숨” 즉 ‘자신의 생명’을 걸고 달려가야 할 길인 것입니다.

  장차 더 좋은 것을 얻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은 좀 잃게 될 것을 각오해야 함은 인간사회에서도 철칙입니다.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은 노는 시간을 포기하고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는 먼저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이 사업에 투자되어야만 합니다. 
  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그렇게 잃어버린 시간이나 돈을 두고 손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 대차대조표의 결론적인 결과는 분명히 ‘훨씬 더 좋은 것’을 얻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예수님께서도 바로 이 원리를 적용시켜 말씀하고 계십니다. 
  사람이 제멋대로 살면서 혹 “온 천하를 얻게” 된다 하더라도 그 자신의 “목숨”을 잃으면 두말할 것 없이 엄청나게 손해를 보는 장사입니다. 
  그러니 그 가장 귀한 생명을 반드시 따내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자기 십자가” 정도의 투자는 당연히 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므로 “사람이 무엇을 주고 제 목숨을 바꾸겠느냐”라는 말씀은 ‘무엇’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신자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절대명령이나 마찬가지인 것입니다.

  예수님을 믿고 따라가는 길이란 돈이나 직장이나 명예나 행복 정도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생명, ‘온 천하를 주고도 바꿀 수 없는’ 가장 귀한 영생을 걸어 놓고 따라가는 인생 최대최고의 경주입니다. 
  그러니 여기에서 실패해서는 결코 안 됩니다. 
  그 “자기 십자가”가 어떤 것이든지, 그 주님 따라가는 길에 필연적으로 닥치게 되어 있는 성도의 고난이 어떤 것이라 하더라도 우리가 그것을 피하려 하다가 영생을 놓치는 일생일대의 과오를 범해서는 결코 안 되는 것입니다.

  우리 예수님께서는 그처럼 ‘자기 십자가’에 대한 헌신의 여부가 결정적인 차이를 가져오게 될 한 날이 올 것이라고 결론적으로 선포하셨습니다. 
  그 날은 곧 예수님께서 이제 더 이상 ‘고난의 메시아’가 아니라 “아버지의 영광”을 입고 “거룩한 천사들”의 옹위를 받으면서 재림하실 날입니다. 
  그 ‘마지막 대심판’의 자리에서 “나와 내 말을 부끄러워하며” 살았던 사람, 곧 겉으로는 기독교인인 것 같았지만 ‘예수님을 자신의 구세주로 시인하는 것을 부끄러워하고’ ‘복음 전파 사명에 전혀 힘쓰지 않았던’ 외식자들에 대해서 예수님도 “그 사람을 부끄러워하리라”고 하셨습니다. 
  여기서 ‘부끄러워하다’란 말은 ‘부인하다’라는 의미로서, 그런 위선적인 교인들은 예수님께로부터도 인정을 받지 못하고 ‘바깥 어두움으로 쫓겨나 슬피 울며 이를 갈게’ 될 ‘영원한 수치’에 떨어질 수밖에 없음을 가리킵니다. 
  그와 정반대로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자랑스럽게 증거하고, 구원의 복음을 힘써 전파했던’ 신행일치의 신앙인만 바로 그 자리에서 실로 큰 상급과 영광스러운 면류관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 모두는 예수님 재림의 날에 ‘각기 행한 일’대로 판결을 받게 됩니다. 
  그날은 우리의 용모나 개인적인 성취나 사회적인 업적을 따라 판단 받게 되는 날이 아니라, 오로지 우리 각 사람이 예수님을 어떻게 믿고 어떻게 따라가며 살았느냐는 이 한 가지만으로 심판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그날은 예수님을 아예 믿지 않았던 사람들뿐 아니라 입으로 신앙고백은 했지만 그저 편하게 살려고만 하고 자기 생을 바쳐 섬기는 신행일치의 삶이 전혀 없었던 ‘가짜 신자’들까지 ‘제 목숨을 잃고’ 영벌에 빠지는 날이 될 것입니다. 
  반면에 예수님을 믿기 시작할 때부터 아예 자기중심의 생을 완전히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서 순교의 각오로써 지사충성했던 성도들은 세상에서 잃었던 듯이 보였던 생을 주님과 영원히 함께 사는 진짜 최고의 생명으로 되찾게 되는 것입니다.

  미리 즐기다가 나중에 고생하는 ‘베짱이 인생’과 반면에 미리 좀 고생을 하더라도 나중에 큰 즐거움을 누리는 ‘개미 인생’은 영적으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도 “생각건대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족히 비교할 수 없도다”(롬 8:18)라고 선언한 것입니다. 
  정말이지 이 세상에서의 ‘제 목숨’과 저 천국에서의 ‘영생’은 비교조차 될 수 없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그런 간단한 계산을 신앙생활의 현실에서는 해내지 못하는 교인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가 지금 이 평화시대에 예수님을 따라가면서 지게 되는 ‘자기 십자가’의 고난이라는 것은 우리의 순교자 선조들이 지고 갔던 고난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도 되지 못할 것들에 불과한데도, 이것마저 무겁다고 끙끙거립니다. 
  일주일 중에서 겨우 하루, 전체 소득에서 단지 십분의 일밖에 안 되는 것들을 두고서도 당장 잃어버리기 싫다고, 바치기 아깝다고 자기 손아귀에 꽉 움켜쥐고 있는 것입니다. 
  실로 ‘현재의 희생과 충성’을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전혀 비교할 줄 모르는 기가 막히는 교인들입니다.

  이 땅에서 ‘자기 십자가’를 지지 않고는 천국에서 쓸 ‘영광의 면류관’이 있을 수 없습니다.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이라는 말씀대로 이 법칙에는 그 어느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는 것입니다. 
  참된 신앙생활에는 ‘두 번째 십자가’ 즉 예수님을 따르는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자기 십자가’ 또한 필수적인 것을 깨닫고, ‘내 몫에 태인 십자가’를 오직 희생과 충성으로써 끝까지 지고 따라가는 성도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성도 여러분, 이 강서성전 바깥 사거리 쪽에 우리 교회의 ‘십자가 탑’이 있습니다. 
  그 위치가 너무나 절묘해서 저 멀리 가양대교에서나 발산역 사거리에서도 그 꼭대기의 십자가가 보이는데, 특히 밤에는 정말 아름답게 돋보입니다. 
  하지만 우리 교회의 예배당 안이나 강대상 뒷벽에는 십자가상이나 그림이 없습니다. 
  왜 그렇겠습니까? 
  그 이유는 교회 종탑에 있는 십자가는 세상 앞에서 ‘이 곳은 예수님을 구세주로 믿는 기독신자들이 모이는 교회입니다. 
 ’라는 사실을 선포해 주는 상징이 되기 때문에 설치해 둔 것입니다. 
  하지만 예배당 안에는 이미 그런 신앙고백을 한 신자들이 모인 자리이기 때문에 ‘여기가 교회다.’라는 사실을 굳이 십자가로써 나타낼 필요가 없게 됩니다. 
  반면에 강대상 뒤쪽 같이 시선이 가장 잘 집중되는 곳에 십자가상을 걸어 놓으면, 그것은 교인들에게 절로 ‘숭배의 대상’이 될 위험이 아주 다분합니다. 
  즉 저도 모르게 그 ‘십자가’ 자체를 우상처럼 여기게 될 수 있는 까닭에 예배당 안에는 십자가상을 두지 않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입니다.

  진짜 중요한 십자가는 오직 우리가 ‘진실한 신앙고백으로써 바라보아야 할’ 예수님의 십자가와 ‘평화시대에 순교의 각오로써 지고 가야 할’ 각자의 십자가입니다. 
  즉 참된 기독신자에게 있어서 십자가란 ‘가슴에 긋는 성호’가 아니라 ‘심령으로 믿어야 할 그리스도의 대속사역의 상징’이며, ‘목에 거는 장식물’이 아니라 ‘자신의 전 생명을 내놓더라도 끝까지 따라가야 할 충성의 길’인 것입니다. 
  여러분의 신앙고백과 신앙생활에 이 ‘두 개의 십자가’를 간직하고 계십니까? 
  어떤 ‘그려진 십자가’나 ‘조형물 십자가’가 아니라, 자신의 진심으로 믿고 고백하는 ‘예수님의 대속의 십자가’를 늘 바라보고 각자의 삶을 통해 나타나야만 할 ‘자기희생과 충성의 십자가’를 끝까지 지고 따라가는 성도들이 되시기를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