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의 영성(빌2:5~11)

성탄절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금은 교회 절기로 대강절/대림절(待降節/待臨節)입니다. 대강절은 성탄절 직전 4주 전부터 성탄절까지 이어지는 절기입니다. 영어로 ‘Advent’인데, 이 말은 ‘도래’ 혹은 ‘출현’이란 뜻입니다. 그러니까 대강절은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오심을 기념하고 맞이하는 시즌인 것입니다.

매년 성탄절이 다가오면 분주하던 생활 가운데서나마 동심으로 돌아가는 경험을 합니다. 아무리 목석같은 사람이라도 그 마음에 설렘이 있습니다. 아마 한 해가 저무는 때인지라 더욱 그런 마음이 생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오늘날과 같이 삭막한 시대에 잠시나마 순수한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 한가지만도 적잖은 행복일 것입니다.

이런 시즌에 교회적으로 성탄절을 고대하고 준비하는 대강절 절기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게 됩니다. 이 절기를 보내면서 우리는 막연한 동심이나 단순히 설레는 마음이 아니라, 신앙이 더 순수해지고 성숙해지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말하자면 대강절은 ‘신앙 부흥의 기회’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모쪼록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기도와 말씀으로 신앙이 더 풍성해지는 저와 여러분 되시기 바랍니다.

[1] 대강절의 신앙 부흥 : 예수님의 영성을 배우기

그러면 대강절에 우리의 신앙이 부흥되어야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성탄하신 예수님의 영성을 배우면 됩니다. 사도 바울이 본문 5절에서 권면합니다. 빌2:5 “너희 안에 이 마음(attitude-NIV)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여기서 마음은 태도를 가리킵니다. 이를 가리켜 영성이라고 합니다.

영성(靈性 spirituality)이란 단어가 자주 사용하는데 아주 어렵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기도 합니다. 영성은 간단히 말하면 마음의 태도 즉 신령한 성품(divine character)을 가리킵니다. 신령하다고 해서 추상적인 게 아닙니다. 예수님을 닮은 성품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대강절과 성탄절에 추구할 영성(크리스마스 영성)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요? 이 땅에 인간의 모습으로 오신 예수님을 닮은 성품을 가리킵니다.

[2] 예수님의 영성 : 비움의 영성(겸손과 희생)

성탄의 주인공이신 예수님을 통해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영성은 한 마디로 말해서 ‘비움의 영성’입니다. 그것은 구체적으로 겸손과 희생의 영성으로 나타납니다.

먼저 6절~7절을 봅니다. 빌2:6~7 “6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7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근본 하나님의 본체라는 말은 예수님은 본래 하나님 자신이라는 겁니다.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 하나님 가운데 성자 하나님이십니다. 그런데 하나님으로서의 영광을 포기하고 자신을 비웠습니다. 여기서 ‘자기를 비우다’라는 말이 NASV에서는 한글개역개정과 마찬가지로 “(He) emptied Himself”(자기를 비우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헬라어성경의 원어를 직역한 겁니다. 그런데 NIV에서는 자기를 “He made himself nothing”(아무 것도 아닌 존재로 삼다)라고 번역하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를 종합해서 생각하면 이런 겁니다. 예수님이 자기를 비우셨다는 말은 신성을 몽땅 포기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신성이 그대로 있지만 그 영광을 최대한 감추고 드러내지 않으셨다는 뜻입니다. 그와 동시에 인간의 몸을 입으심으로 인성도 갖고 계십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성품은 신성과 인성의 양성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를 가리켜 신인양성(神人兩性 God-Man)이라 부릅니다. 이와 같이 신성을 중단하지 않고 다만 하나님으로서의 영광을 감추신 것을 가리켜 ‘케노시스’(kenosis) 교리라고 부릅니다.

그러니까 ‘비움의 영성’이란 하나님으로서의 영광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포기하고 감추신 것이므로 겸손의 영성임을 알 수 있습니다.

본문 8절을 보면 겸손의 영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빌2:8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he humbled himself-NIV)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하나님이신 그분이 사람의 모양으로 오신 것 자체만으로도 엄청나게 낮아지신 겁니다. 그런데 왕가에서 태어난 게 아니라 가난한 목수의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게다가 따뜻한 안방이 아니라 차디찬 마구간에서, 그것도 강보(누더기 포대기)에 싸여 구유(죽통, 먹이통)에 뉘었습니다. 그리고 커서는 머리 둘 곳도 없이 지내셨습니다. 마지막에는 십자가 사형 틀에 못 박혀 죽으셨습니다. 영광의 주님이 이와 같이 낮고 천한 모습이 되신 것을 가리켜 비하(卑下 Humiliation)라고 말합니다. 낮을 ‘비(卑)’와 아래 ‘하(下)’를 쓴 말로 비천해지셨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비움의 영성은 곧 겸손의 영성임을 알 수 있습니다.

빌립보교회는 바울이 빌립보에 가서 복음을 전함으로 시작된 모범적인 교회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체계적인 선교 후원이 거의 불가능했던 시대였음에도 불구하고 바울의 선교 사역을 줄곧 후원했던 교회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상의 교회는 그 어떤 교회라도 완전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작은 문제가 있었는데, 교인들 사이에 시기와 다툼이 있었습니다. 바울은 그 소식을 듣고 예수님 이야기를 꺼낸 것입니다.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 다시 말하면 하나님 자신인데도 낮고 천한 모습으로 오셨다고 강조합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을 믿고 따라는 성도라면 당연히 겸손의 영성을 가져야 한다고 권면했습니다. 빌2:3~4 “3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4 각각 자기 일을 돌볼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보아 나의 기쁨을 충만하게 하라” 남을 낫게 여기고 자신을 낮추라는 교훈입니다. 그리고 남을 배려하고 보살펴 주라는 말씀입니다.

오늘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이 보여주신 겸손의 영성을 본받아야 합니다. 예수님은 그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셨습니다. 십자가를 지시진 전날 저녁 최후의 만찬 자리에서 무엇을 하셨습니까?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셨습니다. 그 당시 유대인의 관습으로 식사 전에 손과 발을 씻습니다. 그때 종이 주인의 발을, 혹은 제자가 선생의 발을 씻어드립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대뜸 일어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셨습니다. 그 배경은 이랬습니다. 예수님이 가는 곳마다 이적을 행하시고 진리의 말씀을 전하자 많은 사람들이 따르게 됐습니다. 그런 예수님의 모습이 아직 미성숙한 제자들의 눈에는 마치 스타 정치인처럼 보였습니다. 로마의 식민지였던 이스라엘을 해방시켜 새로운 국가는 세울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갖게 됐습니다. 그러자 마음속으로 각자 계산하기 시작한 겁니다. 만일 예수님이 왕이 되신다면 내각을 구성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누가 제2인자가 될 것인가, 그 다음은 누가 될 것인가 이런 계산입니다. 유대인 사회에서는 누구든지 먼저 상대방의 발을 씻어주면 스스로 자신이 낮음을 인정하고 들어가는 셈입니다. 그래서 제자들이 서로 눈치를 보면서 발을 씻어주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그런 한심한 분위기를 깨고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신 겁니다. 제자들이 엄청 당황했을 겁니다. 제자들의 발을 다 씻어주신 후 예수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요13:14~15 “14 내가 주와 또는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는 것이 옳으니라 15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 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였노라” 예수님이 주인으로, 선생으로 발을 씻어 주셨는데 감히 누가 남의 발이라고 씻어주지 못한 이유가 있겠느냐 이겁니다.

마가복음에서는 겸손의 영성을 구체적인 삶의 원리로 교훈해 주셨습니다. 서로 높아지려고 다툼을 하는 제자들을 책망하면서 말씀하십니다. 세상의 원리는 지위나 권력의 서열을 세워놓고 높은 자가 낮은 자를 압제하고 군림하는 것, 요즘 식으로 말하면 갑질을 하는 것이지만 성도들은 달라야 한다는 겁니다. 천국의 원리는 정반대라고 말씀하십니다. 막10:43~44 “43 너희 중에는 그렇지 않을지니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44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 이게 바로 비움의 영성이요 겸손의 영성입니다.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시고 이렇게 말씀하신 예수님은 이어서 그 교훈에 방점을 찍습니다. 막10:45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주인이요 선생이요, 더 나아가 왕이신 예수님이 만백성을 위해 자신의 목숨조차 십자가에 대속물로 내어 주시면서 섬기셨다는 겁니다. 왕이신 그분이 마치 종처럼 되신 겁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별명이 킹 서번트(King-Servant)입니다.

이렇게 스스로 낮아지신 예수님이 어떻게 되셨습니까? 빌2:9~11 “9 이러므로 하나님이 그를 지극히 높여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사 10 하늘에 있는 자들과 땅에 있는 자들과 땅 아래에 있는 자들로 모든 무릎을 예수의 이름에 꿇게 하시고 11 모든 입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 시인하여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셨느니라” 부활하시고 승천하셨습니다. 그리고 모든 우주 만물과 만민이 그 분 앞에 무릎을 꿇고 주라고 고백합니다. 모든 이름 중에 가장 높은 이름을 갖게 되셨습니다. 이를 가리켜 신학에서는 예수님의 승귀(昇貴 Exaltation)라고 부릅니다. 오를 ‘승’(昇)과 귀할 ‘귀’(貴) 즉 존귀해지셨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예수님이 낮아지신 것을 본받아야 합니다. 겸손이란 말이 흥미롭습니다.
영어로 ‘Humility’인데 이 단어는 라틴어 ‘Humus’(땅) 혹은 ‘Humilis’(땅바닥에 엎드리는)란 단어에서 유래합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이신데 낮고 천한 인간이 되셨으니 하늘에 땅바닥으로 낮아지신 것 이상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우리 인간은 본래 흙입니다. 본래 위치에 땅바닥입니다. 그런데 자꾸 하늘로 올라가려고 합니다. 지나친 욕심을 부리고 남의 위에 올라서려고 합니다. 그래서 불행하고 또 갈등과 문제가 생깁니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예수님이 보여주신 겸손을 영성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그러면 오히려 행복해지고 또 갈등과 문제들이 해결됩니다.

개인적으로 눈높이가 너무 높으면 불행합니다. 반대로 눈높이를 낮추면 행복합니다.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지난 3월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대국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는 1승 4패였습니다. 대국 전에는 전능을 노렸습니다. 그런데 첫 대국에서 그만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자존심이 상했겠죠. 두 번째 대국에서 또 패배했습니다. 당황했을 겁니다. 세 번째 대국에서도 패배하니까 1승만이라도 하면 좋겠다는 겸손한 마음으로 낮아졌습니다. 그런데 정말 네 번째 대국에서 승리했습니다. 그때 그는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한 판 이긴 게 이렇게 기쁠 수가 없어요.” 해맑게 웃던 그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마음을 낮추면 모든 게 행복해집니다. 그렇다고 최선을 다하지 말라는 건 아닙니다. 다만 지나치게 욕심을 품지 말라는 것입니다.

바울은 당대의 최고 스펙을 갖춘 엘리트였습니다. 교만의 극치를 달렸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을 만나고 나서 달려졌습니다. 그의 모든 스펙을 배설물로 여겼습니다. 세월이 갈수록 더욱 더 성숙해지면서 나중에는 이렇게까지 고백합니다. 딤전1:15 “죄인 중에 내가 괴수니라.” 이렇게 마음을 낮추니까 어떤 형편에서도 자족하며 기뻐할 수 있었습니다. 빌4:11~12 “11 내가 궁핍하므로 말하는 것이 아니니라 어떠한 형편에든지 나는 자족하기를 배웠노니 12 나는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 곧 배부름과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

하버드대 신학부 교수였던 헨리 나우엔의 일화입니다. 그는 뭔지 모를 스트레스로 시달리다 급기야 우울증 증세까지 겪었습니다. 고민 끝에 지적 장애인들의 라르쉬 공동체를 방문하게 됩니다. 그는 본 한 사람이 “당신은 구누신가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별 생각 없이 대답했습니다. “저는 하버드대 교수 헨리 나우엔입니다.” 그러자 그 사람이 되물었습니다. “하버드가 뭔데요?” 그 말에 헨리 나우엔은 충격을 받았고, 그 날 밤 일기장에 이렇게 썼습니다. “나는 오늘 놀라운 경험을 했다. 이 사람들은 내가 하버드 교수인 것이나 업적에 관심이 없다. 나는 그저 헨리 나우엔일 뿐이다.” 이 일을 계기로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았고 우울증에서 해방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게 바로 겸손의 영성이 주는 축복입니다.

공동체적으로는 자존심을 내려놓으면 질서가 집히고 평화로워집니다. 갈등이나 다툼이 사라집니다. 중세의 한 수도원이 이야기입니다. 노수도사가 다툼이 많기로 소문난 수도원의 원장으로 발령을 받고 갔습니다. 문을 두드리자 젊은 수도사들이 나왔는데 그를 단순한 신입으로 알고 함부로 대했습니다. 그 수도원의 전통은 처음 들어온 신입 수도사는 주방에 들어가 접시를 닦는다며 그에게 명령했습니다. 갑질을 한 셈입니다. 그는 제가 여기 있음을 작김했고 주방에 들어가 접시를 닦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괄시와 천대가 심했습니다. 두 달이 지나고, 석 달째 되던 어느 날 감독이 순시 차 방문했는데 원장이 안 보여서 물었습니다. 수도사들은 아직 부임하지 않았다고 대답합니다. 석 달 전에 왔을 텐데 무슨 소리냐고 호통을 칩니다. 그 순간 수도사들은 사태를 파악하고 즉시 주방으로 달려가서 노수도사 앞에 무릎을 끓었습니다. 그 후로 그 수도원은 모범적인 수도원이 됐다고 합니다. 노수도사는 정말 존경받는 원장이 됐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를 이렇게 부르게 됐다고 합니다. 성(聖) 브라더 로렌즈!

그러므로 저와 여러분도 겸손의 영성을 배우기 바랍니다. 주님 앞에서, 그리고 사람들 앞에서 스스로 낮추시기 바랍니다. 그게 오히려 높아지는 비결입니다. 약4:10 “주 앞에서 낮추라 그리하면 주께서 너희를 높이시리라” 반대로 교만하면 반드시 망합니다. 잠16:18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니라”

부디 비움의 영성은 곧 겸손의 영성임을 깨닫고 예수님처럼 겸손을 삶의 원리로 정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나도 행복하고 공동체도 행복해지는 축복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비움의 영성은 또한 희생의 영성입니다. 본문 8절을 다시 읽어봅니다. 빌2:8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자신을 십자가게 내어주셨습니다. 죄인들을 위해 대속물로 자신을 희생시킨 겁니다. 이게 바로 희생의 영성입니다.

예수님은 이런 희생의 영성이 하나님의 큰 역사를 이룬다는 사실을 누누이 강조하셨습니다. 특히 요12:24 보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한 알의 밀알 땅에 떨어져 다 썩고 죽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새싹이 나오고 자라서 나중에는 꽃이 피고 많은 열매를 맺습니다.

한번은 신문에서 이런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미국 뉴저지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합니다. 밤새 화재 진압에 투입되어 피곤하고 지친 소방관 두 사람이 오전6:00에 한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모닝커피에 간단한 식사를 시켰는데 서로 돈을 나겠다며 티격태격합니다. 그 광경을 지켜본 웨이트리스가 감동을 받고 계산서 대신 쪽지를 건넵니다. “두 분의 아침 식사는 제가 대접하겠습니다. 두 분의 용기가 대단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오늘은 푹 쉬세요!” 며칠 후 그 중 한 소방관이 SNS에 그 미담을 올렸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과정에서 그 자매의 부친이 사지 마비 장애인으로 휠체어를 실을 자동차가 필요한데 경제적 능력이 안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러자 각지에서 기부금이 쇄도했고 며칠 만에 필요한 1만 7천 불이 모금됐다고 합니다. 감격한 그 자매가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저의 작고 사소한 친절이 몇 배로 돌아와 제 인생을 바꾸었네요.” 작은 섬김과 희생의 모습이 많은 사람들을 변화시켰습니다.

이 정도의 섬김과 희생은 일상 속에서 누구나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흔히 우리는 큰 희생만 생각하고 아예 할 생각조차 갖지 않습니다. 주님은 우리의 일상 속에서 이런 작은 섬김과 희생을 실천할 때 오히려 우리 자신이 하나님의 큰 축복을 경험함을 교훈해 주십니다. 눅6:38 “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 곧 후히 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하여 너희에게 안겨 주리라 … ”

평소에 이런 희생의 영성을 가진 사람에게 어떤 기회가 닥칠 때 큰 희생도 가능한 것입니다. 하나님은 이런 크고 작은 일들을 통해 이 세상을 변화시켜 가십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당신의 영광을 나타내십니다. 그리고 복음의 문이 열러 주위 사람들이 예수님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아무쪼록 이 대강절과 성탄절 시즌에 하나님이시지만 스스로 자신을 비우신 예수님을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비움의 영성의 두 요소인 겸손의 영성과 희생의 영성을 배우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본받는 삶으로 더 행복하시고, 이 세상도 더 행복하게 변화시키시는 저와 여러분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