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당시 로마법에 의하면 주인에게서 달아난 종은 사형에 처하도록 되어 있었다. 때문에 바울은 오네시모를 곁에 두고자 하여도 주인의 허락 없이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또 오네시모 자신도 언제 주인 빌레몬에게 잡히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도망자 신세로는 바울 곁에서 마음놓고 하나님의 일을 할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주인의 허락 없이는 남의 노예를 데리고 있어서도 안되며, 또 로마 당국의 허락이 없이는 노예를 짐승 이상으로 인격적으로 대우하는 것을 금지시키고 있던 당시의 노예와 관련된 법규로 인하여 바울 자신이 해를 당할 수도 있었다.

이에 바울은 이 모든 일을 원만히 해결하고자 오네시모를 그의 주인에게 돌려보내면서 그의 주인인 빌레몬에게 오네시모를 용서해 줄 것과 그가 주의 일에 헌신할 수 있도록 허락해 줄 것을 요청하는 본 서신을 쓰게 된 것이다.

바울 서신들 가운데 가장 짧으면서도(25절) 가장 개인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본 서신은 특별한 교리 문제를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사도 바울의 개인적인 성품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본서에서 바울은 먼저 빌레몬의 믿음과 선행을 칭찬하면서 이제 그리스도 안에서 같은 믿음의 형제가 된 오네시모에 대한 용서와 사랑을 겸손하게 간구하였다. 그리고 오네시모가 빌레몬의 용서를 받고서 복음의 사역자로서 새롭게 일할 수 있도록 허락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리고 오네시모로 인하여 생긴 재산 피해는 바울 자신이 갚겠다고 약속하였다. 이와 같이 시대의 법을 뛰어넘는 바울의 실천적인 사랑의 모습이 반영되어 있는 본서는 오네시모를 위한 개인적 부탁의 서신이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모든 성도들은 그리스도의 희생적 사랑을 본받아 이웃에게 용서와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는 시대를 초월한 교훈을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