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본 문 : 미 4:1-8





지난 금요일이 한국전쟁 54주년 되는 날이었습니다. 한국전쟁이 한국근대사에 있어서 가장 큰 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별 대수롭지 않은 날처럼 되었습니다. 방송과 신문조차도 주목의 대상이 되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생각하기 싫은 주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거론하지 말아야 할 주제가 된 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전쟁이 거론될 때마다 책임론이 등장하므로 요즘 남북 화해와 통일이라는 민족적 거대담론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될까 두려운 모양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전쟁이란 주제를 심각하고 진지하게 다루어야 합니다. 역사를 바르게 이해하려면 전쟁의 역사를 다루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쟁이야말로 역사를 공부함에 있어서 우리를 가장 겸손케 하는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얼마나 악해질 수 있는지를 알려면 전쟁을 연구하면 됩니다. 전쟁은 이기적인 인간 집단의 오만과 패역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노출합니다. 그래서 전쟁은 우리를 겸허하게 성찰하고 반성하게 하는 주제가 됩니다.


여러분은 한국전쟁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쟁을 경험하신 분들은 대부분 전쟁의 책임을 북한정권이 져야 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잔학무도하고 반인륜적이며 반민족인 도발을 감행한 북한정권을 결코 용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북한정권이 주장하고 행동한 것을 보면 도저히 믿어서는 안 될 집단이라고 생각하십니다. 그래서 요즘 정부와 일부 시민단체에서 주도하는 진보적 통일운동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실 것입니다. 교회적으로도 대부분의 복음주의자들은 북한 공산주의 정권은 기독교의 적이요 통일에 가장 큰 거침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북한이 남한에 흡수통일 되는 것만이 가장 안전한 통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미국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북한은 품어야 할 한민족이라는 것입니다. 더 이상 북한을 위험한 나라로 보지 않습니다. 대신에 미국이 가장 위험한 나라, 자국의 이익을 위하여 힘으로 밀어 부치는 이기적인 나라로 생각하는 청소년들이 계속 늘고 있습니다. 주적이 바뀐 것입니다. 북한은 가까이 하고 싶은 친구로 미국은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적으로 생각합니다. 심지어 북한이 주장하는 대로 한국전쟁은 미소 양국이 주도하던 분단정국을 해소하고 민족의 자주적인 통일을 추구한 해방전쟁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전쟁 세대와 전쟁 후 세대의 갈등은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라크에서 민간인 김선일씨가 포학한 테러집단에 의해 참수된 사건을 접하면서 이라크 파병에 대하여 역시 두 가지 시각으로 대립되고 있습니다. 한 견해는 이 사건이 파병의 명분을 명확하게 제공한 것이 되므로 더 적극적으로 파병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파병을 통해 테러집단을 응징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정당하고 마땅한 길이라는 것입니다.


다른 한 견해는 이제라도 파병을 철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참수사건은 불의한 전쟁에 참여함으로써 불행한 결과를 거둔 것이기 때문에 더 큰 불행을 겪지 않으려면 이라크 문제에서 손을 완전히 떼야 한다는 것입니다. 불의한 전쟁을 일으킨 미국을 도와야 할 어떠한 명분도 없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사회질서를 파괴하는 공적인 악으로서 집단테러와 폭력과 전쟁에 대하여 교회와 성도는 어떻게 대처해야 합니까? 기독교적 대응론으로 두 가지 이론이 고려되어야 할 가치가 있습니다. 평화주의론(이상론)과 정당전쟁론(현실론)입니다.


1) 평화주의론 (Pacifism)

사랑과 용서와 비폭력을 천명하고 실제로 그렇게 사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삶의 방식을 따라 새 질서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평화주의자들은 이 세상의 정치질서가 하나님을 반역한 정사와 권세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이해합니다. 이 정사와 권세가 세상을 지배하는 방식은 폭력과 힘인데 결국 전쟁을 부추겨서 온 세상을 파멸로 몰고 가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옛 질서를 극복하는 방법은 폭력에 힘으로 저항하지 않고 십자가를 지셨지만 결국 부활하심으로써 종국적으로 승리자가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길밖에 없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것은 힘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승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간디의 비폭력 저항 운동이 그 좋은 예라는 것입니다.


2) 정당전쟁론 (Just-war theory)

전쟁에 관한 기독교의 주류이론으로서 롬 13장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국가와 정부를 세우신 목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질서유지와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서 칼(공권력)의 사용을 국가에 주셨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원수 갚는 것은 성경이 금하지만 국가적인 차원에서 악을 심판하고 징벌하는 것은 사회의 무질서를 막기 위해 하나님이 주신 지혜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당한 전쟁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정당전쟁론을 주장하는 자들은 적어도 다음과 같은 기준들을 만족시킬 때 전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합니다.

- 전쟁의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방어전쟁이나 공격 당한 나라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전쟁의 정당한 이유가 된다는 것입니다.

- 전쟁의 정당한 의도가 있어야 합니다. 적에 대한 복수와 파멸이 아니라 파괴된 평화를 회복하는 의도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 전쟁은 최후 수단이어야 합니다. 평화회복을 위해 다른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을 때 마지막 수단으로 전쟁이 행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 합법적인 권위를 지닌 정부에 의해 공적으로 전쟁이 선포되어야 합니다. 전쟁은 결코 사적 집단이 행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 승리의 가능성이 있을 때만 전쟁을 수행해야 합니다. 무모한 전쟁 수행은 결국 더 큰 고통만 남기 때문입니다.

- 전쟁 시 공격 목표가 제한되어야 합니다. 상대국이 결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전 사회간접자산을 마비시키고 파괴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 무자비한 공격과 민간인을 향한 공격은 배제되어야 합니다.


두 이론이 다 성경적 근거를 갖고 있지만 역시 한계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평화주의론이나 정당전쟁론이 현실 사회에서 평화 진작을 위해 정말 적실성이 있는 이론인지는 아직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것입니다.


1) 기독교 평화주의론의 한계

너무 이상론으로 치우쳤다고 보는 것입니다. 인간의 타락을 너무 안일하게 대처함으로써 오히려 악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강도 만난 자를 도와주는 방식만 고수하면 강도가 사라지는가 하는 것입니다. 오히려 그 길에 경찰이나 군대를 파견하여 길목을 지키는 것이 질서유지와 평화를 위해 더 바람직하지 않느냐 하는 것입니다. 더 큰 악을 방지하기 위해 경찰이나 군대 등 공권력의 적절한 행사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평화주의론은 비현실적이고 수동적이고 무책임한 전략이라는 것입니다.


2) 정당전쟁론의 한계

정당전쟁론은 평화주의론보다는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평화를 위한 전략일 수 있지만 아전인수격으로 얼마든지 자국에 유리하게 적용할 수 있으며 공격의 정도도 얼마든지 주관적으로 해석 가능하여 제한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그 결과는 피차에 엄청난 파괴와 고통을 주고받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볼 때 군사력이 강한 나라들은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려고 끝까지 노력하고 인내하기보다는 쉽게 군사력에 의지해서 문제를 신속히 풀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이러한 사고는 군사력으로 국가의 안전과 미래가 보장된다고 보는 군사주의에 빠질 위험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군비확장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님 대신에 무기가 신뢰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구약성경은 군사력에 의존하는 것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철저히 경계해야 할 우상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러면 평화주의론과 정당전쟁론 모두 한계가 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합니까? 둘 중에 어느 한 가지를 선호할 수 있지만 동시에 다른 견해도 존중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꼭 한 가지를 택해야 한다면 실제로 당면한 사안에 한해서 충분한 토론을 거친 후에 다수결로 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신앙양심이 허락하지 않는 경우 개인적으로 그 결정을 유보하는 것은 자유입니다. 하지만 이 일 때문에 교회가 분열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자신의 견해와 다르더라도 다수가 선택한 견해를 잠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융통성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전쟁거부나 전쟁참여든지 정부와 국민 대다수가 결정하면 그 결정이 기독교 평화주의나 정당전쟁론의 원칙에서 그렇게 벗어나지 않을 때 교회와 성도도 국민의 일원으로 그 결정을 따르는 것이 순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교회가 평화주의와 정당전쟁론 가운데 무엇이 옳으냐를 가지고 논쟁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에 교회와 성도가 주력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전쟁의 비참한 결과를 알리는 것입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전쟁이 일어나는 근본 원인을 밝혀서 전쟁을 미연에 막는 일에 앞장서야 합니다.


전쟁에서 얻는 최대의 교훈은 무엇입니까? 전쟁은 가능한 막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쟁의 참화는 모두를 비참하게 만듭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광범위하게 자연이 훼손됨으로써 수십 년간은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에 빠집니다. 그러므로 전쟁은 인류가 겪는 가장 큰 재앙입니다.


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인류가 전쟁 참화의 비참함을 뼈저리게 경험하면서도 전쟁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성경은 종말이 가까이 올수록 전쟁이 처처에서 더욱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예고합니다.


왜 전쟁이 계속 일어납니까? 성경은 간단히 답합니다. 죄 때문입니다. 약 3:13-4:3을 보세요.

『[13] 너희 중에 지혜와 총명이 있는 자가 누구뇨 그는 선행으로 말미암아 지혜의 온유함으로 그 행함을 보일지니라 [14] 그러나 너희 마음 속에 독한 시기와 다툼이 있으면 자랑하지 말라 진리를 거스려 거짓말하지 말라 [15] 이러한 지혜는 위로부터 내려온 것이 아니요 세상적이요 정욕적이요 마귀적이니 [16] 시기와 다툼이 있는 곳에는 요란과 모든 악한 일이 있음이니라 [17] 오직 위로부터 난 지혜는 첫째 성결하고 다음에 화평하고 관용하고 양순하며 궁휼과 선한 열매가 가득하고 편벽과 거짓이 없나니 [18] 화평케 하는 자들은 화평으로 심어 의의 열매를 거두느니라 [4:1] 너희 중에 싸움이 어디로, 다툼이 어디로 좇아 나느뇨 너희 지체 중에서 싸우는 정욕으로 좇아 난 것이 아니냐 [2] 너희가 욕심을 내어도 얻지 못하고 살인하고 시기하여도 능히 취하지 못하나니 너희가 다투고 싸우는도다 너희가 얻지 못함은 구하지 아니함이요 [3] 구하여도 받지 못함은 정욕으로 쓰려고 잘못 구함이니라』


이 본문을 전쟁에 적용할 있습니다. 전쟁은 인간의 사소한 이기적인 욕심에서 시작합니다. 이기적인 욕심은 싸우는 정욕으로 발전합니다(약 4:1). 거기서 시기와 다툼이 일어납니다(3:14, 16). 시기와 다툼의 특징은 세상적이요, 정욕적이요, 마귀적입니다. 권력지향적이며 이기적이며 거짓과 술수의 영인 마귀에 의해 조종 받음으로써 생기는 것이 시기와 다툼입니다. 시기와 다툼의 영에 조종 받는 사람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편이 갈라져 집단을 형성합니다. 집단들끼리 다투므로 요란하게 됩니다(3:15). 큰 싸움으로 번집니다. 더 크게 번지면 전쟁이 터집니다. 내전이 일어나고 나라와 나라가 싸웁니다. 모든 악한 일이 벌어지는 것입니다(3:15).


그런데 더 안타까운 것은 양편 모두 정의롭지 못한 전쟁을 성전(The holy war)이라고 정당화합니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성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김선일씨를 살해한 이슬람의 과격테러단체인 ‘유일신과 성전’도 이 전쟁을 알라를 위한 전쟁으로 명명한 것입니다. 자기들이 믿는 신이 자기 편을 두둔하실 거라고 착각합니다. 그래서 자기 편의 승리를 위하여 하나님께 기도합니다(4:3). 이것이야말로 영적 타락의 최절정입니다. 그러므로 전쟁의 배후에는 인간의 죄가 자리잡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성경은 하나님께서 관영하는 인간의 죄를 심판하실 때 종종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사용하신다고 말씀합니다. 그러므로 전쟁의 책임이 전적으로 전쟁을 주도한 사람에게 있지만 그 이면에 하나님의 섭리가 있다고 우리는 보아야 합니다. 전쟁이 하나님의 현재적 심판의 도구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가 보고 있는 미가서가 이것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 1:1)을 보세요. 미가 선지자는 주전 739-686년에 활동한 선지자입니다. 하나님은 미가 선지자를 통하여 북 이스라엘과 남 이스라엘이 곧 심판 받을 것이라고 선언합니다. 1:2-4입니다. 5절은 그렇게 하나님께서 심판하시는 이유가 죄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먼저 북이스라엘을 황폐케 하시겠다는 것입니다(6-7절).


이스라엘 백성들이 무슨 죄를 지었습니까? 2:1-2과 3:1-11을 보세요. 이스라엘의 지도자들이 탐욕과 부정과 우상숭배에 빠져서 백성을 도탄 가운데 빠트렸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3:10-11을 보세요.

『[10] 시온을 피로, 예루살렘을 죄악으로 건축하는도다 [11] 그 두령은 뇌물을 위하여 재판하며 그 제사장은 삯을 위하여 교훈하며 그 선지자는 돈을 위하여 점 치면서 오히려 여호와를 의뢰하여 이르기를 여호와께서 우리 중에 계시지 아니하냐 재앙이 우리에게 임하지 아니하리라 하는도다』


이런 죄 때문에 남유다까지 전쟁의 참화를 겪게 될 것이라고 하나님은 말씀합니다. (미 3:12)
『이러므로 너희로 인하여 시온은 밭 같이 갊을 당하고 예루살렘은 무더기가 되고 성전의 산은 수풀의 높은 곳과 같게 되리라』


동시대에 활동한 이사야 선지자도 동일한 예언을 합니다. 집에 가셔서 이사야 1-3장까지만 읽어보세요! 이스라엘의 죄악상(사 1:2-6) 하나님의 심판예고(1:7-9), 죄악상(1:10-17, 21-23) 심판예고(1:27-31), 또 죄악상(2:6-9) 심판예고(2:12-3:8)가 반복하여 기록되고 있습니다.


여러분, 한국전쟁의 원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단순화시키기에는 너무 복잡한 상황이 얽혀 있었습니다. 해방 직후 우리나라는 통일국가를 세우기에 역부족이었습니다. 물론 그 당시 우리의 지도자들은 우리 민족만으로 훌륭한 독립국가를 세울 수 있을 거라고 꿈을 꾸었습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후 세계의 질서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소련의 공산주의와 미국의 자유주의로 세계는 양분되었습니다. 미소 강대국은 한국이 당분간 자립하기가 불가능한 미개한 나라로 평가했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소련이, 남한은 미국이 신탁통치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런 국제질서 속에서 해방된 한국은 강대국인 미국과 소련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 가운데 북한 정권이 야욕을 부렸습니다. 소련을 등에 업고 민족해방전쟁이라는 명목으로 전쟁을 도발한 것입니다. 여기에 미국을 위시한 16개국이 UN의 결의를 통해 파병 되었습니다. 3년간 전쟁했지만 소강상태에 들어갔고 미소 양국은 더 이상 전쟁하기보다는 한국을 분단상태로 두는 것이 자기들에게 낫겠다고 휴전을 협정했습니다. 그런 후 반세기 동안 냉전체제 속에서 힘없는 우리 민족은 고통의 세월을 보내온 것입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던 그 시점에 한국교회는 깨어있지 못했습니다. 역사의식의 문제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 한국교회는 세계질서와 조국이 처한 현실을 바르게 이해하고 조국이 나아가야 할 바른 비전을 제시해야 할 지도적 위치에 있었는데 그 위치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습니다. 대신에 교권주의자들 때문에 신사참배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지 못함으로써 교회 밖의 문제로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교권주의자들은 교회의 회복을 주장하던 소수의 개혁자들을 축출함으로써 교단분열의 역사가 시작되었고 분열된 한국교회는 교회의 정화와 교단의 정체성을 수립하는 내적인 일에만 총관심을 집중했습니다. 그래서 분열되어가는 사회를 통합하고 조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앞장서는 지도력을 상실하였습니다. 다시 말해서 한국교회는 더 이상 조국통일의 주역이 될 수 없었던 것입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우리 국민들과 한국교회의 미숙함과 어리석음과 이기적 욕심의 유아기적 모습이 전쟁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한국전쟁은 우리민족과 한국교회와 세계의 강대국들의 죄가 응집되어 나타난 결과물입니다. 그 응집된 죄의 고통이 반 세기가 넘는 분단의 역사 속에 점철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한국전쟁과 그 이후의 분단의 역사를 인간의 오만과 타락의 관점에서 보아야 합니다. 그 당시 우리 민족과 한국교회와 세계를 향한 하나님의 심판으로 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국교회를 향하신 하나님의 얘기는 계속되었습니다. 하나님은 전쟁과 분단의 역사를 통해 한국교회로 하여금 자기에게로 가까이 나아오도록 하셨습니다. 전쟁과 분단의 역사는 한국교회로 하여금 역사와 민족 앞에 거룩한 책임을 지지 못한 죄를 인정하고 겸손케 하는 정화의 수단이 된 것입니다. 죄가 넘친 곳에 또한 하나님의 은혜가 넘친 것입니다.


그러면서 하나님은 다시 한국교회를 향해 희망의 메시지를 주셨습니다. 그 희망의 메시지는 오늘 읽은 본문의 말씀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미 4:1-8을 보세요.

- 1절: 말일에 메시야 왕국이 도래한다는 것입니다. 말일은 신약시대를 가리킵니다. 그러므로 메시야 왕국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심으로 시작된 신약교회의 확장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교회를 통하여 확장되는 메시야 왕국(하나님의 나라)은 열방의 회복과 구원을 지향합니다.

- 2절: 메시야 왕국의 설립과 확장의 기초는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다시 말해서 하나님 나라의 통치 이념과 수단은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 3-4절: 그 말씀의 통치를 받는 세상에는 평화와 안식이 도래한다는 것입니다.

- 6-8절: 더 이상 그 나라에는 소외된 자들이 없게 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하나님께서 교회를 향하여 주신 이 희망의 메시지 안에는 교회의 책임도 포함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선 교회가 종말론적 신앙을 가지라고 촉구하십니다. 종말론적 신앙이란 결국 하나님 나라가 완성된다는 신앙입니다. 평화의 시대는 옵니다. 마침내 정의와 진리가 이깁니다. 이유는 하나님이 계시기 때문이며 하나님께서 그렇게 약속하셨기 때문입니다.


말일에 새 시대가 올 것이라고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대로 지금 바로 그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 지금 교회 안에서 하나님의 백성들이 회복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의 통치를 받는 교회로 모든 민족이 나아오고 있습니다. 그 말씀을 들으러 이방이 모이고 있습니다. 교회를 통한 평화운동, 화해운동, 회복운동은 가속화될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날에 온전한 평화가 도래할 것입니다. 하나님의 은총으로 말입니다. 성도와 교회는 이 약속을 믿어야 합니다.


그런데 종말론적 약속을 믿는 교회는 지금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4:9-10을 보세요.

- 9절: 왜 하나님 없는 사람들처럼 그렇게 두려워서 아우성을 치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잠잠하라는 것입니다.

-10절: 너희들이 전쟁의 참화로 인하여 마치 해산하는 여인처럼 고통이 찾아들 때 해산 장소를 찾아 들로 도망가든지 자라리 바벨론에 포로 되어 가라고 합니다. 거기서 구원(해산)의 때를 기다리라고 말씀하십니다.


들이나 바벨론에서 나그네 생활을 하면서 지금까지 너희들이 무엇을 했는지 반성하고 회개하라는 말씀입니다. 자기를 성찰하고 자기를 비우라는 말씀입니다. ‘인간의 힘으로 안 되는구나! 앗수르나 바벨론 제국에 힘으로 맛붙어 싸우는 것이 대안이 아니구나! 강대국에 빌붙어 살려고 외교적인 노력을 하는 것도 그 대안이 아니구나! 그저 무력과 폭력 앞에 저항하지 않고, 들로 도망 가는 것, 바벨론으로 포로 되어 가라는 것이 대안이구나! 당분간 변두리에 살라, 기득권을 포기하고 살라, 세상에 있으나 세상에 속하지 않고 살라는 뜻입니다.


대신에 거기서 정신 차리고 살라는 것입니다. 왜 이런 꼴을 당하게 되었는지 철저히 자기를 성찰하고 참회하고 하나님의 긍휼을 바라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구원하시는 여호와의 계획과 모략을 깨닫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이 말씀은 조용히 하나님의 약속을 바랄 때 하나님은 일하신다는 것입니다. 교회가 하나님을 전적으로 바라보는 데서 (참되게 예배함으로써) 참된 교회의 회복이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4:5절 말씀의 뜻입니다.

『만민이 각각 자기의 신의 이름을 빙자하여 행하되 오직 우리는 우리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빙자하여 영원히 행하리로다』


그런 다음에 교회가 적극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교회가 경험한 하나님의 도를 이방사람들에게 가르치는 일입니다(2절). 그 도의 핵심은 평화입니다. 전쟁을 더 이상 연습할 필요가 없음을 가르치는 일입니다. 교회가 먼저 하나님의 인자와 공의를 실천함으로써 세상에 희망이 있음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미가서의 요절입니다. (미 6:8)

『사람아 주께서 선한 것이 무엇임을 네게 보이셨나니 여호와께서 네게 구하시는 것이 오직 공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히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