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정 관 호 목 사 (뉴욕만나교회)

로마서 5:8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 (로마서 5:8)

신앙과 복음과 기독교의 핵심인 십자가

우리가 지금 예배드리고 있는 이 예배당(본당) 안에는 아주 인상적이고도 특이한 장식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높은 천장에 부착되어 있는 커다란 나무 십자가입니다. 우리 교회당을 방문한 많은 분들이 우리 교회당의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아름다움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지만, 그들이 그보다  더 기이하게 놀라는 것은 본당에 들어서면서 고개 들어 처음으로 보게 되는 이 장엄한 십자가를 쳐다 볼 때입니다. 그런데 이 십자가는 교회당을 짓기 시작한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설계되어진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지붕을 올리던 중에 지붕을 양측으로 지지해주려던 기나긴 목재 세로대가 길게 놓이게 되었는데 이를 어떻게 처리할까 고심하다가 설계사와의 논의를 거쳐 십자가로 만들기로 해서 생겨난 것입니다.

십자가가 때로는 여성들의 장식용 목걸이나 귀걸이 등에도 쓰이지만, 그래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곳은 교회당 꼭대기 첨탑이나 교회당 강대상 정면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 십자가는 실상 우리 그리스도인 각자 개인의 마음과 하나님의 백성인 교회에 가장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십자가야말로 우리 그리스도인 신앙의 핵심이요, 복음의 핵심이요, 기독교의 핵심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십자가 없는 신앙, 십자가 없는 기독교, 십자가 없는 교회를 상상이라도 할 수 있겠습니까? 결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십자가

여러분들 가운데서 저를 그래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찬송가가 몇 장인 줄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찬송가는 찬송가 149장(구147장)입니다.

(1절) 주 달려 죽은 십자가 우리가 생각할 때에 세상에 속한 욕심을 헛된 줄 알고 버리네  
(2절) 죽으신 구주 밖에는 자랑을 말게 하소서 보혈의 공로 힘입어 교만한 맘을 버리네

(3절) 못 박힌 손발 보오니 큰 자비 나타 내셨네 가시로 만든 면류관 우리를 위해 쓰셨네

(4절) 온 세상 만물 가져도 주 은혜 못 다 갚겠네 놀라운 사랑 받은 나 몸으로 제물 삼겠네

저는 종종 “내가 예수님을 믿지 않았다면 지금 쯤 어떻게 되었을까?”를 상상해보곤 합니다.

십자가를 통해서 변화된, 또 변화되어져 가는 제 모습에 저는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정말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나를 변화시켰고 또 지금도 변화시켜가고 있습니다. 저는 십자가를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과 구주로 영접했고, 십자가를 통해서 죄 용서를  받았고, 십자가를 통해서 날마다 달마다 더 거룩을 추구해 나가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여러분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때문에 세상에 속한 욕심을 버리고 있습니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때문에 교만한 마음을 버리고 겸손해져 갑니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때문에 이제는 하나님의 놀라운 사랑을 깨달아 몸으로 산 제물 삼아 헌신하고 있습니까?

저는 얼마의 기간이 될지 알지 못하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주제로 설교하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이 십자가를 통해서 우리는 우리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가장 분명하고도 명확하게 알 수 있으며, 또 체험해 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십자가를 통해서 우리는 우리의 영혼이 치유를 받고 새로워지고 강해질 수 있습니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가정과 일터와 교회에서 열심히 일하고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려고 하지만, 얼마 안가서 쉽게 지치고 낙오하는 이유를 아십니까? 하나님의 은혜를 멀리하고 자신의 힘과 능력에만 의지하여 모든 일을 해 나가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 때문에 쉽게 마음의 상처를 받고 힘들어 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나타난 하나님의 그 크신 사랑과 은혜를 날마다 덧입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십자가는 죽음 그 자체

그렇다면 십자가는 무엇입니까?  한마디로 십자가는 죽음입니다. 십자가에 매어 달린다는 것은 가장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처절한 죽임을 당하셨을 때, 그가 유대인들 특별히 유대 종교적 지도자들의 모함과 질투에 의해서, 그리고 그들에 의해 종교적 명분이 아닌 정치적 명분으로 고소를 당했으며, 그리고 로마총독 빌라도에 의해 처형당한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십자가 처형은 로마시민인 경우에는 극심한 국가 반역 죄인들에게만 극히 제한적으로 실시한 경우는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은 로마시민이 아닌 자들 곧 이방인들 가운데 무장강도 살인자 반란자 노예들에게 실시했던 가장 혐오스럽고 잔인한 형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잔인하고도 처참한 형벌을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께서 친히 당하신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이유

왜 우리 주님이 이런 지독한 형벌을 당하셔야만 했을까요? 살인자였기에? 아닙니다. 로마제국을 뒤엎어버리려 했던 정치적인 반역자였기에?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무슨 이유로 주님은 용서받지 못할 죄인으로서 십자가에 못을 박히셨을까요?

물론 우리 주님은 유대 종교지도자들의 모함과 적의와 적개심에 의해 불법적인 재판을 받으신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명성과 인기가 높아지고 군중들이 그를 따르자 서기관들, 바리새인들, 제사장들 등의 유대 종교지도자들은 그들의 기득권을 상실할까 두려워하였고, 그래서 어떻게 하든지 예수 그리스도를 잡아 죽이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실제 예수 그리스도를 잡아 십자가에 처형시킨 일에 있어서 유대 종교지도자들과 유대인들은 그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또한 그 유대 종교지도자들의 고소에 따른 로마 당국자들 특별히 로마총독 빌라도가 내린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십자가 처형이라는 사형집행 역시 빌라도에게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게 만듭니다.

구약 예언의 성취인 십자가

그러나 그 모든 것보다도 더 중요한 사실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위에서의 피 흘려 죽으심이 메시아이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구약성경 예언의 성취란 점입니다. 고난 받는 여호와의 종, 메시아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이 이미 구약성경 곳곳에 예언되어져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메시아 예언으로서 우리는 시편 22편, 이사야 53장 등을 너무도 당연하게 제시할 수 있습니다. “내 하나님이여 내 하나님이여 어찌 나를 버리셨나이까?”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라”

자발적인 순종의 걸음, 그 십자가

예수 그리스도의 이런 대속적인 죽으심은 하나님께 대한 우리 주님 스스로의 자발적인 순종

때문입니다. 우리 주님은 어쩔 수 없는 인간적인 운명이나 숙명 때문에 자기 목숨이 내 던져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또는 자신의 죽음으로써 한갓 자신을 내세우려는 영웅적인 순교자의 정신으로 그렇게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우리 주님은 오로지 하나님의 그 거룩한 뜻을 이루시기 위해 십자가로 스스로 나아가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은 악인들의 악랄한 악한 행위에 의한 것이었지만, 그것은 동시에 하나님의 거룩한 목적과 섭리를 이루시기 위한 우리 주님의 자발적인 순종의 행위였습니다.

로마서 5:8 본문이 보여주는 진리

우리는 이 십자가를 통해 우리에 대한 그 크신 하나님의 그 큰 사랑을 체험하게 됩니다.

저는 제가 대학교 1학년 때에 어느 무명의 목사님의 십자가와 부활에 대한 설교를 듣고서

회개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과 구주로 영접하여 죄 용서함을 받고, 하나님 자녀 됨을 알게 되고, 구원의 확신을 갖게 되고, 더 나아가 하나님 주시는 그 놀라운 기쁨과 즐거움을 가지게 되고, 그리고 복음전도에 대한 열정을 가지게 된 일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이 모든 일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없었다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이 하나님의 놀라운 사랑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성구인 로마서 5:8에 가장 잘 드러나 있습니다.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 그렇다면 이 본문이 보여주는 진리는 무엇입니까?

첫째는 우리가 죄인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는 그 누구나 죄인입니다. 그 누구나 예외 없이 죄인으로 태어난다는 말입니다. 이 말이 매우 역겹습니까? 그래도 할 수 없습니다. “그 누구라도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다 죄인으로 태어나 하나님의 진노 아래 놓여 있다”라고 하는 것이 성경이 가르치는 진리입니다.  그런데 죄인으로 태어난 인간이 실제로 죄를 짓는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입니다. 사실 죄란 무서운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죄에 따른 하나님의 심판과 형벌이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이 형벌은 지옥형벌입니다.

둘째는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셨다는 사실입니다. 한 점 흠 없고 티 없으신 어린 양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우리를 대신하여 십자가에 피를 흘려 죽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막 10:45에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우리 주님은 우리들이 받아야 할 하나님의 진노, 하나님의 심판, 하나님의 형벌을 대신 다 받으셨습니다.

저는 어떤 책에서 이런 내용의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가운데 가장 비극적인 참사는 독일인들이 아우슈비츠강제수용소에서 유대인들을 처형한 일일 것입니다. 독일인들이 유대인들을 가장 참혹하게 가장 많이 살상한 곳이 바로 그 곳입니다. 그 날도 많은 죄수들이 사형집행 대상자로 뽑혔습니다. 그때 그들 중 한 사람이 벌떡 일어나 자신은 먹여 살려야 하는 아내와 자식들이 있고 그 자식들도 아주 어린 아이들이라고 탄원하면서 제발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애원하였습니다. 이때 폴란드 프란체스코수도회 소속인 막스밀리안 콜베신부가 저벅저벅 앞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그 사람을 대신해서 처형당할 수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그의 제안은 독일당국에 의해 받아들여져서 그는 곧장 굶주려 죽는 지하 감옥에 처박히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을 위하여 대신 죽는 것, 그것도 죄인을 위하여 대신 죽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 주님이 우리를 대신해서 십자가에서 죽으셨습니다. 우리가 죄인 되었을 때에 우리를 위하여, 우리를 대신하여 십자가에서 죽으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이 바로 나 때문인 것을 알고 있습니까?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이 바로 내 자신의 죄 때문인 것을 알고 있습니까?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이 내 대신 죽으신 대속적인 죽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셋째는 이 십자가가 우리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을 확증한다는 사실입니다. 이 십자가만큼 하나님의 거룩하심과 우리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은 없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도 주시고 건강도 주시고 일터도 주시고 가정도 주십니다. 우정과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과 이웃을 주십니다. 삶을 다양하고 풍성하게 살 수 있도록 각종 스포츠와 취미생활을 하게 하십니다.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도 십자가에 나타난 하나님의 구원의 사랑에 결코 비교할 수 없습니다.

멸망, 죽음, 지옥형벌을 받아 마땅한 죄인들에게 십자가를 통해서 주신 죄용서, 하나님과의 화해와 교제, 교회를 통한 성도들과의 교제,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특권, 성령의 내주와 임재의 아름다움, 영원한 새 하늘과 새 땅에 대한 약속 등은 우리에 대한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와 사랑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겠습니까? 이 큰 사랑, 이 말로 다할 수 없는 은혜를 받은 자로서 어떻게 살아가야만 합니까? 우리는 날마다 숨 쉬는 순간마다 이 하나님의 그 크신 은혜와 사랑을 생각하고 기억하고 묵상해야 합니다. 특별히 이 사랑과 은혜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롤 통해서 나타난 사실을 알고 십자가에 대해 더 깊이 알아가고 배우고 체험해 나가야 합니다. 우리들의 살 길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가정이나 일터에서의 삶에 지치고 외로울 때, 교회에서 힘써 봉사하다 오히려 괴롭고 힘들어질 때,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낙심되고 좌절하게 될 때, 그 어떤 때라도 우리는 십자가, 이 십자가를 붙들어야 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여러분 모두 십자가, 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나타난 하나님의 그 크신 사랑을 깨달아 하나님의 나라의 선한 일을 열심히 하는 하나님의 나라 백성으로서 찬양하며, 감사하며, 사랑으로, 거룩하게 살아가기를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아멘.